나폴레온 힐 부자의 철학
나폴레온 힐 지음, 최은아 옮김 / 미래지식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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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으로 성공한다는 걸 어떻게 정의하건 무관하게 그 성공의 비밀을 알아낸다는 건 무척 어려운 일입니다. 20세기 철강왕 앤드류 카네기를 대중적으로 널리 알리는 데 크게 기여하기도 한 저술가, 모티베이터였던 나폴레온 힐은 성공의 비결을 17가지 원칙으로 요약했던 바 있는데 이 책은 이제 자기계발서의 고전이 되었습니다. 고전이 언제나 그렇지만 내용을 다 알아도 거듭 읽는 재미가 있고 읽다 보면 뭔가 의욕도 샘솟는 것 같아 좋습니다. 

"무한한 지성에는 한계가 없다(p47)." 아무리 힘이 좋고 강건한 신체를 타고났더라도 많이 쓰면 결국은 탈이 날 수밖에 없습니다. 튼튼한 볼보 크레인도 일정 연한이 지나면 고철로 폐기해야 합니다. 그러나 사람의 머리는 쓰면 쓸수록 좋아집니다. 깊은 수면을 취하고 나면 다시 잘 작동할 뿐 아니라 새로운 아이디어까지 떠오릅니다. 이런 건 나폴레온 힐 같은 일류 작가가 자신이 스스로 체험해 봤기에 자신있게 책 중에서 저처럼 주장할 수 있겠습니다. 이런 무한한 지성을, 스스로 설정한 목표에 정력적으로 적용할 때 이를 appiled faith라고 부른다 합니다. 이 책에서는 저 말을 "행동하는 믿음(p46)"이라 옮겼는데 멋있고 적정하게 들립니다. 

걱정한다고 뭐가 나아질 게 없으니 걱정을 멈추라는 충고는 여러 책이나 강연가들이 자주 하는 말이며 예전 유행가 가사이기도 합니다. 나폴레온 힐도 우리 독자들에게 그런 주문을 하는데 그럴 정력과 시간을 다른 생산적인 노력에 쓰라는 다분히 실용적인 관점에서 나온 조언이겠습니다. 고민을 멈추고 행동 전략을 세우면 지체없이 행동에 옮겨야 하며(p59), 고 이건희 회장 같은 분도 의사결정이 빨랐기에 오늘날의 글로벌 기업을 이룰 수 있었습니다.  

"인간의 뇌는 자기 주도성이 발휘할 때만 발전한다(p95)." 아무리 올바른 것이라도 나 아닌 다른 세력의 의지에 질질 끌려가는 중이라면 그 사람한테 신명이 날 리 없고 뇌는 스트레스를 받아 쪼그라듭니다. 그러나 무작정 자기 마음대로 한다고 뇌가 빌달하는 건 아니며, 준칙 없는 자의적인 행동 끝에 나쁜 결과가 이어진다면 아무런 아드레날린이 생성되지 않습니다. 자기 주도적 삶을 살되, 분명한 원칙이 있어야 합니다. 나폴레온 힐은 사랑, 성욕, 경제적 안정에 대한 열망, 이 세 가지를 자기 주도 삶을 위한 가장 강력한 동기로 꼽습니다(p94). 정확한 사고의 힘에 대해서는 p196 이하에 잘 나옵니다. 

열정은 영어로 passion이라고도 하지만 내 목표를 이루기 위해 각별한 영감에 의해 추동되는 건 enthusiasm이라 부르며 브라이언 드 팔마 감독의 <언터처블>에도 캐릭터 알 카포네가 열심히 강조하는 코믹한 장면이 있습니다. 책 p125에서 저자는 그리스어 어원을 풀어 주며 그 어근 중에 神을 뜻하는 theos가 있음을 지적합니다. 사실 이 대목 말고도 책 곳곳에서 신에 대한 언급이 아주 잦은데 그 의미가 기독교적이기도 하지만 그보다는 북미 특유의 프래그머티즘, 즉 성공을 이루기 위한 도구로써 신의 섭리를 원용하는 어떤 방법론에 가깝다는 게 제 개인적 생각입니다. 

저자는 상상력에도 두 가지 종류가 있음을 지적합니다. 하나는 종합적 상상력이며 이는 기존의 모든 정보를 구조적으로 질서 있게 결합하는 능력이라고 합니다. 나폴레온 힐의 관점에 의하면 이는 새로운 아이디어를 떠올리는 데 큰 도움은 되지 않는다고 하네요(p144). 현상을 타파하고 다음 단계로의 도약을 이룰 수 있게 하는 자질은 바로 "창의적인 상상력"이라는 게 그의 주장입니다. 이를 위해 그는 정기적인 명상도 필요하다고 알려 주네요.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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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티튜드 - 자신만의 유연함으로 인생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비밀
도리스 메르틴 지음, 이미옥 옮김 / 카시오페아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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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에서 얼마나 많은 것을 손에 넣느냐보다, 가진 것을 어떻게 여기고 그로부터 무엇을 얻느냐가 더 중요합니다. 이러한 태도, 애티튜드를 어떻게 갖느냐가 삶의 질, 행복을 좌우합니다. 독일인들은 그 특유의 근면성실함과 직업헌신적인 자세 때문에 번아웃 증후군에 걸리는 경우가 많다고 하는데, 이 독일인 저자도 책에서 "불안과 완벽주의에 갇히지 않고 자신만의 인생을 설계하는 11가지 태도"에 대해 설명하고 있습니다. just be(그저 너 자신이 되어라) 같은 광고문구, 소유를 가급적이면 회피하고 체험 위주로 살자는 젊은층의 경향, 인도 전통의 아유르베다 마사지의 유행(p19) 같은 게 다 이런 경향을 대변하는 증거로 꼽힙니다. 

저자는 금융전문가들이 투자자산을 계산적으로 구성하듯 우리들도 삶의 포트폴리오를 짤 필요가 있다고 하는데 그 내용은 p69 이하에 잘 나옵니다. XY양축에는 성공과 노력이 각각 자리합니다. 어떤 일은 노력에 비례해서 성공의 정도가 정해집니다. 어떤 일은 노력 여부와 성공 사이에 큰 연관이 없습니다. 이런 다양한 과제를 어떻게 필요한 만큼만 노력, 혹은 다른 나의 자원을 배분(allocation)하여 이뤄낼지를 지혜롭게 잘 판단해야 하겠습니다.  

p107에 그 말이 인용되는 올리버 웬델 홈즈는 clear and present danger 원칙의 확립으로 아주 유명한 미국의 대법관입니다. 이 인용구에서 그는 "집"의 소중함에 대해 말하는데, 사실 저자 도리스 메르틴 박사의 이 책도 주제는 애티튜드이지만 구체적인 내용을 읽어 보면 "집"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하고 있습니다. 하루의 고된 일과를 마치고 와서 내 한 몸을 기댈 집이 뭔가 마땅치 못하다면 스트레스가 풀리거나 재충전의 활력을 얻어내기가 어렵습니다. 그러므로 무엇보다 집이라는 공간이 내 마음에 들고 나의 모든 걱정을 잠시나마 덜어내어 주는 안식처로 기능해야만 합니다. 

아무리 불평불만을 털어놓아도 오늘날의 삶이 예전보다 풍요로워진 건 사실입니다(p145). 어느 직장이라도 요즘은 워라밸을 강조하는데, 이 워라밸은 회사에서 정해주는 것도 아니며 결국은 내게 주어진 시간을 내 자신이 얼마나 주체적으로 잘 활용하냐에 달린 것입니다. 여기서 저자는 중세 영국의 철학자 윌리엄 오캄의 말을 인용하며(p151), 같은 성과는 가능하면 최소 노력을 동원하여 이뤄낼 것을 강조합니다. 이 모든 건 우리네 삶의 과제를 될 수 있으면 간명하고 단순하게 파악하는 태도에서 첫 출발점을 잡을 수 있습니다.  

무엇이 내게 진짜 중요한 것인지를 분명히 파악하고 설정해야 합니다. 이 책에서 방법론으로 삼아 수도 없이 강조하는 게 포트폴리오입니다. p190에도 그렇게 나오지만 과연 무엇이 진짜 나에게 중요하며, 무엇이 그저 남 보라고 그럴듯하게 걸어두기만 하는 것인지 명확하게 구분할 필요가 있습니다. 남 보는 삶에 낭비하는 인생과 이런저런 불필요한 과제 사이에는 선명한 선을 그어야민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다른 이들과 고립되어 살 수 없습니다. 허먼 멜빌(p243)은 천 개의 가닥으로 우리들은 타인과 연결되었다고 말합니다. 성격에는 외향형과 내향형이 있을 수 있지만 둘 중 어느 유형이라 해도 각각의 포트폴리오를 구성하여 대응할 필요가 있겠습니다. 지나치게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다닐 필요도 없고 공연히 내 기만 빨아먹는 사람하고는 과감하게 절연할 필요도 있겠습니다. 

이 책에는 나 혼자 먹는 식단, 손님이나 지인과 함께하는 식단이 각각 어떻게 달라야 하는지에 대한 조언도 있습니다. 일견 사소해 보이는 이런 데에서조차 우리의 삶의 질은 달라지기 시작합니다. 그 누구보다 내가 내 삶을 사랑하고 효과적으로 아끼기 시작해야 소중한 내 인생이 그전과는 다른 빛깔을 띠기 시작할 것 같습니다.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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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함께 자라는 도서관 가족
정연우 지음 / 이비락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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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 교육은 어려서부터 시키는 게 중요합니다. 한국은 비교적 공공도서관 인프라가 잘 갖춰진 편에 속하는 나라인데, 기왕 국민 세금이 이만큼이나 투입되어 버젓한 시설을 갖췄다면 충분히 이용하고 그로부터 최대한의 이익을 취하는 게 현명합니다. 게다가 도서관 이용을 통해 민주 시민의 소양까지 기를 수 있다면 그보다 더 좋은 결과가 없겠습니다. 

책깨나 읽는다는 성인들도 책의 다양한 종류에 대해 꼽아 보라고 하면 머뭇거릴 수 있습니다. p66을 보면 다양한 책 종류가 나오는데 그림책의 하위에 이처럼 다양한 분류가 있었구나 싶었습니다. 물론 우리가 익히 알던 모습들이긴 한데, 이렇게 표를 통해 정리해 주니까 한눈에 팍 들어와서 좋습니다. 그런데 "바로 읽어도, 거꾸로 읽어도 되는 책"의 예로 <기묘한 왕복 여행>을 들고 있는데 이런 책은 과연 어떤 모습일지 제가 한 번도 보지 못해서 궁금해지기도 했습니다. 또 "냉장고 속에 넣어뒀다가 읽어야 하는 책"인 <우리 집은 어디에 있나요?>에 대해서도 호기심이 생겼습니다. 

아이들은 대개 엄마 아빠한테 책 읽어 달라고 하는 걸 좋아하지만 그래도 애들인 이상 마냥 몰입하기가 힘듭니다. p71을 보면 "독자의 참여가 있어야 진행되는 책"도 있는데 버튼을 누르거나 좌우로 흔들어야 책장이 넘어간다고 하며 읽어 주는 부모의 역할이 작가와도 같다고 하네요. 무엇보다, 아이들이 집중하는 정도가 다르다고 하니 이 문제 때문에 고민인 부모들이 관심 가질 만합니다. 

소소하지만 효과가 확실한 팁도 있습니다. 도서관에서 책을 여러 권 대출할 때 어떤 걸 다 읽었는지, 어떤 걸 아직 손 안 댔는지가 아리송하다면 다 읽은 책은 뒤집어 꽂아 놓으라는 거죠. 물론 대출해서 내 서가에 있는 책들을 그리하라는 것이며 도서관에 가서 그렇게 하면 안 됩니다. 아이한테 책 선택권을 주면 집증도도 높아질 뿐 아니라 그 과정에서 큰 기쁨까지 느낀다고 합니다. 독서는 그 무엇보다 즐거운 활동이라야 하며 고역이 되어서는 안 됩니다. 

책은 그 내용을 이해하고 배우는 수단만이 아니라 갖고 노는, 블럭 같은 놀이 도구가 될 수도 있습니다. 책을 갖고 높이쌓기, 도미노, 성 만들기, 책 뒤집기 같은 놀이(p163)를 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책이 일종의 레고가 되는 셈인데 저처럼 책을 아끼고 전전긍긍하는 사람은 차마 두 눈 뜨고 못 지켜볼 것 같기도 합니다. 

책 자체가 애초에 놀이 도구로 나온 경우도 있습니다. <뭐든지 나라의 가나다>, <글자 셰이크>, <단어 수집가> 등이 그것인데(p206), 아이가 한글만 깨쳤다면 할 수 있는데 p213 이하에는 기억력 게임의 일종인 치킨차차 하는 법이 소개됩니다. 어른들이 해 봐도 재미있을 듯한 게임인데 다만 구입처에 따라 가격 차가 꽤 난다고 하니 유념할 필요가 있겠습니다.   

ㅐ,ㅔ 모음의 구분이 거의 없어지다시피한 요즘은 이 부분 받아쓰기를 아이들이 무척 어려워합니다. 그리고 한국어 고유의 여러 이중모음을 정확히 쓰는 건 많은 어른들도 어려워하는 형편입니다. ㄹㄱ, ㄹㅂ 등의 겹받침도 무척 난도가 높지요. 이때 무작정 아이를 다그칠 게 아니라, 다음번 시험에 아이가 또 같은 실수를 하지 않게, 다음번에는 몇 점이라도 더 상승이 되게 할 방법이 무엇일지에 대해 p258 이하에 아주 자세히 나와서 좋았습니다.  오히려 도서관 이용 방법보다 이런 아이들 공붓법이 더 흥미롭게 읽혔을 만큼, 뭔가 아이들에 대한 애정과 장기간에 걸친 고민이 물씬 배어나는 책이라서 좋았습니다.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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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과 죽음의 패러독스 - 과거 현재 미래 그리고 죽음 죽음학 3부작
김달수 지음 / 인간사랑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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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세기 들어 인류의 지성은 다시 한 번 큰 전환점을 맞이했습니다. 시간과 공간은 독립적이지 않고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 연속체이며, E=mc^2라는 공식은 기어이 핵에너지의 해방에까지 이어졌습니다. 발명가이자 산부인과 원장님이시며 원종와인샵 대표인 저자는 학부 시절 공대에서 전자학을 전공하신 특이한 이력이 있습니다. 

이 책은 현대물리학의 가장 앞선 대목까지 자유자재로 논의하면서 시간의 불가역성(不可逆性)에 대한 깊이 있는 고찰을 행합니다. 우리가 이 시간의 불가역성에 대해, 마음으로부터, 또 머리로, 갈등 없는 이해, 수용, 혹은 달관이 가능할 때, 죽음에 대해 비로소 담담한 자세로 모든 걸 받아들일 수 있겠습니다. 

그러므로, 혹 죽음에 대해 마음이 정리되지 않은 채 하루하루가 불안한 분이라면, 이 책을 읽고 죽음에 대해 이성적이고 학문적인 기초 위에서 차분히 마음의 준비를 할 수 있겠습니다. 또 아직 살 날이 창창히 많이 남은 독자라면, 이 책을 읽고 아인슈타인의 상대성이론이나 그 외 현대물리학의 첨단이론에 대해 직관적인 이해를 도움 받을 수 있습니다. 저자께서 이 문제에 대해 평소에 엄청 숙고하신 흔적이, 술술 전개되는 쉽고 정확한 문장들 속에 역력히 배어납니다.   

책 p22를 보면 저자께서 아인슈타인의 말을 직접 인용하는 부분이 있습니다. "시간과 공간은 생각의 도구인 인간 지성의 자유로운 창작뿐이다(p22)." 아우구스티누스는 처음에 관념론적 시간을 정의한 바 있었고 이것을 근 천 수백 년 후 뉴턴이 절대시간, 절대공간 개념으로 대폭 수정했습니다. 말하자면 시공간 개념이 종교에서 과학으로 변환된 것인데 20세기 들어 아인슈타인이 그토록 칭송 받는 것은 시간과 공간 개념을 전에 없던 것으로 바꿔 놓았기 때문입니다. 

일단 그는 시간이고 공간이고 간에 좌표와 관측자에 의해 상대적으로 정의될 뿐이고, 시간이 설령 절대 좌표축에 의해 고정이라 가정해도 공간은 시간에 의존하는 잉여개념에 가깝다고 말했습니다. 지금이야 이런 생각이 상식이지만 20세기 초에 불쑥 이런 말이 나왔을 때 사람들의 반응이 어땠을지 상상을 해 버면 참...  책에서는 p61 등에서, 시간이 반대로 흐르거나 기타의 흐름을 보이는 경우를 설명합니다. 빛의 속도를 초월하는 물질이 발견되는 것만으로는 시간의 역행이 가능하지 않은데, 이는 빅뱅 이후 그렇게 성질이 고정되어 그렇다고 합니다. 이게 깨지려면 반물질의 존재까지 확인되어야만 합니다. 

앞서 아우구스티누스는 "과거"라는 시간이 순전히 인간의 기억에 의해 구성되는 주관적 실체라고 했습니다. p116에서는 시간과 기억의 관계에 대해 매우 상세한 설명이 나옵니다. 절차기억, 의미기억, 일화기억 등이 장기기억을 이루며, 이 장기기억의 형태 때문에 과거에 대한 모양새나 이미지는 사람마다 천차만별로 달라집니다. 죽은 사람으로부터의 사후교신(p197)은 참 신기하다는 생각마저 드는데, 어떻게 보면 2014년작 <인터스텔라>도 이 모티브를 담고 있습니다. 

사람인 이상 죽음이 달가울 사람은 없습니다. 그래서 죽음불안(p247)은 일정연령대에 달한 거의 모든 사람이 겪는 현상이며 어떤 부자들은 그래서 냉동인간(p264)에 대해 관심을 갖기도 하고 재산을 투자하여 구체적인 행동으로 옮기기도 합니다. 의학은 이에 대해 이른바 4P의학으로 대응방식을 보이는데, 예방, 예측, 맞춤, 참여의 네 가지 방향입니다. 

"죽음은 처음과 끝이 이어지는 하나의 이야기이기도 합니다(p324)." 몇 년 전에 출간된 같은 저자분의 <죽음학과 임종의학개론>과 <죽음학 스케치>도 지금 읽는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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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진술서 - 나를 바로 세우는 이별의 기술
김원 지음 / 파람북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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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일부 젊은세대에서는 자유연애라는 게 유행인데 이게 연애를 자유롭게 한다는 뜻보다, 결혼을 하지 않고 여러 상대를 만나 가며 자유롭게 사는 방식을 가리킨다고 합니다. "폴리아모리"라고도 부르는데 기성세대가 들으면 깜짝 놀랄 만하지만 현재 결혼이라는 제도가 세계적으로 맞는 위기 상황을 감안하면 이것도 일종의 새로운 사회 현상이라 생각하고 차분히 고찰할 필요도 있어 보입니다. 

이 책 저자께서는 "유사 이래 선조들이 겪어 보지 못한, 미증유의 사태... 혼란과 내적 갈등...(p33)"이라는 표현을 씁니다. 그만큼, 하필이면 요즘 들어서 결혼이라는 제도가 심각한 도전을 받고 있다는 뚯입니다. 저자는 또 "중세인이라면 이미 세상을 뜰 나이에, (생을 더 성숙하게 받아들이고 상대를 더 감싸줘야할 단계에서) 이혼을 (새삼) 고려"하기도 한다는 점을 기막혀합니다. 예전 사람들이 하던 말로, "너무 오래살아서 못볼 꼴을 다 본다"는 게 이런 경우를 가리키는지도 모르겠습니다(진짜 오래 살았다는 게 아니라). 

사실 결혼이라는 게, (대부분은) 전혀 모르던 사람들이 만나 젊은 나이에 갑자기 평생을 함께할 것을 서약하고 지속하는 관계이다 보니, 살다 보면 부작용이 뒤늦게 생기는 게 당연합니다. 그래서 덜컥 결혼부터 할 게 아니라 살아 보고 결정하라고도 하는데, 이건 이것대로 문제가 있으며 나이 든 분들이 펄쩍 뛸 만한 일입니다. 

"선택은 (새로운 것을) 가지는 동시에 (기존의 것을) 버리는 것(p30)" 이것은 대만 정치학자 저우바오쑹(周保中)의 말이라고 합니다. 이 말이 인용된 맥락은, 이혼할 때에는 뒤도 돌아보지 말고 , 챙겨야 할 것을 야무지게 챙긴 후에 빠져나오라는 저자의 매몰찬 마음 그 표현입니다. 사람 사이의 관계라는 게 어느 선을 넘지 말아야 하며 일방이 선을 넘었다 싶으면 미련이라는 건 아무짝에도 소용 없을 때가 많습니다. 꼭 상대를 향한 앙심이나 원한의 표현을 위한 수단만은 아니고 다분히 현실적인 조언이겠죠. 

아무리 (비교적) 젊고 철없을 때 내린 결정이라고 해도 당시에만큼은 서로 불이 붙었을 가능성이 큽니다. 평생 그런 설레는 체험을 다시 하기도 힘들고, 옛 정과 의리, 혹은 그새 두 사람 사이에 생긴 자녀를 생각해서라도 계속 살자고 마음 먹는 게 보통입니다만 이미 돌이킬 수 없게 상해버린 관계라면 다른 접근도 필요합니다.  

"갈등이 생기면 성질만 낼 줄 알지 대안을 제시한 적이 없었다(p75)." 이 문제는 요즘 사람들만 부쩍 이기적으로 변해서 상대에게 이렇게 구는 건지, 아니면 시대를 불문하고 언제나 이랬으나 그저 폭력으로 간단히 마무리되고 만 건지 알 수 없습니다. 그러나 우리 부모님, 혹은 조부모님들은 지금 세대보다는 더 참고 더 인내했던 듯도 합니다. 지금 세대가 확실히 더 합리적이며 예리한 면도 있습니다만, 내 잘못에는 눈을 감고 상대에게만 예민하게 구는 경향도 있죠. 여성뿐 아니라 남성도 젊은이들보다 예전 분들이 대체로 더 사려깊게 사리를 판단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이혼을 했거나 그 직전 단계에 접어든, 혹은 그 불화가 절정에 달한 부부들이 겪는 스트레스는 상상을 초월합니다. 인류 역사상 이렇게나 많은 사람들이 이혼의 문턱에서 고민하고 싸운 적이 없었으므로 그들에게 도움을 준 책이나 지혜의 모음은 상대적으로 부족합니다. 고민을 많이 하신 저자께서 자신이 직접 느끼고 겪은 내용이 적혀 있고, 자신이 참고한 책의 목록이나 가르침이 많이 인용되었으니 비슷한 어려움에 처한 분들, 특히 여성들에게 도움이 많이 될 것 같습니다.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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