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스로 급수한자 문제집 7급 스스로 급수한자
컨텐츠연구소 수(秀) 기획 / 스쿨존에듀 / 2023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본교재(따라쓰기)와 익힘책을 다 공부하고 나면 이제 실전감각을 익혀야 합니다. 7급의 난도가 그리 높지 않고 범위가 좁으므로 익힘책을 한 번 돌렸다면 유형 적응에 딱히 어려울 건 없겠으나 그래도 실전 감각이란 건 별개의 문제죠. 이 책에는 연습문제 9회분과 실전모의고사 3회분이 실렸기 때문에 시험 치러 가기 전에 반드시 손으로 풀어 보고 어디가 부족한지 점검할 용도로 필요한 책입니다. 

유형은 이미 익힘책에서 충분히 공부했지만 이 문제집 앞부분에서 다시 대표 유형들을 제시해서 더 선명하게 머리 속에 정리되도록 돕습니다. p10 이하를 보면 문장 안에 쓰인 한자어를 올바르게 읽을 수 있는지를 묻습니다. 그런데 사실 학생 입장에서 봐도 난도가 높지 않으므로, 7급 시험은 솔직히 문장들이 이렇게 제시 안 되고 한자어만 문제에 노출해도 무난히 풀 수 있는 것들이 다수입니다. 

어떤 어린이는 한자만 보면 더 빠른 속도로 풀 수 있는 걸 오히려 문장 때문에 헷갈린다고도 했습니다. 여튼 급수시험은 실제 문장이나 문맥 속에서 한자어의 정확한 뜻을 이해하는 능력을 물으려는 의도이므로 유형에 적응을 해야 합니다. 이런 문제집을 푸는 이유도 거기에 있고 말입니다. 

p11을 보면 박스로 따로 쳐 놓은 TIP을 통해, 女子를 그저 개별 한자 발음대로만 읽어서 "녀자"처럼 답을 쓰면 안 된다고 합니다. 우리말에는 두음법칙이 적용되기 때문입니다. 이런 팁이 많아서 특히 이 교재가 유익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많은 학생들의 경우 정말로 고지식하게 "녀자"라고 답하지는 잘 않는 게, 그런 발음을 일상에서 자신들이 들어 본 적이 없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정말 곧이곧대로만 규칙을 따르는 아이들도 있겠으므로, "규칙은 한 가지만 있는 게 아니라 이처럼 예외의 경우에 더 우선적으로 적용되는 규칙이 또 있다"는 걸 알려 줘야 합니다. 교재의 섬세한 마음씀이 돋보이는 대목이죠. 이런 이치는 비단 한자급수 공부에만 적용되는 게 아니라 모든 과목 공부가 다 마찬가지입니다. 아이들 중에 응용 문제(수학이라든가)를 잘 못 푸는 애들은, 규칙들 사이의 우선순위에서 갈피를 못 잡기 때문입니다. 

p13의 경우 TIP에서 모양이 서로 닮은 한자들을 헷갈리지 않게 하라는 조언이 나옵니다. 이미 따라쓰기 본교재, 그리고 익힘책 후반부에서 집중적으로 훈련을 유도했었습니다. 그러니 그 부분을 알차게 공부한 학생이라면 이미 약점을 보완했으므로 당황하지 않을 것입니다. 공부는 이처럼, 그걸 물어볼 줄 알았다는 듯 선제적으로 준비한 사항이 출제되었을 때 멋지게 해결하는 쾌감을 어려서부터 머리에 심어 줘야 합니다. 그게 평생 가는 공부 밑천 중 하나가 되죠. 

우리가 일상에서 "소중하다"고 했을 때, 그 뜻을 모르는 사람은 아마 없을 것입니다. 그런데 이게 고유어인지 한자인지, 한자어라면 어떻게 한자로 쓰는지 확신을 갖고 답하는 사람은 많지 않겠습니다(한자로 쓰인 걸 정확히 읽는 건 누구나 다 합니다. 한자로 쓰는 게 문제죠). 답은 所重, "중요한 바"라는 뜻입니다. 오답 선지 중에는 少中도 있는데 少는 대체로 미미하다는 뜻이므로 오히려 반대 뜻에 가깝습니다. 이처럼 교재가 실제 출제 유형에다 정확히 맞춰 줄 뿐 아니라(형식), 과연 헷갈릴 만하다 싶은 걸 문제화했으므로(내용), 학생 입장에서는 사냥감이 도망올 길을 정확히 알고 있다가 기다리며 잡는 느낌이 들 만합니다.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턴아웃 특서 청소년문학 32
하은경 지음 / 특별한서재 / 2023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사람은 누구나 제각각의 취향, 장점, 소질을 갖고 태어납니다. 그 중에는 이 사회에서 높은 평가를 받거나 선망의 대상이 되는 게 있고 딱히 그렇지 못한 게 있습니다. 드라마 <스토브리그>를 보면 "누구나 자신이 가진 무기를 갖고 싸우는 것이며, 뭐가 부족해서 졌느니 하며 환경 탓을 해서는 안 된다"라는 대사가 나옵니다. 

내 뜻과 적성에 무관하게, 부모님이 설계하고 강요하여 이뤄진 성취에 대한 자녀의 반항이 표현된 <가짜 모범생>이라는 소설을 재미나게 읽었습니다. 그런데 학습 지도, 환경 조성 등 후천적 요소 말고, 내 몸과 머리에 아로새겨진 타고난 재능 자체가 그쪽인데도 당사자가 이를 거부할 수도 있을까요? 분명 타고날 때부터 내 것인 소질, 축복인데 말입니다. 

유제나는 천재 발레리나 신수연의 딸로 태어나 자라면서 내내 주변의 부러움을 한몸에 받은 발레 유망주입니다. 엄마와 이혼(그 내막도 소설 후반부에 밝혀집니다)한 아빠는 천문학자인데, 이상하게도 제나는 자신이 잘하는 발레보다 (못하는) 천문학 공부 쪽에 열정과 미련이 남습니다. 

제목의 턴아웃이란 말의 뜻은 p39에 잘 나옵니다. 같은 동작을 해도 힘 안 들이고 하는 사람, 남들이 그렇게나 힘들게 익히는 기술을 당연하다는 듯 쉽게 해내는 사람이 있습니다. 사람은 자신에게 그 재능이 주어진 일을 해야 합니다. 그래야 성인이 되어 심리적 갈등과 생계 유지를 위해 받는 스트레스가 덜하며, 후회가 덜한 삶을 살 수 있습니다. 

그러나 제나는 자신이 그토록 잘하는 발레를 싫어합니다. 어찌보면 참 철이 없는 태도인데...반대로 p67을 보면 발레를 너무도 좋아하는(그러나 제나에 비해 재능이 부족한) 윤로미와 손그림을 유제나가 부러워하는 대목이 있습니다. 뭔가 거꾸로된 것입니다. "그렇게 잘하면서 다치지도 않니?(p144)" "제나는 부상조차 가볍게 지나갔다(p169)." 기이하기까지 한 재능의 힘... 그러나 p168에서 진상이 드러납니다. 

"하기 싫은데도 발레를 하는거야(p205)" 물론 엄마를 기쁘게해 주기 위해서입니다. 그랑 바트망 주테(p119) 역시 그녀의 전유물이다시피 합니다. 그러나 서연조 단장은 그런 선천적이고 자연스러운 성취와 어거지로 쥐어짜낸 결과를 서커스 같은 공연(p127)이라는 표현을 써 가며 구별합니다. 바로 다음 페이지에 나오듯 가장 우아하고 자연스러운 파드되(저 뒤 p184에도)는 뭔가 달라도 다른 것입니다. 단장은 첨단 과학의 산물인 나노칩 시술을 통해 단원들이 신체를 개량하는 편법(이미 세계적으로는 용인)에 대해서도 강한 거부감을 드러내며 칼 같이 단죄합니다. 이런 서 단장은 젊었을 적 제나의 엄마인 수연의 절친이었습니다. "서연조 단장이 나이에 비해 어려 보인다(p82)"는 문장은 나중에 어떤 복선 구실을 할까요? 

소설 초반에 소개되는 신수연씨는 악착 같은 발레맘으로서 자녀 교육에 모든 것을 쏟아붓는 열정적인 모습을 보입니다. 그러나 그런 행동의 이면에는 신체 손상에 대한 두려움(p12) 같은 게 어떤 강박으로 이어진 듯 뭔가 부자연스러운 구석이 드러나죠. 트라우마(p59)라고도 표현됩니다. 신체 일부를 들어내는(p57, p177 오타) 일까지 겪었으며, 피 묻은 유리 조각을 헝겊에 싸서 보관(p13)한다고도 하는데 이에 대해서는 p187에 더 자세한 사연이 나옵니다. 

하유에게 칭찬을 하되 나중에 상처가 되지 않게(!) 딱 필요한 만큼만 칭찬을 하는 김소율(p42). 그녀는 어린 학생들을 지도하지만 그녀 자신도 아직 완성되어 가는 중인 발레리나이며 필생의 라이벌이 제나입니다. "그녀다운 채찍질(p138)"이라며, 제자로서 사랑하고 아끼되 적정 수준으로만 동기를 부여해 주는 서연조 단장에게 감탄하는 김소율. 그러나 p170에서는 드디어 위선자라고 비난하는데, 알지 말아야 할 사정을 알고 말아서입니다. 급기야 p196에서는 비웃음을 보내고 억지라고 비판하며 나중에는 비굴하다는 말까지 나옵니다. 한편 제나도 "그녀(서 단장)의 이런 방식의 다그침이 좋았다(p149)"고 하지만... 

그 예전 서연조가 신수연에게 느끼던 질투가, 지금 김소율이 유제나에게 느끼는 감정과 비슷하게 보입니다. "넌 내 ooo에 oooo할 정도로 날 미워하지 않는거지?(p206)" 비극을 부르는 악순환은 그 고리를 누군가가 끊어야 합니다. 누군가는... 

이 소설은 나노칩 이식, 유전자 편집 기술 등이 실제 인간에게 적용될 만큼, 또 식당에서는 로봇이 서빙하고 집에서는 인공지능이 사람과 잡담을 나눌 만큼 발전한 미래가 배경입니다. 우리의 미래가 어떤 모습을 하건 간에, 우리가 우리 자신의 인간다움을 포기하는 일만큼은 결코 없어야 하겠네요.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7)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TORFL 1단계 읽기·듣기 - 제가 먼저 합격해 보겠습니다, 2주 만에 바로 끝내는 TORFL 1단계
김애리.시원스쿨 어학연구소 지음 / 시원스쿨닷컴 / 2023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토르플 1단계 어휘•문법 교재에 이어 이 읽기•듣기를 공부하게 되었습니다. 단기간에 어학 점수 따기가 너무도 어렵지만 출제 경향에 가장 잘 부합하는 지문으로 공부하고 시험 요령을 잘 가르쳐 주는 교재, 강좌로 공부하면 마냥 어렵지만도 않겠다 싶었습니다. 

어휘•문법은 두 영역이 매 단원에 합쳐졌었지만 이 교재에서 읽기와 듣기는 각각 전반부와 후반부로 나뉘어 있습니다. 

읽기 영역에서 제4강을 보면 장문독해인데 이처럼 인물 소개에 대한 게 토르플에서 많이 출제되나 봅니다. 키릴 문자로 스티브 잡스를 Стив Джовс라고 쓰는 게 재미있습니다. 영어에서도 Django라든가 Djakarta, Dzungaria라는 표기를 가끔 하듯이 [dʒ]는 러시아어에서 저렇게 음사됩니다. 지문에서 Apple이라든가 Pixar 같은 고유명사는 키릴이 아니라 로마자 그대로 쓰고 있네요. 또 고유명사를 마치 독일어처럼 << >> 안에 넣습니다. 

p67의 12강을 보면 세르기예프 파사드라는 역사적 지명(그 외에도 야로슬라블, 코스트로마)에 대한 소개 지문이 나옵니다. Посад는 파사드라고 읽는데 강세 없는 첫 음절의 о는 [아]처럼 발음되기 때문이겠습니다. 러시아에는 이처럼 사람 이름을 따서 무슨무슨 파사드라고 부르는 곳이 많다고 하네요. 

p87의 18강을 보면 Кунсткамера라고 러시아 최초의 박물관에 대한 지문이 있습니다. Kunst는 원래 독일어로 "예술"이라는 뜻이죠. 제2의 도시 상트페테르부르크부터가 벌써 독일식 지명이듯 러시아는 인접국 독일로부터 많은 영향을 받았음을 여기서도 알 수 있습니다.    

토르플 독해는 지문이 꽤 긴 대신 문제는 평이하고 세 개의 선지 중에 답을 고르게 하는 게 특이했습니다. 모든 단원 뒤에는 지문에 실렸던 필수 표현, 단어가 따로 박스 안에 정리되었습니다. 

듣기 영역은 일단 시원스쿨 어학자료실에 가서 음원을 먼저 다운받으면 됩니다. 로그인 상태에서 가능하며, 공부 자료실을 찾아 들어가면 게시판에 53개 자료가 올라와 있습니다. 대략 98Mb 정도 용량인데 현재 저 포함 16명이 받아갔네요.  

p110의 듣기 2강 지문을 들어 보면 누군가(젊은 남성)가 자기 형에 대해 말하는 내용이 나옵니다. здравствуйте(즈드라스트부이쩨)는 아마도 모든 러시아어 첫번째 강좌에서 학생들에게 처음으로 가르치는 인사말이겠습니다. 음원을 들어 봐도 알 수 있지만 첫번째 в는 발음에서 생략이 됩니다(즉 묵음). С детства(어려서부터, 스 졔츠트바), 전치사 с가 since, from의 뜻이죠. когда는 영어의 when인데 여기서는 시간을 나타내는 부사절을 이끄는 접속사입니다. 

p134의 10강 지문은 인물 소개, 은퇴한 테니스 선수 마리아 샤라포바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남자 성우의 목소리로 읽어 줍니다. С детства(어려서부터)가 2강에 이어 또 나오네요. 

было는 원형 быть(영어의 be 동사)의 중성 과거 시제인데 특이하게 러시아어는 과거 시제로 가면 주어 젠더의 남, 여, 중에 따라서 다르게 변화합니다. 1, 2, 3인칭 변화가 과거에서 없고 단복 구별은 있습니다. 샤라포바가 여자니까 여성 была(브일라)가 되어야 할 텐데 그게 아니라 было(브일로)가 된 이유는 6살 꼬마라서입니다. 독일어도 Mädchen(소녀)이 여성이 아니라 중성명사지요. 

이 둘째 문단에서 당시 미국 출신 유명 여성 테니스 종목 선수였던 마르티나 나브라틸로바를 만난 이야기가 나옵니다. 나이 좀 드신 분들에게는 귀에 익은 이름이겠습니다. встретилась(프스트례찔라시)는 여성 완료과거입니다. 러시아어 시제는 먼저 완료상/불완료상으로 나누고, 그다음에 과거와 미래를 나누는데 저 개인적으로는 영어의 과거완료, 현재완료보다 이게 합리적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완료상이고 재귀형이므로 뒤에 전치사 с가 오는데 영어는 이런 경우 meet with라고 하기보다는 그냥 meet라고 타동사처럼 취급하죠. 문맥상 샤라포바와 나브라틸로바가 둘이서만 만났다는 뜻 같으므로 후자가 맞겠습니다. 

또 Навратиловой라고 나브라틸로바라는 이름의 생격(生格. genitive)이 쓰였는데 이때 전치사 с가 생격 지배이기 때문이겠지요. 하필이면 나브라틸로바도 체코 혈통(즉 같은 슬라브인)이라서 그냥 이름만 봐선 누가 미국 사람이란 건지 알 수 없습니다. 이 듣기 지문의 스크립트는 p236에 있습니다. 

올해판 교재에는 실전모의고사가 따로 실렸으므로 이 파트도 꼭 한번 쳐 보고 입실해야겠습니다.  

*시원스쿨에서 제공한 교재를 공부하고 솔직하게,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두근두근 마음이 말해요 - 마음 표현하기 같이쑥쑥 가치학교
박윤경 지음, 박연옥 그림 / 키즈프렌즈 / 2023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어른들 사이도 그렇지만 아이들끼리도 소통의 바른 방법은 무척 중요합니다. 이 책에는 모두 두 편의 이야기가 실렸는데, 아이들이 학교에서 얼마든지 실제 겪을 수 있는 일일 뿐 아니라, 어른들 역시 대화와 관계에서 반드시 명심해야 할 교훈이 담겼네요. 

첫째 이야기는 <호루라기를 불어요>입니다. 개인적으로 호루라기 소리가 시끄러워서 별로 좋아하지는 않는데, 모든 게 아직 신기한 아이들에겐 여전히 귀하고 재미있는 물건이 될 수도 있나 봅니다. 등장인물은 최민수, 박진성, 유채아, 진성이 엄마, 담임 선생님 등 다섯 명입니다. 최민수는 제멋대로 스타일이고 거짓말을 잘하며 친구들을 괴롭히고 놀리기를 좋아합니다. 주인공은 박진성이라고 봐야 하겠는데 마음은 착하지만 성질이 다소 급하다는 게 흠입니다. 진성이는 반에서 "화르르"라는 별명이 붙은 게 민수의 프레이밍 때문이라고 생각하지만(p13), 사실 객관적으로 보면 성격이 좀 급한 게 맞습니다. 

주인공 진성이 중심으로 이야기가 펼쳐지지만 사실 이야기의 큰 교훈은 채아를 통해 전달되는 것 같습니다. 채아는 남한테 싫은 소리를 잘 안 하고 누가 무슨 말을 해도 웃어 주고 좋은 말로 답해 줍니다. 진성이는 그런 채아가 좋을 뿐 아니라 존경하는(?) 마음까지 생기는데 자신 같으면 그렇게 못 할 것 같아서입니다. 

"나라면 엄청 화냈을 것 같은데, 채아는 그렇지 않네(p31)." 

그런데 채아도 마냥 자기 생각을 억누르는 건 아닙니다. p43에서 채아는 선생님이 사태의 진상을 오해하자 지금까지와는 달리 적극적으로 해명, 고발(...)을 시도하며, 뜻밖에도 조금 지나간 일까지 거론하며 민수에게 사과할 것을 요구합니다. 그 일은 앞 p34에 나오는, 주인인 채아 허락 없이 공룡 연필을 민수가 가져간 것입니다. 부당한 일은 그 상대가 말썽꾸러기 친구이건 선생님이건 간에 딱부러지게 그자리에서 지적을 해야 하며 괜히 마음에만 담아둘 필요가 없다는 거죠. 

그리고 민수는 애가 끝까지 참 못됐네요. 사과를 하려면 확실히 해야지 모기소리처럼 중얼거리는 것도 참 마음에 안 듭니다. 

이야기의 교훈에 대해 p48에서 따로 좀 더 자세히 설명되며, 어린 독자들의 독후활동으로 p50 이하에 질문에 답하기, 그림으로 그려 표현하기 등이 제시됩니다.  

둘째 이야기는 <우리들의 덩크슛>입니다. 장서은, 진성호, 지수(성을 모르겠습니다) 세 명이 나오는데 서은이는 키가 커서 슬픈 소녀입니다. 원래는 명랑하고 얘기도 잘하는 앤데, 유치원 친구들이 놀린 적이 있었고, 초등학교 입학해서는 옆에 앉은 은아한테 "웃을 때 바보같다"는 말까지 들은 후 마음을 닫고 표정도 무뚝뚝한 아이가 되고 말았습니다. 지수하고만 유독 말이 잘 통했는데 얘가 아빠 따라 미국에 가게 되어 헤어지고 말았습니다. 그러다가 우연히 진성호를 알게 되어 농구를 배우는데 이게 자신의 적성에 맞다는 걸 알게 되며 다시 자신감이 생깁니다. 

키가 큰 성인 여성이 의외로 키 컴플렉스를 가진 경우를 종종 봅니다. 하지만 서은이처럼 어린 나이에는 반대로 자신감의 원천이 되는 게 보통인데 서은이는 애가 너무 착해서 남들이 부러워서 시비 거는 걸 두고 자신에게 무슨 문제가 있는 줄 착각한 듯합니다. 아이 때에는 성격 바뀌는 게 한순간이라서 행여 위축되거나 자기 세계에 갇힌 아이가 되지 않도록 어른들의 세심한 지도가 필요할 것 같습니다.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5)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영화로 배우는 베트남어 디자이너 - 영화 속 장면으로 리얼 베트남어 완벽 마스터! (본책 + 영화 전체 대본 + 원어민 MP3 파일)
송유리.시원스쿨 어학연구소 지음 / 시원스쿨닷컴 / 2023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2017년작 베트남 영화 <디자이너> 감상을 통해 베트남어를 공부할 수 있는 교재입니다. 영화나 드라마를 통해 외국어를 공부하는 방법은 제법 효과가 큰데 장면장면과 구체적인 표현들이 함께 엮여 머리에 오래 남기 때문입니다. 이미 영어나 일본어를, 많은 사람들이 그런 방법으로 공부하고 있습니다.  

<디자이너>는 풀 감상시 1시간 40분 정도 분량이며 베로니카 응오 같은 세계적으로 유명한 배우가 주연(1969년의 탄 마이 역)을 맡았습니다. <대부 2>처럼 과거와 현재를 오가며 서사가 펼쳐집니다. 책에서는 모두 30개의 장면을 뽑아내어 베트남 구어 중 유용한 표현들을 집중적으로 분석하며, 영화 팬들을 위해서는 전체 대본이 책 후반부에 실렸네요. 전체 대본은 테이크 단위로 구분되었고, 대사 바로 밑에 한국어 번역문이 일일이 붙어서 공부하기에 편합니다. 

아오자이가 뭔지 몰라서 검색해 봤는데 베트남 전통 의상이라고 합니다. 교재 p28등에 나오듯 áo daì라고 쓰며, 이 영화에서 니으 이와 그 엄마가 대립하는 주된 이유입니다. 엄마는 딸한테 전통 기술을 전수하여 엄마의 정신과 가치도 이어가고 최소한의 생계 수단을 익혀 주려 하지만 딸은 꿈이 훨씬 큽니다. 두 시간대 중 하나인 1969년에는 미국에서 아폴로 11호가 달 착륙에 성공한 해이며, p28의 니으 이의 대사 중 cung trăng 운운이 그것입니다. cung은 (이제는 베트남에서 쓰지 않는) 한자로 쓰면 宮(궁)이며 trăng(짱)은 달입니다. 그래서 달나라 궁전이란 뜻도 되고 그냥 달이라고도 이해됩니다.  

딸은 서양식 옷을 디자인하고 만들고 싶어하며 엄마는 그에 반대하는, 어떻게 보면 세대 간의 전형적인 대립입니다. truyển은 한자로 傳(전)이며 발음은 쯔웬이라고 합니다. nhân(년)은 人(인), 즉 사람입니다. 한국식으로 새기면 전인인데 이게 후계자라는 뜻이라고 하네요. dạ는 [이야]처럼 읽고 "네"라는 뜻을 가집니다. 한자 也하고도 통한다니 재미있습니다. 

Vậy thì cô thử phối vài thứ rổi trình bày concept. (교재 p73. "그럼 몇 가지를 매칭해서 콘셉트를 발표해 봐." 책의 번역 그대로이며 극중에서는 헬렌의 대사입니다) 

이런 대사 한 줄에서도 우리가 배워 응용할 수 있는 표현이 무척 많습니다. Vậy는 [버이]로 읽히며 "그렇다면"이란 뜻입니다. 그냥 vậy thì[버이 티]를 하나의 의미 chunk로 보고 "그렇다면"의 구어 표현으로 이해하는 게 낫겠습니다. rổi는 이 문장에서 뜻이 안 통하는데, 제 생각에는 rọi 혹은 rồi가 아닐까 싶습니다. 둘 다 [조이]지만 성조에 차이가 있습니다. 위 문장을 보면 cô가 주어 구실이며 thử (A) thử (B), 즉 "A 해 보고 B해 봐"라는 의미이겠네요. 

결말은 딸도 어느 정도 꿈을 이루고 세대 간의 대립도 완화된다는 식입니다. 1969년이면 아직 베트남이 공산 통일이 되기 전이고 따라서 호찌민 시(市)도 아직 이름이 사이공입니다. 2017년이면 베트남도 1980년대에 개시된 도이모이 정책의 성과에 따라 현대화의 과실을 누리는 시점이죠. p171을 보면 니으 이는 재봉사를 넘어 자신의 꿈인 디자이너가 결국 되고 마는데 묘하게도 이 영화의 영어 제목은 the tailor, 즉 재봉사입니다. 따라서 한국어 제목이 더 제대로 붙었다고나 하겠네요. 원제는 Cô Ba Sài Gòn인데, Cô Sài Gòn은 "미스 사이공"입니다. 여기에 ba(3)이 붙었으니, 3년 연속 미스 사이공 입선자라는 뜻입니다. 

*시원스쿨에서 제공한 교재를 공부하고 솔직하게,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9)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