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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훈.해커스 사회복지사 연구소 지음 / 해커스사회복지사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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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박정훈 저 1급 통합기본서, 기출문제집을 1회독하고 리뷰도 썼습니다만 다시 이 핵심요약집을 공부하게 되었습니다. 이상적인 공부는 통합기본서를 꼼꼼히 훑은 후, 문제집으로 빈 부분을 메꾸는 걸로 완결이 되어야 하지만, 현실적으로 그 방대한 이론들이 다 생각나지 않았습니다. 시험 날짜는 다가오고... 결국 핵심요약집으로 정말 핵심이 되는 뼈대를 다시 세울 수밖에 없었네요. 

그런데 이름은 핵심요약집이지만 편집이 기본서하고는 완전 다르기 때문에, 공부하는 입장에서는 뭔가 새로운 기분으로, 혹은 다른 각도로 이론에 접근하는 느낌이었습니다. 이래서 수험서는 성의 있는 편집이 정말 중요합니다. 또 말그대로 정말 시험에 나올 만한 사항만 추려 주는 노련한 센스가 절실히 요구됩니다. 

p53을 보면 기출 11, 17, 18, 19라고 출제 연도가 표기된 사항, 태아기 발달에 영향을 주는 요인들이 정리되었습니다. 이 부분은 난도는 그리 높지 않지만 여튼 자주 출제가 되죠. ⑥내분비교란물질(환경호르몬)에의 노출은 참 섬뜩하기도 한데, 특히 다이옥신, 비스페놀A, PVC에 노출되면 기형아, 미숙아의 발생 가능성이 높아진다고 합니다. 요즘 부쩍 이 비율이 높아진 게 다 이런 이유가 있지 않을까 싶네요. 

p59에도 특히 빈번히 출제되었던 사항, 심리적 발달, 그 중에서도 피아제의 구체적 조작기의 시기에 대한 깔끔한 정리가 나옵니다. 보존개념의 획득, 조합기술의 획득, 탈중심화, 가역적사고(역조작성) 등을 잘 알아 두어야 하겠습니다. 사실 이 부분은 통합기본서나 핵심요약집이나 강조 포인트에 큰 차이가 없습니다. 

확실히 핵심요약집으로 공부를 하니 진도가 팍팍 넘어가서 좋습니다. 이번에 핵심요약집 보면서 느낀 건, 핵심요약집을 그냥 먼저 보고 기출 돌린 후에, 논리적으로 너무 뜬다 싶은 공백 있는 파트만 통합기본서로 메꾸어도 그 나름 실리적인 전략이 아닐까 하는 것이었습니다. 그 대표적인 예가 p92의 내적타당도 저해요인 통제방법입니다. 교재에도 나와 있듯이 이는 외생변수가 종속변수에 미치는 효과를 통제하는 방법입니다. 이처럼, 핵심요약집인데도 정말 필요한 부분은 또 살이 붙어 있습니다. 

p142를 보면 로웬버그와 돌고프의 윤리적 원칙 심사표(일반결정모델 하의)가 있습니다. 수험생들이 잘 못 외울까봐 암기 tip이라며 두문자를 뽑아 생평자최삶사진이라고 이쁘게 강조해서 제시하고 있네요. 핵심요약집은 이런 맛이 좀 있어야 합니다. 

p181을 보면 인지행동모델의 개입 기법이 일목요연하게 정리되었습니다. ⑤역설적 의도를 보면 복지사가 클라이언트의 불안에 대한 인지적 오류에 도전하기 위해 오히려 그가 두려워하거나 불안해하는 행동을 하도록 지시하는 기법이라고 설명이 나옵니다. 실천개입모델에서 얼마나 다양한 상황이 상정되었는지 알 수 있죠. p180에 그 유명한 인지적 오류 사항들이 잘 정리되어 있습니다. 이 부분은 사복 1급이 아니라 상식선에서도 알아둘 필요가 있으며 다른 시험에도 참으로 자주 출제되죠. 

우리는 메디케어, 메디케이드 정책 같은 걸 1990년대 빌 클린턴 정부가 처음 도입하려 든 줄 알지만 p233을 보면 poverty in the midst of plenty, war on poverty 기조에 따라 케네디, 존슨 정부가 연방 차원에서 지역사회 개혁을 이미 단행했다고 나옵니다. p279를 보면 경제학에서 끌어온 파레토효율 개념이 표로 정리되었습니다. 푸른색으로 노트된 "평등과 효율의 공존" 조건이 무엇인지도 체크하고 넘어가야 하겠습니다. 

경영학에서 발전시킨 인적자원관리 이론도 사복 1급에서 자주 출제됩니다. p366의 직원개발 유형, 방법 등도 표로 멋지게 정리가 되었습니다. 역할연기, 신디케이트 등이 앞으로 자주 출제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모든 단원에는 페이지 우단에 푸른색으로 따로 박스를 쳐서 "바로확인하는OX"란을 만들어 놓았습니다. 수험생들의 긴장감을 유지하기 위해 답은 O와 X를 적절히 무작위로 섞었으니 짐작으로 때우지 말고 정직하게 풀어 보고 진짜 실력을 체크해야 하겠네요.  

여태 접해 본 핵심요약집 중에 최고였습니다. 반드시 합격하길.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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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 해커스 펀드투자권유대행인 최종핵심정리문제집 + 실전모의고사 2회분 - 핵심정리문제 실전까지 10일 완성|하루 10분 개념완성 자료집, 무료 바로 채점 및 성적 분석 서비스 제공|인강 할인쿠폰 수록
민영기.송영욱 지음 / 해커스금융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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펀드투자권유대행인은 집합투자증권의 매매를 권유하거나 투자자문계약, 투자일임계약, 신탁계약의 체결을 권유하는 자를 말합니다(p10. 원 출처는 금융투자회사의 영업 및 업무에 관한 규정 2-17조). 여기서 집합투자증권은 집합투자기구에 속해 있고 얼마만큼의 지분을 갖고 있음을 표창하는 증권입니다. 그리고, 저 집합투자기구라는 게 우리가 아는 펀드입니다. 

과목은 제1과목 펀드투자, 제2과목 투자권유, 제3과목 부동산펀드입니다. 먼저 가장 어렵다고 하는 펀드투자 과목부터 훑어 보았습니다. p20을 보면 주어와 대상이 반대로 된 ③이 답입니다. 집합투자업자는 자산운용사를 가리킵니다. 그러니 집합투자업자가 신탁업자에게 지시를 내리는 것이지 그 반대가 아니겠죠. 

바로 옆 페이지 문제를 보면 세 주체가 각각 무엇을 하는지 더 분명하게 알 수 있습니다. 집합투자장권을 환매, 판매하는 건 "판매회사"입니다. p21 하단을 보면 표가 나오는데, "집합투자업자의 운용지시 등에 대한 감시"가 나옵니다. 이게 세 주체 중 신탁업자의 중요한 업무라고 따로 교재에 표시를 해 놨습니다. 이런 정리가 잘 되어 있으므로 사실 기본서가 따로 필요할 것 같지 않다는 느낌도 살짝 듭니다. 

p31을 보면 단기금융집합투자기구에 대한 문제가 나옵니다. 이건 우리가 MMF라고 아는 그것이죠. 특이하게 이 펀드는 보유 재산을 시가가 아닌 장부가액으로 평가한다고 합니다. 다만 이는 잠정규정이고 향후에 시가로 전환될 예정이죠. 장부가가 시가보다 높게 평가된다고 여겨지면, 뱅크런이 아닌 펀드런이 벌어질 위험이 있기 때문입니다. p38에는 상장지수집합투자기구라는 말이 나오는데 이게 우리가 아는 ETF입니다. ④가 답인데 주식의 성격을 갖기 때문에 구태여 다음날 종가로 가격이 결정될 이유가 없습니다. 주식은 매매체결이 이뤄지면 즉시 시장가로 내 계좌에 들어올 뿐입니다. 단 증권사 출금은 며칠 뒤죠. 

본문에서 항목을 문제화한 43문제가 끝나면 출제예상문제 86개가 이어집니다. 정답 및 해설은 바로 오른쪽 하단에 나와서 구태여 교재 뒤를 찾아볼 필요가 없습니다. p65의 05번을 보면 ②가 답인데 100억이 아니라 50억이 맞지요. 중요도가 ★★★라고 나옵니다. p82의 43번을 보면 인덱스펀드 추적오차(tracking error)에 대해 묻습니다. 인덱스펀드에 종목 차이가 있으면 그건 이미 인덱스펀드가 아니고, 다만 인덱스펀드와 추적대상지수 사이 포트폴리오 차이는 있을 수 있죠. 이 문제도 중요도가 ★★★입니다. 

1과목 투자관리가, 학부 3학년 때 배우는 재무관리 핵심과도 연결되어 내용이 어렵습니다. p117에서 산술평균은 우리가 아는 평균 개념, 즉 모든 걸 더하고 개수로 나눈 것입니다. 기하평균은 모든 걸 곱하고 거기에다가 n제곱근을 친 것입니다. 이 문제는 평균 수익률이라는 게 산술 or 기하 어느 개념을 잡느냐에 따라 얼마나 팍팍 달라지는지 잘 보여 줍니다. 첫해에 100% 수익이 나고, 다음 해에 마이너스 50%이면 우리 상식으로는 100+(-50) / 2 해서 25%가 답입니다. 그런데 이걸 기하평균으로 구하면, 책 해설대로 해도 되지만, 100만xRxR=100을 하면 R=1이고 여기에서 1을 다시 빼면 0, 그래서 답은 0%가 됩니다.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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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쩐 : 하 - 김원석 극본
김원석 지음 / 너와숲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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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35를 보면 대본과 실제 드라마 대사가 좀 다릅니다. 대본집에는 "바람의 아들 이종범"이라고 나오는데 드라마에서는 "바람의 조카"라고 되어 있네요. 약간 어색하긴 해도 뒤의 것이 더 낫다고 생각합니다. 드라마에서도 증권감독원이라는 현판인데 대본집에서는 본문 중 주석을 통해 "現 금융감독원의 전신"이라고 설명하지만 드라마에선 아무 설명이 없습니다. 반면 p37에서 리픽싱 같은 용어에 아무 설명이 없는데 드라마에서는 클로즈드 캡션을 통해 뜻을 설명해 줍니다. 그럴 만합니다. 한편으로, p112 등 에서는 블록딜 등을 캐릭터 장태춘 등이 직접 설명해 줍니다. 

p35에 은용이가 코인야구장에서 읽는 게 경제신문이라고만 나오는데 드라마에서는 무슨 "동향(!)경제일보"라고 제호가 찍혀서 웃었습니다(책 중에도 동향경제일보 읽는 스틸 컷이 실렸습니다). 드라마에서 U-MART라는 편의점 비슷한 데서 (정직 중) 검사 태춘이 간단하게 요기하는데 대리기사 차림이 잘 어울리고 훨씬 어려 보여서 잠시 다른 사람인 줄 알았습니다.   

p107에서 중절모를 쓰고 검찰청에서 조사받기를 마치고 나가는 명인주가 함진 검사에게 "일좀 하입시다"라고 할 때 "아유 그럼 곧 또 뵙겠네요. 회장님이 일하시면 검사들도 할 일이 생겨서"라고 할 때 개인적으로 드라마에서 가장 재치있는 대사라고 생각했습니다. 함진 역 최정인 배우가 저 개인적으로는 이 드라마에서 (나이는 좀 드셨지만) 제일 미인처럼 보였습니다. 

이 드라마에서 가장 섬뜩한 비주얼의 캐릭터는 이진호인데 배우 원현준씨가 열연했습니다. 경상도 사투리의 여러 컬러 중 맛깔나는 두 가지를 김홍파씨, 원현준씨가 (서로 안 겹치게) 잘 보여 줬다고 생각합니다. 이진호는 은용한테 수시로 요장, 요장 거리는데 이거는 구글에 검색을 해도 그 뜻이 안 나옵니다. 상권 p38에 비로소 그 뜻이 본문 중 주석으로 설명되는데 "소년원 학생회장"이라고 하네요. 이런 건 어떻게 아는 건지 신기했습니다. 하권 p179에 용이가 "교도소에서 짱먹었다"고 자랑하는 대목 있습니다. 

이진호는 여러 깡패들을 대동하고 상권 후반부에서 기자회견장으로 향하는 박준경의 차를 대로변에서 덮쳐 테러를 가하는데 이 드라마에서 가장 말이 안 되는 장면이라 생각했습니다. p120에서 그에 대한 리벤지로 박준경이 이진호를 잡아와 둘이 대치하는 장면은... 둘의 실력 차이가 너무 나서 시청자로서 민망할 정도였습니다. 

전직 검사지만 너무도 경박하고 그 영혼이란 애저녁에 악마... 아니 명인주에게 팔아먹은 이수동 역을 권혁씨가 재미있게 잘 연기했습니다. 이 드라마에서 (비록 악역이지만) 개인적으로 가장 애정이 가는 캐릭터였습니다. 이 배우는 <치얼업>에도 잠시 나왔는데 진선호 母 황진희의 남편(처를 경멸하여 결국 이혼하는) 역이었고 이 드라마에서와는 분위기가 180도 다릅니다.  

곽 박사라는 캐릭터는 p58, p131 등에 나오는데 이 배우는 <사랑과 전쟁>에 괴퍅한 시아버지 역으로 종종 나오는 우상전씨입니다. 특히 드라마에서는 곽 박사가 젊은 여자(라곤 하나 40대로 보임)를 대동하고 황기석 부부와 식사를 같이하는 장면이 있는데 명품 바막 밑에 초록색 상의를 받쳐 입은 저 여자가 누군가 했으나 대본집에 "내연녀"라고 나옵니다(ㅋ 그랬었군). 

참고로 이 드라마에서는 "내연녀"가 두 사람 나오는데 다른 사람은 p296 이하에 나오는 이수동의 내연녀입니다. 여기서 사실 장태춘팀이 사용한 트릭은 위험천만하기 짝이 없는데 함진이 명인주를 놓고 "그 정도로 무모한 인물은 아니"라고 하는 대목은 무책임하기 짝이 없습니다(p175에서 심지어 박준경은 "명회장이 이 정도로 미친 짓을 몰랐다"고 하네요?ㅋ). 네, 사람은 원래 화가 나면 무슨 짓을 할 줄 모르는 겁니다. 여자 하나 목숨을 걸고(아무리 업소녀라고 하지만) 공권력이 그런 장난을 칠 수 있나요? 장검사님, 당신 oo도 그런 출신 아니었습니까? ㅎㅎ 

p150을 보면 아주 중요한 대사가 나오는데 명인주가 자기 사위 황기석에게 "니는 내 돈 지키는 개다."라고 하는 게 그것입니다. (스포일러 조심!) 사실 이 드라마에서 가장 납득이 안 되는 게, 어쩜 저렇게 은용이 박준경 짱태추이 좋으라고 적전분열이 때맞춰 잘 일어나냐는 겁니다. 하늘이 돕기라도 하는 걸까요? 황기석이처럼 출세만을 지상과제로 삼는 괴물이 참된 가족의 의미를 알 리 없고 정략으로 만난 사람들이 이해관계가 충돌하는 지점에서 잘도 갈라설 수 있다는 의미로 좋게 해석하기로 했습니다. 또 명세희가 쉽게 부친을 배신할 수 있는 것도, 그녀는 자신만의 독자적인 야망(돈으로 살 수 없는, 세종로 1번지 집에 들어가 사는 것)이 있기 때문이라는 설정도 미리 마련되었긴 합니다.   

p308에서 차 박사라는 사람이 은용에게 "그러니까 당신도 결국은 블루넷을 집어삼킨 명 회장과 같은 사람 아닙니까?"라고 하며, p199에서 이미 장태춘은 "우리가 명회장이나 황기석하고 다를 게 뭡니까!"라고 박준경에게 따지는 장면이 있습니다. 하긴 여기서 좀 싸워줘야 명인주-황기석 진영의 뜬금없는 내분과 균형이 맞죠. 아 물론 황기석도 무려 1화에서부터 선을 자주 넘는 장인과 싸우기는 했으니 밑밥은 없었다고 못합니다.  

제가 이 드라마에서 가장 공감이 가는 캐릭터는 남계장(검찰수사관)입니다. 그는 적당히 속물적이면서도 인간 양심의 코어를 지킵니다. 능력도 출중하고 어떤 상황에 처해서도 균형 감각을 잃지 않습니다. 장태춘(얘는 그나마 나이나 어리지)이나 박준경처럼 어처구니없는 자기모순을 드러내지도 않습니다. 함진 검사도 김성태(구치소에서 은용을 린치한 깡패)를 수사할 때 그게 강압수사 아니라고 과연 장담할 수 있나요? 시청자야 린치 상황을 직접 봤으니 아는 거지만 함 검사는 뭘 근거로 그렇게 확신하는지.  

9화에 보면 검찰청 앞에 "수사는 경찰에게 기소는 검사에게"라는 표어 스탠드가 보이는데 실제로 서초동에 이런 게 서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괜한 정치적 오해의 소지가 있으므로 없애는 편이 나았을 겁니다. 저 표어가 무색하게 장태춘과 (특히) 박준경은 잘도 월권을 하고 다닙니다.  

그랬거나 말았거나 이 대본집은 참 예쁜 굿즈입니다. 시청자로서 감사하게 생각하며 끝에 실린 김원석 작가의 짧은 후기도 여러 상상을 하게 도왔습니다. 이선균씨 싸인이 참 독특하단 느낌도 들었으며 <끝까지 간다> 이래 그의 연기는 언제나 탁월했다는 점 다시 말하고 싶네요.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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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름왕
이홍 지음 / 문학사상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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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동아시아에서 발전한 스포츠 중에는 내가 아닌 상대방의 강한 힘을 역이용하는 기술이 발달한 게 있습니다. 일본의 유도나 한국의 씨름이 특히 그렇습니다. 타고난 신체 능력, 권력 관계 같은 게 처음에 고정된 그대로만 가면 사람 사는 세상에 재미가 하나도 없을 뿐더러 어떤 발전 같은 것도 기대하기 힘들게 됩니다. 어떤 의외성 같은 게 언제나 있어야 하며, 인간이란 동물은 본래 뻔한 것, 재미없는 걸 못 견뎌 합니다. 

이 책에는 모두 일곱 편의 소설이 실렸습니다. 앞의 세 편은 김지현이라는 중년 여성이 1인칭 주인공이며 그 정체는 연쇄연애범(p229, p251 등)입니다. p134에 전남친 리스트가 죽 나옵니다. p165에선 그녀의 유명한 남성 편력을 드러내는 "태풍순이'라는 별명도 소개됩니다. 중간의 두 편 주인공은 홍지운이라는 남성이며 앞의 김지현과 동갑이고 묘한 인연으로 엮인 사이입니다. 마지막 두 편은 김지현의 아들 재우가 주인공인데 앞의 홍지운, 그의 처 연수와 역시 독특한 인연으로 맺어졌습니다. 각 편을 독립된 소설로 읽어도 되고 하나의 긴 장편이 7챕터로 나뉘었다고 봐도 되겠네요. 책 전체 제목은 "씨름왕"인데 둘째 작품의 제목을 겸했습니다. 제목과는 달리 토속적인 느낌은 전혀 없고 내내 지나칠 만큼 도회적인 분위기인데다 병적일 만큼 시크한 주인공들이 벌이는 찌릿찌릿하면서 비극적인 로맨스가 주조입니다. 

작품 전체 주인공으로 봐도 될 김지현은 루라는 이름의 이탈리아인과 결혼 직전에 쌍둥이를 임신합니다. 이때 그의 나이 사십대 후반인데 이런저런 불리한 사정을 쿨하게 이해해 주는 게 루와 그 모친입니다. 이탈리아 남성들이 그 모친과 늦은 나이까지 유대관계를 이어가는 건 학문적으로도 널리 인정되는 팩트인데 그렇다고 이 작품의 루는 캥거루족은 아니고 아주 멋진 사람 같습니다. 문제는 김지현 쪽에 있는데 쓸데없이 민감한 성격인데다 한 이성과의 관계를 진득하게 이어가질 못합니디. 

청년시절 씨름 종목에서 준 프로선수였던 지현의 부친은 체력도 빼어나고 호탕한 성품의 소유자였습니다. 김지현의 집안이 기울게 된 경위는 넷째 작품 <줄리아나>에서 지운의 입을 통해 드러납니다. 만약 그런 일이 없었다면 저렇게 건강이 나빠져서 고통스러운 죽음에 이르지는 않았을 듯합니다. 지운이 지현과 그 어린 아들 재우에게 그토록 특별한 배려를 할 수 있었던 건, 지현 부친이 어려서 곤경에 처한 자신에게 보였던 특별한 호의 때문이기도 합니다(전남친 뭐 이런 것보다). 그 일화는 제3자가 보기에도 정말 흐뭇한데, 참 남자답고 시원시원한 성격이 그대로 드러납니다. 어렵게 상품으로 타낸 황소를 아무렇지도 않게 지인들에게 잔치 메뉴로 대접하는 것만 봐도 그렇습니다. 그런데 이런 낭만적인 분들이 악착같이 재물모으는 데는 서투른 면이 공통적으로 있습니다. 

줄리아나 나이트클럽은 p131에서 처음 언급되는데 뭔가 이름에서부터 기대가 되더니만 기어이 화자까지 바뀌어서 바로 다음에 독립된 작품의 제목으로 등장합니다. 당시에는 한국에서 남농이 꽤 인기종목이었고 김지현을 중심으로 일어난 그 소동은 이 점을 감안해야 더 재미나게 다가옵니다. 열정적인 성품의 김지현은 아이를 밴 채 배꼽티를 입고 2002 피파월드컵 거리 응원에 나서는데 이 장면도 작품을 읽으며 구체적으로 눈 앞에 떠오를 만큼 잘 묘사되었습니다. 

어쩌면 이 작품에서 진짜 주인공은 지운의 전처 연수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지운과 지현과는 달리 연수는 어려서 내내 불리한 환경에서 자라난 듯합니다. 지운이야 지현 집안에 진 빚이 없다고 할 수 없겠지만 연수는 구태여 지현과 재우에게 그런 배려를 할 필요가 없었는데도 이런저런 계산 없이 인간적인 호의를 베푼 것 아닐까요? 마지막에 참된 성 정체성(이것도 의문입니다. 성범죄 트라우마 때문에 생긴 일시적 장애가 아니었을지)을 일깨웠다곤 하지만 그 "더치 우먼"은 철저히 연수를 이용하려 든 것뿐인데도 연수는 그냥 자기가 좋으니까 기꺼이 이용을 당해 줍니다. 

지현은 관계를 지속 못 하는 것도 문제지만 하필 그 중에서 결혼할 남자의 품질을 감별하는 능력도 서투릅니다. 재우의 생부는 이혼 후에도 기어이 속을 썩이고 급기야 아들을 전과자로 만들기 직전까지 갑니다. 항상 자신의 감정에 충실했지만 결국은 언제나 상황에 떠밀리고 손해보는 쪽이었던 지현은 이제 처음으로 "들배지기"를 느껴본다고 하지만 더 지켜 봐야 할 듯합니다. 확실한 건, 많이 늦었지만 이제는 정말로 그녀의 인생에 어떤 반전이 필요하단 것입니다.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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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왜 저 인간이 싫을까? - 인간관계가 불편한 사람들의 관계 심리학, 7주년 기념 개정판
오카다 다카시 지음, 김해용 옮김 / 동양북스(동양문고)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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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본래 타인에 대해 폭 넓은 공감을 하게끔 만들어진 존재인데 경우에 따라 타인에 대해 지나친 알레르기 반응을 보이는 유형이 있다고 합니다. 저자는 이런 사람들이 이렇게 된 이유에 대해 그 성장 과정에서 충분한 사랑을 받지 못하고 자라나서 그렇다고 합니다. 그런데 이런 불운한 성장 과정을 거친 사람은 본래 그렇다고 하지만, 충분히 애정을 받고 자란 사람들도 사회에 나와서 지나친 경쟁에 시달리다 보면 저런 "인간 알레르기" 환자들과 다를 바 없어지는 부작용도 생긴다고 하네요. 내가 날 때부터 갖고 태어난 축복, 부모님께 받은 혜택 등을, 쓸데없는 소모적 관계에서 낭비해 버린다면 참 가슴 아픈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무엇보다 우리는 우리 스스로를 소중하게 여기는 사람들이 되어야 하겠습니다. 

심리학개론에서 자주 배우는 게 투영, 전이 같은 반응입니다. 억압, 치환, 승화 같은 것도 있습니다(p77). 우리 인간의 이성은 완벽하게 합리적일 수 없고, 많은 경우 합리적이긴커녕 매우 감정적이고 충동적이기 쉽습니다. 그래서 남뿐 아니라 나의 이러이러한 행동도 비이성적일 수 있음을 명심하고 자기객관화를 끊임없이 시도해야 정신의 균형추를 잘 잡을 수 있겠습니다. 무려 분자세포학 단계에서도 자살 유전자라고 부르는 세포사(細胞死 apotopsis) 시스템이 존재한다는데(p55), 사람 역시 죽음을 동경하는 이상한 본능이 내재한다고 합니다. 이를 피하는 방법으로서 저자가 제시한 건 에로스와 타나토스 둘을 잘 조절하여, 감정이 어느 한편에 의해 폭주하는 일을 막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면역 시스템은 정말 중요합니다. 최근 코로나19가 다시 유행한다고 하는데, 면역력이 떨어지는 분들은 요즘 이 병에 다시 감염되어 고생깨나 한다고들 들었습니다. 면역력은 물론 각종 유행병뿐 아니라 암까지 막아 주는 든든한 건강 자산이지만 이 면역 반응이 지나쳐도 문제가 됩니다. 저자는 육체뿐 아니라 마음의 면역도 주장하는데, 앞에서 이야기한 대로 타인에 대해 너무 밀어내는 반응을 보여도 문제이지만, 타인을 너무 쉽게 믿고 위험한 상대에게 경솔히 호의를 베푸는 건(p81), 거친 사회에서 방어막을 너무 쉽게 내려 버리는 나쁜 선택이 될 수 있다고 경고합니다.   

일본 속담에는 "부처님 얼굴도 세 번까지(p114)"라는 게 있나 봅니다. 내가 미리 부탁도 했는데 나한테 똑같은 잘못을 되풀이하는 사람이 꼭 있습니다(사실 저 역시도 마찬가지로, 다른 분이 미리 신신당부하신 바를 못 지킨 아픈 기억이 있네요). 여튼 이런 사람에 대한 이물감(책의 표현입니다)이 마음의 항체로 자리잡아서 인간 알레르기를 일으키기도 합니다. 물론 이런 거부 반응이 꼭 나쁘다고는 할 수 없습니다(p99). 오히려 이런 최소한의 면역 반응이 있어야 내가 사회에서 얼굴도 모르던 사람들과의 치열한 상호작용과 소통 괴정에서 상처 덜 받고 살아남을 수 있습니다.  

인간 알레르기가 위험한 건, 한번 반응이 일어나면 이게 폭발적이라는 사실입니다. 저자는 도미노 현상, 변질 등을 드는데 그 가장 나쁜 부작용은 "마음을 허락해도 되는 사람들에게까지 이물질로 취급하고 알레르기를 형성(p127)"한다는 것입니다. 해리 할로는 애착 실험을 통해 포유류가 어떤 경우에 모자 사이에 이상 감정 교류가 일어나 성체가 되어서도 장애를 겪는지를 연구했습니다. 바늘인형 밑에서 자란 원숭이는 자해라든가 정형행동의 반복 등 이상행태를 보였고 여기까지는 예측이 된 바입니다. 그러나 놀라운 건 천 인형 밑에서 별 고통 없이 큰 원숭이도 자폐 비슷한 단계에 머물렀다는 것입니다. 진짜 엄마가 애한테 없었으면, 환경적으로 평안했건 위협적이었건 결과는 큰 차이 없이 부정적으로 나온다는 게 놀랍습니다. 

더 놀라운 건 르네 스피츠의 실험인데(p153), 시설이 잘 정비된 고아 시설에서 자란 아이보다 차라리 교도소에서 엄마와 같이 자란 아이들이 훨씬 정상적으로 자랐다는 사실입니다. 몇 년 전 트럼프가 대통령일 때 그 영부인이 멕시코 불법 이민자의 어린 자녀에 대해 엄마와의 분리 조치를 끝까지 반대했던 사실도 기억이 나게 했네요. 포유류라는 동물의 유전자 체계가 어떻게 설계되었는지에 대해 참으로 깊은 생각을 하게 되는 대목입니다. 

우리는 어차피 사람들, 타인들 속에서 살아가야 하는 존재입니다. 사르트르 같은 철학자는 "타인은 지옥이다"라고 했다지만 혹 그렇다면 우리는 지옥에 던져진 숙명을 어떻게 지혜롭게 헤쳐나갈지를 고민해야 합니다. 너무 경계하는 것도 문제이지만 지나치게 경계를 풀고 소중한 나 자신을 위험에 노출하는 것도 역시 문제입니다. 중용의 도를 잘 지키는 게 예나 지금이나 핵심입니다.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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