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 독학 광둥어 실전 비즈니스 - 단어·회화·문법·패턴·문화로 광동어 완벽 마스터 GO! 독학 시리즈
시원스쿨 중국어연구소.SOW Publishing 지음 / 시원스쿨닷컴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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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중순경에 광둥어 두걸음 교재를 공부하고 리뷰를 올렸었습니다. 첫걸음 교재를 충분히 떼지 못하고 다소 서둘러 공부했던지라 부족함이 많았습니다. 이 책은 시원 광둥어 코스 중에서는 가장 난도가 높다 할 실전 비즈니스편인데 지금 저를 비롯해서 광둥어 공부하는 이들은 대부분 저쪽 파트너들과 (부족한 대로) 그들의 언어로 소통하려는 목적이겠으므로 이 책, 이 코스가 반드시 필요합니다. 이 단계까지 하지 않는다면 애초에 시작할 이유가 없었다 하겠습니다.    

비즈니스 커뮤니케이션 코스에서 아무래도 가장 중요한 건 mp3 음원을 반복해서 듣고 최대한 원어민과 비슷한 발음을 내어 보는 것입니다. 교재 앞날개 하단에 보면 QR코드가 있는데, 교재에도 그런 설명이 나오지만 바로 음원을 들을 수 있어서 훨씬 편합니다. 타 언어 코스는 일단 회원가입을 하고 로그인 상태에서 해당 쌤 자료실을 찾아간 후 압축파일 해제까지 번거로운 과정을 거쳐야 하지만 이 음원은 다운로드도 필요없이 스캔 후 즉시 들을 수 있습니다. 물론 저는 이후 반복해서 듣기 위해 저장까지 마쳤습니다. 

광둥어 음원(64Mb), 표준중국어 음원(54Mb) 두 개입니다. 그런데 자료실에 가면 과별로, 트랙별로 다 구분이 된 다른 음원이 나옵니다. 그렇지 않고 앞날개 QR 스캔해서 받은 건 트랙 구분 없이 책 전체가 죽 하나로 이어진 것입니다(광둥어/중국어 구분만 함). 아무래도 밀도 있는 학습을 위해선 로그인한 후 자료실에 가서 트랙별로 짤린 것도 함께 다운받는 게 낫겠습니다. 중국어 통음원에는 차례번호가 생략되니 그 점도 조심해야 합니다. 

한국어와 중국어도 같은 한자로 되었으나 뜻은 전혀 다른 게 많고, 같은 뜻을 다른 한자로 쓰는 것도 있습니다. p8 이하에 그런 어휘들 목록이 죽 이어지는데 모두 비즈니스 연관이라서 학습 동기가 더 강하게 솟구치기도 하네요. 경제는 우리말로 경제이며, 광둥어로도 중국어로도 모두 經濟입니다만 후자의 경우 간자체(簡字體)로 나옵니다. 발음은 [낑짜이]에 가까우며, 중국어는 [찡찌]인데 충격인 건 성조도 완전히 다르다는 점입니다. 후자는 4성-4성인데 전자는 1성-3성입니다. 발음도 다른데 성조까지 이렇게 차이가 나니 통역이 당연히 필요하겠습니다.  

두걸음 교재 리뷰에서도 언급했지만 이 교재의 가장 큰 장점은 광둥어-중국어-한국어해석을 나란히 배치해서 한눈에 각각 어떤 차이가 나는지 쉽게 알도록 돕는다는 점입니다. 물론 광둥어, 중국어 문장들 밑에다가는 병음도 일일이 달아 놓았습니다(그러나 음원을 듣고 일일이 따라하며 체크해야 하며 병음, 월병만 갖고는 결코 온전한 공부가 안 됩니다). 

모든 단원은 맨 앞에 어휘 공부, 다음에 핵심 표현 익히기, 주제별 단어 학습이 나옵니다. 주제별 단어 학습은 간단한 컬러 일러스트가 함께 실려서 편의를 돕습니다. 그다음에 문법 공부가 나오는데 이 파트가 교재에서 가장 멋지게 되었습니다. 광둥어와 중국어, 영어(!), 한국어가 보기 좋게 배열되어 문장 하나를 오래 기억에 남게 돕습니다. 물론 중국어 기초가 약한 학습자가 광둥어만 먼저 배우는 경우라면 중국어 부분을 생략해도 됩니다(그러나 가능하면 같이 해야겠죠). 

중국어 공부해 보신 분들은 알겠지만 在 같은 단어가 "동작의 진행"을 나타냅니다. 이게 광둥어에서는 緊으로 바뀌는 것이죠. 한국식 한자로는 긴할 긴 자인데, 광둥어에서는 [껀] 같은 발음이고 2성입니다. 광둥어 2성도 아래에서 위로 올라가는 성조인데 중국어보다 더 밑에서 출발하여 위로 올라가는 게 다릅니다. 緊은 중국에서는 3성이며 [찐]처럼 소리납니다. 문법 파트에서 나오는 예문이 "저는 야근을 하고 있어요.", "저희 회사는 새로운 공급 업체를 찾고 있어요." 같은 비즈니스 활용 표현들로 되어 있어 실전에 바로 쓰입니다.    

p136의 嚟(리. 입 구 口+검을 려 黎)는 광둥어에만 있는 글자인데 발음은 [라이]이며 4성입니다. 이걸 중국어로는 來라고 할 뿐입니다. 去는 광둥어로 [허위]처럼 읽습니다. 이건 중국어에서도 용법이 같으나 단 발음은 [추]로 바뀝니다. 

이 교재는 부록에서 실제 은행에서 돈 찾는 방법, 그때마다 쓸 수 있는 광둥어 회화 표현, 수표 작성하는 방법(한국과는 달리 홍콩에서 필요할 때가 많습니다), 단어의 본문 페이지 색인 등 굉장히 성의를 들인 컨텐츠가 많습니다. 독자들이 현장에서 요구했던 사항을 대폭 반영했다는데 정말로 그런 흔적이 뚜렷해서 만족스러웠습니다.  

*시원스쿨 중국어연구소에서 제공한 교재를 공부하고 나서, 솔직하게, 또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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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폐혁명 - 암호화폐가 불러올 금융빅뱅
홍익희.홍기대 지음 / 앳워크 / 201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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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2018년에 간행된 책인데 이때 이미 암호화폐의 도입이 부를 여러 파장을 종합적으로 고찰하고 있습니다. 암호화폐가 무엇인지 이해하려면 먼저 화폐의 본질에 대해 짚고 넘어가야 하는데 모두 5챕터로 구성된 이 책에서 2장, 3장을 통해 화폐 일반의 지난 역사를 두루 짚습니다. 서론 격인 1장에서 아직도 이 새로운 현상이 어색하고 낯설었을 독자들을 위해 문제의식부터 심어 주고, 4장에서 암호화폐의 역사를 요약 분석한 후, 5장에서 향후 전망, 즉 암호화폐를 둘러싸고 세계 자본 간에 벌어질 전쟁 양상에 대해 내다봅니다. 책이 나온지 5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이만큼 짜임새 있는 체제로 독자를 가르치고, 정확한 정보를 전달하며, 심지어 예측도 상당수가 적중한 책은 보기 힘든 듯합니다. (단, 그간 발생한 최신 사정들은 따로 업데이트가 필요하겠죠) 

"비트코인의 탄생 10년, 비트코인은 시작에 불과하다!" 뒤표지에 적힌 모토입니다. 5년 전 책이니 이제 이 혁신적 아이템이 탄생한지 15년이 지났으며, 한국의 대중에게 본격적으로 알려진 게 대략 10년 정도 전입니다. 이제는 내 자산을 불릴 때 포트폴리오 편입 사항으로 암호화폐를 고려하지 하지 않을 수 없으며, 주변에서도 비트코인의 등락으로 웃고 우는 모습을 흔히 보게 됩니다. 비트코인이 한국인의 실생활에서 널리 결제 수단으로 쓰이게 되려면 아직 많이 남았을지 모르지만, 지금 먼저 선점(투자)해 두고 나중에 큰 이익을 보려는 사람들, 혹은 세력들 간의 눈치싸움은 전쟁을 방불케 합니다. 

저자 홍익희 홍기대 두 분이 한국인이시니만치 책에는 한국의 화폐사 부분도 흥미롭게, 또 비중 있게 서술됩니다. 참고로 두 분은 부자지간이며(앞날개에 사진이 있습니다) 부친 홍 교수는 코트라맨으로 굵직한 경력을 쌓으신 분이고 아드님 홍 대표는 어려서부터 해외에 체류, 성장하여 탁월한 국제 감각과 외국어 실력을 갖춘 분으로 보입니다. p96을 보면 우리 고대 왕국 고구려에서 어떻게 무역이 이뤄졌으며, 국제 거래시 주된 품목이 짐승의 가죽이었고 이 가죽의 교역을 위해 길고 뚜렷한 루트가 형성되었음이 설명됩니다. 한국사 교과서에서도 배웠듯 도전(刀錢)과 포전(布錢)이 화폐로 사용되었습니다. 

그리스, 특히 마케도니아 중심의 알렉산더 제국은 BC 3세기에 지중해 세계를 제패하고 멀리 인도까지 짓치고 들어갔을 만큼 번성했습니다. 이런 그리스 제국이 왜 신흥 로마에게 패권을 넘겨 주었는가? 알렉산더가 대두하기 전 천하를 호령했던 아테네는 지중해에서 널리 쓰던 금화에 구리를 슬쩍 넣어 순도를 낮추기 시작했습니다. 저자는 이를 두고 인위적 인플레이션이 유발되었다고 지적합니다. 경기가 너무 침체하면 억지로라도 돈을 풀어야 합니다만 이후 그에 걸맞은 생산력 증대가 실제 안 일어나면 악성, 만성 인플레이션이 고착화되고 2023년에 사는 우리들도 그를 막기 위해 고금리 정책을 감수하는 중입니다. 

저자 중 홍익희 교수는 <유대인 경제사>라는 베스트셀러 저술로 유명한데 책 p200 이하를 보면 20세기 초반 모건 그룹과 록펠러 그룹의 실세들이 만나 연방준비은행을 만든 비하인드 스토리가 간단히 나와서 흥미롭습니다. 지금 세계가 리세션을 걱정하는 중인데 이 책도 챕터3에서 미국 경제사를 개관하며 공황의 리제와 본질이 무엇이었는지 분석합니다. 이처럼 경제 공부는 과거를 통해 현재와 미래를 꿰뚫어보는 작업이 하나의 중요한 목적이기도 합니다. 

p321에 보면 1970년대에 만들어진 국제결제시스템 SWIFT가 간략히 설명됩니다. 현재 국제간 거래는 단일 화폐가 사용되지도 않을뿐더러 설령 기축통화인 달러를 쓴다해도 여러은행들을 거치는 동안 시간도 걸릴 뿐 아니라 누가 그 수고를 공짜로 해 줄 수 없으므로 수수료가 지출됩니다. 저자가 이 말을 하는 이유는, 암호화폐가 널리 쓰이면 이 모든 수고가 한순간에 0, 제로가 됨을 지적하기 위해서입니다. 아무런 물리적 실체나 효용이 없는 암호화폐가 지금 그토록 기대를 모으고 고가로 치솟는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 

1년 전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할 때 서유럽과 미국은 러시아를 이 SWIFT에서 퇴출했는데, 이때 러시아와 중국은 대안이 될 만한 결제 시스템을 새로 만들겠다고 발표했으며 몇 주 전 드러났듯 사우디를 살살 꼬셔서 이 체제에 들어오게 할 요량입니다. 그 성패 여부는 지금 알 수 없으나 이를 계기로 SWIFT가 균열되면 암호화폐 통용 시기가 더 앞당겨지는 데에 영향을 끼칠 수 있겠네요. 

p390을 보면 채권시장 불안에 대한 언급이 있어서 순간 눈을 의심했습니다. 자산시장의 규모는 책에 나오는 것처럼 외환>상품>채권>주식 순입니다. 그만큼 (일반인들에게는 의외로) 채권시장의 규모가 큰 것인데 이놈의 채권이라는 게 알고보니 조용할 날이 없다시피했었네요. 지금 SVB 파산도 채권 가격 불안정에서 비롯했고, 엉뚱하게도 반 년 전 김진태 강원지사의 엄청난 판단착오로 한국 채권 시장에 큰 동요가 올뻔한 적도 있습니다. 

이 책 p391은 완전 도선비기나 정감록 수준(?)의 예언력을 과시하는데 미 연준에서 금리를 (인플레 잡겠답시고) 자꾸 올리면 이걸 채권 시장이 감당 못한다는 겁니다. 채권은 정해진 날짜에 정해진 이자와 원금을 따박따박 받는 게 목적인데 인플레가 생기겠다 싶으면 저 정해진 금액만 받아 챙기는 게 다 손해입니다. 그러니 채권 시장에서 채권을 살 때 최대한 후려쳐야 하는데 금리가 정도껏 올라야 이것도 가능하지, 연준이 자꾸 저렇게 해 대면 아예 시장 자체가 붕괴할 수 있는데 그게 5년 전과 지금이 다르지 않습니다(지금이 더 심함). 게다가 이 책은 코로나19가 터지기 전에 나왔는데도 말이죠. 

탈중앙화가 핵심인 암호화폐의 대두 와중에도 이와는 정반대 방향을 잡은 현상도 유력한 게 흥미롭습니다. 저자는 2018년에도 예를 들어 리플 같은 건 사전에 검증된 주체만을 검증자로 허용하는데 이는 비잔티움 장군의 문제 증명 등의 성과가 무색해지는 정책입니다(p304). 또 특정 소셜미디어에만 연동되는 화폐(p333), 이스라엘의 디지털 세겔 추진, 중국의 무조건 금지화(p348) 등 시대 조류에 역행하는 듯 보이는 현상도 주의깊게 지켜볼 필요가 있습니다.  

재미도 있고 깊이 있는 통찰도 동시에 얻을 수 있었던 유익한 독서였습니다.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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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상의 컬렉션 - 당신의 마음을 사로잡을 단 하나의 보물
KBS 천상의컬렉션 제작팀 지음, 탁현규 해설.감수 / 인플루엔셜(주) / 201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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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상의 컬렉션>은 KBS에서 방영된 프로그램으로, 지금도 여러 케이블 채널을 통해 재방송되곤 합니다. 

우리 민족은 예전부터 손재주가 무척 빼어났습니다. 그 기술이라는 게 잔재주에 그치지 않고, 하늘과 땅, 그리고 같은 누리에 사는 사람들과 그 혼(魂)이 두루 통하는, 일종의 신기(神技)에 가까운 것이었습니다. 이런 경지를 천의무봉, 혹은 교탈천공(巧奪天工)이라고도 부릅니다. 아마도 그 비결은 천혜의 아름다운 풍경과 맑은 기운으로 가득한 우리네 산천이 우리 겨레를 그리 키운 데서 비롯하지 않았나 싶습니다. 우리 민족이 여태 빚고 그리고 세운 모든 예술품들은 말그대로 천상의 컬렉션을 구성할 아이템으로서 자격이 넘칩니다.

이 책은 모두 5부로 이뤄졌습니다. 1부는 2차원 평면에 전개된 회화 명작들을 소개합니다. 안평대군은 세종의 셋째 아들로서 천하의 풍류남아였습니다. 그의 주위에는 천하의 재사, 문인, 예인들이 몰려들어 하나의 작은 궁정(宮庭)을 이루었는데 그 번성함이 마치 춘추전국시대 맹상군, 선릉군, 평원군 같은 귀공자들의 세도와 맞먹었습니다. 어느날 안평대군이 도연명의 <도화원기>를 읽고 꾼 듯한 꿈 이야기를 화공 안견에게 들려 주고 그리게 했다는 <몽유도원도>는 섬세하면서도 호방하고 심지어 정치적 이상마저 표현합니다. 당대의 명사들이 그림에 남긴 찬문(撰文)까지 더해 가히 국보 중 국보라고 불릴 만합니다. 책에서는 이런 원대하고 풍성한 비전을 표현할 수 있었던 안평대군의 기상에 위협을 느껴 수양대군이 거사를 일으켰다고까지 서술합니다. 일리가 있습니다. 

실경이 있고 진경이 따로 있습니다. 실경은 말그대로 실제 경치를 있는 그대로 묘사한 기술의 결정체입니다. 진경은 사람 눈으로 볼 수 있는 한계를 넘어 대상의 아름다움을 한 폭의 구도에 남김없이 표현하는 경지입니다. 앞으로 5G 기술이 발전하면 온갖 각도에서 스포츠 경기를 입체적으로 시청할 수 있다는데, 적어도 경기의 디테일과 전체적 양상을 파악하는 면에서는 현장 직관보다 TV 시청이 나을 수도 있습니다. 조선 후기 선비들이 겸재 정선의 <금강전도> 감상을 실제 산천 구경보다 낫다고 평가했고, 그의 작픔들이 청나라를 통해 접근된 서양인들의 그림 시장에서도 큰 인기를 끈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 

아무리 근엄한 유교 이념이 지배하는 나라라고 해도 사람 내면에 자리한 욕망과 열정, 사랑이 내내 억눌리고 시들 수만은 없습니다. 정조의 문체반정 때문에, 조선 후기 한때 큰 인기를 끌었던 소설 문학은 크게 위축되고 생명력을 잃었습니다(p83). 이때 이형록, 장한종 같은 화원이 나타나 책가도라는 그림 형식을 발전시켰는데 이런 그림 속에는 책, 문방구, 사치품(청나라로부터 온) 등이 아름답게 배치되어 그려졌습니다. 또 양반 아닌 평민들을 위한 책가도에는 책보다는 온갖 행운, 무병장수의 상징들이 표현되어 서민 고유의 실용주의, 세속주의가 잘 드러납니다. 

경주 괘릉의 무인상을 보면 동아시아인의 얼굴 같지가 않고 마치 코카서스 인종처럼 보입니다. 페르시아의 고전 설화체계인 <쿠쉬나메>를 보면 황금의 나라 바실라가 등장하는데 이게 아마 신라를 지칭하겠다고 전문가들은 추정합니다(p111). 신라는 천 년도 전의 왕국이며 페르시아와 한반도는 지구 반 바퀴를 돌아야 만날 수 있는 먼 거리인데도 이처럼 개성 강한 두 세계가 이미 소통하고 있었다는 사실이 놀랍습니다. 금이 그처럼이나 흔했다는데 그 많던 부(富)의 상징이 다 어디로 가고 조선 내내 가난하게 살았는지 알다가도 모를 일입니다.  

종(鐘)도 참으로 아름답고 조상들 고유의 경건한 세계관을 잘 반영하여 만들어졌습니다. 선녀가 하늘에서 내려오는 모습을 비천상(飛天像)이라고 하는데(p146), 이 부근에 종 치는 부분(당좌)을 따로 만들고 여기를 통해서만 종소리가 나게 한다고 책에 나옵니다. 세게 어디서도 찾을 수 없는 우리 조상들만의 고유한 미의식과 지혜가 이런 조형물에서도 일일이 확인됩니다. 

한민족은 내내 풍수도의 길(吉)한 진리를 믿었습니다. 그래서 성리학을 숭상한 조선 시대에조차 입지의 길함과 불길함을 따져 건축물을 세웠고, 특이하게도 왕자가 날 때 생기는 태를 따로 묻는 태실이란 건조물을 전국 최고 명당에 따로 조성했다고 나옵니다(p187). 이렇게까지 왕실의 대를 잇는 데 공을 신성라게 들였음에도 불구하고 조선 왕비 중 거의 절반이 아이를 못 낳았다고 하니 그 이유가 어디에 있었을지 연구해 볼 일이 아닐 수 없네요. 

일본어에 쿠다라나이라는 표현이 있는데 시시하다는 뜻이며, 그 어원에 대해서는 여러 입장이 있으나 그 중 가장 유력한 건 "백제없다"에서 왔다는 설명입니다. 백제산이 아닌 건 예술품이건 뭐건 일본에서 그만큼 높은 평가를 못 받았다는 뜻이 되죠. p214에 나오듯 유독 삼국 중에서 백제가 각종 예술품에서 자기만의  최고 수준 미의식을 뽐낸 건 정말 기이할 정도입니다. 온갖 벽돌에서 갖가지 방법으로 아름다움을 뽀내는 선(線)과 요철의 각도.. 이런 아름다움을 감상하다 보면 상실의 아픔도 절로 치유될 듯하다고 책에서는 말힙니다. 

에술은 겉모습을 통해서도 아름다움을 드러내지만 진짜 아름다움은 그 안에 담긴 정신입니다. 조선왕조실록은 5백 년 넘는 왕조의 거의 모든 역사적 사실을 춘추필법으로 담았는데 이를 기록한 사관의 정신은 그야말로 목에 칼이 들어와도 바른 말을 후세에 남기고 말겠다는 선비의 푸른 절개가 깃든 것입니다. 어떤 회화나 조각, 건축물보다 아름다운 게 이런 대쪽 같은 정신이며, 우리 민족에게 오천 년 동안 그 고유의 생명력과 혼을 지탱해 준, 진정한 예술품의 극한적 아름다움 그 증명이라고 하겠습니다.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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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여행 플랜북 - 한 권으로 완성하는 나만의 세계여행
김동국 외 지음 / 미호 / 201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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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평생 한 번쯤은 꿈꾸는 세계여행입니다. 돈이 넉넉히 있고 시간이 마련되어야 가능합니다. 그런데 막상 세계 여행을 할 모든 여건이 구비되어도, 이를 실행에 옮길 구체적인 계획이 허술하면 낭패를 볼 수 있습니다. 엉뚱한 곳에 가서 시간을 허비한다거나, 경로를 잘못 잡아 공연히 돈을 더 쓰게 되었다거나, 숙박 업소가 마음에 안 들어 기분을 망친 끝에 여행 전체를 악몽으로 기억하게 되는 건, 모두 준비가 부족해서입니다. 무작정 발 가는 대로 기분대로 다니기에는, 세계여행은 대단히 치밀한 조사와 꼼꼼한 계산이 사전에 필요하며 사실 제법 리스키하기도 한 프로젝트입니다. 

이 책은 해외의 설레는 여러 여행지들을 그저 소개만 하는 게 아니라, 우리가 실제로 여행을 갈 때 무엇무엇을 준비해야 할지 , 개념도 잡아 주고, 개념이 잡힌 후에는 코스도 시범으로 꾸려 주고, 구체적인 코스에서 최소한 어디어디를 짚어야 하고 즐길 수 있는지 알려 주며, 나아가 여행 고수들은 어디까지 샅샅이 그 맛을 뽑아내는지도 가르쳐 줍니다. 

내가 만약 결정장애 비슷한 게 있다거나, 아예 세계 여행 경험이 전무하다면, 그냥 이 책에서 시키는 대로만 착실하게 계획 짜고 경로와 코스도 따라가는 게 좋겠습니다. 적어도 나중에 실패한 여행의 기억 때문에 이불킥하는 일은 없겠죠. 만약 세계 여행을 몇 번 해 봤거나 나만의 뚜렷한 취향, 관점이 있어서 계획만큼은 내 색깔대로 짜는 편이라 해도, 이 책을 보고 내 계획에 어떤 허점은 없는지, 혹은 더 낫게 고칠 구석은 없는지 체계적으로 체크할 수 있겠습니다.  

p36을 보면 "대륙 이동 순서의 핵심은 날씨"라고 합니다. 벌써 이런 지적부터가 세계여행에 대한 전문가, 베테랑의 관점(초보자가 간과하는)을 드러냅니다. 우기(雨期)에 하필 걸려 현지에서 꼼짝도 못하고 숙소에 갇힌다거나 하면 여행은 벌써 망치는 겁니다. 각 지점이 각각 최상의 날씨를 보이겠다 싶은 시기에 점프해 다닐 수 있게 일정을 짜는 게 1순위입니다. 그런데 여기서도, 남유럽과 터키(튀르키예)는 1년 내내 좋은 날씨이므로 이 점 반드시 고려해야 하겠네요. 우리와 비슷하게 6~8월이 우기인 동남아도 그 기간은 피해야 하겠습니다. 

대륙별로 꼭 가 볼 만한 도시들을 소개하는데 저는 제가 못 가 본 도시 중심으로 체크해 봤습니다. 브라질의 상루이스는 일일 생활비가 $50~80이며(이 책이 '18년판이므로 최신 정보는 따로 점검 필요), 체류 일수는 2~4일을 추천합니다. 저는 이 책이 개별 도시 안내서가 아니라 "일주 여행 플랜"을 가르쳐 주는 목적이므로, 그에 맞게 이런 정보가 나와서 참 좋았습니다. 물론 이건 저자들 취향에 따른 하나의 제안이긴 하지만(절대적인 건 아님), 뭔가 레퍼런스가 될 만한 게 있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교통편 같은 것도 세심하게, 보기 좋게 나옵니다. 사실 현지에 막상 가 보면 어플이나 웹 정보 참조가 그때그때 척척 이뤄지는 게 생각만큼 쉽지 않습니다. 전파 장애나 데이터 소진을 걱정할 필요가 없는, 완벽한 오프라인 정보 소스가 될 이런 책을 꼭 휴대해야 하고 다녀야 합니다. 

볼리비아는 남미에서 유일한 내륙국입니다. 수도는 라파스인데 p101에 보면 그 외에도 포토시(Potosi)라는 곳이 소개됩니다. 이 지명은 우리가 고교 세계지리 시간에 은(銀. silver) 광산으로 유명하다고 배웠었기 때문에 이름이 좀 익숙합니다. 볼리비아인들은 포토시라고 발음할 때 맨 뒤에 강세를 주는데 일종의 불규칙 사례이죠. 또 책에 나오듯이 아주 높은 고도에 위치하므로 그 점 감안해야 됩니다. 포토시뿐 아니라 이 일대가 다 고지대입니다. 

대략 20년 전에 한국에서 체 게바라 자서전이 베스트셀러가 된 적 있었는데 p167을 보면 특히 그의 흔적이 짙게 남은 산타클라라가 추천됩니다. 이 책에서도 게바라를 특별히 이 항목에서 환기합니다. 모든 여행은 결국 인문과 역사의 현장체험이기도 합니다. 대략 10년 전쯤부터 한국인들도 부쩍 쿠바 여행을 선호하기 시작했는데 애초에 공산 혁명 전부터 세계 최고의 관광지 중 하나였던 곳입니다. 

남태평양의 호주, 또 남아시아(주로 인도)의 콜카타(캘커타), 다즐링만 해도 한국인들이 자주 찾습니다. 그러나 p304의 라자스탄은 한국 사람들이 자주 찾는 곳이 아닌데 이런 곳까지 책이 짚어 줘서 놀랐습니다. 사실 이곳은 역사적으로 굵직한 사건이 자주 벌어진, 특히 인도 역사상으로 의미 깊은 지역이기 때문입니다. 인도 대륙의 지배자가 되려면 이 지방의 강건한 전사 종족과 어떻게든 결착을 봐야 했습니다. 아크바르 대제도 이 지역 토호들과 결국은 일정 부분 타협을 거쳐야만 했던, 결코 온전히 누구에게도 정복되지 않은 개성 강한 고장입니다. 칭기즈칸에게도, 영국 제국주의자들에게도. 

p338부터 유럽이 본격 소개됩니다. 컬러 사진 속 비키니 미녀들의 시원스러운 뒤태만 봐도 벌써 마음이 설레는데 책은 이동 수단인 유레일패스부터 상세히 개관하며 셍겐 조약 후 대륙을 자유로이 다닐 자유가 생긴 이곳에 각별히 큰 애정을 담아 소개합니다. 사실 어떤 여행책이라도 유럽을 소홀히 다루면 그건 용의 그림에서 눈동자를 빼먹는 것입니다. 이 책은 p346 같은 데에서 4개월, 5개월 코스를 짤 때 어떤 루트가 가장 좋은지 제안해 줍니다. 이 책의 진가는 이런 데서 잘 드러납니다. 

책 후반부는 아프리카처럼 한국인들이 좀처럼 여행지로 꼽지 않는(못하는) 지역에까지 세심한 배려를 베풉니다. 이어 p552부터 세계 어디에서도 괜한 손해 안 보고 가능한 한 싼 숙소 찾기, 갑자기 아플 때 대처 요령, 자동차 여행 계획 세우기, 특히 부부끼리만 여행 갔을 때 주의할 점, 스탑오버, 다구간 항공권 활용하기, 환전 팁, 배낭 크기 줄이기(생각보다 중요합니다) 등 꿀정보를 알려 줍니다. 이름그대로 세계여행 플랜북이며 심심하면 꺼내 읽는 세계 지리 공부책으로도 활용할 수 있겠습니다.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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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흡하세요 그리고 미소지으세요 - 두 번째 화살을 피하는 방법
타라 브랙 지음, 윤서인 옮김 / 불광출판사 / 201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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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누구나 생체 기능을 이어가기 위해 "호흡"합니다. 또한 사람의 영혼을 갖고 태어난 이상 "미소" 지을 수도 있습니다. 어쩌면 저자께서는 인간 존재 양식의 가장 핵심만을 짚어 우리 미욱한 독자들에게 일깨워 주고 계신지도 모르겠습니다.  

저 호흡이 만약 우리의 신진 대사만을 위해 이뤄진다면, 우리 인간은 생존과 본능만을 위해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동물과 다를 바 없습니다. 호흡이 인간적일 수 있는 건, 따스한 여유와 이웃에의 지긋한 응시를 담은 미소와 함께하기 때문입니다.  

저자는 재미있는 가정을 합니다. 만약 우리가 눈을 떠 보니 우주 한복판에 내던져졌다면, 어떻게 생존을 담보할 수 있을까요? 저자는 "우주복"의 존재를 다시 가정합니다. 이 우주복은 수도 없이 다가오는 소행성과 우주 먼지와의 충돌에서 우리를 보호해 줄 겁니다. 뿐 아니라 비록 용량은 제한되겠지만 우리의 호흡에 필수적인 산소를 공급하고 이산화탄소를 정화할 것입니다. 또한 우주의 그 차디찬 온도로부터 우리의 항온을 지켜 주기도 하겠습니다.  

"우주복은 우리의 생존에 꼭 필요하며, 일부 전략은 우리가 생산적이고 안정적이고 책임감 있는 어른으로 성장하게 돕는다. 하지만 그 우주복은 우리가 유쾌하고 자유롭고 자발적으로 사는 것을 방해하기도 한다."(p52) 

그렇습니다. 우리는 "껍질이 깨지는 아픔 없이는"이란 제목을 단 차범석 선생의 희곡을 압니다. 우주복 없이 우리는 무정하고 허망한 공간에서 아마도 즉시의 죽음을 맞이할 것입니다. 그러나 언제까지 우주복 안에서 생을 영위할 수 없습니다. 다 자란 성체가 되었으면 이제 우주복을 벗고, 냉혹한 우주와 맨살 그대로의 소통을 해야 합니다. 비록 그 결과가 살을 에는 추위와의 조우이건, 혹은 질식할 듯한 진공의 압박이건 간에, 우리는 언젠가 우리를 둘러싼 환경, 아니 나 자신의 연속체와, 좋든 싫든 전면의 결합을 이루어야만 합니다. 그게 아니면 멸균의 온상 속에서 의미 없는 연명 끝에 미숙아로서의 삶을 마치는 수밖에 없습니다.  

우리는 귀의에 대해 너무 어렵게, 또 멀리만 생각합니다. 현세는 그저 남들 하는 만큼만 적당히 회개하고 적당히 눈물 흘리며 적당히 타락하여 남들 누리는 건 다 누리며 살고 싶어합니다. 그러나 이런 타락한 마음가짐으로는 영혼의 진정한 안식과 구원을 얻을 수 없습니다. 저자께서는 이런 안이한 생각에 대해 단호히 반대하십니다. p111을 보면 귀의처(歸依處)는 결코 "우리가 다른 곳으로 가"거나 "다른 존재로 바뀌"어야 도달할 수 있는 곳이 아닙니다. 그곳은 지금, 그리고 바로 우리 곁에 있습니다. 어떤 거창한 수련이나 환골탈태(換骨奪胎)를 거쳐야 하는 게 아니며, 바로 우리의 즉시 회심, 정화, 뉘우침만을 통해 즉시 도달 가능하다는 것입니다. 

특히 서양인의 경우 이런 동양식의 수련에 대해 익숙하지 않기 때문에 호흡과 명상만으로 어떻게 궁극의 안식을 얻겠는지 회의적일 수 있습니다. p145에서 제인이 털어놓는 솔직한 불만도 이런 이유에서 나온 것입니다. 그러나 저자는 R.A.I.N 방식을 끝까지 확신하며, 이 수련이 우리를 이끄는 그 신성한 경지,  "나를 관통하는 상쾌한, 활기찬 기운"이란 실제 체험해 본 사람만이 그 가치를 온전히 평가할 수 있다고 가르쳐 줍니다.  

20세기 초의 마술사 후디니는 탈출의 대가로 유명합니다. 아일랜드의 한 마을에서도 그는 특기인 탈출을 성공적으로 선보이려고 했으나 구속복(straight jacket)까지 다 벗고서는 이상하게 자물쇠를 열지 못했습니다. 나중에 책임자에게 자물쇠에 대해 묻자, 그는 처음부터 자물쇠가 잠겨 있지 않았다고 답합니 다. 모든 자물쇠를 다 열었던 후디니가, 애초에 잠기질 않았던 자물쇠는 손도 못 대고 갇혀 있었던 것입니다. 이 일화는 우리 자신을 가두는 가장 큰 족쇄는 바로 우리의 강박과 선입견임을 가르쳐 줍니다. 해탈과 안정이 바로 우리 곁에 있는데 뭘 어디서 거창하게 더 찾고 말고 할 것이 있겠습니까? 

p316에 보면 오랜 시간 동안 남편과 갈등 관계에 있던 에이미가 어떻게 최종적으로 마음의 평화를 얻었는지가 나옵니다. 우리는 사람들과 싸우며 상처를 받습니다. 이 상처를 다스리기 위해 우리가 쉽게 택하는 무기, 대응 방법은 보통 증오와 비난, 분노입니다. 그러나 이런 방식은 상대에게 내 것보다 더 큰 상처를 입힐 수는 있겠지만, 그렇다고 내 상처가 낫는 건 아닙니다. 이 사례에서 에이미는 남편을 용서함으로써 완전히 평안을 찾았는데, 저자는 용서의 정의를 "그 누구도 내 마음으로부터 몰아내지 않는 것"이라고 내립니다. 참으로 깨달은 사람의 마음 속에는 모든 사람, 모든 감정이 있는 그대로의 모습으로 소통하고 머무르고 대화하며 공존합니다. 그래서 깨달은 사람의 마음 안에는 거대한 우주가 깃들 수 있습니다.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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