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원스쿨 JLPT 최신 기출 유형 실전문제집 N1
Aj Online Test 지음, 시원스쿨JLPT연구소 엮음 / 시원스쿨닷컴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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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LPT N1는 난도가 꽤 높습니다. 변별력을 높이기 위해 최근에는 종전과 꽤 다른 유형의 문제들도 출제되는 듯합니다. 이 교재는 최근 12년간의 기출 문제를 모두 분석했다고 하는데 p6의 설명을 보면 시원스쿨 전문 연구진들이 직접 이 시험에 응시했다는 말도 나옵니다. 3회분이라고 해서 책이 얇을 줄 알았는데 문제파트 163쪽, 해설파트 146쪽 해서 모두 309쪽입니다. 용지도 백상지라서 더 두껍고 뭔가 책이 고급진 느낌마저 듭니다. 

p11 이하에는 출제 유형 가이드라고 해서, 한자읽기, 문맥규정, 유의표현, 특정 어휘의 바른 용법 고르기(이상 문자, 어휘), 문법 형식 판단, 문장 만들기, 문장의 자연스러운 연결(이상 문법) 등이 언어지식 영역에서 출제된다고 예제들을 통해 알려 줍니다. 그 다음은 독해 영역인데, 단문/중문/장문의 내용을 잘 이해했는지 묻는 유형, 본문의 취지에 잘 부합하는 선지 고르기, 지문 안에서 바른 정보 찾아내기 등의 유형이 출제됩니다. 

다음으로 2교시 청해인데 이 테스트를 위해 mp3 파일이 제공됩니다. 1회 모의고사는 p25에서 시작되는데 이 페이지에 QR코드가 있습니다. 하지만 2교시 청해 시험지는 저 뒤 p60에서부터 시작하니 착오 없어야 하겠네요. 여성 성우가 주의 사항과 문제를 먼저 읽어 주고, 이어지는 대화는 남성과 (아까 그) 여성 성우가 주고받는 형식입니다. p25에서 QR스캔 후 바로 재생되는 파일은 바로 스트리밍됩니다. 이 파일을 내 기기(PC나 폰)에 저장할 수도 있습니다. 이 파일(87.79Mb)은 1회 모의고사 2교시 청해시험 음성 파일이 통으로 다 녹음된 것입니다. 여성분 목소리가 약간 파르르 떨리는 느낌인데 제 착각인지는 모르겠습니다. 

p60의 2교시 문제 1번 옆에도 다른 QR코드가 있는데 이건 문제1의 1번~6번까지의 음원 링크입니다. 19Mb정도이며 이것도 로그인이나 회원가입 없이 바로 다운, 혹은 스트리밍 가능합니다. p63, 문제2의 1번~7번까지의 음원도 따로 다운(혹은 스트리밍) 가능합니다. 1회 모의고사는 p69에서 끝납니다. 

해설은 책 후반부에 따로 p1부터 시작합니다. 단, 자동 분책은 안 되므로 구태여 하려면 커터로 작업을 해야 하겠네요. 

우리는 萬(만)이라고 쓰는 글자를 일본인들은 万이라고 쓰죠. 이 글자를 우리도 안 쓰는 건 아니지만 적어도 교과서 같은 데서는 잘 쓰지 않습니다. 해설 파트 p4에 잘 나오지만 万은 まん[만]이나 ばん[반]으로 읽힙니다. 그런데 能(능)을 のう[노-]라고 읽으므로, 답은 ②가 맞겠습니다. 이건 답이 ① 아니면 ②인데 외우는 수밖에 없습니다. 대체로 성질을 칭찬하는 뉘앙스면 [반]이라고 읽더라구요(저 개인적 분석). 그런데 책에는 "전략 팁(이 교재가 자신있게 내세우는 특징입니다)"을 통해, JLPT에는 이 글자를 ばん으로 읽는 출제 빈도가 높다고 하니 기억해 둬야 하겠습니다. 

p76의 문제2 중 12번을 보면 답은 ④手際이며 이건 한국식 센스로 도저히 이해가 안 되는 한자어이므로 그냥 외워야 하겠습니다. 그런데 森은 대체로 もり[모리]라고 읽으며, p76의 문제 후리가나에도 그렇게 쓰였습니다. 그런데 전략해설집 p53에 보면 "야마다 씨"라고 되어 있어서 아마 오타인 듯합니다. 물론 사소한 미스프린트이며, 역시 이 교재는 해설이 굉장히 자세하고 폭이 넓습니다. 手際(てぎわ. 테기와)がいい는 "솜씨가 좋다"라는 뜻의 관용 표현이라서 통째 외우라고 알려 줍니다. 또 오답선지의 手法은 우리말의 방법과 같다고 하며, 우리가 수법이라고 하는 건 일어로 手口(てぐち. 테구치)라며 아주 자세히, 범위도 넓혀 가르칩니다. 이러니 이 교재가 특히 해설에 강하다는 평판이 나올 만하죠. 이 책으로 공부를 해 나가다 보면 내가 부족하던 걸 뭔가 잔뜩 배울 수 있을 것 같아 든든합니다. 

*시원스쿨 JLPT연구소에서 제공한 교재를 공부하고, 솔직하게, 또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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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의 존재에 대해 사과하지 말 것 - 삶, 사랑, 관계에 닿기 위한 자폐인 과학자의 인간 탐구기
카밀라 팡 지음, 김보은 옮김 / 푸른숲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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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성과 전형성이 이루는 조화". 이 세상은 원래 천차만별의 다양한 군상이 어울려 살아가는 곳이며, 어느 한 가지의 우세종이 독과점하는 단색 스펙트럼과는 거리가 멉니다. 맹수는 맹수답게 타고난 기질을 과시하며 질주하고, 순한 양은 양대로 온순하게 한 세상을 살다 마칩니다. 양에게 사자다움을 강요하거나 그 반대를 억지로 밀어붙여서는 안 됩니다. 저 말의 정확한 뜻은 이 책 p167에서 설명하는 에르고딕(ergodic) 이론 파트에서 더 잘 확인할 수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우리의 전형성에서 조금만 벗어난 누군가가 보이면 대번에 비정상의 딱지를 붙이려 듭니다. 그 사람이 우리보다 공동체에 끼치는 좋은 기여가 훨씬 큰 경우에조차 그렇습니다. 어떤 정상/비정상의 경계를 무리하게 가르려 드는 시도는 결국 세상을 더 나쁘게 만든다는 점을 알 필요가 있습니다. 

우리들이 쓰는 언어에는 비유(metaphor)라는 게 있습니다. 집채만큼 큰 빵이라고 할 때 웬만큼 그 덩어리가 크다는 뚯이지, 정말로 누가 아파트 한 채만한 빵을 만들었다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언어는 그 자체로 수학 기호처럼 명료하지 않으며 맥락이라는 게 보충되어야 정확한 이해가 가능합니다. 저자 카밀라 팡 박사는 어렸을 때의 자신을 스스로 평가하길 "상자 속에 갇혀 생각하는 사람(p27)"이라고 합니다. "문자 그대로로만 해석"하는 어떤 강박으로부터 벗어나기가 정말 힘들었다고 합니다. 

"사과 다섯 개를 사고, 달걀이 있으면 열두 개를 사오렴." 이런 말을 들으면 우리는 사과 5, 달걀 12를 사오는 게 정상인 반응일 것입니다. 그런데 저자 팡 박사는 어렸을 때 사과 12개를 사오곤 해서 엄마의 걱정을 샀다고 합니다. "달걀이 있으면"이란 부분을 하나의 조건문으로 보고, 달걀이 있을 시 사과 구매 개수가 열 두 개로 늘어나는 귀결문으로 해석, 마치 컴퓨터 알고리즘처럼 연산을 수행한 것입니다. 

애초에 "달걀이 있으면"이란 말은 남에게 일을 시키는 입장에서 할 필요가 없습니다. 없으면 어차피 못 사오는 것이고, 앞부분에선 "사과가 있으면" 같은 조건을 달지 않았기 때문에 두 종류의 지시는 뭔가 차이 나게 해석해야 한다는 착각을 (순전히 논리적 관점에서라면) 부를 만합니다. 이런 언어 관습은 효율성의 차원에서라면 필요가 없습니다. 

그러나 저런 종류의 착각은 초2 정도만 되어도 하지 않는 게 보통이죠. 알고리즘 자체의 무결성보다는 사람 사이에서의 융통성 있는 소통이 더 중요하다는 자각이 이미 저 나이에 들기 때문입니다. 어린 팡은 왜 그런 융통성을 발휘해야 하는지 이해를 못했고 그 과정에서 큰 상처를 받은 것입니다. 우리는 스마트폰 화면을 터치할 때 그 타점이 조금만 경계를 벗어나도 엉뚱한 페이지가 열리거나, 반응이 늦어져 이차 터치를 할 때 비로소 다음 링크가 열려 짜증을 내곤 했던 경험이 있습니다. 기계는 그저 제자리에서 정직하게 연산을 수행했고 잘못은 우리에게 있는데도 죄 없는 기기한테 화를 냅니다. 

사실 이런 문제는 한국에서도 팡 박사와는 무관하게 잘 알려졌는데, 군대 같은 상명하복 질서가 중요한 조직에서 저런 지시를 했을 경우 선임이 복장터진다며 이런 경우 후임, 고참 중 누구 잘못이냐고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논쟁이 치열했기 때문입니다. 성인인데도 너무도 융통성 없이 워딩에만 집착한 후임도 문제이겠고, 중의적 해석의 여지를 남긴 채 지시를 내린 선임 역시도 잘못이 있다고 봐야 하겠습니다. 

"나무는 서로 다른 맥락과 주장을 넘나들며 제 역할을 한다. 한 가지 주제에 집중할 수도 있고, 전체 줄거리를 파악하려 할 수도 있다(p32)." 여기서 팡 박사가 "나무"라고 하는 건 그저 비유(팡 박사가 서투르게 다뤘던!)이거나, 우리가 수형도라고 할 때의 그 나무를 뜻하는 건 아닙니다(물론 그렇게도 새길 수 있으나 그러면 의미가 크게 축소되고 맙니다). 팡 박사는 다재다능한 과학자답게, 여기서 진짜 생물학적인 나무를 뜻하는 겁니다. 

그녀에 의하면 나무는 프랙털 구조라서 부분이 전체를 모방하여 생장하고 가지를 본체의 생명 유지에 지장없게 적절한 방향으로 벋어나가게 할 줄 압니다. 사실 별것 아닌 것 같아도, 나무는 몸에서 마구 가지가 솟아나는 생물인데 서로 안 다치게 저렇게 큰다는 게 알고보면 굉장히 신기한 겁니다. 이와 반대되는 게 상자처럼 틀에 박혀 생각하는 방식입니다. 박사는 이처럼, 융통성 있는 소통의 가치를 진즉에 인정하고, 단선적 오류의 늪에서 빠져나오지 못했던 과거의 자신을 메타적으로 볼 줄 알게 된 것이죠. 사람이 발전이 있으려면 저렇게 남 탓을 멈출 줄 알아야 합니다. 설령 그 다른 사람이 명백히 잘못했던 경우라고 해도 말입니다. 

"자폐증이 있는 사람은 매일의 질서를 통제할 만한 수단을 찾으면 무슨 일이 있어도 그에 집착한다(p84)." 그러니 사실은 자폐인이야말로 세상에서 가장 질서를 잘 지키고 비폭력적인 인간이지도 모르겠습니다. 사실 정돈, 청소는 엄청 스트레스 받는 일입니다. p87에 나오는 대로 열역학 제2법칙에 반하는 활동이기 때문이죠. 그처럼 사물의 기초 질서에 반하는 노동을 하면서도 그 성과가 오래 지속되지 못하고 얼마 안 가 허물어지는 걸 볼 때 좌절감이라는 게 꽤 크게 느껴질 수밖에 없습니다. 어떤 강박이 있는 환자라면 이게 얼마나 미칠 지경이겠습니까. 주부들이 겪는 우울증은 바로 가사노동의 반복성이라든가 외부로부터 인정 빈약성 같은 이유가 있고 여기에 대해 팡 박사는 깊은 위로를 보내는 듯합니다. 

우리는 프리즘을 초등학교 때 다루면서 빛을 분해하는 그 성능을 눈으로 보고 신기해합니다. 무엇인지 그 정체가 분명하지 않고 섞여 있는 건 다루기 힘들 것만 같고 무섭기까지 합니다. 그러나 우리가 프리즘이 되어 대상을 이런저런 요소로 분해하고 분석하면 더이상 그 대상을 무서워하지 않게 될 수도 있습니다. 프리즘처럼 되려면 우리는 우리 자신에게 스스로 투명해질 줄 알아야 한다고 저자는 말합니다.    

물리학에서 사물은 입자이거나 파동이거나 둘 중 하나입니다(단, 빛은 이중성을 지님). 파동은 서로를 증폭하거나 상쇄할 수 있습니다(p140). 저자는 "삶의 다른 것과 마찬가지로 타이밍이 핵심이다"라는 말도 하는데 이 정도 센스면 누구도 이분한테 자폐 스펙트럼 어디라고 말을 함부로 못 할 듯합니다. 뿐만 아니라 과학의 이런저런 이치를 우리네 삶에 적용시켜 설명해 준다는 게, 살면서 가장 힘든 경지인 자기객관화, 메타인지적 사고의 결정체가 아닐까 생각도 드네요. 

확률은 특정 가정 없이 구하는 값과, 특정 조건 하에 구하는 값이 완전히 다를 수 있습니다(두 조건이 독립일 경우 확률값이 같기도 합니다). 이 이론을 베이지언 확률이라고 하는데 저자는 베이즈 정리가 "증거가 가설을 개선하도록 돕고, 가설은 증거를 더 잘 활용하도록 돕는다"고 합니다. 이 정리를 만들어낸 베이즈 목사야말로 사람 사이의 관계를 개선하게 돕는 최고의 상담사였다고 저자는 말합니다.   

책의 마지막 장에 나오는 인공신경망에 대한 논의는 요즘 핫한 AI, Chat GPT 관련해서 쉬운 이해에 큰 도움이 되는 내용입니다. 사실 컴퓨터 일반이론도 그렇고 머신 러닝도 사람의 행태를 모방하여 여기에 이른 성과입니다. 규칙에 조금이라도 어긋나면 인간사회의 이상한 그런 무질서성에 대해 너무나도 불편해하며 적응을 힘들어했던 저자가 많은 고생 끝에 이론적으로나 실생활에서나 드디어 갈등을 모두 극복하고 일반인들을 이처럼 잘 도닥이며 가르치는 책까지 쓰신 걸 보며, 우리도 주어진 환경이나 내 자신의 약점을 놓고 불평만 할 게 아니라 더 성숙한 마음가짐으로 다른 차원에서 문제를 바라보는 방법을 배울 필요가 있겠습니다.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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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근거리는 고요
박범신 지음 / 파람북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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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스스로의 생존도 꾀하면서 자연에 거역도 하지 않는 대표적인 활동이 농사, 농업이겠습니다. 땅을 고르고 작물을 돌보는 움직임은 분명 인위적이지만, 자연에 딱히 큰 해를 끼치진 않습니다. 물론 사람이 한 지역에서 너무 오래 농사를 지으면 지력이 고갈되고, 지나친 관개를 하면 인접 지역이 사막화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이는 일부 지나친 기계화, 산업화의 결과이며 대부분의 농민들은 자연의 섭리를 존중하고 하늘 무서운 줄을 알고 삽니다. 약간의 밭을 일구는 저자는 가끔 찾아오는 청설모의 서리에도 불구하고 큰 원망을 하지 않으며 오히려 퇴비를 충분히 베풀지 않았던 자신을 책망합니다. 이런 겸허함이 아마 농심의 본질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순례>에는 K선배란 분이 자주 나왔는데 이 책에는 어느 후배가 가끔 언급됩니다. 저자는 언제나 초월을 염두에 두고 살지만 후배분은 효용성의 가치를 최우선으로 생각한다고 합니다(p36). 예를 들어 남녀의 사랑은 세상에서 가장 순수한 동기로 시작하여 가장 이타적인 소통으로 서로의 시간을 채우는 상호작용이고 감정형성 과정인데, 당사자들의 좋은 마음도 이 세상의 각박한 계산과 속물성 앞에 압살되는 게 보통입니다. 헤어지게 되는 대부분 원인은 남들과의 비교인데, 그 남들이라는 게 알고보면 대단히 추상적이고 어디 사는 누군지도 모르면서 구체적인 실존 연인들을 아주 강하게 압박하고 들어옵니다. 이게 요즘 세상 사는 힘든 점입니다.   

저는 못 읽어 봤지만 저자는 한겨레에 장편 <소금>을 연재한 적 있습니다. p112에 그 내용이 조금 소개되는데 여기서 주인공 선명우가 가출하는 이유는 "소비를 뒤쫓아가는 일에 지쳐서"입니다. 그는 스스로의 생애 전반부를 "생산성의 노예로 살았다"고 자평합니다. 이 말은 아마 많은 이들이 공감할 듯합니다. 단지 그 인식의 결과가 가출일지, 출가일지, 혹은 그냥 종전처럼 무기력한 순응일지가 다를 뿐. "신자유주의 세계화, 글로벌 체제가 부추기는 욕망의 아우성" 같은 표현이 p129에도 나옵니다. p187에서 젊은 시절 우울한 청년이었던 자신이 나중에 어떻게 <소금>을 짓게 되었는지 잠시 설명을 합니다. 아버지 세대에 대한 감사와 함께. 

여기서 저자가 성장배경으로 삼아 얘기하는 강경은 현재는 행정구역상 논산시의 일부인 고장입니다. 과거 상업 중심지로 기능했지만 이 책에서 말하듯 그윽한 전통의 풍미도 여전히 간직한 곳인 듯합니다. <더러운 책상> 등도 다시 읽어 보고 싶어졌습니다. 옥녀봉(강경 소재)이 자신 문학의 자궁이라는 말이 두 번이나 연속 반복됩니다. 

구체적으로 사건 명을 거론하기는 좀 망설여지는데 여튼 이 말씀 하시는 걸로 봐서 적어도 이 한 편의 짧은 글은 쓰신지가 좀 되었구나 생각되었습니다. 여튼 결론은 "서로 사랑합시다!"입니다. 주변에 다른 분들하고는 다소 결이 다른데 여튼 이런 말씀에도 충분히 공감이 됩니다. 다른 분들 주장이 그릇되었다는 게 아니라 이 말도 저 말도 맞을 수 있다는 뜻입니다. 독자 중에 희생자 가족분이 계셔서 일부러 찾아오셔서 작가분과 대화를 나누는 장면도 인상적이었는데 당연히 그분은 그런 말씀을 하실 만합니다. 

p121의 <봄꿈>은 2022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거론하기 때문에 아주 최근에 쓰신 시점이 확실히 드러납니다. 뭐 여기서도 박범신 작가의 보편적 휴머니즘, 또 전체주의에 대한 비판 기조(개개인의 자유가 소중히 다뤄져야 그 어떤 대의명분도 타락 오염 없이 온전히 구현된다)는 수십 년 전이나 지금이나 일관됩니다. 어떤 시련이나 폭력을 당해도 여느 봄에서처럼 꽃이 피어나는 걸 보고 최종의 승리가 과연 누구 편에 설지는 이미 정해졌다고 말씀하시는 작가님이 독자 입장에서 든든하게 느껴집니다. 

p245에 보면 "농민도 정치를 해야 한다"는 주장이 있습니다. "비뚤어진 판단을 내릴 만큼 학문을 가진 농민을 사랑한다"는 몽테뉴의 말을 인용하며, 집필실을 논산으로 옮긴 후 더욱 농민들의 삶을 밀착하여 보게 된 작가님의 진심 표명이겠습니다. "보편적 삶에 미치는 政, 官의 위세가 여전히 매우 강력하며 거의 결정적이다"는 말씀이 참 마음 아프게 다가옵니다.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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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 해커스 소방설비기사·산업기사 필기 전기 필수이론+최신 기출문제 - 최신 기출문제 + CBT 모의고사 제공ㅣ 최신 개정법령 반영
김진성 지음 / 챔프스터디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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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방설비 기사(또는 산업기사) 시험 전기 교재(1차 필기)입니다. 보통 소방설비 기사를 딸 때 기계보다는 전기가 쉬워서 전기를 많이 응시합니다만 이걸 합격하고 나서 또 기계를 따는 이들도 꽤 있습니다. 비록 전기가 좀 쉽다고는 하나 회로이론, 교류이론, 계측, 반도체, 자동제어 파트는 각각 해당 분야가 공과대학 학부 4년 전공 테마들입니다. 양도 방대하거니와, 그 난도가 결코 낮을 수가 없습니다. 

제가 작년(2022) 11월에 소방설비 법규, 원론 두 교재 후기를 등록했었는데 그 두 책 모두 김진성 쌤 책이었고 지금 이 교재도 김진성 쌤 교재입니다(소방설비 기계 1차는 권대영 쌤 著). 기왕이면 같은 강사님 교재를 세트로 공부해야 더 능률이 오르겠습니다. 또 해커스 교재는 방대한 내용을 한 권에 기사 시험 출제 사항만 잘 압축해서 정리하고, 문제도 빈출 유형 핵심 예제들만 수록하는데다 기출 해설도 명쾌하기 때문에, 교재 한 권만 n회독하며 꼼꼼하게 공부하면 합격이 그리 막막하지는 않다고 생각합니다. 일단 익숙한 김진성쌤 책이라서 마음이 벌써 편안해집니다. 

p16에 보면 연산을 위한 10배율 공식이, p17에는 지수법칙 등이 나오는데 이런 내용은 초6이나 중1 레벨에서 다 배운 것들입니다. 기사 시험 준비하는 이들이라면 당연히 다 알 법한 내용이며 혹 산업기사 준비생들이라면 한 번 정도 복습할 필요가 있겠네요. 김진성쌤 책은 심지어 이런 내용조차도 혹시나 하는 배려로 수험생들을 위해 실었다는 게 그 섬세함이 돋보인다고 하겠습니다. 

p20에 나오는 옴(Ohm)의 법칙도 뭐 중2 과학 시간에 다 배운 것들이죠. 저항(R)은 도체 길이에 비례하며 반지름에 반비례하고, 따라서 단면적에도 반비례한다는 원리는 형식상 고1~2 물리 시간 정도에 배우겠으나 이치적으로 생각해 보면 초등학생도 이해할 수 있는 내용입니다. 따라서 이런 내용들은 무작정 암기를 할 게 아니라 될 수 있는 대로 이해를 하고 넘어가야 합니다. 직렬접속(=직렬연결)에서 저항은 각각을 더하면 구해지고, 병렬접속에서 저항은 각각의 역수를 취한 후 다 더하고, 이를 다시 뒤집으면(=역수를 취하면) 구해집니다. 이게 p21의 핵심입니다. 

p28에 보면 축전기가 나오는데 이게 다른 말로 2차 전지입니다. 물론 요즘 증시에서 핫한 전기차 1차 전지와는 구성성분이 좀 다릅니다만 근본 원리는 비슷합니다. p29에 방전과 충전의 화학식이 나오는데, 진짜 이 분야에서 가장 기초가 되는 핵심 이론이자 도식일 것 같습니다. 또 중간쯤에 보이는 계산식도 문제화하여 자주 출제되는 항목이므로 반드시 외워야 하겠습니다.   

p44부터 자체 인덕턴스 이론이 나오면서 조금 어려워집니다. 자체는 磁體가 아니라 自體, 즉 남의 도움 없이 스스로 전력이 유도되는 걸 뜻합니다. 다음 페이지에는 이와 대조되는 상호 인덕턴스가 설명됩니다. p45의 그림에서 자속은 磁束이라 씁니다. 자기 다발이라는 뜻이며, 누가 옆에서 오타 아니냐고 하길래 아니라고 확인하는 의미에서 여기 적어 봅니다. 역사가 오래된 김진성쌤 교재에 그리 쉽게 오타가 날 리 없죠. 이 속(束)이란 한자는 의외로 물리학 여러 분야에 자주 등장합니다. 저 뒤 p63의 전속밀도라고 할 때의 "속"도 같은 한자입니다. 

p55에 변압기 효율이 설명되는데 전부하시 효율, 전일효율 등에 모두, 책에서 보듯 cosθ가 들어갑니다. 이 식을 도출하는 과정은  교재에서 생략했는데 궁금한 분들은 학부 교과서를 다시 찾아보면 되겠습니다. 시간이 많지 않으므로 교재의 호흡을 그대로 따라가면서 스피디하게 진도를 빼는 게 중요합니다. 삼각함수가 어려운 분들은 이 교재 p70에 초간단 요약이 있으므로 참조하면 되겠고, 이 역시 고1 수학 시간에 다 배운 것들입니다. 이 그림만 봐도 부호가 왜 저렇게 바뀌는지 그 이유를 알 수 있고, 혹은 삼각함수 그래프에서 x축과 평행한 선을 아무거나 그어 보면 바로 이해가 될 것입니다. 먼저 함수의 기초는 알아야 하겠네요. 저 뒤 p100 중단에 그려진 그래프가 사실은 사인, 코사인 곡선을 함께 표시한 겁니다. 

p77을 보면 복소수 이론이 나옵니다. 교류이론을 떠나서라도, 전기공학을 공부하면서 벡터를 모르면 말이 안 되겠고, 벡터는 좌표평면을 복소평면(x축을 실수, y축을 순허수로 구성한 것)으로 해석하면 모든 복소수와 일대일대응이 됩니다. 복소수의 합과 차는 실수부끼리, 허수부끼리 더해 주기만 하면 됩니다. 복소수의 곱은 바로 벡터의 내적(內積. inner product)입니다. 저 뒤의 p98의 복소수전력 이론 때문에 특히 이 부분 공부가 중요하죠. 

p89 같은 데를 보면 확실히 이 교재는 군더더기 없이 깔끔하게 필요한 내용만 쫙 뽑아 놓은 게 최고 장점이라는 게 잘 드러납니다. 인쇄도 깔끔하고 눈으로 쓱 훑기만 해도 머리에 잘 정리되는 그런 효율적인 편집입니다. p105의 그림을 보면 왜 선전류가 선간 전압보다 (π/6 +θ)만큼 위상이 뒤떨어지는지 바로 이해가 되죠(각의 단위는 라디안). 

p137부터는 반도체를 이용한 회로이론이 나옵니다. 다이오드, 트랜지스터, 스위칭 소자 등에 대한 설명이 그림과 함께 이어지며, 서미스터나 배리스터 등 기타 소자들도 그림이 많아 머리에 잘 들어오는 서술입니다. p148의 트랜지스터 접지 방식에 따른 종류, 특성도 표 안에 그림이 적절히 들어가서 전체로서 한눈에 잘 들어오는 덕에 암기가 잘 됩니다. 

한때는 제어계측학과가 공대에서 가장 높은 입결을 자랑하던 때도 있었습니다. p152 이하에 검출스위치에 대한 설명이 나오는데 제 주변에 보면 이것도 limit이 아니라 remit으로 잘못 아는 사람들이 많았습니다. 흑백이긴 하지만 각 기기 옆에 실물사진이 함께 나와서 아 이게 그거였구나 하고 바로 머리에 들어옵니다. p161의 여러 시퀀스 제어회로들도 그림이 깔끔해서 각각의 회로가 서로 어디가 어떻게 다른지 잘 구별할 수 있습니다. p168의 불대수는 Boole algebra(代數)를 가리킵니다.    

파트 2는 각종 소방전기시설의 구조와 원리를 다루는데 파트1에 비해 주로 암기위주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 단원은 깔끔한 표와 도판(그림이나 사진) 설명이 중요한데 역시 김진성쌤 책이 실망을 안 시킵니다. 특히 p210의 정온식 스포트형 구조에 대한 그림이 보기 좋았습니다. p222의 차동식 분포형 감지기는 타 교재들의 경우 간혹 그래픽이 생략된 것도 있었는데 이 교재는 일일이 다 그림으로 보여 줘서 든든했습니다. p259 비상전원 수전설비 분류도 이해하기 쉬웠습니다. 

1차대비 필수이론 파트가 끝나고 나면 기출문제와 그 해설이 이어집니다. 2018년부터 2021년까지 4개 연도분이 실렸네요. p9를 보면 11번 문제가 테브난 정리를 적용한 등가회로를 묻는데, 저항값의 경우 병렬 파트에서는 역수를 각각 더한 후 다시 역수를 취하고, 이후 이 값을 그냥 직렬 연결값에 더하면 되겠습니다. 해설과 답은 문제 바로 밑에 제시되는데 해설이 간명하고 군더더기가 없어서 시간이 절약되는 면이 있네요. 산업기사 기출도 역시 4개년 분량('18~'21)입니다. 

*출판사에서 제공한 교재를 공부하고, 솔직하게, 또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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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마워, 플라스틱맨 - 일본 제8회 그림책 출판상 우수상 수상작
기요타 게이코 지음, 엄혜숙 옮김 / 특서주니어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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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라스틱은 우리 생활에서 없어서는 안 될 물질입니다. 플라스틱 덕분에 우리는 지표상에 매우 드물게 존재하는 천연광물에 덜 의존하며 온갖 물건을 만들어 사용할 수 있습니다. 또 플라스틱은 특정 조건 하에서 내구성이 강하기 때문에 비교적 오래 쓸 수 있습니다. 그런데 바로 이런 장점이, 이제는 아주 나쁜 단점으로 바뀌어 우리의 환경을 더럽히고 삶 자체를 위협합니다. 싸고 쉽게 만들 수 있기에 조금만 쓰다가 버리기 일쑤이며 결국 엄청난 폐기물이 쌓입니다. 비닐 봉투를 두고두고 1년씩 쓰는 사람은 없을 것입니다(만약 모두가 그렇게 한다면 오늘날 이 문제가 안 생겼겠죠). 또 내구성이 거꾸로 문제가 되어 잘 썩지 않는 쓰레기 때문에 지구 전체가 몸살을 앓습니다. 

이 책에 나오는 가상의 마을엔 공장이 있습니다. 공장에서는 자꾸자꾸 플라스틱을 만드는데 공장 사장이 탐욕스러운 것도 있지만 마을 사람들이 싸다고 편하다고 너무 많은 플라스틱을 써 댑니다. 이러니 이 플라스틱 쓰레기가 바다로 흘러들어가 거북이 등 해양 생물의 목에 걸립니다. 또 어떤 물고기들은 플라스틱을 먹기까지 합니다. 이 물고기는 건강에 이상을 일으켜 오래 살지 못하거나 자손을 낳지 못하게 되고 그 자체로 인간은 해양 생물들에게 몹쓸 짓을 하게 됩니다. 뿐만 아니라 이 물고기를 사람이 먹게 되면 그 플라스틱이 몸에 쌓여 환경호르몬 분비 등 온갖 나쁜 영향을 받게 됩니다.  

마치 방사능 폐기물에서 앨리게이터나 고지라가 탄생했듯이, 슬픔과 분노에 가득찬 생태계의 플라스틱 쓰레기로부터 플라스틱맨이 태어났습니다. 근처에 쓰레기를 버리는 사람이 있으면 이 플라스틱맨의 가슴이 빛납니다. 플라스틱맨의 코는 마치 보일러 홈통처럼 되었는데 여기서 바람이 나오며 플라스틱 쓰레기를 버리는 사람에게 경고를 하는데 폭력을 쓰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낯선 플라스틱맨의 모습에 놀란 사람들은 놀라 도망칩니다. 

사실 저 사람들의 어리석은 반응은 우리들의 모습과 같습니다. 플라스틱이 함부로 버려지면 결국 가장 큰 피해를 입는 것은 환경 파괴의 악영향을 입는 우리들입니다. 그래서 플라스틱맨이 쓰레기를 버리지 말라는 건데 오히려 자기들이 놀라거나 짜증내며 플라스틱맨을 적대시합니다. "이 녀석, 그렇게 나쁜 놈은 아닌 것 같아. 생각해 보면 그렇게 큰일도 일어나지 않았어!" 알고보면 큰일은 자기들이 일으키지 않았습니까? 

플라스틱맨은 코로 플라스틱 쓰레기를 마치 코끼리처럼 주우며 환경을 깨끗이 만듭니다. 이렇게 빨아들인 쓰레기를 입으로 뱉어서 모읍니다. 이 모습을 본 사람들은 앞으로 쓰레기를 버리지 않겠다고 다짐합니다. 플라스틱맨은 그 약속을 믿고 다시 바다 밑으로 돌아갑니다. 과연 플라스틱맨의 가슴이 다시 빛나게 될지 아닐지는 사람들의 양심에 달려 있습니다. 

효고현에 거주하는 정신과 의사 기요타 게이코가 그림까지 함께 그렸습니다. 친근감 넘치는 그림체가 아이들의 마음을 끌 만합니다.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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