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아홉의 에세이
이경창 지음 / 프리즘(스노우폭스북스)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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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표지만 봐도 벌써 마음이 따뜻해지는 경험이었습니다. 우리 어른들은 미성년자, 청소년이라고 하면 으레 어른보다 생각이 부족하거나 두루 미치지 못하는 부분이 있겠거니 짐작하지만 그렇지 않습니다. 그들은 감성은 어른보다 더 섬세하고, 그들의 아직 때 타지 않은 마음씀은 어른들이 미처 가늠치 못하거나 의도적으로 무시한 지점까지 미쳐 배려하고 어루만집니다. 그래서 시인 워즈워스는 "어린이는 어른의 아버지"라고 그의 시 <My Heart Leaps Up>에서 노래했는지도 모릅니다. 

어렸을 때는 영화 하나를 봐도 느끼고 받아들이고 감수성이 공명하는 정도가 어른과 확연하게 다릅니다. 어떻게 보면 시간여행 영화치고는 좀 슬픈 분위기인 <어바웃 타임>을 보고 이경창 저자는 "이것은 능력이 아니라 축복"이라고 해석합니다. 사실 시간여행 같은 거창한 것뿐 아니라 모든 크고작은 능력, 작게는 숨 쉬고 걸어다니고 온전한 생각을 할 수 있는 능력도 하나하나가 축복입니다. 그 능력을 나쁜 의도로 쓰고 불순한 마음을 품는 순간 능력은 능력이 아니라 저주가 됩니다. 저자는 참으로 속 깊은 말을 합니다. "그저 오늘 하루하루를 소중하게, 충실하게 살아갈 뿐이다." 어른들도 바로 나오기 힘든, 뜻 깊은 다짐이자 고백입니다.   

제가 아는 몇몇 하이틴들은 명품에 대단히 관심이 많았습니다. 나이가 어린데 왜 명품에 관심을 갖지? 그런데 이런 생각 자체가 틀린 것이었습니다. 그(그녀)가 명품에 관심을 갖든, 사치를 하든 그건 당사자의 취향이요 결정일 뿐이지 남이 관여할 바가 아닙니다. 뿐만 아니라 원래 자본주의 사회에 사는 이상 겉꾸밈에 가장 민감한 나이가 본래 그 나이대입니다. 그런데, 저자는 예를 들어 p41 같은 곳에서 인o타그램 같은 소셜미디어에서 온갖 허세와 가식으로 자신을 포장하는 이들을 비판합니다. 나이도 어린 분이, 삼촌 이모뻘 어른들이 한참 몰입했던 싸oo드에 대해서도 압니다. "가상의 공간에 빠져 있지 말고 진짜 나 자신을 찾아 보자." 얼마나 어른스러운 말입니까. 자기 취향 개성 확실한 10대도 물론 멋있지만, 어른보다 더 어른스러운 말을 하는 10대는 고맙기까지 합니다. 

사람은 누구나 자기 중심적으로 생각합니다. 본인이 그럴 만한 역량이 되건 안 되건 내 판단, 내 지각(知覺), 내 센스가 최고이며 다른 사람들 의견이 다르면 그건 그들이 틀린 탓입니다. 그런데 저자는 고교 입시를 준비하며 평생 처음으로 밤을 새워 공부를 해 봤다고 합니다(그러니 몇 년 전이겠죠). 내 자신이 이런 고생도 이겨 내고 뭔가를 해냈는데, 이 정도면 나 자신을 믿어도 되지 않을까(p82). 이런 말을 합니다, 얼마나 기특합니까. 그 정도 관문을 통과해야 비로소 최소한의 확신을 가질 수 있다는 겸손의 표현이죠. 

요즘은 대체 뭘 믿고 나대는지 모를, 주제 파악이 안 된 얼치기 무자격자 사기꾼들이, 그 자격 없음과 무능에 비례해서 더 설쳐댑니다. 그저 목소리만 큰 사람, 남한테 주목만 받고 싶은 인격미숙자들이 제 세상을 만난 것 같습니다. 자신감 있게 사는 것도 좋지만, 과연 자신이 남한테 민폐는 안 끼칠 정도로 최소한의 자격이나 갖춘 후에 목소리를 높이는 건지, 저자분 말씀처럼 자신을 좀 돌아보는 시간을 가졌으면 좋겠습니다. 

저자는 고2때 스페인 여행을 다녀왔다고 합니다(p143). 세상은 다 내가 잘나서 사는 것만 같아도, 보이게 안 보이게 이웃들의 도움이 있어야, 사소한 일이라도 지장 없이 해낼 수 있습니다. 스페인 현지에서, 어린 학생들이 여행 왔다고 아마 많은 분들이 배려를 했나 봅니다. 우리도 외국인 청년, 학생들에게 그렇게 하지 않습니까. 남의 호의를 그저 당연하다 여기지 않고 그 안에서 인생의 가르침을 이끌어내는 성실하고 겸손한 태도가 참 좋습니다. 여행을 참 좋아하는지 뒤 p182 이하에도 비슷한 이야기가 나옵니다. 

책에는 한때 물의를 빚었던 어느 유명인의 이야기도 나옵니다. 읽으면서 제가 다 낯이 뜨거워졌는데 그런 방송사고를 내보낸 방송국 또한 문제입니다. 그건 현장에서 수많은 사람의 목숨을 좌우할 만한 중요한 작업이죠. 저도 한 번도 못해봤습니다만 적어도 저는 제가 못 해 본 일에 대해 함부로 평가하지 않을 정도의 분별력은 갖추고 있습니다. 경솔한 언행을 하는 사람들이라면, 국방의 의무를 수행하는 청년들에 대해서도 아무 말이나 하지 말라는 법도 없죠. 사실 제가 이 책을 읽으며 가장 미안하고 고마웠던 대목은 저자께서 현역 군인 신분으로서 화생방 훈련 같은 힘든 경험을 털어놓는 파트였습니다. 그들이 일촉즉발의 전선에서 총을 들고 큰 수고를 해 주고 있기에 우리가 이렇게 편안한 일상을 누릴 수 있는 겁니다. 어른보다 더 어른스러운 저자님의 책을 읽고 선한 영향력 잘 받아가는 고마운 독서였습니다.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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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리콘밸리 천재들의 생각 아포리즘 - 0에서 1을 만드는 생각의 탄생
김태현 지음 / 리텍콘텐츠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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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세기 후반 이후 세계의 초강대국 미국의 경제를 이끌어가는 건 실리콘밸리의 혁신가들입니다. 이들이 새로운 미국 사회 주류로 자리잡았기에 정치계에도 새로운 바람이 불었고, 다른 나라에서 좀처럼 따라하지 못할 참신한 발상과 세상을 보는 남다른 눈으로 혁신 경제를 이끌어갑니다. 그래서 이들의 말과 행적을 주의하여 살피면, 평소에 우리가 미처 깨닫지 못했던 무엇인가가 보일지, 신선한 영감이 새로 찾아올지도 모릅니다.   

리텍콘텐츠에서 몇 년 전부터 펴오던 포맷대로 아포리즘을 엄선하여 원어, 한국어 번역을 함께 실었고 이번에도 인문학자 김태현씨의 작품입니다. 여러 번 언급했었지만 영어(경우에 따라 다른 외국어)가 함께 실렸기 때문에 어학 공부에 좋은 교재로 쓸 수도 있고, 일단 책에 실린 말들이 모두 귀한 지혜를 담았기 때문에 마음이 안정되고 힐링효과가 있습니다. 또 책이 (언제나처럼) 이쁘게 만들어졌기 때문에 책장에 꽂아 놓거나 들고 다니거나 뭔가 보기에 좋습니다. 최근에 나온 아포리즘 시리즈보다 판형이 좀 커졌는데 이 부분은 찬반이 좀 갈릴 듯합니다. 

책에 실린 명언을 발화한 위인들은 스티브 잡스, 빌 게이츠, 래리 페이지, 세르게이 브린 등 쟁쟁한 25명의 거인들입니다. 또 명언의 개수는 1010번까지 일련번호가 매겨졌고 길이는 꼭 일정하지는 않으나 아포리즘이라는 말에 걸맞게 우리 독자들이 한 번에 소화할 수 있을 정도의 분량입니다. 중간에 책을 펼쳤거나 했을 때 아 지금 내가 읽는 게 누구의 말이구나 하고 알 수 있게 하단에 장 제목이 찍혔으면 더 좋았겠다는 생각은 좀 들었습니다. 그런데 이게 아쉬운 독자는 조금 번거롭더라도 책 맨앞의 목차로 가면 페이지 수를 확인하며 발화자를 알 수 있습니다. 그리고 모든 명언에 번호가 매겨진 점은 어떤 식으로든 독자가 나중에 재활용할 때 편리합니다.    

"잃을 게 없었다." 스티브 잡스가 자신의 젊었을 때를 회상하며 한 말입니다. 잡스뿐 아니라 누구라도 젊었을 땐 잃을 게 없습니다. 설령 금수저라 해도 뭘 잃는다면 그건 부모의 것이지 자신의 것이 아니므로 이 점에서는 공평합니다. 이 "잃을 게 없었음"을 바탕으로 잡스는 직접적으로 네 꼭지의 명언(이 책 기준)을 빚었고, 어쩌면 이 책 제1장의 모든 그의 명언이 결국 그 얘기인지도 모릅니다. "젊은이들이여, 어차피 잃을 게 없으니 과감하게 도전해 보라. 혹 얻는 게 있다면 그건 온전히 그대의 것이 된다."   

p49에 보면 세르게이 브린(3장의 주인공)이 잡스(1장의 주인공)와 직접 만났을 때를 기억하며 한 말이 나와서 흥미롭습니다. 아포리즘 번호는 0116인데, 잡스는 브린과 그의 동료들에게 "너무 많은 일을 한 번에 하고 있다"며 지적했다는 것입니다. 하긴 우리들은 때때로 지나치게 의욕만 앞서서 한 번의 기회에 한 가지 일도 제대로 못하고 일을 다 망치기도 합니다. 그래서 잡스의 저 말, 한 번에 하나씩만 하라는 게 젊은이들에게 정말 유익한 충고일 수 있습니다. 

그런데 더 재미있는 건 그에 대한 세르게이 브린의 반응입니다. "그(=잡스)는 한 번에 한두 개의 일을 하는 데 적성이 있었다. 하지만 우리는 그렇지 않고 여러 개의 일을 해치우는 걸 잘했다." 이것도 멋진 말이지요. 이렇게 하는 사람은 이렇게 하고, 이미 몇 번의 시도를 통해 저게 맞다고 확신이 선 사람이라면 대선배, 우상, 상사, 롤모델이 무슨 말을 한다 해도 자기의 다른 길을 또 자신있게 가는 겁니다. 잡스 스스로도 말하지 않았습니까? "잃을 게 없으니 그냥 해 보는 거다."  

7장은 트위터 창업자 잭 도시(Zack Dorcey)의 아포리즘입니다. "창업자는, 직업이라기보다 역할이나 태도입니다.(p117)" 아포리즘 번호는 0329인데, 이 말의 본지는 창업이 하나의 일, 하나의 과업에 그치는 게 아니라, 오늘도 창업 내일도 창업 하는 식으로, 창업자 본인에겐 매일같이 마주치는 일이라는 뜻입니다. 이건 말그대로 여러 개의 기업을 계속 창업한다는 뜻일 수도 있고(안 믿어지지만 이런 사람도 있습니다), 창업한 기업이 한번 창업했다고 알아서 굴러가는 게 아니므로 "끊임없이 창업한다는 각오와 자세로" 이미 창업한 기업을 혁신하고 또 혁신하는 걸 가리킵니다. 이걸 원어로는 something that can happen again and again and again이라고 말하네요. 잭 도시가 무슨 영어에 서투르기라도 해서 초등학생처럼 again만 계속 되풀이하는 게 아닐 것입니다.  

한국에서는 잘 모르는 이들도 있는데 커리어 중심의 소셜미디어라면 링크드인이 해외에서는 유명합니다(링크트인이 현지 발음에 맞겠지만 여튼). 우리는 익명소통이나 일반 직원 중심 커뮤가 발달하는 경향이라서 재직회사 이름만 노출되는 블라인드 같은 게 인기지만 외국은 경향이 다르긴 하죠. 이 링크드인 창업자가 리드 호프먼인데 Reid Hoffman이라고 쓰네요. 이건 책을 보고 처음 알았습니다. 이 책의 특징 중 하나는 그저 유명인의 명언만 소개하는 게 아니라, 매 장 앞마다 위인의 삶을 요약하고 아포리즘 안에 새겨진 그의 정신이나 원칙 같은 걸 저자 김태현씨가 요약하고 분석하는 페이지가 꼭 나온다는 점입니다. 이 부분도 상당히 깊이가 있고 정보가 되는 대목입니다. 

"삶의 의미를 만드는 건 사람들이다(What makes the meaning of life is people)." 그러니 아무리 참신하고 혁신적인 발상을 한 천재, 혁신가라고 해도 이를 현실로 만들어 주는 건 그 주변의 사람들, 공동체라는 뜻입니다. 다른 사람도 아니고 실리콘밸리에서 가장 크게 성공한 CEO들이 이런 말을 하니 그 말이 신뢰가 갈 수밖에 없습니다. 아포리즘 앞에 마음이 겸손해지고 초심으로 돌아가게 되는 독서였습니다.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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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을 찍어내는 제왕, 연준 - 미국 중앙은행은 어떻게 세계 경제를 망가뜨렸나
크리스토퍼 레너드 지음, 김승진 옮김 / 세종(세종서적)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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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은 독특하게도 중앙은행이 공적기관이긴 하지만 민간인(공직자 신분이 아닌 이)들의 모임입니다. 연준의 성격이 이러하기에 미 재무부는 형식뿐 아니라 실질적으로도 중앙은행에 대해 채무자 포지션입니다. 반면 한국을 포함한 대부분의 나라는 미국과 상황이 다르기에 중앙은행의 "실질적 독립"이 재정건전성이나 거시경제의 원활한 운용을 위해 무척 중요합니다. 미국은 미국대로, 중앙은행이 저렇게 민간인들의 클럽처럼 구성되었기 때문에 문제가 없지 않으며 이 책은 2008년 금융위기 이후 본격적으로 드러난연준의 구조적 모순에 대해 신랄하게 비판하는 내용입니다. p21을 보면 저자는 연준에 대해 "반관반민의 혼종"이라고 규정합니다. 

때로는 소설처럼, 적어도 논픽션 스토리의 구성을 취하기 때문에 독자의 정치적 입장에 무관하게 책을 읽어 나가는 재미가 있습니다. p12 작가 제임스 그랜트의 추천사를 보면 이 책에 대해 "페이지 터너" 라고 평해 놓았습니다. 

연준이 하는 일은 어떻게 보면 무척 단순합니다. 경기가 과열되거나 물가가 너무 오른다 싶으면 이자율(기준금리)을 올리고, 그 반대의 경우 낮춥니다. 많은 경우 미국의 이자율은 매우 낮은데 첫째 미국은 성숙기를 지나는 선진국이지 개발도상국이 아니므로 성장률이 낮고, 둘째 자본은 많고 제조업은 상대적으로 부진하며, 셋째 기축통화이므로 안전성과 신뢰도가 높아 정부가 외국에 대해 채권을 쉽게 팔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러던 게 지금은 금리 역전 현상이 벌어져 한국 같은 나라가 오히려 미국보다 금리가 낮으니, 여러 나라의 경제에 주름이 생기고 수출 부진이나 외화 유출 현상을 겪으며 고생하는 것입니다. 

2010년대에 연준에서 소수자 포지션이었던 토머스 호니그 당시 캔자스시티 연은행장은, 벤 버냉키가 주도하는 양적 완화에 대해 거의 임기 내내 반대표를 던졌습니다. 이유는 간단한 게, 양적완화를 통해 증발(增發)된 통화가 주로 월가의 거대 금융기관으로 흘러가고, 이것이 기관들의 투기를 부추겨 증시의 옥석을 못 가리게 한 후, 십수년 뒤에 결국 거품이 터져 많은 이들, 폭탄 돌리기의 막판에 술래로 걸린 가난한 사람들을 더욱 가난하게 만들 것이라고 예상했기 때문이었습니다. 

전간기 루스벨트 대통령도 시중에 돈을 풀고 억지로라도 사업을 벌여 일자리를 늘리는 이른바 뉴딜 정책을 폈습니다만 이는 가난한 사람들에게 우선 돈이 먼저 풀리는 정책이었습니다. 반면 같은 돈풀기라도 2008년 이후에 이뤄진 양적완화는 저 호니그 행장의 지적에 의하면 먼저 월가의 투기놀음에 쓰인다는 것이었으니 돈이 풀리고 안 풀리고의 문제보다 그 풀리는 경로를 어떻게 잡느냐가 중요하다는 함의이겠습니다. 

벤 버냉키는 존경 받는 거시경제학자로 보통 알려졌으나 그의 제안이나 아이디어 중에는 경제학의 기초상식에 반하지 않나 싶은 것도 제법 있었습니다. 연준이 장기 국채를 무제한으로 사들여 금리를 낮춘다거나(이러면 시중에 돈이 엄청 풀려 어떻게든 돈 가치가 떨어지긴 하죠. 또 채권 가격이 오르면 금리는 낮아진다는 철칙이 다시 가동되게도 하고요), 이른바 헬리콥터 드롭 같은 것도 그런 맥락입니다. p139를 보면 재미있으면서도 역설적으로 느껴지는 팩트가 정리되는데, 호니그 행장은 자신에게 아직 의결권이 없던 시절(2006년) 회의에 참석해서 금리를 더 올리자는 당시 버냉키 의장의 포지션에 반대하여 금리를 그만 올리자는 의견을 표명합니다. 이 책의 메인 스토리에서와는 입장이 정반대였던 셈인데, 원래 중앙은행은 상황을 봐 가며 금리정책의 기조를 결정하므로 그 자체로 이상할 것은 없습니다. 

우리는 어렸을 때 전집 등에서 읽은, "트럭에 돈을 싣고 가도 빵 한 개를 살 수 없었던" 1차 대전 후의 독일 국민들이 겪은 어려움을 잘 압니다. 아무 대책 없이 정부가 돈만 찍어내면 물가 폭등으로 그렇게 국민 경제가 파괴됩니다. 2010년 당시 보수매체 드러지리포트는 "연준이 자꾸 돈을 찍어내면 미국은 바이마르 공화국처럼 될 것"이라며 연준의 정책에 반대하는 여론을 확산시켰습니다. 이때 연준은 확실히 달러 가치를 떨어뜨리려는 의도였었고 중국 정부도 마찬가지로 마치 경쟁이나 하듯 평가절하에 나섰습니다. 저때는 중국이 한창 성장 엔진을 돌리던 후진타오 주석 시대였으므로 더욱 약한 위안화(수출에 유리한)가 필요했겠습니다. 

한국에서도, 특히 주식하는 분들에게는 너무도 익숙한 이름인 현 연준의장 제롬 파월은 이 책 p212 이하에서 메인 캐릭터로 등장하는데 젊은시절 행적부터 아주 자세히 서술되네요. 책 p139에서 호니그를 한때 매파로 사람들이 착각했다고 하듯, 파월 역시 인플레에 대해 본질적으로 매파인지 비둘기파인지 (WP의 마이클 파 매니저의 분석처럼) 알 수 없는 사람이었고 지금도 그렇습니다. 원래는 이분이 법률가 커리어로 갈 사람이었는데 딜런 리드에 입사한 후 금융인으로 전향했던 셈이었네요. 

책  10장을 보면 제롬 파월 의장의 정체성이랄까, 그가 과연 무엇을 추구하며 어떤 성향인지 추측할 수 있는 과거의 중요한 이야기들이 펼쳐집니다. 렉스노드 사에 들어온 그는 직장에서 다양한 인사들을 알게 되는데, 애써 빌린 돈으로 자사주나 사는 등 사실상 빚 위에 빚을 쌓는 옥상옥, 사상누각의 행태였습니다. 그런데도 워낙 주가가 많이 오르던 통에 대주주들은 막대한 이익을 챙겼습니다. 하지만 언제나 그렇듯 상투는 어리석은 대중이 끝자락에 잡게 되며 그 결말은 불을 보듯 뻔하죠.  

"이 상황에는 연준 자체에 직접적으로 책임이 있었다(p332)." 책에서 지적하는 건, 태생부터가 반관반민, 아니 부자를 대표하는 위원회 격인 이 연준이, 21세기 들어 그 장점보다는 단점을 더 드러내는 중이며, 미국 내 가난한 사람들, 혹은 미국과 교역하는 외국 사람들을 더 힘들게 만든다는 것입니다. 미국 같은 초강대국의 정책은 이미 미국인들, 그 중에서도 소수 부자들만의 관심사가 아니기에 우리 한국 독자들도 주의 깊게 읽어 볼 필요가 있는 책입니다.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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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 브랜딩 기술 - 마케팅 비용의 경쟁에서 벗어나는 좋은 습관 시리즈 29
문수정 지음 / 좋은습관연구소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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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벽한 엄마가 되는 길은 없지만, 좋은 엄마가 되는 수만 개의 길은 있다(p5)" 전직 기자인 김지은 저자가 쓴 이 책은 인터뷰집입니다. 인터뷰라고 하면 유명한 사람들을 만나서 기록으로 영상으로 남기는 경우만 생각하지만 사실은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보는, 자녀 키우는 엄마들이야말로 진정 힘든 일을 해 내는 영웅들이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애초에 육아라는 게 매우 힘든 과업이고 하나를 잘 해 주면 다른 하나에서 아쉬움이 생기기 마련이라서 완벽하게 뭘 한다는 건 어렵지만, 가능한 범위 안에서 여러 가지를 애 쓰다 보면 "좋은 엄마"까지는 얼마든지 가능하다는 작가 질 처칠의 저 말도 충분히 이해가 됩니다. 

사실 이 책은 뜻하지 않게 제법 유명해진 엄마들, 원래부터 유명했던 이들, 유명한 이들의 엄마들이 인터뷰 목록에 많이 끼어 있습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유명인의 이점이 있었던 분들은 아니고, 오히려 정반대입니다. 유명하긴 했으나 오히려 사람들이 판에 박힌 시각으로 왜곡해서 본다거나, 사회의 구조적 문제 때문에 억울하게 아들을 잃은 엄마라든가, 남들의 시선이 곱지 않지만 그걸 어찌하든 이겨내고 살아야 하는 자녀들의 엄마 등 여러 사례가 있습니다. 

아무리 절실한 사연을 갖고 사는 엄마라고 해도 그 사연이 어떤 보편적 공감을 끌어내는 스토리가 되기 위해서는 인터뷰어나 작가가 사연들을 잘 끌어내고 유기적으로 의미 구성을 해 내야 하는데 이 점에서 김지은 기자님의 역량이 돋보이는 듯했습니다. 또 유명인들이라고 해도 엄마, 혹은 딸이 될 때에는 우리네나 전혀 다를 바 없는 평범한, 그러면서도 마음에 한없이 깊은 정을 담은 분들임이 눈에 보여 가슴이 뭉클해졌습니다. 

원로가수 인순이씨의 인터뷰도 있습니다.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모르는 이가 없을텐데 2005년에 어머니를 잃으시고, 지금은 훌륭한 따님을 둔 엄마입니다. 사실 우리 모두가 떳떳하지 못하게 생각하는, 지난날 우리들 자신의 못난 모습, 버릇이 있었습니다. 피해자인 이들을 되레 힘들게 하고, 인순이씨도 이런 한심한 사회 풍조 때문에 모친을 원망하기도 했다고 고백합니다. 이제 완전히 사회적으로 인정 받고 국민적 사랑을 받는 대가수로서, 또 한 분의 따님을 멋지게 키운 엄마로서, 그녀는 많은 감동과 교훈을 이 인터뷰를 통해 전달합니다.    

여행모녀로 유명한 이명희 조현주 씨의 인터뷰도 흥미로웠습니다. 확실히, 여행에서 가장 중요한 건 짐 관리입니다. 아무리 여행이 즐거워도 어깨에 양 손에 짐들고 다니는 일은 생각만 해도 온몸에서 힘이 빠져나가는 듯합니다. 브라질 세관에서 미숫가루를 마약으로 의심받은 사건은 한편으로 쓴웃음이 나오기도 하고 다른 한편으로 정말 마약 수사에 특화된 공권력이라면 헷갈릴 수가 있을까 싶기도 했습니다. 입자도 크고 색깔도 (아무리 마약류가 다양하다고 하지만) 다른데 말입니다. 미개한 자문화 중심주의에 빠진 이들이 정작 진짜 심각한 마약은 찾아내지도 못하면서 말입니다. 

배우 문소리씨의 어머니이신 이향란씨의 사연도 있습니다. "살가운 딸이 못되어서 미안해. 엄마 딸이라서 내가 얼마나 좋은지 몰라(p151)." 손주를 키우며 자식에게 생긴 미안함에 대해서도 말씀하시는데 이런 모습을 보면 정말 전형적인, 한국의 나이 지긋하신 엄마들, 할머니들이 겪는 문제를 이향란씨께서 잘 대변해 주신다고 생각이 들었습니다. 

<엄마 발달 백과>를 쓰신 워킹맘 홍현진씨의 사연도 있습니다. 저는 저 책을 다른 경로를 통해 읽은 적 있었는데 그 저자분 인터뷰를 이렇게 읽게 되어 더 반가웠습니다. 아이들뿐 아니라 엄마, 나아가 모든 성인들도 그 나름의 "발달" 과정을 거치며 사람의 성장, 완성을 위한 발걸음에는 참으로 끝이 없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엄마들이 있어서 오늘날의 우리가 여기 있는 것이며, 어머니들의 희생과 은혜는 참으로 가이 없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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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책 쓰기로 돈 버는 방법에 관한 이야기
김태광(김도사) 지음 / 매일경제신문사 / 2023년 5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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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는 책 쓰기는 특별한 재능을 가진 사람들에게나 어울린다고 여겼으나 지금은 누구에게나 가능한 작업이라는 데 공감하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당장 책쓰기에 동참하자고 하면 사양하거나 망설이거나 막막해하는 이들이 대부분입니다. 저자 김도사님은 당신의 빈곤, 가난으로부터 탈출하기 위해서라도 책쓰기를 지금 시작해야 하며, 책쓰기야말로 퍼스널 브랜딩의 첫걸음이라고 주장합니다. 

2022년 5월 충북 옥천에 사는 50대 초반의 어느 여성분이 저자에게 책쓰기 컨설팅을 요청해 왔다고 합니다. 사실 우리가 유명인사의 강연을 찾아 간다, 출판기념회에 가서 저자 사인을 받는다, 이런 건 어떤 구체적인 이익이 있어서가 아니며 생전 처음 들어 보는 가르침을 얻기 위해서도 아닙니다. 이 책 p44에 나오듯, "성공한 사람의 에네르기를 얻기 위해서"입니다. 물론 책쓰기 코칭 전문가인 김태광 저자님에게, 향후 출판을 위한 구체적인 플랜, 사업 절차 등을 배울 수도 있었겠지만 차라리 이는 부차적인 혜택입니다. 나도 이 사람처럼 될 수 있다는 어떤 기를 받고 앞으로 어떤 어려움이 있더라도 초심대로 밀고 나갈 에너지를 얻는 게 주목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저자는 책쓰기야말로 인생역전의 기회라고 합니다. 박사학위보다도 가치 있는 게 책쓰기이며, 박사학위로 인생 역전한 사람은 없지만 책쓰기 하나로 인생이 바뀐 사람은 많다고 합니다. 책에는 여러 유명인사들의 사례가 소개되는데, 이분들이 혹 책쓰기가 아니었다면 지금처럼 유명해지지 않았을 것이라는 게 저자의 주장입니다. 꼭 성공이 목적이 아니라, 책쓰기를 통해 자신의 인생을 돌이켜보고 정리하며 혹 얻어낸 소중한 교훈이 있다면 불특정 다수 독자들에게 공유해 주는 것도 뜻깊은 일이 아니겠습니까. 

만약, 현재 자신이 종사하는 직업과 특수한 기능을 보유했다면 그 점을 잘 살려 책을 쓰는 것도 하나의 방법입니다. p95를 보면 건축가, 시공자가 공개하는 집짓기의 모든 것이라든가, 작은 집 넓게 쓰는 인테리어라든가, 홈 인테리어를 카페 스타일로 꾸미고 싶을 때 노하우라든가, 이 모든 것이 책쓰기의 좋은 소재가 됩니다. 구본형 소장은 자기계발의 일등 전도사 같은 분으로서 우리 독자들도 그 베스트셀러 한두 권 정도는 읽어봤음직한 분인데, 이분은 그저 평범한 직장인이야말로 책쓰기에 가장 적합한 후보자들이 될 수 있다고 합니다. 있지도 않은 일을 꾸며내어 장사를 하려는 사기꾼이 아닌 다음에야, 직장에 실제 다니고 그 겪은 애환을 솔직하게 공유하는 직장인이야말로 독자들에게 환영받을 만한 작가입니다. 

집안의 반대를 무릅쓰고 수천만원을 들여 억지로 셀럽이 되려는 허황된 한탕주의가 아니라면, 누구라도 작가가 되려는 자신만의 소중한 꿈을 가꿀 수 있습니다. 구로다 나스코 씨는 글쓰기 노력을 게을리하지 않은 끝에 무려 75세의 나이에 일본 최고의 문학 영예인 아쿠다가와 상을 받았습니다. 이처럼 자신을 갈고닦는 노력은 중요한데, 다만 탈고를 했다고 그냥 만족할 게 아니라 오탈자는 없는지, 더 나은 표현은 없을지 고민하며 원고를 가다듬는 노력이 중요하겠고, 초판에 혹 수두룩할 수 있는 오탈자 때문에 부끄럽게 되는 난감한 일을 미리 막자고도 합니다. 

저자는 어렸을 때 말더듬증 때문에 많은 고생을 했다고 고백합니다(p220). 말더듬 때문에 사람들 앞에 나서기도 두려워지고 자신감도 떨어졌습니다. 그런 저자의 인생을 바꿔 놓은 게 바로 책쓰기였습니다. 공병호 박사 같은 사람을 롤모델로 삼고 끊임없이 노력한 끝에 오늘에 이르렀습니다. 어쩌면 평범한 우리들만큼, 글쓰기를 통해 다시 태어나기에 적합한 사람들도 없겠다는 저자의 고백을 듣고 많은 생각을 하게 된 독서였습니다.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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