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썰의 전당 : 서양미술 편 - 예술에 관한 세상의 모든 썰
KBS <예썰의 전당> 제작팀 지음, 양정무.이차희 감수 / 교보문고(단행본)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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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구라씨 진행으로 KBS에서 일요일마다 인기리에 방영 중인 <예썰의 전당> 중 서양미술 편을 도판과 함께 정리한 책입니다. 책날개에도 나오지만 단순히 작품에 대한 해설만 해 주는 게 아니라 시대상, 사회상까지 함께 설명해 주므로 그림에 대해 입체적, 총체적 이해를 하게 돕습니다. 

보통 "그림은 마음으로 보는 것"이라고들 하지만 무책임한 말입니다. 정말 분석과 감상, 비평의 천재가 아니고서는 그림만 분리해서 보고 그 깊은 의도를 캐치해낼 수 없습니다. 역사와 인물, 나아가 당대의 경제 구조까지 알아야 그 시대를 대표하는 명작의 의도와 가치를 제대로 알 수 있겠습니다. 

감수자 두 분 중 양정무 교수는 실제 출연도 해서 우리 시청자들이 아는 그분입니다. 8회분 같은 건 스페인의 문호 세르반테스를 다루는데 이 회차는 주제가 "미술"이 아니므로 지금 이 책에서는 커버하지 않습니다. 13회 벨라스케스 편은 이 책에서는 제6장으로 좀 앞으로 당겨서 배치되었습니다. 

작품을 많이 남긴 다빈치였지만 자신에 대한 기록은 많지 않았기에 더욱 신비감을 자아냅니다. p27에 나오듯 다빈치 집안은 대대로 공증인이었고 그 영향을 받아서인지 레오나르도 본인도 기록광이었고 그런  치밀한 시각과 태도가 그 남긴 작품에도 반영됩니다. "이 사람의 관심사는 대체 어디까지였는지, 한계가 없는 듯하다(p30)." 후세 사람들도 이렇게 말할 만큼 그의 천재성과 끝없는 탐구심이란 일반적인 범주를 한참 벗어난 것이었습니다. 또 개인의 창의를 존중하고 천재에 대해 합당한 존중을 보낼 줄 알았던 피렌체 공화국의 열린 사회 분위기가 그의 성취를 크게 도와 줬다고도 할 수 있습니다.  

p40에 나온 두 그림, 다빈치의 <살바토르 문디(세상의 구원자, 즉 예수 그리스도)>와 뒤러의 자화상은 그 구도의 유사성 때문에 아주 자주 회자되는 소재입니다. p41에 나오는 뒤러의 <엉겅퀴를 든...>에 대한 해설은, 그림 하나에서도 얼마나 많은 해석들의 추출이 가능한지 잘 보여 줍니다. 이 편은 방송 당시 저도 집중해서 시청했는데 뛰어난 화질로 찍힌 컨텐츠라서인지 TV 화면에서 인물이 튀어나올 것 같은 생동감이 돋보였습니다. 

"시스티나 성당 천장화를 보지 않고서는 한 인간이 어느 정도의 일을 해 낼 수 있는지 직관적인 상상이 불가능하다(p65)." 역시 미술은 손으로 빚어내는 인간의 그 역동적인 무엇이 있어야 일개 평범한 감상자의 눈에도 "아!"하며 압도당하는 어떤 감동이 가능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이런 대작을 보고 나면, 아무리 현대미술이 컨셉과 아이디어를 중시한다 해도 과연 그런 제한된 범위의 표현이라는 게 얼마나 큰 공감을 유도하겠는지 심각한 회의가 들 수 있겠습니다. 

"루벤스가 가진 능력 중 하나는 신화와 현실을 융합하는 능력이다(p103)." 우리가 앤트워프로 보통 아는 안트베르펜의 당대 사정을 알면, 루벤스의 그림 <대지와 물의 결합>이 더 잘 이해된다는 것입니다. 스헬더 강이 안트베르펜과 다시 만난 게 무려 250년이 지나서였습니다. 1830년은 프랑스에서 7월 혁명이 발생했고, 그 영향을 받아 벨기에가 네덜란드로부터 독립을 선언한 해입니다. 

책 6편은 벨라스케스를 다루는데, 방송도 그렇고 훨씬 후대의 화가 피카소의 <시녀들(의 재해석)>을 분석하며 이야기를 시작하므로 혹시 피카소 이야기인가 착각할 수 있지만 그 원작을 그린 벨라스케스가 주제입니다. p116에 나오듯 주인공은 펠리페 4세와 마리아나 왕비이지만 제목에 걸맞게 많은 시녀들이 등장하며 이 시녀들은 이례적으로 우리들이 그 이름까지도 알 정도입니다. 역시 그림이란 단 하나만의 해석을 허용하지는 않으며, 벨라스케스의 이 걸작을 통해 우리는 메타페인팅(방송에서는 정치학자 김지윤 교수가 설명을 거듭니다)이 뭔지 개념을 세울 수 있습니다. 천재의 작품은 이처럼 전혀 새로운 표현의 영역을 개척합니다. 책에는 안 나오지만 김구라씨가 합스부르크 턱을 자신도 가졌다며 드립을 치는 게 방송에 나옵니다.  

렘브란트는 사업가 기질이 다분했으며 그의 그림도 본인 스스로의 기백이랄까 신명 같은 게 배어나는 화풍입니다. 동시에 당시 번성하던 조국 네덜란드의 상업적 융성도 잘 표현됩니다. 근세나 근대에 그림을 그린 유명한 화가들의 명작을 보면, 과연 이 그림 커미션을 준 사람들은 이런 표현에 만족했을까 하는 의문이 들 때가 있습니다. 의뢰인은 자신이 아름답게, 위엄 있게 드러나길 원하지만 화가는 예술가의 자존을 내세워 엉뚱한 사람을 전면에 내세운다거나 강조의 지점을 뒤집든지 해서 작품 자체의 완성도를 더 높이려 들기 때문입니다. p149에 이것 관련 설명이 쉽고 자세하게 나옵니다. 

밀레의 그림은 일견 대단히 평화롭게만 보이며 실제로 사회주의 리얼리즘에 의해 혹독한 비판을 받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책(과 방송)에서는 이미 충분히 밀레의 그림이 당대 사회의 모순을 비판적으로 묘사하며 그림에 대한 보다 섬세한 해석이 밀레의 숨은 의도에 대해 얼마든지 재조명을 가능하게 해 준다고 설명합니다. 인상주의의 마네, 모네 등에 대해서는 최근 여러 미술 대중서에서 그 뚜렷한 의의에 대해 자세히 풀어주는 경향이었으므로 독자도 꽤 익숙하지만 이 책에서는 좀 더 새로운 "썰"들이 나와서 흥미로웠습니다. 21세기 들어 특히 한국에서도 큰 인기를 끈, 멸망 직전 제국의 마지막 번영기를 화려하게 수 놓은 오스트리아 화가 클림트에 대해서도, 어쩌면 이런 기획에 가장 잘 어울리는 화가일 그를 놓고 책에서는 끈적하면서도 미학적 적실성을 발휘합니다. 책 자체가 미술 작품입니다.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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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 브랜딩 기술 - 마케팅 비용의 경쟁에서 벗어나는 좋은 습관 시리즈 29
문수정 지음 / 좋은습관연구소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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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로서 기술적, 인적 자질이 빼어나다는 것과 그분이 운영하는 병원이 현실에서 상업적으로 번창하는지 여부는 별개의 문제인 듯합니다. 사필귀정이라고, 뛰어난 의사가 시장에서도 그에 합당한 평판을 얻고 인정을 받는 경우도 많겠으나, 의료인으로서의 완성도가 경영 자질과 함께 가라는 법은 없습니다. 어찌보면 병원도 자영업의 일종이기에, 대중에게 해당 병원의 이미지라든가 특장을 잘 어필하는 기술, 혹은 영업력 등이 큰 비중을 차지하는 듯합니다. 

사실 자영업을 꾸려갈 때 뜻하지 않게 큰 비용을 지출할 때가 많습니다. 이렇게 할인을 해 주면 남는 게 대체 뭘까 하는 회의가 들 때마다, 에이 그냥 마케팅 비용이라고 생각하자 이러면서 서글픈 자기위로로 도피하기도 합니다. 마케팅 비용 지출도 하루이틀이지, 제살깎아먹기 식으로 남들따라 펑펑 쓰다 보면 결국은 사업 자체에 타격이 옵니다. 가능하면, 같은 비용을 들여도 큰 효과를 내는 브랜딩 기술이 무엇인지 궁금해졌습니다. 

나와 내 병원에 대해 나만큼 잘 아는 사람, 마케터가 있을까? 이런 기분으로 즉흥적으로 마케팅 컨셉을 잡지 말라고 합니다(p37). 병원 컨셉은 결코 즉흥적으로 결정되어서는 안 되며, 자병원의 개성과 특장뿐 아니라 시장의 상황도 고려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책에서는, 바람직한 컨셉 결정의 요소를 "창업자의 자기다움"과 4C 분석이 핵심이라고 알려 줍니다. 4C는 환경(circumstance), 경쟁자(competitor), 자사(company), 고객(customer)를 뜻합니다. 최상위 레벨에서의 경영 전략도 그렇고, 브랜딩 플랜도 이 요소들이 철저히 반영된 상태에서 결정되고 집행되어야 합니다. 

여기서 특히 조심해야 할 게, 브랜딩은 위장, 과장, 허위의 화장술이 아니라는 점입니다. 아무리 컨셉을 잘 잡아도 그 본질이 시원찮거나 장점이 전혀 엉뚱한 데 있다면, 요란한 브랜딩이 별 도움이 될 수 없을 뿐더러 오히려 방해가 되겠습니다. 그래서 "창업자의 자기다움", "자사(자병원) 분석" 단계가 중요한 것입니다. 또 많은 사람들을 오랜 동안 속일 수는 없다고, 결국 마케팅의 핵심도 진정한 본질 가치의 확실한 전달에 있음을 명심할 필요가 있겠죠. 

마음에 드는 병원명(후보들)이 있더라도 이를 성급하게 고를 게 아니며 kipris.or.kr을 통해 반드시 확인을 해 보고 행여 상표법상의 법적 분쟁이 생기지 않게 조심하라고 합니다. p46에서는 브랜드 선택시 특히 주의해야 할 점 7가지를 제시합니다. 1) 브랜드의 의미를 잘 전달하는가 2) 차별성, 참신성 3) 동일검색, 유사검색에 지장 여부 4) 청각성 5) 기억에 잘 남는지 여부 6) 가독성, 로고 친화성 7) 타 브랜드와 착각 여부. 이 과정에서도 타 병원의 상표권을 침해했는지 여부를 확인해야 합니다. 

병원 브랜딩의 좋은 사례로는 어떤 게 있을까? 1세대 병원 컨설턴트인 문수정 저자가 제시하는 좋은 예들로는, 성형외과의 경우 "4월 31일", 치과의 경우 "81도 교정" 등이 있습니다. 공장에서 찍어낸 듯한 성형미인을 지양하겠다는 병원 지향성, 여성에게 가장 아름다운 옆모습 각도라는 81도 등이 브랜딩에 녹아든 예입니다. 이런 브랜딩은 확실히 참신하기도 하고, 시장의 소비자들이 명시적으로건 암묵적으로건 마음 속에 품은 니즈를 정지점에 맞히는 매력이 있습니다. 느루요양병원의 경우는 p47, p113에 걸쳐 자세히 분석됩니다. 

병원도 분명 럭셔리하고 브로셔(회사에서 무료로 제작해 준)도 깔끔하지만 컨설팅에 임하며 저자는 깜짝 놀랐다고 합니다. 아무리 실체와 홍보매개가 그 자체로 화려해도 고객이 느끼기에 둘이 서로 매칭이 안 되면 적어도 홍보 수단, 전략으로서는 완전히 빵점이고 경우에 따라 역효과가 나기에나 딱 좋기 때문입니다. 로고와 브랜드 디자인에 대해 많은 원장님들이 무관심하지만 해당 브랜드가 사람들 머리, 감성에 얼마나 잘 남냐는 문제는 매우 중요하며, 만약 대폭 개선이 어렵다면 점진적인 리모델링도 좋다고 책은 제안합니다.  

병원뿐 아니라 모든 자영업은, 자신의 업(業)을 어떻게 정의(define)하느냐가 매우 중요하다고 책은 알려 줍니다. 예를 들어 어느 비만치료병원은 "우리는 불필요한 뭘 빼는 일을 하는 게 아니라, 필요한 것만을 추려 넣는 일을 합니다"라고 메인 미션을 정의했습니다. 무식하게 안 먹고 빼기만 하면 요요현상도 올 수 있고 건강에 심각한 지장이 초래되기도 합니다. 빼는 데에만 주력하면 그건 병원이 아니라 단식원이며 병원은 미용실과는 달라서 고객의 요구만 들어주고 끝이 아니라 지속 가능한 건강까지를 배려해야 합니다. 

병원은 병원장 혼자서 꾸려가는 게 아니라 경영이념을 잘 이해하고 조직문화와 일체가 되어 움직이는 직원들의 협조가 있어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병원장부터가 솔선수범해야 하며 직원들이 병원장과 병원의 진로와 지향성을 계속 주시하고 있음도 잊지 말라고 합니다. 직원들로부터 구체적인 반응이 나오면 그때그때 적절한 피드백이 따라 줘야 합니다. 

"고객의 비용을 줄여주고 혜택은 늘린다." 병원이 이런 목표와 의도를 갖고 진정성 있게 진료에 임한다는 메시지만 효과적으로 전달해도 고객의 방문이 끊일 날이 없을 듯합니다. 스토리 콘텐츠의 개발에도 주력해야 하며, 네이버 플레이스 등 온라인을 통한 효과적인 홍보에도 관심을 가져야 합니다. 성과의 측정도 과학적이라야 하는데, 내원경로와 병원선택이유를 체크해야 하고, KPI를 일, 주, 월간으로 세분화하여 작성해야 합니다. KPI는 미시적 분석에 그치지 않고 통합적 시야로까지 확장해야만 정확한 성과 평가가 가능하다는 결론에서, 병원 경영 역시 주먹구구가 결코 아닌 과학적 프로세스를 거쳐야 함을 알 수 있습니다.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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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방의 계절
연소민 지음 / 모요사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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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잔하고 훈훈하기만 한 사연을 예상했었으나 생각보다는 무거운 이야기들이 깔려 있기도 해서 약간은 의외인 작품이었습니다. 

주인공은 유정민, 아직 젊은 여성이고 전직 방송 작가입니다. 이 소설을 읽으면서 새롭게 배운 게 많았는데 그중 하나가 방송작가분들이 정확히 무슨 일을 하는지에 대해서였습니다(아주 짧은 언급과 가상의 사연을 통해서건 하지만). 저 개인적으로는 13년 전쯤 등촌동에 살 때 작가 한 분을 안 적이 있기까지 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소설을 읽고서야 아 사실은 이분들이 이런 일을 하는 거구나 하고 새삼 느낌이 왔습니다. 주인공 유정민이 그만큼 특별한 사람이었던 까닭도 있었겠습니다.  

제목대로 이 소설은 한 공방에서 벌어지는 이야기입니다. 제가 이야기를 빨려들어가듯 읽은 게, 잘 살펴 보면 이 공방에서 조희 선생님께 배우는 제자들(성별, 연령대는 다양합니다)은 사람들과 아주 관계를 편하게 맺는 성격들은 아닙니다. 주인공 정민은 말할 것도 없고, 다른 회원들도 뭔가 각자의 사연들이 강하건 약하건 간에 그들의 기억 한 구석을 부여잡는 듯 보입니다(아니면, 그저 나이가 어려서 서투르거나). 그러던 이들이, 가장 나중에 참여했고 가장 힘든 상황이었던 정민을 계기 삼아 마음을 서로에게 더 열어 가는 것입니다. 물론 그들은 정민이 합류하기 전에도 각자의 방법으로 소통하고는 있었으나(특히 효석과 지혜, 준과 예리) 정민을 동력 삼아 다른 파장의 소통 한 구비가 더 열렸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정민의 합류 역시 조희씨의 강력한 권유가 있어서 이뤄졌습니다. 

공방이란 무엇인가를 만드는 장소입니다. 이 작품의 공방에서는 도자기가 그 주제인데, 일반인들도 그렇지만 도자기라고 하면 뭔가 어렵게들 여깁니다. 그러나 공방 주인 조희 선생님은 단호하게 말하기를, 디자인이나 색채, 아름다움이 메인이 아니라 어디까지나 그 실용성이 우선(p27)이라고 합니다. 아마도 조희 선생님 역시 정민씨가 방송작가라고 하니까 뭔가 멋진 카피(인스타용) 같은 걸 기대했었나 봅니다(p48). 멋진 작품 하나를 만들어 건네자 조희 선생님은 너무도 좋아합니다(p55, p107). 

이곳 공방은 정민에게 원래 연고가 없던 일산에 소재했는데, 하필이면 학창시절 악연이 있었던 주란과 이곳에서 조우합니다. 더군다나 주란 옆에는 다리가 불편하게 된 아빠도 같이 있었는데, 이분이 이렇게 된 건 과거 정민의 부친이 이분에게 불법행위를 저질렀기 때문입니다. 그 경위도 알고 보면 어이가 없는 것이며 이런 부친 때문에 정민의 인생에 얼마나 큰 그늘이 드리워졌겠는지는 짐작이 충분히 가능합니다. 그런데 피해자 쪽인 주란보다 오히려 정민이 더 그들을 불편해했는데, 처음에는 정민이 좀 이기적이지 않나 생각했지만 더 읽어 보니 그럴 만도 했겠구나 싶은 과거의 사정이 나오더군요. 이래서 사람의 인성과 특정 행동은 한 국면만 놓고 함부로 재단해서는 안 되는 것입니다. 

배경이 일산이다 보니 지하철은 주황색 3호선을 타고 이동해야겠죠(p179). 혹은 고터로 향하는 M버스이겠습니다(p237). 정민도 아빠가 저지른 일 때문에 일종의 업보의식 같은 게 있어서 늘 괴로워하는데 기식도 선대가 겪던 고초가 대물림되는 것 같은 (사실은 근거 없는) 공포와 죄의식("할아버지의 손을 놔 버린 벌". p181)에 시달리기도 하는 사람입니다. 그러나 이건 정민만큼 심각한 케이스는 아니고, 정민하고 균형을 맞추려고 하나 꺼낸 정도입니다. 아직 나이가 어렸을 때였는데 기식이 어떻게 할아버지를 돌볼 수 있었겠습니까. 

작가님이 의도적으로 어법에 틀리게 쓴 표현도 눈에 띄어 웃음을 자아냅니다. p203의 우리가 좋아했었었던이라든가, p28의 완벽하게 찌그러졌다 같은 게 그 예입니다. 훈훈해져 가는 분위기 속에 인물들의 살짝 꼬였던 삶은 대체로 풀려 갑니다. 준은 대학(그것도 도예과)에 합격하고(과연 천재?ㅋ p74, p190), p165에 처음 등장했던 소타는 정민이 잘 될 걸 다 알았다며 너스레를 떨고, 정민도 이제 재도약을 준비하며 다만 조희쌤은 재충전의 시간을 갖습니다. 사람들은 이 밤가시마을에 모여들어 이제 고소한 양식만 잘 추리고 날카로운 가시는 쏙쏙 잘 제거하여 나만의 그릇을 소중히 빚는가 봅니다.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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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9보다 1 - 부동산 투자의 허들을 넘자
김형민 지음 / 열아홉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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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과는 다른 삶을 살려면 삶의 각오나 방식, 지향점도 남들과 달리 잡아야만 합니다. 남에게 끌려다니지 않고 내가 주도하는 삶이 되고 싶다면 지금부터 전과는 다른 전략으로 내 삶에 임할 필요도 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투자의 핵심은 내 돈의 통제권과 의사 결정권에 있다(p21)." 그렇다면 주식 투자의 경우는 어떨까요? 저자의 생각으로는, 시장 정보의 분석에 의한 투자라든가, 세력의 움직임을 보고 꼈다가 빠졌다가 하는 투자는 이런 투자에 속하지 않는다고 합니다. 장기 투자, 가치와 성장 가능성을 보고 행하는 투자라야 이런 범주에 속한다는 것입니다. 펀드나 리츠도 마찬가지로, 저자가 보기에는 그들만의 리그에 불과하며, 돈을 자유로이 넣었다 뺐다 하며 내 의사를 반영시킬 수 있어야 그게 내가 내 돈에 대한 통제권, 의사 결정권을 행사할 수 있는 투자라는 것입니다.  

여기서 재미있는 건, 개업 공인회계사이며 안정적 수익을 올릴 만큼 경력도 쌓은 저자가, 처음으로 수익용 부동산을 관리하는 회사(당시 강남에서 가장 컸다는 곳)의 고문으로 봉직하며 신입 교육도 담당할 때, 설마 고문인 나를, 회계사를 (그들이) 속일 수 있을까 생각했지만 보기좋게 속고 말았다는 것입니다. 

세상 일이 다 이렇습니다. 조금조금씩 신뢰를 쌓고, 어떤 거절 못 할 분위기를 만들어서 세팅을 차츰 완성한 다음에, 한순간에 뒤통수를 치고 빠져나가는 거죠. "그 정도씩이나 되는 사람들이 설마 나를 속이겠어?" 처음에는 "똑똑한 나를 어떻게 속이겠어?"에서, 분위기가 고작 이제 이렇게 상대의 선의에 기대는 식으로 바뀌다가, 그 다음에는 보기 좋게 사기를 당하는 겁니다. 그래서 저자께서 강조하는 게, 내가 통제할 수 있는 투자, 내가 주인 노릇을 할 수 있는 투자입니다. 

사실 주식은 한번 종목을 잘못 골라서 들어갔다가 심하게 물리거나, 아예 회사가 망하든지 해서 주식이 휴짓조각이 되는 수도 있습니다. 반면 부동산은 여튼 실체가 남기는 합니다. 정 안 되면 내가 이용하면 그만이고, (공실 기간이 발생할망정) 어떻게든 세를 줄 수도 있고... 아무리 시세가 폭락해도 하다못해 터(대지)는 남으니까 원금이 0이 되는 일은 없다...이게 저자의 말입니다. 

다만 저자 자신도 그런 체험을 했듯이, 도대체 내가 낸 자금이 투명하게 운용되는지를 내가 확인할 수가 있어야 합니다. 또하나 고민은, 내가 임차인을 쥐어짜기라도 해서 (원래 낮았던) 임대료를 대폭 올리기라도 하면, 이 임차인은 자기가 내고 온 권리금을 사실상 잃는 셈인데, 이건 제로섬 게임도 아니고 사실상 노력하는 사람을 착취해서 돈을 버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이런 말이 책에 나오네요. 이게 처음에 저자를 괴롭혔던 고민 중의 하나입니다. 

이 책의 제목은 "99보다 1"입니다. 처음에 저는 실패하는 99보다 성공하는 영리한 1이 되자는 취지로 이해했습니다. 물론 그런 해석도 맞지만, 이 저자분의 남다른 선택을 뜻하기도 하는 그런 제목입니다. 사실 요즘 극히 일부 공인중개사들이 좋지 못한 일에 적극 가담하여 사회적으로 큰 물의를 빚었습니다. 어쨌든 공인중개사도 전문직으로 사회에서 인정받는 직종의 하나인데 그 신뢰를 악용해서 이런 결과가 빚어졌습니다. 공인회계사에 대한 신뢰는 사회에서 거의 탑급인데, 저자는 스스로 밝히기를 다른 99의 공인회계사의 길과 다른 길을 걸어왔다고 하십니다. 

처음엔 좋지 않은 일도 있었으나 p69 이하에 힘있고 좋은 분들과 학연, 업무상으로 얻게 된 친분을 잘 활용하여 첫번째 투자에 성공하고 이후 계속 승승장구한 사연이 나옵니다. 역시 한국은 빈손에서 시작하다시피하여 공부와 노력으로 성공하기가(적어도 저자분의 청년기에는) 그리 어려운 나라는 아니었나 봅니다. 저자는 이 과정에서 "내가 잘나서만은 아니다. 다른 사람들이 잘 세워 놓은 플랜 덕을 본 게 있다"고 진솔하게 고백합니다. 물론 그 파트너들, 전주분들도 저자의 지식과 용역을 잘 활용했겠기에 윈윈 관계가 형성되었겠고 말입니다. 본인이 남한테 도움이 안 되는데 누가 알아서 먼저 찾아와 도움을 베풀겠습니까. 

이 책은 저자께서 여러 채의 건물을 보유하고 거액의 자산을 지니게 된 석세스 스토리가 자세하게 나와서 이 분야에 관심 있는 독자들이 흥미롭게 읽을 수 있습니다. 특히 p79 같은 데를 보면 저자께서 "선배님, 저는 최소 제 지분이 50%라야, 이 건물에 투자를 하고..."라면서 어떤 상황에서도 자기 원칙, 자기 중심을 잃지 않는 걸 우리가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이 책에 나온 부동산 투자 과정, 자산 증식 과정을 눈여겨 보되, 상대가 누구건 어떤 갑을관계 상태이건 간에 눈 똑바로 뜨고 내가 주도권을 유지해야 한다는 점 결코 잊어서는 안 되겠습니다. 투자는 어떤 경우에도 자기 책임 자기 판단입니다.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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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슬픔의 거울 오르부아르 3부작 3
피에르 르메트르 지음, 임호경 옮김 / 열린책들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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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이 터지면 가장 큰 피해를 보는 것은 서민들입니다. 애초에 어느 나라라고 해도 서민의 삶은 불안정하고 가난합니다. 전쟁이 터지면 가장 기초적인 질서가 무너지고 경제 활동이 스톱됩니다. 가뜩이나 어렵게 생계를 이어오던 그들은 최악의 상황으로 몰립니다. 배우자나 부모가 없어 생계를 아슬아슬하게 혼자 책임져야 했던 여성들의 삶이 그 중에서도 가장 비참해집니다. 2차 대전이 끝난 후 파리에서는 부역자들을 즉결처분한답시고 매춘 여성들을 잡아 조리돌림하거나 공개망신을 주었는데 아주 비겁한 짓입니다. 시스템, 체제가 약자, 여성들을 보호는 못할망정 무능으로 그들을 생존의 위기로 몰아넣고서는, 남의 힘에 기대어 해방된 주제에 뻔뻔스럽고 기세등등하게 동족 중 피해자에게 징벌을 가하는 판이었으니 말입니다. 

p13를 보면 라 프띠뜨 보엠 책에서는 집시 아가씨라는 뜻이라고 역주에서 설명합니다. 작은 보헤미안인데 이게 문맥상 집시가 더 어울리겠으며(보헤미아인과 집시는 다르지만), 정관사 la와 petite라는 철자(발음)가 남자 아닌 여성임을 알려 줍니다. p14의 나르비크는 노르웨이의 철광석 수출항인데 나치 독일의 침략을 받아 점령당했던 노르웨이의 딱한 사정을 상징합니다. 쥘 씨가 아는 바와는 달리 나르비크의 사정은 당시에 좋지 못했습니다. p67에는 레방에르라는 지명이 나오며 노르웨이의 전황이 (나치 입장에서) 더 악화했음을 보여 주지만 이런 호조세는 계속되지 못합니다. 

p92, 이건 존엄의 복수(plural)라는 것이며, 프랑스어로는 nous이겠습니다. p529 본문 중에 또 복수(複數)가 언급됩니다. 이 소설은 프랑스 현대사에서 가장 암울했던 시간을 배경으로 삼는데, 전쟁 중(혹은 전쟁 직전) 겪은 고난은 고난인 것이고 등장인물들은 "견딜 수 없는 걸 유쾌하게라도 견디려고" 갖은 해학을 다 발휘합니다. 여튼 교단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는 루이즈는 희한한 상황에 엮여 졸지에 매춘부 신세로 떨어질 판입니다. 물론 우리 독자들이 의사선생 사건을 다 봐서 알지만 그녀는 아무 잘못 없습니다. 의사가 왜 그런 요구를 했는지는 p216에 기절초풍할 사연이 나옵니다(이미 p18, 밑에서 둘째 줄에 그런 암시가 있기는 했어요) . 

그녀에게는 여태 많은 연인들이 있긴 했으나 직업적으로 성을 팔던 처지는 아니었습니다. 그녀의 처음 애인은 에두아르 페리쿠르라는 상이군인(p65)인데 1차 대전 복무 중 포탄 파편에 맞아 얼굴을 마스크로 가려야 하는 상태입니다. 모리스 르블랑의 뤼팽물 중 하나인 <포탄 파편>도 생각나더군요. 이런 사람들이 흔히 그렇듯 돈을 손에 좀 쥐면 여인을 떠납니다. 루이즈의 비극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계기입니다.  

르 푸아트뱅 판사가 이제는 배우자(의사)를 잃은 티리옹 부인에게 루이즈를 고소하라(p100)고 재촉하는 이유는 그가 아마도 예심판사(저 뒤 p237에 과연 그렇다고 나오네요)라서가 아닐까 짐작해 봅니다. 한국의 경우, 공갈죄라면 친고죄가 아니므로 검찰 혹은 수사당국이 얼마든지 직권으로 수사, 기소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지금 이 3공화국 하에서의 프랑스 형사소송 체계는 전혀 달라서 피해자(공갈의 경우 그 목적물을 배우자의 공동 재산으로 볼 수도 있으므로)의 고소가 있어야, 초동 수사가 이뤄지지 않았던 사건에 대해 기소가 진행될 수 있었기 때문 아니었을지요. 

쥘 씨와 의사 선생 티리옹(죽기 전)은 신문을 열심히 읽었는지 전문가도 아니면서 전황에 대해 열을 올려 가며 토론합니다. "마지노선 쪽으로 오든지(이는 독일군의 자살행위), 벨기에 평지를 돌파하든지(1차 대전처럼), 아니면 벨기에 아르덴 숲을 뚫고 들어와야 하는데 그게 가능하겠어?" 이 두 중늙은이뿐 아니라 가믈랭 장군도 실제로 그렇게 판단했습니다. 그런데 히틀러는 만슈타인의 충고를 받아들여 저 제3의 방안을 채택, 실행합니다. 탱크의 성능이 그처럼(빽빽한 숲을 밀고 들어올 만큼) 개량되었는지는 이 구닥다리들이 몰랐던 거죠. 빗소리를 두고 "아마 프랑스군이 독일 놈들을 때리는 소리(p145)"라며 현실 도피를 시도하는 중위의 말이 당시 프랑스 군대, 아니 국가 전체의 심각성을 잘 말해 줍니다. 

원래 2차 대전의 발발은 1939년 9월의 폴란드 침공을 기준점으로 잡으며, 이 소설에도 잘 나오지만 이미 선전 포고가 이뤄진 상태에서 다만 프랑스-독일 사이에 전투만 행해지지 않습니다. 날듯 날듯 하다가 결국 전쟁이 안 나는 상황이 무려 10개월 가까이 이어집니다. 이 소설에서는 이를 두고 "지레 진이 빠진다(p42)"고 표현합니다. 이걸 당시 저널리즘에서, 또 우리가 현재 읽는 역사책들에서는 phony war, 즉 가짜 전쟁으로 이름 붙입니다. 그러다가 갑자기, "독일 놈들이 벨기에를 침공했어요!(p112)"가 된 것입니다. 

p147에서 데지레 미고 변호사는 고위 당국자들의 터무니없는 낙관주의를 냉소 혹은 비판합니다. 아직 전황이 불확실한 데도 "전쟁이 벌써 끝났음"을 단언하는 장군에게, 이는 마치 "거사를 일찍 끝낸 것과 같다"고 하는데 아마도 성적인 뉘앙스이겠습니다. 그러니 화류계 여성이 큰 소리로 웃은 거겠지요. p152 "그쪽에 기근이 너무 심해서"라고 하는데 이 역시 일리가 있습니다. 비단 식량뿐 아니라 독일은 자원, 군수품, 생필품 등 모든 면에서 이미 심각한 부족에 시달리고 있었습니다. 일본도 미국의 금수 조치 때문에 한계 상황까지 내몰리다 이판사판이라는 생각으로 정신 나간 진주만 폭격을 감행했었죠. p198에 보면 독일 국민들이 나치에 대한 염증을 가져 히틀러가 조급해졌다고도 하는데 아주 터무니없는 말은 아닙니다. 

p281에서 데지레는 갈까마귀들이 집단으로 비둘기를 공격하는 장면을 목격합니다. 요즘 한국에서야 비둘기가 도시의 흉물이 되었지만 원래는 평화의 상징이었고, 흉포하며 습성이 더럽고 떼로 몰려다니는 갈까마귀가 나치의 의인화임은 독자들이 눈치챌 수 있습니다. ㅎㅎ 소설 속에서 계속 드러나듯 데지레는 가짜 변호사인데 p88에서 우리가 보았듯이 실력이 진짜보다 낫습니다. 그의 가짜 놀음은 이것뿐 아니라 p122에서 가짜 튀르키예어, p153에서 가짜 크메르어(=캄보디아어) 구사까지 화려합니다. p466에서는 가짜 신부가 되어 라틴어까지 읊어댑니다. 

p129에 보면 또 데지레가 검열이랍시고 엉터리 같은 짓을 하는데 역시 배꼽잡을 만한 헛짓입니다. 이 한국어판에서 역자 임호경 선생과 열린책들 출판사는 편집상 재미있는 시도를 하는데 아래 사진과 같습니다. 세계 문자 중 드물게도 우리 한글만 모아쓰기를 하는데 이런 묘미가 있습니다. p297 역주에 보면 gendarmerie를 헌병대로 옮기셨고, 성귀수 씨 같은 분은 이를 시범적으로 "군경"이라 전에 옮긴 적 있습니다.  

p246에서 데지레는 자신의 맡은 바 반 나치 프로파간다 방송을 열심히 해 댑니다. 히틀러가 고환이 하나다, 심지어 여자라는 소문은 꾸준히 돌아다녔었습니다. 이 루머의 원조는 사실 (같은 파시스트 독재자였던) 스페인의 프란시스코 프랑코 총통이었는데 그는 실제로 전투 중에 한 개의 고환을 잃어 후사를 못 남긴다는 소문이 파다했죠. 그러나 남경 정부의 장개석(장제스) 총통도 성불구자라고들 했듯 이런 루머는 사실 여부를 확실히 알 수 없습니다. p111에 전직 수학 선생인 가브리엘이 앙브르사크에게 사타구니를 걷어차이는 장면 있습니다. 얼마나 아팠을까요(p134에 약간 부었을 뿐 괜찮다고는 나옵니다). 그는 이미 p70에서도 죽을 고생을 했었는데 말입니다. p530에서는 드디어 다리까지 마비되는... 

이 소설은 하나의 큰 비극이지만 수많은 희극으로 수놓아집니다. p206 같은 데서 보듯 프랑스어 말장난도 재미있게 이어집니다. 채플린의 말, "인생은 멀리서 보면 희극이지만 가까이서 보면 비극이다"가 떠오르기도 합니다. 가믈랭 장군(p14), 페탱 원수(p598), 달라디에(p298), 레옹 블룸(p148) 등 지도자급 인사들이 더 현명하게 시국을 내다봤더라면 과연 역사는 어떻게 달라졌을까요. 최근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보듯 일부 독재자가 탐욕을 부리면 어제까지 평온한 일상을 유지하던 시민들이 갑자기 그 삶이 지옥으로 떨어지곤 하죠. 우리 슬픔의 거울은 과거에도 현재에도, 또 곳곳에 있습니다.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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