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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 브랜딩 기술 - 마케팅 비용의 경쟁에서 벗어나는 ㅣ 좋은 습관 시리즈 29
문수정 지음 / 좋은습관연구소 / 2023년 5월
평점 :
의사로서 기술적, 인적 자질이 빼어나다는 것과 그분이 운영하는 병원이 현실에서 상업적으로 번창하는지 여부는 별개의 문제인 듯합니다. 사필귀정이라고, 뛰어난 의사가 시장에서도 그에 합당한 평판을 얻고 인정을 받는 경우도 많겠으나, 의료인으로서의 완성도가 경영 자질과 함께 가라는 법은 없습니다. 어찌보면 병원도 자영업의 일종이기에, 대중에게 해당 병원의 이미지라든가 특장을 잘 어필하는 기술, 혹은 영업력 등이 큰 비중을 차지하는 듯합니다.
사실 자영업을 꾸려갈 때 뜻하지 않게 큰 비용을 지출할 때가 많습니다. 이렇게 할인을 해 주면 남는 게 대체 뭘까 하는 회의가 들 때마다, 에이 그냥 마케팅 비용이라고 생각하자 이러면서 서글픈 자기위로로 도피하기도 합니다. 마케팅 비용 지출도 하루이틀이지, 제살깎아먹기 식으로 남들따라 펑펑 쓰다 보면 결국은 사업 자체에 타격이 옵니다. 가능하면, 같은 비용을 들여도 큰 효과를 내는 브랜딩 기술이 무엇인지 궁금해졌습니다.
나와 내 병원에 대해 나만큼 잘 아는 사람, 마케터가 있을까? 이런 기분으로 즉흥적으로 마케팅 컨셉을 잡지 말라고 합니다(p37). 병원 컨셉은 결코 즉흥적으로 결정되어서는 안 되며, 자병원의 개성과 특장뿐 아니라 시장의 상황도 고려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책에서는, 바람직한 컨셉 결정의 요소를 "창업자의 자기다움"과 4C 분석이 핵심이라고 알려 줍니다. 4C는 환경(circumstance), 경쟁자(competitor), 자사(company), 고객(customer)를 뜻합니다. 최상위 레벨에서의 경영 전략도 그렇고, 브랜딩 플랜도 이 요소들이 철저히 반영된 상태에서 결정되고 집행되어야 합니다.
여기서 특히 조심해야 할 게, 브랜딩은 위장, 과장, 허위의 화장술이 아니라는 점입니다. 아무리 컨셉을 잘 잡아도 그 본질이 시원찮거나 장점이 전혀 엉뚱한 데 있다면, 요란한 브랜딩이 별 도움이 될 수 없을 뿐더러 오히려 방해가 되겠습니다. 그래서 "창업자의 자기다움", "자사(자병원) 분석" 단계가 중요한 것입니다. 또 많은 사람들을 오랜 동안 속일 수는 없다고, 결국 마케팅의 핵심도 진정한 본질 가치의 확실한 전달에 있음을 명심할 필요가 있겠죠.
마음에 드는 병원명(후보들)이 있더라도 이를 성급하게 고를 게 아니며 kipris.or.kr을 통해 반드시 확인을 해 보고 행여 상표법상의 법적 분쟁이 생기지 않게 조심하라고 합니다. p46에서는 브랜드 선택시 특히 주의해야 할 점 7가지를 제시합니다. 1) 브랜드의 의미를 잘 전달하는가 2) 차별성, 참신성 3) 동일검색, 유사검색에 지장 여부 4) 청각성 5) 기억에 잘 남는지 여부 6) 가독성, 로고 친화성 7) 타 브랜드와 착각 여부. 이 과정에서도 타 병원의 상표권을 침해했는지 여부를 확인해야 합니다.
병원 브랜딩의 좋은 사례로는 어떤 게 있을까? 1세대 병원 컨설턴트인 문수정 저자가 제시하는 좋은 예들로는, 성형외과의 경우 "4월 31일", 치과의 경우 "81도 교정" 등이 있습니다. 공장에서 찍어낸 듯한 성형미인을 지양하겠다는 병원 지향성, 여성에게 가장 아름다운 옆모습 각도라는 81도 등이 브랜딩에 녹아든 예입니다. 이런 브랜딩은 확실히 참신하기도 하고, 시장의 소비자들이 명시적으로건 암묵적으로건 마음 속에 품은 니즈를 정지점에 맞히는 매력이 있습니다. 느루요양병원의 경우는 p47, p113에 걸쳐 자세히 분석됩니다.
병원도 분명 럭셔리하고 브로셔(회사에서 무료로 제작해 준)도 깔끔하지만 컨설팅에 임하며 저자는 깜짝 놀랐다고 합니다. 아무리 실체와 홍보매개가 그 자체로 화려해도 고객이 느끼기에 둘이 서로 매칭이 안 되면 적어도 홍보 수단, 전략으로서는 완전히 빵점이고 경우에 따라 역효과가 나기에나 딱 좋기 때문입니다. 로고와 브랜드 디자인에 대해 많은 원장님들이 무관심하지만 해당 브랜드가 사람들 머리, 감성에 얼마나 잘 남냐는 문제는 매우 중요하며, 만약 대폭 개선이 어렵다면 점진적인 리모델링도 좋다고 책은 제안합니다.
병원뿐 아니라 모든 자영업은, 자신의 업(業)을 어떻게 정의(define)하느냐가 매우 중요하다고 책은 알려 줍니다. 예를 들어 어느 비만치료병원은 "우리는 불필요한 뭘 빼는 일을 하는 게 아니라, 필요한 것만을 추려 넣는 일을 합니다"라고 메인 미션을 정의했습니다. 무식하게 안 먹고 빼기만 하면 요요현상도 올 수 있고 건강에 심각한 지장이 초래되기도 합니다. 빼는 데에만 주력하면 그건 병원이 아니라 단식원이며 병원은 미용실과는 달라서 고객의 요구만 들어주고 끝이 아니라 지속 가능한 건강까지를 배려해야 합니다.
병원은 병원장 혼자서 꾸려가는 게 아니라 경영이념을 잘 이해하고 조직문화와 일체가 되어 움직이는 직원들의 협조가 있어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병원장부터가 솔선수범해야 하며 직원들이 병원장과 병원의 진로와 지향성을 계속 주시하고 있음도 잊지 말라고 합니다. 직원들로부터 구체적인 반응이 나오면 그때그때 적절한 피드백이 따라 줘야 합니다.
"고객의 비용을 줄여주고 혜택은 늘린다." 병원이 이런 목표와 의도를 갖고 진정성 있게 진료에 임한다는 메시지만 효과적으로 전달해도 고객의 방문이 끊일 날이 없을 듯합니다. 스토리 콘텐츠의 개발에도 주력해야 하며, 네이버 플레이스 등 온라인을 통한 효과적인 홍보에도 관심을 가져야 합니다. 성과의 측정도 과학적이라야 하는데, 내원경로와 병원선택이유를 체크해야 하고, KPI를 일, 주, 월간으로 세분화하여 작성해야 합니다. KPI는 미시적 분석에 그치지 않고 통합적 시야로까지 확장해야만 정확한 성과 평가가 가능하다는 결론에서, 병원 경영 역시 주먹구구가 결코 아닌 과학적 프로세스를 거쳐야 함을 알 수 있습니다.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