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왜 사는 게 힘들까? - 사회에 적응하기 힘든 사람들의 관계 심리학
오카다 다카시 지음, 김해용 옮김 / 동양북스(동양문고)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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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가 들면 전에는 힘들던 게 어느 정도는 쉽게 느껴지는 게 보통입니다. 그 중 대표적인 게 인간관계인데 아주 능숙해지거나 고난도 엔지니어링까지 가능해지진 않아도 최소한 내 마음이 불편해지지는 않을 정도로는 해 내곤 하죠. 그런데 어떤 사람들에게는 이것마저도 너무 힘듭니다. 간단한 감정 교류나 직장 내 적응도 힘들고, 자신이 사람들하고 잘 지내지 못한다는 사실의 자각까지도 그 사람을 더 힘들게 합니다. 이러니 자꾸 악순환이 벌어지는데요. 이 책은 그런 분들을 위한 실용적인 팁과 좋은 충고를 담았습니다. 

의학적, 심리학적으로 이런 분들은 두 가지 유형이 있다고 합니다. 비사회성 타입, 회피성 타입. 전자는 다른 사람들과 교류하면서 기쁨을 못 느끼는 특징이 있으며 어느 정도는 유전적인 영향이 크다고 하네요. 후자는 다분히 후천적으로 형성되는 성격인데, 첫째 너무 방임, 방치되어 자랐거나, 둘째 반대로 너무 집착을 받으며 자란 경우라고 책에 나옵니다. 극과 극은 잘 통한다는 일반적인 진리를 여기서도 다시 확인할 수 있네요. 여튼 그게 유전자에 새겨지다시피한 원인이 아니라면, 후천적으로 누가 도와 주거나 환경만 다시 바꿔 줘도 어느 정도까지는 문제가 교정될 수 있다는 뜻입니다. 이 책은 바로 이 방법과 과정을 집중적으로 다룹니다. 

사회에서 어느 정도 성공하려면 한 가지 과제에 무섭도록 집중하는 능력도 있어야 합니다. 그런데 집중과 집착은 다릅니다. 전자는 의식적으로 나를 조절하여 그 대상에 에너지를 투입하는 것이고 일이 다 끝나면 빠져 나오거나 혹 가망이 없다 싶을 때 도중에 그만둘 수도 있어야 합니다. 또 그 과정에서 현실에 대한 정확한 파악이 되는 게 보통이죠. 후자는 이게 아니라 자기 자신을 컨트롤 못 하고 한 가지 대상으로부터 본인이 빠져 나오지를 못하며 그 와중에 환각도 많이 끼어듭니다. 또 이 경우는 조울증과도 연결되기 쉽다고 하니 특히 주의가 필요하겠죠. 책에서는 회피성 애착과, 단순 회피형은 특징도 치료 방법도 다르다고 강조합니다. 원인이 각각 다르니 드러나는 증상도, 그 치유 수단(과정. 프로세스)도 다를 수밖에 없죠.  

이 책은 인격 장애, 혹은 원만한 사회 생활이 어려운 다양한 유형들을 다룹니다. 그런데 또하나의 특징은 최신 연구 결과를 많이 반영했다는 점입니다. 가령 예를 들어 그레이존은 A와 B의 경계에 있어서 둘 중 어느 하나의 범주에 넣기 어려운 장애로 여겼으나(꼭 장애, 질병 관련 용어인 건 아니지만), 최근에는 그레이존 중 몇몇은 둘 혹은 셋이 겹치는 경계성 증상이 아니라 원인도 증상도 완전히 독자적인 영역으로 판명되는 경우가 많다고 합니다. 그러니 종래 성격심리학 대중서를 읽고 자신에게 딱 맞는 설명이 없어서 실망했던 분은 이 책을 새로운 기분으로 읽어 보는 것도 좋겠습니다. 

보통 남성은 공간지각이나 운동능력이 뛰어나고 여성은 소통과 공감을 잘한다고 합니다. 반대로 말하면, 남자(혹은 여자)인데 당연히 기대될 만한 그 무엇이 발달하지 못하면 이건 장애에 가깝다고 착각할 수 있죠. 그런데 그렇지는 않고, 이건 유전적이거나 생물학적으로 불변의 진리가 아니라, 그저 성장 과정에서 그 사람이 어느 호르몬을 많이 받고 자랐느냐에 달렸다고 합니다. 남자도 각별히 감성적인 유형이 있고 여자도 귀신 같은 감각으로 평면/입체 도형 문제를 척척 푸는 유형이 얼마든지 있습니다. 

공감능력이 부족한 것도 문제지만, 반대로 너무 풍성한 것도 문제입니다. 이런 분들 자신이 문제라는 게 아니라, 사회에는 이분만큼 착한 사람이 그리 많지가 않은데 주위 사람한테 다 잘하려고 하다가(불가능하며, 그렇게 해 줄 필요도 없습니다) 이용당하거나 상처를 입어서 본인이 손해를 보는 게 문제라는 겁니다. 이런 분들은 정서적으로 불안한 부모, 다툼이 잦았던 부모 밑에서 자라 이른바 "눈치"가 지나치게 발달한 경우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어 그럼 난 아니네?라며 쉽게 결론내리지 마시고, 이 책에는 살짝만 다르면서도 원인이 전혀 다른 여러 다른 유형도 분석해 주므로, 직접 책을 읽어 보는 게 도움이 될 것입니다. 독후감에 책 모든 내용을 다 담을 수는 없으니 말입니다.   

자신이 어떤 능력 발휘가 된다 안 된다로 혼자서 머리를 싸쥐고 고민해도 그것만으로는 한계가 있습니다. 이 책에서 다루는 유형들은 심지어 이런 문제조차도 혼자서 해결하려 들지만 결과가 좋기는 힘들죠. 내가 너무 힘들면 참고 끙끙대기보다, 그 문제를 전문적으로 다룬 책을 참조하거나 전문가의 도움을 구하는 게 가장 좋은 선택입니다.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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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여자를 사랑하였다
박경숙 지음 / 문이당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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멋진 소설입니다. 생은 가볍게 살려고 작정하면 한도 없이 가벼워질 수 있지만, 의미를 챙기려고 들면 이또한 끝도 없습니다. 중용을 취하고자 들 때 이건 또 쉽냐면 그렇기는커녕 가장 어려운 과제입니다. 주인공 윤희림은 가슴에 불덩이가 든 여인인데, 또 그렇다고 아주 진지하고 심각한 타입은 아닙니다. 차라리 이 점이 그녀 삶을 그나마 덜 힘들게, 팔자를 덜 꼬이게(동네 어느 어르신의 평과는 달리) 했는지도 모릅니다. 

작가 서문을 보면 이십여년 전 외환위기 때 이 소설은 처음 창작되었고 후일담 보강과 일부 개작을 거쳐 다시 출간되었다고 하십니다(제가 이해한 게 맞다면). 더 이전인 1980년대에도 교포 소설(?)은 꽤 많았습니다(꼭 교포가 지었다는 게 아니라 교포가 주인공). 최인호씨의 <깊고 푸른 밤>이 그 대표겠으며 그외에도 김지연씨 등 실제 미국에 살던 분들이 국내 소설가들과는 꽤 다른 분위기에 독특한 메시지를 담은(혹은 생략한) 이야기들이 알게모르게 인기였습니다. 

이 소설은 1인칭 "남성" 화자가 LA에서 1번 프리웨이를 달리며 과거를 회상하는 데서 시작합니다. 미국 땅이 워낙 넓다 보니(이 작품에도 새삼 그 점이 언급되죠) 그렇겠지만 저 <깊고...>류에서도 몇 번 도로를 타고 어디로 접어든다는 식의 서술이 단골처럼 등장합니다. 한국도 그때에 비하면 여러 도로가 보강되었지만 매번 그 길이 그 길이고 풍경이 단조롭기에 소설 중에서 언급되는 건 좀 드뭅니다. 왜 1인칭 화자가 남자일까, 자전적 분위기일 텐데... 하다가 이 길수라는 분이 사실은 비중이 크지 않았음을 소설을 죽 읽어 가며 알게 되네요(단, 제목과 에필로그는 확실한 그의 몫입니다). 길수는 윤희림의 기원이 어디였고 어떠했는지 객관화하여 잠시 알려 주는 장치였습니다. 중반에도 다시 잠시 나오는데 서문에서 작가가 왜 외환위기를 언급하셨는지 비로소 알게 되었습니다. 2023년 지금 한국에서도 자산가들이 돈 안 쓰고 엄청 몸조심하는데 IMF때 저렇게 호되게 당한 게 있어서 그렇습니다. 

진짜 "여자 나"는 윤희림이란 중년 여성인데 어렸을 때는 부잣집 딸처럼 통통하다가(이건 그 시절 기준이고 요즘은 그렇지도 않습니다) 커가면서는 잘록하게 여자 티가 제대로 나는, 얄밉게도 귀티를 매 단계에서 다른 방법으로 꼭 티를 내는 타입입니다(계속 뚱뚱하다거나 반대로 폼 안 나게 비쩍 곤, 좋은 태생임이 잘 티 안 나는 유형도 있으니 말입니다). 심지어 여러 가지로 힘들(놀랍게도 불법 체류자 신분입니다) 지금도 그렇습니다. 그 비결이 뭘까, 물론 타고난 게 대부분이고 항상 자기 자신으로 사는 사람들이 대개 이렇습니다. 

반면 최길수는 스스로 말하듯 머슴 근성이 몸에 밴 사람인데(이름부터도 머슴 같아요. <토지>의 길상이라든가. ㅋ죄송하지만) 이런 타입도 ㅎㅎ 떠오르는 분이 있어서 읽으면서 웃었습니다. 그래도 똑똑해서 명문대 상대를 나와 대기업에 들어갔으며, 무슨 어렸을 때 가난이 큰 상처가 된(일부 암시하는 대목이 있긴 합니다), 그 상처를 어려서 찜한 귀족 여인 헌팅으로 달래려는 미친 히스클리프나 개츠비 유형은 전혀 아닙니다. 다만 머슴에서 스스로 헤어나오지 못하니 답답하지만 본인은 뭐 그게 편한가 봅니다. 

탁민영이란 천주교 신부가 간단한 외양 묘사와 함께 처음 등장했을 때 저는 인물의 이해가 그리 어렵지 않았고 제가 아는 어떤 유형에 딱 대입하면서 소설 진행에 따라 조금씩만 고쳐 나갔습니다. 천주교 신부의 95% 이상은 그렇지 않은데, 아주 드물게, 키 크고 목소리 좋고 날렵하고(나이에 비해) 중후한 분위기를 풍기는, 검정색 로브에 흰 로만 칼라가 잘 어울리는 타입이 있습니다(그저 개인적인 경험에 의한 평가이니 신자분들은 오해 없으시길). 젊었을 때의 탤런트 태민영씨가 생각나기도 합니다. 혹은 이 분야(?) 대표 선수인 <가시나무새> 드브리카사 신부 역의 리처드 체임벌린도 떠오르네요. 

반면 윤희림은 작품을 읽으며 그 설명에 따라 애써 퍼즐을 맞춰 나가며 상상했습니다. 무슨 프리다 칼로라든가 윤심덕이라든가 아니면 윤정희(왜 하필 다 윤씨죠? 써 놓고 보니)씨라든가 윤여정씨라든가 이런 분들(제가 개인적으로 아는 사람들보다는, 훨씬 개성이 더 강렬한 셀럽들이 표준이 되어야 할 것 같아서)을 적절히 버무리면 될 듯하지만 보면 또 그런 것도 아닌, 누굴까 하고 그림이 정확하게는 안 그려지는 타입이었습니다. 나이가 들어서일 수도 있으나 저 정도로 자유분방하고 멋대로는 아닐 것 같기도 해서였는데, 작중에 "희림은 흔해 빠진 이름"이라고도 하지만 사실 희림은 그리 흔한 이름은 아닙니다(시대 불문). 희 자 림 자는 각각 흔한데 희림 조합은 생각보다 잘 없습니다. 심지어 윤씨 성은 희자가 특정 대 항렬이기도 한데(남녀 불문)도 그렇습니다. p148에 보면 "순수"라는 말이 나옵니다. 

제가 읽으면서 충격을 받은 한 대목은, 탁민영 신부가 윤희림의 모친 부음을 접하며 직업적인 위로 발화, 제스처링을 작동하는 대신 아주 무덤덤하게 반응하고, 엉뚱하게도 자기 푸념을 하는 장면(p82)이었습니다. 그런가하면 불법체류신분이라서 일단 나가면 다시 못 들어온다는 설명을 윤희림이 탁 신부에게 구태여 해야 하는 대목도요. 아니, 여태 일군 생활 기반이나 보유한 부동산(없을 수도) 상실 문제라든가, 한국에서 장차 영위해야 할 생활 수단이 없다든가, 이런 게 아닙니다. 지금까지 인간관계나 이어오던 삶의 패턴이 있는데 그게 타의에 의해 중단되는 게 당사자한테는 존재 양식이 바뀌는 건데 그게 구태여 설명을 듣고서야 아 사정이 그러셨군요! 하고 나올 일이겠습니까? 너무도 당연한 것 아닐까요?(아무리 미국에서의 삶이 피상적이고, 평소에 그렇게나 친절하던 이웃 백인들이 위기시에는 딱 남이 되는 판이라 해도) 그런데 상담과 고백 청취가 주 본분 중 하나일 탁 신부가 (전과는 전혀 다르게) 이처럼 나오는 건 번아웃이나 갑작스런 냉담이 아니라, 다른 동기가 있었겠습니다. p120 등 참조. 

성격도 그렇고 윤희림은 여러 남성에게 공유되는 판타지를 간직할 만큼 여성으로서의 정열과 본능을 아직 꺼뜨리지 않은 채 곡예처럼 살아가는 새 같은 존재입니다. 새가 8층에서 추락할 수도 있을까요? 아마 이십 년 전의 원작은 여기서 결말이 지어졌던 듯합니다. 이후의 "나"는 탁 신부입니다. 김순자 여사, 테레사 명혜, 레베카, 티파니, 김한식, 안순희 목사, 장 루이사(루시아가 아닌)... 자기 나름대로 거세의 사연이 있는 우리들은 때로 탁민영처럼 명혜처럼 힘겹게 삶을 헤쳐 가고 순간의 짧은 쾌락도 즐기며 다시 부끄러워집니다. 그러니, 한 여인만을 사랑했다는(처음엔 사랑이 아니라더니) 최길수가 어쩌면...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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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속
데이먼 갤것 지음, 이소영 옮김 / 문학사상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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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부커상 수상작인 이 소설은, 스와트라는 성씨를 이어 온 어느 가문의 참 슬픈 연대기입니다. 배경은 남아프리카공화국이지만 차별과 압제, 부조리에 저항한 역사를 한 자락 간직한 어느 나라의 독자라도 깊이 공감할 수 있는 내용이겠네요. 

"남아프리카공화국은 중력에 저항하는 국가다(p250)." 물론 지금은 아니고 1995년 시점에서 주인공 중 한 명인 백인 농장주의 아들 안톤 스와트가 한 말입니다. 전세계가 모두 보편타당한 기준을 만들어 공영과 화합, 정의를 추구할 때 혼자 시대착오적인 인종차별, 낡은 가치관을 고집하며 세계로부터 고립되어 살아가는 답답한 행태를 비판한 거죠. p75에는 안톤이 부친인 헤르만 알베르투스 씨와 의사에게 "1971년에 미터법으로 바뀌었는데요."라고 퉁명스럽게 대꾸하는 장면이 있는데 이 역시도 국제 사회의 표준에 반하는 질서를 고집하는 기성세대를 못마땅하게 여기는 남아공 젊은 세대의 정서를 상징합니다. 

이 소설은 모두 네 개의 장으로 나뉘었는데 (약간 스포일러) 각 장의 제목에 나온 인물은 그 장에서 *음을 맞이합니다. 전 처음에 이 집안의 막내딸 아모르의 비중이 클 줄 알았는데 왜 어느 챕터의 제목으로도 안 쓰였을까 궁금했습니다만 답은 거기에 있었습니다. 가장 의외의 죽음은 *번째 죽음이었고 가장 예측불허 파란만장의 삶을 산 것도 역시 그 사람이었습니다. 또 각 장은 9년 간의 간격을 띄웁니다. 첫번째 챕터는 배경이 1986년입니다(p63). 

소설 제목인 "약속"은 표면적으로는, 세 아이의 엄마 레이철이 하녀 살로메와 그의 아들을 불쌍히여겨 죽으면서 추상적인 유증으로 집을 넘겨주려 했던 그 약속을 일단 뜻하긴 합니다. 이 약속은 p39, p52 등에서 되풀이되며 특히 p42에서는 "기독교인은 절대로 약속을 어기지 않아"라는 아주 강력한 워딩으로 어린 아모르가 루카스에게 다짐합니다. 사실 아이가 뭘 알았겠습니까만 아마 죽은 엄마에 대한 애틋한 마음의 표현이었겠고, 또 어쩌면 그때부터 약속이란 행위 그 천금의 무게를 비로소 깨달았는지 모릅니다. p32의 "병으로 속살이 모두 빠져나가 가벼운..."이라든가, p79의 "... 벌거벗은 채 누워 있다. 그녀를 쏙 빼닮았지만 죽은 사람처럼 납빛이고 차갑다" 같은 표현이 아모르의 황량한 마음과 충격을 대변합니다. 

그러나 p92, 또 p107에서는 "그 하녀는 집을 가질 수 없어"라든가, p141에서는 다시 "살로메는 그 집을 가질 수 없어"라며 스와트 가문 어른들(특히 고모)에 의해 부인되며, 특히 p143에서는 "기독교인은 자신이 한 약속을 절대로 깨뜨리지 않는다"라는 말이 재차 나오다가 "그러나"라는 접속사에 의해 간단히 부정됩니다. 종교까지 걸었던 언약인데도 말입니다. 여담인데, 남아공에서는 1980년대에도 상조 서비스가 저렇게 성업했구나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p104, p209에도 짧은 언급이 있습니다.  

p369에는 "우리는 다양한 모습을 지닌 무지개 나라다"라는 말이 나옵니다. 원래 레이철 콘(결혼 전 이름)은 유대인이었고 그녀의 가문은 비교적 율법을 엄격히 지키는 걸로 보입니다. 매력적인 마니, 헤르만 씨에게 반해 네덜란드 개혁교회 가문에 시집 온 레이철은 어느날 남편의 부정 사실을 알고 도로 유대교로 개종하며, 병도 이때 같이 얻었는지 이후 내내 불행히 지내다 저렇게 죽음을 맞았습니다. 보어인(아프리카너), 그들을 잔혹히 탄압했던 영국인, 유대인, 흑인 들 사이에는 이처럼 뚜렷한 문화적, 인종적 갈등상이 자리했었는데 이게 조화롭게 공존하면 무지개 국가이겠고 그렇지 못하면 폭력이 난무하는 지옥이 되는 것입니다. p25에는 "보어전쟁 당시 묻힌 이백만 파운드 금"이 언급되는데 애초에 보어 전쟁이 아프리카너와 영국인 사이에 벌어졌던 것도 다이아몬드 광산의 지배권 다툼 때문이었습니다. 

2장에서는 헤르만 씨가 죽습니다. 시점은 1995년 6월이고 벽돌 휴대폰 같은 말에서 시대상이 드러납니다. 가장의 죽음 앞에 자녀들도 모여드는데 부친이 끝까지 그 "부어트레커 무당(p195)"의 강력한 영향 하에 있었다는 말을 듣고 특히 아들 안톤이 분노합니다. 개혁교회 부흥사 심머스를 가리키는 건데 부어트레커가 무슨 뜻인지는 p24에서 이미 설명되었습니다. 알윈 심머스 씨는 여동생 라티샤와 함께 다니는데 p234를 보면 끔찍하고 추잡한 짓도 저질렀다고 나옵니다. 종교의 품위가 대체 어디까지 떨어질 수 있는 건지. 

한국도 징병제 국가입니다만 이 소설에서 보듯 남아공은 1993년까지 의무복무제가 실시되었고 군인들의 임무는 흑인들의 시위 진압 비중이 상당했을 듯합니다. 안톤은 복무 중 중년 여성 시위자를 죽이게 되고 때마침 모친이 병사한 탓에 엄청난 충격을 받습니다. 정신 착란에 가까운 상태에서 부대를 벗어나다 "페인 일병"을 만나게 되는데 이 사람은 소설 말미에 다시 등장(?)합니다. p56에는 "이런 상황에서 예수는 단지 비유일 뿐이다"란 문장이 있는데, p69에서 안톤은 페인 일병더러 "당신은 단지 알레고리인가요 아니면 실존인물인가요?"라고 묻습니다. 답은 우리 독자들이 어렵지 않게 알 수 있습니다. 

3장에서는 아리스티드가 주인공입니다. p61에서 "그녀는 최근에 아이스링크에서 만난 소년에게 순결을 빼앗겼다"는 말이 나왔고 p120에선 마구간에서 딘 드 웨트라는 소년과 정을 통했었는데 p46에 이 소년 이름이 한 차례 이미 언급되었습니다. 딘 드 웨트와 결국 결혼하여 아이까지 두지만 오래가지 못합니다. p157에서 그녀는 "난 오빠(=안톤)한테 한 번도 명령한 적 없어!"라 항변하지만 9년 전인 p48에서는 "나한테 이래라저래라 하지 마!"라는 말을 동생 아모르에게 듣는 등 내로남불입니다. 2장 중간쯤에 이미 남편 딘에게 정이 다 떨어진 그녀는 아모르에게 자신이 제이크 무디(이 이름을 갖고 말장난까지 합니다. p213)란 사업가와 바람이 났다고 털어놓습니다. 제 버릇 개 못 준다고 그녀는 3장에서 또... 

(스포일러)
이 스와트 집안은 딴에는 좋은 동기에서 죄의식을 덜기 위해 "고백"을 하는데 그랬다 하면 반드시 안 좋은 일이 터지는 징크스가 있습니다. 헤르만 씨는 아내에게 죄를 털어놓고 내내 흉사가 겹쳤고 딸 아리스티드는 신부에게 고해성사를 한 후 린딜이라는 마약상에게 죽습니다. "남아공 사람들은 때로 재미로 사람을 죽이는 것 같다(p302)" 아리스티드는 여동생 아모르에게도 묘한 적대감을 어렸을 때 품었는데 이런 언니에 대한 반감 때문이었는지 그녀는 인생 궤적이 언니와 정반대가 됩니다. p123에 "자기가 여동생을 지키는 자는 아니지 않은가!"란 말이 나오는데 구약 창세기 카인의 대사이기도 하죠. p359에도 카인이 언급됩니다. 

p243에 "우리는 자연에서 문명으로 나아간다 하지만 자리를 지키기 위해서는 싸워야 한다"는 말이 나오는데 이 말은 남아공 이주 초기 백인들의 모토에 가깝습니다. 하지만 그들이 20세기 중반 이후 진짜 싸워야 했던 건 내면의 폭력성과 탐욕에서 비롯한 사회 체제의 부조리와 모순이었겠습니다.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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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현남 외 지음 / 해커스금융 / 2023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금투사는 학교 졸업요건이나 최저학점이수, 관련직종 경력기간 등을 요구하지 않으므로 혹 자격증을 취득한다면 취준생의 향후 금융기관 취업에 유리한 스펙 노릇을 해 줄 수 있습니다. 또 이 교재 앞부분 가이드에도 잘 나오듯이, 독학으로도 얼마든지 패스할 수 있습니다. 정 어려우면 이 책 공저자 중 한 분인 김장현 교수님 코스(인강)를 끊어서 도움을 받으면 됩니다. 투자자산운용사 강의 송현남 교수님 교재에 대해선 지난번에 리뷰를 올린 적 있습니다. 

그런데 개인적으로 저는 그런 것도 물론 좋겠지만, 본인이 만약 주식 투자를 한다면 과연 자신이 얼마나 기본에 충실한 투자를 하는지, 투자활동을 위한 전제 조건 중 하나일 여러 지식들을 잘 습득, 이해한 상태인지를 한 번쯤은 점검해 봐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며칠 전 귀갓길에 어느 복권방 앞에서 나이 지긋한 분들이 "오릭스, 세이부"라며 NPB 팀명을 이야기하는 걸 들었는데 아마 스포츠o토 베팅을 하는 듯했습니다. 제가 주제넘게 참견할 일은 아니겠으나 그분들은 과연 해당 팀의 전력 추세, 선수들의 최근 경기 감각이나 스탯 등을 잘 연구한 후 그런 베팅을 하시는 걸까요? 알아서 잘들 하시겠으나 혹 그런 게 아니라면, 일시 오락에 지나지 않는 정도라 해도 여튼 무의미한, 유해한 도박에 소중한 돈과 시간을 낭비하는 셈이겠습니다. 더 큰 금액이 오가는 주식은 말할 것도 없습니다. 공부 잘하고 아는 게 많다고 주식 잘하는 건 절대, 절대 아니지만, 투자의 기본을 지키지 않은 투자는 이미 투자가 아닌 도박일 뿐더러, 그 결과가 결코 좋을 수 없음도 잊지 않아야 하겠습니다. 이 교재를 공부하면서 내가 투자에 대해 뭘 알고 뭘 모르는지 체크해 가는 과정은 분명 유익했습니다. 

상경계 커리큘럼에서 가장 어려운 파트는 아무래도 계량분석 쪽이겠고 원칙적으로 금융투자분석사 시험에서도 공부하기 어려운 과목이겠습니다. 물론 실제 시험은 그리 높은 난이도가 아니며 성실히 공부한 사람은 대부분 기준선을 넘길 수 있습니다. 문제 04(p25)를 보면 선지 ①이 변수 간 공분산이 zero이기 때문에 상관계수는 1이라고 하는데, 뭐 기본개념만 알아도 이 진술이 얼마나 어이없는지는 바로 알 수 있습니다. ②는 다소 까다로운데 공분산이 zero라고 해서 반드시 변수들이 서로 독립인 것은 아닙니다. 변량이 0인 경우가 자주 나오고 우연히 절댓값이 같은데 부호만 반대인 경우가 생긴다면 약한 종속 상태에서 공분산이 0이 될 수 있습니다. 

그러나 그 역은 성립하기 때문에 ③이 정답입니다. 독립의 정의는, 베이지언 확률(=조건부 확률)과 원 확률의 값이 서로 같다는 것입니다. 다른 말로 하면, 특정 조건을 만족시키는 범위 안에서만 x를 뽑으나, 아니면 전체집합 안에서 x를 뽑으나 그 확률이 같을 때에, 그 특정 조건과 x가 서로 독립인 거죠. 많이들 착각하는 게 상관계수가 -1이면 독립이 아니라 오히려 반대방향으로의 강한 종속입니다. 

선형회귀분석에서 기초 원리를 묻는 p33의 문제 12를 보면 선지 ①의 경우 정규성, 독립성, 등분산성 등의 전제를 진술하는데 페이지 하단의 해설에 나오듯 모두 맞는 항목입니다. 이처럼 이 교재는 간편하게 빈출 이론 핵심을 잘 추려서 정리하기 때문에 기본서로 되돌아가서 번거롭게 확인하는 수고를 덜어 줄 뿐 아니라 사실상 기본서가 필요 없고 이 책 한 권으로 충분합니다. 물론 수험생이 학부 수준(사실상 고등학교?) 경제학 이론들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가 되어 있다는 전제 하에 말입니다. 

어떤 사람은 ③을 두고 독립변수들인데 왜 상관관계가 높냐고 하는데 상관계수를 (공분산)/Π(변수의 분산)으로 정의한다면(p39의 09번 문제, p49의 29번 등이 그 좋은 예입니다), 분자인 공분산이 0이므로 계수도 0이 되어야만 합니다. 결론적으로, 독립변수 간 상관관계가 높게 나온다면 일단 그 모형은 세팅이 아주 잘 되었다고는 볼 수 없습니다. 독립변수는 특정 종속변수에만 영향을 끼치고, 다른 독립변수와는 무관하거나 아직 인과관계가 없다고 여겨진다는 것이지, 수학적으로 엄밀한 독립이라는 뜻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너무 깊게 들어갈 필요는 없고, 시험 합격을 위해서는 결론 위주로 짧게짧게 정리해 나가면 충분합니다. 마치 공인중개사 시험 준비하듯이. 

주가가 과연 어떻게 움직이는지 설명하는 모형은 여태 여럿이 고안되었으나 p44의 18번 문제에도 나오듯 가격의 변화 과정에서 점프 가능성이 배제된 경우를 가정한 모형은 ①기하학적 브라운 운동입니다. 여기서 "기하학적"의 의미는 브라운 운동을 정의할 때, "시간이 갈수록 분산이 감소함"을 특징으로 가지는 걸 말합니다. 물리계에서 볼 수 있는 브라운 운동에서는 갑작스러운 점프가 일어나지 말라는 법이 없겠으나, 이 모델에서는 그런 게 없고, 주가 움직임 자체가 랜덤이 아니라, 움직임의 비율만 랜덤이라는 뜻입니다. 점프는, 현장에서 하는 말로 갭 띄운다 어쩐다 하는 그걸 가리키죠. 다들 하는 말대로 갭은 언젠가 메우게 마련입니다. 

p49의 30번은 표준화를 해서 (33-3)/10을 하면 3이 나옵니다. 이 3은 표준정규분포에서 표준편차가 1일 때 거기에 3이 곱해진 값이므로, 결국 이 문제는 P(X|X≥3σ) =P(Z|Z≥1)를 구하라는 것입니다. 수익률이 무려 33%나 나왔으므로 그래프 오른쪽 끝의 적분값만 구하면 되겠는데, 제 생각으로는 0.135%가 되어야 맞겠네요. 교재의 답은  1 - P(X|-3σ≤X≤X3σ) = 1 - P(Z|-3≤Z≤X3)을 적용해서 답이 1 - 0.997 = 0.003 = 0.3%라는 것입니다. 이렇게 되면, 수익률이 마이너스 33% 이상인 경우까지를 포함하는 것 아닐까 싶은데 뭐 더 알아봐야 하겠습니다. 

제1과목 중 제2장은 증권경제인데 앞부분은 학부 과정 거시경제입니다. 재정정책, 통화정책, 총수요-총공급 모형 등이 문제화하여 나옵니다. 사소한 오타를 지적하자면 p65의 문제 12에서 σ는 민간화폐보유액이 아니라 민간화폐보유비율이 맞겠습니다. 뭐 문제를 풀고 해설을 이해하는 데에는 지장이 없습니다. p78의 문제 06에서 중첩세대모형을 묻고 있는데 답은 해설에서 시원하게 설명하는 대로 ②입니다. 자급자족 경제에서 잉여분 저장이라든가 합리적 자원배분이 불가능하며 이는 차라리 자급자족 경제의 정의에 가깝습니다. 뒷부분은 재무관리(혹은 화금론)인데 기업금융 파트에서는 내부수익률, MM이론 등이 나오고, 포트폴리오 파트에서는 CAPM, SML, CML 등을 묻습니다. 

2과목에서는 주식평가분석, 채권평가분석, 파생상품증권 평가분석 등의 내용을 담습니다. p159의 08번을 보면 지수 산정 방식이 다른 걸 묻는데 페이지 하단에도 잘 나오듯 니케이와 다우는 가격만 단순합해서 평균을 구하고, 코스피, 코스피200, S&P 등은 가격에 발행주식수를 곱한 시총을 기준으로 평균을 구합니다. p161의 10번에서 기본적 분석은 보통 말하는 가치투자이며, 기술적 분석은 이른바 모멘텀 투자와 더 깊이 관련된 것입니다. p177의 26번에서 용어들이 뭔가 아주 어렵게 보이지만 전혀 그렇지 않으며 애초에 PER, ROE, PBR 등이 서로 개념순환적으로 고안된 것입니다. p188의 25번에서 듀퐁분석을 다룹니다. 바로다음 페이지에 해설이 아주 깔끔하게 잘 나왔습니다. 내용도 좋을 뿐 아니라 해커스 교재의 평소 장점대로 편집도 보기 좋습니다. 

3과목은 재무분석론인데 난이도는 학부 2학년 과정 회계원리와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간단하게 매출원가 구하는 문제도 있고(p336의 13번), 대체로는 재무제표 각각의 의의와 개념, 특징을 묻는 정도입니다. p368의 36번 같은 건 진행기준에 의거할 때 인식해야 할 당기계약수익을 계산하게 합니다. 현금흐름표 자료를 주고 액수를 계산하는 문제들의 비중이 제법 크다는 게 또 하나의 특징이겠습니다. p403에는 자기자본비용을 묻는 22번 문제, EVA를 계산하게 하는 p407의 33번 같은 것도 있습니다. 4과목은 법규와 직업윤리인데 대부분이 단순암기이거나 상식선에서 답할 수 있는 문제이므로 수험생들에게 가장 부담이 덜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책 말미에는 따로 정리된 필수암기공식도 있고, 교재 맨앞에는 표준 학습 플랜도 나오므로 초심자도 쉽게 접근하여 마음 붙이고 공부할 수 있는 편제입니다. 역시 현실적으로 가장 무난하고 수험생들이 편하게 공부하게 돕는 해커스 시리즈입니다. 겉으로 보이는 만큼 그리 어려운 코스가 아니라는 점을, 실제 공부하면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해커스에서 제공한 교재를 공부한 후, 솔직하고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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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한 나라의 사춘기 - 비밀코드를 풀어라 우리아이 스스로 배우는 1
나영희 지음, 이경 그림 / 유앤북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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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춘기가 정말 질풍노도의 시기입니다. 이무렵에 탈선을 하는 아이들을 보면 가정환경에 문제가 있었다거나 태어날 때부터 기질에 아주 나쁜 요소가 내재했다거나(?) 하는 이유가 있겠거니 선입견들을 가지지만,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그야말로 한순간에, 어떤 충동을 절제 못 하고 나쁜 길로 빠졌다가 인생 전체를 망치는 일이 생각보다 아주 흔합니다. 우리 애는 괜찮겠지 하고 마음 놓을 게 전혀 아니고 적어도 성교육은 사회의 어떤 표준에 맞춰 체계적으로, 차분하게, 그러면서도 확실하게 시킬 필요가 있습니다.  

"사춘기는 그동안 살던 어린이 몸에서 어른의 몸으로 변화되는 거구나(p46)." 그런데 이게 전부가 아닙니다. 사춘기의 변화는 물론 몸의 변화이지만 이 변화를 주도하는 건 뇌이며 그 중에서도 변연계입니다. 더이상 오빠와 언니들이 자기와 안 놀아줘서 화도 나고 혼란스럽기도 했던 이나라(9세 캐릭터)는 신비스러운 퓨버티의 설명을 듣고 고개를 갸우뚱합니다. 말이 좀 어렵긴 하지만 과학적으로 이해하고 꼭 챙겨 둬야 할 지식이라고 생각하는 듯합니다. 

뇌의 구조를 알기 위해서는 뇌 안으로 실제로 탐사를 떠나 봐야 할 것 같고 갑자기 행방이 묘연해진 형(오빠), 누나(언니) 들도 찾아내야 합니다. 감정의 뇌는 좀 일찍 발달하고, 생각의 뇌는 25세까지 천천히 발달한다고 퓨버티가 가르쳐 줍니다. 참고로 puberty는 사춘기라는 뚯이며 adolescence와 비슷한 단어입니다. p56에 17세 아들과 25세 아들의 차이가 그림으로 나오는데, 25세 아들은 엄마 잔소리에 이성적으로(=생각을 거친 후 차분하게) 반응하지만 17세 아들은 그냥 감정적으로 짜증이 나니까 들입다 화부터 냅니다. p57의 그림에 잘 나오듯 17세 아들은 뇌 안쪽에 자리한 부위에서 감정적 반응을 일으키는 대로만 행동하고, 25세 아들은 바깥쪽의 보다 큰 부분에서 합리적으로 판단내린 대로 어머니의 뜻에 따릅니다. 이 두 아들은 그냥 예시로 출연했으며 계속 등장 캐릭터들은 아닙니다. 

어떻게 하면 뇌가 건전하게 발달할까요? 많이 웃고, 골고루 먹고, 즐거운 상상을 하며, 책을 많이 읽으라고 권합니다. 두 주인공은 지금 이상한 나라 탐험을 위해 여러 관문을 통과해야 하는데, 마지막 관문을 통과하려면 아저씨가 내는 문제를 맞혀야 합니다. 이 아저씨는 앞에서 만난 앨리중학교 경비원 아저씨하고 비슷하게 생겼는데, 유니폼 색깔이 좀 다르고 얼굴에도 수염이 많이 났습니다. 그냥 새로운 캐릭터라고 생각해야 하겠네요. 아무튼 동갑내기 이상한과 이나라 둘은 문제를 맞히고(답은 생식샘 호르몬) 기어이 비밀코드를 다 손에 넣습니다.    

3부에서 나라는 수요일마다 가는 댄스학원에서 코드를 추가로 획득하려 하는데 아무래도 상한이의 도움이 필요할 것 같아서 같이 가자고 하고, 상한이는 여자애들이 주로 다니는 학원에 가기 창피해서 거절했으나 결국 나라 손에 끌려 댄스샘까지 만나게 됩니다. 이 과정에서 내 몸은 있는 그대로 아껴 줄 줄 알아야하며 TV나 매체에서 과장되게 내세우는 성적인 이상형에 세뇌될 필요가 없음도 배웁니다. 또 왜 여자애들의 경우 생리를 겪는지, 어떻게 신비로운 임신이 되는지도 학습합니다.  

"여자의 몸에는 아기가 자라는 궁궐이 있다!(p94)" 4장에서 상한이하고 나라는 엄마(=건쌤)와 함께 마트에 가는데 도중에 과학 가르치는 미리쌤을 만납니다. 미리쌤은 아기를 가지셨는데 현재 쉬고 계시며 아이들이 그리운 듯한 눈치도 보입니다. 뇌를 발달시키려면 몸도 많이 움직여야 하는데 산에 함께 올라간 아빠한테서 사람 사이에는 지켜야 할 경계가 있으며 어떤 행동을 하려면 상대방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는 것도 배우게 됩니다. 또 내 마음이 불편하면 거절도 할 수 있다는 것도 새롭게 깨닫습니다. 

아이들의 성교육을 위한 만화이지만 생각보다 깊이가 있었고 아이들이 꼭 알아야 할 점만 잘 추려서 전달해 주는 것 같았습니다. 이상한 나라의 모험과도 같은 사춘기를 지나면서 상해, 상한, 나은, 나래 모두 앨리스처럼 지혜롭게 배울 것만 잘 배워서 건강하게들 귀환했으면 좋겠습니다.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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