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를 위한 배짱으로 삽시다
이시형 지음 / 풀잎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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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짱으로 삽시다>는 책날개에도 나오듯이 한국 출판사상 처음으로 자계서 분야 밀리언셀러가 된 책입니다. 사회에서 성공하기 위한 어떤 자질을 기왕 갖추려면 어린 시절부터 체질화하는 게 더 좋겠고, 오리지널 <배짱으로 삽시다>에 나오는 내용들 그 대부분은 어린이에게도 적합합니다. 이 책은 보다 어린이들 눈높이에 맞춘 내용이라서 어린 독자들이 읽기가 편하고, 우리 어른들도 짬짬이 옆에서 거들며 읽어 보면 여전히 유익한 교훈들이 많았습니다. 

p56을 보면 "뛰면서 생각하라"는 말이 나옵니다. 비행기를 만든 라이트 형제가 한 말이라는데 좋은 생각이 일단 떠올라도 이걸 실제로 행동에 옮겨 봐야 구체적인 성과가 나며, 그 좋은 생각이 하나에 그치지 않고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진다는 것입니다. "우리의 대뇌는 한 가지 일을 시작하면, 거기에 연관된 아이디어들이 줄줄이 따라 일어나는 연쇄작용이 있단다." 이 책 p57에 나오는 구절입니다. 아이디어 자체도 행동과 실천 속에 더 좋은 게 생기며 골방 안에 가만히 앉아서는 생각도 잘 안 떠오르는다는 뜻이겠습니다. 의학박사인 이시형 저자의 말씀이니만치 공신력이 있습니다. 

1990년대 중반 미 NBA에는 데니스 로드맨이라는 악동 스타가 있었는데 컨셉만 악동으로 잡은 게 아니라 실제로도 주위와 잘 융화하지 못하고 경기 중에 평정심을 유지 못 하는 멘탈이었다고 합니다. 그러니 아무리 탁월한 기량을 갖췄더라도 이게 실전에서 잘 발휘될 수가 없습니다. 우리 어린이들도 평소에 짜증을 잘 내고 자기 고집만 피우려 들어서는 주위에서 사랑을 받지 못합니다. 데니스 로드맨처럼 제 기량을 길고 꾸준히 발휘 못 한 스타가 되지 않으려면, 남의 입장에 서서 생각도 해 보고 짜증을 덜 내는 침착하고 여유 있는 마음가짐이 필요하다고 책은 가르칩니다. 

"실패가 없었다는 사람은 바보 아니면 거짓말쟁이(p101)." 과거 철도왕 제임스 힐이 한 말이라고 책에 나옵니다. 누구나 남들에게 드러내고 싶지 않은 부끄러운 사정이 있겠는데, 이걸 숨기려고 거짓말을 하면 그 거짓말을 덮기 위해서 또 덮고 또 덮고 후속 거짓말들이 끝도 없이 이어져야 합니다. 책에서는 바람직한 예로 고 정주영 현대그룹 창업주를 듭니다. 초등학교(소학교)도 안 나왔지만 별반 부끄럽게 생각하지 않고 어느 자리에서나 소탈하고 유쾌하게 이야기하던 그였습니다. 이러니 괜한 에너지 낭비도 하지 않고, 다른 사람들의 호감도 함께 얻었기에 성공의 한 비결이 되었습니다. 

이 책의 제목에 가장 잘 어울리는 스타일로 스타가 된 사람이 MLB 레전드 투수 샌디 쿠팩스였습니다. 대부분의 투수들은, 자신의 공이 아무리 좋아도 일정 확률로 운 없이 정타 당할 수 있다는 걸 알기 때문에 중요한 승부처에서 대담하게 피칭하기 힘듭니다. "어디, 칠 테면 쳐 봐라!" 결정적인 순간에 스트라이크를 꽂아 넣는 것도 쉽지 않지만, 슬쩍 볼을 넣는 것도 쉬운 선택이 아닙니다. 샌디 쿠팩스는 타자와 승부할 때 결코 물러서지 않고 자기 호흡을 유지했기 때문에 승부에 강한 투수로 남을 수 있었습니다. 

체면하고 배짱은 다릅니다. 1980년대에 이 책이 처음 나왔을 때 이시형 저자가 제일 역점을 두어 강조한 포인트 중 하나가, 허례허식에만 치중하던 폐습을 빨리 떨쳐버리라는 것이었습니다. 우리 한국 사람들은 쓸데없이 체면에만 치중하다가 정작 중요한 걸 놓치고 목표 달성에 실패하는 경향이 있다(p109)는 거죠. 이건 배짱으로 사는 게 아니라, 배짱이 없어서 체면 뒤에 숨는 것입니다. 저자는 또 "요즘 MZ세대는 체면이 아니고 명예를 중시하는데, 명예는 스스로 생각할 때 당당하면 그만이고 남 눈치를 보는 게 아님"을 강조합니다. 

별것도 아닌 일에 미안하다 미안하다를 달고 살지 말고, 애초에 남한테 미안할 일을 하지 말라고도 합니다. 이순신 장군을 모함하여 곤경에 빠뜨린 악당들은 평소에 남한테 열등감을 많이 갖고 있기에 남의 장점을 보면 불편해서 견딜 수가 없는 것입니다. 돼지에게 진주를 던져 주지 말라는 말이 있듯, 자신의 짧은 척도로 남의 긴 키를 재려 드니 뱁새의 가랑이가 찢어지는 게 당연합니다. 남의 성공을 보고 배아파할 게 아니라 그럴 시간에 자기 장점을 키울 생각을 해야 합니다.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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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여기 있어요 - 세상에 혼자라고 느껴질 때, 우리를 위로해 주는 것들
크리스토프 앙드레 지음, 안해린 옮김 / 불광출판사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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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의 고뇌와 번민, 분투, 그리고 죽음까지를 지근거리에서 진지하게 관찰해 온 전문의 안목과 통찰은 확실히 남다른 면이 있는 것 같습니다. 저자 크리스토프 앙드레 박사는 원래부터 의사, 심리학자였지만 임상에 "명상"이라는 과정을 처음 도입한 업적으로도 높이 평가받는 분이라고 합니다(출처: 앞 책날개). 그런 객관적인 소개 사항이 아니라고 해도 책을 읽어 보면 어떤 동양의 고승(高僧)의 법어를 연상시키는 깊이 있는 말씀들이 가득합니다. 다만 문체가 서양 스타일이고, 문장에 열정이 가득 배어난다는 게 차이일 뿐입니다.  

우리는 우리 자신이 직접 겪는 일이 아니라고 해도, 이웃이든 모르는 사람이든 사람 아닌 생명체든 옆에서 누가 힘들어하는 모습을 그냥 지켜 보기 어렵습니다. 물론 그 중에는 다소 과장된 반응도 있겠으며, "남의 o병이 내 고뿔만 못하다"는 속담도 있듯 사람의 고통은 객관적으로 측정해 순위를 매기고 경중을 가릴 게 아닙니다. 그러나 여튼 고통은 엄연히 당사자에게 실존하며 그래서 우리는 "누군 안 힘드냐?"며 퉁명스럽게 면박을 줘서는 안 되는 거겠죠. 저자께서는 호소도 위안도 과장없이 필요한 정도로만 담백하게 나누자고 하십니다. 이 발언은 코로나19 때 더 심한 어려움을 호소한 장노년층을 염두에 둔 건데, 세대 구별 없이 칼 같이 마스크 방역에 참여한 한국인들은 조금 이해가 어려울 수 있습니다. 서유럽에서는 "젊은이들에게는 그저 감기"라며 청년층이 의도적으로 무시하여 세대간 갈등이 좀 있었습니다. 

어떻게 보면 좀 별나다 싶게 같은 건물 거주자끼리, 거리에서 만나는 사람들끼리 눈인사를 주고받으며 소통의 확인 절차를 작은 것까지 챙기는 편인 게 서유럽, 미국인들입니다. 한국은 구태여 그러지 않는 게 어차피 어느 정도 유대가 살아 있고 급할 때 발휘된다는 믿음이 있기 때문이겠습니다(사실은 이제 그렇지도 않지만). 어차피 모두가 서로 남인 저쪽에서는 예를 들어 "아무도 그리워하지 않는 사람(p61)" 같은 글귀가, 설령 해당 사항 없는 사람한테까지 엄청난 연민, 때로는 공포(나도 저리 되면 어쩌나 하는)를 부를 수도 있겠다 싶습니다. 명상을 일상에서 실천하는 분이시라서인지 저자는 "결코, 누구도 이런 처지에 놓여서는 안 된다"고 힘주어 주장합니다. 이것이 21세기에 우리가 공동체에서 발휘해야 할 최소한의 연대의식입니다. 관련된 에라스무스의 말도 인용되는데 출처는 책 뒤 후주 17번에 <격언집(Adages)>이라고 나오네요. 

저자는 열혈 사회주의자였으며 페미니스트였던 로자 룩셈부르크가 감옥에서 친구들에게 보냈던 편지를 인용합니다. 여기서 저자는 그녀의 아주 작은 몸 안에 들어있던(아마도 그랬을) 강인한 정신력에 대해 얘기합니다. 그런데 사실 저자가 더 놀란 대목은 어떤 투쟁의지보다는, 그 와중에도 동료와 시민(혹은 노동자) 권익의 안위를 더 걱정하는 그 이타심이 아니었을까 짐작해 봅니다. 실제 이 책에 인용된 구절에서도 확연하게 그런 마음이 드러납니다. 남의 고통에 무감각해지지 말자는 이 책의 주제와도 잘 통합니다. 

p102에 인용되는 쥘 르나르는 우리가 어렸을 때 읽었던 아동문학 <홍당무>의 작가입니다. 옛날 분이라서 요즘 아이들은 자주 접하는 작가가 아닌데 사실 저희 세대도 이 작가의 작품을 구태여 읽어야 했을 정도는 아닐 만큼 너무 예전 사람이죠. 그만큼 요즘은 어린이들을 위한 양질의 컨텐츠가 많이 생산되는 세상입니다. 여튼, 이 책 저자 앙드레 박사님은 최고의 직업 상담가인 만큼(한국의 오은영 선생처럼) 이 책에서 상담가의 다양한 (발휘해야 할) 미덕과 기술(사실은 진정성이 담겨야 할)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제 생각에 쥘 르나르에 대해 저자께서 좀 특이할 만큼 깊이 공명하신다 싶어서 한마디 적어 봤습니다. 

조르주 상드는 그 자유분방한 삶이 대번에 먼저 떠오르는 인물이지만 저자는 p123에서 그녀가 귀스타브 플로베르에게 보낸 편지 한 구절을 인용합니다. 저자는 단언하기를 그녀가 "위로의 귀재"였다고 합니다. 편지에는 위고 신부라는 분이 나오는데 편집자주에도 나오지만 (또 문맥상으로도) 이 사람이 당대 프랑스 대문호 빅토르 위고인 것은 분명하지만, "신부"는 아니지 싶습니다. pere는 여기서는 로마 가톨릭 신부가 아니라 상드와 플로베르가 존경과 친근감을 담아 부른 일반호칭이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부지런한 작은 생명체들이 끊임없이 움직이는 모습을 보노라니 그의 눈에 눈물이 차올랐다(p167)." 이 구절은 작가 루이르네 드 포레의 문장을 앙드레 박사가 재인용한 것인데 박사님 마음도 포레의 그 감성(혹은, 깨달음)과 완전히 같지 않았을까 생각해 봤습니다. 생명체가 개체의 생존을 유지하고, 후손을 낳아 생육, 번창하게 하려는 그 간절한 몸부림과 마음가짐은 인간이나 미물이나 다를 게 없습니다. 탐욕스럽고 근시안적이며 자신만 챙기려는 풍조가 이처럼 만연해서는 모두가 결국 지옥으로 빠지게 됩니다. 충만감을 받아들이고 명상에서 얻은 평안함과 가르침에 진심으로 동의하며(p195) 상호의존 상호위로의 기제를 개인과 사회에 내면화할 때 도달할 수 있는 평온과 희망의 가치. 생각만 해도 가슴이 벅차고 뿌듯해집니다.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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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 지기 전에
권용석.노지향 지음 / 파람북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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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권용석 변호사님은 남들이 걷지 않은 길을 걸은, 의롭고 선하고 현명한 분이셨습니다. 이 책은 그분의 배우자였던 노지향 대표님이 편집하셨으며, 대부분은 권 변호사님이 쓰신 시와 산문들입니다. 상당수는 권 변호사님이 타계하시기 얼마 전에 쓰신 글이라서 더 마음을 아프게 합니다(노 대표님 글은 녹색의 다른 폰트로 인쇄되었고 대체로는 부군의 글에 대한 평과 소회입니다). 권 변호사님과 노 대표님은 요즘 기준으로는 정말 젊은 25-27세에 혼인했다고 나옵니다. 두 분의 의롭고 깨끗하게 살아온 행적뿐 아니라 그 불처럼 타올랐을 듯한 순일한 사랑, 아름답게 맺어진 인연 또한 부럽습니다. 

책 제목은 "꽃 지기 전에"입니다. p110에 권 변호사께서 쓰신 시 한 편이 나오는데 그 작품 제목이 또한 "꽃 지기 전에"입니다. 이 작품이 공교롭게도 권 변호사가 지인의 부음을 접하고 생전에 더 자주 만나지 못했음을 아쉬워하는 내용인데, 다시 노 대표께서 이 작을 추릴 때 어떤 기분이셨을지 짐작해 보면 독자의 마음도 더 아파집니다. 전문을 잠시 인용해 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곧 보자 했던 이의/ 부고 문자 받아들고/ 하늘을 본다
보고 싶으면/ 정말 보고 싶으면/ 지금 보자/ 꽃 지기 전에 

권 변호사님은 서울법대 졸업자이며 검사로 10년 동안 근무했습니다. 일반인들이 보기에 독특한 점은 퇴직 후 사단법인 행복공장을 설립하여 여러 사회사업을 펴셨다는 점입니다. 검사 일이 원래 격무였던 데다 애연가였기에 건강에 좋지 않은 요소들이 그의 생 가까이에서 맴돌았을 법하지만 위중한 암이 발견된 건 위였습니다. 이러니 우리들도 평소에 건강 검진을 철저히 해야 한다는 거죠. 물론 생전에 권 변호사님이 각별히 난도 높으신 삶을 사셨던 점은 일반인과 다르겠지만, 우리들도 어찌 보면 자신들 나름대로 다들 힘들어하니 말입니다. 

요즘은 MBTI가 유행이지만 예전에는 에니어그램이라는 틀이, 많은 이들에게 성격 분석 도구로 쓰였습니다(지금도 좋아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p20을 보면 권 변호사님은 스스로를 넘버 2로 규정했는데 이 프레임도 성격 분석으로 제법 설명력이 높으니 독자들도 관련 정보를 찾아 나는 몇 번에 해당할지 한번 체크해 보는 것도 재미있을 듯합니다. 이 책에 수록된 노 대표님 글 중 가장 자주 보이는 표현은 "착한 사람"인데, 권 변호사님은 업무상 피의자를 매섭게 추궁해야 할 때도 인정상 차마 그렇게 하지 못했을 때가 많았으리라고 추측되는 대목도 있습니다. 주변 사람에게 언제나 친절하고 미안해하셨으며 p25를 보면 본인이 워낙 담배를 많이 피워 사무실 여직원의 옷에 밴 냄새 때문에 어쩔줄 몰라하시는 대목도 있습니다. 

p65를 보면 해, 나뭇잎, 나팔꽃 등이 "사랑에 젖어봐"라고 넌지시 말을 건네는 시가 나옵니다. 이런 풍경은 우리가 주변에서 또 일상에서 자주 보는 것인데 시인의 따뜻한 마음은 그 안에서도 특별한 메세지를 포착하고 끌어내는 것입니다. 우리는 저 풍경에서 과연 사랑에 젖어보라는 제안을 들을 만큼 마음 속에 한 줌의 여유를 마련하고 있을까요? 

책 곳곳에는 또한 가장 자주 눈에 띄는 구절이, 아내분을 향한 애틋한 사랑 고백 관련입니다. 예를 들면 p137이라든가, p11 같은 곳입니다. 노 대표님은 또한 부군을 두고 "착한 사람" 외에 "멋진 사람"이란 표현도 자주 쓰십니다. 눈앞의 이익에 연연하지 않고, 명분과 대의만 보고 성큼성큼 걷던 남편분이 참으로 멋있게 보였을 것입니다. 우리 독자들도 그러한데 말입니다. 아버지를 닮아 똑똑한 아드님 예철이 곁에 있었고 매형분(민청학련 사건 관련인)도 재단 설립 기여에 이어, 권 변호사의 투병에 응원을 보냈습니다. 멋진 분 곁에는 이처럼 항상 멋진 분들이 또 함께하는 법이죠. 

우리 주변에도, 돈이나 명예보다는 명분 있고 의로운 일에 더 큰 정열을 바치는 멋진 변호사분들이 계실 수 있습니다. 큰 후원까지는 몰라도 대의에 동참하는 응원 정도는 얼마든지 가능하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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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의 여행법 - 불편하고 아름다운 것들을 사랑하는 마음에 관하여
이지나 지음 / 라이프앤페이지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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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누구나 낯선 곳을 방문하고 체험하며 한 뼘의 키가 자랍니다. 그래서 나만의 세계에 머물지 않고 어디든 타지, 이국, 이방을 다녀 보는 일은 무엇이 되었든 유익합니다. 어린이도 어려서부터 다양한 감성 체험을 시키고 견문을 넓혀 주려면 엄마 아빠가 함께 여행을 다녀 주면 좋을 텐데, 뭐 꼭 그런 교육적 목적이 아니라 해도 어차피 여행 좋아하는 분들은 (아기가 있다면) 어린 아기와 동행할 수밖에 없을 겁니다. 이 책은 그런 상황의 부모님들이 공감할 만한 이야기를 많이 담았습니다. 

"여행이 아니라 해도 아이와 함께 차를 탈 때는 엄마 아빠가 안고 타는 것보다 카시트에 앉혀야 한다(p35)." 사실 너무나 당연한 상식인데도 많은 분들이 여전히 무시합니다. 아무리 자녀에 대한 애정이 강해도 사람인 이상 그 자세로 오래 버틸 수가 없는 데다, 만에 하나라도 돌발 상황시 매우 위험해집니다. 가격이 부담될 수 있겠으나 어차피 아이의 안전에 투자하는 비용이므로 이런 걸 아끼면 좀 그렇죠. 

"아이와 함께 살아간다는 건 무수히 많은 생의 방식을 배워 간다는 의미다." 저는 책에 나오는 이 말이 참 좋았습니다. 그 구체적인 뜻은 저 문장 뒤에 나오는데, 전에는 어른 눈높이에 맞춰 당연하게들 쓰던 것을, 이제 아이까지 대동하다 보니 그 시설의 불편함, 불합리함, 이기적인 특징 같은 게 그대로 눈에 보이더라는 거죠. 아이는 세월이 지나면 어른으로 장성하지만, 만약에 장애인이라면 어떻겠습니까?(책에 이 말이 그대로 나옵니다) 아이를 키워 봐야 아이의 시선에서 다시 세상을 보게 되고, 나와 다른 처지의 시민들에 대해서도 비로소 생각하게 되더라는 것입니다. 그런데 (아직 부모가 못 되어 본) 어떤 어른들은 이런 인식까지 못 이르러 본 사람이 태반일 것입니다. 우리의 부모님들께서도 우리를 낳고 키우시면서 아직 젊은 나이에 이런 단계를 다 거치셨겠다 생각하면 눈물이 절로 나기도 하네요. 

저자께서는 이미 전작 <지루한 여행을 떠났으면 해>로 성공적인 반응을 얻은 작가입니다. 이 책 p70에 그 이야기가 잠시 나오는데 본업은 디자이너이며 남편분은 음악가입니다. 같은 페이지에 보면 "자기들 좋자고 아기를 데리고 여행을 다니는 게 이기적"이라고 말하는 이들도 주변에 있었다고 합니다. 이 독후감 앞부분에서도 제가 말했지만 이 부분이 사실 미묘한 데가 있습니다. 누구 말이 맞다 틀리다 쉽게 재단하기 힘들다는 거죠. 다만, 요령이 늘고 상황마다 아이를 잘 케어할 수만 있으면 저는 참 좋은 방식이라고 생각합니다(이유는 앞에서 말했습니다). 

우리 나라는 어린이에게 영어를 가르치기 참 좋은 환경입니다. 꼭 비싼 영어 유치원을 보내야 하는 게 아닙니다. 방송이나 각종 매체에서 실어 보내는 영어 컨텐츠에 사람들의 귀와 눈이 노출될 기회가 아주 많기 때문이죠. 이걸 활용 못 하는 건 사실 본인이 게을러서이고, 아이들은 어려서 체험하는 걸 스폰지처럼 잘 받아들이기 때문에 어른이 잘만 이끌어 주면 얼마든지 능력자로 만들 수 있습니다. p96에 보면 엄마인 저자가 아기(이름은 얼이)와 함께 영화 <그린북>을 본 얘기가 나옵니다(물론 본지는 그게 아니라 소수자를 배려하자는 쪽이지만). p82를 보면 저자가 전에 공부했던 스페인어를, 여행을 다니면서 실전에서 겪고 전혀 새로운 느낌으로 받아들이는 대목이 있습니다. p173을 보면 역시 남편분께서 음악 전공자이므로 이탈리아어를 잘 이해하는 장면도 나옵니다.  

요즘은 쿠바 여행 다녀 오는 분들이 참 많은데 아주 예전부터 사실 특급 여행지였습니다. 미국 플로리다 마이애미로부터 하바나까지의 거리가, 울산에서 제주도까지의 물리적 거리와 비슷할 만큼 가까운 데다, 기후 조건과 천혜의 풍경 덕분에 마피아들이 세워 놓은 유흥 시설이 그들에게 꿀단지 노릇을 했었죠(그러다가 공산 혁명이...).  쿠바는 관광객 화폐와 내국 통용 화폐 둘을 분리해 운용한 적도 있는데 그무렵에 가셨나 봅니다. 책에도 나오듯 이 정책은 2021년에 폐지되었고 사실 중남미에는 이처럼 같은 통화가 이중삼중의 벽을 치고 혼란스럽게 유통되는 예가 적지 않은데 참 막장이죠. 얼이에게뿐 아니라 누구한테도 쿠바는 사실 (좀 덥다 뿐) 지상낙원과도 같은 곳입니다. 세상에는 온갖 혜택을 다 받고도 인간의 어리석음 때문에 그 호조건을 제대로 못 발휘 못하는 땅들이 있죠. 우리 후손들에게 좋은 나라를 물려주려면 우리 어른들부터가 더 성숙하고 사려 깊어질 필요가 있겠습니다.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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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 해커스 세무회계 기출문제집 : 공인회계사(CPA) / 세무사(CTA) 2차 시험 대비 - 2023 개정세법 반영|최근 9개년(2022~2014년) 기출문제|인강 할인쿠폰 수록
원재훈.이훈엽 지음 / 해커스경영아카데미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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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공인회계사, 세무사 시험 모두 2차 과목에 세무회계가 있고(과목명은 다르지만) 또 이걸 가장 어려운 과목으로 보통 꼽습니다. 이 두 직종은 현재 한국에서 그나마 가장 높은 권위를 가진 전문직으로 평가되는 편이라서(변리사도 있습니다만) 단순 경쟁률을 떠나 매우 어려운 시험으로들 여깁니다. 그런 만큼, 기출 문제 반복 풀이만으로도 합격이 가능한 타 시험과는 성격이 다르지만, 그렇다고는 해도 시험의 경향이나 지향성을 알고 효과적으로 대비하려면 기출문제를 반드시 풀어 봐야 합니다. 

이 책은 기출문제집이므로 따로 이론 설명 같은 것은 없습니다. 기출 문제가 출제 당시 그대로 재현되고, 답이 나온 다음, 어떻게 그 값들이 계산되었는지 설명합니다. 2022년 1번의 물음 1의 경우 다소 쉬운 편이었는데 벽지수당, 식대가 각각 150만원, 25만원 지급되었으며 이중 비과세(소득공제가 아니라)되는 건 각각 20만원씩입니다. 사실 이 사례는 벽지수당이 지나치게 많죠. 복리후생급여인 저리대여이익은 위 경우와 달리 전액 비과세라는 점 유의해야 하겠습니다. 

물음2는 전통적으로 자주 출제되는 접대비와 유형자산처분손익 문제입니다. 그동안 규정도 자주 바뀌었고 약간 수험생들을 헷갈리게 하는 면도 있으므로 출제가 자주 될 수밖에 없습니다. 문제 자료에서 접대비 적용률이 0.3%라고 나와 있기까지 한데 사실 공부 좀 한 수험생이라면 다 외웁니다. 이런 점만 보자면 학부 기말고사보다도 더 쉬운 거죠. 기말고사는 풀이 과정까지도 맞아야 점수가 다 나오기도 하니 말입니다.  

문제6 중 물음1은, 손금불산입이 재고자산평가충당금 1천만원, 원재료 6백만원이며 모두 유보처분입니다. 전자는 저가법 평가를 인정치 않겠다는 것이며 후자는 계속 총평가법으로 보겠다는 것입니다(=큰 금액 선택). 저장품은 그 평가 방법이 바뀐 건 없으나 단순계산착오로 장부가격이 증가했으므로 이를 익금불산입합니다. 손금산입이 아니라 익금불산입에 해당하죠.  

물음 4는 재해상실비율을 먼저 계산해야 합니다. 음... 문제가 어렵지 않다고 판단해서인지 설명이 여기서는 그리 자세하지는 않아요(문제는 p24, 해설은 p41). 제가 설명을 좀 해 보자면, 일단 기준(분모)이 되는 금액은 건물+재고자산입니다. 토지는 원래 화재 등으로 가치가 감소하진 않으니 제외이며, 이 사례에서 기계장치는 회사에 변상책임이 없으므로 또 제외입니다. 그래서 분모는 4억 5천만원이며, 화재 후에도 5천만원, 5천 8백만원은 각각 남았으므로 이 가액은 분자에서 빼야 합니다. p41의 식은 이렇게 해서 나오는 겁니다. 

문제 7(p26)은 상속세, 증여세 파트에서 출제되었습니다. 여기서 조심해야 할 부분은 보험료를 의제상속재산으로 보되, 다만 이 사례처럼 상속인이 보험료를 부담한 경우는 제외입니다(사리상 당연하죠). 보험료 말고 보험금은 어떻게 되는가? 해설(p42)에도 나오지만 보험금은 과세가액공제액입니다. 

그런데 과세가액은 일십억 일천만원이며, 과세표준은 일천만원뿐입니다. p42의 해설에 보면 5억원, 5억원 해서 두 번을 빼고 있는데, p43에도 자세히 나오지만 5억은 일괄공제, 배우자 공제 한도액은 원래 3억 4천만원뿐입니다. 그러나 (책 해설에 나오듯이) 3억 4천만원밖에 안 된다 해도 무조건 5억은 공제해 주므로 5억, 5억 이렇게 두 번 빼는 거죠(전자는 일괄공제, 후자는 배우자공제). 설령 기초가 안 된 수험생이라 해도(아마 이 교재 학습자 중엔 그런 사람이 없겠지만), 이 설명이 워낙 깔끔해서 다 이해가 될 듯합니다. 

제가 개인적으로 느끼기엔 작년에 한해서 오히려 세무사시험 회계학 2부가 더 어렵지 않았나 싶을 정도입니다. 세무사 시험 문제가, 전통적으로 세무회계에 고난도로 자주 출제되는 유형들이어서 그런 듯합니다. 공인회계사는 최근 그 패턴에서 벗어나 종전에 잘 출제 안 되던 영역에서 내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문제 1의 물음 2(p48)를 보면, 접대비 한도액과 세무조정을 함께 묻는데 이게 공인회계사 시험 세법 영역 유사 테마의 문제보다 더 어렵고, p66의 해설을 보면 길이도 길고 설명도 훨씬 정성이 더 들어갔죠. 문제가 어려우니 자연스럽게 이렇게 되는 겁니다. 

이 기출문제집은 9개년 간의 기출문제들을 담았습니다. 공인회계사 시험은 7, 8, 9번 문제는 상속/증여세 파트에서 고정 출제하다시피해 왔고(최근에는 대체로 7번이 마지막 문제), 세무사는 전통적 출제 영역에서 출제해 오되 점점 더 문제 구조를 복잡화하는 추세입니다. 요즘은 변호사 되기보다 법무사 되기가 더 힘들다고도 하며(선발 수도 적고 시험도 훨씬 어려움), 세무사 합격하기도 공인회계사 난도 못지 않습니다. 예전 세무사 생각하면 큰코 다칠 수 있죠. 

수험생이 문제 흐름을 입체적으로, 또 한눈에 파악할 수 있게 최대한 편집의 묘를 발휘한 정성과 기술이 돋보이는 교재였습니다.   

*해커스에서 제공한 교재를 공부하고, 솔직하게 또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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