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덤 스미스 - 경제학의 아버지, 신화가 된 사상가
니콜라스 필립슨 지음, 배지혜 옮김, 김광수 감수 / 한국경제신문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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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덤 스미스는 경제학이라는 학문 분야를 창시한 사람입니다. 현실 설명력에 여전히 많은 한계를 노출하지만 그래도 어느 사회과학보다 정밀한 이론 체계를 구축하였으며 많은 사람들이 경제학이라는 도구에 크게 의존하고 신뢰를 보냅니다. 그전까지 존재하지 않던 분야를 새로이 개척한 업적이라면, 그 주인공이 엄청난 창의력의 소유자라는 뜻입니다. 타고난 개인의 재능 요소 외에, 이런 인물을 빚은 사회 경제적 특질은 무엇이 있었겠는지 이 책은 평전 형식을 통해 두루 분석합니다. 

사실 당대인들에게 애덤 스미스는 경제학 외에도 여러 방면에 걸쳐 지도적 의견을 개진했고 그의 활동 근거지였던 스코틀랜드는 물론 영국, 타 유럽 국가에서도 널리 경청하는 국제적 인플루언서에 가까운 인물이었습니다. 그가 탄생(1723)한지 올해로 300주년이라 하니, 인류사 다방면에 걸쳐 남겨진 그의 업적을 돌아보고 아울러 그의 인간적 면모는 어떠하였는지도 살펴볼 수 있었던 유익한 책이었습니다. 집필도 논픽션 베스트셀러를 여러 권 저술했을 뿐더러 스코틀랜드(애덤 스미스와 동향)에서 저널리즘, 아카데미즘 통틀어 두드러진 활약을 보였던 니콜라스 필립슨입니다. 다만 이분은 책날개에도 나오듯이 2018년에 타계했습니다. 

많은 이들이 아는 것처럼 애덤 스미스는 <도덕감정론>등, 어찌보면 경제학과는 한참 동떨어진 분야의 저서를 써서 당대 지도층 여론에 큰 영향을 끼치기도 한 인물입니다. 당대 기준으로는 어쩌면 이쪽이 주력 활동 분야였다고 할 수도 있으며, 다만 사회구조적 조건이 크게 변한 오늘날에는 그리 큰 참고가 안 되는 내용이기 때문에 많이 잊혀졌을 뿐입니다. 도버 해협 건너 프랑스에서는 장 러신(Jean-Baptiste Racine. 이 책의 표기를 따릅니다), 몰리에르, 코르네유 같은 희곡 작가들이 프랑스 고전주의 문학의 전성기를, 대략 애덤 스미스 탄생 반 세기 전에 활짝 열어젖혔는데 그 흔적이 <도덕감정론>에도 남아 있습니다. 애덤 스미스는 마치 문학평론가처럼 등장인물 페드르의 동기를 분석하는데 이 작품은 라프 발로네, 앤서니 퍼킨스 등 주연으로 1962년에 영화로 만들어지기도 했습니다. 저자는 애덤 스미스가 러신을 "존경"했다고까지 말하는데(p107) 스코틀랜드의 오랜 친불(親佛. francophile) 감정을 고려하더라도 좀 별나다는 생각이 개인적으로 들었습니다. 

언어학이라고 하면 지금 이 시대로부터 백 년 후에 활약했던 구조주의 사회학자 드 소쉬르라든가, 아직 살아 있는 노엄 촘스키 등을 떠올리겠지만 애덤 스미스 역시 그의 시대에는 언어학자이기도 했습니다. 저는 몇 년 전에 "나폴레옹은 그 재능이 군사 한 분야에 치우쳤으므로 진정한 천재가 아니"라는 어느 전기작가의 평가를 읽은 적 있는데, 그 필자의 기준으로도 애덤 스미스 같은 사람은 천재의 범주에 너끈히 들어갈 것 같습니다. 이처럼이나 다양한 분야에서 재능을 드러냈으니 말입니다. 물론 당시에는 아직 학문 각 분야의 발전이 미진했기에 이런 현상이 가능했다고도 할 수 있겠으나, 반대로 오늘날은 앞선 천재들이 다져 놓은 기반 위에서 활동할 수 있고 여러 첨단 기술의 도움도 받을 수 있으니 더 유리한 면도 있어서 결국 조건은 동일합니다. 그런데 저자는 위 <페드르>의 분석, 또 p156 이하에서 다뤄지는 언어학 논고에서 공통점을 끌어내는데, 그것은 인간 "욕망"에의 통찰입니다. 왜 인간은 무엇인가를 욕망하는가? 그것은 무언가가 결핍되었기 때문이다. 뭐 거칠게 요약하자면 이것이겠는데, 경제학의 대 전제가 "자원의 희소성과 그것에 대비되는 욕망의 무한성"임은 우리도 잘 아는 바입니다. 그러니 주제가 경제가 아닌 타 분야일 때에도 애덤 스미스의 어떤 경향성 같은 건 두드러진다는 게 저자의 의도이겠습니다. 

계몽주의의 선구자 중 한 명인 새뮤얼 본 푸펜도르프(p76. 이 책의 표기를 따릅니다) 역시 애덤 스미스에게 큰 영향을 끼친 인물 중 하나였습니다. 이 사람 역시 활동 시기가 애덤 스미스보다 백 년 정도 앞선 사람입니다. 왜 이렇게 이 시대 사람들이 인간의 본성, 도덕적 동기, 사회적 덕목의 분석에 골몰했을까. 이 문제가 선결되지 않고서는 여타의 기술적 디테일 논의가 무의미하다고 여겼기 때문이겠습니다. 같은 물도 소가 마시면 우유가 되고 뱀이 마시면 무엇이 되듯, 기술적 지식이 발전해도 이를 쓰는 사람의 의도가 악하면 모두를 불행으로 몰아넣을 뿐입니다. 현대인은 이 문제를 논의하기를 포기하고 각자의 취향에 맡기기로 결론내었는데, 그 규칙을 무시하고 여전히 독선에 빠진 사람, 이를 악용하는 사람 등 위험천만한 폭탄을 끌어안고 가는 셈입니다. 사회계약설로 잘 알려진 데이비드 흄은 애덤 스미스보다 열 살 정도 위라서 거의 동시대인으로 봐도 되는데 p143 이하에 그들의 관계가 잘 서술되어서 흥미롭습니다. p170, p201, p254, p297, p368도 참조하십시오. 흄이 하도 자주 나와서 전기의 공동 주인공처럼 보입니다. 

이 책 저자도 스코틀랜드 출생이고 캠브리지에서 박사학위를 딴 분인데(책의 소개란에는 그 말이 안 나왔습니다만), 애덤 스미스도 스코틀랜드 사람이면서 옥스포드에서 수학(修學) 기간을 거친 이력이 서로 닮은 데가 좀 있습니다. 큰 업적을 남긴 학자들의 젊은 시절을 살피면 아 이분도 이렇게 혈기가 넘치던 시절이 있었구나 하고 놀랄 때가 있는데, 잉글랜드와 스코틀랜드가 인적 동군연합 단계를 넘어 물적으로 통합(real union)이 된 게 1707년이었습니다(p123, p360 참조). p96 이하를 보면 17세에 스코틀랜드 글래스고를 떠나 옥스퍼드로 온 청년(요즘 같으면 어린애 나이입니다만)이 어떤 질풍노도의 시기를 보냈는지 그 편린을 엿볼 수 있어서 흥미롭습니다. 

이런 분들이 흔히 택했던 커리어 중 하나가 귀족 자제의 개인교습을 밀착하여 담당하고 이런저런 혜택을 받는 것이었는데 이른바 그랑투어에의 동행, 지도였습니다. 아일랜드 부호였던 셸번 백작의 아들 토머스 피츠모리스(이름에서도 아일랜드인임을 알 수 있죠)에 대해 그는 이 소년이 이튼 재학 중 무리 없이 법학이나 라틴어 수업을 받을 수 있게 성의껏 지도했으며 특히 경비 지출에 오해가 없도록 세심히 정리된 보고서를 (친구인데도) 그 부친에게 제출했다고 나옵니다. 

p215를 보면 "그는 강의를 통해 (학생들에게) 숭배의 대상이 되었다"라는 구절이 있습니다. 대학에서 그는 동시대인의 지적 욕구도 충족해 주면서 적절한 개혁성도 노출했고 교수법도 뛰어나서 많은 젊은이들에게 존경을 넘어 마치 팝스타처럼 열광과 지지를 받은 듯하여 흥미롭습니다. 애덤 스미스 하면 <국부론>이 조건반사처럼 떠오를 만한데 그는 이 책 저술과 부대활동을 통해 특히 프랑스의 루소주의자들(p241), 또 케네(p336)와 대립했습니다. 케네는 중농주의 정책의 창시자로 널리 알려졌고 사실 이 사람이 한 걸음만 더 디뎠으면 아마 경제학 창시자 타이틀도 자기 몫이었을 겁니다. 애덤 스미스와 자유무역 옹호라는 점에서 닮기도 했지만 이 책에 잘 나오듯 경제정책 포인트 곳곳에서 대립했습니다. 

애덤 스미스의 생애를 보면 시대의 흐름을 정확히 읽고 냉철한 이성으로 해답을 제시한, 현명한 지식인의 전형을 보는 듯합니다. 진정 똑똑한 사람은 자신과 타인의 삶 모두를 행복하게 만든다는 점 다시 확인하게 됩니다. 심지어 그는 여자문제를 비롯, 사생활도 깔끔하게 관리한, 오점 없는 인생이었습니다. 

"지금까지 알려진 것보다 더욱 비범했던 그의 선견지명을 일깨우는 작품" - 뉴욕타임스. 이 책 뒤표지에서 재인용.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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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12 입속사용 설명서
공정인 지음 / 늘푸른봄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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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보다 두꺼운 책이었고 그만큼 챙겨봐야 할 내용이 많았습니다. 한 번에 읽어내기에는 양이 많고, 곁에 두고 수시로 참조하며 도움을 받아야 할 책이었습니다. 성인도 입 안에 탈이 나면, 워낙 신경이 많이 모인 곳이라 다른 데 집중을 못 할 만큼 아픕니다. 하물며 6~12세 아동이야 말할 것도 없죠. 물론 치과나 이비인후과, 소아과에 가면 선생님들이 잘 돌봐 주시겠지만, 아이들은 역시 그 부모가 뭘 알고 곁에서 세심히 케어해 주는 게 또 다릅니다. 아이를 돌보려면 정성된 마음에 덧붙여 체계적인 지식도 중요하니 말입니다. 

p86 이하를 보면 아이 양치시키는 방법이 일러스트와 함께 나옵니다. 치아가 처음 났을 때이므로 그림만 봐도 아주 어린 아기임을 알 수 있습니다. 네번째 그림에서 엄마는 아기와 눈을 맞추며 "자 이제 맘마 먹었으니 깨끗이 닦자"라고 말해 주라는 인스트럭션인데, 참 이런 그림 하나에도, 또 동작 하나에도 이렇게 정성이 많이 들어가는구나 싶었습니다. 눈을 맞추는 동작에 진정성이 표현되고, 뭔가 처음에는 입 안에 싸한 느낌의 이상한 게 들어오니 아이가 당황할 수도 있죠. 그런데 이게 결국 나한테 좋은 거다, 이런 안심되는 느낌을 주는 게 결국 엄마의 저런 동작과, (아직 말은 정확히 못 알아듣겠지만) 언어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그런데 아기 입이 작아서 과연 어떤 칫솔을 쓰며 어떻게 닦아 줘야 효과가 날지 궁금했는데, 역시 다음 페이지에 상세한 설명과 그림이 나옵니다. 최소 20회 이상 칫솔질을 해 줘야 하며, 치약은 좁쌀 크기만큼 짜라고 하는군요(저는 제 양치질할 때 퍽퍽 짜서 하는데ㅋ). 아직 아기라서 잇몸이 안 난 부위도 있는데 여기도 잘 닦아 줘야 합니다. p94 이하에 불소 도포에 대한 설명도 나오는데 불소는 물론 충치 예방에 아주 효과적인 물질이지만 그 자체로 만병통치약은 아니라는 과학적 설명도 이어집니다. 양치 시 아이가 입을 조금만 다물어도 칫솔은 (당연히) 옴짝달싹 못하는데, 생각해 보면 참 어려운 케어입니다. 저 뒤 p186 이하에 더 자세한 칫솔질 방법이 입 안 설명도와 함께 나옵니다. 

이런 일은, 내 배 아파서 낳은 아기한테가 아니고는 아무도 대신해 주기 어렵다고 생각이 됩니다. 귀한 아이라서 보모가 대신 돌보거나, 반대로 시설에 위탁된, 어려운 형편의 아이라면 과연 이렇게 케어를 받을 수 있겠습니까? 아이를 낳아 기르는 어머니에게는 그만큼 큰 책임이 따르는 것이고, 또 엄마한테서 이렇게 직접 양육을 받은 이들은 다 세상에서 자신이 가장 행운아인 줄 알고, 어머니한테 감사한 마음을 제발 좀 가져야 합니다. 사랑 담뿍 받고 큰 애들은 길에서 봐도 벌써 남 눈에 그 분위기와 생김새, 용모, 남들과 대화 할 때 쓰는 말씨와 행동거지부터가 다릅니다.  

어제 제가 개인적으로 읽은 다른 책에도 그런 표현이 나오던데, "우리(=엄마)들은 육아에서 그 누구도 완벽하기 힘듭니다"라는 구절이 p136에 나오고 다만 최선을 다할 뿐이라는 게 저자님의 취지인 듯합니다. 또 19~31개월 아이들에게 입은 "감염의 창(window of infectivity)"라고 하네요. 이래서 어머니들이 이런 책을 보고, 어린 자녀들의 입 건강을 특별히, 특별히 챙겨야 하는 것 아닐까 싶습니다. 

생후 24개월이면 유치(乳齒)가 완성된다(p162)고 합니다. 幼齒가 아니라는 점 주의해야 하겠습니다. 다른 말로 "젖니"죠. 만 6세까지 이 상태로 지내며, 이 중에는 영구치도 있는데 행여 손상이 안 가게 주의하라고 합니다. 충치가 아예 안 생기게 예방해야 아이한테 고통이 없으며 비용도 들지 않고, 워낙 이 관련 고통이 심하다 보니 트라우마가 생길 수도 있다고 합니다. 사실 이가 제대로 아프면 성인한테도 고통인데 이 어린 아이한테 왜 트라우마가 안 생기겠습니까. 이 책에는 8단계로 표시된 그림이 수시로 나오는데 책 진도가 나감에 따라 진하게 강조되는 칸도 점점 오른쪽으로, 밑으로 밀려옵니다.   

성인 여성 중에는 앞니가 너무 커서 고민이다, 앞니 사이가 벌어져서 걱정이라는 이들이 있습니다. p274를 보면 아이 때에는 이게 정상이고, 서서히 다른 영구치가 나오면서 간격은 줄어든다고 하네요. 이 시기를 미운오리새끼 단계(ugly duckling stage)라 부른다는 것도 처음 알았습니다. 손가락 빨기, 구호흡, 혀로 치아 밀기 등의 습관은 위턱이 튀어나오는 부정교합 문제가 생긴다고도 지적합니다. p282 이하에 턱 부정교합에 대한 상세한 설명이 나오는데 아마 자녀의 이 문제 때문에 고민하는 부모들이 제법 있을 갓입니다. 일러스트가 많아서 이해가 아주 쉬울 것입니다.  

p147 이하에는 특히 충치 예방에 대한 설명이 매우 자세합니다. 충치원인균은 뮤탄스라고 부르는데 이게 당분도 먹고 치아를 부식시키니 당분 섭취 조절이 아주 중요하며 불소 도포도 무한정 당분 섭취 앞에 효력이 떨어진다고 합니다. 또 아이를 낳기 전, 직후 임산부의 건강 역시 몹시 중요한데, 이 책은 앞부분에서 그에 대한 설명도 상세히 해 놓고 있습니다. 아이와 엄마가 모두 건강하고 행복한 사회라야, 밝은 미래가 있고 진정한 평화가 깃들 수 있습니다.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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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무원이여 회계하자 - 왜, 회계를 알면 모든 업무가 쉬워질까
서은희 지음, 최기웅 감수 / 이비락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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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계상식은 이제 일반인들도 최소한의 소양을 갖춰야 할 만큼 필요한 지식입니다. 일반적인 회사 업무를 볼 때에도 회계를 모르면 일단 문서의 소화가 안 됩니다. 보고서 작성 시 그 내용 안에 각종 재무제표라든가 회계 정보를 녹여내지 못하면 그 보고서의 퀄리티라는 게 어떻겠습니까. 자본주의 사회에서 기업의 외관, 아니 차라리 본질이자 뼈대인 재무상태표, 손익계산서를 이해 못 하면 그건 경제 문맹이나 마찬가지입니다. 경제 문맹으로서는 자본주의 체제에서 생존이 어렵습니다. 

이 책은 일반적인 회계지식을 가르쳐 주는 내용이라기보다, 공무원으로서 업무 중 특히 회계처리 시 주의해야 할 사항들을 가르쳐 줍니다. 한국은 지금 많은 젊은이들이 공무원이 되기 위해 수험 공부에 열을 올리고, 그 어려운 과정을 거쳐 공무원이 된 후에는 이제 실제 업무에 적응하는 기간을 또 거쳐야 합니다. 이 책은 그런 분들이 읽으면 큰 도움을 받을 것 같고, 현직 공무원들이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책이기도 합니다. 그런데 저는, 그런 분들도 그런 분들이지만, 일반 회사원이나 자영업자로서 잦은 대관(對官) 사무, 즉 관공서를 자주 상대해야 할 분들의 경우, 주무관과 이야기가 더 잘 통하고 서로 시간 낭비가 없게 하려면 먼저 이 책을 읽고 필요한 부분만이라도 미리 공부를 해 놓으면 더 좋지 않을까 생각이 되었네요.  

p19에서 저자는 스스로 회계 마니아라고 밝힙니다만 그런 자신에게도 회계보다 중요한 게 예산이라고 합니다. 실제 공무원 교육 과정에서도 그렇게 가르친다고 합니다. 사실 이 대목은 새삼 숙연해지기도 하는데, 국민의 혈세가 모여 관공서에서 쓰는 예산이 형성되기 때문이죠. 물론 그 예산 중 절대적 비중은 국민, 주민의 효익을 위해 다시 쓰이지만 말입니다. 그리고 공적 섹터가 꼭 아니라 해도, 회사는 물론, 우리 일반 시민들의 평범한 삶조차, 일일이 자기 예산의 제약을 받는다는 건 너무도 당연합니다. 예산의 제약이라는 게 있기에 우리는 계획을 짜서 규모있게 살림을 하고 합리적인 지출, 선택을 해야만 합니다. 

p43을 보면 긴 자리 숫자 읽는 법이 나오는데 사실 이걸 모르는 사람은 없겠죠. 저자께서 여기서 강조하고자 하는 건, 일일이 뒤에서부터 일십백천만 하고 세어올라올 게 아니라, 쉼표가 있는 곳에서 즉시 백만! 십억! 조! 이렇게 나오게끔 평소부터 훈련이 되어야 한다는 뜻입니다. 업무를 처리할 때 중요한 건 시간입니다. 또 업무 상대방에게도 한눈에 척척 숫자를 읽는 모습이 더 믿음직하게 보이지 않겠습니까. 비슷한 예로, 부동산 관련 일을 많이 해 본 사람은 제곱미터 수치도 그 자리에서 바로바로 평수로 환산해 내는데 현장에서 얼마나 믿음을 주는지 모릅니다. 아 이 사람 일 잘하는 사람이다 하고 말이죠. 

이 책 제목을 보고 윤정용 작가의 베스트셀러 <직장인이여 회계하라>가 떠오른 분들이 많을 것 같은데 이 책 작가님도 p47에서 그 얘기를 합니다. 사실 이 책은 건조하게 공무 관련 회계 지식만 풀어 주는 게 아니라 저자 자신의 공직 생활에 얽힌 소감이라든가 깨달음, 자기계발을 위한 팁 같은 게 많이 들어 있습니다. 또 저자의 풍부한 독서 경력을 반영하듯 다양한 책들로부터의 인용구가 많이 수록되었습니다. 

예산은 크게 세 가지로 나뉜다고 합니다. 일반회계, 특별회계, 기금 세 가지인데, 특별회계와 기금은 여러 목적에 전용될 수 없고 처음에 정한 특정 목적에 한해서만 쓰여야 합니다. p81에 통계목이라는 말이 나오는데 저 뒤 p199를 보면 "영어는 단어 공부, 회계는 통계목 공부"라는 내용도 나오네요. 예산과 회계에서 무슨무슨 비(費) 하는 다양한 항목들이 통계목입니다. 통계목은 그저 외우는 게 아니라, 이 항목 하나하나에 어떤 내용들이 포함되는지를 이해해야 합니다. 이걸 외우고 나면, 이제 장부나 계획서, 품의서를 보고 아 이건 통계목 중 어디에 해당하겠다 하는 생각이 척척 떠오르고, 그때서야 아 내가 회계 좀 하는구나 같은 성취감이 솟을 만합니다.   

p102를 보면 출장비에 대한 설명이 나옵니다. 이건 비단 공무원뿐 아니라 일반 직장인한테도 두루 해당되는 내용인데, 출장비 회계처리가 깔끔하지 않으면 시말서를 쓸 수도 있고 좋지 않은 평판이 퍼집니다. "증빙은 사소하지만 중요하고 디테일에 의미가 있다"는 말을 곱씹어 봐야 하겠습니다. 소모품/비소모품의 구분, 나아가 비용/자산의 구분 역시 중요한데 책에서는 이걸 "닭이 먼저냐 달걀이..."에 비유할 만큼 난제로 평가하죠. 비용/자산 구분도 회계학의 영원한 딜레마인데 한 번 쓴 비용이 그냥 일회성 지출에 그치면 그건 비용이고, 이후에 두고두고 회사의 이익을 창출하는 데 도움이 된다면 그건 자산입니다. 이게 회계를 공부 안 한 일반인에게는, 그게 문제가 될 수 있다는 자체가 이해 안 되곤 합니다.  

이 책의 3장은 구체적인 사례가 많이 소개됩니다. 공무회계뿐 아니라 모든 회계 개념과 원리가, 전형적인 사례 문제를 풀어 보면 한 방에 정리되는 수가 많습니다. 쉬우면서도 업무 중에 많이 부딪히는 사례가 많아서 읽으면서 바로 이해가 잘 되었습니다. 관용차량을 이용할 수 있을 경우 출장비가 0이 될 수 있다 같은 건 전형적인 공무원 회계 특화 사례입니다. 반면 법카로 결제할 걸 개인카드로 결제했을 시 대처요령 같은 건 일반 회사원들도 자기 사례에 그대로 적용해도 될 정도입니다. 자기 업무를 제대로, 확실히 이해하고 처리해 나가는 사람은 사무실에서 아무것도 두려워할 필요가 없고 언제나 당당할 수 있습니다.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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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 오브 워크래프트 공식 요리책 2 : 아제로스의 새로운 맛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 공식 요리책 2
첼시 먼로 카셀 지음, 최경남 옮김 / 아르누보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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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뿐 아니라 많은 나라에서 유저들의 사랑을 듬뿍 받는 게임이 WoW입니다. 저자들 중 첼시 먼로 카셀이란 분은 이 책 전에 <왕좌의 게임> 공식 요리책도 써서 베스트셀러로 만든 사람이라고 나오네요. 하긴 이 정도로 정성이 들어갔으니 테마가 GoT, WoW 혹은 그 무엇이든 대중의 환영을 받을 만합니다. 이 책을 보고 새삼 WoW에 관심을 갖는 이들도 나올 수 있겠네요. 

와라버지라는 말이 뭔지 몰라서 검색해 보니 와우+할아버지라고 나오네요. 하긴 제 주변에 와우 하는 유저들이 별로 없긴 했지만 이용자 연령대가 그 정도로 높을 줄은 몰랐습니다(농담입니다). 말이 그렇다는 거고 2030도 와우 많이들 합니다. "사람이 이동하는 것보다 더 멀리 이동하는 게 바로 요리 레시피이다(p9)." 요리도 옷차림과 같아서 맛 자체보다 TPO에 맞는 활용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만, 정말로 사회의 최고 시니어들이 노인정에서 바둑, 장기가 아닌 와우로 소일할 만한 미래에는 이 책에 나온 레시피들이 색다른 의미를 지닐 수도 있겠다 싶습니다.   

"축제를 버프하라(p12)." 버프라는 말은 아마도 게임 때문에 이제는 한국인들도 널리 씁니다만 (예: ooo 버프를 받아서 요즘 핫하다라든가) 이 속어는 원래 역사가 오래된 것입니다. 맛을 페어링한다! 맛과 맛을 페어링할 수도 있고, 맛과 상황, 혹은 맛과 맥락을 페어링하는 게 어쩌면 진짜 예술, 혹은 인문의 영역인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게임의 특정 단계에서 나왔던 그 요리, 사실은 이렇게 만든다... 물론 작가의 너스레나 익살일 수도 있지만 이 책에는 그 이상의 무엇, 즉 해당 컨텐츠에 대한 열정(enthusiasm)이 적어도 촉매로서 포함되었다고나 할지. 

위안의 국물이 따로 있는 게 아니라 고된 여정 중 잠시 쉬어가는 객잔에서 촌로가 지어 주는 한 그릇 죽이야말로 세상 시름을 다 잊게 하는 solace입니다. 아니, 설령, 남은 라면 스프 1포를 뜯어 대충 수돗물에 끓여 먹는다 해도(몸에 좋지 않습니다) 본인이 그리 느낀다면 부활의 넥타르입니다. p25를 보면 이 수프에 미소된장도 한 줌 들어간다는데 저쪽 사람들도 미소된장이라는 걸 안다 싶어서 좀 놀랐습니다. 월계수 잎은 구하기 힘들 듯하지만 강황가루, 생강, 다진 마늘은 어렵지 않게 입수할 수 있습니다. 이 책에 나오는 레시피들은 가상(예: 고양이 눈곱 2큰술, 박쥐의 사타구니 비듬 1mg)의 소스, 절차가 아니라 우리들이 현실에서 구할 수 있는 원료들, 배합 가능한 방법에 의존합니다. 

p29에 보면 티굴과 폴로르의 딸기 아이스크림이라는 게 나옵니다. 와우 유저들은 모를 수가 없겠는데 이게 만약 현실에서 먹는 디저트라면 이런 레시피이다... 아이스크림도 많은 경우 파인트 당 1/6핀치(꼬집이라고 번역했네요)의 소금을 넣습니다만 이 페이지에 나온 조리법을 보면 재료들 자체는 평범합니다. 다만 배합, 숙성 방법이 꽤 복잡합니다. 정말 이렇게 따라해 보면 Emmithue Smails가 판매하는 그 맛이 나올까요? 두 가지 버전이 있다고 하는데 딸기와 바나나입니다. 

참 이 책을 보면 작가의 너스레가 대단한데... p157을 보면 다크문 축제에서 저자가 Sylannia에게 대접 받은 게 퐁당주였으며 기억을 더듬어(!) 이 레시피를 구성한다고 합니다. p29에 나왔던 그 아이스크림도 여기에 부분 재료로 활용된다고 하네요. 여기서 사르사파릴라(sarsaparilla)는 꽃이나 재료 이름이 아니라(그렇기도 하지만) 루트비어 브랜드입니다. 루트비어에 아이스크림을 타먹는다니 맛이 대략 상상이 됩니다.  

스틱형 추수절 빵은 저도 친구가 이 게임할 때 옆에서 봤습니다. 이 책에도 나왔을까 싶었는데 있더군요. 그 정도 유명한 아이템이라면 공식 쿡북 1권에 벌써 포함되었을 만한데 나중에 1권에는 어떻게 나왔는지 한번 확인해 봐야 하겠습니다. 아무튼 p61에 나온 방법은 디테일이 대단한데, 와우 유저가 아니라 해도 따라해 보고 싶은 마음이 좀 들었습니다. 

어떤 종류든 간에 닭강정을 실제로 만들어 본 적 있을까요? 예의 그 다크문 축제에는 꼬치에 꿰어 들고 다니며 먹는 닭강정이 인기라고 합니다. "숟가락 끝부분에 거품이 생기면 충분히 뜨거워진 것이다(p151)." 닭강정 아니라 제가 그냥 혼자서 막 만들어먹는 근본 없는 요리도 이런 식으로 팬 온도를 대충 가늠합니다. 온도계를 들이대며 175℃를 측정하기보다. 완성 후 그냥 먹어도 될텐데 저자는 다크문 분위기를 내려면 꼬치에 꿰라고 합니다. 하긴 장맛보다는 뚝배기...는 아니고 같은 음식이라도 역시 분위기가 중요합니다. 이미 마음은 아제로스의 장터 한복판입니다.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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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병에서 해방된 사람들 - 눈과 코가 열리면 만병을 고칠 수 있다
김주영 지음 / 평단(평단문화사)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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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이 안 좋은 이들은 이미 많은 병원, 의사, 한의사들을 찾아 봤을 가능성이 큽니다. 어떤 방법을 써 봐도 잘 듣지 않던 차에 "난 이게 효과를 봤어" 같은, 다른 분들의 경험담을 접하면 눈이 번쩍 뜨이는 게 인지상정이긴 합니다. 하지만 언제나 가까운 전문가와 먼저 상의하고, 투약 등에는 신중한 태도를 취하는 게 맞겠습니다. 다른 분들에게는 효험을 보던 게, 자신에게는 그렇지 않을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이 책에 실린 여러 환자분들의 수기는 일단 매우 흥미롭고 강렬한 호기심도 불러일으킵니다. 이렇게나 많은 분들이 효과를 보았다... 김주영 저자는 외가가 한의학 명문가인 태생이며 30대에 갑자기 시력을 거의 잃은 끔찍한 경험을 했습니다. 몇 년을 고생하다 세브란스 안과 전문의 한 분을 찾으니 고름을 짜듯 눈꺼풀을 눌러 이물질을 짜 내더란 겁니다. 의사분 말씀대로 "두어 달만은 아주 괜찮다가" 다시 안 좋아지더랍니다. 의사분 진단은 불치병이라고 했습니다. 

그래도 잠시나마 괜찮아졌다는 건 이 증상에 뭔가 원인이 있고 방법도 있다는 뜻 아닌가? 이런 생각 끝에 저자는 외가에 소장 중인 한의학 서적을 모두 뒤지며 "산골(山骨)"이라는 약재를 찾아냅니다. 이 약재를 복용하니 탈이 났던 뼈도 잘 붙고, 가장 말썽이던 눈도 좋아지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고름은 짜내고 짜내서 근(根)까지 나와야 더 이상 고름이 안 생긴다고 합니다. 그런데 눈에는 그렇게 하기 힘들겠으며, 세브란스 안과에서 고름을 짜 낼 때 동공 마찰이 생겨 그렇게나 아팠던 것 아닐까 하고 짐작했다고 합니다. 이 약재는 그 전문의분을 소개해 준 사촌의 부인에게도 잘 들었는데 파킨슨병이었다고 합니다. 

자연동(自然銅)은 그램당 10만원으로 값도 아주 비쌀 뿐아니라 독성이 있어서 소량씩만 복용해야 한다고 저자는 말합니다. 저자는 산골을 주성분으로 삼은 고려신묘단(환)을 개발하여 주o식품이라는 자체 설립 회사를 통해 판매했으나 결과는 그리 좋지 않았다고 말하네요. 어떤 이들은 무료로 배부를 받고도 약속한 후기를 올리지 않았을 뿐 아니라 효과가 없다며 원망까지 했다는 것입니다. 이후 저자는 식물성 산골이 자라는 임야를 통째 사들여 "신묘수"란 제품을 새로 개발하여 현재에 이릅니다. 기본 아이디어는 동네 어르신들이 칭찬하던 약수터 샘물의 효능에서 얻었다는 것입니다.  

환경이 워낙 오염되다 보니 면역력이 여간 강하지 않다면 날 때부터 온갖 크고작은 병을 달고사는 게 우리 운명인지 모릅니다. 춘천에 사는 홍oo씨는 오랜동안 파킨슨병으로 고생했는데 저자의 주o식품이 폐업한다는 소식을 듣고 제품을 대량구매하기도 했다고 후기에서 말합니다. 이분은 현재 효과를 보시는 중이며 아직 완쾌는 아니지만 완치를 믿는다고 하는군요. 그oo라는 닉네임을 쓰는 포천에 사는 어떤 분도 파킨슨병 환자인데 p75에 보듯 여러 효능이 나타났다고 합니다. 제가 책에 나온 여러 후기를 보면 효과가 균일하게 나타나는 건 아닙니다. 어떤 분은 여기가 좋아지고, 다른 분은 다른 데서 효과가 있고... 정량대로 꾸준히 복용해야 효과가 있고 한꺼번에 많이 섭취하면 안 되는 것 같습니다. 

다리저림, 편두통, 꽃가루 알레르기 등으로 고생했던 경기도 광주 박oo씨는 잠을 제대로 자지 못하는 증상도 있었고, 남편과 사별한 후 오래 고생했다고 합니다. 이런 분들이 공통인 게, 몸이 아프니까 잠이 잘 안 오고 악몽을 꾸며 그 와중에 정신 건강까지 피폐해지는 점입니다. 마치 의료기기 상점처럼 온갖 제품이 다 모셔져 있던(본인이 써 보느라고) 집이었는데 이 제품을 복용하고선 수족냉증만 제외하고 거의 다 나았다고 합니다. 

창신동에 사는 어떤 분은 사타구니 멍울 때문에 고생을 했다고 합니다. 사타구니 멍울은 저자 김주영씨도 앓았던 질환입니다. 복용 후 눈에서 돌이 조금씩 나왔으며(책 표현 그대로입니다), 한동안 몸살 때문에 고생하다가(명현 현상?) 고름, 숙변이 대량으로 나온 후 나았다는 게 이분의 진술입니다. 눈이나 코 등에서 대량으로 고름이 나오는 건 저자 김주영 선생도 자신의 치유 과정에서 겪었다고 말한 바 있습니다. 후기 중에는 탈모 완화 증언도 자주 보입니다.  

"염증으로 끊어졌다가 염증이 나으면서 이제 인체가 다시 하나로 연결되는 과정(p222)." 피부도 깨끗해지고 방귀가 자주 나온다는 환자에게 저자가 한 말입니다. "우리 몸에는 백 명의 의사가 살고 있다." 이는 히포크라테스의 말이라고 하네요. 본래 깨끗한 환경에서 자유롭게 숨 쉬고 천연 음식과 물을 섭취해야 할 우리가 그렇지 못한 생활을 하니 온갖 이상한 병이 떠날 날이 없게 된 것 아닐까 싶습니다. 

읽어 보면 마음이 끌리는 후기가 많고 저자님의 말씀에도 강한 설득력이 느껴집니다. 그러나 건강 문제이니 만큼 전문가와 충분히 상담하고, 충분한 검토 후에 결정을 내리는 게 좋겠습니다. 개인차라는 것도 상당히 있을 수 있으니 말입니다.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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