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이 되고 싶었던 너와 - 레이와소설대상 대상 토마토미디어웍스
유호 니무 지음, 박주아 옮김 / 토마토출판사 / 2023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아직 어린 나이의 청춘 남녀 간 순수한 사랑 이야기라면 알퐁스 도데의 <별>이 생각나며, 여성 쪽이 시한부 생명인 이야기라면 개인적으로 십여 년 전쯤에 읽은 <잘못은 우리 별에 있어>가 떠오릅니다. 둘 다 지금 이 작품처럼 직접적으로 천체 관측을 소재로 삼지는 않았습니다. 후자는 셰익스피어의 <줄리어스 시저>에 나오는 한 구절을 패러디한 거죠. 살면서 넘을 수 없는 벽을 만났을 때는 별들에게 물어 보라고도 하지만 어디까지나 말이 그렇다는 건데, 이 소설은 정말로 별들에게 물어서 답을 찾는 아름다운 이야기입니다. 

주인공은 와시가미 슈세이이며 아직 대학생입니다. 작년에 돌아가신 할아버지 타이요 씨로부터 천문 관측 시설과 별들에 대한 애정, 열정을 물려받았습니다. 안타까운 건 할아버지께서 열심히 구축해 놓은 시스템의 힘을 입어 신천체를 발견했는데 이 성과를 히로세 카즈야스라는 자에게 빼앗긴 것입니다. 그는 부정한 방법으로 와시가미의 시스템에 침입해서 이런 짓을 저질렀는데 슈세이에게는 이를 입증할 방법이 없습니다. 

중학생 정도로 보이는 얼굴이 새하얀 소녀와 우연히 만나며 이름은 특이하게도 고토사카 나사라고 합니다. 나사라는 이름에 얽힌 사연은 p71에 나옵니다. 새로운 천체가 발견되면 그 천체에 발견자의 이름을 붙이는 건 잘 알려진 사실인데 이 소녀는 유독 별에 누군가의 이름이 붙는다는 사실에 설레어합니다. 슈세이가 "그럼 고토사카라고 이름이 지어지면 좋겠네?"라고 하자 소녀는 성 아닌 이름 나사가 되었으면 좋겠다고 합니다. 이 페이지 각주에 "일본에서는 처가 남편의 성을 따른다"고 나오는데 이 사실이야 다들 아는 바이지만 소설에서 중요한 복선이 될 줄은 전혀 몰랐습니다. 

나사는 첫인상이 대단히 사교적이고, p246에 따르면 "기본적으로 머리가 좋은 것 같았다"는 게 슈세이의 느낌입니다. 물론 슈세이를 좋아하고, 이제 살 날이 얼마 안 남았음을 알기에 무엇에든 열정을 쏟고 싶었겠지만 장비 다루는 방법을 집에 돌아가서도 이미지 트레이닝(p146)으로 익히고 빨리 따라왔다는 건 머리가 좋아야 가능하죠. 이미지 트레이닝은 운동 선수들도 즐겨 쓰는데 머리가 좋아야 몸에 익히고 효과를 볼 수 있습니다. p211에도 나오지만 이런 타입은 홈스쿨링이 더 나을 수도 있습니다.  

이 소설은 책 앞날개에도 나오듯이 작가가 천문학 소양이 풍부한 사람이라서 이른바 천체 헌터들의 삶에 대해 엄청난 디테일을 작품에 녹여내는 게 가능했겠습니다. 실제로 천체 관측에 관심 있는 사람이라면 이 소설에 부수적으로 묘사된 절차만 따로 추려내 따라해도 될 것 같았습니다. p154에 보면 "일주운동으로 인해 별은 동쪽에서 서쪽으로..."라는 구절이 있는데, 여기서 동쪽은 우리가 하늘을 바라보고 섰을 때 왼팔이 있는 쪽입니다. 오른팔 방향이 아니라는 게 중요합니다. 이 이치는 북반구나 남반구나 같은데 남반구라고 해서 해가 서쪽에서 뜨는 게 아니기 때문입니다. p183에 보면 "일본 대학에는 천문학부가 없다"는 구절이 있는데 한국이라면 과거 서울대에 천문학과가 있었고 지금은 물리학과와 통합되었습니다.  

음... 역시 사람은 꼼꼼해야 합니다. 범죄를 잡아내려면 평소에 대비를 할 필요가 있겠는데 더 이상은 스포일러라서 이 독후감에 적을 수 없겠네요. p101에 아키타 히사이, 나가노 슈이치 두 거물(작중)의 이름이 언급되는데 이 두 사람은 p203, p265에서 각각 나와 한몫 단단히 해 줍니다. 역시 상황을 뒤집으려면 원로들이 나와서 거들어야 합니다. p149에서 슈에이가 "좋아했다. 그리고 무서웠다"고 할 때 앞뒤가 안 맞는 것 같아도 그의 솔직한 감정이 그대로 드러나는 대목이죠.  

몇 백 광년의 거리에 떨어진 별의 모습이 여튼 몇 백 년 후라도 우리 눈에 도착한다는 건 우리와 저 별 사이에 가로막는 게 아무것도 없다는 것 아냐? 나사의 이 말은 p83에 처음 나왔고 p267에 또 나옵니다. 우리와 온 세상은 결국 연결되어 있다는 말도 p267 말고 앞 p95에도 나왔었습니다. 저는 우연히, 이 소설을 읽기 며칠 전에 국방TV에서 방영하는 진중시네마 중 한 편을 보았는데 거기서도 여친이 백혈병(여기 나사는 심부전이지만)을 앓던 중 군내 방송네트워크에 사연이 소개되어 골수 기증하려는 군인들이 줄을 선다는 감동적인 내용이었습니다. 나사 말대로 이 세상은 다 연결되어 있습니다. 우리는 그 누구도 혼자가 아닙니다.  

"출판사에서 제공받은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프렌즈 미국 서부 - 최고의 미국 서부 여행을 위한 한국인 맞춤형 가이드북, 23~’24 최신판 프렌즈 Friends 22
이주은.소연 지음 / 중앙books(중앙북스) / 2023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p14~p15의 지도에 나오듯이 미국 여행의 한 백미는 그 광활한 대륙을 촘촘하게 가로지르는 고속도로를 타고 자유롭게 행선지를 잡아 달리는 것입니다. 물론 바로 앞 페이지에 나온 앰트랙 철도나, 단일 회사로서 유일하게 전국망을 지닌 그레이하운드(버스)가 있지만 아무래도 자유도가 떨어집니다. 

아무튼 광활한 북미대륙을 나만의 스케줄로 누벼 보는 일은 생각만으로도 즐겁습니다. 보통 서부라고 하면 캘리포니아, 네바다, 애리조나, 유타, 뉴멕시코, 콜로라도, 와이오밍, 몬태나, 아이다호, 워싱턴, 오리곤 등을 포함하는데, 이 책에서는 한국인의 취향이라든가 현실적 조건을 감안하여 캘리포니아 북부(샌프란시스코로 대표되는), 캘리포니아 남부(LA, 샌디에이고, 여러 테마파크들, 팜스프링스 등)을 소개하며, 여기까지가 책 분량의 2/3가 넘습니다. 재미있는 건, 프렌즈 시리즈가 원래 그렇지만, 책에서 주제로 삼는 도시나 국가가 아닌 데도 인접한 나라의 다른 도시를 당일치기 코스로 하나 정도 가외로 소개한다는 점입니다. 이 책에서는 티후아나가 그렇습니다. 이 점도 좋았습니다. 

남서부에서는 네바다 주에 소재한 라스베거스가 자세히 소개됩니다. 그다음에는 샌터페이, 그랜드캐니언, 모뉴먼트 밸리, 아치스 등 절경이 나오고, 여기서도 (미국 서부가 아니라 남부인데도) 뉴멕시코가 당일치기 코스 가외편으로 나옵니다. 다음으로는 시애틀, 밴쿠버(캐나다인데), 러시모어, 로키 산, 유타 주 솔트레이크시티 등이 소개되네요. 미국은 우리한테 친숙하다고 생각하지만 이처럼 다양한 볼거리가 여전히 다 드러나지 않은 채 여행코스로 남아 있습니다. 

p108에 보면 서부뿐 아니라 미국 입국시 주의할 사항이 나옵니다. 음... 책에서는 미국 세관 사이트를 참조하라고 하지만 혹시 더 업데이트된 사항이 있는지 한국 외교부 홈피에 잘 정리되어 있으므로 영어가 혹 안 되는 분들은 그곳을 참조해야겠습니다. 물론 영어가 되는 분들은 가장 믿을 수 있는 유권해석 기관인 미 세관에서 당연히 최신 정보를 숙지해야 하겠지만 말입니다. 

현지를 방문하면 그곳의 기념일 등도 염두에 두고 참여할 만한 행사가 있으면 참여해서 더 각별한 추억을 만들어야겠습니다. Chinese New Year은 우리가 쇠는 그 음력설인데 기원이 그쪽이니까 당연히 그렇게 부르며 미국에서도 동아시아+베트남 해도 그 중 중국계가 가장 많으니 그렇게 불립니다. 다만 요즘 미국에서는 비중국계의 요청도 있어서 PC에 맞게 중립적으로 부르기도 한다고 들었습니다. 테마파크는 책 해당 파트에 아주 자세히 소개가 되지만(이 책의 하이라이트 중 하나입니다), 한눈에 빨리 요점만 보고 싶은 독자들이라면 참조하라고 p42 이하에 요점만 잘 간추려 놓았습니다.  

스캇 맥킨지의 노래 <샌 프란시스코>에서처럼 머리에 꽃을 꽂고 거길 갈 필요까지야 없어도, 유서 깊은 관광지에 가려면 어느 정도 지식의 채비나 감정적 세팅은 최소한이라도 하고 가야 내 여행이 알차집니다. 샌프란시스코 하면 그저 번화한 도심만 떠올리겠지만, p130 이하에서 보듯 볼 곳 갈 데가 이렇게나 많습니다. p150의 세일즈포스 타워를 보면 우리 잠실 롯데타워하고 꽤 닮았는데 물론 롯데타워가 더 먼저입니다. 샌프란시스코도 활기가 죽지 않는 북가주의 거점이라서 몇 년 전만 해도 없던 랜드마크나 볼거리가 이처럼 많이 생겼는데 또 그래서 이런 여행서의 최신판이 필요하기도 합니다. 특히 프렌즈 시리즈는 쇼핑 명소를 깔끔하게, 빠진 데 없이 잘 정리하는데 p192 이하에 샌프의 쇼핑 핫플이 잘 나와 있습니다. 

스탠포드대는 한국인 졸업자들이 유독 많이 보이기에, 유학러들 중 가장 많은 수가 모교로 두는 미 명문대입니다. 그런데 여기는 예상외로 아이비리그가 아니라서 졸업생들이 물론 명문대 졸업자이지만 아이비리거는 엄밀히 말해서 아닙니다. p202에, 샌프 남쪽으로 얼마 떨어지지 않은 이곳에 대해, 관광지로서의 소개가 나옵니다. 세계적 명문대는 관광지로서의 위상도 겸하기 때문이죠. 

미국 서부 하면 역시 누구나 남가주의 LA를 떠올립니다. 행정구역상 캘리포니아 주가 남북으로 나뉘지는 않지만 교포들이 편의상 그렇게 부르곤 하죠. 한국인 이민 정착 역사도 워낙 오래되었으니 말입니다. LA 현대미술관(MOCA)는 의외로 모르는 분들이 많은데 p259에 소개가 짧게나마 나오니 관심 있는 분들은 꼭 한 번 방문해 볼 만합니다. 역시 프렌즈란 말이 나올 만큼, 소개가 너무도 잘 되어 있어서 그저 최고라는 말만 나옵니다. 스탠포드가 북가주에 있으면 남가주에 UCLA가 또 빠질 수 없고(p286), 이곳은 명문대다 이런 걸 떠나 힐가드 애버뉴 본캠 조경이 정말 멋지죠. 책에 나오듯이 버스도 안으로 바로 들어갑니다. 유니버설(셜이라고 보통 잘못 쓰는데 이 책은 영어 잘하는 분들이 써서 이런 것도 안 틀리네요) 스튜디오를 비롯해서 디즈니랜드 등 테마마크들도 p306 이하에 총정리되어 있습니다. 이 책의 백미입니다.    

남서부 하면 갱스터 벤자민 시겔(=벅시)이 만들었다는 라스베가스가 최고의 명소이겠습니다. 라스베가스는 물론 카지노가 본진이지만 호화카지노의 부대시설은 그것 자체로 독립적인 볼거리입니다. p392에 나오는 벨라지오 호텔은 특히 <오션스일레븐(2001)>에서도 주요 배경으로 등장했습니다. 뭐 한국 강남도 일류 유흥업소 근처에는 꼭 괜찮은 호텔이 있으니 말입니다. p404에, 근처 후버 댐이 나오는데 이름은 정적의 이름이 붙었으나 뉴딜의 한 상징과도 같은 건조물이죠. 

애리조나는 오랫동안 주가 아니라 준주(準州. territory)로 있었고 서부영화의 단골 배경 중 하나입니다. 서부극 볼거리 중 하나는 기암괴석이 이루는 자연 풍경인데 그 중 하나가 p430에 나오는 세도나입니다. 여기도 엄청 넓어서 책처럼 attractions을 따로, 일류 레스토랑 따로, 숙소 따로 안내를 해 줘야 여행자들이 자신의 취향에 최적화한 계획을 짤 수 있지요. 

제가 개인적으로 가 본 중 미국 서부에서 가장 좋았던 곳이 샌타페이입니다. p468에 나오는데 역시 기대에 충분하게 깔끔하고 예쁘게 잘 나와 있어서 아주 좋았고 추억도 같이 생각나서 만족스러웠습니다. 샌타페이는 "성스러운 믿음"이란 스페인어에서 유래했고 원래 애리조나가 멕시코 세력권일 때의 흔적이 많이 남아 있죠. p472 이하에 유서 깊은 성당도 두 군데나 소개되는데 다 그 영향이겠습니다. 

책은 다시 북서부로 올라와서 시애틀을 들릅니다. 시애틀 하면 아내를 잃고 대륙의 반대편 시애틀로 건너와 메릴랜드의 여성 기자 멕 라이언과 원격으로 연애를 시작하는 잠 못 이루는 톰 행크스가 떠오르죠. 시애틀에도 우리 교민들이 많이 살고, 이 책에서는 주로 먹거리 명소 위주로 소개됩니다. 로키 산맥의 여러 절경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많은 분들이 착각하는데 그랜드캐니언은 애리조나 주 소재이며 로키 산맥 끝자락이라 해도 애리조나 주는 지나가지 않습니다. 이 책은 세심하게 각 명소들을 구분하여 소개하며 여행자가 자기만의 플랜을 짤 때 시행착오가 최소회하도록 배려합니다.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누구 뒷발이냐옹 마성의 고양이 힐링 사진집 3
PIE International 지음 / 아르누보 / 2023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며칠 전에 리뷰했던 <누구 입이냐옹>이 시리즈 제4권이고, 이 책은 제3권입니다. 앞 리뷰에서도 말했듯 등장하는 고양이들 라인업이 별로 안 겹치고 새 얼굴들이 많이 보입니다. 권마다 새 얼굴을 대거 섭외하기도 쉽지 않았을 텐데... 앞 권들에 등장했던 모델들을 좀 꼽아 보자면 하나, 우라, 이나호 정도입니다. 

앞 권들도 그렇지만 이 책도 맨 뒤에 모델들 신상이 자세히 정리되었으며 각각 몇 페이지에 등장했는지도 인덱싱이 되었습니다. 제가 재미있게 본 포인트 중 하나는, 프로필 넷째 페이지 상단 두번째에 나오는 믹스묘 요칸의 경우 괄호 뒤에 (양갱)이라고 따로 표기되었다는 점입니다. 요칸을 우리식으로 읽으면 양갱이죠. 모델의 생김새와 비교해 보면 더 재밌습니다. 

앞의 두 권에 비해 이 책은 텍스트가 더 많습니다. 이를테면 "p28의 양말 신은 고양이"가 그것인데, 아무리 더워도 양말을 벗을 수가 없다고 합니다. 물론 물리적인 양말을 진짜 신은 게 아니고, 발목 부분까지의 색상이 다리나 몸통과 달라서 그렇게 보이는 것입니다. p29에는 "삭스"가 소개되는데 빌 클린턴과 그의 가족들이 키우던 아주 유명한 고양이(현재는 고묘가 되었습니다)를 가리킵니다. 이른바 "퍼스트 캣"입니다. 원래 길고양이 출신이라서 더 유명했죠. 책에도 나오지만 1991년이면 아직 빌 클린턴이 백악관에 입성하기 전이고 아칸소 주지사였을 시절이었죠. 대통령 집무실에 앉은 모습이 의젓합니다. 

삭스는 14년 전에 다른 세상으로 간 분이고, 이 사진집에 나온 분들은 2023년 현재도 집사들의 시중을 받으며 잘 살고 있습니다. 이 사진집은 또 뒷발에 포커스가 놓이다 보니 아무래도 얼굴이 덜 나올 수 있는데 p18~19를 보면 히말라얀인 PLUME는 얼굴이 나왔습니다. 표정은 마치 지혜 가득한 올빼미가 뭔가젊은이들을 향해 못마땅해하는 것 같습니다. 특이하게도 집사 이름(닉네임)은 "Plume마마"입니다. 

토실토실한 엉덩이와 엄청나게 굵은 꼬리를 누이고는 세상 편한 자세로 자는 듯한 p26의 브리티시쇼트헤어 슈슈. 여기선 얼굴이 안 보이지만 뒤의 프로필란을 보면 뭔가 불쌍한 표정을 짓습니다. 제 눈에만 그렇게 보이는 건지는 모르겠는데 마치 엄마를 잃고 혼자 남겨져 "나 이제 어떻게 살아요?"라며 애처롭게 쳐다보는 것 같았습니다.  

이 사진집 최다 출연자는 슈슈와 이나호입니다. 5회 출연으로 공동 2위인 후쿠, 마루, PLUME 중에 후쿠는 p32에서 발랑 뒤집어진 포즈로, 저 자세로 얼굴이 잘 보이지도 않을 텐데 애써 상반신을 조금 들기까지 합니다. "니네들 지금 뭐 찍냐?"고 묻는 것 같은, 뭔가 못마땅함이 가득한 표정 같아서 웃었습니다. 살이 올라서 몸이 통통하니 터질 것 같네요. 제 근처 길냥이들은 날씬하고 군살이 없던데 이분은... 아마 집사 시미즈 사쿠라코 씨가 너무 잘 보살펴 주는가 봅니다. 안 그렇고서야 원... 

p56에 보면 좀처럼 보기 힘든 스리샷인데 냐아, 무기, 마루입니다. 좀 특이한 게, 뒤의 프로필 란을 보면 페이지 하단에 이 세 마리가 나란히 나오네요. 세 마리가 한 컷에 나온 건 이 p56에서뿐이고 나머지 출연은 각각 다 다른 곳에서들 했는데도... 일부러 이렇게 배치한 걸까 궁금했는데 알고보니 집사가 동일 인물입니다. 둘 다 스코티시폴드인 논타와 보, 이 둘도 같은 집사가 관리합니다. p62, p63에 나오는데 발랑 뒤집어져 누워서 세상 편한 자세입니다.  

고양이 뒷발들만 이렇게 구경해도 참 다양한 감정이 캐치되는 것 같아요. 발바닥에도 표정이 있는 걸까요? 사람이나 고양이나 감정선은 닮은 데가 은근히 있어서 그런 게 아닐까 싶습니다.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미래가 보이는 수학 상점 - 간단한 수학으로 이해하는 미래과학 세상
김용관 지음 / 다른 / 2023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어린 학생들, 혹은 성인들을 위한 수학책은 지금껏 여러 책들이 시중에 나와 있습니다만 대부분은 내용이 서로 비슷합니다. 산업공학과는 본래 탄탄한 수학 실력이 요구되는 전공인데, 저자 김용관 선생님은  기존의 수학 대중서들과는 내용이 많이 다르면서도 현재 산업계에서 핫한 토픽들을 주제로 삼아 이 책을 쓰셨네요. 문체도 발랄하고 담겨진 이야기들도 재미있으면서 어떤 통찰을 담고 있기 때문에 탐구심과 지적 호기심이 왕성한 어린 독자들에게 무척 유익하겠습니다. 

대칭성은 참으로 신비로운 성질입니다. 우리 생각에는 어떤 물체가 이렇게 생겼다고 해서 그와 반대 모양을 가진 무엇이 반드시(조화와 균형을 위해) 어딘가에 있어야 할 것 같지는 않은데, 자연계, 또 우주에는 이런 예가 예상 외로 많습니다. 아직 그 존재가 발견되지는 않았으나 반물질이란, 아마 그게 있다면 대칭성의 궁극이겠습니다. 저자는 <대칭과 아름다운 우주>라는 레더먼, 힐 공저도 소개합니다. 알고보면 음수 양수의 수직선 분포도 대칭의 좋은 예입니다. 

대체 음수 길이가 무엇인가? 질량(혹은 무게)이 음수일 수도 있을까? 왜 음수끼리 서로 곱하면 다시 양수가 될까? 사실 이는 생각만큼 상식에 반하는 현상이 아닙니다. 중 3때 일(W)의 개념을 배우고 이때 어렴풋하게나마 벡터내적의 정의에 접근하는 셈입니다. 중1때 힘(F)도 배우는데 사실 이때 초급벡터를 조금이라도 가르치는 게 통합적 교육을 위해 더 좋죠. 왜 현장에서 이렇게 안 하는지 모르겠습니다. 상식에 충분히 부합하는 것도 그저 고지식하게 책에 나오는 대로 주입식으로 가르치니 수학이고 과학이고 모든 게 파편화한 암기과목이 돼 버립니다. 그와는 대조적으로, 모든 게 하나의 스토리로 통하는 김용관 저자님한테 배운 학생들은 나중에 꼭 영재로서 크게 성공할 것 같습니다. 

김용관 저자는 마이너스를 반대방향으로 해석하면 충분하다고 합니다. 이게 벡터의 기본개념이고 두 축 사이에 있는 방향들은 코사인값을 곱해 해결하면 됩니다. 그래서 삼각함수가 중요한 것이며 스토리로 연결해 가면 이렇게나 재미있는 것인데 가르치는 방법이 잘못되어 이처럼이나 고역이 됩니다. 음수는 기준하고 반대방향을 뜻한다! 이거 하나로 끝입니다.  

p44에 보면 눈에 드러나는 차이는 델타, Δ로 표시하며 무한히 작아지는 차이는 d로 적습니다. 그래서 미분할 때 dy/dx(디와이 바이 디엑스. 와이를 엑스로 미분) 등으로 적는 것입니다. 이런 것도 이 책에서처럼 미리미리 어렸을 때부터 학교에서 가르쳐 주면 상급학년으로 올라가서 새로운 기호에 당황하지 않을 텐데 말입니다. 엔트로피는 과학자가 아닌 제레미 리프킨의 인문학 저서 <엔트로피> 덕분에 더 유명해진 개념인데 책 p45에는 음수 엔트로피로 움직이는 우주가 (대칭적으로) 따로 존재하여 정리를 게을리하는 사람들도 청소 걱정 없이 잘 사는 모습이 작가 지망생분의 상상력을 통해 제공됩니다. 그런데 거기서는 우리와 반대로 사람들이 뭘 어지럽히는 게 일이 되어 역시 그나름대로 고생을 할지도 모릅니다.(어떻게 하면 복구가 안 될 만큼 잘 어지럽힐 수 있을까?) 

우리가 "생사를 알 수 없는 고양이"로 잘 아는 에르빈 슈뢰딩거가, (책 p53에 나오듯) 네겐트로피의 개념도 처음 제안했습니다. 영화 <벤자민 버튼의..>가 어쩌면 이 네트로피 이야기인지도 모르겠는데, 이것이 제대로 이론화하여 실체가 규명된다면 그때는 진시황이 꿈꾸었던 불로장생이 가능해질지도 모르겠습니다. 

좌표계는 고교에서 3차원까지 배우며 이것도 이과생들뿐이고 문과는 끝까지 2차원입니다. 2차원이면 2차원, 3차원이면 3차원이지 2.7차원 같은 것도 있을까요? 좌표축이 90도로 꺾이면 정수(중에서 자연수) 1만큼 커지는 거고, 소수(소숫점이 있는 수) 좌표축은 90도가 아닌 다른 각도로 꺾이는 것입니다. 이 아이디어에서 요즘 핫한 메타버스 아이디어가 나온 것입니다. p73에서 저자는 "무식하게 메타'뻐'스라고 발음하지 말자! 부드럽게 메타버스!"라고 합니다. 사실 메타버스는 meta universe이기 때문에, omnibus나 혹은 교통수단 bus하고는 무관합니다. 후자를 우리가 일상에서 "뻐스"라고 발음하기 때문에 메타버스에도 이게 옮아온 건데요. bus도 입술소리 유성음이라서 거센소리 ㅃ이 아닙니다.  -verse든 bus든 뻐스가 아니라는 걸 유의해야 하겠네요. 

수를 극한으로 보는 게 일반인의 상식으로는 매우 어렵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생각해야 2.9999999999....가 3과 같으며 0.000000...001 차이가 아니라는 점을 이해할 수 있습니다. 0으로 나누면 수학 전체가 붕괴해 버리는데 나눗셈을 곱셈의 역연산이 아니라 전혀 새롭게 정의해 버리면(물론 기존 결과는 다 포함하면서) 그 모든 모순이 일거에 해결될지도 모릅니다. 새로운 정의에서 곧 혁신이 도출되는데 이런 대담하고 발칙한 시도를 사회가 도와 줘야 하며 적어도 방해는 하지 말아야 합니다. 칸토어는 "수학의 본질은 자유에 있다"고 했는데 이 책을 읽으며 아이들이 참된 자유의 쾌감이 뭔지 알았으면 합니다.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알베르트 아인슈타인 - 한 과학자의 위대한 꿈
이종호 지음 / 인물과사상사 / 2023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뉴턴의 패러다임만으로도 물리계에 대해 정확한 설명을 충분히 가능하게 만들었다고 다들 생각했을 무렵 아인슈타인은 전혀 새로운 발상으로 해석이 가능하다는 걸 전세계에 증명했습니다. 물론 뉴턴 고전역학 체계로 해명이 안 되는 난제가 많았으나 이는 시간이 지남에 따라 뉴턴 이론의 더 정교한 적용 방법을 우수한 두뇌들이 계속 찾아냄에 따라 해결이 되리라고 믿었습니다. 그런데 아인슈타인의 너무도 혁신적인 새 이론은 그 빈 구석 상당수를 더 우아하게 채웠을 뿐 아니라 아직 그게 난제인 줄도 모르던 걸 혼자 찾아내어서 깔끔하게 설명까지 해 냈습니다. 천재란 천재는 다 모여서 절대 진리임을 믿어 의심치 않던 체계에 대해 처음으로 의심도 해 보고 더 잘 작동하는 대안까지 새로 제시했다는 건 정말 놀라운 일이며 이런 사람이 다시 나타나려면 앞으로 몇 백 년을 더 기다려야 할지 모릅니다. 

책에서도 말씀하시지만 제임스 클라크 맥스웰은 아인슈타인과 개인적 접점은 없었습니다. 1879년이면 p34에 나오듯이 맥스웰이 사망하고 공교롭게도 아인슈타인이 태어나던 해이며 한국(조선)에서라면 백범 김구 선생, 이승만 등이 태어나고 몇 년 후이겠습니다. 이때로부터 십 년 후면 아돌프 히틀러라는 괴물이 세상에 나옵니다. 여튼 이 설명은 적절한 게, 전자기학은 현대 문명 건설 토대에 절대적인 기여를 한 학문이며 맥스웰이 이 분야에 끼친 공적은 필설로 형용할 수 없습니다. 아인슈타인이 전자기학과 무슨 관계일까 싶을 수 있으나 책은 우리 독자를 위해 최대한 쉽게 맥스웰 체계를 풀어 주며 아인슈타인의 세계와 자연스럽게 연결지점을 마련합니다. 

"빛도 전자기장의 일부이며 그래서 전파와 자기파가 빛에 가까운 속도로 움직인다." 사실 전기와 자기를 통합적으로 본 것만으로도 인류 지성의 지평을 무한히 넓힌 대 업적입니다. 그런데 빛과 전자기의 본성이 같기까지 하다니! 지금은 중학교에서도 배우는 상식이 되어버렸지만 19세기에만 해도 이런 발상은 너무나도 파격적이었습니다. 이 충격파에 버금갈 만한 게 나오려면 아인슈타인이 평생 꿈꾸었던 통일장이론 정도는 되어야 할 것입니다. p64에 나오는 조지 가모(가모프라고도 하죠)는 알파베타감마 이론의 세 축 중 하나인 그분입니다. 여튼 그와 재미있는 에피소드를 빚기도 한 드브로이 공작님(ㅋ)은 빛뿐 아니라 어떤 물질이라도 결국 입자와 파동의 이중성을 지닌다는 물질파 이론을 내세웠는데 이로써 수백 년 전 빛의 본성을 놓고 그토록 치열히 벌어지기도 했던 논쟁은 이론의 여지도 없이, 완전히 종결되었습니다. 빛은 고사하고 모든 물질이 다 그렇다는데 무슨 말이 더 필요하겠습니까. 단지 눈에 보이는 걸로만 편의에 따라 이렇게 저렇게 판단할 뿐이죠. 

이미 맥스웰 방정식만으로도 빛의 속도가 불변이라는 점은 충분히 밝혀졌습니다. 그런데 빠른 속도로 움직이는 물체를 상상해 보면, 이 물체로부터 일정 속도로 공을 던지면 두 속도는 합성됩니다. 상식에도 부합하고 학교에서도 초보 벡터 이론을 그리 배웠습니다. 그런데 왜 광원끼리는 속도 합성이 안 되는가? 왜 빛에 한해서는 맥스웰 법칙이 안 통하는가? 놀랍게도 이 모순을 아인슈타인은, 빛의 속도에 가까워지는 상태에서는 공간 자체가 변형될 수 있다는 아이디어로 해결했습니다. 공간(거리)이 줄어드니 속도가 늘어날 수 있겠습니까(속도는 거리를 시간으로 나눈 값). 등속일 때는 특수 상대성이론, 가속일 때는 일반 상대성이론이 적용되는데 훨씬 설명력이 높은 일반상대성 이론도 아인슈타인은 "자유낙하 중인 사람은 자신의 무게를 느끼지 않을 것이다" 같은 간단한 발상으로 해결했습니다. 마치 삼백 년 전 뉴턴이 나무에서 떨어지는 사과를 보고 만유인력 방정식을 고안해 낸 것과 비슷합니다.  

아인슈타인은 수학을 잘 못 다루었다는 평판으로도 유명합니다. 물론 이는 난다긴다 하는 천재들과 비교했을 때 그렇다는 것이며 일반인에 비하면(감히 비교할 수도 없지만) 수학의 신이나 마찬가지입니다. p109에 나오는 마르셀 그로스만은 아인슈타인보다 한 살 위였는데 텐서 해석(=텐서 미적분)을 일러 주어 시공 방정식을 구성하는 데 도움을 주었습니다. 그런데 천재는 확실히 자기 스타일이 따로 있는 건지, 1915년에 과감히 이를 폐기하고 새 방정식을 찾아 이론을 완성합니다. 이런 걸 보면 당시 주류 수학 도구를 동료들에 비해 서투르게 다뤘다는 거지 수학 실력도 귀신이었겠음을 알 수 있습니다. 그 머리가 어디 다른 데로 가겠습니까.  

에테르설은 지금 와서 보면 허무맹랑한 미신처럼 느껴지지만 19세기 후반만 해도 과학자들의 광범위한 지지를 받았고 올바른 신 학설이 에테르 존재라는 가설에 위배되어 거꾸로 폐기되는 판이었습니다. 이종호 박사는 로런츠의 상대성이론은 에테르를 가정한 후 전개된 이론이라는 점에서 아인슈타인의 그것과 근본의 결이 다르고 따라서 아인슈타인만의 독창성이 인정되어야 한다고 설명합니다. 

광양자설이나 상대성 이론만으로도 아인슈타인은 인류 지성사에 길이 남을 업적을 이뤘지만 그 외에도 다른 과감한 이론을 많이 제기했습니다. 그런데 이들 중 상당수는 당대에 큰 비판을 받았는데 대표적인 게 양자이론 코펜하겐 해석에 대한 무리한 반론이었습니다. 이 이슈에 한해서는 아인슈타인이 닐스 보어와 하이젠베르크 진영에 가루가 되도록 깨졌고 현재까지도 그 평가에 변함이 없습니다. 즉 이 문제에 한해서는 아인슈타인이 명백히 오류를 범했던 것입니다. 그런데 통일장이론이라든가 암흑 물질 아이디어는 당대에 역시 큰 조소를 받았지만, 이 책에 나오는 대로 최근 연구와 관측 데이터가 축적됨에 따라 다시 그 타당성이 주목받는 추세이니 천재의 통찰력이라는 게 정말 놀랍습니다. 

성인뿐 아니라 중고교생들이 읽기에 좋은 과학 머티리얼입니다. 용어 설명이 쉽게, 또 많이 서술되었으며 인용문헌들이 대중서에서 고전, 학술서까지 매우 다양하게 쓰인 게 큰 장점이라고 생각합니다.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