숫자로 배우는 어린이 SDGs - 지구가 어떤 상태에 있는지 알 수 있는 책
송지현 옮김, 아키야마 고지로 감수 / 스쿨존에듀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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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부제는 "지구가 어떤 상태에 있는지 알 수 있는 책"입니다. 그 전에 알아 둬야 할 사항은, SDGs가 "지속가능한 발전 목표(들)"의 약자라는 점입니다. 우리 인류는 문명이 처음 생긴 이래 대체로는 과거보다 풍요로워지고 더 윤택한 삶을 살게 되었습니다. 특히 20세기 이후에는 언제나 어제보다 오늘이 더 나았다고 해도 대체로 맞는 말입니다. 하지만 앞으로도 그럴까요? 만약 환경을 마음대로 오염시키고 자원은 있는 대로 다 퍼다 써서 미래에는 더러운 땅과 공기만 주변에 남고 연료로 쓸 만한 그 어떤 소재도 공급되지 못한다면 우리의 후손들은 어떻게 살아가겠습니까? 우리는 우리 다음 세대를 위한 최소한의 책임감, 의무감을 가져야 합니다. 그 미래에 보다 더 많은 삶의 여지를 남긴 어린이들이라면 어른들보다 이 문제가 더 절실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어른들도 어른들이지만, 어린이들도 SDGs를 잘 알아 둘 필요가 있습니다. 

중국도 그랬다고 하지만, 인도 역시 한창 개발 도상에 있는 신흥 공업국에 속합니다. 코로나19 때문에 집합이 금지되고 공장 가동이 제한되자 하늘이 맑아졌습니다. 그 모습을 담은 사진이 p24에 나옵니다. 이런 나라들에서는 가난을 탈피하고 활발한 생산을 이루려면 어느 정도 깨끗한 환경이 희생되는 게 불가피하다고들 생각합니다(그 나라 사람들도). 전염병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사람들의 이동, 기업들의 생산이 멈추자 미세먼지가 가득하던 하늘이 저렇게 푸른색을 되찾은 것입니다. 이 세상에서 어떤 목적을 이루려면 다른 하나의 가치가 어느 정도는 훼손되는 게 보통이라는 점을 어린이들이 이 사례에서 배울 수 있겠습니다. 

인간도 하나의 동물이며 발생 초기에 다른 동물들과 마찬가지로 치열한 생존 경쟁을 통해 저런 모습을 갖추게 되었습니다. 그러니 동물들도 이 땅 위에서 지금처럼 해 왔던 대로 살아갈 권리를 가집니다. 현실은 이런 이상과 달리 매우 잔인하고 참담합니다. 많은 동물들이 멸종 위기에 처해 있고, 어린이들이 좋아하는 코끼리도 이에 속합니다. 그 이유는 인간들이 코끼리의 상아를 탐내 죽이기 때문입니다. 상아가 꼭 있어야 인간이 생존할 수 있는 것도 아닌데 말입니다. 동물이 대체 얼마나 된다고, 멸종 위기에 처한 종(種)이 무려 35,000이 넘습니다. 이런 숫자들을, 책에서는 퀴즈를 통해 맞히게 합니다. 어른인 저도 퀴즈를 죽 풀어 봤는데 제대로 푼 게 거의 없었습니다. SDGs에 대해 많이 무지하다는 증명이나 마찬가지라서 부끄러웠습니다.  

한국의 어린이들은 노예제에 대해서 책에서나 접했을 듯합니다. 어른인 저도 어려서 읽은 모험 소설이나 역사책, 혹은 영화 속에서나 봤을 뿐 실제로 그런 사정을 겪었을 리가 없습니다. 그러나 지금 이 순간에도 노예제는 지구 어디선가에서 운용되고 있으며 그 희생자 수는 4천만이 넘는다고 하니 놀라울 뿐입니다. 어린이 1000명 중 4명 정도가 노예 신세라고도 합니다. 여성 어린이의 경우 본인 의사와는 무관하게 누군가의 신부로 결정되기도 하는데 이 역시 노예제의 일종입니다. 인간으로 태어난 이상 자신의 의지와 느낌, 신조대로 살아야지, 내 생각과 행동을 남이 조종한다고 생각하면 정말 끔찍합니다. 우리가 정치 체제를 민주주의로 유지하는 이유도 여기 있으며 민주주의 아닌 시스템에서 사는 건 노예와 크게 다를 바 없습니다.   

한국은 세계적으로 잘사는 나라입니다. 그러나 그런 나라에서 재생에너지 비율이 불과 6.5%로 세계 최저 수준이라는 사실은 충격적입니다. 재생에너지는 SDGs를 위해 가장 핵심적인 수단 중 하나인데, 아직도 한국의 인식과 산업구조, 인프라의 형편이 이처럼 열악하다는 게 놀랍습니다. 이런 사실은 더 적극적으로 홍보되어, 우리 한국이 이 점에서 여전히 후진성을 면치 못하고 있음을 분명히 알릴 필요가 있습니다.   

어린이는 국가의 미래를 짊어지고 가야 할 역군입니다. 어른들이 미처 깨닫지 못하고 그 중요성에 대한 인식을 미진히 가진 가치에 대해서도, 어린이들은 보다 투철히 이해하고 수용할 필요가 있습니다. 또 어린이들의 그런 바람직한 이해와 공부를 어른들은 옆에서 도울 의무가 있습니다.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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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원의 밤
이연주 지음 / 문이당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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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에는 누구나 다 살기가 어려웠습니다. 농사만 지어서는 끼니도 제때 챙기기 힘들었고, 하고 싶은 공부를 마음껏 하는 건 특권층에게나 허용되는 일이었습니다. 집안에는 보통 공부 잘하는 아들 한 명이 주위의 기대를 한몸에 받으며 4년제 대학 졸업 후 대기업 취직이나 공무원 생활을 시작할 때까지 지원을 받곤 했으나 이 역시 쉽지 않은 과정이었다고 하죠. 교직은 저 당시나 지금이나 젊은이들에게 매우 선호되는 직업인데, 이 소설의 주인공 엄한길도 이런저런 적성이나 집안 사정을 고려하여 교직에 진출할 수 있는 사범대에 진학하게 됩니다. 

소설에서 이 과정이 상당히 디테일한데, 아이가 공부를 잘하니 생각 같아선 서울대 정도를 보내어서 집안을 일으킬 대들보로 육성하고 싶었을 겁니다. 그런데 서울에 유학(留學)을 보내면 비용이 많이 들고, 고등고시 준비를 시키려니 또 냉정하게 그 정도는 안 되는 것 같아 집안 어르신들이나 선생님들이 고민을 하시는 겁니다. 결국 지역 명문인 경북대학교에 진학하는데 이조차도 엄한길의 모교(고등학교)에서는 개교 이래 처음 있는 대사건이었습니다. 

엄한길은 비록 평이 아주 좋은 학교는 아니었으나 재학 내내 반 1등, 전교 1등을 놓치지 않았기에 수재 대접을 받았습니다(사실 인문계생이 종고를 갔으니 양민학살이라 좀 그렇긴 하죠). 그러나 엄한길은 어렸을 때부터 자기객관화가 잘 된 현실적인 타입이었기에 자신의 자질에 대해 과도한 환상은 품지 않는 행보를 내내 보입니다. 이런 분은 어느 직장에서도 티 안 내고 로우 키(low key)로 자기 할 일만 건실히 하는 분들이죠. 

요즘 젊은 세대들은 잘 이해를 못하는데, 아직도 영남지역에서는 로컬 명문 국공립대학을 인서울 대학교들보다 더 높게 치는 나이 드신 분들이 많습니다. 현실은, 기업에서 인재를 뽑을 때도 그렇고, 수능입결도그렇고 이미 인서울 대학들이 영남 지거국을 멀찌감치 따돌린지 오래입니다. 큰 우려를 부르는 현상이기도 하지만 수도권 특정 지역을 벨트 삼아 반도체 클러스터가 형성되었으므로 (인재가 그리 몰리는 현실을) 마냥 탓할 수도 없는 문제입니다. 아무튼 이 소설에서 묘사된 상황의 배경에는 과거의 그런 사정이 있었음을 말해 두고 싶네요. 

언젠가 크게 출세할 청년들이 있고, 자신의 이런저런 한계 때문에 시골 고향에 머물러야 하는 처녀들이 (과거에는) 있었습니다. 특히 저무렵엔 여성들이 대학 나와 봐야 비서직, 타이피스트 등 말고는 할 일이 마땅치 않던 산업 구조의 모순이 있었으므로, 예를 들어 p80 이하에 나오는 한길과 조신혜 사이의 다소 안타까운 스토리 같은 것도 있는 거죠. 당시에는 아마 저런 일들이 많았을 겁니다. p95에 나오는 조신혜의 대사는 정말로 마음에 안 들지만(이름값을 못하는!) 얼마나 마음이 그리 기울었으면 저런 말까지 꺼내겠나 싶어서 안쓰럽기도 했네요.  

엄한길이 나온 안덕고등학교 같은 곳은 인구밀도가 낮은 벽촌에 설치되는 이른바 종합고등학교이며 중고교를 겸하는 시스템이죠. 다만 p94에 나오듯 조신혜는 종고 갈 실력보다는 나았지만 사랑하는 한길 오빠 때문에 구태여 안덕고를 간 겁니다. 당시 영남지역 인문계 고교라면 철저히 남녀 분리였겠는데 둘이 모교가 같아진 건 그런 이유가 있었던 거죠. 

한길은 절친 오동석에게 사실 제법 좋은 기회를 제안받습니다만 번번이 거절합니다. 이런 걸 보면 오동석도 참 어지간한 사람이고, 엄한길은 다른 이유에서 대단한 사람이라고 하겠습니다. 동석은 대학 때에는 친구 입주과외 자리를 알아 봐 주고(p100. 청출어람이라고, 가르친 형제 둘 다 변호사, 의사로 출세했습니다), 한길이 교편을 잡은 후엔 인맥을 동원하기까지 해서 또 친구 앞길을 틔워 주려 하니 말입니다. 물론 평안 감사도 저 싫으면 그만이긴 하지만요. p112에 처음 나오는 차인애는 저 뒤 p242에도 나오듯 나중에 교장이 됩니다. 

엄한길은 어렸을 때부터 문학소년이었습니다. 이 소설에 제목이 인용되는 고전 작품만 추려도 리포트 한 편 분량은 되겠습니다. 그 영향을 받아 조신혜도 책을 좋아합니다. 자고로 책 좋아하는 사람치고 악인이 없습니다. 한길의 필명이라며 동석이 선사한 필명 혹은 아호인 효계(曉鷄)도 그에게 썩 잘 어울립니다. 동석처럼 어려서 풍요롭게 자란 사람들이 보면 꼭 자신도 살고 남도 사는 멋진 방식으로 사회 생활을 합니다. 나만 잘사는 사람은 알고보면 하수입니다. 어렵게 산 사람 중 벼락출세한 이들이 보면 꼭 인색하고 못산 게 한이 맺혀서인지 속물스럽기가 짝이 없습니다. 물론 인간 못된 것은 어려서 잘살았고 못살았고에 무관하게, 커서도 쓰레기짓을 하고 다닙니다. 

엄한길의 인생에는 오동석, 조신혜가 있었는가 하면 천승조 같은 이가 또 있었습니다. 엄한길이 노영수에게 들려 주는 이야기 중 가장 깊은 감정을 담은 건 천승조에 대한 것(p216, p224)이었죠. 전 사실 이해가 되는 듯하면서도 전폭 동의하기 어려웠습니다. 참 어지간하시다는 정도밖에는... 이 장편소설은 기이하게도 어느 점잖은 교장 선생님이 말도안되는 투서 한 장 때문에 졸지에 천직을 잃기 직전까지 간 장면에서 시작합니다. 과연 이 꼬이고 꼬인 사연이 사필귀정으로 마무리될까요? 답은 하늘의 초롱초롱한 별을 보면 암시받을 수 있네요. 단 그 별을 보려면 도시의 탁한 하늘 아래선 안 됩니다.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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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의 죽음
호세 코르데이로.데이비드 우드 지음, 박영숙 옮김 / 교보문고(단행본)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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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에서 death는 죽음이란 뜻의 추상명사를 뜻하기도 하지만, "죽음의 신"을 의미하기도 합니다. 그러므로 death of death란, 죽음의 신의 죽음, 즉 인간이 죽음이라는 공포로부터 영원히 해방된다는 뜻으로 새길 수도 있습니다. 동남동녀를 파견하여 불로장생을 꿈꾸었다는 진시황 이래 인간은 늘 죽지 않고 영원히 살기를 갈구해 왔습니다. 과연 의학과 자연과학은 이 문제에 대해 얼마만큼 해답을 내놓았을까요? 인간은 필멸의 삶이라는 현실 자각 앞에 절망한 나머지 종교라는 탈출구를 마련하여 그로부터의 초극을 시도해 왔습니다. 이제 그 과제라는 바톤을 과학이 넘겨받은 셈입니다. 

노화는 과연 어떤 기제에 의해 진행되는가? 이에 대해 과학은, "약리적으로 조작이 가능한 신호 전달 경로(p38)"의 조절을 통해 노화를 늦출 수 있다고 결론내린 듯합니다. 시르투인이라는 물질은 특정 노화 관련 질병을 막는 데 꽤나 효과를 내며, 이 사실은 노화 전체의 진행을 막는 방법의 발견에 대해 과학자들에게 중대한 시사점을 던져 준 듯합니다. 사실 무엇이 젊은 것이고 무엇이 그렇지 않은 것인지, 즉 늙은 것인지는 누구라도 쉽게 판정할 수 있겠지만, 의학적으로 노화가 정확히 무엇을 뜻하는지는 명확하게 합의된 게 아닙니다. 하지만 최근에 이르러 학자들은 노화에 대해 실용적인 정의를 잠정적으로 내리고 이 과제의 해결에 역량을 집중합니다. 

p53에는 생물의 발생 계통도가 나옵니다. 이런 그림을 보노라면, 우리 인간이 얼마나 동물들과 가까우며 또 그런 원시 상태(이 역시 인간 편의적 개념입니다만)를 벗어난 게 불과 얼마 지나지도 않은 가까운 과거일 뿐인지를 실감하며 아찔해지기도 합니다. 책에서도 그런 말이 나오지만, 생물학적으로 불멸에 가까운 건 다름아닌 (우리 인간이 그토록 경멸하는) 박테리아입니다. 손쉽게 개체를 복제하고, 항생제에 생존을 위협당하면서도 곧 극복하고, 대칭적으로 분열되기만 하면 영원히 죽지 않고 유전정보를 보존하니 이게 불멸이 아니면 뭐겠습니까. 이에 비하면 인간의 삶은 번거롭고 고달프기만 하며 필요 이상의 고통에 시달리기까지 합니다.  

"생식세포는 노화하지 않는다. 반대로, 인체의 생존을 위협하는 암세포 역시 노화하지 않는다.(p70)" 과학자들은 이 두 가지 전제로부터 큰 시사점을 얻었습니다. 세포가 노화하는 걸 막을 수만 있다면, 인체 전체의 노화 방지에 대해서도 뭔가 큰 디딤돌 같은 장치가 하나 생기는 셈입니다. 노화를 늦춘다, 멈춘다, 여기까지는 (지극히 어렵겠으나) 가능할 것처럼도 보입니다. 그러나 이미 진행이 된 노화를 되돌릴 수도 있을까요? 얼핏 보아 엔트로피 제2법칙에 반하는 듯도 보이기 때문에 이는 참으로 어려운 문제입니다.  

아직까지도 정설에 가까운 컨센서스는 마련되어 있지 않으나 오브리 드 그레이 같은 학자는 SENS 같은 패러다임을 만들어서 노화의 원인에 대해 일곱 가지 팩터를 제시하기도 했습니다. 그 일곱 가지는 이 책 p89에 정리되어 있는데, 처음에는 비과학적이라며 엄청난 비판을 받았습니다. 그러나 그의 SENS 어프로치는 이제 학계에서 그나마 가장 많은 지지를 받는 이론틀로서의 입지를 점차 굳혀 가는 추세입니다.  

이 문제가 그토록 과학적/비과학적이라는 이분법적, 원초적 비판에 시달리는 이유는, 불로이니 불사이니 하는 개념들이 애초에 황당하게 들리기 때문입니다. 대체 어떻게 과학의 영역에서 이런 문제를 다룰 수가 있냐는 식의 반응을 부르기 딱 좋기도 합니다. 그러나 줄기세포와 텔로미어 분야의 전문가들은 이제 얼마든지 과학의 영역에서 이 문제를 다룰 수 있다고 확신을 가집니다. 나아가 특정 연구자 그룹은 아예 노화를 질병의 일종으로 다룹니다. 병에는 물론 불치병, 난치병이 있지만 그래도 죽음이 혹시 병의 일종에 지나지 않는다면 이는 치유, 완치. 극복의 가능성이 논리적으로 존재한다는 뜻입니다. 

몇 년 전 유럽의 CERN에서 주도한 강입자 충돌기 실험이 세계적으로 큰 화제가 되었습니다. 이 실험을 통해 힉스 입자의 존재가 입증되기도 했죠. 책 p220에서 이 토픽을 거론한 이유는, 겉보기에 사람들의 실생활과 아무 관계 없어 보이는 프로젝트에도 거시정책적 이유로 거금의 예산이 (때로는 초국적적으로) 투입되는 경우가 있음을 설명하기 위함입니다. 아폴로 계획이나, 오펜하이머 박사를 필두로 했던 원자탄 개발 사업도 마찬가지였습니다. 노화 방지 프로젝트라면 더군다나 많은 이들의 건강과 생명이 달린 문제이므로 더욱 그 필요성이 절실합니다. 

이 문제를 더욱 복잡하게 만드는 건 윤리적 태도입니다. 인류는 여태 위대한 철학자들의 사색과 통찰을 통해 죽음이란 피할 수 없으며 그저 담담히 받아들여야 하는 운명으로 여겨 왔으며 이에 저항하는 생각은 매우 유치하고 미성숙한 것으로 비판받았습니다. 책에서는 불로불사를 추구 혹은 선호하는 캐릭터들이 대체로는 부정적으로 묘사된 예로 여러 문학작품이나 영화를 들고 있는데(예: <도리언 그레이의 초상>), 개인적으로는 저 리스트에다 <엑스맨: 더 울버린>을 넣고 싶습니다. 그 영화야말로 물러가야 할 때를 알지 못하고 분수를 넘어선 욕심을 부리던 자가 얼마나 비참한 최후를 맞이하는지 신랄하게 비판하기 때문입니다. 아무튼, 심지어 문예 속에서조차, 죽음을 담담히 수용 못 하고 영생을 꿈꾸는 자는 대개 이처럼 나쁜 취급을 받는다는 점 역시 우리가 잘 아는 바입니다. 

노화가 정말 극복이라도 되면 그때부터 인류의 삶은 완전히 다른 국면을 맞이합니다. 그래서 저자는 아직 필멸의 삶을 사는 지금 시대를 BR(before rejuvenation), 노화 역전 이후를 AR로 구분하여 새로운 기원이 쓰일 수 있다고 합니다. 노화 역전에는, 발달한 인공 지능도 한몫 크게 거들리라는 전망인데, 이미 커즈와일 같은 이는 우주를 깨워 비생물학적 지능을 불어넣어 우주가 스스로 자신의 운명을 현명하게 결정하게 돕는다는 원대한 전망을 내놓았었습니다(p309에서 재인용). 불가능해 보이는 과제일수록 인간은 더 대담한 도전을 시도했었으며 과연 인간이 불멸의 존재가 되려는 이 몸부림이 어떤 결과를 낳을지 우주의 시선에서도 궁금할 법합니다.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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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대, 이제 나답게 산다 - 내 인생의 주인공으로 사는 법
장이지 지음 / 매일경제신문사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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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 오십이면 예전에는 지천명이라 했습니다. 공자의 저 표현이 어떤 뜻을 담든 간에, 그 어떤 분에게건 오십이란 연세는 그야말로 막중한 책임감이 뒤따르는 숫자이며, 재산 보유 면에서건 사회적 지위이건 자녀 교육/혼사 문제이건 간에 남 앞에 번듯하게 내세울 그 무엇이 있어야 할, 인생의 어떤 이정표가 되어야 마땅합니다. 이걸 혹 뒤집어서 생각한다면, 오십에 이르도록 뚜렷하게 성취한 그 무엇이 없거나 부족한 감이 있다면 남들 앞에서 다소는 위축감을 느낄 만도 합니다. 아마 이게 보편적인 현실일 것입니다. 

그러나 저자는 말합니다. "50대, 마침표가 아니라 쉼표다!" 한국인의 평균 수명이 그리 길지 않았던 과거에는 나이 오십이면 정말 생업전선에서 은퇴하고 물리적인 삶을 서서히 정리해야 할 시점이었겠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사정이 다릅니다. 대기업에서 퇴직하여 제2의 인생을 말그대로 시작하는 분들도 있고, 자영업에서 일가를 이룬 후 다른 분야로 관심을 돌려 다시 창업에 도전하는 분들도 있습니다. 거리에서 힘차게 자전거 페달을 돌리는 분이 있는가 하면 험준한 산을 오르며 근력과 순발력이 젊은이 못지 않음을 과시하는 분도 있습니다. 아무래도 얼굴의 주름은 감추기 어렵지만 과연 누가 감히 이분들에게 무대에서의 퇴장을 강요하겠습니까. 

"살면서 스스로 쉼표를 찾는 건 쉽지 않다(p78)." 정교사 자격증이 있고 교단에 서면서 정년도 보장되고 퇴직 후 연금도 나오는 삶이, 뭔가 불안정한 학원 강사보다 훨씬 낫다고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교권에 대한 존중이 예전 같지 않고, 이직이 쉽지 않으며, 정해진 루틴에 물리기 쉬운 전자보다 모든 면에서 자유로운 후자가 훨씬 좋다는 분도 있습니다. 나에게 가장 잘 맞는 생은 내가 골라 가며 가꾸는 것이지 어떤 외부로부터 주어진 정답이 따로 있는 게 아닙니다. 

물론 정해진 궤도가 분명히 존재하는 전자의 삶, 교감 교장 등으로의 승진이 인생 최적의 목표로 존재하는 삶이 자신의 가치관에 더 확실히 부합하는 삶도 얼마든지 있습니다. 과거에는 유일한 정답으로들 여겼고 현재에도 그 진가가 반드시 퇴락했다고 할 수도 없겠고 말입니다. 하지만 책에서 강조하고 묻는 건 당신, 바로 당신이 그 선택과 삶 속에서 행복하냐입니다. 남들이 아무리 인정하고 박수갈채를 보내도 정작 당사자인 내가 불행하면 무슨 소용이겠습니까? 

아무리 잘나고 부유한 인생이라도 때가 되면 이 세상을 떠나가야만 합니다. 그런데 자연인으로서의 생명을 다하는 건 같더라도, 그 살아온 생의 무게는 각자가 모두 다를 수밖에 없습니다. 책 p102에 보면 존 디아즈라는 이가 생사의 문턱을 넘나들며 겪은 신비한 체험에 대한 인용이 있습니다. 갓 죽음의 세계에 첫발을 디디는 듯한 이들에게서 광채 같은 게 빠져나오는데, 어떤 이들은 그 빛이 선명하고 어떤 이들은 희미하더라는 것입니다. 저자는 말합니다. "내가 만약 죽는다면, 내 오라(aura)는 누구 못지 않게 선명했으면 좋겠다." 어떤 신화에서는 망자의 혼을 저울로 재어 그 지난 삶의 충실도를 평가한다고도 하죠. 

삶에서 큰 성취를 거둔 이가 시상식에서건 기자회견장에서건 감격의 눈물을 흘리는 모습은 그를 보는 사람들의 마음도 벅차게 만듭니다. 그런데 꼭 큰 업적을 이룬 사람만이 감격할 자격이 있는 건 아닙니다. 저자는 스스로를 인생의 소소한 순간마다 소소한 감동을 잘 하는 유형이라고 규정하십니다. 남들 보기에는 유난스럽다고 여길 수 있으나 사실은 잘 감동하고 잘 웃고 잘 우는 사람이야말로 행복한 사람일 수 있습니다. 남 눈치가 보여 가장 원초적이고 순수한 감정마저도 시원시원하게 드러내지 못한다면 당사자를 위해서나 남 보기에나 얼마나 답답하고 안타깝습니까.   

"우리가 이 지구별에 온 것은 모두 그 나름의 이유가 있을 것이다(p152)." 그렇습니다. 사람은 누구나 자신만의 소중한 가치와 지향점을 간직하며 살고 그 상당부분은 누구와도 타협하지 않고 지키려 듭니다. 이게 인생이며 삶의 자연스러운 발자취입니다. 참된 행복은 나만의 소중한 세계를 오십 아니라 그 이후에도 지켜 가며 사는 과정에서 얻어지고 실감됩니다. 나답지 않은 삶은 언제나 불행하며, 행복하게 사는 사람은 거의 언제나 자기자신으로 사는 이들입니다.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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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형 수술 없이 예뻐지는 법
정하정 지음 / 매일경제신문사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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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는 여성들 사이에 성형이 만능처럼 여겨질 때가 있었습니다. 사람들 심미안, 미감이 아직 후진국 레벨에 머물러서 무조건 화려하게만 고치면 미인으로 여기곤 하던 시절이었죠. 지금은 그렇지 않아서 한국인 고유의 얼굴형이나 미적 가치를 감안하지 않고 무작정 트렌드 따라 시술을 받으면 그 직업을 의심받기에나 딱 좋으며, 코나 이마의 높이, 세운 각도만 보고도 어느 병원에서 했는지 눈썰미 좋은 사람들은 다 눈치를 챌 정도입니다. 같은 병원을 거친 듯한 얼굴들을 보면 쟤네들은 일란성 쌍둥이냐며 노골적으로 비웃는 사람들까지 다 있는 판이니 잘못하면 돈은 돈대로 들이고 신세 망칠 위험까지 생겼습니다. '그래도 고친 게 낫지.' 혹 이런 생각을 아직 가진 분이라면 아직 철지난 감각에 혼자 머물렀다고 생각하면 되겠습니다. 한국 사회가 이제는 그런 천박한 분위기에서 슬슬 벗어나는 분위기이니 말입니다.        

'진정한 아름다움은 내면에 있다.' 물론 백 번 맞는 말이지만 이건 이것대로 아직 멀리 떨어진 가치입니다. 그래도 여성들은 아름다워질 권리가 있고 그런 욕구는 충족되어야 합니다. 칼을 대어서 인조인간이 되는 방법 말고, 나만의 고유한 장점도 그대로 간직하고 살리되 종전보다는 예뻐질 수 있는, 뭔가 차별화한 방법이 분명 있을 것입니다. 인플루언서이자 작가이신 저자는 한때 미술 선생님이셨으며 현재는 자신만의 독특한 미용비법을 다양한 고객에게 적용하는 피부관리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대표님입니다. 이름이 뚜렷하게 나는 샵은 뭔가 달라도 다른 어떤 비법이 꼭 있기 마련입니다. 책을 읽으면서 아 이 대목은 참 기발하고 창의적이다 싶은 포인트를 많이 찾을 수 있었습니다. 역시 이러니까 돈도 크게 벌고 성공하시는구나 하는 느낌이 오더군요. 

스트레스는 만병의 근원입니다. 내 몸 안에서 화산이 폭발하는데 피부가 매끈할리 만무하며 분화구란 분화구는 모두 터져 피지와 노폐물을 줄줄 흘리기 마련입니다. 마음을 편하게 간직하지 못하는 사람은 일단 아름다움에 대해서는 일정 부분을 포기하고 들어가야 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분명 자신에게 잘못이 있으면서도 그 분풀이를 남한테 퍼붓는 사람도 있습니다. 원칙적으로 병원이든 음식점이든 인기 있는 곳은 예약 후에 이용하는 게 문명사회의 에티켓이며, 니네가 뭔데 내가 그냥 이용하고 싶을 때 왜 이용하지 못하냐는 식의 분노 표출은 결국 본인의 수양과 인격을 드러낼 뿐입니다. 

"나는 수영장이나 헬스장에서 예쁘고 젊은 여성들 앞에서도 주눅들지 않는다. 비록 나이는 들었지만 열심히 자기관리를 해 왔기에 자신감이 있기 때문이다.(p71)" 참된 자신감이란 바로 이런 게 아닐까 합니다. 물론 정 원장님은 실물로 봬도 20대 전성기 여성 못지 않으실 듯합니다만 사람의 진짜 자신감은 내면의 어떤 단단한 결의, 확신 같은 데에서 유래하기 마련입니다. 이러한 확신과 경륜 같은 걸 나이 든 층의 전유물이라고 볼 것까지는 아니지만, 아무도 알지 못할 나만의 방법으로 세월의 흔적을 혼자 비껴갈 수 있었던 당사자만의 긍지는 쉽사리 남이 넘보기 어려운 것입니다.   

나이가 들면 도저히 감추기 어려운 것 중 하나가 바로 턱살, 이중턱 같은 것입니다. 어떻게 하면 이 흉한 나이의 흔적을 최대한 덜 도드라지게 할 수 있을까? 이건 이십대 후반 젊은 여성들 역시 많이들 고민하는 사항이기도 하죠. p123 이하에 비교적 상세한 트리트먼트가 서술됩니다. 정 원장님의 샵은 "갈바닉(galvanic) 관리"를 대표 프로세스로 표방하는 곳인데 이 갈바닉 진피(眞皮) 관리가 뭔지는 p85 이하에서부터 우리 독자들이 구체적인 사례와 함께 배우게 됩니다. p165 이하에는 정원장님 샵에서 관리를 받은 후 한의원에 더 이상 다니지 않게 되었다는 사례자도 나옵니다. 얼굴이 작아지거나, 쇄골이 보기 좋게 일자로 드러나려면 림프의 원활한 순환이 무척 중요하다고 저자는 강조합니다. 팔자주름이나 입술에 맞는 필러는 이 책 p140 이하에 나오는 대로 잘못하면 역효과를 낳을 수 있습니다. 

코 시술 역시 대부분은 필러에 의존하는데 정 원장님의 방법은 "코 아래 있는 근육과 혈자리를 이완하여 내려가게 하며, 이때 눈과 코가 내려가며 코가 (자연스럽게) 커지는(p187)" 식이라고 합니다. 이 과정에서 심술보 같은 것도 덩달아 완화되는데, 책을 읽으면서 느끼는 건 결국 얼굴이 미워지고 예뻐지는 건 평소의 마음씀, 기분이나 감정 관리가 쌓이고 쌓인 결과라는 점이었습니다. 정 원장님이 내원자들의 취약한 포인트를 정확히 짚어 원하는 효과를 내는 것도 어떻게 보면 단순한 햅틱 테크닉이라기보다 사람의 만음과 더 직접 교감하는 통찰의 산물일 수도 있겠습니다.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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