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 대한민국에게 희망을 쓰다 : 사회적 성찰 - 청년, 대한민국에서 무엇을 갈등하고 고민하며 사는가? 청년, 대한민국에게 희망을 쓰다
곽태웅 지음, 윤정 감수 / 북보자기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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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 성찰 편(9791189631093)에 이어 이 책은 같은 감수인의 지도를 받은 사회적 성찰 편입니다. 대개 성찰이라 함은 개인적 지향이 주된 것이겠으나 그 성찰의 깊이가 어느 단계에 이르면 사회를 향한 데에까지 나아갈 수 있겠으며, 이 책은 29세 청년 곽태웅 님의 그런 성찰 결과물을 담았습니다. 곽희수 저자와 지금 이 책 곽태웅 저자님은 남매지간입니다. 

음.. 두 권의 표지 디자인을 비교헤 보면 개인적 성찰편은 노란 반원이 지평선 위에 솟은 배경으로 머리 긴 건강한 여성의 경쾌한 걸음이 그려진 반면, 이 사회적 성찰 편은 빨간 반원을 옆에 둔 채 잎새가 돋은 가지를 입에 문 새 한 마리를 떠나 보내는 듯한 남성이 그려졌습니다. 그러고 보니 노란 반원은 달처럼 보이며, 여성에게 다가오는 동물은 (하늘을 유영하는) 인상 좋은 고래입니다. 이 그림이 무엇을 표현, 상징하는지는 독자 각자가 책을 읽은 후 각자 생각해 볼 일입니다. 저는 저 나름대로 어떤 상념, 해석이 떠오르지만 이 독후감에 구태여 적지는 않겠습니다.  

사람이 내가 무엇을 아는지 아는 것도 어렵지만, 내가 지금 무엇을 모르는지를 아는 건 더욱 어렵습니다. 소크라테스의 "너 자신을 알라"도 여기서 주로 유래했다고 하며(p26), 공자가 말한 "지지위지지요 부지위부지가 시지야니라" 역시 이를 가리킴입니다. 사람은 개인의 상처가 있고, 한 시대와 사회에 속함으로써 얻게 되는 공동체 성원으로서의 상처가 있습니다. 상처는 방치되어서는 안 되며, 어떻게든 치유되어야 합니다. 나에 대해, 또는 세상에 대해 바르게 아는 게 일단은 상처를 낫게 하는 지름길입니다. 무지의 지가 아니라 무지의 무지가 상처를 덧나게 만듭니다.  

니체는 초인(위버멘슈)을 말했는데(p40), 이 말은 개인의 입장에서 겪고 느낄 수 있는 온갖 나약함이나 감정적 좌절, 동요 등을 의연하게 초월하는 각성에의 논의입니다. 기존의 관념과 도덕률은, 사회가 변화, 확장함에 따라 그 효력과 타당성을 잃습니다. 초인은 자신을 위해, 혹은 자신보다 못한 나약한 동시대인들을 위해 감연히 이 썩은 규제, 올가미를 절단해야만 합니다. 아무리 힘들어도 이는 그의 숙명인 게, 그는 처음부터 초인으로 태어났기 때문입니다. 상상 속의 소외, 상징 속의 결여(p43), 이를 통해 인간 생명은 리뉴얼되고 필멸이라는 패배를 극복합니다. 비천한 유한자의 굴레를 이로써 과감하게 벗어던지는 것입니다. 

홉스는 이른바 만인의 만인에 대한 투쟁상을 극복하기 위해 차선책 혹은 필요악으로 사회적 계약을 형성했다고 주장했으며 어떤 권위, 공권력 등은 총체적 혼란을 극복하기 위한 편의적 설정에 지나지 않는다고 보았습니다. 이런 맥락에서인지 이 책 p60을 보면 "법은 불행한 아픔 속에서 피어난 자유의 꽃이다"라는 멋진 말이 있습니다. 법은 외견상 자유를 구속하는 규범, 강제처럼 보이지만, 약육강식의 정글로 사회가 타락하는 걸 막으려면 우리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법규범에 충성하는 수밖에 없고 이에서부터 진정한 자유가 배태됩니다. 

영국이란 나라는 서유럽 역사상 처음으로 군주를 그 지위에 놓은 채 목을 쳐버린, 극단적인 형태의 정치변혁을 겪은 나라였습니다. 그러다가 크롬웰의 독재정치 또한 우매한 군주의 폭정만큼이나 해롭다는 걸 알게 되자 이번에는 다시 그 아들을 불러 왕위에 앉히고, 그러고도 다시 군주와 의회 사이에 불화가 빚어지자 이른바 명예혁명을 거쳐 "군림하되 통치하지 않는" 헌정 체제를 굳혀 지금에 이릅니다. 반면 모든 그조적 모순을 폭력적으로 해결해 온 예는 러시아가 있으며 그런 행태를 아직도 이어가는 중입니다. 저자는 이를 놓고 "국민성"의 관점에서 파악할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갈등, 고민, 희망, 압축파일의 형식으로 책이 진행되는 건 개인적 성찰편과 같습니다.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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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쁘게 관계 맺는 당신이 좋다
임영주 지음 / 메이트북스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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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사는 세상, 혹은 직장 등 조직 안에서 가장 힘든 게 원만한 관계를 맺는 게 아닐까 싶습니다. 이론으로 설명이 되지 않는 게 대부분이며, 복잡다기한 사람 한 명의 심리를 파악하는 일도 어려울 뿐 아니라 한 사람과 퍼즐을 어찌어찌 맞췄다 해도 나머지 퍼즐 조각들이 또 문제입니다. 애초에 다른 사람을 내가 파악해야 할 대상으로 여기는 것 자체가 매우 속물적이고 타산적인 스탠스라서 문제이기도 합니다. 결국 정직하고 가식 없는 소통이 답이긴 한데 그렇다고 해도 어느 정도의 룰이란 게 있습니다.   

남한테 공감을 못 하는 사람도 물론 큰 문제입니다만 남에게 무작정 공감을 해 달라고 시도때도없이 강요하는 사람 역시 문제입니다. 이런 사람은 누가 자신에게 공감을 해 주고 안 해주고를, 선악의 잣대로까지 사용합니다. 정신과 감정의 발달이 유치원생 단계에 머무른 소치이며, 이런 사람이야말로 극단적인 공감 불능자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p38에는 체크리스트가 하나 나오는데 이로써 자신이 공감 중독이 아닌지 진단할 수 있습니다. 타인의 공감에 지나치게 중독되는 게 알고 보면 자존감이 낮은 까닭이라고 저자는 예리하게 지적합니다. 

우리 시대에는 패리스 힐튼 같이 자신의 부, 그것도 자기 힘으로 번 것도 아닌 부를 과시하는, 셀럽 아닌 셀럽이 너무 많습니다. 아니, 부모님께 돈 많이 물려받은 게 물론 죄는 아니지만, 필요 이상으로 자주 노출되고 그런 노출도를 이용해서 돈을 버는 건 그리 보기 좋은 모습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사실 따지고 보면 패리스 힐튼이 문제가 아니라, 패리스 힐튼 같은 사람을 도에 넘치게 부러워하고 따라하려는 아무 생각 없는 사람들이 더 큰 문제입니다. 남이야 뭘 하든 자신의 일에만 집중하고 신경 쓰면 패리스 힐튼 따위가 뭘 하든 눈에 들어오겠습니까. p65에는 정주영 현대 창업주의 "이봐, 해 보긴 해 봤어?"라는 말이 인용되는데 자기 할 일에 사명감을 갖고 온갖 열정을 다 불태우는 사람은 열등감을 가질 새도 없고 비생산적인 일에 신경을 팔 새도 없습니다. 

어떤 관계가 이쁜 관계일까요? 아주 좋은 예가 p133에 나옵니다. 저자께서는 비행기 아일석에 앉았는데 윈도석에 앉으실 분이 들어오면서 "제가 화장실 갈 때 실례를 할 수 있겠네요."라고 하더랍니다. 물론 여성분들 사이니까 이런 상황이 가능했겠고, 만약 남자들간이었다면 이렇게까지 하기는 좀 그렇겠죠. 그렇다고 해도 한 십여 년 후에는 남자들끼리도 이런 곰살맞아 보이는 매너가 가능하리라고 봅니다. 사실 지금도 십년 전에 비하면 많이 나아졌으니 말입니다. 혹시 남녀 간에 이랬다면, 다른 오해가 생길 수도 있죠. 

p148을 보면 정말 공감되는 말씀이 있는데, 그냥 알아서 자기 속을 자기가 지옥으로 만드는 사람이 꼭 있습니다. 남 얘기도 아니고 딱 제 얘기더군요. 어떤 사람이 이러이러한 말과 행동을 했다면, 그에는 전후 사정으로 수천 개가 넘는 경우의 수가 가능합니다. 그런데 이런 종류의 사람은 꼭! 그 중에 최악의 시나리오 하나를 골라서 그걸 기정사실로 여기고 그때부터 지옥에 자진해서 빠져듭니다. 이걸 가리켜 저자는 "악마의 편집"이라 부릅니다. 본래 악마의 편집은 남을 모함하고 곤경에 빠뜨리려고 전후 사정 안 따지고 사실을 왜곡하는 건데, 이건 그나마 당초에 의도한 이익이라도 챙긴다는 점에서 그나마 낫습니다(나중에 그 억울한 피해자에게 어떤 복수를 당하는지는 일단 논외로 하고). 자기가 자기 팔자를 꼬는 이런 자충수야말로 아무 이익도 얻지 못하는 어리석음의 극치입니다.  

요즘 "깜빡이도 없이 훅 치고들어온다"는 유행어를 많이 씁니다. 이것도 처음 들어본 분에게는 좀 낯설 수 있겠다 싶은데, 저자 말씀대로 요즘 사람들은 일정 거리를 반드시 유지하는 게 필수 매너입니다. 이 선을 안 지키는 사람한테 저런 비유적 표현을 쓰는 건데, 세상이 그만큼 변해서 남의 오지랖을 용납하지 않고, 아무 일에나 참견(p221)하고 드는 사람을 그만큼 꺼리는 거죠. 말이란 게 괜히 많이 쓰이는 게 아니라 다 사회의 세태를 반영하는 것이어서겠습니다. 

p246을 보면 65세까지가 UN에서 규정한 청년이라고 합니다. 좀 심했다 싶기도 하지만 다른 데도 아니고 유엔에서 그리 정했다니 가벼이 볼 수도 없습니다. 한창 나이의 젊은이들은 서로 죽고못사는 애정 행태를 보이지만, 잘 살아야 할 중장년 부부들은 오히려 데면데면하고 카페 같은 데서 눈에 꿀이 떨어지는 이 나이또래 남녀들은 불륜이 대부분이라니 이런 아이러니가 또 없습니다. 저자가 p245에서 이야기하는 노부부 같은 분들이 바로 우리 모두가 본받아야 할 이상상입니다. 이보다 더 예쁜 관계가 없습니다.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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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 대한민국에게 희망을 쓰다 : 개인적 성찰 - 청년, 대한민국에서 무엇을 갈등하고 고민하며 사는가? 청년, 대한민국에게 희망을 쓰다
곽희수 지음, 윤정 감수 / 북보자기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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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정 소장님의 책을 지금까지 두 권 읽고 리뷰를 쓴 적 있습니다. 지금 이 책은 고려대에 재학 중인 청년 곽희수님이 윤 소장님의 지도를 받은 후 저술했다고 나옵니다. 읽으면서 20대 중반의 청년이 대한민국 안에서 논쟁거리가 되고 열띤 찬반의 대상이 되는 여러 문제에 대해 이렇게나 치열한 고민을 하고 살았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또, 여태 개인적으로 두 권의 저서를 읽었던 윤정 소장님의 평소 지론, 사상이 이 청년의 저서에 어떻게 스며들어갔는지도 곰곰히 생각해 보았습니다. 저자가 책을 힘들여 쓴 만큼, 독자 역시 그만큼의 성의는 읽으면서 기울여야 하기 때문입니다.   

"가정은 사랑의 공감이 흐르는 시냇물이다(p17)." 실제로 아무리 사회에서 성공한 삶을 살아도 정신적으로 불안정하여 불행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이들이 많습니다. 그들 중 많은 이들은, 그 부모가 진정으로 사랑하여 맺어지지 못한 경우입니다. 남녀 당사자 두 사람이 서로 더없이 사랑하여 맺어져야 그 애정을 본받아 자녀들도 사랑 가득한 심성을 지닐 텐데, 가문 사이의 정략 결혼이라든가, 배우자 어느 한쪽이 다른 쪽에게 돈만 보고 접근했다든지 하면, 이런 가정에 참된 행복이 깃들 리 없습니다. 조건이나 외형을 지나치게 따지지 말고 사람의 심성이나 영혼이 서로 통하는 결합이 다시 대세가 되는 날이 언제쯤 올까요? 

"이 세상에 똑같은 사람은 없습니다.(p76)" 사람을 어떤 규격화된 틀 안에 넣고 그 안에서 순위를 매길 수 있다고 생각하면 이제 배우자를 찾을 때 속물적인 기준이 적용되는 것입니다. 어떤 여자(남자)는 몇 등급, 누구는 몇 등급 하는 식으로... 그런데 사람이 세상에 똑같은 이가 없다고 생각하면, 이 사람이나 저 사람이나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귀한 사람이니 그때부터 영혼의 빛깔을 찾아 짝이 맺어질 수 있는 것이죠. 또 자신의 가치를 이런 속물적인 척도로 정한 사람이, 배우자를 고를 때에도 자신에게 결핍되었다고 여기거나, 자신이 평소 열등감을 느끼던 걸 상대에게서 보상을 찾으려 합니다. 상대방을 있는 그 자체로 받아들이질 않고 자신의 결핍을 메우려는 수단으로 삼으려 드니 그 결혼이 행복할 리 없습니다. 

"육아 환경이 아이의 미래를 결정한다(p45)." 이 부분은 윤정 소장님 평소 지론이 표현된 곳입니다. 자크 라캉이나 프로이트, 존 볼비 등의 이론이 종합된 견해입니다. 7~9개월 사이 분리불안의 애착 기간이 자아 형성의 토대라고 하는데 포유류 공통에게 중요한 기간이며 심지어 코끼리나 침팬지, 강아지조차 분리불안의 애착 기간을 잘못 보내면 평생을 정서 불안으로 고생한다고 하니 사람의 경우야 오죽하겠습니까. 그러니 아이에게 특히 엄마의 강한 애정을 수용하고 느끼고 듬뿍 접할 수 있는 기간을 배려하는 건 한 가정의 책무일 뿐 아니라 사회적 차원에서 장려되어야 할 과제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윤소장님 특유의 지론인 정신분석학 이론이 알고보면 이 책에서도 곳곳에서 절묘하게 스며든다는 느낌이었습니다. 아무래도 한창 나이 때의 청년이다 보니 결혼이 중대 관심사이겠으며, 그에 대한 고민이 책 곳곳에 표현되는 게 당연합니다. 그런데 2030 청년들은 과연 어떤 기준으로 짝을 찾을까요? 직업? 학벌? 가문? 외모? 기존의 윤소장님 지론으로 이 역시도 개인의 선택과 그 동기에 대해 심층 분석이 가능합니다. 정신분석학은 타인의 취향 분석이나 정신병자의 치료를 위해서만 필요한 게 아니라, 바로 우리들 자신의 바르고 행복한 미래를 체계적으로 설계하기 위해 그 무엇보다 필요한 지식이었던 셈입니다. 윤소장님 전작에도, 배설의 성행위와 쾌락의 성행위를 구분하고 어떤 쪽을 지향해야 하는지에 대해 상세한 논의가 있었지요.  

"모든 삶은 순교다(p110)." 아침 식탁에 차려진 각각의 메뉴만 봐도 이는 죽음의 흔적이라고 합니다. 그렇죠. 달걀 요리는 병아리의 죽음, 장조림은 돼지의 죽음, 하다못해 각종 나물류도 모두 채소의 죽음을 통해 얻어졌습니다. 이 많은 생명의 죽음이 있었기에 나의 삶이 가능했습니다. 죄의식을 느끼기보다, 나 역시도 다른 생명 다른 가치를 위해 기꺼이 죽을 수 있다는 자연친화, 공동체 지향의 마음가짐을 다지는 계기로 삼는 건 어떨까요?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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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브리데이 히어로 - 내 안의 위대함을 깨우는 101번의 인생 수업
로빈 S. 샤르마 지음, 김미정 옮김 / 프런티어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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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대함이란 어떤 특별한 사람들에게만, 날 때부터 주어지는 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평범한 우리들도 내면의 어떤 자질을 일깨우면 지금과는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될 지도 모릅니다. 액션 영화 같은 걸 보면 테러리스트나 빌런이 "괜히 영웅이 되려고 하지 마!"라며 사람들을 위협하는 씬이 클리셰처럼 나오는데, 이걸 바꿔 말하면 마음을 조금만 바꿔 먹기만 하면 영웅이 될 수 있는 길이 의외로 쉽게 열린다는 뜻도 되겠습니다. 

평범한 우리들은 대체로 일상의 패배감에 쉽게 길들여져 지내는 경향이 있습니다. 저자 로빈 샤르마는 "당신의 가능성을 축소하지 마라"고 독자들에게 따끔하게 충고합니다. <시민 케인> 등의 명작으로 미국 영화사에 불멸의 이름으로 남은 오슨 웰즈는 어떤 영화를 찍어도 대충 진행하는 법이 없었고 치밀한 콘티와 열정적인 현장 독려로 유명한 연출자였습니다. 그가 남긴 기록은 단순한 영화 시나리오 수준을 훨씬 뛰어넘는 것이었는데, 제작 책임자에게 따로 메모를 남겨 어디를 어떻게 편집해야 하는지 아주 상세한 지시를 담은 것이었습니다. 이런 치밀한 메모를 언제나 현장에서 작성 활용할 줄 알았던 사람이었기에 최고가 될 수 있었던 것이라고 저자는 말합니다. 우리는 과연 직장에서 이 정도의 꼼꼼함과 열정을 발휘하는 사람들일까요? 

매사에 완벽함을 기하는 건 성공의 필수 조건입니다. 위에서 예로 든 오슨 웰즈의 메모도 그런 완벽주의의 일환입니다. 그런데 저자는 때로 완벽 추구 습성이 창의력 발휘에 지장을 초래한다고 지적합니다. "지나치게 신경 쓰면 아무것도 못한다." 맞는 말입니다. 저자는 우리 내면 안에 괴짜 한 명이 들어 있기 때문에 때로는 얘를 호출해서 아무도 생각 못 한 아이디어를 꽃피워 대히트를 칠 필요도 있다고 합니다. 이 역시 우리 모두가 공감하는 바입니다. 또, 만약의 경우를 대비하여 이런저런 안전판을 마련하려는 완벽주의에 매달리면, 이런 괴짜는 우리 내면의 감옥에 갇혀 영영 벗어날 수 없다는 것도 맞습니다. 그러니 직장인이란, 균형감각의 유지가 정말 중요합니다. 괴짜가 나오지 말아야 할 계제에서는 또 나오지 말아야 하며, 완벽주의의 귀신이 필요할 때는 꼭 얘가 호출이 되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마인드셋이란 게 있고, 저자는 여기에 하트셋이라는 걸 따로 강조합니다. 이 대목이 정말 공감되었는데, 사람이 아무리 마음을 독하게 먹고 담배를 끊어야지 고기 안 먹어야지 결심을 해 봐야 이게 행동으로 이어지는 게 쉽지 않습니다. 평소에 어려워하던 분야 공부를, 직장에서 혹은 생계를 위해 필요가 생겨서 절실한 각오로 시작하려 해도 그게 어디 뜻대로 되겠습니까. 물론 독기로 깡으로 밀어붙이는 타입도 있습니다만 그것도 한계가 있습니다. 하트셋이란, 대상에 대해 품는 이런저런 감정의 배치입니다. 아주 드물기는 해도, 싫어하는 분야 공부를 애써 사랑하는 마음을 영점 조준하여 기어이 정복하는 사람도 본 적 있습니다. 

저자는 내 감정을 자유자재로 조절하여 목표를 달성하는 테크닉을 AFRA라는 두문자로 요약합니다. awareness, feel. release, ascend의 약자인데 우리말로는 인식, 느낌, 발산, 향상으로 옮겨집니다. 인식은 내 내면 안에 그런 감정이 있었음을 발견하는 것입니다. 영화 <브레이브하트>에서 로버트 더 브루스에게 그 부친이 "At last, you know what it means to hate."라고 하는 대사는 유명하죠. 대상을 사랑할 줄도 알아야 하고, 반대로 때로는 미칠 듯이 증오할 줄도 알아야 큰일을 해 낼 수 있습니다. 이래서 내 안의 감정을 정확히 캐치한 다음, 이걸 대상을 향해 정조준하여 발산하고, 종전과는 다른 존재로 바뀌는 것입니다. 

p300 이하에는 이 과정을 구체적으로 실천에 옮기는 방법이 나옵니다. 이렇게 이 책은, 독자에게 구체적인 실천 방법까지 제시해 주는 게 무척 좋았습니다. 특히 저자가 운영하시는 사이트에 가면 템플릿을 다운받을 수 있는데, 이렇게 책으로(분량도 꽤 두껍습니다) 내용을 알려 주는 것도 도움이 되는데 여태 많은 사람들을 상담하고 그 사례들을 귀납한 템플릿까지 이처럼 다양하게 마련되었다는 게 정말 철저한 분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 책의 원제인 "Everyday Hero Manifesto"의 뜻을 다시 곱씹어 보게 됩니다.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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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권투자 처음공부 - 단돈 1,000원으로 시작할 수 있는 처음공부 시리즈 5
포프리라이프(석동민) 지음 / 이레미디어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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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은 채권 투자에 관심 갖는 분들이 부쩍 늘었습니다. 주식 하다가 손실을 많이 본 후에는, 원금 손실이란 위험이 있는 활동을 꺼리게 되고, 대신 뭐라도 따박따박 들어오는, 주식에 비해서는 어느 정도 손해의 하방이 있다고 할 수 있는 유가증권을 다뤄 보고 아 이쪽이 내 적성이구나 비로소 깨달은 분들입니다. 사실 기관 입장에서는 채권 거래액이 훨씬 큰데(마침 p34에도 그런 말이 나오네요), 남의 돈을 다루는 입장에서 법적 책임이라는 게 있기 때문입니다. 최근 몇 년 간 미 연준이 금리를 너무 올려서 채권 투자의 재미가 예전 같지 않을 수 있지만(또, SVC가 지나친 채권 비중 때문에 결국 파산에 이르기도 했지만), 이미 피보팅이 시장 예측의 대세이니만큼 채권 가격의 바닥은 지금이 아닐까 싶기도 합니다.  

p22에 나오듯 모든 투자 활동은 (협의의) 투자가 있겠고 재테크 레벨의 활동이 따로 있습니다. 채권은 이 두 범주의 구분이 주식에 비해 더 유효한 유가증권이기도 합니다. 다만 책에서는 공모채권, 장내채권 중심으로 다루겠다고 밝힙니다. 사실 한국에서 저 두 대상 외의 채권은, 정석적 방법론이 자리하기 힘든데다, 적어도 책이라는 포맷에서 설명하기에는 적지않은 위험이 따르기 때문이겠습니다. 그 외에, 이런 채권이라야 기간과 금액 선택의 폭이 더 자유롭기도 합니다. 

한국에 신용평가회사 4군데가 있는데(p48) 애초에 신용평가라는 게 회사 등이 발행하는 채권을 상대로 그 등급을 매기는 것입니다. 다만 p62에서 말하듯, 혹 큰 사고가 났다 해도 재평가 기한이라는 게 있어서 큰 사고가 났다 한들 실시간으로 반영이 안 되는 문제점은 있습니다. 그러나 평균 개념이 원래 그렇지만, 전 기간을 놓고 잘 할 때가 있고 못 할 때가 있는데 어느 하나의 이벤트만 높은 가중치로 반영되면 그것대로 곤란하죠. 등급제가 그런 모습인 건 그 나름의 이유가 있겠습니다. p153에도 좋은 정보가 나옵니다. 

아주 예전에 비해 주식도 액면분할을 많이들 하고, 비교적 최근에는 채권의 경우 액면의 1/10만으로 거래하는 게 허용되었는데 책에서는 일반 대중의 접근성을 높이기 위한 조치라고 합니다. 채권과 주식이 구별되는 대표적인 특징이 자세한 옵션이 붙은 점이기도 한데, 이 옵션을 자세히 살펴 보고 내 판단과 적성에 맞는 투자를 할 수 있습니다. 책에서는, "아무리 안전 자산이라고 하나 옵션에 무신경하면 큰 손해를 볼 수도 있고, 특히 스마트폰 앱은 이 옵션 표시가 제대로 안 될 수 있으므로 특히 주의를 요한다"고 합니다. 물론 요즘 MTS는 종전에 비해 이 점도 많이 개선되기는 했습니다. 

평균누적부도율을 해석할 때, 이는 정말로 사고가 나서 부도가 난 경우만 따지는 것이므로 문제 없이 상환된 채권이 데이터에 산입 안 된다는 문제점이 있다고 책에 나옵니다. 그러니 이런 자료를 해석할 때는 지나치게 보수적으로 굴 필요는 없다는 취지입니다. 또 책에는 2011년에 부실 기미가 보이던 저축은행들에 대해 강력한 조치가 내려졌던 덕에 2금융권이 이후 많이 건전화했으므로 BBB 이상의 채권은 꽤 믿을 수 있다는 실용적인 팁도 나옵니다. 

똑똑한 앱을 깔아도 되고, KRX 정보데이터시스템에 접속만 하면 우리가 활용할 수 있는 기능이 무척 많습니다. 이런 걸 보면 확실히 우리 나라가 잘 되어 있는 인프라가 많습니다. 풋, 콜 옵션은 원래 채권과 궁합이 잘 맞는 제도이며 역사적으로도 현물 다음으로 채권에서 발달했습니다. 책 앞에서도 잠시 설명이 나왔지만, 특히 p123 이하에 KRX에서 자세하게 수익률 계산하는 법 등이 나옵니다. 풋옵션을 행사하려면 한투의 경우 특이하게도 전화로만 신청을 받는다는 설명도 나오네요. p152에는 주식투자자들이 잘 아는 DART 활용법도 나옵니다. 

한국에서도 일찍부터 전환사채 제도가 있었는데 이런 걸 메자닌 채권이라고 하죠. 요즘은 일부 세력에 의해 이 제도가 악용되기도 했습니다만 주식 투자자 입장에서 악몽이 되기 쉬운 이 시스템이 채권 투자자 입장에서야 또다른 가능성이 열리는 문이 될 수 있습니다. p142 이하에 자세한 설명이 나오는데, 다만 아무리 전환가가 높다 해도 주식 시장에서는 이미 선반영(그놈의 선반영!)이 되었을 수 있으므로 조심하라고 조언합니다.  

초보자들이 착각하는 것 중에, 이자지급일 하루 전에 채권을 사면 큰 이익이라는 것입니다. ㅎㅎ 사실 세상에 그런 게 어디 있겠습니까. 빈틈없이 효율적으로 돌아가는 시장에서 그런 빈틈이 있을 리가 없죠. 주식 시장에서도 (반대로) 배당락이라는 게 있지 않습니까. p169 이하에서 클린프라이스, 더티프라이스 등을 공부할 수 있습니다. p178에는 주식의 경우(2거래일 후)와 달리 채권은 당일로 모든 결제 청산이 이뤄진다는 점도 짚습니다. 

교과서에서도 상환기간이라는 불확실 요인이 있기 때문에 그 위험을 반영하여 단기가 장기보다 더 이율이 낮다고 가르칩니다. 달리 말하면 수익률은 장기가 단기보다 더 높습니다. 그러나 책에서는 개인 투자자의 경우 가급적이면 3년 이하의 상환기간 채권을 선택하라고 조언합니다. 나 개인의 돌발 상황도 대비하고, "혹시 비이성적인 패닉셀링 발생시 에이 몇 달만 더 들고 있자며 자신을 추스릴 수 있다(p195)"는 이유도 듭니다. 좀 특이하지만 역시 맞는 말이긴 합니다  

p237에는 요즘 인기인 채권 ETF에 대해 "치명적인 단점"을 알려 주는데 요약하면 얘는 기본적으로 주식에 가깝다는 겁니다. 역시 핵심을 찌르는 간명한 설명이며, 이 책은 비교적 많은 내용을 실었으면서도 초보 투자자가 참조하기 쉽게 예쁜 편집으로 만들어서 가독성이 좋다는 게 가장 큰 장점이었습니다. 현재 서점가에 나온 채권 책 중에서 가장 볼만했습니다.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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