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세 철학자의 행복론 2 100세 철학자의 행복론 2
김형석 지음 / 열림원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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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자연인으로서 100세 나이를 넘기는 것도 대단히 진귀한 일인데 여전히 젊으셨을 때나 마찬가지로 지혜를 발휘하고 왕성한 활동을 펴나가시는 모습은 정말 경이롭습니다. 김형석 연대 명예교수님은 1970~80년대 여러 권의 깊이 있는 에세이집을 베스트셀러로 쓰신 인기 작가로도 유명하신데 아직까지도 저술 활동을 이어가시며 독자들과 소통하신다는 게 놀랍습니다. 이 책도 여전하신 통찰력, 우아한 문장, 가슴을 울리는 교훈과 감동이 가득한 수필집이어서 역시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습니다. 

"동양에서는 가정(家庭)이라는 말을 써 왔다. 집은 머무는 곳이고, 뜰은 일하는 고장이다(p46)." 확실히 우리 동아시아는 농경 위주의 사회를 유지해 왔기에, 그저 머물고 몸 눕히는 공간만 있어서는 안 되며 일하는 터전이 바로 지근거리에 있어야 합니다. 그래야 그게 온전한 가정이 되는 건데... 특히 철저히 아파트 위주로 재편성된 한국에서는 이 가정이라는 말이 무색해진 감이 있습니다. 저자께서는 특히 지금의 가정이, 식구들 사이에 정(情)을 나누는 공간이 아니라 일 위주로 재편된 조직이라는 점을 날카롭게 꿰뚫습니다. 할 소리는 아니지만, 요즘은 불륜도 사업 타산이 맞는 사이에 잘 생긴다고 하지 않습니까.   

하지만 마냥 나무랄 수는 없습니다. 이런 비즈니스 위주(?)의 가정도 사실은 자녀 양육의 성공을 가장 큰 목표 중 하나로 삼기 때문입니다. 2세의 양육은 사회 성원으로서 큰 의무라고 할 수 있는데 다른 일도 아니고 미래의 역군을 기르는 과제이기에 사회는 그에 대해 감사를 표해야 마땅합니다. 지금 우리가 체제로부터 혜택을 입는 것 중에는 미래 세대가 대신 부담할 부분이 꽤 많기 때문입니다(국민연금 등). 

자, 그런데 여기서 김 교수님은 예리한 포인트 하나를 짚으십니다. 요즘은 환경 오염 탓인지 노산 탓인지 난임과 불임 부부가 또 많습니다. 이런 분들이 대승적 결단을 내려서, 혈연에 집착하지 않고 입양을 하는 겁니다. 이렇게 되면 부모의 사정으로 갈 곳 없는 아이들이 보금자리를 찾아 좋고,  무자녀 부모들은 아이가 생겨 좋습니다. 외국에서는 예쁜 아이는 서로 데려가려고(?) 난리인데 우리는 그놈의 유교식 혈통주의에 아직도 집착하는 사람들이 많아서 골치입니다. 다행히도 지금은 전향적인 생각을 갖는 젊은 부부들이 많죠. 

사실 사람은 환경의 영향이 유전보다 더 큽니다. 문제 부부한테서 문제아가 나온다고 하지만 그건 성장 과정에서 그런 나쁜 꼴을 본받아서 그런 거고 웬만해서는 사랑을 듬뿍 받고 큰 아이들이 커서도 훌륭한 아이로 성장합니다. 혹 아이를 어려서 버린 무책임한 부모의 소생이라고 해도 말입니다. 사람의 존귀한 점은 DNA의 족쇄에 얽매이지 않고 얼마든지 자신의 의지대로 운명을 개척할 수 있다는 데에 있지 않겠습니까. 

요즘 MZ세대가 문제가 많다 개인주의다 집단에 융화하지 못한다 많은 비판이 있습니다만 저자께서는 따뜻한 눈으로 보십니다. 일단 요즘 젊은이들은 합리적이고, 감정에 치우치는 태도를 싫어합니다. 저자는 해방 직후 모 학교 교감직을 맡을 당시를 회고합니다. 이때면 아직 저자의 연세가 서른이 채 되지 않으셨울 때인데, 물론 요즘도 드물게 사립학교에 젊은 교감샘(그래봐야 사십 정도)이 있긴 합니다만, 요즘이면 사회 초년생 시절인데 벌써 교감을 다셨다는 점부터가 놀랍습니다. 당시에는 아직 우리 나라 청년들이 의무징집대상이 아니었다는 점도 고려해야 하겠습니다. 

상관이 행여 자신의 집에서 무슨 나쁜 일이 있어서 당장 자기 기분이 어땠든 간에 이걸 부하직원들에게 분풀이하듯이 표현하는 건 조직윤리상 용납이 인 되는 행동일 뿐 아니라 어른으로서 미숙한 행동이기까지 합니다. 그런데 과거에는 이런 "심기"까지 살펴야 했고 이걸 날씨라든가 고기압 저기압 등으로 돌려 표현했다는 게 책에 나옵니다. 상당히 미개한 풍조이며, 21세기 직장에서는 이런 잘못된 문화 때문에 젊은 직원들이 사내에서 고통당하는 일이 없기를 노교수께서는 희망합니다.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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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 위생사 필기시험문제 2023 위생사 (크라운출판사)
하재남 지음 / 크라운출판사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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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934쪽, 모의고사 231쪽, 매우 방대한 분량의 교재입니다. 예전부터 하재남쌤의 교재가 정평이 나 있었고, 이렇게 최신판 교재를 받아 보니 이게 바로 그 책이구나 하는 뿌듯한 느낌도 들고 약간의 부담감도 있습니다. 위생사는 다양한 조직에서 수요가 있고, 앞으로도 전망이 꾸준한 직종이라서 MZ세대에서 인기가 높은 편인 자격증입니다. 대체로는 식품영양학과 졸업생들이 선호하며, 시험 자체도 관련 전공자나 관련 학점 이수자일 것을 필수로 요구합니다. 

교재는 실제 시험 과목 편제에 따라 공중보건학, 환경위생학, 식품위생학, 위생곤충학, 위생관계법령 등 5챕터로 이뤄졌습니다. 읽으면서 느낀 건, 와 진짜 빠진 내용이 없구나 하는 놀라움과 안도감이었습니다. 시험을 준비하면서 내가 별개로 단권화를 해야 할 수고가 없거나 적다는 건 일단 수험 준비에 남은 시간 면에서 큰 자신감을 심어 줍니다. 소문대로 과연, 망라적인 교재다 싶었습니다. 이걸 언제 다하지? 같은 패배자의 생각보다, 이거 한 권만 확실히 보면 합격? 같은 긍정적인 마인드를 가져야 하겠습니다. 

p56을 보면 감염성 질환 요약표가 나옵니다. 천연두(두창)부터 해서, 장티푸스, 콜레라, 한센병, 재귀열, B형간염 등 인류를 괴롭히는 병들이 참 많기도 하다 싶습니다. 병원체가 세균인지 바이러스인지 모두 구분해서 암기해야겠으며, 간혹 원충(아메바)가 있으니 유의할 필요가 있겠습니다. 표에는 아메바성 이질과 말라리아 등 2종이 나오며, 그 외 선충이 옮기는 사상충병이 있습니다. 또 맞은편 p57의 용어표는 이 단원뿐 아니라 이 교재에서 내내 쓰일 term들이므로 확실히 숙지해야 하겠습니다. 

이 교재는 예전부터 매 단원 끝날 때마다 나오는 출제(=기출) 및 예상 문제가 좋다고들 했습니다. 내용이 엄청 많고, 현재 출제 경향에 딱 맞춘 문제들이므로 이 pool만 반복해서 풀어도 시험 대비가 충실히 이뤄진다고 할 수 있습니다. 02번은 사회적 안녕에 대한 문제인데 원어는 social well-being이죠. 아주 평이한 듯해도 주의를 집중하지 않으면 의외로 실수할 수 있습니다. 특히 중요한 문제에는 ★에서 ★★★까지 그 정도가 단계별로 표시되었네요. ★★★은, 예를 들면 p147의 58번 같은 것입니다. 

p199에는 실내공기질 유지기준에 대한 표가 나옵니다. 가 항목에서 특히 볼드체로 표시된 항목들이 출제 빈도가 높았으므로 수험생들은 주의깊게 암기해야겠네요. 또 같은 페이지 하단에 2023년판 최신개정 권고기준이, 폼알데히드라든가 벤젠, 톨루엔 등등 단량체의 ㎍/㎥이 나옵니다. 대기는 수직구조를 지니며 대류권, 성층권, 중간권, 열권의 순서로 하, 상, 하, 상과 같은 온도 변화 패턴입니다. ("하"는 고도가 높아질수록 온도가 내려간다는 뜻) 

급수위생은 특히 수인성(水因性) 전염병 관련해서 출제 빈도가 높은 단원입니다. 장티푸스, 파라티푸스, 세균성이질, 콜레라 등을 열거합니다. p226에는 염소소독과 오존소독 사이의 차이점(장단점)을 분석했는데 바로 다음에 나오는 특수정수 항목까지 유기적으로 잘 연관시켜 공부해야 하겠네요. p251에는 슬러지(汚泥. 오니)에 대한 설명이 있습니다. 계통도와 농축까지, 철저한 이해와 암기가 필요합니다. 

p312 111번 제진효율에 대한 문제는 예전부터 기출로 자주 보던 문항이며  중요도는 ★입니다. 답은 전기집진장치이며, 위생사 시험이 원래 5지선다이긴 하나 이런 문제의 경우 6개 항목 모두에 대해 내용을 잘 알아 두어야 합니다. p323 58번에서 잔류염소량이 얼마 이상인지를 묻는 문제를 보면 암기를 허술하게 하고 지나칠 대목이 거의 없음을 다시 확인하게 됩니다. p337 13번에서 BOD의 온도, 날짜 조건 같은 건, 아주 기본적인 사항이지만 역시 철저히 암기해야 하겠네요. 

p466에 보면 식품첨가물 파트에서 보존료 관련 표가 나옵니다. 프로피온산 나트륨, 안식향산 나트륨 등은 특히 볼드체로 처리되어 빈출 사항임을 나타냅니다. p546의 37번은, 운동마비, 언어장애, 호흡근마비, 청색증 유발 성분을 묻는데 이게 복어(어류) 관련 문제이며 해설에도 다시 그 점을 환기시켜 줍니다. 답은 테트로도톡신입니다. p565 86번 간디스토마 중간숙주 문제도 위생사 시험에 정말로 단골 출제되 죠. 중요도도 ★★입니다. 

요즘 러브버그 같은 이른바 불쾌곤충(nuisance) 문제가 화제가 되고도 있는데 교재 p645에도 마침 그 설명이 있습니다. 책에는 이른바 깔따구와 그 방제에 대한 설명이 비교적 자세합니다. p647에 파리가 완전변태, 주간활동상이라는 점도 빈출사항이지요. p663의 19번 같은 건 해충 파트에서 암기가 완벽하게 이뤄져야만 해결이 가능한 유형입니다. p711의 54번 일본뇌염 예방 문제도 마찬가지입니다. p745의 55번, 만성 살서제 관련 문제도 의외로 오답률이 높았다고 들었습니다. 

어떤 수험생들은 제5과목 관계법령을 가장 까다로워합니다. 건축기사 시험도, 차라리 원래 이과 과목인 각종 역학 문제들은 쉽게 풀었는데 법 과목 암기가 잘 안 되어서 힘들다고도 합니다. 그러나 사회 실무에 종사하는 직종이므로 법을 모르면 어떤 일도 추진, 수행이 어렵기 때문에 적응을 잘 하는 수밖에 없습니다. 교재는 이단 편집으로 최대한 수험생들을 배려합니다.  

실전모의고사는 25문항씩 모두 7회분이 수록되었습니다. 역시 이 교재의 최강점은 잘 정제되고 트렌드에 맞춘 문제들이며, 빈틈이 없습니다. 

*리뷰어스 클럽을 통해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공부한 후 솔직하게,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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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셉 머피 52주간 긍정 확언 잠재의식의 힘
조셉 머피 지음, 임지연 옮김 / 미래지식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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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재의식의 힘>이라는 故 조셉 머피 저자의 전작(고전이죠)이 큰 히트를 쳤었고, 지금 이 책은 그 베스트셀러의 자매편입니다. 출판사에 의하면 "실전 안내서"라고 하며, 마치 교과서와 익힘책 사이나 비슷하다고 하겠습니다. 

우리는 대개 지금까지 드러난, 혹은 사회에서 객관적으로 확인해 준 선까지만 우리 자신의 가치를 인정하려 합니다. 그런데 사실 우리 자신도 미처 깨닫지 못한 잠재력이 내면에 웅크리고 있다면, 이를 하루바삐 끄집어내어 업무에 혹은 일상에 적용 활용해야 나 자신의 긍지도 높아지고 내가 속한 조직에도 이로운 길입니다. 고과도 좋아지고 연봉, 직위도 높아진다면 그 이상 좋을 게 없겠습니다. 이 책은 우리를 그 꿈의 길로 한 걸음 더 가깝게 이끕니다. 

책은 모두 4단계 구성인데 저자의 고유한 방법론에 따른 편제라서 좀 독특한 형식이긴 합니다. 1단계는 서론 격인데 긍정의 본질에 대해 간단히, 크게 짚어 줍니다. 이 1단계는 전작 <잠재의식의 힘>을 요약한 내용이라고 봐도 될 듯합니다. 전작을 읽어 보신 분은 복습한다 생각하면 되고, 안 읽은 분들은 좀 줄여서 읽는다는 기분으로 받아들이면 될 듯합니다. 2단계가 어찌보면 이 책의 본론인데, 52주(즉 1년이죠) 스케줄에 맞춰 주별 과제를 부여합니다. 이 코스를 거쳐야 독자들이 머피 박사의 가르침을 어느 정도 내면화했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3단계는, 52주 코스를 가친 독자들이 잔뜩 고양되어 있을 때 이 에너지를 차분히 정돈해 주며, 빠진 내용을 보충해 줍니다. 여러 기법을 소개하여, 52주 동안 몸에 밴 좋은 습관을 다각도로 재편성하게 돕습니다. 책을 어쩌면 이렇게 썼을까 감탄이 나오는 대목이기도 합니다. 4단계도 그저 앞 세 단계의 복습이 아니라, 어찌보면 지금까지 익힌 미덕을 사회 생활이라는 실전에 바로 쓸 수 있는 무기로 바꿔 주는 대목입니다. 역시 머피 박사의 공력이 대단하여, 사람 기분을 업시키는 특유의 스킬이 지면을 뚫고 나오는 느낌이었습니다.   

"긍정 확언" 등의 개념이 뭔지는 p22에 간단하게 요약되며, 더 자세한 걸 알고 싶으면 <잠재의식의 힘> 본책을 읽으면 되겠습니다. 여기서 저자는 담석증을 앓던 누님 캐서린 머피의 상태가 놀랍도록 호전되었던 자신의 체험을 박스에 넣어 소개하는데 일견 초자연적이고 신비롭게 보여도, 사람(들)의 확신의 힘이라는 게 때로는 기적을 낳기도 합니다. 제한적으로나마 우리도 우리 주변에서 실제 겪기도 하는 바입니다. 간절함, 진지함 등은 수시로 놀라운 결과의 전환을 이끌어냅니다.  

5주차에서 저자는 "일단 목표를 명확히 세울 것"을 강조합니다. 워런 버핏 같은 사람은 중요 목표 5가지만 남기고 나머지는 다 버리라고 극단적인 말도 했다는데, 사실 이는 오히려 현실적인 충고입니다. 버핏 정도나 되는 사람도 다섯 개 외에는 그의 정력을 집중 못 시킨다는데 하물며 평범한 우리들이겠습니까. 저자도 이 대목에서 (생각 외로) 배치라든가 우선순위를 정하는 게 어렵다는 점을 인정하고 들어갑니다. 잠재의식이 동원된다는 건, 이 문제가 그리 피상적으로 해결되는 성격이 아니라는 뜻이죠.  

배우자의 역할은 의외로 중요할 수 있습니다. 일 잘하고 능력 있는 사람이 혼자 살며 제 일만 척척 잘 해결하면 그만이지 싶어도 그게 꼭 그렇지 않나 봅니다. 저자는 배우자를 바꾸려 들지 않고, 그 배우자도 마찬가지입니다. 저쪽 사람들이 자주 하는 소리가 "You complete me."입니다. 배우자가 내 곁에서 그대로의 모습으로 있으면서 나의 부족한 점은 그것대로 채워 준다... 게다가 두 사람은 서로 열렬히 사랑합니다. 이런 관계에서 오는 이득은 웬만해서는 다른 무엇으로 대체되기가 힘들 것 같습니다. 

"대중 앞에서 자신 있게 말하기" 37주차의 과제입니다. 저자처럼 많은 청중 앞에 서서 모티베이팅하는 직업이 아니라 해도 우리는 회사에서 혹은 다른 모임에서 (아주 대규모는 아니지만) 다른 사람 앞에 서곤 합니다. 이때 자신을 차분히 콘트롤 못 하면 사회 생활이 힘들지요. 이 대목에서 가르치는 내용은 아마 이 경우에 응용하면 될 듯합니다. 

p62에 30주차 과제로서 "난관에서 벗어나기"가 나오는데, 이 내용은 p89에서 더 심화하고 자세해진 모습으로 설명됩니다. 저는 어렸을 때 치과 가는 게 무서워서, 치료 받을 때의 고통은 미리 떠올리지 않고 그 치료가 모두 끝나고 귀가할 때의 평안한 상황만을 상상하려 애 쓴 적이 있습니다. 그런데 이 책에서 정확히 그런 방법을 설명하고 있어서 놀랐습니다. 저자는 이에 더해 "과학적 기도"라는 방법도 소개합니다.  

"매직 미러 기법"이라는 게 있는데 내용은 비교적 단순합니다. "자신이 확언한 진리와, 자신을 동일시하고, 자신에 대한 새로운 이미지를 구축하여, 마음에 침착, 평정, 균형, 자신감 등을 채웠다(p136)." 그러나 이 습관을 1년 넘는 기간 동안 몸에 배게 하고 완전히 내면화하는 과정은 결코 만만치 않겠습니다. 자기계발은 특히나 백 마디 말보다 하루하루의 실천이 중요합니다.  

투시력이다, 초감각적 지각이다 하는 게 황당한 소리 같아도, 우리 주변에 이런 얘기를 하는 사람들이 제법 많습니다. 서울 부산처럼 제법 멀리 떨어진 거리에서 동시에 어떤 느낌을 모자 사이에 공유했다거나 하는 사례처럼 말입니다. 물론 이게 친한 가족 간에 그저 자주 특정 감정이 교류하는 걸 무슨 텔레파시나 되는 양 착각한 것일 수도 있습니다. 누구나 자기 체험이나 느낌은 남다르고 특별하게 여기니 말입니다. 그러나 칸트 같은 이도 이런 현상에 대해 딱히 부정하지 않았다고 하며, 저자는 비행기 안에서 생면부지의 여인에게 그녀의 최근 상황을 정확히 맞히는 등 개인적인 사례를 들어 이의 유효성을 옹호합니다. p292에 나오는 인도(引導)의 원리도 같이 참고하면 좋겠습니다. 

이 책에서 끝없이 강조되는 건 사랑입니다. 이는 배우자나 연인에 대한 것일 수도 있고, 일에 대한 열정일 수도 있고, 종교에 대한 헌신일 수도 있습니다. 중요한 건, 마음을 사랑으로 채우면 그 사람은 전과 다른 사람으로 변하며, 잠재의식의 힘을 끌어내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도 사랑일 수 있다는 점입니다.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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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시작하는 인생 수업 - 인생에는 항상 플랜B가 있더군요
이순국 지음 / 동양북스(동양문고)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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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재벌이라는 말을 일상에서 너무 쉽게 쓰곤 하는데 사실 재벌은 기업, 그 중에서도 대기업집단을 가리키며 이런 기업의 오너, 혹은 그 일가라면 일생에 한 번 스쳐지나가듯 만나 보기도 힘듭니다. 그냥저냥 잘사는 부자라면 한국 같은 풍요로운 나라에서 그리 드문 존재는 아닙니다만, 정말 대기업 총수(아니면 고용된 CEO라든가)라면 30위까지 내려온다 해도 지극히 레어한 사람들이죠. 사람이 한 가지 재주만 갖고 태어나기도 쉽지 않은데 자기 힘으로 기업까지 일구고 공인회계사, 의학박사까지 취득한다는 게... 한국에 남자로 태어나 누릴 수 있는 영예란 영예는 다 가진 인생이 아닐까 싶습니다. 이런 분이 들려 주는 자신의 인생 이야기라면 누구라도 귀를 기울일 만합니다. 

이현재 전 국무총리는 아직도 생존해 계신 분인데 서울대 총장도 역임한 분이죠. 저자 이순국 회장이 서울대 상대를 다닐 때 교수였던 그는 학생들더러 "속물스럽다고 여기지 말고 젊었을 때 자격증을 따 두라" 같은 실용적인 충고를 자주 해 주셨다고 합니다. 이게 지금 같으면 너무도 당연한 소리인데 이회장님 학생 시절에는 순수 학문으로 대성하는 걸 더 중시했으므로 교수가 따로 저런 말을 해 줘야 했을 수도 있습니다. 더군다나 공인회계사 같은 건 당시에 인식이 그리 좋지도 않았고 다른 경로로 취득하는 일도 많았죠. 1980년대 중반 이후 평가가 치솟던 이 자격증은 최근엔 기업에서 회계사 쓸 일이 많아져서 다시 인기 폭발입니다. 이현재 국무총리는 서울대 경제학과 졸업, 노태우 정부 때 초대 총리를 지낸 분이고, 1998년 외환위기를 수습한 이헌재 경제부총리는 서울 법대 출신으로 다른 사람입니다.  

꼭 한국에는 남 잘되는 꼴을 못 보고 투서질을 하는 한심한 인간들이 있는데 p83에 보면 저자가 초년생 회계사 시절 어려운 고객에게 수임료를 싸게 받다가 덤핑 수주로 제재를 받아 자격이 정지된 이야기가 나옵니다. 예나 지금이나 이런 일은 끊이지 않습니다. 제가 재미있게 본 건, 당시(1970년대)에 해당 직역에 저런 일(즉 덤핑 수주)이 제재 사유가 되긴 했었구나 하는 점이었습니다. 여튼 이때 제재를 받고(전화위복이라고) 저자는 삼성특수제지에 바로 전무로 입사해 3년 만에 부사장이 됩니다. 그 젊은 나이에 말입니다. 

삼성특수제지는 지금 같으면 상상이 안 되지만 부도가 한 번 났는데(저자분이 퇴사하고 자기 회사를 가진 후입니다), 이후 신호제지로 재탄생하는 데에 이 저자분이 다시 혁혁한 기여를 한 것으로 책에 나옵니다. 사실 삼성특수제지는 중앙일보에 용지를 독점 공급하기도 했는데 이렇게 부도가 났다는 건 말이 안 되죠. 좋은 여건이라 해도 경영자 자질에 따라 결과가 천차만별이란 점도 확인 가능합니다. 참고로 이후 전주제지로 사명이 바뀌고(여전히 삼성 계열사였다가) 이병철 창업주 사후 장녀 이인희씨(이재용의 큰고모)에게 상속분할되어 한솔제지가 됩니다(현 한솔그룹 소속). 부실기업을 인수하여 내실 가득한 회사로 다시 살리는 데 특별한 재능을 증명한 그는 1980년대에 아예 기업사냥꾼처럼 인식되기도 합니다. 

그러나 저자는 요즘 주목 받는 그런 악덕 헌터가 아니라, 박식한 회계 지식을 바탕으로 합리적이고 정직한 경영을 했을 뿐입니다. 당시만 해도 기업 돈 내 돈 구별에 대한 인식이 부족하여 회사 자금을 내 돈처럼 끌어썼는데 이게 배임이라는 생각도 못할 때 아니었겠습니까. 저자는 "자연인과 법인은 엄연히 구분되며 기업이 이런 풍조에 지배되어야 영속할 수 있다"는 말을 책에서 하는데 사실 한국은 아직도 멀었습니다. 저자는 또한 기업 세습이 당연시되는 분위기를 개탄하는데 최근 인기를 끈 드라마 <재벌집 막내아들>에 대해서도 한 마디를 하시는 대목이 재미있었습니다. 

세상 모두를 얻어도 건강을 잃으면 다 무슨 소용이겠습니까. 저자는 1998년에 한 번 타격을 입으시고, 2010년에 다시 협심증으로 쓰러진 바 있습니다. 젊었을 때 술이 센 걸로 유명했으며 작은 체구에 당찬 스타일이라 하여 이신저(헨리 키신저에 빗대어)란 별명도 붙었던 그는 이제 운동도 새로 시작하며 여전히 활동을 이어갑니다. 인생의 의미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보게 된 책이었네요.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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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화로 읽는 독일 프로이센 역사 역사가 흐르는 미술관 5
나카노 교코 지음, 조사연 옮김 / 한경arte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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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이센은 본디 유럽의 먼 변방에서 가난하게 움츠리다, 호엔촐레른 방계 어느 변경백 가문의 알브레히트 대에 이르러 도약의 발판을 마련했습니다. 독일어로 hohe(n)이 "높다"는 뜻이며, Zollern은 책 p16에 나오듯 지명에서 유래했습니다. 책에서도 말하듯이 기원 자체는 합스부르크만큼 오래된 가문이지만, (합스부르크와는 대조적으로) 한미하게 보낸 수백 년 세월이 너무 길었으니 감히 빈(Wien)의 카이저 혈통 앞에 명함을 내밀 주제가 되지 못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19세기 후반 통일 독일의 맹주는 바로 이 가문이 차지했으니, 합스부르크가 신성 로마 제국이라는 껍데기, 허명(虛名)에 집착할 때(p28 참조), 이 가문은 격이 떨어진다는 평이 나올 만큼 실리와 금력을 부지런히 축적하는 데에 주력한 덕분이 컸습니다. 게다가 중세 튜튼 기사단(p42 참조)에 하나의 거대한 뿌리를 둘 만큼 나라 자체가 상무(尙武)적 기풍을 내내 유지했기에, 결정적 순간에 강건한 군사력으로 역사의 운명을 바꿀 수 있었습니다.  

역사 공부할 때 가장 왕의 이름 익히기 어려운(p46 참조) 나라가 바로 프로이센입니다. 무슨 족보가 할아버지도 프리드리히, 아빠도 아들도 프리드리히인가 하면, 빌헬름은 또 왜 그렇게 많은지. 심지어 두 이름을 합친 프리드리히 빌헬름도 있습니다. 마치 로마 교황들 중에 요한이 있고 바오로가 있으며 요한 바오로가 따로 있는 것과 비슷합니다. 게다가 이 호엔촐레른 가문과 무관한(독일 서남부 슈바벤이라는 지역적 기원은 같습니다), 수백 년 전 호엔슈타우펜 가문에도 프리드리히 대제가 있었기 때문에 혼란은 더합니다. p37에 나오듯이, 프로이센은 공국 시절 세는 대수(代數)와, 왕국으로 승격된 후 세는 대수가 다르며, 나중에는 독일 제국 황제로서의 대수가 따로 있기까지 합니다. 

18세기 초 프리드리히 1세 치세부터 프로이센은 국운이 트이기 시작했습니다. 그  아들 프리드리히 빌헬름 1세(조피 샤를로테가 그 모후인)는 왕으로서의 체신도 돌보지 않고 아랫사람들이나 하는 실무지식을 익히고 자랑스러워 하는가 하면, 영토 내를 순시하다 게으름을 피우는 국민들을 보면 일일이 몽둥이로 구타하며 생산 활동에 복귀할 것을 독촉했다고 합니다. 이백 년 후 독일 제국의 3대 황제인 망국 군주 빌헬름 2세도 이런 스타일이었다고 하니 피는 못 속이나 봅니다. 뭐 모든 것은 결과로 판단 받기 마련입니다. 

어리석기 짝이 없는 시대착오적 광신도였던 카트린 드 메데시스가 프랑스에서 신교 탄압책을 펴자 상공업의 주도 세력이었던 위그노 교도들이 대거 프로이센으로 이주했습니다. 마치 레콩키스타 이후 모리스코를 핍박하여 스페인이 제 산업 기반을 스스로 붕괴시킨 것과 비슷합니다.  프랑스가 마치 국가 정신인 양 자랑스럽게 내세우는 톨레랑스를 저 무렵에는 사정없이 내팽개치고, 엉뚱하게도 후진국 프로이센이 그 기치를 대신 올린 셈입니다. 이때부터 독일 특유의 건실한 상공업 기반이 마련되기 시작했다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국가를 부강, 풍요로 이끄는 건 종교가 아니라 하루하루를 부지런히 보내며 자신과 사회를 위해 땀흘리는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임을 저 프리드리히 빌헬름 1세는 이미 알았던 것입니다. 책에서는 p49에 콘스탄틴 크레티우스의 그림 <위그노들을 맞이하는 프리드리히 빌헬름 1세>를 소개하는데 이런 역사적 배경을 알고 보면 참으로 의미심장한 기록화입니다. 

프리드리히 2세는 대왕(p76, p86. der Große)으로 널리 칭송받으며 특히 군사적 수완이 뛰어났다고 평가받습니다만 이른바 브란덴부르크의 기적 사건(p87~88)처럼 파멸 직전에 몰렸다가 기사회생한 일도 많았습니다. p74에는 그의 경력 초기 몰비츠 전투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는데 저자가 여기에다가 도쿠가와 이에야스의 미카타가하라 전투를 결부시킨 건 기발한 서술입니다. 

할머니인 조피 샤를로테도 수학자 라이프니츠를 초빙, 후원하여 미분법 발전이라는 업적을 남기게 도왔듯, 프리드리히 대왕도 지식인들(볼테르 등)을 우대하여 계몽군주라는 명성을 높였습니다. 특히 재미있는 건 어용지식인의 대표격인 15세기 이탈리아의 사상가 마키아벨리에 대해 대단히 경멸하는 논조로 책 한 권을 쓰기까지 했다는 점입니다. 위선자였을 수도 있고 특히 마리아 테레지아 같은 군주는 세상 천지에 저런 원수가 없다고 여겼겠으나(p90 등) 여튼 인물은 인물이라서 그런 행운도 따랐던 것 아닐까 싶습니다. p81에 나오는 동판화는 이상하게도 책에 설명이 없는데 피에르 샤를 바쿠아의 작품입니다. 

이 책에는 유독 폰 멘첼의 웅장하고 섬세한 그림들이 곳곳에 수록되었는데 사실 호엔촐레른 가문의 역사 하면 또 이 사람의 손끝에서 그 위대한 순간이 포착된 게 많기도 합니다. 또 프로이센의 영광은 인접 폴란드의 쇠망과 궤를 같이하는데 이 책만 해도 그 시작을 위대한 폴란드가 어떻게 알브레히트의 신종을 받아내었는지로 잡았고(p21), 그 절정을 1차 폴란드 분할(p93), 2차 분할(p109)에서 포착합니다. 분할은 말 그대로 프로이센 혼자 한 게 아니라 오스트리아와 함께 한 것인데, 오스트리아나 프로이센이나 과거 강성한 폴란드에 크게 신세 진 일이 있었던 걸 생각하면 이건 뭐 배은망덕하기 짝이 없는 짓이었습니다. 

프로이센은 나폴레옹 1세라는 거대한 산을 넘은 후 국력 신장의 탄탄대로를 걷고 19세기 중반 비스마르크라는 명재상을 맞아 마침내 제2제국의 꿈을 이루는데 책에서는 그를 프로이센 사상 최대 스타(p158)라고 표현합니다. 이 책에는 프란츠 폰 렌바흐의 많은 그림들을 소개하며 비스마르크의 풍모를 독자들에게 전달합니다. 덴마크, 오스트리아를 차례로 꺾은 프로이센 앞에 유일하게 남은 장애물은 프랑스였는데 당시 이 나라는 나폴레옹 3세가 다스리고 있었습니다. 이 책의 주제는 프로이센 왕실이지만 그 승승장구의 피날레를 화려하게 장식하는 전리품이라 할 수 있는 나폴레옹 3세의 모습을 담은 p176의 그림, 또 외제니 황후를 묘사한 p179의 회화를 소개하여 독자들에게 한 점의 아이러니를 선사하네요. 둘 다 독일 화가 프란츠 사버 빈터할터의 작품들입니다. 

프랑스는 1871년 무참하게 몰트케 원수의 군대 앞에 무너졌지만 1918년 기어이 복수에 성공하여 알사스 로렌을 되찾고 호엔촐레른 가문을 권좌에서 퇴장시킵니다. 달도 차면 기운다고, 세상에 영원한 건 없는가 봅니다.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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