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렌즈 튀르키예(터키) - 최고의 튀르키예 여행을 위한 한국인 맞춤형 가이드북, 최신판 ’23~’24 프렌즈 Friends 7
주종원.채미정 지음 / 중앙books(중앙북스)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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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키라는 나라가 이름을 튀르키예라고 바꾼 후 처음 만나는 프렌즈 개정판입니다. 볼륨도 프렌즈 시리즈 다른 책들에 비해 무척 두껍습니다. 원래 튀르키예는 유럽, 아시아, 아프리카 3대륙에 걸친 대제국을 이뤘고, 유럽 대륙에 한 발을 둔 고도(古都) 이스탄불이나, 보스포로스 해협 건너 아나톨리아 반도 곳곳에 오랜 지중해 문명의 유적들이 무척 많습니다. 영토도 비교적 넓은 편인데다 (비록 주인이 여러 번 바뀌었지만) 유서 깊은 고장이기까지 하니 여행자를 이끄는 attraction이 많을 수밖에 없습니다. 물론, 아직도 한국인들에게는 여행지로서 상대적으로 낯선 나라인 이곳에 대해, 프렌즈 시리즈 답게 꼼꼼하게도 온갖 정보를 다 취합, 정리하여 예쁘게 정리했기에 이처럼 두꺼워진 이유도 있겠습니다. 그래서 프렌즈 시리즈는 단순한 여행서를 넘어 인문 서적, 혹은 소 백과사전을 읽는 느낌이 언제나 듭니다. 

p113에는 아나돌루 카바으가 소개됩니다. 카바으는 Kabağı라고 쓰는데, 튀르키예는 국부(國父) 케말 파샤가 근대화를 추진하면서 제국 시절 쓰던 아랍 문자를 버리고 로마자를 씁니다. ğ는 유성 연구개 접근음인데 우리말로는 짧은 [으] 비슷한 발음이지만 사실 자음입니다. 저 표기를 잘 살펴 보면 i 같은 글자인데 점(dot)이 없습니다. 이 경우에는 모음 [으]와 좀 비슷하긴 하나 아주 약한, 모음으로서 간신히 구색만 갖춘 음가라고 할 수 있습니다. 마치 중국어 병음 표기의 i와 유사한 기능입니다. 현 터키 대통령 에르도안의 경우, CNN 같은 걸 보면 영어로 Erdogan이라 쓰는데 왜 "에르도간"이 아닌지 의아할 수 있는데 g와 ğ의 차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p90에 보면 "땅만 파면 유물이 나와 건물을 제대로 지을 수 없는, 도시 전체가 박물관인 이스탄불"이란 구절이 나옵니다. 이스탄불을 아주 잘 요약한 말입니다. 이 책에서는 구시가지(유네스코 문화유산), 신시가지, 아시아 지역 세 부분으로 나눠 이 도시를 소개합니다. 아시아 지역이 따로 있다는 게 특이한데, 그 좁디좁은 보스포로스 해협 양쪽에 걸친 도시라서 그렇습니다. 하기아 소피아(Hagia Sophia) 성당이 소개되는데, 천 년 비잔티움 제국의 수도가 정교(正敎. Orthodox)의 신앙을 이끌 때 (마치 로마 바티칸 성당처럼) 중추 시설 노릇을 했던 곳이죠. 1453년 메메드 2세가 드디어 이곳을 정복한 후 무슬림 사원인 모스크로 개조되었습니다. ἁγία는 그리스어로 "신성한"이란 뜻인데, 이게 수백년을 지나면서 터키어에서는 자음이 다 탈락하여 "아야"가 되었습니다. 따라서 이스탄불 현지에서는 "아야소피아"라고 해야 아무래도 잘 알아듣습니다. p93에 보면 "내부의 모자이크화는 회벽으로 덮였다"는 문장이 있는데, 이슬람(과 동방 정교회 일부)은 우상숭배를 엄격히 금지하기 때문이었습니다. 

p75를 보면 "레일 위를 달리는 특급호텔"이란 제목 아래 오리엔트 익스프레스가 소개됩니다. 정말 오래된 시설이자 노선이고 20세기 후반에 상업성이 떨어져 폐쇄되었습니다만, 이 책에서는 2025년에 예전 컨셉대로 부활될 것이라고 알려 줍니다. 1883년에 처음 개통되었고, 우리가 잘 아는 크리스티 여사의 그 미스테리 소설은 1934년에서야 창작되었습니다. 소설은 말할 것도 없고, 이를 주 배경, 소재로 삼았던 전혀 별개의 영화도 많이 만들어졌었습니다. 대륙과 대륙을 열차 하나로 건너는, 럭셔리 모빌리티 여행을 떠올리면 누구라도 마음이 설레지 않겠습니까.   

1차 대전 때 줄을 잘못 서서 패망한 오스만 제국은 후신도 없이 그냥 사멸할 뻔 했으나 케말 파샤의 분투 끝에 그래도 제법 큰 영역을 건사하고 인접국들과의 투쟁을 봉합한 채 터키 공화국으로 다시 태어났습니다. 유럽 쪽에서도 작지 않은 영토를 방어해 내었는데 그 증거 중 하나가 고도 아드리아노플, 현 튀르키예 어로 에디르네(p163)입니다. 로마 황제 하드리아누스(오현제 중 세번째 사람)가 이곳을 대대적으로 정비하기 전에도 이미 사람들이 제법 모여 오랫동안 살던 곳입니다. p385를 보면 심지어 에디르네에서 나무도 멀리 떨어진 안탈리아에도 하드리아누스 이름을 딴 호텔 한 군데가 추천됩니다. 

이렇게 유서 깊은 곳이니 관광객들이 찾을 만한 명소가 당연히 많습니다. p168을 보면 마케도니아 타워가 소개되는데, 에디르네에 마케도니아인들이 도달했던 건 맞으나 그래서 이름이 저리 붙은 건 아니며, 탑 자체는 역시 (알렉산더 대왕으로부터 400년 후인) 하드리아누스 때 만들어졌고 마케도니아 방향이라는 데서 명칭이 유래했습니다. 이 파트에는 유독 camii라는 말이 들어간 유적이 많이 소개되는데 "사원"이라는 뜻입니다. 현지에 가 보면 알겠지만 cami는 그냥 현대식 모스크이며, camii는 이 건축물들처럼 오래된 유적에 주로 쓰입니다. 

어느 나라 여행지라도 마찬가지이겠지만 그윽한 커피 한 잔의 여유가 여행에서 빠질 수 없고, 프렌즈 다른 시리즈에도 추천 카페 정보가 꼭 있습니다. 이 책도 그런데, 특히 튀르키예는 커피를 카페에서 즐기는 문화의 원조이기도 합니다. 오스만 제국의 그런 문화를 프랑스가 동경하여 먼저 들여왔고, 이것이 서유럽과 미국까지 퍼진 것입니다. p53을 보면 현재 튀르키예에서는 가장 대중적인 음료가 (우리 한국인이 커피를 즐기듯) çay(차이)를 즐긴다고 나옵니다. 먼 예전 중국에서 들여온 차(茶) 문화의 일종인데, çay는 홍차 비슷한 것이라고 설명되죠. p470을 보면, 그 홍차의 명산지인 리제(Rize)가 소개되네요. 

파묵칼레(p211)는 온천 마을인데, 교통편은 이 책 p39에도 나온 대로 비행기가 사실 가장 편합니다. 우리 생각보다 튀르키예가 훨씬 큰 나라이기 때문에 어디로 이동해도 항공편만한 게 없습니다. 다만 p213을 보면 오토뷔스 이용편에 대한 팁이 나오는데 이것도 비교적 잘 정비된 튀르키예 국내 버스 노선이므로 요긴하게 잘 이용할 수 있습니다. p221을 보면 도미티아누스 문 등 각종 로마 유적들이 소개되는데, 우리가 튀르키예 하면 오스만 제국의 후예로만 생각하지만 서로마 제국 시절부터 아나톨리아 반도는 나라의 든든한 산업(농업)과 국방(인력)의 기반이었습니다. 셀주크나 오스만이 영유한 기간은 그리 길지도 않고, 따라서 비잔티움 제국의 천년 유적이 얼마나 많은지는 가 봐야 실감을 합니다. 

아나톨리아 반도는 또한 지중해와 흑해에 면해 있으므로 풍광 멋진 곳이 매우 많으며, 지중해 곳곳이 다도해인 데다 이 섬들, 해안지방 여러 곳에는 고대 그리스 문화의 거점이 다수 분포합니다.  p335의 파타라가 그 대표적인 예입니다. 책에는 친절하게 고대 리키아 연맹의 수도라고 설명이 나오네요. 또 재미있는 게, 산타클로스의 유래가 된 성 니콜라스 성인(로마 가톨릭, 정교회 모두)도 여기서 태어났다고 합니다(p357). 아나톨리아가 로마 제국의 핵심 영토였던 만큼 정교회 유적도 빼놓을 수 없는 볼거리입니다. 또 책에서는 고대 리키아의 또다른 중심 카쉬를 p348에서 소개합니다. 카쉬 안에 뎀레(Demre)라는 구역이 있는데 여기가 바로 이 책에서 말하는 미라(뮈라. Myra)입니다. 행정구역상 이름이 바뀌었으나 아직도 외국인 관광객들에게는 미라, 마이라로 통하죠. 

히타이트는 우리가 세계사에서 가장 먼저 철제 무기를 사용했던 종족으로 배웠습니다. 유적이 비교적 늦게 발견되었고 기독교 구약에 언급된 헷 족과 연계해서 이를 (영어식으로) 히타이트라 부릅니다(-ite가 족속, 민족이라는 뜻). 이 왕국도 아나톨리아 반도에 자리했었는데 물론 셀주크, 오스만이나 현대의 튀르키예인들과는 혈연상 아무 관련이 없습니다. 책 p549에 그 도읍지로 알려진 보아즈칼레가 나옵니다. p791의 약사(略史)도 참조하십시오. 

1963년에서야 겨우 발견된, 아마도 가장 역사가 오래된 구조물 중의 하나일 괴베클리 테페가 p678에 소개됩니다. 무려 12000년이나 된 이 구조물이, 책에서도 설명하지만 무슨 용도로 만들어졌으며 정작 그 근처에 인간의 정착 흔적이 없다는 것도 수수께끼입니다. 이 일대가 샨르우르파 지방인데, 사실 좋은 숙소가 그리 많지는 않은 곳입니다. p682의 귀벤은 저도 가 봤는데 그나마 가성비가 좋았습니다.   

요즘뿐 아니라 2018년부터 튀르키예는 외환 사정이 매우 불안합니다. 무려 5년째 리라화 가치가 매우 낮은 수준에서 형성되는데, 이 때문에 외국 관광객들에게는 오히려 여행의 적기이기도 합니다(현재 엔저로 일본 여행 많이들 가는 것처럼). p774를 보면 튀르키예를 아주 크게 구분한 지도가 하나 나오는데 여행 계획은 이런 지도를 먼저 보고 세우는 게 좋죠. 물론 프렌즈 시리즈에는 우리들의 그런 고민을 대신해서 각종 장단기 코스가 여러 상황을 가정하여 짜여진 게 고맙게도 이미 제시되었지만 말입니다. 화장실은 대부분 유료이며 숙박료에는 조식 포함이 원칙이고, 쯧, 욕 같은 말은 공격적인 표현이 아니라 그저 "아닙니다"라는 의사표시라는 점도 여행자들에게는 요긴한 지식입니다. 이래서 프렌즈입니다.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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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민규.해커스 무역연구소 지음 / 해커스금융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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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무역사는 무협에서 주관하는 정평 있는 자격증입니다. 관세사나 보세사만은 못하지만 쓰임새가 많기 때문에 많은 수험생들이 선호하는 스펙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난이도가 아주 높은 편은 아니기 때문에, 깔끔하게 잘 정리된 교재 한 권을 골라 짧은 기간 동안 죽었다고 생각하고 집중적으로 판 후 합격하는 게 가장 좋은 방법입니다. 

몇 달 전 관세사와 보세사 책을 리뷰했는데 아무래도 다 무역 관련 자격증들이다 보니 겹치는 내용이 꽤 됩니다. p72에 보면 인코텀즈(2020 버전)가 나오는데 뭐 이 분야 수험생들이라면 빠삭하게 알아야 합니다. 확실히 해커스 교재라서 이런저런 인포그래픽이 더 깔끔하고 편집이 눈에 잘 들어옵니다. p73의 저 일러스트는 미 상무부에서 낸 공식 브로셔에 나오는 걸 그대로 옮겼네요^^ 

p73의 인코텀즈 중 EXW 항목에서 For delivery to occur, the seller does not... 이 문장은 EXW의 핵심을 정의한 규정입니다. 몇 조 몇 항 같은 건 없습니다. 바로 밑에 해석도 나와 있듯이 이 문장은 이른바 to 부정사의 부사적 용법, 그 중에서도 목적의 용법입니다("인도가 일어나기 위하여.."). 인코텀즈 원문은 불친절하게 한 문장으로 줄줄 이어지지만 이 교재에서는 의미 단위로 잘 끊어서 수험생들의 이해를 돕습니다.  

공장인도는 매수인에게 가장 불리한 조건인데 무려 매도인의 공장(꼭 공장일 필요는 없고 양쪽 합의 하에 지정된 장소이면 충분합니다. 대체로는 매도인의 영업구내)에 적치(placing)만 해 두면 모든 책임을 면합니다. 매수인은 알아서 자기 권역으로 물건을 가져가야 하고, 교재에 나오듯이 차량 적재라든가 수출통관을 해 줄 필요도 없는 게 이 EXW입니다. EXW는 책에도 나오듯 Ex works의 약자인데, ex는 전(前)이란 뜻은 아니고 "~로부터"라는 라틴어 전치사입니다(먼 어원은 같지만). 작업장(공장)에서부터 매수인의 책임이 시작된다는 뜻입니다.   

이 교재가 참 마음에 드는 게, 편집이 너무 좋습니다. 솔직히 말해서 종이책 교재에서 담은 내용이라는 게 다 거기서 거기고, 결국 수험생 입장에서는 저 방대한 내용들이 어떻게 한눈에 잘 들어오느냐가 관건인데, 제가 보기엔 이 교재가 편집이 가장 깔끔했네요. 그래서 제가 지금 관세사 책도 해커스 교재로 따로 알아보는 중입니다. 원래는 가장 두꺼운 책 하나만 골라서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그냥 파는 스타일인데... 확실히, 학원에서는 돈 좀 더 들여서 디자인팀도 최고 수준으로 따로 쓸 필요가 있습니다. 

p158에 보면 선하증권의 배서가 나옵니다. 선하증권은 선화증권이라고도 하는데, 화(貨)나 하(荷)나 여기서는 문맥상 다 말이 통하기 때문에 이 둘 다 옳은 표기입니다. 선하증권은 유가증권의 일종이기 때문에 배서(背書. endorsement)를 통해 소유를 이전할 수 있습니다. 실무에서 어떤 여직원들을 보면 이 배서를 꼭 이서, 이서(裏書)라고 하는데, 이서는 우리 어법에서 뜻이 안 통하는 순수한 일본식 어휘이므로 절대로 쓰면 안 됩니다(사회, 자연, 문화 등처럼 이미 한국 현실에서 언중 사이에 확고히 굳은 예들과는 다릅니다). 이서가 배서로 대체된 건(법적으로나 학문적으로나) 이미 수십 년이 넘었는데도 아직 매뉴얼을 따르지 않고 선배 언니들한테만 일을 배우려 드는 특유의 미개한 풍조가 아직 안 고쳐져서입니다. 악착같이 이서를 고집하는 사람들은, 과연 이서라는 글자를 한자로 쓸 수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미국 정계에서 어느 유명인사가 특정 후보를 지지할 때도 이 말을 쓰죠. 사실 endorse는 우리말로 "지지"로 옮겨질 게 전혀 아닙니다. endorse는 일종의 "보증"을 서는 것이며, 따라서 훨씬 강한 의미입니다. 저 유가증권 이전행위도 보증책임의 일종이 법리적으로 배서인들에게 다 따라붙습니다. 공부를 해 보면 다 알 수 있는 내용입니다. 

p269에 보면 신용장결제방식 설명이 나오는데 정말 이 파트를 보고 나서 헷갈리던 게 싹! 정리되었습니다. 영화 <클레멘타인>을 보고 "암이 나았습니다"가 아니라(ㅋㅋ), 정말로 무역 관련 교재 보면서 이렇게 깔끔하게 사항 정리를 해 낸 편집은 처음 봤습니다. 이 교재는 또 "영어로는 이렇게 나온다!" 코너를 따로 박스를 쳐서 정리해 두었는데 이런 시도도 저는 처음 보는 편집상의 센스였네요. 아무래도 무역이다 보니 영어문구, 혹은 조항이 많이 나올 수밖에 없는데 본문에 막 섞어 두기보다 이렇게 구분해 주는 게 훨씬 잘 이해가 잘 되죠. p271에 신용장 관련용어가 표로 잘 정리되었는데 무역은 본래 한자용어만 쓰면 아무 소용없고(우리끼리만 이해하면 뭐합니까? 저쪽에서 알아먹어야죠), 이렇게 영어로 써야 무슨 일이라는 게 진행될 수나 있습니다.  

매 단원이 끝나면 핵심기출 다시보기가 나오는데 OX 체크 형식입니다. 책 맨 앞에 절취가 가능한 핵심 빈출 문장 미니북도 있는데 이 역시 도움이 되는 배려입니다. 4편은 무역영어인데 출제 유형을 크게 6가지로 구분해 놓았네요. 어떤 교재를 보면 지루하게 기출문제만 죽 늘어놓았는데 그래서는 학습 의욕이 생기지 않습니다. 문제를 전략적으로 정복할 수 있는 어떤 방법론이 이처럼 제시가 되어야 합니다.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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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하면 정말로 부자가 될 수 있는가? - 특별한 삶을 여는 28가지 열쇠
라미 엘 바트라위 지음, 김영정 옮김 / 책장속북스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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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폴레온 힐의 <생각하라, 그러면 부자가 되리라>라는 자계서 고전이 있습니다. 그 책의 원 제목은 "Think and Grow Rich"입니다. 지금 이 책, <생각하면 정말로 부자가 될 수 있는가?>는 현대의 인기 자계서 저자 라미 엘 바트라위가 쓴, 나폴레온 힐의 그 고전에 대한 일종의 헌정서입니다. 나폴레온 힐도 자신이 직접 체험한 풍부한 사례를 들어 가며 교훈 외에도 재미를 더해 가며 책을 꾸몄는데, 라미 엘 바트라위의 이 책도 마찬가지입니다. 올해 63세인 그는 미국 국적의 성공한 사업가이며 이름에서 알 수 있듯 중동 사람, 그 중에서도 이집트인의 혈통입니다. 그가 어렸을 때 양친이 북미로 이민했고, 캐나다에서 초등학교를 마칠 무렵 바로 저 나폴레온 힐의 고전을 읽었으며, 어찌 보면 이 책은 무려 50년 간의 준비 과정을 거쳐 세상에 나왔다고도 할 수 있습니다. 

이 책 제목, 특히 원제는 자칫 잘못 읽으면 나폴레온 힐이나 자계서 일반을 비판하는 취지를 담은 듯 오해될 수도 있습니다. 앞에서도 말했지만 힐의 고전에 대한 열렬한 트리뷰트이며, 당신의 책 덕분에 내가 이처럼 성공할 수 있었다는 고백문이기도 합니다. 성공하기 위해 누구라도 지녀야 할 첫째 습관은 바로 "전념"입니다. 많은 사람들은 그저 분수에 넘는 터무니없는 욕심만 품을 뿐이지 그 과제, 목표에 대한 헌신을 하지 않습니다. 저자는 말합니다. "나는 날마다 계획을 세웠고, 정리하는 법을 배웠다." 나의 인생에 도움이 될 만한 저자가 쓴 책을 읽고, 영감을 얻으며, 나의 인생이 최종 목표에 도달하기까지 앞으로 얼마나 남았는지 끊임없이 점검하고 자신을 가다듬습니다. 이게 말이 쉽지 하루라도 허투루 보내지 않으려고 집요하게 저런 습관을 내재화하는 건 결코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닙니다.  

12세라는 나이가 이 책에는 자주 나옵니다(p23, p39, p57 등). 아주 어린 나이에 자기 인생 진로를, 좋은 책 한 권 읽고 나서 확고히 정한 후에, 그야말로 입지전적으로 자수성가를 한 인물답다고 하겠습니다. 우리가 자계서 하면 대뜸 떠올리는 게, 무조건 긍정, 앞도 뒤도 없이 긍정, 그저 긍정만 강조하는 내용입니다. 물론 긍정의 태도는 분명 사회 생활에 큰 도움이 되며, 적어도 자신의 마음을 비뚤어지게 방치하고 불평불만으로 채우는 것보다야 낫습니다. 그런데 그 긍정이라는 것도 어느 정도 자기 마음에 진지한 뿌리를 내려야 하는 것이지, 입만 갖고 긍정긍정해 봐야 효과가 잘 날 리 없습니다. 저자는 말합니다. "넘쳐나는 부정적 사고를 긍정적 사고로 아주 얇게 덮고 있다면 그것만으로는 특별한(extraordinary) 인생은 고사하고 성공적인 인생도 살기 힘들 것이다(p35)."  

그럼 어떻게 해야 하는가? 저자는 의식의 표층뿐 아니라, 무의식 레벨에까지 긍정을 심어야 한다고 힘주어 강조합니다. 우리들도, 책 한 권 읽고 나서 혹은 영화 한 편 보고 나서 막 기분이 고양되고 이전과는 다른 사람이 된 듯 이제부터 안 될 일이 없을 듯 느낄 때가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 후 어땠습니까? 뭐 하루 정도 지나고 나면 예전의 나와 한 치도 다를 바 없는... 그래서 저자는 "그래서는 안 된다. 습관을 통해, 의식이건 무의식이건 완전히 다른 나를 만들어가야 한다"고 합니다.  

일단 내가 금수저라면 "아 성공해야지" 같은 어떤 강렬한 동기의식이 생기기 어렵습니다. 물론 도널드 트럼프나 이건희처럼, 부친이 물려준 것 몇 백 몇 천 배의 성공을 위해 칼을 가는 아주 드문 예들이 있긴 합니다. 하지만 대부분은 돈이 없거나 부족하고 그래서 나도 한번 성공해 보겠다고 이를 바득바득 가는 건데... 이런 사람들은 일단 남의 돈으로 스타트를 끊어야 합니다. 참 마땅치 않죠. 하지만 당장 사업 밑천이 없는데 어쩌겠습니까. 

이런 부분이 참 어렵습니다. 돈을 빌려 보겠다고 함부로 찾아오는 사람을 다 사기꾼 취급하여 돌려보낼 수도 없고, 어떤 자는 마치 무슨 자신이 거꾸로 큰 호의라도 베푸는 양 작은 선심을 먼저 쓰면서, 아니 너 날 못 믿겠냐고 보증을 강요하면서 상대의 마음을 약하게 한 후 돈을 일단 뜯어 내고, 어디서 약점 같지도 않은 약점을 들먹이며 자신이 주도권을 잡은 후에, 돈은 영영 행방불명이 되게 한 후 사기 범죄를 완수합니다. 한국 사회에서 흔하디흔하게 발견되는 패턴이죠. 말투는 무슨 자신이 큰 성공이나 하고 살아온 양 확신에 가득차 있습니다만 아무런 근거가 없는 자기만의 광신입니다. 그 자식놈을 비롯 자손 만대가 저주를 받을 행각이 아닐 수 없습니다. 아니 이미 받고 있네요. 어디서 사람 구실도 못 할 놈을 다잡아서 대학에나 간신히 보내 놓았더니 은혜를 원수로 갚는... 

라미 엘 바트라위는 성공한 사업가입니다. 그 배경에는 24세(1985)에 당시 세계 최고의 무기 거래상이었던 아드난 카쇼기를 모범삼아 기어이 성취를 해 내고 만 실적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아드난 카쇼기는 1980년대 신문 외신란이나 잡지 같은 걸 보면 아주 자주 등장했던 사람이며 6년 전(2017)에 타계했습니다. 이 사람은 사우디 출신인데 저자 라미 엘 바트라위와 같은 아랍계라서 통하는 점도 많았을 것입니다. 저자가 카쇼기를 만난 게 불과 27세 때였습니다. 아무리 24세에 큰 돈을 번 젊은이라고 해도 세계 거물들과 만나 정세를 쥐락펴락하는 장년 사업가가 쉽게 만나 주겠습니까. 이 과정도 상당히 재미있게 서술해 놓았네요. 카쇼기는 한국 출신 여성 로비스트 린다킴과도 돈독한 사이로 알려진 바 있습니다.  

<화성에서 온 남자 금성에서...>라는 책이 한국에서도 큰 히트를 친 바 있습니다. 저자께서는 그 책에 대해서도 큰 흥미를 느끼고 인포머셜을 통해 몇 배의 더 큰 성공을 거두게 하는 마케팅을 시도했고, 존 그레이는 처음에 내켜하지 않다 마침내 윈윈의 성과를 거두게 됩니다. 이 모든 것이 남도 살리고 나도 사는 공존의 마인드를 가진 사람이었기에 성공했으며, 속에 아주 타락한 심뽀를 숨기고 남한테 해코지나 하려는 사기꾼의 술수였다면 반드시 실패했을 것입니다.   

저자가 언제나 성공가도를 달려 온 건 아니며 자신이 아드난 카쇼기를 처음 만났을 때 상대의 나이와 같은 나이에 파산을 한 적이 있었습니다. 이게 지금으로부터 7년 전이었으나 지금은 또 보란 듯이 재기했습니다. 남을 딛고 일어서려는 못된 마음이 없는, 선한 영향력을 행사하려는 사람들의 공통적인 특징이죠. p163에 보면 앞의 그 존 그레이가 이때 저자를 도와 줬다고 합니다. 일이 잘 풀리는 선순환 관계, 아주 그 전형을 보는 듯합니다. 감동적이었습니다.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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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다 마사노리의 매니지먼트
간다 마사노리 지음, 김수연.이수미 옮김 / 두드림미디어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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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를 올바르게 경영하는 방법은 아마도 대학 학부 과정의 경영학에서 어지간히 배울 수 있겠습니다. 그 내용만 해도 엄청난 분량이며 난도도 높은 편입니다(재무관리, 회계, OR). 그런데 정작 경영 일선에서는 이런 교과서에서 터치하는 부분 외의 다른 요소가 회사 장래를 좌우하는 경우가 잦습니다. 저자는 이를 두고 뒷면의 매니지먼트라 이름을 붙이는데, 실제로 위대한 창업을 이뤄낸 사람들은 이런 뒷면 경영을 효과적으로, 능숙하게 해 낸 분들이 많았습니다. 창업의 성패에 대해 솔직하게 자신만의 노하우를, 이런 책의 형식으로 펴낸 저자분의 용기(?)에 대해 감탄하고, 또 고마워하게 되네요. 

우리 한국이나 일본이나, 그저 단기간에 돈만 보고 가자며 무리하게 일을 밀어붙이고, 어떤 인간적 가치를 희생시키며 질주 내지 폭주하는 수가 많습니다. 한때는 저래야 성공한다며 비인간적 경영을 무지성으로 찬양하는 풍조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저자는 이런 방식이 단기적으로는 효과를 보는 것 같아도, 장기적으로는 거의 반드시 하락세를 탄다고 경고합니다. p40에는 간다 마사노리씨 특유의 경영관을 반영한 그래프 두 개가 나오는데, 인적 가치를 희생하면서까지 단기 이익에만 치중한 기업들이 결국에는 성과가 좋지 않게 나옴을 저자 나름의 실증 데이터(?)에 의해 보여 줍니다. 물론 이 중에는 "마음챙김, 행복" 같은 추상적인 가치도 있으므로 너무 맹신할 것은 아닙니다. 

샐러리맨 같은 방식으로는 창업, 신분야 진출, 신상품 개발 등에 성공할 수 없다는 게 저자의 오랜 지론입니다. 샐러리맨 같은 방식이 뭐냐면, 정해진 일만 아주 성실하게, 궤도 이탈 없이 해 내는 걸 말합니다. 창업자가 기발한,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내었고 소비자들도 호응합니다. 초기 판매도 폭발적이었습니다. 그런데... 반품 요청이 쇄도합니다. 막상 써 보니 원래 기대했던 품질이 아니더라는 겁니다. 저자는 이런 도입기에서 창업자들이 곧잘 마주치는 좌절을 두고 "제1의 함정"이라고 부릅니다. 

그러면 이런, 소위 제1의 함정을 피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쉽게 말해, 영혼을 갈아넣어야 한다는 겁니다. 안 팔릴 상품도 소비자들이 사장의 저런 열성을 봐서라도 하나는 사 줄 정도가 되어야 한다는 거죠. 물론 그렇다고 품질이 정말로 뒤처지면 안 됩니다. 품질 이슈의 극복도 결국 사장이 영혼을 갈아넣을 정도로 집착하고 매달려야 해결이 가능하단 소립니다.   

"자녀의 병을 고치려면 먼저 그 부모를 교육하라." 참 맞는 말입니다. 부모의 문제를 고치면 자녀 문제가 자동으로 해결되는 수가 많습니다. 이 말을, 현재 기업 경영 문제를 논하는 저자가 왜 꺼내느냐, 바로 가정의 사소해 보이는 문제가 발단이 되어 기업 경영에까지 심대한 해를 끼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는 것입니다. 남편(사장)은 회사가 잘되는 걸 아내 앞에서 자랑합니다. 아내는 겉으로는 호응하지만 속으로는 서운해합니다. '내가 가정을 이 정도로 돌보니 당신이 회사에 집중할 수 있다는 건 몰라?' 그러면서 더욱 육아, 가사에만 치중하는데, 사장은 자신의 성공에 공감 못 하는 듯 보이는 아내를 향해 더욱 노여움을 품게 됩니다. 이러다가 자신의 업무 사소한 데까지 공유가 가능한 회사 여직원과 급기야 바람이 나는데... 과연 이런 과정을 겪고도 일에 전념할 수 있겠는가. 이게 저자가 말하는 제2의 함정입니다.    

새로운 걸 배우는 능력은 대뇌신피질이 훨씬 빠르며, 변연계는 감정을 주관하는 터라 배움이 느립니다. 그런데 관리자로서 지속적으로 능력을 발휘하려면 이 변연계에서 마음을 확실히 먹어 줘야만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 사장은 첫째 쉬는 시간이건 뭐건 지속적으로 직원들에게 잔소리도 하고 달래기도 해서, 사장 자신의 마인드를 변연계 레벨에다가 심어 주는(...) 것입니다. 이게 첫번째 방법이고, 두번째 방법은 창업자의 강력한 카리스마를 자연스럽게 확산시키는 방법입니다. 두번째 방법은 창업자라고 이게 다 되는 게 아니라서 누구나 사용할 수 있는 방법이 아닙니다. 책에서는 마쓰시타 고노스케의 예를 드는데, 우리 나라라면 정주영, 김우중, 이건희 등이 비슷한 경우이겠습니다.  

이 책에는 기업의 생애주기라는 개념에 바탕을 둔 논의가 매우 많습니다. 특히 p237을 보면 각 생애 단계에 걸맞은 활동이 정해져 있어, 이 단계에 맞지 않은 기업 활동이 소기의 성과를 내기 무척 어렵다는 결론을 냅니다. 또 시대의 흐름이라는 게 있기 때문에, 정 기업의 현 단계가 부적합하다면 아예 기존 단계를 버리고 다른 생애주기로 갈아탈 수도 있습니다(p191 참조). 창업자는 대체로 대담하고 창의적인 인물들이지만 그 역시 어떤 패턴에 지배되기 쉽습니다. 책에서 내리는 중요한 결론은, (자기) 패턴을 알고 있는 경영자라야, 그 패턴으로부터 초월할 수도 있다(p124)는 것입니다.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작성한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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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시장 인베스트
김태선 지음 / 두드림미디어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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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투자에 관한 책입니다. 책 제목만 보면 잠시 환경보전이라는 가치의 중요성에 대해 설명한 내용으로 오인할 수 있으나(하지만 책 제목에도 "인베스트"라는 말이 들어 있죠), 그렇지 않고 탄소배출권이라는 권리가 시장에서 어떻게 거래되는지를 알기 쉽게 풀어 주는 책입니다. 마치 주식이나 채권, 혹은 다양한 금융파생상품의 투자 방법을 가르쳐 주는 책들과도 성격이 같습니다. 

저도 몰랐는데 2015년 1월 12일 이미 한국에서도 이 탄소배출권 시장이 개장을 했다고 책에 나옵니다. 탄소배출권이란, 어떤 국가나 기업이 탄소를 얼마나 배출할 수 있는지를 표시한 권리입니다. 공장이나 시설이 생산 활동 중 아예 탄소(오염 물질)를 배출하지 않으면 좋겠지만 현실적으로 그건 힘드니, 돈을 내고 배출하게 만드는 제도입니다. 탄소를 좀 더 배출하고 싶으면, 탄소를 배출할 일이 없거나 적은(따라서 탄소 배출권이 남아 도는) 다른 기업 다른 나라한테서 이 권리를 사서 배출하면 됩니다. 물론 환경에 너무도 치명적인 오염 물질이라면 이건 배출권으로 상품화할 수 없습니다. 

어떤 기업에 대해 그 장래가 유망하다고 판단이 되면, 그 기업에 대해 상대적으로 덜 유망하다고 보는 기존 주주(보유자)한테서 주식을 사 들이면 됩니다. 이게 주식 시장의 본질입니다. 한국에는 규모가 크고 사회적 신뢰가 확고한 기업의 주식이 주로 거래되는 코스피가 있고, 지금은 이익을 미미하게 내거나 적자이지만 앞으로 장래가 기대되는 기업은 코스닥에서 거래됩니다. 전자를 공식 명칭을 따라서 "유가증권시장"이라고도 부르는데, 코스피뿐 아니라 코스닥도 엄연히 유가증권을 거래하는 곳이므로 이 명칭은 식별력이 떨어집니다.  탄소 배출권에도 이 원리가 적용되게 하려는 게 탄소배출권 시장입니다. 

그렇다고는 하나 탄소배출권은 이 기업 저 기업 다양한 개성을 지닌 주식처럼 다양성이 있는 게 아니라 단일한 권리이므로 현실적으로 저런 유가증권시장, 선물 시장 만한 활력이 돌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들긴 합니다. 그런데 아직 많은 사람들이 주목하지 않은 시장에 내가 먼저 진출하면, 비교적 덜 연구를 하거나 실력이 타 플레이어에 비해 출중하지 않아도 이익을 좀 쉽게 낼 수 있습니다. 이를테면 2016년 코인 시장 같은 게 그 예인데, 코인의 종류도 적었고(적었기 때문에 오히려 더 유리) 코인의 원리가 뭔지 전혀 몰라도 큰 돈을 번 사람들이 있었습니다. 지금은 전혀 그렇지 않죠. 별의별 코인들이 다 나온데다 고수들이 다들 눈에 불을 켜고 거래에 임하니까요. 

탄소배출권의 상품성에 대해 아직 반신반의하는 분들은 이 책 p142를 먼저 읽어 보십시오. 탄소배출권이라는 게 실제 어떻게 거래되는지 사례가 나와 있기 때문에 이해가 더 쉽습니다. 아마도 이런 사례가 실제 있었을 듯한데, 탄소배출권이라는 게 기업, 국가별로 기본으로 공평하게 분배되는 것도 있습니다만, 이 사례에서처럼 환경 보호에 혁신적인 기여를 하는 제품, 시스템을 개발한 기업과 개인에게 유엔에서 특별히 탄소배출권을 부여하는 수가 있습니다. 이걸 그 기업(혹은 개인)은 시장에다 팔아서 현금화할 수 있습니다. 주식은 1주 단위(요즘은 소수점 단위로 쪼개기도 합니다)로 거래되지만, 탄소배출권은 1톤 단위로 거래됩니다. 주식, 채권, 선물, 현물은 물론 차트를 보고 그때그때 짧게짧게 적절히 먹고 빠져나올 수 있지만 중장기 투자를 주로 하는 사람들은 밸류에이션이라는 걸 중시합니다. 그런 사람들은 그 나름의 근거를 갖고 계산한 적정가 이하에는 팔지 않는 걸, 혹은 적정가 이상으로는 사지 않는 걸 원칙으로 삼습니다. 이 사례에서는 A사가 톤당 15유로를 자체 적정가로 삼고 투자 전략을 짭니다.  

코인 시장(플랫폼)을 보면 이 나라 저 나라에 다양한, 각자 독립된 시장이 있는데(대부분 민간 조직입니다) 같은 비트코인이라고 해도 한국의 거래소에서 좀 비싸게 거래되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러면 싼 시장에서 사다가 한국에서 비싸게 팔면 되겠다 싶은데(이런 걸 arbitrage라고 하죠) 외환거래 규제가 각국마다 있는데다 수수료 문제도 있으므로 쉽지는 않습니다. 이 사례에서 A사는 ACX에서 주로 거래를 한다고 나옵니다. 한국 플랫폼이 거래액도 적고 재미가 덜하다고 여기면 그럴 수도 있겠습니다.  

p160에 보면 이월제한제도란 게 나와서, 모 매체에서 이에 대해 비판한 아티클이 나옵니다. 아마도 주식 채권 시장에서 이월제한이라는 건 아예 개념상으로 상상 자체가 불가능합니다(뭐 아예 안 될 건 없겠지만). 이 제도가 있는 이유는 탄소배출권 시장이 아직 초기 단계라서 유동성이 부족하기 때문입니다. 유효기간이 없다면 세월아 네월아 어느 시절에 이 권리가 거래될지 모를 지경까지 갈 것입니다. 그런데 이월이 제한되니 가격변동폭이 너무 커져서 시장의 건전성을 해치는 현상도 나타납니다. 사실 솔직하게 말하면 가격변동폭이라는 게 좀 커야 사람들이 몰려듭니다.  

이월제한이라는 게 있다는 건, 이 권리가 소멸의 위험이 있다는 걸 뜻합니다. 책에서는 코로나19 때문에 이 위험이 현실에 접근했던 분위기를 전합니다(p178). 그러나 책에서는 몇 가지 이유 때문에 탄소배출권이 그 가치가 0이 되는 일은 없으리라고 전망합니다. 사실 생각해 보면 좀 슬픈 일이기도 합니다. 우리가 환경 오염의 덫에서 영원히 자유로울 날이 없으리라는 뜻도 되니 말입니다. 

탄소배출권도 일반 투자상품과 크게 다르지는 않다는 전제 하에 파생상품 투자 방법론이 알기 쉽게 설명되었습니다. 이 대목은 일반 투자론으로 받아들이고 공부할 교재로 활용해도 될 것 같습니다.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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