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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렌즈 튀르키예(터키) - 최고의 튀르키예 여행을 위한 한국인 맞춤형 가이드북, 최신판 ’23~’24 ㅣ 프렌즈 Friends 7
주종원.채미정 지음 / 중앙books(중앙북스) / 2023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터키라는 나라가 이름을 튀르키예라고 바꾼 후 처음 만나는 프렌즈 개정판입니다. 볼륨도 프렌즈 시리즈 다른 책들에 비해 무척 두껍습니다. 원래 튀르키예는 유럽, 아시아, 아프리카 3대륙에 걸친 대제국을 이뤘고, 유럽 대륙에 한 발을 둔 고도(古都) 이스탄불이나, 보스포로스 해협 건너 아나톨리아 반도 곳곳에 오랜 지중해 문명의 유적들이 무척 많습니다. 영토도 비교적 넓은 편인데다 (비록 주인이 여러 번 바뀌었지만) 유서 깊은 고장이기까지 하니 여행자를 이끄는 attraction이 많을 수밖에 없습니다. 물론, 아직도 한국인들에게는 여행지로서 상대적으로 낯선 나라인 이곳에 대해, 프렌즈 시리즈 답게 꼼꼼하게도 온갖 정보를 다 취합, 정리하여 예쁘게 정리했기에 이처럼 두꺼워진 이유도 있겠습니다. 그래서 프렌즈 시리즈는 단순한 여행서를 넘어 인문 서적, 혹은 소 백과사전을 읽는 느낌이 언제나 듭니다.
p113에는 아나돌루 카바으가 소개됩니다. 카바으는 Kabağı라고 쓰는데, 튀르키예는 국부(國父) 케말 파샤가 근대화를 추진하면서 제국 시절 쓰던 아랍 문자를 버리고 로마자를 씁니다. ğ는 유성 연구개 접근음인데 우리말로는 짧은 [으] 비슷한 발음이지만 사실 자음입니다. 저 표기를 잘 살펴 보면 i 같은 글자인데 점(dot)이 없습니다. 이 경우에는 모음 [으]와 좀 비슷하긴 하나 아주 약한, 모음으로서 간신히 구색만 갖춘 음가라고 할 수 있습니다. 마치 중국어 병음 표기의 i와 유사한 기능입니다. 현 터키 대통령 에르도안의 경우, CNN 같은 걸 보면 영어로 Erdogan이라 쓰는데 왜 "에르도간"이 아닌지 의아할 수 있는데 g와 ğ의 차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p90에 보면 "땅만 파면 유물이 나와 건물을 제대로 지을 수 없는, 도시 전체가 박물관인 이스탄불"이란 구절이 나옵니다. 이스탄불을 아주 잘 요약한 말입니다. 이 책에서는 구시가지(유네스코 문화유산), 신시가지, 아시아 지역 세 부분으로 나눠 이 도시를 소개합니다. 아시아 지역이 따로 있다는 게 특이한데, 그 좁디좁은 보스포로스 해협 양쪽에 걸친 도시라서 그렇습니다. 하기아 소피아(Hagia Sophia) 성당이 소개되는데, 천 년 비잔티움 제국의 수도가 정교(正敎. Orthodox)의 신앙을 이끌 때 (마치 로마 바티칸 성당처럼) 중추 시설 노릇을 했던 곳이죠. 1453년 메메드 2세가 드디어 이곳을 정복한 후 무슬림 사원인 모스크로 개조되었습니다. ἁγία는 그리스어로 "신성한"이란 뜻인데, 이게 수백년을 지나면서 터키어에서는 자음이 다 탈락하여 "아야"가 되었습니다. 따라서 이스탄불 현지에서는 "아야소피아"라고 해야 아무래도 잘 알아듣습니다. p93에 보면 "내부의 모자이크화는 회벽으로 덮였다"는 문장이 있는데, 이슬람(과 동방 정교회 일부)은 우상숭배를 엄격히 금지하기 때문이었습니다.
p75를 보면 "레일 위를 달리는 특급호텔"이란 제목 아래 오리엔트 익스프레스가 소개됩니다. 정말 오래된 시설이자 노선이고 20세기 후반에 상업성이 떨어져 폐쇄되었습니다만, 이 책에서는 2025년에 예전 컨셉대로 부활될 것이라고 알려 줍니다. 1883년에 처음 개통되었고, 우리가 잘 아는 크리스티 여사의 그 미스테리 소설은 1934년에서야 창작되었습니다. 소설은 말할 것도 없고, 이를 주 배경, 소재로 삼았던 전혀 별개의 영화도 많이 만들어졌었습니다. 대륙과 대륙을 열차 하나로 건너는, 럭셔리 모빌리티 여행을 떠올리면 누구라도 마음이 설레지 않겠습니까.
1차 대전 때 줄을 잘못 서서 패망한 오스만 제국은 후신도 없이 그냥 사멸할 뻔 했으나 케말 파샤의 분투 끝에 그래도 제법 큰 영역을 건사하고 인접국들과의 투쟁을 봉합한 채 터키 공화국으로 다시 태어났습니다. 유럽 쪽에서도 작지 않은 영토를 방어해 내었는데 그 증거 중 하나가 고도 아드리아노플, 현 튀르키예 어로 에디르네(p163)입니다. 로마 황제 하드리아누스(오현제 중 세번째 사람)가 이곳을 대대적으로 정비하기 전에도 이미 사람들이 제법 모여 오랫동안 살던 곳입니다. p385를 보면 심지어 에디르네에서 나무도 멀리 떨어진 안탈리아에도 하드리아누스 이름을 딴 호텔 한 군데가 추천됩니다.
이렇게 유서 깊은 곳이니 관광객들이 찾을 만한 명소가 당연히 많습니다. p168을 보면 마케도니아 타워가 소개되는데, 에디르네에 마케도니아인들이 도달했던 건 맞으나 그래서 이름이 저리 붙은 건 아니며, 탑 자체는 역시 (알렉산더 대왕으로부터 400년 후인) 하드리아누스 때 만들어졌고 마케도니아 방향이라는 데서 명칭이 유래했습니다. 이 파트에는 유독 camii라는 말이 들어간 유적이 많이 소개되는데 "사원"이라는 뜻입니다. 현지에 가 보면 알겠지만 cami는 그냥 현대식 모스크이며, camii는 이 건축물들처럼 오래된 유적에 주로 쓰입니다.
어느 나라 여행지라도 마찬가지이겠지만 그윽한 커피 한 잔의 여유가 여행에서 빠질 수 없고, 프렌즈 다른 시리즈에도 추천 카페 정보가 꼭 있습니다. 이 책도 그런데, 특히 튀르키예는 커피를 카페에서 즐기는 문화의 원조이기도 합니다. 오스만 제국의 그런 문화를 프랑스가 동경하여 먼저 들여왔고, 이것이 서유럽과 미국까지 퍼진 것입니다. p53을 보면 현재 튀르키예에서는 가장 대중적인 음료가 (우리 한국인이 커피를 즐기듯) çay(차이)를 즐긴다고 나옵니다. 먼 예전 중국에서 들여온 차(茶) 문화의 일종인데, çay는 홍차 비슷한 것이라고 설명되죠. p470을 보면, 그 홍차의 명산지인 리제(Rize)가 소개되네요.
파묵칼레(p211)는 온천 마을인데, 교통편은 이 책 p39에도 나온 대로 비행기가 사실 가장 편합니다. 우리 생각보다 튀르키예가 훨씬 큰 나라이기 때문에 어디로 이동해도 항공편만한 게 없습니다. 다만 p213을 보면 오토뷔스 이용편에 대한 팁이 나오는데 이것도 비교적 잘 정비된 튀르키예 국내 버스 노선이므로 요긴하게 잘 이용할 수 있습니다. p221을 보면 도미티아누스 문 등 각종 로마 유적들이 소개되는데, 우리가 튀르키예 하면 오스만 제국의 후예로만 생각하지만 서로마 제국 시절부터 아나톨리아 반도는 나라의 든든한 산업(농업)과 국방(인력)의 기반이었습니다. 셀주크나 오스만이 영유한 기간은 그리 길지도 않고, 따라서 비잔티움 제국의 천년 유적이 얼마나 많은지는 가 봐야 실감을 합니다.
아나톨리아 반도는 또한 지중해와 흑해에 면해 있으므로 풍광 멋진 곳이 매우 많으며, 지중해 곳곳이 다도해인 데다 이 섬들, 해안지방 여러 곳에는 고대 그리스 문화의 거점이 다수 분포합니다. p335의 파타라가 그 대표적인 예입니다. 책에는 친절하게 고대 리키아 연맹의 수도라고 설명이 나오네요. 또 재미있는 게, 산타클로스의 유래가 된 성 니콜라스 성인(로마 가톨릭, 정교회 모두)도 여기서 태어났다고 합니다(p357). 아나톨리아가 로마 제국의 핵심 영토였던 만큼 정교회 유적도 빼놓을 수 없는 볼거리입니다. 또 책에서는 고대 리키아의 또다른 중심 카쉬를 p348에서 소개합니다. 카쉬 안에 뎀레(Demre)라는 구역이 있는데 여기가 바로 이 책에서 말하는 미라(뮈라. Myra)입니다. 행정구역상 이름이 바뀌었으나 아직도 외국인 관광객들에게는 미라, 마이라로 통하죠.
히타이트는 우리가 세계사에서 가장 먼저 철제 무기를 사용했던 종족으로 배웠습니다. 유적이 비교적 늦게 발견되었고 기독교 구약에 언급된 헷 족과 연계해서 이를 (영어식으로) 히타이트라 부릅니다(-ite가 족속, 민족이라는 뜻). 이 왕국도 아나톨리아 반도에 자리했었는데 물론 셀주크, 오스만이나 현대의 튀르키예인들과는 혈연상 아무 관련이 없습니다. 책 p549에 그 도읍지로 알려진 보아즈칼레가 나옵니다. p791의 약사(略史)도 참조하십시오.
1963년에서야 겨우 발견된, 아마도 가장 역사가 오래된 구조물 중의 하나일 괴베클리 테페가 p678에 소개됩니다. 무려 12000년이나 된 이 구조물이, 책에서도 설명하지만 무슨 용도로 만들어졌으며 정작 그 근처에 인간의 정착 흔적이 없다는 것도 수수께끼입니다. 이 일대가 샨르우르파 지방인데, 사실 좋은 숙소가 그리 많지는 않은 곳입니다. p682의 귀벤은 저도 가 봤는데 그나마 가성비가 좋았습니다.
요즘뿐 아니라 2018년부터 튀르키예는 외환 사정이 매우 불안합니다. 무려 5년째 리라화 가치가 매우 낮은 수준에서 형성되는데, 이 때문에 외국 관광객들에게는 오히려 여행의 적기이기도 합니다(현재 엔저로 일본 여행 많이들 가는 것처럼). p774를 보면 튀르키예를 아주 크게 구분한 지도가 하나 나오는데 여행 계획은 이런 지도를 먼저 보고 세우는 게 좋죠. 물론 프렌즈 시리즈에는 우리들의 그런 고민을 대신해서 각종 장단기 코스가 여러 상황을 가정하여 짜여진 게 고맙게도 이미 제시되었지만 말입니다. 화장실은 대부분 유료이며 숙박료에는 조식 포함이 원칙이고, 쯧, 욕 같은 말은 공격적인 표현이 아니라 그저 "아닙니다"라는 의사표시라는 점도 여행자들에게는 요긴한 지식입니다. 이래서 프렌즈입니다.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