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세기 군주와 신하의 소통 방식 - 숙종 비망기와 박세채 사직소
김백철 지음 / 그물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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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6주차에 이미 <관세율표> 서평을 올렸으나 몇 가지 이유가 있어 다른 책을 읽고 서평 하나를 더 등록합니다. 일단 책프는 1주마다 책 한 권을 읽는 게 원칙인데, 여러 주에 걸쳐 읽은 책을 마지막주에 마무리짓고 올리는 건 약간 규정 위반 소지가 있지 않나 하는 자체 판단이 들어서였습니다. 또다른 이유는, 책의 분량은 방대한데 서평 길이가 좀 짧았습니다. 물론 책 성격이 성격이다보니 (뭘 더 쓴다고 해도) 내용 요약 외에는 쓸 말이 없긴 한데, 여튼 서평에 개인 감상이 좀 많이 들어갈 여지 있는 책을 애초에 골랐어야 하지 않았나 싶습니다.  

남계 박세채는 숙종 연간을 다룬 드라마에도 자주 등장하는 인물로서 당대 소론의 영수격이었던 인물이었습니다. 저는 이분 하면 떠오르는 분이 배우 박종관씨인데 드라마 <인현왕후>에서 이분 역을 맡아 연기했었습니다. 주지하다시피 숙종 대에 세 번의 환국이 있었고 최종 승자는 서인이었는데 그 중에서 소론은 마이너리티였습니다. 그래서 숙종은 그 나름 고른 등용을 한답시고(이미 죄[?]를 짓고 내쳐진 남인은 제외하고) 소론 중에서 저들 박세채와 남구만을 쓴 건데(p81을 보면 탕평의 의리주인이란 말이 있습니다. 탕평 자체는 일반명사로서 어느 시대에나 쓰던 말입니다) 두 분이 나이로도 비슷한 또래입니다(조선 시대 양반끼리의 교분에 나이가 그렇게 중요한 요소는 아니었지만). 저 사극에서 남구만 역은 한인수씨가 연기했는데 한인수씨와 박종관씨도 비슷한 또래입니다. 

p44에 보면 "다리와 팔"이란 말이 나오는데 고굉지신은 실제 당대에도 쓴 말이고 역사소설에도 자주 등장하는 용어입니다. 저자는 성종이 훈신세력(=훈구파)과 신진관료 사림을 균형 있게 대우하여 결과적으로 그 연간에 사화가 일어나지 않았다고 평가합니다(숙종 대보다 한참 전이죠. 이 두 시기가 얼마나 서로 떨어졌냐면, 사육신에 대한 복권이 시작된 게 숙종 연간입니다. 반면 성종은 고작, 세조의 손자입니다. 조선 전기 내내 사육신은 복권의 복 자도 얘기를 꺼내기 힘들었습니다). 임금의 기량 차이가 확실히 나서인지 연산군 대에만 사화가 두 번 일어나고 그럼(공신 세력을 대거 보강)에도 불구하고 쿠데타가 일어났죠.  

p56을 보면 저자는 3차 예송을 따로 분석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우리가 교과서에서 배워 아는 2차에 걸쳐 일어난 예송은 모두 현종 대에 일어났고 이 3차 예송은 현종 본인의 상(喪)을 계기로 발생했습니다. 재미있는 건, 1차 예송은 서인 승, 2차는 남인 승이었는데 3차 예송은 결국 윤휴의 의견이 채택되어 다시 남인이 이긴 셈이니 말입니다. 이러니 왜 경신대출척이 일어나 그런 대규모의 물갈이가 이뤄졌어야 했는지 짐작이 되죠. 허견 같은 문제 많은 인물이 설칠 만큼 숙종 초기에는 남인들이 득세했던 것입니다. 薨逝(훙서)라는 말이 나오는데 왕이 죽으면 승하, 붕어 같은 말도 쓰죠. 사극을 보면 이 말을 간혹 "흉서"라고 발음하던데 아주 잘못되었습니다. 뜻이 완전히 다른 뜻이 되고 엄청난 불충(?)이겠습니다. 

이 책에는 좋은 분석이 참 많은데 예를 들어 p94를 보면 숙종이 군주 위상을 재정립하려 애썼다고 합니다. 유학에서는 치통(治統)과 도통(道統)을 전통적으로 분리해 왔는데, 각각 왕통과 학통으로 바꿔 써도 되겠습니다. 사실 이슬람에서도 술탄이 있고 칼리프가 따로 있는 게 원칙이었는데 그렇지 않은 게 더 많았죠. 제정일치와 제정분리의 딜레마라고 할까. 또 서유럽도 내내 교황과 황제가 분립하는 걸 원칙으로 여겼으나 실제로는 황제가 교황보다 우위인 적이 훨씬 많았습니다. 여튼, 여기서 하고자 하는 말은 숙종이 학문과 인륜의 수호자 역할까지 이제 자처하고 나섰다는 점입니다. 치통과 도통의 일원화이겠습니다. 한참 뒤 정조가 이른바 문체반정을 주도한 것도 크게 보면 이의 연장선상입니다. 

p115를 보면 특히 이 시기 국왕의 비망기(備忘記)에는 그런 특별한 의의가 있음을 저자는 독자들에게 상기합니다(비망기에 대해서는 이미 p18에서 개념 정리가 있었습니다). 보통 우리는 숙종 연간 환국을 세 차례로 꼽는데 이 책에서는 갑인예송을 갑인환국으로도 파악하여 모두 네 차례 환국을 규정합니다. 이렇게 하면 갑인-경신, 경신-기사 사이에 간격도 적절히 맞아떨어지고 경신대출척의 의의도 정확히 잡힙니다.  

이 책의 본주제인 박세채 상소는 제3장부터 자세히 다뤄집니다. 신하가 올리는 상소에는 제왕이 비답을 내리는 게 원칙이며 그래서 소통이라고 제목이 붙었겠으나 사실상 박세채의 화려한 문장, 심원한 학식, 정견 등이 메인인 원맨 리사이틀에 가깝습니다. 예전 문장을 보면 군왕에 대한 예의, 상소문의 전통 격식 같은 게 있어서 그 요지가 뭔지 현대인은 한눈에 파악하기 힘듭니다. 이는 서양 문학도 마찬가지라서 무려 19세기에 나온 루 월러스 장군의 <벤허>만 봐도 아직 성경 인용 군더더기(?)가 참 많습니다. p182에 저자가 그 구조를 표로 잘 요약해 둔 게 있습니다. 

출처를 일일이 각주로 다 처리했고 권말에는 용어 색인까지 있어서 비록 분량은 많지 않으나 대중서라기보다 학술서적이라 해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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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마니아 - 미완의 혁명
스티븐 로퍼 지음, 허창배.최진우 옮김 / 한양대학교출판부 / 201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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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기 19주차에 문학사상 1986년 3월호를 리뷰하며 게오르기우 신부 인터뷰 기사를 언급했었습니다. 루마니아는 2차 대전 후 비록 공산권에 편입되었으나 (이 책에 나오듯) 그전부터 코민테른 측과 갈등이 잦았고, 1980년대 차우셰스쿠 독재가 지속될 때에도 소련 측과 이상하게 대립했습니다. 1984년 LA 올림픽에는 중국, 유고와 함께 공산권 단일대오를 이탈하여 참가했습니다. 유고는 2차 대전 직후부터 스탈린과 사이가 나빠서 대립했고, 이후에는 비동맹진영에 가담하였습니다. 중국은 1960년대부터 소련과 이른바 3대 분쟁을 일으켜 역시 사이가 나빴습니다. 그런데 루마니아가 공산주의 종주국과 사이가 틀어진 건 저들 두 나라와는 궤가 다릅니다. 

스탈린은 이미 1920년대부터 이상할 만큼 마오를 견제하며 우파 장제스를 엉뚱하게도 지원했고, 중국 공산당이 농민을 혁명 주도 세력으로 이론화하고 나섰을 때 아주 불쾌해하며 이를 저지했습니다. 물론 마르크스주의의 본류에서 프롤레타리아트 혁명은 노동자가 주체가 되는 게 맞고, 체질적으로 보수적인 농민들은 오히려 반동 측에 가담하는 게 보통입니다. 스탈린이 잔혹할 만큼 집단농장화를 밀어붙일 때 농민들이 격렬하게 반발한 역사도 있으니 마오가 이런 이론화를 시도할 때 여러 모로 심기가 붕편했을 뿐 아니라 잘못하면 체제의 정당성에까지 금이 갈 수도 있었습니다. 마오는 어디까지나 자국 혁명 과정에서 농민들의 역할이 주도적이었음을 강조하고 싶었고, 공업이 발달하지 못한 중국으로서는 정통 마르크스주의의 공식대로라면 대체 어느 세월에 정석대로 혁명이 일어날지 알 수 없을 뿐더러 아예 자국 혁명 자체가 이류라거나 사이비로 부정당할 위험마저 있었습니다. 

그런데 루마니아 역시 공업이 발달하지 못했었고 2차 대전 전까지 농업인이 절대 다수였습니다. 1949년 소련은 코메콘을 출범시켰는데 이건 공산권 내 경제상호원조회의를 뜻합니다. 이거하고 헷갈리면 안 되는 게 코콤인데, 이건 미국이 주도한 대(對)공산권 수출 통제위원회를 가리킵니다. 여튼 이 코콤은 세 그룹으로 갈리는데 첫째 동독, 체코슬로바키아처럼 꽤 발전한 공업국, 둘째 폴란드와 헝가리처럼 적절하게 발전한 나라, 셋째 루마니아, 불가리아처럼 매우 발전이 더딘 나라(이 책 p71). 루마니아는 불가리아 따위와 같은 대접을 받는 게 싫어 최종 서명을 계속 거절했었습니다. 이런 진통 끝에 루마니아는 더 많은 발언권을 얻어낼 수 있었습니다. 

이 시기를 거쳐, 루마니아 공산당은 내국인의 단결과 충성은 물론 해외로부터의 주목까지 동시에 획득하는 중요한 계기를 마련하는데 헝가리 사태 때 WTO의 명령, 사실상 소련의 지시를 거부하고 헝가리에 진압 병력을 보내지 않은 것입니다. 끝내 소련은 이런 뻣뻣한 차우셰스쿠 서기장의 고개를 굽히지 못했습니다. 미국의 닉슨 대통령이 루마니아를 방문하는 등 자본주의 진영은 차우셰스쿠의 강단을 높이 평가했습니다. 이런 좋은 기회를 차우셰스쿠 서기장은 개인 권력 강화, 자기 숭배에만 모두 돌려 국력 증진에 돌려 쓰지 못한 게 큰 실책이었습니다. 체조선수 나디아 코마네치는 1976년 몬트리올 올림픽에서 월드스타가 되었고 1984년 올림픽에서는 루마니아 선수들이 체조에서 금메달을 휩쓰는 통에 종합메달 순위 2위를 차지하는 등 세계를 놀라게 했습니다. 

하지만 병적이라 할 만큼 집요했던 개인숭배, 그리고 부정부패 때문에 루마니아 민중의 분노는 점점 임계점을 향해 치솟았고 급기야 1989년 12월 차우셰스쿠 부부는 권좌에서 쫓겨난 후 잔혹하게 처형당합니다. 희한하게도 주류 공산진영과 항상 거리를 두고 정치를 했던 그가, 막상 공산권 붕괴 단계에서는 남들이 알아서 물러날 때 혼자 버티다가 마치 공산주의를 대표해서 처단당하는 모양새가 되었다는 게 역설적입니다. 세계는 당시 분연히 일어서서 독재자를 쫓아낸 루마니아 국민들에게 찬사를 보냈습니다. 이무렵 한국의 어떤 분도 권좌에서 막 물러났을 때라 저걸 보며 남일 같지 않아 조마조마했지 싶습니다. 

과연 1989 루마니아 혁명은 혁명이 맞는가? 미완의 혁명이라면 그 이유는 무엇이며 현재 루마니아는 어디에 와 있는가? 우리도 이승만 정권이 학생들과 시민의 힘으로 무너졌지만 여러 이유로 4.19를 미완의 혁명이라 불렀습니다. 헝가리도 가장 먼저 시장경제로 이행한 구 공산권 국가이었지만 지금은 EU 안의 이단아로서 여간 애를 먹이는 게 아닙니다. 어제 승리를 확정짓고 종신집권의 길을 연 튀르키예의 에르도안은 또 어떻습니까. 루마니아는 전통적인 민족주의, 극우 포퓰리즘, 혹은 서유럽화 등 여러 흐름 사이에서 어떤 균형추를 잡을지 이 책을 읽고 어느 정도는 가늠할 수 있을 것도 같네요. 물론 정확한 귀착점의 계산이야 신의 몫이겠으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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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 해커스 IFRS 정윤돈 고급회계 - 공인회계사(CPA)·세무사(CTA) 1, 2차 시험 대비|최신 국제회계기준 반영|고급회계 기본서|인강 할인쿠폰 수록
정윤돈 지음 / 해커스경영아카데미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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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윤돈 쌤의 고급회계 교재로는 처음 나오는 책입니다(제1판). 한국에서도 고급회계라는 영역은 상경계 커리큘럼으로나 각종 자격증 시험 과목(의 일부 단원)으로나 아주 오래 전부터 있었지만, 2011년 국내 전면 시행 이후로 제법 많은 내용이 바뀌었습니다. 물론 도입 이전에도 강단에서는 (구)기업회계기준의 대안이 될 만한 여러 부분 원칙을 (이슈마다) 가르쳤고, IFRS도 당연히 어느 커리에서건 비중 있게 다뤘었습니다. 하지만 이렇게 실정법 수준의 규범력을 발생한 후에는 그 접근의 진지함 수준이 달라질 수밖에 없겠습니다. 이 교재에게서는 뭐랄까, 기존 구 고급회계의 틀을 거의 완전히 벗고, 진정한 IFRS 시대의 프레임으로 새롭게 거듭난 수험서 같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이 책이 표방하는 방향성은 "문제에의 다각도 접근"입니다. 재무회계를 공부해 본 이들은 알겠지만, 원리를 간단히 설명한 후에는 사례(대표예제) 하나를 주고 긴 풀이 과정을 거쳐 일고여덟 자리 숫자 하나를 답으로 계산해 내는, 비교적 삭막한 기술적 학문입니다. 이 과정이 이해가 잘 안 된 채 반복학습을 통해 모든 과정을 암기로만 채우려 든다면 그야말로 지옥이겠으나, 다른 교재(강좌)처럼 한 가지 모범해답만을 던져주듯 하지 않고, 회계 원칙의 구조적 파악을 통해 문제를 입체적으로 접근한다면, 이해를 중시하는 수험생에게는 덜 부담스럽게 다가올 것입니다. 

고급회계는 특히 CPA 1차에서 객관식으로 문제화하므로 p53 같은 데서 보듯 교재에서 핵심 빈출 문장 코너를 통해 몇 가지 이슈를 특히 눈에 익힐 필요도 있습니다(요즘 교재들에는 이런 코너가 따로 있죠). 06번을 보면, "피취득자가 운용리스의 제공자인 경우, 이미 자산의 공정가치에 리스조건이 반영되어 있으므로 별도의 자산이나 부채로 인식하지 않는다."가 나오는데(물론 맞는 말입니다), 이게 지금 중급회계에서 리스자산 회계할 때 나오는 구절이 아닙니다. 피취득자 어쩌구 할 때부터 '아 이게 고급회계의 토픽이구나'라고 바로 감이 와야 합니다. 피취득자라는 건, 합병이나 지분인수(둘을 합쳐서 이른바 M&A)를 통해 다른 회사에 합쳐지는 사업 부문이나 기업을 말합니다. 독립된 기업일 필요는 없으나 (p10에 나오는 대로) 적어도 독립된 사업 영역이기는 해야 합니다.  

운용리스의 경우 해당 장비나 시설 등이 여전히 리스제공자의 자산으로 간주하기 때문에 새삼 공정가치와 비교해서 재평가 같은 걸 하지 않습니다. 반면 (p25에서 알려 주듯) 금융리스의 경우 사실상 리스이용자에게 해당 자산이 넘어간 걸로 보기 때문에, 이것은 금전채권 비슷한 걸로 보며, 따라서 인수합병일 당시의 공정가격과 비교하여 재평가를 하는 게 원칙입니다. 눈에 자주 익혀 기계적으로 OX를 판단하기보다, 이치를 따져가며 이해하게 돕는 교재의 태도가 돋보입니다. 

반면, 피취득자(인수합병당하는 기업, 사업 등)가 리스이용자인 경우는 별 문제 없이 취득일 기준으로, 공정가격과 비교하여 유불리 조건을 인식해야 합니다. 이는 회계의 일반 원칙에 비추어 당연한 결과일 뿐입니다.  

매 단원이 끝날 때마다 객관식 문제가 나오는데 이 해답과 해설은 책 뒤가 아니라 해당 단원의 문제 세트가 다 끝난 다음에 바로 이어서 나옵니다. p61의 08번 문제에서 (가)의 경우 32,000 감소는 별 어려움 없이 나오지만, (나)에서 약간 갈등이 있을 수 있습니다. p65에도 해설이 나오지만, 결국은 건물과 기계 감가 상각비 두 개 말고는 고려 사항이 없습니다. 건물과 기계에다가 취득 원가합을 배분하되, 그 비율은 공정가치에 따라야 합니다. 공정가격(=시장가격)인 20:8에 따라야지, 장부가격인 15:5에 따르면 안 됩니다. 이게 이 문제의 유일한 함정 포인트입니다. 

그다음부터 내용이 슬슬 어려워지는데 내부거래(p97)의 경우 이건 이제 단일 기업 안에서의 사무이므로 거래가 아닙니다. 미실현손익으로 보므로, (발생주의 같은 게 끼어들 여지 없이) 제3자에게 다시 판매된 후에라야 비로소 실현되는 걸로 봅니다. 이 교재는 필요한 부분마다 advanced comment 코너를 넣어 두어서, 사례를 하나 들어 주거나 다른 각도에서 바라본 설명을 제공하기 때문에 이해 위주로 수험생활하는 이들에게 특히 편리합니다. 내부거래와 미실현손익 제거는 chapter4에서 심층적으로 설명됩니다. 

chapter3부터 연결회계가 본격적으로 다뤄집니다. p162에 별도재무제표, 연결재무제표가 대조 설명됩니다. 특히 유의해야 할 대목은, 비지배지분의 경우 세부 항목별로 구분하지 않고 단일금액으로 표시한다는 것입니다. 비지배지분의 뜻에 대헤서는 교재의 advanced comment 코너에 잘 나오는데, 제가 예전('20.6.25)에 쓴 다른 책 리뷰에서도 언급했던 적 있습니다. 사실 요즘은 주식 하는 사람들이 워낙 많아서 비지배지분이 뭔지 하는 것도 고급회계를 배워서가 아니라 그냥 일반 상식이 되어 버렸습니다. 비지배지분이 뭔지 모르면 주식 카페 같은 데 찾아가도 대화에 끼워 주지도 않아요. 

p281에 사채(社債) 하향 판매 내부거래 미실현이익을 어떻게 처리하는지가 나옵니다. 사채는 고리대금업자에게 비제도권 방식으로 빌린 돈이 아니고(그건 私債), 증권시장에서 특정기업이 불특정다수를 상대로 발행한 채권을 가리킵니다. 하향거래가 뭔지는 앞 p96 같은 데서 설명이 이미 잘 나왔더랬습니다. 아 교재의 최고 장점은, 설명이 논리적으로 연결되었기 때문에 맥락만 잘 이해하면 내용 파악이 쉽게 이뤄진다는 겁니다. 고급회계는 그 이름과 달리, 토픽이 제한되어 있어서 중급회계보다 (중급회계를 잘 배웠다는 전제 하에) 오히려 공부하기가 더 쉽습니다. 역설적이지만. 

2018년 2차 시험 기출인, p368의 지배기업지분율 변동 문제(의 해설)가, 저 개인적으로는 이 교재에서 꽃과 같은 대목입니다. 특히 물음 3)의 해설은 p372에 나오는데 편집도 깔끔하고, 물 흐르는 듯한 설명이 예술입니다. 이후에는 chapter6의 기능통화(환산) 재무제표 작성만 잘 공부하면 딱히 고급회계에서 어려운 대목은 없습니다. 기능통화에 대한 설명은 p377에 나옵니다.  

*출판사에서 제공한 교재를 공부한 후, 솔직하게,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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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이 꽃피는 토론 2 - 모든 공부와 통하는, 개정신판 신나는 토론 맛있는 공부 2
황연성 지음 / 이비락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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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제2권은 1권 후반부의 6가지 디베이트 실전 사례에 이어 다시 8가지 논제 하에 찬반 양측의 치열한 디베이트 과정을 실었습니다. 잘 짜여지고 룰을 엄수하는 토론은 그냥 지켜 보기만 해도 재미있습니다. 2권 전반부에는 건강, 과학, 기술 테마 아래 세 개(AI, 과학기술과 행복, 원전), 교육, 문화, 스포츠 테마 하에 다섯 개 논제(초등학생 스마트폰 제한, 게임 조절, 도시 vs 촌락, 전쟁놀이, 명품 소비) 등 모두 8개의 실전 디베이트가 제시되었는데 이것도 꽤 흥미롭게 읽힙니다. 초등학생들도 이렇게 수준이 높을 수 있습니다.    

1권도 그랬지만 페이지 옆단을 보면, 사회자의 말, 반대측 주장, 그에 대한 찬성측의 질문, 반대측의 답변, 찬성 측 반박, 반대측 재반박 구역(단락, 문단)을 서로 구별되는 색깔 인덱스로 구분합니다. 따라서 누가 지금 무슨 말을 하는 중인지 한눈에 들어옵니다. 물론 어른들은 이게 어느 쪽의 무슨 취지인지 바로 파악할 수 있지만 초등학생들은 그게 힘들기 때문에 이런 배려가 베풀어졌겠습니다. 토론 교재는 이런 편집상의 센스가 꼭 필요한데 이 점이 무척 좋았습니다. 

음... AI 토론에서는 찬성측 논자 한 사람이 무척 좋은 매너를 보입니다. 반대측에 대해 "정답에 가까운 답변"이라며 칭찬해 주는데, 토론은 승부를 내려는 소통임에도 불구하고 상대의 핵심 주장 중 하나를 정답이라 추켜세우는 건 디베이트의 분위기를 생산적으로 이끄는 데에 도움이 되겠습니다. p20을 보면 찬성 측의 논거 중에서 데미스 하사비스의 말을 인용하는 대목이 있네요. 7년 전에 알파고를 만들어 이세돌하고 붙였던 바로 그 사람입니다. 제1권 p27을 보면 ⑩번 항목에 "부적절한 권위에 호소하는 오류"가 나오는데 이 경우는 반대로 아주 적절한 권위자의 말을 잘 끌어댄다고 봐야 하겠습니다. 다만 책에서 사회자는 반대측의 승리를 판정합니다. 

"과학기술의 발전이 인간에게 행복을 가져다 준다" 이 논제에 대해서는 반대 측이 시작부터 좀 불리한 디베이트 같습니다. 물론 "과학기술이 만능이 아니며 인간소외, 환경오염 등 부작용과 병폐..."를 거론하며 부분적 반론, 공략은 가능하겠습니다만, 반대 측의 전면적인 승리는 과학기술이 여태 실제 기여한 바가 있기 때문에 약간은 힘든 싸움이 될 수 있죠. 이런 preview를 미리 깔고 보면 이 디베이트가 더욱 흥미롭게 다가올 수 있습니다. 이 토론에서는 찬성 측이 좀 거칠게(혹은 엉성하게, sloppy하게) 임하는 게 아쉬운데, 평균 수명이 늘어난 걸 보면 알지 않냐는 약간은 무책임한 태도, p30에 나오듯이 자료를 미처 준비 못 했다고 발언하는 무책임성이 등이 다 감점 요인이겠네요. ㅋ 그럼에도 불구하고(사실 전 여기까지 보고 아 책이 반대측 손을 들어 주려고 이렇게 진행하는구나 짐작했었는데) 결국은 찬성 측이 이깁니다! 애초에 논제 자체가 약간은 기울어진 운동장이었습니다.  

원전 논쟁에서 반대 측 반박(p47)은 약간의 오류를 범한다는 게 제 개인적 생각입니다. 물론 논제가 처음부터 안전성에만 국한되었다면 찬성측이 잘못했습니다만, 이는 처음부터 안전성이냐 경제성이냐의 가치 판단 문제를 걸고 벌이는 디베이트입니다. 경제성 가치를 배제한다면 이 토론은 무조건 반대 측이 이겨야 하며 디베이트가 일어나야 할 이유가 애초에 없습니다. 무엇에 찬성하고 반대하냐를 떠나서 이는 디베이트 과정의 기술적 문제이므로 이 점은 짚고 넘어가야 합니다. 모두가 예상할 수 있었듯(?), 이 토론은 반대측의 승리로 끝납니다.   

초등학생의 스마트폰 사용제한 논제는 제1권에서 논제 표현의 긍정형식 이슈를 다룰 때 지나가듯 언급이 되었더랬습니다. 사실 이 논제도 제한 찬성 측이 이기기가 무척 어렵죠. 초등학생들은 이미 교육적 목적으로도 스마트폰을 일정 부분 교육 시스템 하에서 쓰고 있는데 제한이 쉽게 적용되겠습니까. 물론 무제한 사용도 현실적으로 어렵기에 반대측의 완승도 어렵지만, 제한은 전면금지하고는 다른 개념이니 말입니다. 결국 반대 측이 승리하는데, 여기서도 판정인은 "디베이트의 꽃인 반론 단계에서 상대의 허점을 잘 지적한" 부분에 대해 점수를 높게 줍니다. 토론의 본질이 원래 그런 것이니 말입니다. 

요즘은 초등학생들도 명품 소비에 관심이 무척 많습니다. 사회가 이런 식으로 대세를 이루면서 아이들에게만 자제를 권하거나 금기시하는 건 무척 이중적이고 위선적이지만, 그렇다고 무턱대고 어유 잘하네 하며 장려하기도 그렇지요. 베블렌이 개념화한 "과시적 소비(conspicuous consumption)"가 논거로 동원되는 등 불꽃 튀는 논쟁이 벌어집니다. 이 개념은 양날의 칼이라서 찬반 어느 쪽의 논거로도 사실 쓰일 수 있습니다.  

토론은 꼭 양쪽으로 편을 갈라 진행되어야 하는 건 아니며 원탁 토론도 가능하고 이 책에서는 훨씬 더 재미있을 수 있다(p131)고 합니다. 다만 분명한 룰과 규칙에 의해 진행되지 않으면 매우 무질서해질 수 있습니다. 1권 리뷰에서도 말했듯이 토론 실력의 함양은 특히 장래 법조인이 되려는 이들에게 중요한데 이 책 p125에 모의재판에 대한 내용도 나옵니다. 토론에 대한 유익한 가르침이 많아서 어른들이 읽어도 좋은 책이었습니다.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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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이 꽃피는 토론 1 - 모든 공부와 통하는, 개정신판 신나는 토론 맛있는 공부 1
황연성 지음 / 이비락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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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사회에서 벌어지는, 많은 소모적이고 비생산적인 싸움은 대부분 토론의 규칙을 몰라서 그지경까지 치닫습니다. 논리적으로 생각할 줄 모르는 사람이 대부분이고, 토론의 규칙이라는 게 없이 말꼬리만 잡고 늘어지니 미개한 진흙탕 다툼 이상의 아무것도 아닙니다. 만약 어렸을 때부터 토론의 기본 규칙을 알고 차분하게 공동의 선에 접근하는 방법을 익혔다면 많은 분쟁들이 평화롭고 생산적으로 해결되었겠습니다. 사실 어른들 중 많은 이들도 토론의 규칙을 잘 모르기에, 초등학생뿐 아니라 어른들도 이 책을 공부하고 익힐 필요가 있습니다. 

어의(語義)를 둘러싸고 서로 이해가 달랐던 탓에 공연한 싸움이 벌어지기도 합니다. 이 사람은 이 말을 이렇게 이해하는데, 상대방은 그 말을 다른 뜻으로 받아들이고 다툼을 벌이는 거죠. 이 책 p27을 보면 ⑨번 항목에 "애매어의 오류"가 나오는데, 이런 함정에 빠지지 않으려면 토론 시작 전에 용어들의 뜻을 분명하게 정해야 하며, 혹 여의치 않다면 토론 중이라도 서로 합의를 한 후 재개해야 합니다.  

p21를 보면 디베이트의 첫 단계인 "입론"이 나옵니다. 책에 나오는 설명대로, 이야기를 시작한다는 들 입(入)자로 시작한다고 착각하기 쉬우나, 사실은 설 립(立)이라고 하죠. 한자어에는 이 비슷한 용례가 많은데, 예를 들면 입춘(入春)이 아니라 입춘(立春)인 것과 같습니다. 여튼 입론 단계에서 많은 쟁점들을 미리 정리해 두면 이후의 논점 일탈을 방지하고, 토론의 생산성을 높일 수 있습니다. 

논제란 무엇인가. 책에서는 논제 설정을 마치 자동차의 핸들과 같다고 비유(p14)합니다. 논제는 바로 토론의 주제입니다(p10). 토론의 주제는 정책 논제(~를 해야 한다), 가치 논제(~가 옳다), 사실 논제(~가 사실이다) 등 세 종류가 있다고 합니다. 여기서 조심해야 할 게, 논제는 긍정 형식으로 진술할 수 있으면 긍정형으로 쓰는 게 좋고, 구태여 부정형으로 쓸 필요는 없다는 점입니다. 대체로 논제는 시의성이 있는 주제로 정해지게 됩니다. 

대체로 토의는 디스커션, 토론은 디베이트라고 합니다(일부 혼용도 있습니다). 토론은 토의와 달리 승패를 가르는 상호작용이기 때문에 판정이라는 절차가 필요합니다. 그런데 책에서는 이 판정 절차가 꼭 승패를 정한다는 의의 외에도, 참가자들 자신을 스스로 돌아보고 더 발전된 디베이트 능력을 기르게 하는 다른 목적도 있다고 합니다(p33). 각 팀에는 여러 참가자들이 있고 각 참가자들에게 점수를 매겨서, 이 참가자(팀원)들의 점수를 합쳐서 이긴 팀을 정합니다. 판정기준표의 한 예시가 p35에 나오는데 이게 절대적인 건 아니지만 초등학생 디베이트 진행에 좋은 참고가 되겠습니다. 

음... 모든 활동이 그렇지만 원칙과 룰을 사전에 철저히 익히는 게 물론 중요합니다. 그런데 이런 사전 학습 이후에는 "실전"을 겪어 봐야 아 이 룰이, 이 원칙이 이런 경우에 적용되는 거구나 하는 게 내재화, 각성이 이뤄지고 진정한 실력이 배양됩니다. 그래서 p41부터는 실전 디베이트가 어떻게 진행되는지 마치 스포츠 게임트랙처럼, 혹은 생중계 스크립트처럼 예시들이 나옵니다. 이 제1권 후반부에는 도덕과 종교라는 테마 아래 세 개의 논제(동물실험, 심청, 채식주의), 법과 범죄 테마 아래 세 개 논제(홍길동, 인터넷 실명제, 안락사)가 나옵니다. 논제들이 우리에게 익숙하고 보편적이지만 그렇다고 너무 식상한 것들도 아니라서, 진짜 토론이 눈 앞에 전개되는 것처럼 흥미롭게 읽을 수 있었네요. 

토론은 민주 시민이라면 작게는 지역 공동체 자치에 참여하기 위해, 크게는 나라의 국정 운영 방향에 국민으로서 한 표를 정당하게 행사하기 위한 사전 준비 단계로서라도 필요합니다. 아무 생각 없이 관성대로 1번, 2번을 찍기보다는 내가 지금 저 후보를 지지(혹은 반대)하기 위해 저 토론장에 들어가 한 마디를 거든다고 상상하고 TV 토론을 시청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또 혹시 장래 변호사, 변리사가 될 학생이라면 토론 실력은 필수로 갖춰야 합니다. 유능한 법정대리인은 나의 의뢰인을 위해 즉석에서 유리한 논거를 번개처럼 척척 제시하여, 적기를 놓치지 않고 올바른 변론, 공격, 방어를 제출하여 재판의 승리를 이끌 필요가 있기 때문입니다.   

홍길동은 의적인가 범죄자인가? 찬반의 의견이 치열하게 대립합니다. 탐관오리의 응징도 올바른 방법으로 했어야 했다, 세금을 탈취하면 국가 기능이 마비될 수 있다, 너도나도 홍길동의 방법에 의존하면 과연 사회가 어떻게 되겠는가? 등이 홍길동 단죄론의 논거입니다. 옹호론은 첫째 홍길동은 기존의 시스템이 하지 못하는 일을 대신했다, 만약 그 행동이 불법이라면 먼저 법이 바꾸어야 하는 것 아닌지 생각해 봐야 한다, 설령 불법이라 해도 예외 취급을 하는 경우도 있다 등을 논거로 댑니다. 제 생각에는 찬반 양측 논거에 다 결함이 보이는 것 같습니다. 책에서는 홍길동옹호론(=처벌반대론) 측의 손을 들어 주는데 약간은 사심이 개입하신 것처럼도 보였습니다(어디까지나 독자인 제 주관적 느낌입니다^^). 

이 책에서는 "디베이트의 꽃은 반론"이라는 말이 자주 나옵니다. 우리도 TV 토론이나 법정물 컨텐츠를 보면서 그 치고받는 반론 재반론 과정을 몰입해서 보곤 하죠. 노벨문학상을 받은 센키예비치의 역사 소설 <쿠오 바디스>도 그 외줄타기 같은 아슬아슬한 변론, 반론, 궤변(이라고는 하나 거의 예술의 경지)인 향연을 읽으며 넋을 잃곤 합니다. 규칙을 잘 따르고 진실을 밝히기 위한 디베이트는 어느 사회에건 반드시 필요합니다.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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