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중받지 못하는 아이들 - 우리가 꼭 알아야 할 아동 인권 이야기
박명금 외 지음 / 서사원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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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나라의 미래는 아이들이 짊어지고 나갑니다. 아이들은 그 누구보다 사랑 받고 관심이 집중되어야 할 존재이며, 어른들 이상으로 그 권리가 보장되어야 합니다. 사랑을 받지 못하여 영혼이 피폐해진 아이들이 꾸려 나갈 공동체의 앞날에 어떤 희망이 엿보일 리가 없습니다. 

대체로 먹고사는 문제가 해결된 요즘, 아이들은 부모님으로부터 충분한 애정과 보살핌을 받고 자라는 편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소외된 어린이들이 이 사회에는 있는데, 또래 아이들이 누리는 행복과 자신의 처지가 대조되니 더욱 마음이 어지러울 것입니다. 아마도 그런 아이들은 입에서 거친 말이 나오기도, 다른 친구들에 비해 더 쉬운 상황일지 모릅니다. 

"그런 아이들"과 놀지 말라(p211)고 무작정 다그친다면 이는 올바른 교육 방법일까요? 얼핏 보아 부모는, 내 아이가 누구와 교유할지 지도할 권한이 있을 것만 같습니다. 그러나 이는 내 아이에게는 물론, "문제 있는 그 아이"에 대한 인권 침해일 수 있습니다. 인권이라는 건 절대 불가침의 영역이라서 누구도 침해할 수 없고 당사자도 타인에게 이를 양도할 수 없는 것입니다. 

아이는 대개 편식하는 습관이 있습니다. 그렇다고 이를 방치하면 제대로 성장을 못하거나, 다른 건강상의 문제를 갖고 성인이 될 수도 있으니 부모는 개입해서 바로잡는 게 당연합니다. 하지만 그 방법이 문제이겠는데, 지나치게 애를 다그치거나 폭언, 폭행 등이 개재하면 이는 영유아 인권 침해의 소지가 있다는 것입니다. 또 책에서는, 영양상 문제가 없는 종류의 편식에 대해서까지 부모가 간섭할 권리는 없다고도 지적합니다(p31). 

사실 우리 어른들은 "다 애 잘 되라고 하는 건데 뭐가 문제냐?"라든가, "애를 보살피는 게 어른들인데 그 과정에서 약간 폭행 폭력이 낀다 한들..."이라거나, 아예 "애한테 무슨 권리가 있냐"는 식으로 나오기 일쑤입니다. 과거에는 그런 사고방식을 갖고도 문제가 적었을지 모르나, 세상이 크게 바뀌었으므로 이제는 다른 기준으로 어린이 인권을 챙겨야 할 시점이겠습니다. 

요즘은 아이가 하나뿐인 집이 많습니다만 남매, 형제가 있을 경우 아이들이 자주 다투기도 하겠습니다. 이때 보통은 큰애를 혼내키는데, 손윗형제가 더 어른스럽게 굴어야 옳다는 게 부모님들의 훈육 방침이라서겠습니다. 그런데 이런 경우, 애가 만약 6살 이하라면 상대방의 입장에 설 줄 모르고 무작정 내 생각만 우기기가 쉽다고 합니다. 발달단계 이론상 그렇다고 하는데, 아무리 형(오빠)이라고 해도 아직 나이가 어려서 그 기대행동을 해 낼 수 없다면 어른이 강요할 수 없죠. 안 되는 걸 억지로 시키면, 아이한테 계속 상처로 남을 수 있습니다. 이는 아동인권 차원을 떠나서도, 아이를 진정 사랑하는 부모라면 결코 해서는 안 될 어리석은 육아방식이라고 하겠습니다.  

아이가 지나치게 산만하고 행동이 통제가 잘 안 된다면 어떻게 해야 이를 바로잡을 수 있을까요? p98 이하에 나오는 "야구장의 무법자" 동석이의 경우 아이가 잘못한 게 물론 맞습니다. 야구장에서 그렇게 남을 의식하지 않고 돌아다니거나 심지어 남의 옷을 더럽히는 등 피해까지 끼쳤다면 분명 그런 행동은 교정이 되어야 합니다. 그런데 이 경우 무작정 혼내고 야단치면 아이의 마음 속에 깊은 좌절감이 심어지고, 과잉행동은 혹 고쳐지더라도 다른 문제가 생길 수 있습니다. 

동석이 아빠의 사례는 독자들에게 많은 시사점을 줍니다. 아이가 납득을 할 수 있게 최대한 설득하고, 이런 행동을 할 경우 일정 보상을 하는 것입니다. 아무리 어려도 사람에게는 기본적인 자존감이라는 게 있고, 이것이 침해되면 앞으로 어떤 유인책이 있어도 개선된 행동을 보이지 않을 수 있습니다. 그렇다고 나이가 제법 들어서도 계속 보상책으로 애를 길들여서는 안 됩니다. 고등학생쯤만 되어도 알아서 남을 배려할 줄 알아야지, 반대급부가 주어지지 않으면 바른 행동을 않겠다는 자세가 그 나이에는 얼마나 부끄러운 행동인지 일깨울 필요도 있겠습니다. 사례에서 동석이는 아직 어린 나이이고요.     

어린이의 인권을 존중하는 교육은 대체로는 교육의 다른 목적도 동시에 바른 방법으로 달성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도 비람직합니다.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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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공하는 카페 창업 낭만부터 버려라
전창현 지음 / 평단(평단문화사)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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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 예전부터 국민들의 3차산업 종사율이 무척 높은 나라였습니다. 지금도 자영업 창업 비율이 지나치게 높고, 역시 높은 비율로 폐업합니다. 특히 미장원, 치킨집, 카페 등은 어느 동네의 어느 블록에도 너무 많이 분포하며, 여간 야무진 계획으로 영위하지 않고서는 실패할 확률이 매우 높습니다. 창업에 있어 낭만, 환상은 절대 금물이지만 특히 이 책은 카페 창업시 주의해야 할 점들을 따끔하게 짚습니다.   

과연 비 오는 날에는 빈대떡 장사가 잘 될까요? 아무래도 한국인 특유의 정서라든가, 아주 오래전 유행했던 노래 가사 때문에 실제로 그럴 수도 있겠습니다. 빈대떡은 뭐 중요한 게 아니고요, 저자님의 경험에 의하면, 비오는 날, 아주 추운 날 등에는 카페에 손님이 극히 적다고 합니다. 많은 사람들의 막연한 선입견에 의하면, 저런 날에 추추이나 낭만적인 기분이 자극되어 카페를 찾고 싶은 이들이 늘어날 듯해도, 현실은 전혀 그렇지 않다는 것입니다. 

오히려 푹푹 찌는 무더위 때에, 시원한 에어컨 바람도 쐬고 목도 축일 겸 카페를 찾는 이가 많으니, 카페를 오픈하려면 여름 시즌이 최적이라는 게 저자의 주장입니다. 이처럼, 해당 업종이나 시장의 사정을 정확히 파악하고, 만만치 않은 위험이 따르는 창업이라는 과정의 첫발을 전략적으로, 신중하게 떼어야 한다고 저자는 권고합니다. 또 고정비 지출은 월별로 같은데(건물주에 내는 월세 등), 일수가 특히 적은 2월 같은 달에 창업하는 건 피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프랜차이즈 창업이라면 정기적으로 배송되는 물품이 과연 정확하게 출납되었는지를 잘 체크해야 합니다. 직원은 휘핑크림 두 개가 빠졌다고 보고룰 했고, 이를 믿은 저자(점장)는 본사에 바로 전화를 해서 따졌습니다. 확인 결과 직원의 착오였음이 드러났고, 본사 측의 잘못이 없었음에도 언성을 높여 가며 다툰 점이 무척 머쓱해졌습니다. 이처럼 본사와 내 가게 관계는 마냥 매끄러울 수는 없지만 먼 길을 계약 기간 동안 함께 가야 할 동반자와도 같기에 최대한 융통성을 발휘하여 부드럽게 유지할 필요가 있습니다. 

경영은 그것이 1평짜리 가게라 해도 결코 주먹구구식으로 이뤄져서는 안 되며, 저자는 시스템에 의한 경영이 반드시 이뤄져야 함을 강조합니다. 베이커리와 커피, 음료 주문이 같이 들어왔을 때, 베이커리 조리 시간이 훨씬 오래 걸리므로 베이커리 파트가 다 끝난 후에 커피, 음료를 준비하라는 건데 이런 게 다 바로 시스템입니다. 사장 자신은 물론 직원 모두가 숙지해야 할 절차, 노하우 등이 모두 시스템에 포함됩니다. 만약 프랜차이즈 하에 들어갔다면, 프랜차이즈의 시스템을 최대한 잘 이용해야 하는데 로열티라는 게 그 대가도 다 포함된 가격이기 때문입니다. 

아무것도 아닌 것 같아도 내 가게만이 갖는 특성 때문에 입소문을 타서 새로운 손님들을 끌어들이기도 합니다. 독자인 제 경험으로는 잠실이나 문정동 쪽 카페는 아침 이른 시각에 문을 여는 경우가 많던데, 다른 지역에서는 이렇게 하는 게 드문가 봅니다. "오전 8시에 오픈해서 너무 좋았어요!" 여성분들은 문장 끝에 꼭 보면 느낌표를 잘 붙이던데, 여튼 때로는 사소한 차별점도 사람에게 감동을 주곤 하나 봅니다. 이런 포인트가, 최소 비용으로 최대 효과를 내라는 마케팅의 원칙에 가장 충실한 사례일 수 있다는 게 저자님의 견해입니다. 

어플이나 바코드 결제가 언제나 만능은 아니고 단체 손님 받을 때는 오히려 아날로그가 더 편할 수도 있다는 이야기가 책 p158에 나오는데 읽으면서 고개를 끄덕이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이 역시 특정일자 단체 손님 선결제가 반복되는 패턴이라면 사전에 전산화하여 그에 맞는 코드를 만드는 게 하나의 방법일 수도 있겠네요. 

직원 교육시에는 무조건적인 칭찬이나 비판은 자제하고, 실제적이면서도 객관적인 피드백 위주로 소통하라고 합니다. 가장 좋은 것은 직원 스스로가 깨닫게 하여 최상의 방법을 스스로 수행하게 유도하는 건데, 사람이란 어떤 지시사항의 추종보다 자발적인 수행에 더 애착을 가지므로 이런 방식은 소속감까지 동시에 높일 수 있습니다. 

오토매장은 직원 상주 시간을 줄여서 인건비를 절감할 수 있지만 경우에 따라 신경 써야 할 사항은 더 늘어날 수도 있습니다. 시스템이 오토라고 해서 수익도 오토는 아니며, 점주는 혹시 어디서 결함이 생기지는 않는지 끊임없이 점검할 필요가 있습니다. 무작정 트렌드를 따르는 게 능사는 아니며 내 가게에 최적화한 메뉴와 컨셉이 무엇인지 고객들에게 분명히 각인시키는 게 중요함을 저자는 힘주어 설명합니다.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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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vid Cho 지음 / 해커스어학연구소(Hackers) / 202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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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뿐 아니라 어떤 언어라도, 또 어떤 공인어학시험이라 해도, 만약 쓰기 영역이 포함되었다면 그 쓰기 대비가 가장 어렵습니다. 한국어 시험이라고 해도 마찬가지일 것입니다. 해커스 시리즈가 지금처럼 명성을 얻은 건 이 창업자 David Cho님의 탁월한 영어 교재, 학습서가 인기를 얻은 게 계기가 되었습니다. 지금 이 개정판 토플 라이팅 교재를 보니 전에 공부하던 생각도 나고, 토플도 그간 꽤 바뀌었다는데 어떤 모습일지 궁금하기도 했습니다. 무엇보다 이 교재는 학습자의 고득점 달성을 염두에 두었다는 점 주의해야 하겠습니다.  

응시자에 따라 통합형이 더 어렵다는 사림도 있습니다. 듣기, 읽기뿐 아니라 쓰기에서도, 지문이 제시되면 노트테이킹을 먼저 해 보는 게 시험에 임하는 기본 태도입니다. 꼭 영어로 할 필요는 없고 노트테이킹이니 만큼 자신이 편한 언어이면 충분합니다(p43). 이 노트테이킹이 바탕이 되어 답안을 작성하게 됩니다. 노트는 노트 단계에선 간단간단한 파편에 불과한데, 이제 이것에 살도 더 붙이고 뼈대를 더 튼튼히 세워서 훌륭한 답안, 문장과 문장이 유기적으로 결합하는 그런 멋진 답안이 완성되어야 합니다. 

이때 David Cho 쌤의 유용한 팁들이 제시되는데, 가능하면 원문이 수동태일 때 이걸 내 답안에서는 능동태로 바꿔 보고, 반대로 수동태일 때는 능동태로 작성하는 겁니다. 또 제 생각에는 이게 paraphrasing의 핵심 원리 중 하나인데, 노트 중에 핵심어가 눈에 띄면, 이걸 주어로 전환하여 새로운 문장을 작성하는 것입니다. 다음으로, paraphrasing 그 자체라고도 할 동의어(synonym)을 적극 활용하여 문장을 쓰라는 게 저자님의 레슨 포인트입니다.  

p78에는 이처럼 훌륭한 답안을 작성하기 위해 선행 작업으류 거쳐야 할 노트테이킹도 독자에게 시켜 봅니다. 이때 우리가 눈여겨 봐야 할 지점이 있는데, 노트는 크게 주제어구가 최상위에 놓이고, 근거가 그 아래 죽 배치됩니다. 물론 노트테이킹이 어떤 정해진 형식이 있는 건 아니라서 학습자 자신이 나중에 가장 완성도 있는 문장을 구성할 노트를 남기면 충분하지만, 그래도 저자께서 오랜 시행착오를 거치고 가장 효율적인 형식을 이 교재에 제시했으니 가급적이면 이 형식대로 노트하는 습관도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지문으로 제시되는 글들의 주제는 다양합니다. 과학기술, 환경, 천문학, 지질학, 사회... 이처럼 테마도 다양하고 지문의 수준도 제법 높은 건 토플 시험만의 특징입니다. 쓰기 영역이 점수 전체를 좌우할 만큼 어렵게 출제되는(토익이나 텝스에는 아예 없습니다) 것도 이 시험만의 독특한 목적과 성격 때문이라고 하겠습니다. 

영어에는 다양한 연결어구가 있습니다. 이것을 적절한 맥락에 올바른 형태로 삽입하여야 품위 있고 완성도 높고 논리적인 문장이 형성됩니다. p176 등에서 그 좋은 예시들을 들어 주는데, in particular라든가, to be specific, on top of that, to give you an idea, as can be seen in 등의 어구들이 그것입니다. 기교를 넣을 때 쓰면 좋은 말은 last but not least 같은 게 있는데 그렇다고 너무 남용하면 곤란합니다. 

p206 이하를 보면 각 주제에 맞게 자주 쓰이는 개념어구들이 나옵니다. 영양학에서 "지방 함량과 열량이 높은"이란 표현을 쓰려면 high in fat and calories라고 하면 되겠네요. "교통 정체에 갇히다" 같은 것은 stuck in traffic (jam)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장애인"은 p207에 나온 표현들도 있겠으나 요즘은 혐오를 막는다는 이유에서 challenged people이라고도 합니다. "안심하다"는 p209처럼 feel secure, 혹은 past participle을 써서 feel secured라고 해도 되겠습니다. 헌신은 devoted, in devotion도 좋겠지만 책에 나오는 대로 commitment to~가 좋습니다. 

p236에서부터는 아웃라인 완성 연습을 시킵니다. p242에서부터 본격적으로 "나의 의견 쓰기"가 모범 양식에 따라 완성해 보게끔 유도됩니다. 노트테이킹, 이유와 근거 보충하기, 아웃라인 완성하기 등을 통해 단계적으로 쓰기 실력을 향상시키는 교재의 체제가 참 치밀합니다. p287부터는 개정 토플 신유형에서 새로 도입된 토론형 model response가 나오는데 템플릿이 꼼꼼하게 마련되었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출판사에서 제공한 교재를 공부하고 솔직하게,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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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는, 어느 계절에 죽고 싶어
홍선기 지음 / 모모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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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처기업 열풍이라는 게 한국에서도 21세기 초에 불었었습니다. 지금(2023.7~8월) 한국 증시 시총 65위쯤인 엔씨소프트도 벤처로 시작했고 김택진 회장은 그 젊은 나이에 엄청난 부를 거머쥐었습니다. 이 소설의 주인공인 케이시도 20대의 젊은 나이에 1조원에 가까운 부를 일궜고(참고로 엔씨소프트가 6조원대), 여러 조건과 스펙도 남들이 부러워할 만한 인물입니다. 이런 사람에게 무슨 걱정과 근심이 있을까 싶지만 세상사가 또 그렇게만 흐르지는 않나 봅니다.    

이 소설은 챕터마다 1인칭 화자가 케이시, 가즈키 등으로 바뀝니다. 하츠네와 유메(키 큰 모델. p212)도 간간이 등장하기 때문에 교체보다는 순환에 가깝겠습니다. 요즘은 데이팅 어플들이 워낙 많이 나와서 젊은 남녀들이 자신에게 맞는 이성을 만나기 더욱 쉬운 세상이 되었는데, 다만 그럴수록 상대의 외적인 면, 겉모습에만 치중하게 되어 진중한 교제라는 게 더 어려워지지 않았나 싶기도 합니다. 하츠네는 가즈키가 이런 어플을 통해 알게 된 여성입니다.    

p52 이하에 나오듯 케이시나 심지어 제임스도, 가즈키가 어플로 여자를 만난다니까 말리거나, 좋지 않은 반응을 보입니다. 특히 케이시가 아주 부정적으로 나오는데 다소 극단적인 평가를 하기까지 합니다. 그러나 말로만 저럴 게 아니라, 제임스처럼 대안을 마련해 준 후에 뭐라고 비판을 해도 해야 합니다. 제임스가 소개해 주려 했던 여성은 게다가 알파걸이기까지 하지 않았습니까. 간혹가다가 여자 소개해 준다고 선심 쓰면서 아주 무성의하게 나오기도 하는데 이런 녀석은 친구가 아니라 내 인생을 망치려 드는 적이므로 바로 손절을 쳐야 합니다. 

p56을 보면 하츠네는 진실해 보이는 여성인데다 가즈키의 마음도 잘 읽는 등 뭔가 통하는 면이 많은 사람입니다. 어플에서 원 이런 상대를 만나다니 가즈키는 운이 참 좋습니다. 어플은 대체로 이런 결과가 안 나오는데 말입니다. 다만, 이런 상황에서도 자꾸 자격지심이라는 단어를 혼자 떠올리는 걸 보면, 본인은 아니라고 해도 가즈키는 정말로 마음 한 구석에 자격지심 비슷한 게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내면이 공허한 케이시는 그렇게 비판을 해 대더니 기어이 자기가 어플을 깔고, 헐벗은 여자들보다는 기모노 차림의 조신한(여기가 교토라는 점 유념해야겠네요) 여성들 중심으로 물색합니다. 발정난 고양이, 쫓겨난 푸들 운운한 사람이 누구였던지를 생각하면... 그런데 뭐 일관성은 있습니다. 지금 자신이 바로 그런 상태임을 인정하고(...) 상대도 그 코스를 밟을 사람을 상정하며(그런데도 순수해야 한다고 함) 시나리오를 짜니 말입니다. 적어도 위선자는 아닙니다(이건 독자인 제 생각이고, 저 뒤 p280에선 ooo가 케이시더러 위선자라고 막말을 하는 장면 있네요). p201을 보면 "일부러 비뚤어지려고 작정한 사람"이라는 평가도 나옵니다. 

딸들은 크면 다 자유롭게 자기 행동을 결정할 수 있는 성인입니다. 아무리 부모님이 뭐라고 하셔도 말입니다. 부모님은 료타를 마음에 두지만 그는 하츠네가 남자로 진지하게 여기는 상대가 아닙니다. 료타도 하츠네를 그닥 좋아하지 않거나, 최소한 하츠네의 마음을 캐치하고 알아서 거리를 두려는 것처럼 보입니다. p250에서 결국 하츠네는 ooo로부터 고백을 받습니다. 홋카이도 오타루로 가서 장인장모(예비) 두 분을 만나는 ooo. 역시 두 분은 딸 편이라서 흔쾌히 승낙을 하십니다. 

앞에서 어플로 기어이 "교토 사쿠라(도쿄 로즈가 생각나네요ㅋ)"를 만난 케이시는... 어휴 이럴 것 같으면 뭐하러 어플을 깐 건지. 솔직히, 실물을 눈 앞에 보면서 사진은 뭐하러 같이 봐 주고 감탄하는지 모르겠습니다. 상대가 그린라이트를 보냈으면, 뭐 아무거나 입혀 보고 실물을 세팅하여 마음껏 감탄하면 되는 거 아닐까요? 이런 서투른 사람한테 일일이 맞춰 주는 히토미상도 대단합니다. 일단은요. 사실 저는 좋지 않은 부류(이를테면 p361에 언급되는 그런 사람)를 떠올렸는데 그건 아니었고, 알고 보니 사연이 있는 여성이긴 했습니다. 케이시는 그 나름 정의감까지 발휘하여 모종의 조치를 취하는데 이런 걸 보면 역시 돈이 좋긴 하네요.  

p338을 보면 케이시는 원래 사람 얼굴을 못 알아보는 문제가 있나 봅니다(라기보다 무기력증, 특유의 건성주의 때문이겠지만). 자기 회사 모델이었던 ooo도 처음에 기억을 못한 채 만남을 시작하다가 기어이 관계가 쫑났는데, 료코(=레이첼)와도 또 이런 식으로 시작입니다. 죽은 동생하고도 안 닮았는데 자기 혼자 우기는 거죠. 이렇게 공감 능력이 떨어지는데도 워낙 지갑이 두툼하니 여자들이 알아서 또 맞춰 줄 것입니다. 그럼요. 

그리스 신화에서 큐피드는 사이키(프쉬케)에게 말합니다. "의심이 있는 곳에 사랑이 깃들 수 없다." 그런데 이 소설에서 의심을 하는 쪽은 케이시이니 성별역전이지만 갑을관계는 남자 우세이므로 그대로입니다. ooo도 어지간한 게 무려 십억엔(이라고 해도 케이시 전재산의 1%)을 단칼에 거절하는... 

네 커플(?)의 티격태격 사랑이 재미있었으나 마지막에 ooo가 죽는 비극 엔딩이라서 그게 좀 아쉬웠습니다. 마지막 장에서도 케이시가 1인칭 화자인데 왜 제목이 저런지 그 깊은 뜻에 대해 좀 더 생각해 봐야겠어요.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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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8-05 14:10   URL
비밀 댓글입니다.

빙혈 2023-08-08 21:59   좋아요 0 | URL
안녕하세요^^ 서두가 벤처기업 이야기라서 그리 생각하신 듯합니다. 주인공 케이시가 젊은 나이에 큰 돈을 번 벤처기업가라서 그 이야기로 시작을 꺼냈구요. 다음 문단부터는 모두, 페이지까지 명기해 가면서 이 소설 줄거리에 대한 제 느낌을 적었습니다^^
 
프렌즈 홋카이도 : 삿포로.오타루.하코다테.후라노.비에이 - 최고의 홋카이도 여행을 위한 한국인 맞춤형 가이드북, 최신판 ’23~’24 프렌즈 Friends 30
정꽃나래.정꽃보라 지음 / 중앙books(중앙북스) / 2023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홋카이도는 일본 열도 다른 세 곳과는 기후와 풍토, 역사가 매우 다른 곳입니다. 1972년 비유럽, 비북미권에서는 처음으로 동계 올림픽을 개최한 삿포로가 위치했습니다. 전국시대에는 다케다 가문, 마츠마에 가문 등이 웅거하기도 했으며, 보신[戊辰] 전쟁의 파이널 스테이지가 전개되는 등 일본 역사에서 그 나름 중요한 사건이 벌어진 곳이기도 합니다. 무엇보다, 우리 동아시아에서 좀처럼 접하기 힘든 풍광과 문화 때문에 관광지로 인기 있는 지방입니다.   

p24를 보면 여름vs 겨울 중 홋카이도 관광에 더 적합한 시즌이 언제인지 분석합니다. 이곳은 일본 타지에 비해 여름이 늦게 찾아오며 일교차가 큰 편이라고 합니다. 사계체 언덕, 청의 호수 등은 여름에 봐야 제맛이며, 반면 아무래도 북국의 새하얀 진짜 정취를 감상하려면 겨울이라야 한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결론은, 여름과 겨울 중 언제라도 그 계절만의 특장점이 있다는 것입니다. 

p44 이하에는 홋카이도 고유의 별미가 소개됩니다. 이 중 상당수는 일본 고유의 음식들이며 한국인들도 익히 잘 아는 초밥, 라멘, 소바, 우동 등입니다. 그런데 우리 나라도 같은 메뉴가 지방에 따라 고유의 개성을 갖듯이, 이런 요리들도 홋카이도만의 독특한 맛이 있다고 책에서 설명됩니다. 특히 홋카이도의 라멘은 타 지역에서 맛보기 힘든 풍미를 자랑한다고 하네요. 

어느 지역에서 관광을 해도 이동 수단이 무척 중요합니다. 혹시 홋카이도에서 차량(렌터카 등)으로 이동할 때, 주유가 이 지역 내에서 그리 쉽지 않으므로 주유소가 눈에 띌 때마다 그때그때 채워 둘 것을 조언합니다. 또, 홋카이도의 명물 중 하나가 트램(노면전차)인데 책에는 해당 시설을 이용할 때의 요금, 적용되는 교통카드 등에 대해 잘 설명해 줍니다. 무슨무슨 패스로 보통 불리는 교통권의 활용은 어느 지역 여행에서나 중요한 듯합니다. 

문화개방 후 한국에 수입되어 크게 인기를 끌었던 이와이 슈운지 감독의 <러브레터>도 이 홋카이도에 소재한 오타루라는 곳에서 촬영되었습니다(p158). 사실 최초 개봉 후 시간이 많이 지났으며, 높은 연령대라야 이 영화를 극장에서 본 추억을 간직했을 듯해서 이 고전이 아직도 관광에 큰 영향력을 발휘할지는 잘 모르겠습니다만 여튼 해당 영화의 팬들은 홋카이도 오타루에 대해 각별한 감정을 품을 만합니다. 

p178 이하에서 후라노와 비에이 양 지역에 대해 집중적으로 소개합니다. 삿포로에서 후라노까지 가는 경로로 논스톱은 없고, 특급인 JR로 타키카와까지 이동한 후, 네무로[根室] 본선(本線)으로 갈아타라고 조언합니다. 만약 버스편을 이용한다면 홋카이도 전역을 운행하는 北海島中央을 추천한다고 나오는데, 이 버스는 한국어 안내방송도 나온다고 하네요. 눈 덮인 설국만을 연상하는 외지인들이 깜짝 놀라는 게 후라노의 라벤더 농장입니다. 책 p188을 보면 사진만 봐도 눈이 번쩍 뜨이는데, 새파란 하늘과 선명히 대조되는 선명한 보랏빛의 물결이 펼쳐집니다. 

여전히 일본은 컨텐츠 대국이기에 특히 홋카이도를 배경으로 찍은 갖가지 드라마, 영화 들이 많습니다. 후라노에는 닝구르 테라스라는 곳이 있는데, 이곳에는 테마 카페, 공방, 미니 갤러리 등이 위치하며, 보통은 낮 12시에 개장하나 7월, 8월에만 10시 개장으로 앞당긴다고 합니다. 사실 현지에 가면 이런 명소의 개폐장 시각을 소홀히 체크하여 낭패를 보는 수가 잦습니다. 꼼꼼한 사전 계획이 그래서 중요하다는 것입니다.  이곳은 후라노의 한 명소인 프린스 호텔에서 관장하며 한국에서도 큰 인기를 끈 <바람의 정원> 촬영과 연계된 곳입니다. 

이 홋카이도에는 室이란 글자, "무로"가 들어가는 지명이나 장소가 눈에 자주 띄는 듯합니다. p234에는 무로란[室蘭]이란 곳이 있는데 철강 등 공업이 발달하기도 했고 이국적인 풍광도 그것대로 간직한 매력적인 고장입니다. 사진만 봐도 기암괴석이 바다를 마주한 기막힌 경치가 잠시 호흡을 멈추게 할 정도입니다. 

역시 홋카이도 하면 한국인들에게 바로 떠오를 만한 지역이, 섬 남단에 자리한 하코다테[函館]입니다. 책에서는 특히 p256 이하에서 야경이 멋진 하코다테 산 일대라든가, 독특하게 1898년 프랑스 수녀들에 의히 설립된 트라피스틴 수도원 같은 데를 추천합니다. 여기도 그렇고, 홋카이도에는 외국인의 정열과 신념이 밴, 역사적 사연을 간직한 곳이 꽤 됩니다. 일본은 제 힘으로 근대화를 해 낸 나라라는 점을 감안하면 조금은 특이한데, p96에 소개된, 국립 홋카이도 대학 내 윌리엄 스미스 클라크 박사가 세심히 가꾼 농업학교(현 농과대학의 전신) 유적 같은 게 그 다른 예입니다. 

프렌즈 시리즈는 비교적 짧은 간격을 두고 개정판을 내기 때문에 최신 사정까지 여행러들이 고려할 수 있어서 좋습니다. p19를 보면 숙박세 제도가 도입(2020년)되었다고 하는데, 최근 수 년 간 일본 정부의 다소 무리한 경제정책 추진 때문에 재정의 압박이 있는 줄은 알지만, 이렇게 여행자들에게 세금을 매기는 건 확실히 세계의 흐름과는 거꾸로 가는 게 아닌가 싶네요. 홋카이도뿐 아니라 일본 전역 곳곳에서 시행되므로 일본 여행 가는 분들은 유의해야 하겠습니다.   

프렌즈 시리즈가 다 그렇기는 하지만 이 책은 특히 테마지도, 사진 자료가 많이 실려서 현지 정보와 인상이 생생하게 독자한테 다가오는 느낌이었습니다. 역시 여행러에게는 프렌즈입니다.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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