잼잼 쉬운 여행 일본어 - 아주 쉽게 따라하는 여행 일본어의 모든 것) 잼잼 쉬운 일본어
서지위.장현애 지음, 와타리 카오리 감수 / 반석출판사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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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여행 외국어는 독자들이 교재를 읽고 쉽게 따라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 책은 여행할 때 독자들이 자신의 상황에 맞춰 쉽게 찾아보고, 바로바로 따라할 수 있게 짜여졌습니다. 내용이 아무리 좋아도 학습자가 친근감을 느끼고 재미 때문에라도 교재를 자주 들춰볼 수가 있어야 하는데, 이 책이 바로 그런 책입니다. 잼잼 시리즈는 일단 편집과 그래픽이 좋아서, 공부에 부담을 안 느끼고 학습자가 책을 가까이하게 돕습니다. 

이 책도 파트 원이 단어 모음이고, 파트 투가 본격적인 여행 컨텐츠입니다. p.30~p31을 보면, 병원, 경찰서, 도서관, 영사관 같은 곳은 우리와 한자 표기가 같습니다. 따라서 혹 한자 표기가 눈에 익다면 구태여 일어를 몰라도 저 간판을 읽어낼 수 있겠지만, 현실적으로 한국인 대다수는 한자를 잘 읽지 못하므로 일본에 가서 장소 찾기에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이 큽니다. 

국무원(國務院. こくむいん. 코쿠무잉)은 일본에서 어떤 일을 수행하는 기관인지 잘 모르겠습니다. 바로 앞 페이지 p29를 보면 세탁소가 나오는데, 우리는 세.탁.소. 한 글자 한 글자가 모두 한자이지만 일본 사람들은 クリーニングヤ(쿠리-닝구야)라고 해서 영어에서 유래한 말을 그대로 쓴다는 게 특이합니다. 뒤에 붙은 ヤ는 한자 屋(옥)을 일본식으로 훈독한 것입니다. 그래서 저 부분만 히라가나 표기입니다. p31을 보면 일본의 여러 관광 명소를 한자, 한국어, 후리가나로 일일이 소개하는데, 사진이 함께해서 기억하기가 편합니다.   

각종 색깔을 나타내는 말들(p51)도 한국과 비슷한 게 있고, 다른 게 있어서 흥미롭습니다. 파란색은 靑色이라고 한자로 우리와 같게 쓰는데, 사실 청색은 간혹 녹색을 가리킬 때도 있어서 조심할 필요도 있겠습니다. 몰론 훈독으로는 あお[아오]라고 읽습니다. 상아색의 경우, 우리는 한자 象牙를 그대로 쓰지만, 일본인들은 무슨 이유에서인지 영어 ivory에서 따온 말 アイボリー를 쓴다는 게 특이합니다. 색(色)은 일본어로 いろ입니다. 저 뒤 p219에도 색상에 대한 표현이 있으니 함께 공부해야 하겠습니다. 

p71을 보면 욕실 곳곳의 명칭을 그림과 함께 설명합니다. 변기(便器)는 べんき라고 읽으며, 샴푸(shampoo)는 シャンプー[샨푸]라고 씁니다. 특이한 게 칫솔인데, 우리는 brush를 솔이라고 옮겨서 쓰지만, 저들은 구태여 영어를 살려 はブラシ라고 쓰네요. は[하]가 齒(치)의 일본식 훈독입니다. 수도꼭지도 특이한데, 한국어는 비교적 직관적인 반면, 일본인들은 蛇[じゃ]口[ぐち]입니다. 이 단어는 원래 다른 뜻으로 쓰던 게 수도꼭지로 전이되었죠. p87을 보면 맹금류인 매가 나오는데, 한자로는 隼(준)이라 쓰고, はやぶさ[하야부사]라 읽습니다. 

책 p110부터 파트 투가 시작되며 여행에서 발생할 수 있는 8가지 상황을 나눠 다양한 표현들을 학습하게 합니다. 우선 "음료수 주세요" 같은 표현은 飮み物ください라 하는데, 飮み物은 のみもの[노미모노]라 읽습니다. 한국식 한자어와 비슷한 듯하면서도 다른 게 재미있습니다. "이것은 개인 소지품입니다."라고 할 때, これわ[코레와]身の回り品です。라고 표현합니다. 역시 일어와 한국식 한자 표현의 차이가 상당히 드러나는 경우입니다. 

p199를 보면 박물관에서 만날 수 있는 다양한 아이템들을 일어로 어떻게 표현하는지가 나오는데, 공룡은 恐竜이라 한자로 씁니다. 龍이 한국식 정자이며, 竜은 일본에서나 쓰는 약자입니다(중국에서는 龙이라 씁니다). 

그런 일은 결코 없어야 하겠으나, 여행 중에는 각종 불쾌한 일, 난감한 일을 당하기가 쉽습니다. p300을 보면 "가진 돈을 다 드릴게요. 목숨만 살려 주세요."라는 표현도 나오네요. 이것은 일본어로 持っている金を全部あげるので、命だけは助けてください。라 표현한다고 나옵니다. 이처럼 이 책은, 끔찍하고 불길한 상황까지도 염두에 두고, 독자들이 실제로 맞을 수도 있는 여러 경우를 상정하여 책을 꾸몄다는 게 돋보입니다.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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잼잼 쉬운 여행 영어 - 아주 쉽게 따라하는 여행 영어의 모든 것 잼잼 쉬운 영어
서지위.장현애 지음 / 반석출판사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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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석출판사에서 나온 외국어 시리즈는 일단 내용이 쉽게 설명되었고, 편집이 예뻐서 학습자가 책에 더 편하게 집중할 수 있어서 좋습니다. 한 달 전쯤에 첫걸음 책을 공부하고 열정 가득 담아 리뷰를 썼습니다만 이 책도 너무 좋았습니다. 역시 외국어 공부는 교재가 예뻐야 공부할 맛이 생기는 법입니다.  

p36을 보면 아주 기초적인 단어들부터, 조금은 수준 있는 단어들까지 다양한 레벨로, 일러스트와 함께 설명이 되어 있습니다. 물론 출판사 홈페이지에서 mp3 파일도 다운받아서 원어민 발음으로 익힐 수 있습니다. 이게 아직은 낯설 학습자들을 위해, 매 박스마다 한국어 발음도 달아 놓았는데, 급한 분들은 이렇게라도 익힐 수 있다는 게 좋죠. 예를 들면 장성(長城)은 huge wall인데 [휴즈 월]처럼 한국어로 발음을 적어 놓는 식입니다. 명승지는 scenic spot[시닉 스팟]이라고 합니다. p37을 보면 우리가 오는 모스크를 이슬람 사원으로 설명하고, 발음은 현실에 따라서 [마스크]라고 달아 놓았습니다. 여행 영어이니만치 현실적 필요에 잘 맞아떨어지는 면이 무척 중요하지요. 

이 책도 옆면에 컬러 인덱스가 붙어 있어서, 독자가 필요에 따라 자기에 맞는 상황을 찾아 보기가 편합니다. 파트 원은 단어 중심입니다. 단어 공부는 많은 이들이 아마 vocabulary 공부할 때 고생을 좀 했겠지만, 이 책은 그럴 걱정이 없습니다. 직관적이고, 한국어 발음까지 달려서 바로바로 필요할 때마다 접근이 용이합니다. 파트 투부터 본격적인 여행 컨텐츠가 시작됩니다. 츨발/도착, 교통, 관광, 쇼핑, 식사, 숙소, 통신/은행, 질병/사고 등으로 모두 8챕터로 다시 나뉩니다. 이 8챕터가 컬러별로 다 다른 색깔로 구분되었기 때문에 더 편하게 이용할 수 있습니다.    

챕터 2 교통 중에서 p143을 보면, "약도를 그려 주시겠어요?"라는 표현에 대해 설명이 나옵니다. "Could you draw me a rough map?"이, 이 책에서 제시한 문장입니다. draw 동사를 4형식으로 쓴 용법도 주목할 만하고, rough라는 형용사를 저런 용법으로 썼다는 점에도 우리가 신경 써서 공부를 해야 하겠지요. 바로 앞 페이지에 "버스를 잘못 탔어요."라는 문장 역시 우리가 현지에서 자주 쓸 수 있는데, 책에서 딱 짚어서 우리 독자들에게 제시합니다. 

핵심단어가 책 앞부분 파트 원에만 나오는 게 아니고, 파트 투의 여행 컨텐츠에도 수시로 단어 정리가 "핵심단어"라고 해서 박스로 따로 쳐 져서 제시되었습니다. there is... , is there...? 구문은 참 여러 용법에 두루 쓰이는데, 이런 여행 영어에도 과연 수시로 들어갑니다. p167에 보면 왕복은 round-trip, 편도는 one-way 하는 식으로 우리에게 꼭 필요한 용법을 살뜰하게 가르쳐 줍니다. 

"짐을 어디에 맡기나요?"도 얼마나 여행 과정에서 자주 쓰이겠습니까. p190에 "Where do I leave my luggage?"라고 그 표현을 제시합니다. 일단 "맡기다"를 leave라고 쓰는 것도 바로 생각이 안 날 수가 있고, 우리 나라 사람들은 짐을 자꾸 캐리어라고 하는데, luggage라고 하는 게 미국인 중심으로 가장 많이 쓰는 단어입니다.  

앞에서도 말했지만 이 책은 특정 파트에 단어를 몰아넣은 게 아니라, 수시로 단어 정리를 해 둔 게 중요한 특징입니다. 그래서 학습자들은 자주 환기가 되고, 잊을 만하면 다시 생각이 나게 해 주니 좋습니다. p205에 보면 창던지기를 두고 javelin throwing이라고 가르쳐 줍니다. 옆에 재미있는 일러스트도 끼워놓았기 때문에, 독자 머리에 오래 남습니다. 스노클링은 snorkeling이라고 쓰는데, 이 그림 때문에라도 안 잊혀질 듯하네요.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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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렌즈 미국 동부 : 뉴욕·워싱턴 DC·보스턴·시카고 - 최고의 미국 여행을 위한 한국인 맞춤 해외 여행 가이드북, 최신판 ’23~’24 프렌즈 Friends 24
이주은.한세라 지음 / 중앙books(중앙북스)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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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모바일과 웹 상으로, 여행에 필요한 온갖 정보가 잘 준비된 요즘이라고 해도 현지에서 바로 정보에 접근하지 못할 경우가 많습니다. 이럴 때를 대비하여 여행서 한 권 정도는 휴대할 필요가 있겠는데, 그 한 권 안에, 필요한 정보가 다 들어 있다면 여행자 입장에서 놀랍기도 하고, 그 정보가 당장 필요했던 현지에서 정말 고맙기도 합니다. 또, 여행이 알차고 즐거워지려면 사전에 계획을 알차게 짜야 하는데, 알찬 여행서가 있어야 계획이 의미 있게 세워집니다. 그 여행서가 최신 정보를 담으면 담을수록 계획 세우기가 훨씬 편해집니다. 개인적 생각으로는 여행서 중에 이 프렌즈 시리즈가 최고라고 생각하며, 여행서를 넘어, 여행과 무관하게 천천히 정독하며 해당 국가에 대해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는 인문서 노릇도 겸한다고 생각합니다. 

미국 동부는 서부와는 또 다른 이유에서 둘러볼 곳이 많은 지역이고, 한국의 젊은 인재들이 유학을 준비하는 명문대가 많이 위치하며, 좋든 싫든 세계 정치와 경제의 중심지이기도 하며, (미국 역사가 짧다고는 하나) 현대 기준으로 꽤 오랜 동안 근대식 문명이 자리잡아 중단 없이 높은 생활 수준을 이어온 지역이라서 그 중요성이 크기도 합니다. 한 마디로, 여행자에게는 매력이 많은 곳인데, 프렌즈 시리즈에서 이렇게 예전부터 미국 동부 지역만 따로 떼어서 테마로 다루는 건 이래서 그 이유가 분명합니다. 

p112에 보면 세계의 수도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뉴욕의 어트랙션에 대해 몇 마디로 요약해 놓았습니다. 그 중 몇 구절을 인용해 보면, "강과 바다로 둘러싸여 날씨 변화가 크고, 국지성 소나기가 잦은 편"이라고 합니다. 이 짧은 말 안에, 800만의 인구가 각자의 성과를 내기 위해 정신 없이 분투하는 그 거대한 도시의 분위기 핵심이 요약된 셈입니다. 

20세기 초 라과디아 시장은 깡패 등 뉴욕의 사회악을 뿌리뽑기 위해 고군분투한 사람이었습니다. 그의 이름을 따 만든 라과디아 공항은 한때 국제공항이었으나 현재는 국내선 전용으로 바뀌었다고 책 p118에 나옵니다. 책에 나오듯이 여기가 퀸스에서 가까우므로 이쪽 교통을 이용하려는 이들에게 요긴하게 이용되는 시설입니다. 또 우리가 잘 알아 둬야 할 게, 뉴어크(Newark) 공항이 비록 뉴저지에 있지만 JFK 공항보다 맨해튼으로부터 15km 더 가까운 곳입니다. 이뿐 아니라 뉴저지는 그 위치상 뉴욕과 긴밀한 연계를 맺은 곳이 많으므로 행정구역상 소속에 구애받지 말고 여행시 세밀하게 여기저기를 참조할 필요가 있습니다. 

p148에 보면 맨해튼 미드타운 곳곳의 명소가 소개됩니다. 책에 나오듯이, 바로 이곳에 엠파이어 스테이크 빌딩, 타임스 스퀘어가 위치했습니다. 핍스 애버뉴, 즉 5번가에는 각종 명소가 자리했습니다만, 5번가 그 자체가 하나의 명소이기도 합니다. 책에서 먼저 소개된 곳은 세인트 토머스 교회인데, 영문으로 그렇게 적혔기도 하지만 성공회(영국 국교회 계열) 교회로서 전통적으로 미국 상류층들이 많이 다니기로 유명한 곳이기도 합니다. 

p162를 보면 서밋 원 밴더빌트 빌딩이 나오는데 뉴욕 여러 이름난 고층빌딩 중 하나지요. 현지 사람들은 그냥 서밋이라고도 부르더군요. 19세기 이른바 "robber baron" 중 한 사람이었던 밴더빌트나 그 가문 후손이 만든 건물은 아니고, 이 건물이 밴더빌트 스트리트에 있어서 이름이 그리 붙은 것입니다. 원래 밴더빌트가 미드타운 이런저런 인프라 건설에 기여한 바가 많습니다. 바로 앞 페이지를 보면 크라이슬러 빌딩이 소개되는데 이 책 저자들은 이 건물이 "뉴욕의 스카이라인을 빛내는 가장 멋진" 곳이라고 평가합니다. 

미국하고 우리는 치안환경이 매우 다릅니다. p83을 보면 교통경찰이 차를 세웠을 때, 공연히 뭘 꺼내는 것 같은 수상한 동작을 보이지 말고 침착하게 지시에 따르기만 하라고 나옵니다. 한국 같은 단일 민족, 유교 전통의 국가에서는 시민이 돌발행동을 보이거나 해서 공권력과 대치하거나 할 일이 없지만(요즘 늘어나긴 합니다), 미국 특히 뉴욕에서는 매우 자주 발생하는 불상사입니다. 문화 차이 때문에 괜한 불편을 겪지 말고, 로마에서는 로마 법을 따라야 하겠습니다. p82를 보면 도로 번호, 고속도로에서의 출구 번호 규칙 같은 게 설명되었으므로 책을 보고 좀 배우는 것도 좋겠습니다. 

p196부터는 보스턴이 소개됩니다. 보스턴은 유럽인들의 이민 초창기, 이미 무역으로 뉴욕 못지 않게 번영하였으며 책에 나오듯이 미국 독립 투쟁 과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 도시이기도 합니다. 물론 우리 한국인들에겐 아아이비리로 상징되는 여러 명문대학 소재지로 잘 알려진 곳이며 케임브리지라는 지명이 영국뿐 아니라 이곳 보스턴에도 있습니다. p226에 나오듯, 하바드 대학도 바로 여기 소재합니다. 독립 전쟁 관련해서 가장 잘 정비된 코스가 바로, p208 이하에 나오는 프리덤 트레일입니다. 이 "트레일"에는 ⑯개 스팟이 있는데 책에 아주 자세하게 설명이 되어 너무 좋습니다. 

미국 독립 과정에서 빼놓을 수 없이 중요한 도시가 또 필라델피아입니다. 보스턴처럼 독립 이전부터 중요한 도시였고, 벤저민 프랭클린 자서전에도 배경으로 비중 있게 등장하는 유서 깊은 도시입니다. p242부터 설명이 시작되며, attraction 중 첫째로 소개(p249)되는 곳이 인디펜던스 홀입니다. 프렌즈 시리즈가언제나 그렇지만 추천 일정이라는 게 있어서 여행 초심자가 골치를 안 썩이게, 결정 장애 때문에 고생 안 하게끔 참 친절한 어조로 자분자분 도와 줍니다.   

DC와 가까운 볼티모어(p274)에도 워싱턴 마뉴먼트가 있고, 이게 DC의 랜드마크 중 하나인 그곳(p312)보다 사실은 더 먼저 만들어졌습니다. 마운트버논이 있으니 당연합니다. 6년 전에 만들어진 <스파이더맨: 홈커밍>에서 일부 배경으로 등장한 건조물은 여기가 아니라 DC입니다. 프렌즈 시리즈의 최고 장점 중 하나가 다양한 주제도들이 곳곳에 삽입되었다는 건데(진짜, 지도 하나만으로도 책 살 보람이 있을 정도입니다), 이 구조물을 포함해서 그 주변, 혹은 접근 방법을 알려 주는 지도도 당연히! 실렸으며 페이지 수도 일일이 표기되었습니다.  

미국의 수도 DC, 좀 서쪽으로 옮겨서 일리노이 주 시카고, 그리고는 애틀란타를 거쳐 플로리다 올랜도, 마이애미로 바로 이동합니다. 플로리다를 물론 동부로 볼 수도 있습니다. 올랜도는 책에 설명이 잘 나오듯 테마파크의 집결지로서 한국의 어린이, 청소년 들이 꿈에도 그리던 바로 그곳입니다. 과거 샤킬 오닐이 적을 두어 무적이었던 매직 농구단의 연고지이기도 합니다. 책 후반부를 장식하는 세인트오거스틴은 책 p462에도 나오듯이 미국에서 가장 오래된 도시(1513년 스페인 침략자들이 건설)이기도 합니다. 아무튼 미국 동부의 갖가지 명소를 다 소개하는 여행서라서 그저 페이지를 넘기는 자체가 행복했습니다.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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멈춤의 재발견 - 기쁨이 있는 곳을 찾아라
한승욱 지음 / 슬로우북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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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저자인 한승욱 아워홈 상무님은 참 풍요로운 인생을 사신 분 같습니다. 연구원, 전문가, 대기업 임직원으로 평생을 보낸 분으로서 매 순간 몸담은 직위에서 의미를 찾으려 노력하신 분이며, 그 와증에도 인문과 고전에 관심을 갖고 구본형 선생 8기를 거친 후 이처럼 멋진 책 한도 저술하시기에 이릅니다. 책 추천사도 많은 분들이 참여하셨는데 인생의 한 보람도 여기서 확인할 수 있다고 개인적으로 생각합니다. 

구본형 선생 타계가 벌써 10주년을 맞았으며(p31), 저도 구 소장님을 기리는 책 한 권을 읽고 블로그에 독후감을 올렸던 기억이 있습니다. 저자께서는 구본형 스승(책의 표현입니다)께서 생전에 "나의 장례식"을 주제로 삼아 수업을 진행했던 추억을 떠올립니다. 여기서 "나"라 함은 물론 수업에 참여하는 수강자 입장에서 가상으로 망인이 되어 보는 걸 가리킵니다. 이 수업에서 저자는 매사에 엄격하셨던 부친, 그리고 버스 사고로 사망한 어느 청년까지, 자신이 화해하고 싶었던 모든 이들을 떠올립니다. 우리는 살면서 어떤 사람들과 불화했으며, 어떤 감정적 앙금을 아직까지 갖고 있을까요? 또 그것을 해소할 마음은 준비가 되었을까요? 

살다 보면 거친 사람들과 마주해야 할 때도 있습니다. 이 중에는 나쁜 환경에 시달리다 영 인성이 망가진 사람도 있고, 겉은 세련되지 못했지만 속에는 인간다움을 여전히 지켜가는 이들도 있습니다. p44를 보면 저자가 전북 장수 폐수처리장 현장에 파견되었을 때 겪은 이런저런 일들이 회고됩니다. 몽키가 무슨 뜻인지 이해를 못해 사람들이 웃었다고 하는데 몽키라고만 하면 모를 수 있어도 몽키스패너라고 하면 다들 알죠. 아무리 현장 경험이 없어도 말입니다. 해당 분야에 첫 발을 디딘 초심자에 대한 배려가 아쉬우며, 그 와중에도 무리 없이 전체 분위기에 잘 적응해 들어간 저자의 적응성, 사회성, 유연성이 돋보입니다. 

책 앞날개에도 원자력발전소에서 사회 초년생 시절을 보낼 때 외국인 기술자들과 함께 "아이들의 언어"로 소통했다는 말이 나옵니다. 물론 외국인들과 함께 약간은 서투른 영어로 소통을 이뤘다는 뜻이겠으며, p142에 보면 그때로부터 한참이 지나 이커머스 기업에 재직 시 동갑인 멕시코 직원분과 교분을 나누신 이야기가 나와서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문장의 힘"이라는 대목이 인상적이었으며, 아무래도 아이 둘을 키운다는 데서 공감대가 두텁게 형성되었다고도 하시네요. 챗 지피티의 시대에, 사람과 기계를 근본에서부터 구별짓는 한 기준은 "공감 능력"이겠다는 결론에도 고개를 끄덕이게 되었습니다. 

사람 목숨이 질기다고는 하지만 약하디약한 게 생명체의 육신입니다. 현대 사회는 그전에 상상치도 못하던 엄청난 동력으로 움직이는 기계, 장비들이 많으며 교통사고로 인한 사망, 중상해는 어느 누구에게나 닥칠 수 있는 불행입니다. 우리가 오늘도 그 많은 차량이 오가는 도로를 거치고도 출근, 귀가를 무사히 끝내고 집에 돌아와 안식을 취하는 것도 얼마나 큰 행운이 보살핀 결과인지 모릅니다. p64 이하에 나오는 교통 사고 이야기를 보십시오. 저자는 자신의 목숨을 걸고, 더 큰 인명 사고를 막아낸 영웅 노릇을 한 것입니다. 이런 노고에도, 생각 짧은 사람들은 타인에게 고마움을 느낄 줄을 모릅니다. 공감 능력 없는 이런 미성숙한 사람들이 늘어날수록 사회에 필요한 연대의식, 시민정신의 발휘가 줄어들고 각자도생의 분위기가 팽배해집니다. 

회사에서 불만 고객을 상대하는 일은 무척 힘듭니다. 아마, 한국에서 가장 힘든 직종이 악성 민원을 응대하는 일 아닐까 생각합니다. 저자는 이런 일을 하시면서도, 2차 대전 당시 죽음을 기다리는 마지막 순간에 손가락으로 나비를 그린 소녀(p91)를 떠올리며 마음의 여유를 찾으려 노력했습니다. 물론 앞에도 나오듯, 아내분의 정성어린 내조가 역시 큰 몫을 했을 것입니다.  

저자께는 큰 스승이신 구본형 소장님이 있고, 고3때 정말 힘든 시절 힘을 불어넣어 주신 선생님이 또 계신데 이분이 가르쳐 준 콩나물국이 소울 푸드 구실을 해 준다고 하십니다. 그 재미있는 일화가 p154 이하에 나오는데, 이에 대해서는 책을 직접 읽어 보셨으면 좋겠습니다. 우리에겐 누구라도, 힘들 때마다 다시 힘을 솟게 해 주는 "콩나물국"이 필요합니다. 

영혼이 맑은 사람들에게는 그와 비슷한 심성을 지닌 착한 사람들이 또 우연과 필연처럼 모여들기 마련입니다. p185 이하를 보면 얼굴에 깊은 상처를 입은 미군과 잠시 비행기 안에서 대화를 나눈 에피소드가 마옵니다. 사람은 그저, 이 순간 특별히 몸 아픈 데 없이 사랑하는 사람들 곁에서 열심히 땀 흘려 일하고 살 수 있는 것만으로도 축복 받는 삶이라 생각하고, 감사하고 겸손할 줄 알아야 마땅합니다. 제가 이 책을 읽고 받은 교훈은 그것이었습니다.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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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미안 열림원 세계문학 1
헤르만 헤세 지음, 김연신 옮김 / 열림원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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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누구나 청소년기를 겪습니다. 돌이켜 생각해 보면, 이 청소년기를 어떻게 무사히 넘기느냐에 따라 그 사람의 인생 전체 빛깔이 결정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이무렵은 생각도 의지도 부족하고, 감정도 너무나 불안정합니다. 이럴 때 데미안처럼 성숙하고 유능하며 안정된 친구 겸 멘토가 있어서, 내가 혹 나쁜 길을 걷지 않게 잘 이끌어 주었으면 좋겠는데, 그렇다고 이런 신적(神的)인 친구에게만 지나치게 기대어도 온전한 성인으로 자라는 데 문제가 생깁니다. 사람은 누구나 자신이 직접 이겨내야 할 시련이라는 게 인생에서 찾아오는데, 대개는 그걸 자기 혼자 힘으로 극복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어른의 시선, 우월하고 꿰뚫어보는 사람의 시선(p62)." 솔직히 말하면, 청소년기의 느낌은 믿을 게 못 됩니다. 조금 키가 커도, 옷만 잘 차려 입어도 동년배가 한없이 우월해 보일 때가 있습니다. 반대로, 함부로 볼 사람이 아닌데 우연한 동작 실수나 침체된 표정 때문에 그를 깔보고 들 때도 있죠. 하지만 이 대목에서 싱클레어가 본 데미안의 범상치 않은 풍채는 아마 진짜였겠습니다. 물론 우리 독자들은 여기가 싱클레어가 불량배 크로머를 만나 협박을 받은 직후라는 점을 감안해야 하겠습니다. 

어린 싱클레어에게 데미안이 한없이 큰 존재였듯, 크로머 역시 내 힘으로 도저히 이길 수 없는, 악마와도 같은 압제자가 아니었겠나 싶습니다. 이런 걸 어렸을 때 만나면 애의 내면에 패배의식과 큰 그늘이 지는 게 보통입니다. 물론 세상은 본래 거친 곳이니 이 역시 본인이 넘어야 할 하나의 장벽입니다. 그건그렇고 싱클레어에게 누이를 데려오라고 강요하는 크로머 녀석의 언행을 보니, 어른도 혀를 내두를 만한 악당 녀석이 아닐 수 없습니다. 아니, 데려오면 지가 뭘 어쩌려는 걸까요? 이런 놈은 어려서부터 정신이 쏙 들도록 혼을 내 줘야 커서 괴물이 안 될 텐데 말입니다. 

고전인 이 책을 어설프게든 꼼꼼하게든 이미 읽은 이들이 많기에, 데미안과 그 모친이 뭔가 예사롭지 않게 애증이 교차하는 긴장된 관계라는 점도 우리는 압니다. p96에 나오듯 "잠시 작아진 눈을 하고" 데미안은 생각에 잠깁니다. 꼭 크로머 건이 아니었다고 해도, 싱클레어는 그 나름대로 여기저기서 삶이 만만치 읺다는 걸 구태여 회피하지 않고 고민하며 수용하는 중이었습니다. 이 과정에서 종교에 기댈 만도 했건만, 싱클레어 특유의 유약하면서도 고집 센 기질은 또 종교까지 슬쩍슬쩍 밀어내는 듯합니다. 그 종교의 빈틈을 데미안이 파고들어왔다... 이렇게까지 말하면 과장이겠지만 여튼 데미안만의 그 독특한 정신세계가 여린 싱클레어 영혼의 큰 부분을 한껏 장악했음은 분명합니다. 

"나 자신을 향한 향수가 눈뜨는 순간이었다(p124)." 이 작품이 비범한 성장소설인 이유는, 그 압도적이면서도 선한 영향력을 지닌 데미안이란 존재 앞에 그저 순종하거나 흡수되지 않고, 초라하면 초라한 대로, 덜 예쁘면 덜 예쁜 대로, 싱클레어는 결국 자신만의 길을 힘들게나마 자신의 두 발로 걸어나가는 쪽을 꿋꿋하게 선택했는 과정을 그렸기 때문입니다. 그가 극복해야 할 장애물은 사실 크로머 같은 악(惡)의 찌질한 구현체가 아니라, 오히려 데미안 같은 올바르면서도 강력한 힘을 지닌 신적 존재였는지도 모릅니다. 

기이한 음악가 피스토리우스에게 아브락사스 이야기를 듣고 난 후 이제 싱클레어는 야곱의 싸움이라는 화두에 사로잡힙니다. "우리의 신은 아브락사스입니다! 그는 신이자 악마이며, 밝고 어두운 세계를 다 자기 속에 갖고 있죠(p174)." 이 대목은 매우 의미심장한데, 기독교 구약의 야곱은 원래 장자가 아니어서 큰 축복을 받을 신분이 아니었고 곁다리 인생으로 그칠 운명이었습니다. 그러던 것을 기발한 꾀를 써서 장자의 몫을 가로채었고 나중에는 브니엘에서 신(천사라고도 합니다)과 직접 얼굴을 맞대고 씨름을 하여 이겨, 운명에서 정해 준 바까지 변경하게 됩니다. 사람은 이처럼 악착 같은 면이 있어야 인생에서 어떤 성공을 바라볼 수 있습니다. 

"이 세계가 아직도 그렇게 아름다울 수 있었다는 걸 난 몰랐었다. 나는 내면에 잠적하여 살아가는 데 익숙해 있었다.(p220)" 싱클레어가 아주 어렸을 때 보고 느꼈던 그 아름답고 희망에 가득했던 세상은, 크로머 같은 추악한 괴물을 접하면서 그 본연의 모습을 싱클레어 앞에서 감추었습니다. 그래서 싱클레어 역시 세상으로부터 자신을 감추었던 건데... 사실 세상은 주관적으로 싱클레어가 어찌 느끼든 무관하게 항상 그 모습 그대로였습니다. 세상의 선한 점과 악한 점을 있는 그대로 가려 가며 대할 줄 알게 된 싱클레어는 이제 비로소 어른이 된 것입니다.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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