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커스일본어 JLPT N1(일본어능력시험) 한 권으로 합격 - 기본에서 실전까지 4주 완성! | 기본서 + 실전모의고사 4회분 + 단어/문형 암기장 제공
해커스 JLPT 연구소 지음 / 해커스어학연구소(Hackers)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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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어학 시험이 다 그렇지만, 책을 많이 읽고 원어민들과 충분히 소통도 하면서 기본기를 탄탄히 쌓은 후에, 가외로 점수 스펙까지 고득점이 나오게 하는 게 가장 좋은 방법입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는, 그렇게 정석대로 공인인증시험 점수를 올리는 건 매우 어려우므로, 효율적으로 잘 짜여진 교재를 공부하여 단기간에 원하는 성적을 내는 게 많은 취준생들이 가는 길입니다. 특히 JLPT N1은 점수 따기가 무척 어려운데, 다행히도 기본기와 실전 감각을 동시에 쌓아 주는 이런 책이 있어서 무척 고맙게 느껴졌습니다.  

일본어는 중국어에 비해 세밀하고 섬세한 뉘앙스가 많이 발달해 있습니다. 일본어 학습자들이 한결같이, 공부를 하면 할수록 어려워진다고 하는 대목이 여기입니다. 이 교재 p16에도 그 비슷한 지침이 나옵니다. 발음도 음독, 훈독 두 가지 방식이 있을 뿐더러, 한자어라면 한자까지 같이 암기를 해야 하기에 수험생의 고충이 커지는 면이 있습니다. 그러나 이는 해당 언어의 구조와 특질이 그러하니 어쩔 수 없는 문제이며, 다만 출제 빈도가 유난히 높은, 혹은 앞으로 출제될 사항의 적중률이 신통한 교재를 열심히 공부하여 가능한 한 최단기에 목표 성적을 내는 수밖에 없습니다. 

p17에도 역시 최고의 교재답게 핵심을 찌르는 설명이 나옵니다. "조사, 부사, 접속사와 같은 기능어의 의미와 용법을 확실하게 암기한다." 한마디로 문맥 파악을 미리 돕는 이런 기능어만 훤하게 뚫고 있어도 문단 전체의 흐름이 눈에 보인다는 뜻이겠습니다. 또, 어느 어학 시험이건 간에 문법 사항을 묻는 문제는 필수로 출제되는데, 이런 문제를 풀 때에는 "항목별로 정확하게 끊어가며 풀이하라"고 지시합니다. 섣불리 첫인상만 보고 아 이런 걸 묻겠구나 예단하다가 함정에 넘어가지 말라는 뜻이죠. 어학 시험 공통으로 이런 유의 함정을 파놓기 마련이니 말입니다. 

p60을 보면 "문맥규정에 자주 출제되는 동사"들의 목록이 나옵니다. 여섯째 줄에 보면 一掃する라는 동사가 소개되는데, 뭐 우리말 "일소하다"와 한자도 같으며 의미도 거의 동일합니다. 발음도 일일이 책의 표에 나왔는데(후리가나), 이츠소오(いつそう)가 아니라 촉음으로 잇소오(いっそう)이니 주의해야 하겠습니다. 사실 이 말은 야구 중계할 때 자주 들리기도 하죠. 

p80을 보면 유의(類義) 표현에 대한 설명이 있는데, 영어로 치면 paraphrasing과 비슷합니다. 설명에 보면 특히 2번에서, "밑줄 친 부분이 구(句. phrase)인 경우, 전체와 통째 교체해도 의미가 바뀌지 않는 걸 골라야 한다"고 나옵니다. 그러니 문법적 성질까지 일치해야 하며, 대충 의미만 비슷하다고 눈대중으로 고르다가는 시험이 파 놓은 함정에 빠지기 딱 좋은 것입니다. 우리말에도 저 일본어에서 들여와 이른바 不審(불심)검문이란 말이 있는데, 대체로는 이 한자 審을 동사("살피다")로만 쓰므로 무슨 뜻인지를 알기 어렵습니다. 審은 형용사로 새길 때 "자세하다"라는 뜻이 있고, 따라서 "불심"은 (인식 주체에게 대상이) 자세하지 않으므로 "수상하다"라는 의미가 됩니다. 이 문제에서 답은 ④怪しい[가이시이]입니다. 나머지 선지들은, 그저 한자만 잘 알아도 무슨 뜻인지 짐작이 됩니다(따라서 정답에서 배제됩니다). ①에서 綺는 아름답다는 "기"자입니다.   

우리 한국어도 경어(敬語) 표현이 여간 까다롭지 않습니다. 일본어도 그런 언어인데, p142에 보면 상세 한 설명이 나올 뿐 아니라 그 구체적인 예들까지, 빠진 것도 거의 없이 망라적으로 소개됩니다. 이를테면 바로 다음 페이지의 会う[あう]는 우리말로 "만나다"라는 뜻의 동사인데, "만나시다"라는 존경표현, "뵙다"라는 (나를 낮추는) 겸양표현이 같이 나옵니다. 존경표현에는 お[오. 大]가 맨앞에 붙는 것도 일본어 일반의 특성입니다. 그나마 언어 문화가 비슷한 한국인이기에 그에 대응하는 자국어를 연상하며 공부하기가 수월하지만, 유럽인이나 미국인이면 얼마나 배우기가 어렵겠습니까? 

매 단원 끝에는 실력 다지기 문제가 나오며, 이어서 실전 테스트가 제시되는데 후자는 아무래도 실전 감각을 키우는 게 목적이다 보니 사지선다 형식입니다. 앞의 실력다지기 코너는 양자택일로서, 사항 설명을 얼마나 잘 익히고 있는지만을 점검합니다. 이를테면 p215의 14번 문제에서, 괄호 안에는 문맥상 "~하게 해 주셔서"라는 표현이 와야 하겠습니다. 이에 알맞은 표현은 ②見学させてくださり입니다. ①의 していただき는 대체로 감사하다는 뜻인데, 바로 뒤에 도모 아리가토~하는 표현이 따라나오므로 중복이 됩니다. 

이론편도 어려운 사항까지 잘 정리되었기에 고득점을 노릴 만하며, 권말에는 모의고사 3세트까지 실려서 더욱 알찬 수험 준비가 가능합니다.  

*출판사에서 제공한 교재를 공부하고, 솔직하게,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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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태웅 2025-11-19 15: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怪しい(あやしい), お는 御 아닌가요?
 
교육혁명 2030 - 지금 우리가 아는 학교는 없다
이지은 외 지음 / 교보문고(단행본)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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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교육현장은 크게 바뀌고 있습니다. 그저 이 모습에서 저 모습으로 바뀌는 수준이 아니라 가히 혁명적이라 할 변화를 겪는 중입니다. 중등교육과정(중학교, 고등학교)뿐 아니라 고등교육과정(대학교 이상)도 마찬가지입니다. 이미 학교를 졸업하신 분들도, 학교의 현장이 이처럼이나 큰 변혁의 한복판에 있으며, 그런 학교에서 배출되는 인재상이 어떠한지에 대해 알고 있어야 후배 직원들과의 원활한 소통을 기할 수 있고, 혹 학부형이라면 자신의 자녀가 다닐 학교의 실상에 대한 정확한 파악이 가능하겠습니다. 

책에도 나오지만 한국은 1948년에서야 마치 신생독립국마냥 세계에 자신을 알릴 수 있었으며 이전의 수천 년 문명국으로서의 자랑스러운 역사를 밖에서는 알아주지 않았습니다. 나라가 지금 이 정도로 잘 살게 되니 비로소 외국인들도 소급하여 "중국과 일본이라는 강대국 사이에서 깡 좋게 정체성을 지킨 나라" 정도로 인식해 줍니다. 일본도 근세에 들어서 번듯한 모습이었으니 그 보잘것없던 고대사마저도 덩달아 미화된 경향이지만 대외 인식이 저러니 어쩌겠습니까. 여튼 가난하고 피폐된 한국이 이렇게 재건에 성공한 건 그 무엇보다도 교육의 힘입니다. 교육 덕분에 여기까지 올 수 있었고, 교육이 무너지면 나라의 현재와 미래가 위태롭습니다. 이 책의 문제인식은 여기서 시작합니다.  

팬데믹은 우리 일상에 엄청난 불편을 끼쳤습니다. 하지만 그에 적응하면서 인간은 많은 변화와 혁신을 이끌어낸 것 또한 사실인데, 그 변화 중의 하나가 원격 소통, 원격 사무처리 시스템입니다. 이런 것들 중 상당수는 팬데믹 이전에도 있었는데, 팬데믹을 계기로 삼아 더 발전했을 뿐입니다. 원격 네트워킹 플랫폼 중 중요한 건 교육 현장에 적용되던 것들인데, p65에서 "집체(集體) 교육이 최소화하고 온라인 교육이 강화되며, 학습 여정 설계에 의한 일과 학습 연계 등"을 "교육 재설계"의 생생한 예증으로 꼽습니다. 한마디로 언택트(콩글리시지만)의 방향이 강화된다는 뜻입니다. 

요즘 MZ세대는 문해력에 문제가 있다고도 합니다. 그런데 독자인 저는 개인적으로 이에 전혀 동의할 수 없고, 일부가 예전식 한자어를 어색해할 뿐입니다. 오히려 요즘 MZ가 훨씬 논리적이고, 다채로우며 재치 있는 표현들을 효과적으로 구사합니다. 책에서는 젊은 세대가 앞으로 더 다양한 표현과 소통 환경에 노출되며, 기술적으로 규범화, 정형화한 언어 속에 (오히려) 인간적인 의사, 감정의 교환, 교류 방법을 학교에서 배우게 될 것이라고 전망합니다(그런 방향으로 교육 개혁이 진행될 것이라고 주장합니다).  

한국도 이미 곳곳에서 이질적인 외양을 지닌 다양한 연령대의 시민이 보일 만큼 다문화의 방향으로 가는 사회입니다. 이럴 때일수록 새로운 교육 가치의 지향과 정립이 필요한데, 책에서는 DEI라는 개념을 소개합니다. 그 내용은 다양성, 형평성, 포용성(diversity, equity, inclusion)입니다. 이런 가치가 가감없이, 왜곡없이 현장에서 표현되고 구현되어야만, 효율과 성과라는 목표마저도 원래의 모습대로 달성될 수 있습니다.      

에듀테크 산업이 발달하면 할수록 그에 대한 보안 이슈도 불거지게 마련입니다. p144를 보면 한국의 세이프가딩 업체 그 현황이 표로 깔끔하게 제시되는데, 이런 지식은 교육 현장의 고위직 감독자들도 물론 최우선적으로 알 필요가 있겠지만, 기업 투자에 관심 있는 이들도 아 세이프가딩 업계에 이러이러한 회사들이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두고 포트폴리오를 짜면 유익하겠다는 생각도 드네요. 아무래도 이 영역은 경제 전체에서 셰어가 커질 전망일 뿐 아니라, 보안 능력과 노하우는 원래 경계를 넘나들며 확장 응용되는 게 보통이기 때문입니다. 

4차 산업혁명이 본격화하며 기존의 일자리는 점차 잠식되고 사회의 안정성은 흔들릴까요? 4차 산업혁명이 일자리를 없애는 게 아니라, 이미 단순반복 비효율 일자리는 사회에서 기계에 밀려 점차 사라지고 있으며 그걸 일컬어 "4차 산업혁명"이라 부를 뿐입니다. 책에서도 일자리 전망에 대해 중립적이고 신중한 견해를 내놓습니다. 교육 혁신은 그런 사회 변혁에 대해 선제적으로 대응하는 하나의 수단일 뿐입니다.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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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첫 번째 공룡 이야기 나의 첫 번째 과학 이야기
에린 워터스 지음, 아날리사 두란테 외 그림, 박은진 옮김 / 미래주니어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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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룡 같은 거대한 생물이 한때 지표를 누비고 다녔다는 사실도 놀랍고, 그 엄청난 강자들이 현재 모조리 멸종하여 화석만 남았다는 사실도 충격적입니다. 어렸을 때에는 누구나 공룡에 대해 열광하며, 영어도 못 하면서 그 기다란 학명을 줄줄 꿰고 다닙니다. 대상에 대한 열정이 충만하면 어떤 난관도, 심지어 어렸을 때에조차 극복할 수 있다는 방증입니다. 아무튼 어려서 어떤 공룡책을 처음 접하느냐에 따라, 어린이의 정서가 안정적으로 발달하고, 친구들 사이에서 꿀리지 않고 정확한 지식을 뽐내며 자신감 가득하게 성장할 수도 있다고 독자인 제가 말한다면 좀 과장일까요? 어린이에게 영상 매체나 예쁘고 정확한 그림책이, 바람직한 공룡 정보를 전달해 준다면 분명 그 아이의 유년은 행복하게 채워집니다.  

p1에는 공룡이라는 말의 뜻이 과연 무엇인지부터가 설명됩니다. 공룡은 쥐라기, 백악기 이후에는 모두 멸종하였고, 종류가 무척 많고 다양하다고 가르칩니다. 이렇게나 종류가 많았는데 그 중 하나도 사람과 같은 활동기를 공유하지 못하고 사라졌다는 게 아이들 입장에서는 신기하고 서운할 만합니다. p2에는 육식동물부터 소개되는데, 영어로 carnivores라고 정확하게 대표 복수 용법으로 표기합니다. 어떤 어린이에게는 육식, 초식이 무엇인지, 우리 인간은 어느 부류(잡식)에 속하는지부터 차분하게 알려 줘야 할 듯합니다. 다음 페이지에는 herbivores라고 초식 동물이 소개됩니다. 

영화로도 소개되어 어린이들에게 매우 친숙한 메갈로돈이 p7에 소개되는데 이해를 돕기 위해 그 몸집을 놓고 "소방차 두 대가 마주 보는 만큼 어마어마하다"고 가르쳐 줍니다. 상어 한 마리가 소방차 두 대 만한 크기라면 정말 엄청나겠죠. 왼쪽 페이지 그림에 나온 동물은 헤노두스인데 거북이를 닮았습니다. 이빨이 하나라서 그리스어로 이름이 저렇게(hen+odus) 붙었다고 합니다.  

요즘 책이라서 저희 때와 달리 바르게 고쳐진 부분이 있습니다. 저희는 익룡이 날개 달린 공룡이라고 배웠는데, 공룡에는 속하지 않고 그저 닮은 파충류라고 책에서 가르치네요. 영화 <쥬라기 공원>의 원작 소설을 쓴 마이클 크라이튼(고인이 되었습니다)은 당시에 이미 "사실 공룡은 파충류에서 조류로 넘어가는 중간 단계일 수 있다"는 말을 이미 했었습니다. 책에서는 콘푸키우소르니스, 미크로랍토르 등도 언급해 줍니다. 후자는 책에서 "날개 달린 작은 공룡"이라고 규정합니다. 

공룡이라고 모두 큰 것만 있지는 않고, 영화에도 나온 징그러운 프로콤프소그나티드도 있고, 이 책 p14에 소개되는 무스사우루스도 있습니다. 무스라는 말이 영어의 mouse와도 닮았고, 쥐라는 뜻에서 이름이 그리 붙었다고 합니다. 프로콤프소그나투스는 무리지어 피식자를 잔인하게 사냥하는 육식이지만 얘는 초식이며 다 자라면 "픽업트럭 크기"가 된다고 책에 나옵니다. 

p18에 카일레스티벤투스가 나옵니다. caelesti 부분이 하늘이라는 뜻이며 ventus가 바람이란 의미입니다. 이 대목에서 "화석"이라는 개념 설명이 비로소 나오는데, 특히 이 공룡은 뼈가 워낙 약한 편이라 화석으로 연구하기가 어렵다는 설명도 나옵니다. 산 시기는 트라이아스 후기입니다. 또 "사막에서 살던 최초의 익룡"이라는 의의도 있습니다. p10의 코엘로피시스(Coelophysis)와도 이름이 비슷한데, 이 이름은 비어 있다는 뜻의 고대 그리스어 κοῖλος에서 유래했습니다. 위의 caelesti-는 라틴어이고요. 

어린이들에게 인지도가 높고 인기가 좋은 공룡 중 하나인 브라키오사우루스가 나옵니다. 브라키오는 "팔"이라는 뜻입니다. 이 책에는 미국의 유타 지방에서 발견된 화석 덕에 우리가 알게 된 공룡이 무척 많이 나오는데 그 대표가 p45의 유타랍토르입니다. rator가 "약탈자(p47)"라는 뜻인데 p9에 미크로랍토르도 나왔더랬습니다. 이처럼 공룡 이름을 하나하나 알다 보면 영어 중 라틴어, 고대 그리스어 관련 어원 공부도 약간 될 듯합니다. 디자이너 에린 워터스, 그 외 두 분 일러스트레이터가 참여한 미국 책이 원서(세 저자 모두 여성)이며 용어 설명도 잘 되어 있어 아이들이 친근감 갖고 읽을 수 있을 듯합니다.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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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스널 잡 메이커 - 불안한 시대의 파도를 넘는 나만의 맞춤 Job 찾기 노하우
이현정 지음 / 라온북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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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에서 남들이 선망하는 직업을 갖는 것도 물론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건 자신, 바로 자기 자신의 열망과 적성, 소신, 체질 등에 어떤 직업이 잘 맞느냐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그래서 요즘은 적성의 발견이나 취향의 정확한 분석이 중요시되는데... 저자 이현정 대표께서는 그보다 더 앞선 비전을 제시하십니다. 책 내용도 놀랍지만, 책만큼이나 놀라운 게 이 대표의 이력입니다. 이렇게 살아온 분이니까 이런 내용의 책을 쓰실 수 있었겠구나 싶습니다. 어떤 사람이 썼다는 책은, 그 사람이 살아온 인생을 그대로 대변할 수가 있어야 하며, 그게 최소한의 집필 자격이 생기는 지점이라고 생각합니다. 내용도 대단히 혁신적이며, 이런혁신가들이 모이고 모여 미래의 대한민국이 만들어지는 것이겠습니다. 

p30에서 저자는 INFINITE의 원리를 제시합니다. 처음에 저는 책의 주제를 잘 이해하지 못했는데, 이 책이 단순히 자기 적성에 맞는 직업을 찾아가라는 내용이 아니었습니다. 그 정도가 아니라, 직업을 내 레벨에서 무한생성해 가며 죽을 때까지 여러 자리를 거치면서 살라는 내용입니다. 물론 이 과정에서 내 자신이 주체가 되어야 하며, 어쩔 수 없이 이리저리로 떠밀리라는 뜻이 아닙니다. 이런 말을 하면 많은 이들이 나와는 무관한 이야기겠거니 치부하겠으나, 이미 세상은 투잡 쓰리잡이 현실이 되어가고 있습니다. 멀티잡이 결국 내 열정과 적성과 잘 맞는 일들이라면 페이와 무관하게 내 인생이 행복해지며, 그 행복감 때문에 건강이나 치료 목적 등 이런저런 지출이 적어진다면 오히려 더 나은 선택일 수도 있습니다.   

INFINITE는 무한한 가능성, 창의성, 유연성, 진실성, 연결성, 개성, 기술활용, 지속적인교육 등 8개 요소의 약자입니다. 저자는 이 8개 요소가 무한 직업을 생성하기 위한 핵심이라고 주장합니다. 제 생각에 이 8대 요소는 평생직장을 지향하는 분들에게도 매우 중요한 가치이자 직업 유지의 기반입니다. 하지만 이 8요소가 유기적으로 결합할 때, 특히 무한직업 생성에는 과연 매우 효과적으로 작동할 것 같습니다. 8요소도 다른 상황에다 적용시킬 때(만약 적용을 시킨다면 말입니다)와, 이 무한직업 생성 프로세스에 적용할 때의 의미가 매우 달라지기도 합니다. 

어떻게 하면 자신의 퍼스낼리티를 추출할 수 있을까요? p71 이하에 그 구체적인 방법론이 나옵니다. 요즘 중년 시청자들에게 인기 있는 프로그램이 s모 방송국이 론칭한 <나는 솔o>인데, 이 책에도 언급됩니다. 여기서 저자가 짚는 포인트는, "서로의 매력에 걷잡을 수 없이 끌렸다가도, 자신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가치와 기대가 다르면, 생각을 재정비하고 대상을 변경하기도 한다."입니다. 8대 원리 중 특히 유연성과 연결성이 중시되는 상황이고 태도이기도 합니다. 서사시 <오뒷세이아>에도 다른 왕자, 구혼자 들이 주인공 헬레네만 바라보다 결국 빈손으로 돌아갔으나, 오뒷세우스만큼은 애초에 플랜B를 확실히 준비했었기에 차선책으로 여겼던 페넬로페를 얻어 귀향했고 나중에 결국 최고의 선택이었음이 판명되었습니다.  

무엇이 내 적성인지 쉽게 가릴 수 없다면, 반대로 내가 죽어도 못 견딜 상황과 직업이 무엇일지 생각해 보라고 합니다. 그러면 그 최악의 선택지부터 먼저 배제하면 되겠는데, 일종의 소거법(process of elimination)이겠습니다. 사실 내게 너무도 안 맞는 옵션이 무엇인지만 확실히 알고 인생에서 피해 나가도 큰 실수나 손해는 면할 수 있습니다. 택배 상하차 등 극한으로 여겨지는 일들을 기피한다고 요즘 MZ 세대들을 비판하지만, MZ세대의 특징은 매일매일의 성취가 없이 같은 일이 반복되는 직업이라고도 합니다. 의미와 목적을 찾겠다는데 그걸 딱히 나무랄 수도 없습니다. 

3장부터 무한생성의 구체적 방법론이 설명됩니다. 어떻게 하면 나 자신을 브랜드로 만들 것인가? 저자는 이 대목에서도 다른 데서 좀처럼 못 듣던 말씀을 합니다. 트렌드를 무작정 따라갈 게 아니라 자신의 감정에 먼저 주목하고, 이를 "재활용"하라고 합니다. 재활용(renewal)이 처음에는 무슨 뜻인가 헸는데, 저자께서 설명하는 예는 직장에서 상사한테 깨지거나 했을 때 이걸 그냥 속으로 삭이기만 하면 스트레스 축적, 발암의 먼 원인만 될 뿐이지만, 이 경험담을 또래 친구들에게 자신만의 해설을 덧붙여 재미있게 풀어내면 인기를 얻을 수도 있고, 만약에 유x브 등에서 개인방송 컨텐츠로 삼는다면 의외의 대박이 터질 수도 있습니다. 이 가르침이 무엇보다 저자 자신의 생생한 체험에서 나왔기에 한 마디 한 마디가 더 절실하게 와 닿았습니다. 어쩌면 이 책 자체가 그런 혁신적인 리뉴얼의 산물일 수도 있습니다.  

4장은 저자 자신의 살아온 이야기입니다. 앞부분도 혁신적인 교훈이지만 개인적으로 전 이 4장이 가장 재미있었는데, 역시 창의적이고 생산적인 발상과 이론 체계는 치열하게 산 인생에서만 도출된다는 점 다시 확인하게 되었습니다.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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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라리움
이아람 지음 / 북다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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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6년작 영화 <플라스틱 버블의 소년>을 보면 선천성 면역결핍증에 걸린 어린이가 평생을 인큐베이터 안에서만 살아야 하는 사연이 나옵니다. 활동 반경이 지극히 제한되다 보니 그 답답함은 말할 것도 없고, 인성의 건전한 발달에까지 영향을 줄 가능성까지 있지만 애가 워낙 착하다 보니 자신의 답답함보다는 부모님의 수고를 먼저 생각하느라고 아무런 불평도 하지 않습니다. 어쨌든, 사람이란 본래 자유로운 영혼을 갖고 태어난 만큼 그 자유가 구속당할 때 마치 죽음이 임박한 듯 공포를 느끼게 됩니다. 내가 숨쉬는 공기, 섭취하는 양분마저 오염된 상황이라면 꼭 그 피해를 신체적으로 겪지 않더라도, 나뿐 아니라 세상 자체가 종말에 처했다는 근원적 절망을 겪을 수밖에 없습니다. 

p15에는 바이오스피어, 즉 폐쇄순환생태계라는 개념이 처음 나옵니다. 우리 지구가 인간이라는 한 개체에게는 너무도 큰 공간이지만, 대기권을 벗어나면 숨도 쉴 수 없어 대사작용을 못 하고 우주공간에서 방사능에 노출되어 바로 죽게 되니, 지구 자체가 하나의 바이오스피어입니다. 이제 아포칼립스를 거쳐 지옥이 된 지구 곳곳에서 대피소로 구축된 위생공간들을 가리키는 말이지만, 망하고 나서야 비로소 그 가치를 실감하게 된 지구의 안온했던 환경이야말로 사실은 천국이나 마찬가지였습니다. "폐쇄 테라리움은 어머니의 선물이었다." 지구 자체가 어머니 가이아의 선물이었던 줄 어리석고 사악한 인간들은 너무도 늦게 깨달았습니다. 

일기장은 누군가의 내면과 지난 자취를 엿볼 수 있는 작은 역사책입니다. 소년은 누군가가 컴퓨터에 남긴 기록을 엿보는데, 세이렌이라는 프로그램의 힘을 입은 것입니다. 경기도, 코리아 같은 행정구역명은 (아직은 종말이 닥치지 않았지만 전망이 암울한) 책 밖의 세계 독자에게도 친숙함과 반가움을 전하는 이름들입니다. "개판이 되긴 했지만 난 아직 조국을 사랑한답니다!(p61)" 공감을 부르는 냉소적인 절규입니다. 개판이 되어도, 응원하던 야구팀과 날 낳아 준 나라는 죽을 때까지 사랑할 뿐 어떤 세탁을 할 수 없습니다.  

"이것은 인간을, 산 것을 이해할 수 없다. 그저 이해하는 척을 할 뿐이다.(p74)" 자연이 공급하는 깨끗한 산소와 음식으로 생존한다는 게 얼마나 큰 축복인지는 그것이 박탈되어 봐야 실감할 수 있습니다. 죽음을 대변하는 "개"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죽음은 삶을 이해할 수 없고, 지옥에서는 천국을 그저 불완전한 상상력으로 동경할 뿐입니다. 

사람의 목소리와 TTS가 합성한 소리를 구별할 수 있을까요? 처음에는 감쪽 같다고 생각했었으나, 자꾸 듣다 보니 역시 사람의 육성대에서 빚지 않은 인공은 티가 날 수밖에 없더군요. 소년은 로봇의 제지와 경계도 통과하고, 어머니의 목소리를 들으며, 그 직후 어떤 살아있는 중년 여인을 보게 됩니다. 인간의 감각, 센서는 참 탁월한 점이 있어서, 생체만의 미묘한 특징을 잘도 포착하며 그 고유의 징후에 대해 스스로 감탄하기까지 합니다. 소년은 이 순간 벅찬 감동까지 느끼며 전율합니다.  

"우린 괜찮아. 이리 와(p127)." 어느새 소년은 개와 완전한 팀이 되었으며 벌써 "우리"라는 1인칭 복수 대명사를 사용합니다. 세계가 망한 지 오래되었으나 소년도 기린, 코끼리 같은 게 어떻게 생겼는지는 압니다. 생체를 많이 접해 봤어야, (앞에서 말한 대로) 무엇이 산 것이고 무엇이 (죽었는데) 산 척 흉내만 내는 것인지 분간할 수 있겠는데, 여튼 소년은 내면의 강한 갈망 때문인지 젤라틴 덩이 같은 걸 보고도 저게 생물이겠거니 짐작을 합니다. 

p134에서 드디어 소년은 헨리에타를 만납니다. 하지만 대답은 왠지 시큰둥하거나 미온적입니다. "그런 셈이죠." 바라고 바라던 그 존재이지만 실체는 열망이 빚은 기대에 언제나 못 미치는 걸까요? 환경은 주체를 만들고 주체가 환경을 배신할 수 없습니다. 매 순간 파멸이 닥쳐 오는 게 분명한데 왜 인간은 여기서 멈추지 않는지... 누군가가, 아마도 우리들의 어어니가, 호된 훈육으로 깨우칠 때가 되었네요.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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