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베르테르의 슬픔 미래지식 클래식 3
요한 볼프강 폰 괴테 지음, 변학수 옮김 / 미래지식 / 2023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요한 볼프강 폰괴테가 젊은 시절 자신의 실제 체험을 바탕으로 지은 이 작품은 청춘기의 불 같은 고뇌, 말그대로 슈트룸 운트 드랑의 체화라고도 할 만한 감정의 격동을 잘 표현한 고전으로 유명합니다. 작년 2월, 또 올해 3월(개정판)에 변학수 박사님이 옮긴 헤세의 <데미안>을 읽고 독후감을 남겼습니다. 이번에는 괴테의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입니다. 디자인은 올해 2월에 출판되었던 <데미안>과 비슷한 빨간색 표지의 반양장입니다. 

사실 이 작품은, 우리가 흔히 (손수 읽어 보지도 않고) 멋대로 짐작하듯 어떤 설익은 열정만 간직한 청년이, 어울리지도 않고 현실적으로 맺어질 가능성도 없는 여인을 향해 일방적인 애정 공세를 퍼붓다 제풀에 지쳐 자살하는 흔한 치정 스토리가 아닙니다. 일단 베르테르(베르터. 그러나 이 번역본의 표기를 따르겠습니다)는 젊은이이기는 하나 공사(公使. minister. Gesandte) 밑에서 비서 임무를 수행하는 등 일정 소양을 갖춘 사람입니다. 또 로테에 대해 품은 연정도 일차원적이고 맹목적인 욕망이 아니라 꽤나 정제되고 정중한 감정이라고 해야 하겠습니다. 엄혹한 현실에 대한 자각도 없이 폭주하다 마침내 현타가 와서 거꾸러지는 요즘 치정극의 전형과는 너무도 다르며, 베르테르나 로테나 그들이 어떤 제약 하에서 플레이하는지 너무도 잘 압니다. 베르테르나 로테나 우리 선입견보다 훨씬 입체적인 캐릭터들이며 이보다 수 세기 전의 단테, 베아트리체의 평면성과 매우 대조됩니다. 

많은 이들은 스탕달의 <적과 흑>, 단테의 <신곡> 둘을 적절히 섞어 두면 이 작품이 나오지 않겠냐고도 하는데, 일단 <적과 흑>은 이 작보다 뒤에 나왔을 뿐 아니라, 이 작보다 훨씬 통속적이며 주제의식도 더 저급합니다. 개인적으로는 <적과 흑>을 즐겨 읽었고 캐릭터들의 생동감이나 풍자 기조도 높이 평가합니다만, 지금 이 작의 정제된 형식미(<적과 흑>에 비해)와 고상하고 진중한 방향성에 뭐 비교할 바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구태여 서열을 매기자면) 괴테는 스탕달보다 지성으로나 인격으로나 몇 레벨 위의 문학가입니다. 물론 괴테는 문학가 이상의 위인이기도 합니다. 

"로테를 너무 많이 만나지 않기로 마음을 먹었네. 그러나 과연 그것이 지켜질지!(p58)" 매번 이렇습니다. 베르테르 같은 20대 젊은이들뿐이겠습니까? 사랑이라는 감정은 그게 절제하려 든다고 사그라지는 게 아니며 연령대를 초월하여 당사자의 이성을 잃게 만듭니다. 알베르트가 정확히 보았듯이 베르테르는 매우 분별력 있는 청년(오늘날 감각으로는 소년에 가깝습니다만)입니다. 이처럼, 배울 만큼 배우고 정신도 (나이에 비해) 충분히 성숙한 인물이 저런 운명으로 몰려 가는 과정이 이 걸작의 매력 포인트라고 하겠습니다. 베르테르는 셰익스피어의 로미오나 신재효의 이몽룡처럼, 현대인의 감각으로는 상상이 안 될 만큼 어린 나이라는 점을 감안하고 읽으면 작품에 더욱 몰입할 수 있겠습니다.   

사실 눈 먼 사랑에 빠지는 위험한 감정은 남자보다 여자의 경우가 더 어렵습니다. p69에 보듯, 베르테르는 무슨 생각이었는지 얼마 전에 발생한 "물에 빠져 죽은 어느 소녀" 이야기를 꺼냅니다. 행실이 착하고 집안일에만 열심이던 평판 좋은 소녀는 어느날 한 청년을 만나 자신도(세상 그 누구도) 정체를 알 수 없는 어떤 감정에 휩싸이게 됩니다. 베르테르는 이 소녀(의 사례)에 그리 과몰입하지도 않습니다. 오히려 시간이 조금만 지나면 다 가라앉을 감정을 그예 이기지 못하고 극단적인 선택을 한 어리석음에 안타까움을 표하기까지 합니다(물론 바로 뒤에 단서를 답니다만). 베르테르가 이런 치정 상황을 메타적으로 충분히 분석할 줄 아는 젊은이였다는 데 일단 방점이 놓이는 것입니다. 잘 훈련된 안정적 정서의 뻔한 궤도만 달리는 알베르트의 반응은 여전히 예측 가능하며 무미건조합니다. 

베르테르는 시민 계층(p202)입니다. 시민 계급이라서 귀족들에게 경원시되었다는 말은 그러려니 넘어갈 수도 있으나, 시민이라는 게 이 당시에는 제3계급이었습니다. bourgeois는 영어로도 독일어로도 부르주아지인데(이 작픔 중에 그런 말이 나오지는 않습니다만) 아무리 베르테르가 성실함과 유능함으로 무장해도 저 공사 같은 사람은 여전히 (여행 중의 방해물처럼) 그를 싫어하는 것입니다. C 백작(베르테르에게 호의를 보인)은 독일어 원어로 Graf C입니다. 구태여 이니셜이 C인 건 프랑스어의 comte를, 외국어 실력이 출중했던 괴테가 의식한 결과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물론 당시에는 문화적으로 독일이 후진국이었을 뿐 아니라 아예 "독일"이라는 정치 단위가 없었습니다만. 이 작품에서 구태여 "공사"라는 직책이 등장한 것도 당시 수백 개 영방(領邦)으로 쪼개졌던 독일 지역의 정치적 현실을 반영합니다.  

p90에 보면 조사(助詞) 하나에도 민감해하는 공사에 대해 불편해하는 베르테르의 진술이 이어지는데 사실 독일어뿐 아니라 대개 굴절어인 인도유럽어족에 조사(토씨)란 없습니다. 변 박사님이 느낌을 살려 의역하신 건데, 원어는 Partikel이며 영어로도 particle이라 부르는 문법용어입니다. 독일어의 Partikel은 부사, 접속사, 감탄사 등인데 우리가 고교 시절에 배운 분리/비분리전철 같은 것도 이에 속합니다. 

정확하고 세심한 번역, 알찬 역자 후기 등도 독자에게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2024 합격포인트 자동차정비기능사 필기 - NCS 출제기준 완벽적용
GB자격시험편성위원회 지음 / 골든벨 / 2024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NCS는 현재 대한민국에서 인재를 채용할 때 적용되는 가장 표준적인 기준이며 동시에 이런저런 공기업, 공무원 채용시험 출제범위이기도 합니다. 2022년에는 이처럼 자동차 정비기능사 시험에도 이 기준이 적용되어 어떤 표준적인 모듈에 의해 시험이 시행되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니만큼 수험생들은 이 바뀐 기준과 체제에 적응해 나갈 필요가 있겠습니다. 

이런 기능사 수험서는 제 개인적인 생각으로 도판이 일단 풍부하게 실려서 수험생의 이해를 도울 필요가 있고, 글자 크기가 너무 작아도 너무 커도 안 되며 시간이 없는 수험생들 눈에 한 번에 팍팍 들어오게 하는 배려가 있어야 합니다. 또 각종 물리 공식이 자주 등장하므로 암기가 잘 되도록 시각적으로 예쁘게 배치하여, 가뜩이나 외울 게 많아서 머리가 터질 것 같은 수험생들을 조금이라도 편하게 해 주는 책이 좋은 책입니다. 수험생들은 이미 전공 시간에 그 핵심 원리를 잘 이해하고 졸업했다는 전제 하에, 그 기억을 잘 되살릴 수 있도록 간명하면서도 정확하고 쉽게, 이론 사항을 정리했다면 더욱 좋겠습니다. 

p42에 설명이 잘 나오듯 건식 압축 압력과 습식 압축 압력은 그 측정 방법이 다릅니다. 엔진을 250~300rpm 이상으로 cranking시키고 4~6회 압축시킨다는 점은 두 경우가 같습니다. 그런데, throttle valve(스로틀 밸브)를 열기 전에, 습식의 경우는 점화 플러그 구멍으로 엔진 오일을 주입한 후 압축 압력을 재는 단계가 끼어들어간다는 게 큰 차이점입니다. 

20세기 말에 들어 딱히 타이피스트라는 직업이 필요 없어졌듯이, 마이카 트렌드가 보편화하면서 남자라면 간단한 정비는 자기 손으로 하는 게 돈도 절약하고 일부 비양심적인 썩어빠진 공업사한테 (속된 말로) 눈탱이 맞는 일도 막는 지름길이 되었습니다. 대기업 차량 AS를 받는다 해도 어느 기사에게 걸리는지에 따라 결과가 다르며, 소비자, 오너 본인이 잘 알아야 괜한 불이익, neglect를 면할 수 있습니다. 스로틀 밸브다 전자제어 연료 분사장치다 하는 말들은 더 이상 전문가들이나 이해할 수 있는 jargon이 아니며, 이런저런 재주에 능함을 과시하는(?) 남자들의 일상용어처럼 된 지가 오래입니다. 이런 책을 보고 공부를 해 보면, 그간 차를 똑똑하게 몰면서 하나둘 익혀 온 지식이나 감(感)이 드디어 하나로 통합되는 쾌감도 맛볼 수 있습니다. 

냉각장치도 여러 종류가 있죠(p101). 요즘 차 모는 이들은 당연히 라지에타(=래디에이터)가 달린 수랭식만 대뜸 떠올릴 뿐 공랭식이라고 하면 "아니 무슨 오토바이도 아니고, 세단에 그런 것도 있나?"라고 할 만합니다. 디젤 트럭도 공랭식이 잘 없습니다. 그러나 아주 예전에는 공랭식 차량도 많았으며 1970년대부터 차 몰고 다니던 찐중산층들(지금은 돌아가시거나 노인들)의 대표 자가용 포니의 경우 공랭식이었습니다. 아무튼 차량 정비사의 경우 이 두 가지를 다 알아 두어야 그게 직업 본분을 다하는 길이겠으며, 향후 전기차 시대가 도래하면 부분적으로 이 공랭식이 살아난다고도 하니 원리를 알아 둬서 나쁠 거야 없습니다.  

연료 분사를 할 때 가솔린 차량은 대개 GDI 방식(p149)을 취하고 많은 운전자들의 경우 이게 눈에 익을 것입니다. 트럭이라든가 디젤 차량의 경우는 다릅니다. 요즘 모 정당의 어느 국회의원이 이른바 탄력 주차장 설치에 관한 법안을 발의했다고도 하는데, 커다란 트럭이 엄연히 차로인 구역에다가 버젓이 차를 대어 놓는 걸 보면 꼴사납기도 하고 이게 과연 위험하게 방치되어도 될까 싶어 개탄스럽기도 합니다. 

아무튼, 그런 트럭들을 보면 전면에 엠블럼으로 CRDi라고 새겨 놓은 걸 지나가다 한 번 정도 보셨을 텐데, 이게 디젤 차량 연료 분사 방식들 중의 하나입니다. 이 교재에서는 p150 이하에 비교적 자세히 서술되었습니다. CR은 책에도 나오는 커먼레일의 약자입니다. 저 뒤 문제 파트 p180의 05번 문제, 07, 08, 09번 문제들에서도 이 사항을 다룹니다. Di는 다이렉트 인젝션, 즉 직접 분사의 약자인데, 이 장치의 자세한 원리는 기능사 시험이라면 필기보다 실기에서 자세히 터치합니다.  

자기유도 작용과 상호유도 작용에 대한 설명이 p430에 나옵니다. 이처럼 자동차 공학은, 물리, 화학 핵심 원리들이 집약된 첨단 기술의 집약 영역이며, 역학(dynamics. 力學) 중에서도 동역학, 유체역학의 중추적 명제들이 모조리 동원되므로 예사 두뇌가 소화할 수 없는 까다로운 학문입니다. 여기서도 점화 코일에 대한 교재의 일러스트가 필요한 부위만 선명하게 강조되어서 이해하기에 편했습니다. 

*리뷰어스 클럽을 통해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챗GPT AI 국내 최초 10가지 인공지능 그림 그리기 - 달리2 / 미드저니 / 빙 이미지 크리에이터 / 레오나르도 / 플레이그라운드 / 비 디스커버 / 어도비 파이어 플라이 / 뤼튼 / 포킷 / 캔바 크리에이터 시리즈 5
최경희.허기도 지음 / 광문각출판미디어 / 2023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요즘은 일반인들도 인공지능 플랫폼에 들어가 키워드만 입력하고(or 불러 주고) 그림 그리는 게 취미입니다. 한때는 내가 생각하는 줄거리나 컨셉을 내 손으로 선, 색을 통해 표현하는 능력도 있어야 한다고 해서 데셍배우기가 큰 인기를 끌었으나 이런 혁신적인 기술이 나옴에 따라 다시 주춤해졌습니다. 하지만 아직 AI가 익히지 못한 비선형적인 테크닉은 온전히 인간의 창의에서만 나올 수 있다고 하니 손재주의 영역이 완전히 밀려난 건 아닙니다. 

챗지피티는 영어를 배운 엔진이므로 기본적으로는 영어만 알아듣지만 익스텐션인 프롬프트지니를 설치하거나, 다른 번역 기능을 이용하면 한국어 명령으로도 가능합니다. p24~p25를 보면 버전 3.5와 4의 차이가 나오는데, 3.5는 현재 무료로 쓸 수 있고 4.0은 따로 요금을 내야 한다고 저는 들었습니다. 3.5를 두고 "절절한 문맥 이해력"이라 평가한 대목이 재미있습니다. 물론 4,.0은 그보다 뛰어난, "더 긴 컨텍스트를 유지하고 미묘한 입력을 더 잘 이해하는" 수준이라고 합니다. 

p69에 나오듯 이 엔진은 "명령어를 텍스트로 입력하면 자동으로 이미지를 생성한다"는 게 가장 본질적이고 또 강력한 기능입니다. 우리는(특히 남자애들) 어렸을 때 각종 이상한 생각을 하며 못된 낙서를 하기도 하다가, 내 솜씨가 (내 눈에도) 그리 만족스럽지 못하면 트레이싱지를 이용하여 잡지 같은 데서 잘된 윤곽을 베끼기도 했습니다. 그래봐야 만족스러운 그림이 나올 리가 없었는데, 이제는 내가 앉아서 주문만 하면 최상급의 솜씨를 지닌 화가가 내 취향의 작품을 내가 원하는 컨셉대로 뚝딱 완성해 줍니다. 대단합니다. 

어린이의 불측한 낙서 그 고도화와 효율화가 고작 이 엄청난 혁신의 성과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입니다. 예를 들어 업체에서 늘씬한 미녀를 광고모델로 쓰고 싶을 때, 이제는 피팅모델을 구태여 섭외할 필요가 없겠습니다. 더 완전한 구도와 과감한 시각 이미지를 내가 원하는 대로, 훨씬 적은 비용만을 들여서 구현할 수가 있습니다. 물론 아직까지는 "이거 AI잖아?"라며 사람들이 그 패턴을 알아 보는 추세입니다. 하지만 개선이 이뤄지겠으며, 이 책에서 소개하는 놀라운 결과물만 봐도 충분히 경이롭습니다. 

일단 생성이 된 이미지를(생성 자체가 놀라운 기능입니다만) 편집하는 것도 무척 중요합니다. p73에 나오듯 우리는 이미 다른 사용자가 생성한 이미지를 이용하여 2차로 새로운(변형된) 이미지를 따로 만들어낼 수 있습니다(빙 이미지 크리에이터). 그 절차도 아주 간단해서, 명령어 복사, 붙여넣기 과정으로 그냥 끝납니다. 다만 좀 조심해야 할 게, 책에서 잘 설명하듯이, 이미지를 한번 패닝하고 나면 이제는 이 방향으로만 패닝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횟수에는 제한이 없습니다. p81을 보면 "모나리자를 고흐의 화풍으로 그려 주세요."라는 명령을 AI가 어떻게 수행하는지가 나옵니다. 솔직히 제 생각에는 그냥 고흐의 그림인데 피사체 하나가 모나리자(라고 애써서 볼 수도 있는)가 들어간 정도입니다. 뭐 여튼 재미있긴 합니다 

빙 말고도 다른 그림그리기 AI도 많습니다. 이 책의 최고 장점은 다양한 엔진을 두루 소개하며 각각의 사용법을 잘 가르친다는 점입니다. p105 이하에는 레오나o도가 소개됩니다. 이는 무료가 아니며, 다만 이용자에게 150토큰(고유한 결제 단위)는 그냥 지급합니다. 이미지 생성 1회당 10토큰이 소요된다고 하니 신중하게 사용해야겠습니다. 요금제는 다양하니 관심이 있다면 하나 가입해서 이용할 수도 있겠습니다. 이 엔진의 특징은, 교육 및 데이터 세트의 기능을 사용하여 맞춤형 AI 이미지를 생성할 수 있다(p121)는 점입니다. 

다음에는 플레이o라운드라는 AI 엔진이 소개됩니다. 여기서는 구o 계정과 연동이 된다는 게 눈에 띄며, 주제별로 잘 분류된 커뮤니티 피드가 죽 소개된다는 게 특징입니다. 역시 요즘은 사업을 해도 관련 커뮤니티를 잘 생성하여 충성스러운 고객 집단을 초기부터 잘 육성하는 게 좋은 전략들 중 하나입니다. 

비 디o커버의 경우 무료 버전, 유료 버전에서 이미지 생성하는 방법이 차이가 설명됩니다. 유료는 일회성으로 프로필 한 장에 140장을 생성합니다. 이렇게 결제 즉시 바로 140장이나 생성이 된다는 게 눈에 띕니다. 또 다른 사용자가 생성한 이미지를 저장할 수 있고(타 엔진은 이게 안 되기도 합니다), p185에는 TS 엘리엇의 시 <황무지>를 고흐 스타일로 그려달라는 명령을 어떻게 수행하는지 결과물이 나옵니다. 이게 고흐(풍)의 그림인 줄은 대번에 알겠지만, 황무지("4월은 잔인한 달...")의 그 절절한 심상이 잘 구현되었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역시 AI는 AI이며, 인간의 창의력은 고유의 영역이 아직 많이 남았습니다.  

선명한 사진들을 써서 이용자에게 어떻게 따라할지를 또박또박 쉽게 가르쳐 주는, 더군다나 다양한 엔진사용법과 특징을 두루두루 다 가르쳐 주는 친절한 책이었습니다.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마블 스파이더맨 어크로스 더 유니버스 엽서북 100 마블 스파이더맨 어크로스 더 유니버스
MARVEL 지음 / 아르누보 / 2023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엽서북입니다. 엽서북이라는 포맷은 저 개인적으로는 처음 접해 봅니다. 형식은, 플라스틱 케이스에 엽서 100장이 들었고, 그 중 열 장은 홀로그램을 입힌 것입니다. 말이 엽서지 이런 고급품을 누가 우표 한 장 붙여서 엽서로 소비하겠습니까(제 생각일 뿐이고, 사랑하는 사람에게 자신의 안부를 그렇게 전하는 분도 계실 겁니다). 포카(=포토카드)로 여겨도 될 굿즈입니다. 예쁩니다. 또 내용물뿐 아니라 풀컬러 컨셉 케이스가 전체 가치의 절반 정도라고도 생각이 듭니다. 

마블은 현재 엑스맨 연작도 접고 어벤저스 크루들의 이야기에 전사적 역량을 집중하는 모양새입니다. 원래 마블은 라이벌 DC의 캐릭터들에 비해 영상물에서는 좀 밀리는 추세였습니다. DC의 대표 주자인 슈퍼맨 프랜차이즈가 워낙 인기가 좋았으며, 원더우먼 시리즈도 린다 카터의 압도적인 비주얼 덕에 세계의 시청자들을 사로잡았습니다. 21세기 들어 마블의 엑스맨이 인기를 끌고, 2008년에 (로다주까지 회생시킨) 아이언맨이 빅히트를 쳤으며, 크리스토퍼 놀란의 배트맨 비긴즈가 약간은 애매한 평가를 받으면서 양사의 우월이 역전되기 시작했습니다. 

독특하게도 아이언맨은 솔로 연작을 3편에서 접었는데, 스파이더맨은 앞에 두 번이나 영화판으로 대형기획이 나왔었는데도 세계관을 다 갈아엎어 21세기 후에만 세번째로 리부트를 하고 지금까지도 계속 나옵니다. 스파이더맨에 다른 캐릭터들까지 끼워넣어 어벤저스 일부가 이리로 이사를 온 느낌입니다. 세번째로 리부트한 스파이더맨은 피터 파커의 원맨쇼 진행이 아니라, PC 가치를 대변하는 다양한 친구들을 주변에 배치하여 복합적인 메시지를 전달합니다.   

이런 스파이더맨이, 영화판 아니라 애니메이션 버전에서는 더 과감한 혁신을 꾀했습니다. 피터 파커뿐 아니라 모든 인종, 모든 성별, 모든 연령대, 심지어 모든 생명체들에까지 스파이더맨의 문호를 개방했습니다. 이제 흑인, 여성, 어린이, 강아지까지 스파이더 수트를 입고 특유의 초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데, 시대나 공간도 다양하게 바뀌기까지 합니다. "어크로스 더 유니버스"란 그냥 비유적으로 자주 쓰이는 관용구인데, 이 기획에서는 문자 그대로의 의미입니다. 이 우주 저 우주를 (자유로운 상상력으로) 마음대로 넘나드니 그게 바로 멀티버스(multiverse)이며 스파이더맨 고유의 개방성 때문에 이게 더 확실하게 구현되었다고 하겠네요. 개방성, 포용, 톨레랑스, 그 다음에 올 말은 자유와 평화입니다. 

스파이더맨 수트는 다른 초능력 히어로 코스튬과는 달리 얼굴이 안 보입니다. 샘 레이미 스파이더맨 2편을 보면 닥 악(Doc Oc)과 갖은 사투 끝에 옷은 다 찢어지고 얼굴이 드러난 스파이더맨을 보고 대중들이 깜짝 놀라("뭐야, 어린애잖아?") 우리가 그를 지켜줘야 한다며 분기탱천하여 빌런과 맞서는 감동적인 장면이 있습니다. 이 점, 즉 얼굴이 평소에 안 드러난다는 점에서 스파이더맨은 외형으로 사람, 혹은 생명체를 차별하지 않는 평등의 가치, 그리고 참여의 미덕이 구현되는 캐릭터이기도 합니다. 엽서북을 보면, 아티스트가 작품의 이런 메시지, 교훈을 깊이 이해하고 난 후, 선 하나 배색 하나 캐릭터의 동작 하나까지, 상징적 의미를 충분히 고려하여 형상화한 장면들이 가득합니다. 스파이더맨(들)의 우주(들), 아름답습니다.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프렌즈 캐나다 : 밴쿠버·토론토·몬트리올·퀘벡·로키 - 최고의 캐나다 여행을 위한 한국인 맞춤형 가이드북, 최신판 ’23~’24 프렌즈 Friends 35
이주은.한세라 지음 / 중앙books(중앙북스) / 2023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캐나다는 일찍부터 한국인들이 이민을 자주 갔던 나라였으며, 같은 북미 대룩에 속했으나 미국과는 또다른 사회 분위기가 있어 선호도가 높습니다. 뿐만 아니라 어학 연수 목적으로도 자주 찾아지며, 개성 있고 차분한 풍광 덕분에 여행지로도 널리 사랑 받습니다. 익히 잘 아는 나라라고 생각들 하지만 의외의 면들이 있어서, 꼼꼼하고 체계적인 여행서 한 권이, 사전 계획을 위해서건 현지에서의 참고용으로건 꼭 필요합니다. 

캐나다는 세계에서 두번째로 넓은 나라입니다. 그래서인지, p54에 나오듯 기후도 다양하며, 사람이 살기 어려운 한대, 냉대 지대가 있는가 하면, 지중해성 기후까지 두루 분포합니다. 크게 다섯 부류로 나뉘며, 북극에 인접한 곳은 당연히 한대(寒帶)이지만 중부는 대륙성 기후라서 연교차, 일교차가 큽니다. 느낌상으로는 작고 조용한 나라만 같지만 이렇게 영토가 광대한 만큼이나 풍토가 천차만별이란 점이 재미있습니다.  

밴쿠버는 태평양에 접한, 캐나다 서부의 대표 도시이며 미국의 시애틀과도 거리가 가깝습니다. 프렌즈 시리즈의 일관된 장점이기도 한데, 밴쿠버까지 이르는 다양한 방법, 또 밴쿠버 시내를 이동할 수 있는 전철 등 대중교통편도 보기 좋게 인쇄되었습니다. 재미있는 건, 버스에서만 쓸 수 있는 1회용 종이 승차권도 있다는 점입니다(p75). 마치 예전 세대가 쓰던 회수권처럼 말입니다. 한국과는 달리, 버스에서 거스름돈을 내어 주지 않으므로, 미리 잔돈을 준비하라는 실용적인 조언도 있습니다.  

자전거를 통한 친환경 이동은 일찍부터 캐나다에서 발달했었습니다. 관광객 역시 이런 편리한 수단에 접근하고 이용할 수 있습니다. 책에서는 "조이 사이클" 등의 업체를 추천하는데 읽어 보면 역시 이곳의 사정에 밝은 저자분이라서 이런 적합한 이유를 대시는구나 싶기도 했습니다. 겨울 스포츠를 위한 리조트로 휘슬러가 한국인들 사이에서도 꽤 유명한데, 책에도 나오듯이 이리로 바로 가는 항공편은 없죠. 밴쿠버에 일단 떨어졌다가 오는 수밖에 없고, 밴쿠버 관광을 마치고 뭔가 약간 심심하면 당일치기로 들를 만합니다. 프렌즈 다른 시리즈에서도 그랬지만 메인 코스 외에, 옆에 바로 붙은 다른 명소 하나를 곁들여 소개해 주는 센스가 너무 좋습니다.    

캘거리는 원래 인지도가 아주 높지는 않았으나 1988년에 동계 올림픽을 개최하고 유명해졌습니다. 서부(태평양 연안)에서 큰 도시는 대부분 해안에 면했으나 캘거리는 내륙에 있습니다. 책에 나오듯이 여기는 로키 산맥 기슭이라서 거칠고 험한 자연의 풍광이 그대로 살아있는 지역이 많죠. 밴프, 쿠트니, 요호 국립공원도 죽 이어져서 볼거리가 붙어서 가는 지형이기도 합니다.  

이제 동부로 이어져서 온타리오 주 토론토가 소개됩니다. 현재 미국 메이저리그 야구에는 비(非) 미국 연고 팀이 딱 하나 있는데 그게 토론토 블루제이스이며 류현진이 뛰고 있습니다. 예전에는 퀘벡 주 몬트리올에도 엑스포스라는 팀이 있었는데 현재는 DC로 매각되었습니다. p340에는 CN타워가 소개되는데 토론토의 랜드마크 중 하나이겠습니다. 

마릴린 먼로 주연의 흑백영화 <나이아가라>도 있고, 슈퍼맨 영화판 2편에서도 클라크 켄트가 로이스 레인에게 정체를 들키는 장면이 이 폭포를 배경으로 전개됩니다(p376). 이 명소는 캐나다, 미국 양쪽에 걸쳐 있으므로 소개는 두 나라 접근 양면 모두에서 이뤄지며 이 역시 책의 자상한 배려입니다. p396에 보면 일만(一萬) 불(佛) 사리탑이 소개되는데 사실 나이아가라에 왜 이런 불교 시설이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여튼 재미있는 지점입니다. 

어느 나라이건 수도 관광을 빼놓을 수 없으며 오타와에는 국회의사당, 컨페더레이션 스퀘어, 자연사 박물관 등 딱 수도의 품격에 맞는 명소와 시설들이 있고 이 책에도 깨끗한 사진들과 함께 소개됩니다. 이어 몬트리올이 나오며 이곳 역시 1976년에 하계 올림픽을 개최한 곳입니다. 책에는 초보건 여러 차례 관광을 해 온 경험자에게건 유익할 여러 정보가 나옵니다. 

프렌즈 시리즈는 읽을 때마다 그저 여행서가 아니라 인문서를 읽는 느낌인데, 책의 대미는 애틀랜틱 캐나다 지방의 소개로 채워지며 무엇보다 루시 몽고메리 여사의 고전 빨간머리 앤의 배경으로도 한국인에게 아주 친숙한 곳입니다. 여행은 그저 지역에의 무미건조한 이동이 아니라 순간순간 깨달음과 감동이 이어져야 하며, 그런 벅찬 체험을 잘 짜여진 여행서가 돕습니다. 역사가 짧고 심심한 캐나다일 것 같아도 이 책과 함께할 때 환상여행이 될 수 있겠습니다.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