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성이란 무엇인가 - 내 삶을 완성하는 영성에 관한 모든 것
필립 셸드레이크 지음, 한윤정 옮김 / 불광출판사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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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성이 곧 종교적 경건성을 뜻하던 때도 있었습니다. 사람은 현실의 치열한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면밀한 계산을 행하기도 하고, 현실과는 아무 상관없는 저 먼 피안을 응시하기 위해 여러 상상력을 발휘하거나 성찰에 잠기기도 합니다. 대체로 후자를 영혼(soul)의 기능이라 부르며, 전자는 정신(mind)의 영역으로 구분합니다. 

이 책에서 저자께서는 일단 영적(spiritual)인 성질을, 육적(fleshly), 세속적(worldly) 등의 개념과 대비시킵니다. 후자는 대개 기독교계에서 신의 뜻에 반하는 범주로 이해하는 단어들입니다. 저자는 현대 영어 화자일 독자들을 염두에 두고, 저 "영적(spiritual)"이라는 말은 피지컬이나 바디 관련어의 반댓말이 아니라고 특별히 강조까지 하십니다. 그도그럴것이, 현대인 중 영미인들이라면 대뜸 그렇게밖에 생각 못 할 것이기 때문이죠. 오히려 우리들처럼, 외국인(저들이 볼 때)으로서 책으로(?) 영어를 배운 이들이, 같은 단어의 고전적 개념에 더 밝을 수도 있습니다.  

아무튼 영성이란, 지난 천 수 백 년 간 그렇게 생각되었고 이는 기독교계뿐 아니라 정도의 차이는 있을망정 이슬람교, 불교 등도 마찬가지였다고 저자는 설명합니다. 이처럼 비교종교학적 어프로치로 이 "영성"이라는 키워드를 다루는 저자의 태도 덕분에 독자는 훨씬 쉽게, 이 어려운 주제를 납득할 수 있습니다. 아무튼 현대에 들어서 "영성"이라 함은, 정신적인 체험과 정화를 중시하긴 하나, "자신을 종교적이라고 지칭하고 싶지는 않은 사람들"이 이 말을 쓴다고 저자는 콕 집어서 말씀하십니다(p18). 여기서부터 이 책의 진짜 논의가 그 출발점을 마련합니다(종교성과 영성의 구분). 

그러니 예컨대 고 이어령 박사 같은 분이 자신의 책에서 쓰던 맥락과는 크게 다르다고 해도 되겠습니다. 이 책의 이런 관점은 현재 미국, 유럽의 언어 현실, 혹은 라이프스타일을 먼저 관찰한 후 저술되었다는 이유도 있으며, 또 엄밀하게 따지자면 "영성"과 "spirituality"가 완전한 일치 관계도 아니기 때문입니다(아직도 우리 나라에서 "영성"이라고 하면 종교가 먼저 떠오르기 마련이고요). 이런 관점에서, 저자는 예컨대 p51 같은 곳에서 "세속적 영성"이란, 얼핏 들어 형용모순(contradictio in abjecto)인 개념도 엄연히 현실의 한 단면을 포착하는 단어로 쓸 수 있는 것입니다. 

이슬람은 엄격한 율법을 강조하고 일상 속에서의 규칙을 일일이 실천하는 종교라서 신비주의가 끼어들 틈이 사실은 부족해야 합니다(객관적 관념론인 유교에 신비주의가 전무한 점도 참고할 만합니다). 그런데도 주류와는 별개로 수피즘이란 교파가 시시때때로 큰 세를 떨쳤으며 세계사 관련 서적들에도 뚜렷이, 자세히 언급될 정도로 그 비중이 큽니다. 명상을 통해 신적인 것에 오롯이 집중하고 황홀경에 접어드는 모습을 보면 저것이야말로 종교의 본령인가 싶으면서도 한편으로 광신을 경계해야겠다는 생각도 드는데 어느 종교라도 이런 딜레마를 안고 있습니다.  

p108에서는 이슬람의 데르비시 교단에 대해 설명합니다. 사실 탁발과 신비주의가 항상 함께 가는 게 아닌데 이 교파에서는 사정이 그러합니다. 특히 이 교파가 페르시아에서 유래했기에 더 특이한 점이 있습니다. 이란 피가 섞인 일본인 야구선수 다르빗슈의 성씨도 이와 관련이 있죠. 이어 이냐시오(이그나티우스) 영성에 대한 설명이 이어지는데 물론 예수회 창시자 이그나티우스 로욜라의 사상이 그 핵심입니다. 

현대에 들어 새로운 의미의 영성이 두드러지게 된 건 탈근대성의 대두와도 관련이 있다고 저자는 지적합니다. 더 이상 이성과 합리적 추론만으로 미래를 예측할 수 없고 현상을 적절히 설명할 수 없다 보니 이런 정신적인, 영적인, 그러면서도 비 종교적인 출구를 모색하는 것입니다. 이 영성이 검소함을 강조하다 보니 경제학과도 접점을 마련하는데 그에 대한 흥미로운 분석(p138)도 있습니다. 

어떤 이들은 영성이 종교의 진화된 형태라며 확실한 구별점, 나아가 결별점을 마련합니다. 그러나 저자는 이런 과격한 주장에는 논리적으로 현실적으로 문제가 많다고 지적합니다. 무엇이 되었든 간에, 현대인의 끊임없는 지적 호기심과 정신적 갈증은, 언제나 그랬듯이 난관에 대한 새로운 돌파구를 마련할 것이라는 희망을 갖게 합니다.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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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픽 올인원 패키지 OPIc All in One Package - 오픽 시험에 필요한 모든 것을 하나로
시원스쿨어학연구소 지음 / 시원스쿨LAB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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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픽도 여러 단계의 교재가 있습니다. 모고, 기초닦기, 기본서, 심화, 실전드릴... 그런데 수험생 입장에서 보다 빨리 등급을 따고 싶을 때에는 이런 올인원 교재가 더 절실해지기도 합니다. 이 교재는 파일 폴더 안에 5권의 책이 들었고, 겉면은 비닐랩으로 싸여 있습니다.  

1권은 프리북입니다. 오픽에 대해 전혀 정보가 없고 뭐부터 시작해야 할지 아직 계획도 안 선 수험생이 먼저 펼쳐야 하는 책이라고 하겠습니다. p6~p8에 보면 가장 표준적이라 할 학습 계획이 제시됩니다. 입문에서 실전 모고까지 정말 촘촘한 계획표입니다. 영어공인능력시험이나 공무원, 기타 자격증 교재 등에 보면 앞부분에 보통 계획표가 나옵니다만 제가 본 중에서는 가장 실용적이고 또 치밀한 학습 플랜이었습니다. 

품사다 문장 성분이다 시제다 하는 문법사항은 원래 오픽의 메인 테마는 아닙니다. 그런데 영어에 대해 정말로 기초가 부족한 수험생이라면 이 부분부터 꼼꼼하게 봐 둬야 하며, 혹 문법이 이미 익숙한 학습자들이라 해도 복습, 정리한다고 생각하고 한 번 봐 둬서 나쁠 건 없습니다. 매 unit마다 빈칸 채우는 연습 문제가 나오는데 난도는 그리 높지 않습니다만 주관식이라 정말 초보자라면 약간은 부담스러울 수 있습니다. 그래도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단계이며, 이게 안 되면 오픽의 본 과제 사항이라고 해도 순조롭게 습득이 안 됩니다.  

p35의 의문문 파트는 특히 오픽에서 질문하고 답할 때 반드시 이해가 필요한 문장 구조이므로 부족한 부분이 없도록 철저하게 공부해야 하겠습니다. to-부정사의 세 가지 용법도 마찬가지입니다. 복합문을 이해하는 핵심 장치가 관계대명사이므로 p62 이하의 설명도 꼼꼼한 학습이 필요합니다. 프리북은 내용도 어렵지 않고 분량도 짧으므로 학습자에게 큰 부담을 주지 않게 센스 있는 구성과 체제입니다. 

아무래도 2권 메인북이 이 교재의 핵심이라고 하겠습니다. 시원스쿨 오픽 교재는 다른 책도 그렇지만 템플릿이 촘촘하게 꾸려졌으며 이른바 만능 답변이 다양한 상황에 맞춰 고안, 제시되었다는 점이 무척 만족스럽습니다. 또 예상되는 질문마다, 필수 표현과 고득점 표현이 따로 나옵니다. 모범 답안은, 인트로-바디(본문)- 랩업의 세 단계로 구성되게 가르치는데, 구조도 깔끔하게 이 모범답안처럼 짜야 하지만 점수를 크게 좌우하는 건 어휘의 수준과 적절성이기도 합니다. 이 질문들도 철저하게 기출 문제를 분석하여 제시되었기 때문에 믿음이 갑니다. 

음악 감상에 대한 문제가 나오면, 정말로 음악 감상이 전혀 취미가 아니거나 최신 히트곡만 간신히 찾아 듣는 수준일 때 난감하기도 할 것입니다. 그래서 이런 템플릿 교재를 더 꼼꼼히 봐야 하는 것입니다. 언제 나만의 음악 취향을 만들고 또 그걸 영어로 근사하게 표현하는 연습까지 다 마치겠습니까? 이 교재는 모범 답안 하나만 제시하고 암기를 강요하는 게 아니라(뭐 급하면 그렇게라도 해야 하지만), 추가 세트 구성을 통해 더 생각해 봐야 할 점도 자연스럽게 떠올리게 돕고, 또 앞으로 출제가능한 변형 질문에도 대비하게 합니다. 특히 저는 unit 5의 음악감상 파트가 수험생들에게 많은 도움이 되겠다 싶었습니다. 

p62의 여행관련질문, 해외 여행지에서 특히 하고 싶은 질문에 대한 근사한 답은, 오픽에 대해 수험생이 어떤 식으로 대처해야 하는지 그 정석을 보여 주는 우아한 모범처럼 보였습니다. 이런 걸 보면 오픽은 공인어학시험 중에서는 꽤나 정성적인(qualitative) 테스트라고 할 수 있습니다. 주제에 꼭 맞으면서도 기존의 너무 뻔한 어휘 집합(세트)을 벗어나는 참신한 어휘가 등장하며, 접속사와 관계사가 적절히 끼어드는 완성도 높고 영어다운 문장으로 채워졌습니다. "기술"이라는, 다소 어려우면서도 여러 분야에 걸쳤기에 추상적인 주제에 대해서도 p98에서 다루는데 확실히 종전의 뻔한 문제들만 상대해 온 한국 수험생들이 당황할 만한 문제이겠습니다.   

3권 워크북에서는 좀 다양한 방법으로 수험생들을 연습시킵니다. 개별 어휘나 표현을 한국어로 제시한 뒤 이걸 영어로 바꾸게 합니다. 오픽에 이런 유형이 나온다는 게 아니라 이런 기초가 잘 되어야 예상 외의 질문이 던져졌을 때 최대한 덜 당황하고 높은 점수가 나올 답변이 척척 나올 수 있죠. 특히 롤플레이 유형에서 학습자들이 다방면으로, 어휘나 완성도 높은 짜임새나 심지어 멘탈까지도 단단히 준비시키는 치밀함이 돋보입니다. 

좋은 교재는 해설이 좋아야 합니다. 제가 감탄했던 게 이 해설북인데, 오픽이라는 시험의 특성상 템플릿 제시 파트에서 해설도 사실상 동시에 이뤄지는 건데(토익 텝스 등과는 다르죠), 이 해설북을 보니 수험생의 약점이 참 여러 방향에서 보완이 되겠구나 싶었습니다. 스토리라인 짤 때 특히 많은 도움을 받을 수 있습니다. 다시 말하지만, 오픽은 템플릿 암기 대회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마지막 5권 부가자료까지 그야말로 완벽합니다.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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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병원이 잘되는 12가지 비밀
박정섭 지음 / 매일경제신문사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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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치마킹은 업종을 불문하고, 가장 확실하며 효과적인 성공 방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어느 경영학 교과서에서도 벤치마킹의 미덕을 강조합니다. 벤치마킹에 가장 밝을 수 있는 입장이라면, 이 회사 저 회사를 두루 둘러볼 수 있는 직분을 가진 이들이겠습니다. 컨설팅 회사라든가, 국세청 직원일 수도 있습니다. 병원의 경우, 영맨이라고도 불리는 분들이 심지어 드라마에서도 "잘될 병원인지 아닌지 한눈에 안다"며 덕담을 건네고 이를 들은 개업의들이 좋아하는 장면을 심심치않게 볼 수 있습니다. 

저자 박정섭 대표는 젊은 나이에 성공을 거둔 유능한 영업사원 출신인데, 이런 분들은 분야 불문하고 그 비결이 궁금해지기도 합니다. 하물며 의료 섹터라면 더욱 그렇습니다. 본래 이 책은 잘되는 병원들의 공통점을 분석한 책이지만, 저는 언뜻언뜻 보이는 저자의 성공 수완에 대해서도 궁금해졌고 그에 대해 제 나름대로 결론을 정리하기도 했습니다. 

초진 환자가 어떻게 유입되게 하는가? 병원에 왔을 때 어떻게 신뢰감을 갖게 하는가? 진료를 받고 나서 만족감을 갖게 하는 방법은 무엇인가?(p51) 이 세 가지가 병원 성공에 있어 가장 핵심적인 질문이라고 저자는 강조합니다. 첫째 질문에 대해, 이것이 만약 마케팅에 대한 사항이라면 동네 급여과 의원들은 "나랑은 먼 얘기"라며 관심없어 합니다. 의원에서 누가 마케팅에 돈을 쓰냐는 이유에서입니다.  

둘째, 병원에 딱 들어섰을 때 너무 광고 같은 안내문만 잔뜩 붙어있거나 인테리어가 지나치게 화려하면 오히려 거부감이 든다고 합니다. 원장님은 간단한 아이디어로 일반 서민에게 친근감을 줄 방법이 따로 있다는 것입니다. 셋째 일단 진료 자체의 뛰어남은 별개로 하고(이건 마케팅의 영역이 아니죠. 기술은 같다는 전제 하에 이 책은 어떻게 마케팅 어필을 하느냐는 내용입니다), 환자와 진료 결과에 대한 소통을 어떻게 해야 환자가 만족을 하고 나가느냐에 대해 책은 가르쳐 줍니다. 

요즘은 어떤 업종이라도 검색 엔진에서 일단 검색을 해 보고 어디를 갈까 무엇을 살까를 결정합니다. 100% 믿을 수는 없어도 후기도 읽어 보고 참고는 일단 합니다. 그러니 병원도 지나가다 간판만 보고 막연하게 들어가는 게 아니라 검색이라는 과정을 거치는 거죠. 최우선으로 해 둬야 할 일은 네o버 플레이스에 노출되도록 최소한의 정보를 게시하는 것입니다. 이 정도야 누구든지 하시겠으나 의사분들 중 연세가 많으신 분이라면 혹 아니실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무료 홈페이지인 모o, 검색 앱인 o닥 등에도 게시하거나 노출되게끔 간단한 절차를 거치실 것을 의사분들께 저자는 권합니다. 이용자 입장에서 저는 평소 병원에 갈 일이 없어서인지 사실 병원 검색에 이런 수단들이 있는지도 처음 알았습니다. 

아파트 광고는 생각보다 비용이 많이 들기에 가성비 면에서 효과가 있을지 의문이라고 저자는 말합니다. 깔끔하게 병원 이름만 게시하는 엘리베이터 광고가 뜻밖에 만족스러울 수 있다고도 합니다. 블로그나 유튜브 채널을 통해, 고유의 진료 철학을 설명하고 구독자들과 소통하는 방법도 좋다고 합니다. 일방적으로 광고를 하는 채널이 아니라 나는 이런 식의 의료 원칙을 갖는다고 표방하며 공감을 얻어가는 방식을 말합니다. 삶의 근간을 이루는 철학과 가치에 대한 이야기는 일단 공감자를 모으기 시작하면 확실한 충성 고객들 확보로 이어질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물론 진실성이 최우선입니다. 

젊은 의사라고 해서 반드시 경험이 일천하다거나 지식이 부족하다고 할 수 없습니다. 젊은 원장님이, 기술 면에서 결코 베테랑보다 못할 것 없다는 점도 허위 과장이 안 되는 범위 안에서 확실히 어필하라고 합니다. "공부하는 의사"라며 계속 최신 지식을 흡수하는 점도 강조해야 한다고 조언합니다. 한의원이라고 해도 이 이치는 같다고 합니다. 한의원이야말로, 사람들이 나이든 원장님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겠으므로 이거 유념들 하실 필요가 있겠다 싶었습니다. 

소통 시 환자의 눈을 똑바로 보고 이야기하며(모니터를 응시하며 이야기하는 것 지양), 목소리는 너무 작아선 곤란하며, 사투리를 쓰며 쏘아붙이듯이 얘기하지 말라고 합니다(사투리가 문제가 아니라 어조를 지적함입니다). 말끝을 흐리면 어르신들이 못 알아듣는다고 합니다. 의료 아니라고 해도, 제 경험상 어르신들은 청력이 안 좋아서 대화 중 발음을 분명히하고 목소리만 커도 호감도가 급상승하긴 하시더라구요. 

요즘은 CEO가 직원들에게 기를 살려 주고 인간적으로 벽 없이 대해야 그 직원들이 제 잠재력을 다 살려 일합니다. 원장님은 당연히 CEO입니다. 특히 휘하의 간호조무사분들을 대하는 태도에 대해 책 p181 이에 자세히 설명합니다. 사실 이 점은 병원 이용자 입장에서 자주 느끼는 게, 간호조무사분들이 불친절하다 싶으면 그 병원을 꺼리게 되는데, 이 원인 중 상당 부분은 원장님이 그분들을 대하는 방식과 관련이 있을 수 있다는 시사를 받았습니다. 

우선적으로는 원장님들이 읽으실 필요가 있을 책이겠으나, 그냥 일반 독자 입장에서도 어떤 병원이 상업적으로 성공하고, 어떤 병원이 그렇지 못한가에 대해서 공부하며 이 산업 일반의 특징과 전망, 구조에 대해 조금은 배울 수 있었습니다.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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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대, 나를 위한 진로 글쓰기 - 미래 자서전으로 나만의 콘텐츠 만들기 특서 청소년 인문교양 16
임재성 지음 / 특별한서재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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탁월한 글쓰기 코치 임재성 저자의 신작입니다. 글쓰기는 특별한 재능이나 자격이 있어야 도전하는 과제가 아니라, 오히려 누구나 자신의 능력 계발을 위해 일상에서 수행해야 할 습관, 버릇 같은 것이라는 게 저자의 주장에 가깝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웅변학원에서 일정 기간 수료하거나 자격증을 딴 후에야 말하기가 가능한 게 아니듯, 글쓰기 역시, 생활하는 시민의 그저 일상 속에서 반복적으로 꾸준히 이뤄져야 본인의 표현 능력을 비롯 여러 잠재력도 계발되고, 타인과의 소통 능력도 향상됩니다. 

그 외에도 저자는 글쓰기를 수행함으로써 여러 긍정적인 효과를 거둘 수 있다고 가르칩니다. 한 예로 p34 이하를 보면 우울증에 대한 일종의 세라피가 나옵니다. 마음을 차분히 다스리는 건 물론 만능의 치료약이 될 수 있지만 그게 말처럼 쉽지 않습니다. 내 생각만으로 내 생각과 마음을 통제한다는 건 아마 고승의 경지에 접어들어야 가능할 것입니다. 우리가 그리 큰 힘을 안 들이고 일상에서 할 수 있는 건 글쓰기를 통해 아 내 마음이 사실은 이런 상태구나 하고 객관화, 대상화하여 바라보는 것입니다. 그러면 내가 내 감정으로부터 분리되어 나를 비로소 돌봐 주고 싶은 마음이 듭니다.   

대4병도 아니고 요즘은 대2병(p79)이 문제입니다. 입학 당시의 즐거움은 간데없고 2학년 때부터 벌써 취업 강박, 공포에 시달립니다. 이 책은 10대 시절부터 글쓰기를 통해 자신의 진로를 모색할 것을 제안합니다. 명시적으로 나의 인생 행로를 한눈에 파악하게끔 글로 써서 가시화합니다. 내 장래, 소중한 나의 장래에 대해 내가 생각보다 소홀히, 허술하게 다루고 있었구나 하는 자각도 하면서 계획도 치밀히 다듬고 장기 전망에 대해 성찰도 합니다. 존 고다드(p71) 역시 이렇게 글쓰기를 통해 치열하게 살았기 때문에 인류학자로서 탐험가로서 성공할 수 있었다고 저자는 지적(p81)합니다. 이 책은 이처럼 다양한 사례가 실려 있어서 어린 십대 독자가 자신에게 직접 참고가 될 만하겠다 싶은 케이스를 보고 롤 모델로 삼을 수 있어서 좋습니다.  

"미래 자서전은 인생 프로그램입니다(p109)." 잘 읽어야 잘 쓸 수 있다는 저자의 말씀이 특히 가슴에 가깝게 와 닿습니다. 물론 가장 이상적인 글쓰기는 창의성이 핵심이지만 십대 청소년이 처음부터 그렇게 창의적인 능력을 발휘할 수는 없습니다. 처음에는 잘쓴 글을 따라해 보고 좋은 점을 흡수하고, 남을 흉내내면서 어느새 내 스타일을 서서히 자리잡게 만드는 것입니다. 노래 신동도 어렸을 때는 남들 모방부터 시작합니다. 남의 장점에 대해 뿌리깊은 이해가 생기면 그때부터 나만의 길에 대한 비전이 보이는 거죠. 

책을 읽고 공부를 할 때 정보와 지식만 받아들인다 해도 무척 힘듭니다. 그런데 그렇게 애써 지식을 흡수해도 무척 공허합니다. 지식은 그 자체로 내 텅빈 마음을 채워주지는 않기 때문입니다. 저자는 말합니다. "받아들이는 태도, 의미 부여, 해석이 중요합니다(p122)." 예전에 마하티르 전(前) 말레이시아 총리는 과학이 "어떻게"와 "무엇이"를 가르치긴 해도, "왜인지"를 알려 주진 않는다고 했습니다. 그럼 이유, 궁극의 원인은 누구로부터 배워야 할까요? 종교인? 마하티르? 우리 인간이 백 년도 안 되는 삶을 살며 좁아터진 땅에서 지지고볶는 것도 어찌보면 이 "왜"에 대해 자기 나름의 답을 얻고 가라는 하늘의 뜻인지도 모릅니다. 의미부여와 해석은 각자의 몫입니다. 아무리 어린 독자라고 해도 말입니다. 이걸 타인의 성과에 의탁하는 사람은 이미 영혼을 잃었는지 모릅니다.  

이렇게 글쓰기의 목적, 기능, 효과에 대해 알려 줘도 여전히 십대에게 글쓰기는 어렵습니다. 그래서 저자는 자신이 직접 글쓰기를 지도하면서 아이들이 어려워하던 부분에 주목하며 쉽게쉽게 좋은 글을 쓰는 방법에 대해 가르칩니다. 우선 초고는 생각나는 대로 밀고나가라고 합니다(p173). 일단 초고는 남들이 최종적으로 읽는 완성본과는 다르므로 진정한 내 생각이 가감없이 드러나게 거침없이 써 보라고 합니다. 내 생각이 잘 드러난 글이라야, 그걸 보고 어디를 고쳐 가야겠다는 엄두도 나기 마련입니다. 다음으로 글은, 동생에게 이야기를 들려 주듯 편안하게 쓰라고 합니다. 이러면 허세를 부릴 이유도 없고, 나 자신도 제대로 모르는 대목에 대해 더 연구, 성찰도 하고 다시 이야기를 이어갈 마음도 먹어집니다. 

글쓰기가 생활이 된 십대라야 어른이 되어서도 더 풍요롭고 행복한 삶을 살아갈 수 있습니다.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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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 들어도 늙지 않기를 권하다 - 죽기 전까지 몸과 정신의 활력을 유지하는 법
마리아네 코흐 지음, 서유리 옮김 / 동양북스(동양문고)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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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 세 시대라고 합니다. 20대 젊은이라고 해도 중반이 넘어가면 아 내 청춘이 다 가는구나 하며 아쉬운 상념에 젖기 마련입니다. 아니 18세 고교생이라고 해도 민증이 나오면 뭔가 슬퍼집니다. 사람은 아무리 열심히 산다 해도 수명을 늘리거나 손상된 건강을 회복할 수는 없습니다. 오히려 열심히 산 사람일수록 안타깝게도 병을 얻어, 혹은 다쳐서 더 일찍 숨을 거두기도 합니다. 필멸의 운명을 거스를 수는 없는 게 인간이고 보면, 죽기 싫어 늙기 싫어 같은 불안과 강박에 시달리는 것보다 그 모든 것으로부터 초연해지고 마음의 진정한 평화를 찾는 길로 나가는 편이 현명한 선택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이 책은 독일 출신 의학박사가 쓴 실용적인 처방전입니다. 죽음에의 공포로부터 자유로워지고, 오히려 나이에 걸맞은 성숙과 안정, 관조하는 마음을 장착한다면 뿌리 없이 떠돌다 큰 사고를 칠 수 있는 젊은이보다 훨씬 낫습니다. 게다가 중장년에게는 경제적으로 든든한 물적 자산이 있지 않습니까. 저자의 성씨를 보면 인류를 질병의 두려움으로부터 해방시킨 세균학자 코흐와 같은데, 이런 점에서도 (웃자고 하는 소립니다만) 뭔가 책에 대한 신뢰가 생기는 듯합니다. 실제로, 임상 경험도 풍부한 의학박사이셔서인지, 흔한 덕담이나 위로가 아니라 신체적 건강과 마음의 평화, 인격적 성숙, 생에의 관조 등 모든 면에서 독자에게 종합적 솔루션을 제공하는 느낌이었습니다. 저자는 현재 92세이니 인생의 스승으로서 교훈을 내릴 자격조차 갖춘 분입니다(책 자체는 2년 전에 나왔습니다). 

제로사이언스라는 분야가 있다고 합니다(p15). zero-science가 아니라, 늙음을 뜻하는 그리스어 어근 gero-, geronto-에서 새로 만들어진 용어입니다. 이 학문은 장노년에게는 물론, 사회 생활을 갓 시작한 청년층에게도 일생을 두고 노화에 대한 효과적이고 체계적인 대비를 시켜 주는 데에 일차 의의가 있습니다. 많은 처방은 일단 준비된 설문에 대한 응답들로 시작합니다. 여러 차례의 시행착오를 거쳐 세밀하게 만들어진 설문에 답하다 보면 전문가는 사례자의 성향에 대해 파악하게 되며 응답자 본인도 (처방을 받기 전부터도) 자신이 누구인지 뭔가 깨닫는 바가 있습니다. 

나이가 들면 정해진 궤도 안에 안전하게 몸을 맡기려 드는 게 보통입니다. 나이 들면 자신이 여태 가져 오게 된 정신적 자산을 과대평가하게 됩니다. 젊은이가 다른 생각을 말하면, 너보다 더 많이 살아 온 나의 생각이 너보다 못하다는 것이냐며 마치 자신의 인격을 모욕당한 듯 화를 내기도 합니다. 이래서 노인은 고정관념에 사로잡히기 쉽고, 또 노인은 으레 선입견 덩어리이겠거니 하고 다른 연령대가 그들에 대해 선입견(p59)을 갖기도 합니다. 이는 잘못입니다. 

우선 젊은이의 생각이 옳을 수도 있고 그렇다고 해서 그것만으로 노인이 인생을 헛산 건 또 아닙니다. 사람인 이상 틀릴 수도 있죠. 내 생각에 진정한 확신이 있으면 젊은이가 이를 부인하려 든다고 해서 화가 나지는 않습니다. 오히려 안타까워서 웃음이 나죠. 화가 난다는 건 이미 자신의 생각에 자신부터가 믿음이 안 가므로 대접해 달라고 어린이처럼 생떼를 쓰는 것에 불과합니다. 다음으로, 유연한 사고(思考)와 상황 대응이 가능하냐 아니냐로 늙음과 젊음을 구분해야 하며, 나이가 젊어도 어떤 고정관념에 매여 있다면 이건 내일이면 저세상 갈 늙은이만도 못한, 불쌍한 젊은이에 불과합니다(이미 젊은이라고도 할 수 없습니다). 이런 융통성 있고 적응력 좋은 노인들은 외관상으로도 노인 티가 안 나는 게 또 공통점입니다. 희한하게, 정신이 건강한 노인들은 몸에도 탈이 덜 납니다. 

나이 들면 또 살이 많이 찝니다. 그러다가 임계점을 지나면 급격히 빠지고 그러다가 돌아가시는 겁니다. 적정 체중을 꾸준히 유지하는 게 중요합니다. 살이 찐 이들은 마음이 급합니다. 이거 빨리 빼서 다 없애버려야지 급한 마음으로 급하게 다이어트를 시도하지만 살은 절대 쉽게 안 빠집니다. 그러다가 제풀에 지쳐 이게 내 팔자인가 보다 체념하거나, 다이어트 때문에 스트레스 받느니 먹고 싶은 것 마음대로 먹으면서 마음 편하게 살다가 가련다 같은 자기위안 자기기만에 빠집니다. 폭식으로 이어지고 예전보다 살은 더 찝니다. 책에서는 1개월에 1kg씩만 빼라고 합니다(p83). 이걸 누가 못할까 싶지만 사실 이것도 다음 달에 목표 실패하기가 십상입니다. 뺀 효과는 콘스탄트하게 유지가 되어야 그게 진짜이며 따라서 1달에 1kg 빼기는 현실적으로 목표를 낮춰잡자는 정도가 아니라 오히려 진정한 감량을 위한 치밀한 전략입니다. 

세상이 디지털화한다는 건 오히려 노인들에게 유리한 점입니다. 신체 능력이라는 건 30대만 되어도 크게 꺾여가며 하루하루가 다릅니다. 몸을 안 써도 되는 일에서 젊은이들이 채 흉내낼 수 없는 지혜를 발휘할 수 있다는 건 사회에서 나이가 아닌 능력으로 대접받을 수 있는 행운이자 축복입니다. 나이가 들면 지적 능력도 쇠퇴하는 게 아닌가? 그게 바로 선입견입니다. 그 선입견에서 못 벗어나면 영원히 뒷방 늙은이 신세가 되는 거고 말입니다. 이 책은 늙어감에 대비하는 학문적 성과가 담겼을 뿐 아니라 저자 자신부터가 (머리가 활발히 돌아가는) 90세 노인이므로 여러 모로 강력한 확증과 설득력을 갖춘 책입니다.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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