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되는 투자 시스템 만드는 법 - 포지션 규모와 청산 전략이 없다면 큰돈은 꿈도 꾸지 마라!
반 K. 타프 지음, 조윤정 옮김 / 이레미디어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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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에 있어 어떤 좋은 감 같은 것으로 매번 임하는 건, 중장기로 볼 때 그 성과가 좋지도 못할 뿐 아니라, 매우 위험한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습니다. 시드머니가 작건 크건 간에 시스템을 만들어 투자를 행하면, 일관된 성과가 나올 수 있을 뿐 아니라 남는 시간에 다른 일을 할 수도 있습니다. 시스템에 의한 투자는, 모니터만 속절없이 바라보는 시간도 줄여 주는 게 보통이기 때문입니다. 

척 휘트먼이 쓴 권두 추천사를 보면, 특히 이 책의 장점으로 꼽을 만한 건 포지션 규모 전략입니다. 포지션의 방향이 아니라 "규모"를 설계하는 전략이라는 게, 척 휘트먼의 말대로 매우 드문데, 저자 반 타프 박사나 휘트먼 모두 "손실의 규모를 제한"하는 목적 때문에라도 이 전략을 잘 숙지하고 시행할 필요가 있다고 합니다. 우리가 흔히 손절, 손절이라며 말들 하는 게, 아무리 매력적인 종목이라 해도 단기에 너무 큰 손실이 나면 오래 버틸 방법이 없기 때문입니다.  

이 책에서 또 개인적으로 주목해 본 점은, 2장에서 투자자들이 보통 저지르곤 하는 실수 패턴 하나를 날카롭게 짚어낸 대목입니다. 우리들 투자자들이 (상황이 뻔할 때에조차) 이성적인 결정을 행하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저자는 이를 판단적 휴리스틱(judgmental heuristics)이라 명명합니다. 쉽게 말해, "내가 과거에 이렇게 해 봤더니 되더라"입니다. 

물론 시행착오를 통해 쌓이는 경험은 누구에게도 소중한 자산일 수 있습니다. 그러나 그 인과관계라는 게 정확히 귀납되어야(induced) 하며, 인과관계가 엉뚱하게 포착된 걸 경험칙이라며 미화, 왜곡하여 신조화하면 결과는 필패입니다. 이 중 가장 원시적인 형태는 "전에 이 종목을 샀을 때 잘 되더라" 같은 것이겠습니다. 차트가 어떤 모습이었는지, 시장의 전체 상황은 어떠했는지가 다 다를 수 있는데 그저 종목 하나만 보고 들어간다면 어떻게 되겠습니까. 

p124에서 저자는 무엇보다 "나 자신을 정확하게 평가하라"고 충고합니다. 자신에 대해 적용하는 SWOT 분석이라고 할 수도 있겠는데, 고전인 손자병법에도 지피지기면 백전불태라는 말이 나옵니다. 개인의 강점, 약점(예: 나는 컴퓨터를 잘 다룰 수 있는가?)을 철저히 분석하여 자신에게 알맞는 전략을 짜는 게 무척 중요합니다. 또 이 책에서는 외적으로 드러나는 특성 말고도, 자신에게 특이한 심리적 개성을 정확하게, 메타적으로 파악하여 상황에 임하라고도 충고합니다.  

"몇 가지 특정한 개념만이 시장에서 효과가 있다(p133)." 많은 전문가들, 경제학자들이 거창한 이름을 붙여 이러이러한 게 있으니 주목, 활용하라고 목청을 높입니다. 그런데, 그 중에 과연 실전 투자에서 효과를 본 게 유의미하게 많던가요? 현란하게 명명된 보조지표들도, 현직 증권맨들은 실전에서 거의 보지 않고 사후에 점검용으로만 참고하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그도그럴것이 대부분이 후행성에 가깝기 때문입니다. 

"추세추종전략." 반 타프 박사가 의미있다며 전략 중에 녹여낼 것을 권하는 개념 중 하나입니다. 아마 많은 분들이 동의할 것입니다. 유튜브 등에서 누군가(세력이 캐릭터 액터로 내세운)가 입에 침을 튀기며 무슨 종목을 홍보한다면, 저런 데 들어갔다가는 큰일난다며 무조건 무시해야 할까요? 물론 장기 투자로는 아주아주 부적절합니다. 그러나 단기로 조금 먹고 나오기에는 아무 해로울 게 없습니다. 세력들이 지 돈 들여서 크게 올려주겠다는데 왜 사양하겠습니까? 다만 이 경우 귀찮더라도 모니터 앞에 버티고 앉아 작은 어떤 기미라도 보이면 바로 털고 나올 수 있게 기민한 태도를 유지해야 하겠습니다. p136에 나온, 밴드 트레이딩의 좋은 예로 "범위가 형성된 시장" 차트 개형이 어떤지도 잘 봐 두는 게 좋겠습니다. 

솔직히, 여러 번 읽어도 잘 이해가 안 되는 대목도 있었습니다. 그 예로, p169에 나오는, "(당신이) 고도로 전문화한 훈련을 받았다고 해도 스스로 펀더멘털 분석을 행하지 말라"가 있습니다. 오히려 공인회계사에 맞먹을 만큼 재무제표 보는 실력을 쌓고 모든 비전을 자기 것으로 만들어 주체적으로 행해야 후회 없는 투자가 되지 않을까요? 아마도 저자의 취지는 다음과 같지 않을까 싶습니다. 

첫째, 펀더멘털 분석이라는 게 겉으로는 각종 복잡한 수치를 대상으로 삼으니 누가 해도 같은 결론이 나올 것 같지만, 사실은 평가자의 주관이 개입합니다. 누구라 해도 확증편향의 함정에서 쉽게 벗어나기 힘들지요. 누가 봐도 한정의견감인데, 나는 이 회사에서 홀로 희망을 보는 이른바 "명장병"에 걸려 무리수를 둘 수 있습니다. 역시 고도로 훈련된 전문가의 솜씨라는 전제 하에, 다른 사람의 객관적인(?) 분석을 보는 게 그 함정에서 벗어날 수 있는 하나의 방법이긴 합니다. 

다음으로, 현실에서 대부분의 종목이 그렇지만, 누가 봐도 결론이 뻔한, 확증편향도 끼어들 틈이 없는 경우에는, 뭐하러 구태여 시간과 정력을 투입하여 자신이 직접 분석하겠습니까? 그건 그야말로 다른 전문가들이 잘 해 놓은 결과만 슬쩍 참고하면 되는 것입니다. 이론적 정합성 여부를 떠나, 반 타프 박사가 격의 없는 태도로 들려 주는, 자신의 경험에서 우러나는 털털한 회고담 같아서 더 마음이 끌리는 대목들이었습니다. 이것저것 잡다한 말 다 참고할 게 아니라 신뢰성 있는 몇몇만 일관되게 "구독"하는 게 좋다고도 합니다. 

"예측은 왜 그토록 자주 빗나가는가?(p292)" 박사가 명시적으로 인용하지는 않으나 경제학에서는 이 문제에 대해 이론적으로 제법 명쾌하게 규명해 놓은 업적이 있습니다. 합리적 기대 가설이라는 게 그것입니다. 과거의 사건들은 제법 높은 비율과 빈도로 현재, 미래에 반복됩니다. 그러나 똑같은 패턴으로 일어나지는 않습니다. 새롭게 발생한 변수를 반영하여 모델을 짜야 하며, 플레이어들이 과거의 사례를 참조하리라는 메타적 판단도 해야 합니다. 이 대목은 합리적 기대가설 프레임에 따라 읽어 나가면 정리가 잘 되었습니다. 

셋업(p313)이라는 단어는 롱이다 숏이다 하는 액션을 취하기 위해 형성된 조건을 뜻할 수도 있고(꼭 증시 용어가 아니라도), 함정이라는 뜻도 가집니다. 공교롭게도 상황을 잘못 읽으면 이건 스타트 시그널이 아니라 함정에 빠질 위험 경고등으로 바뀔 수도 있습니다. 물론 이 책 8장에서 초점은 전자에 놓였습니다만, 현명한 투자를 위해서는 제 발에 걸려 넘어지는 일이 없게 조심해야 하겠습니다. p315의 말, "옳은 셋업을 찾기를 대부분 강조하지만 사실 셋업의 중요성은 그리 크지 않다"는 대목도 유의해야 하겠습니다. 과대평가된 요소에 주의가 쏠리면 정작 신경 써야 할 것을 제대로 못 볼 수 있습니다.   

엘리엇 파동, 피보나치 패턴 등을 굳게 믿는 분들은 "우주에 질서가 있다(p314, p371, p518)"는 신념과 더불어, 꾸준히 궁극의 진리를 위해 무엇인가를 탐구하려는 성향도 강합니다. 그러나 우리가 현실에서 경험을 충분히 해 봐서 알듯, 법칙이란 게 클리어하게 그 복잡한 정체 도로를 뚫고 쌩쌩 달리지 못합니다. 그러므로 다양한 변수를 적절히 전략에 반영하여 순간순간 융통성 있게 대처하는 게 어쩔 수 없이 우리가 취해야 흘 태도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패턴이란 게 역시 무시할 수 없어서, 일정 상황에 일정 패턴은 기가 막히게 들어맞는 수도 있는데, 저자는 잭 슈웨거의 그 책도 참조해 보라고 합니다. 물론 다들 아시듯이 그 책인데, 이 책 중 저자가 추천하는 책이 아주 많지도 않기 때문에 더 기억에 오래 남았습니다. 

R의 개념... 이 책에서 아주 자주 강조되는 내용 중 하나입니다. 때로는 회의적인 맥락에서지만... p408에서 저자는 존 스위니의 캠페인 트레이닝 개념을 설명하는데 저도 몇 년 전에 그 책을 읽었지만 이해가 어려웠는데 오히려 반 타프 박사의 이 책이 원 저자보다 설명을 더 쉽게 해 놓아서 머리에 쏙쏙 들어왔습니다. 이 책에서 풀어 준 최대 역행폭 케이스를 다들 꼭 읽어 보셨으면 좋겠습니다. 투자 오래 하신 분들은 공명되는 부분이 많을 것입니다. 

영리한 개미라고 해도 제법 잘 번다는 정도이지, 기관을 beat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아니, 거의 불가능하다고 해도 됩니다. 제도권 매니저들이 퇴직하고 나서 자기 사업 하면 펄펄 날아다닐 것 같아도 고전하는 게, 책 p531 이하에 잘 나오듯 증시란 본질적으로 시장 조성자에 유리한 게임이기 때문입니다. 이 대목은 실전 전략 수립보다, 시장의 구조적 특성을 파악(재확인)하는 데 시사점을 줘서 유익했습니다. 

주석은 각 챕터 뒤에 모여서 실립니다. 마지막 챕터에는 반 타프 박사와의 가상 인터뷰(아마도 자문자답?) 역시 그의 솔직한 성향을 잘 보여 줍니다. 1장 서문에는 조셉 캠벨의 유명한 고전 <신화의 힘>으로부터 제사(題辭)가 뽑혔는데 많은 것을 생각하게 되는 적절한 인용입니다. 나 자신이 가장 가치 있고 소중한 자산이라는 말은 워런 버핏도 이 비슷한 발언을 한 적이 있고, 진정 경제적 자유를 찾기 위한(이 책의 원제 일부이기도 한 구절) 첫걸음이 자립적, 주체적 투자관의 확립이라는 점도 상기해 주기에 유익합니다. 후기에 미처 다 담지 못한(숨기고 싶은?) 좋은 내용이 너무 많아서 대만족인 독서였습니다.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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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개산 패밀리 2 특서 어린이문학 4
박현숙 지음, 길개 그림 / 특서주니어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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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1권에서 후반부에 처음 등장했던 "흰 개"는 이름이 "파도"입니다. 참... 이름이라는 게 그렇게나 큰 의미를 가지는지, 조난자("그 사람")이 자신을 "들개"라고 불러줬다고 그렇게나 설레어하던(2권 p19도 참조. 뭐 그건, 누가 봐도 설렘의 감정입니다. 박현숙 작가는 이런 기술이 탁월하죠) 얼룩이를 다시 떠올려 보면... 아무튼 파도는 이 2권에서도 말이 참 많은데, 다만 그 안에는 중요한 정보가 들었습니다. 

여튼 파도가 알려 준 엄청난 정보를 듣고 얼룩이와 바다는 고민에 빠집니다. 그런데 여기서 자기들끼리 이럴 게 아니라, 대장이 괜히 대장인가요, 대장한테 빨리 가서 상의를 해야 하지 않겠나는 생각이 저는 들었습니다. 파도도 익히 알고 있는 "전설의 검은 개"가 바로 대장이라는 건 1권에서도 나왔고(그러나, 스포라서 이 후기에서 말할 수는 없지만 p65, p76, p166 참조) 이 2권 처음에 파도가 드디어 대장을 만나(p8) 그 실물을 보고 감탄하는 장면이 있습니다(좀 뒤 p61도 참조). 또 1권 마지막에 바다가 얼룩이더러 너의 자질에 걸맞은 새 이름을 가지라며 "용감이"라고 새로 불러 주는 장면도 있었습니다. 2권 p49, p129에서, 대장 입에서도 처음으로 용감이라는 호칭이 나옵니다. 

대장은 여러 번 팸원(?)들을 감동시킵니다. 멋있는 외모로 한 번(은 아니고), 고깃덩이를 능력 좋게 아지트로 가져와서 한 번(우리들은 마트에서 고기 사올 때 봉투가 안 터지게 특히 조심해야 합니다. 2권 p21), 갑자기 사라졌다가 모두의 걱정을 달래며 컴백해서 또 한 번... 야마오카 소하치도 말했듯이 보스는 이처럼 부하들을 진정으로 반하게 할 줄 알아야 합니다. 대장을 무척 따르던 바다는 1권에서도 아팠고 이 2권 p120에서 죽습니다. 너무 슬펐네요. 불쌍한 바다ㅠ 

역시 대장은 보통 짬(?)이 아닌 게, 들개에도 진정한 자격 같은 게 있다고 그 지론을 설파합니다(p54, p99). 요지는 사람들에게 넘어갈 여지가 있으면 그는 아직 진정한 들개가 아니라는 건데(번개 같은 애들), 이렇게 믿으면서도 정작 자신은 사람들에 대해 그리 극단적인 적대 스탠스를 갖지 않으니 그것도 좀 신기합니다. 역으로 생각하면 개도 그렇지 않겠습니까? 아직 주인을 온전히 믿지 못하면 그는 완벽한 개가 아니다, 아직도 절반은 늑대(p158)라고 봐야 한다, 혹은 사람이, 이렇게 완벽한(완벽해진) 개한테 그에 합당한 보답을 못 주고, 뒤통수나 치고 유기(나아가 포식)나 한다면 그 역시 온전한 사람이라고 할 수 없다... 논리는 (독자인 제 생각으로) 이렇게도 연결됩니다. 

1권에서도 그런 장면이 있었는데(조난자- 나중에 헬기로 구조되었다는-가 얼룩이한테 자기는 입이 터져서 못 먹는다며 햇반 도로 가져가라는 씬), 2권에서도 유난히 친절한 붕어빵집 아줌마가 얼룩이한테 말을 걸고 얼룩이도 뭐라고 대꾸를 하는 듯한 장면이 p78 같은 데 있죠. 이 이야기 속에서 희한하게도 개들은 사람 말을 알아듣는데 사람은 개의 말을 못 알아듣습니다. 얼룩이도 그런 취지로 제스처를 취한다는 거지 저 말을 아줌마가 일일이 이해하는 게 아닙니다. 

p98에서 대장, 얼룩이, 바다, 미소는 드디어 번개를 다시 만납니다. 얼룩이가, 번개더러 그날 조난자에게 먹을 걸 갖다 준 건 대장이 아니라 미소였다고 오해를 풀라고 합니다. 미소가 그를 도와 준 건 특별한 인연이 있어서였는데 저는 1권에서 그 대목을 읽고 노예로 끌려가던 벤 허가 어느 젊은 목수(...)에게 물을 얻어 마시고 죽다가 살아나던 장면이 생각났습니다. 벤 허는 훨씬 나중에 은혜를 갚으려고, 형장으로 십자가를 지고 올라가는 그 목수에게 물을 건네지만 실패합니다. 그 목수는 하늘이 미리 정한 섭리에 의해 그 형장에서 죽어야 했기 때문이었죠. 벤 허는 유대 귀족 출신이었지만 (알고보니) 그 목수는 벤 허 따위가 함부로 호의를 베풀 수도 없는 존재였습니다. 

충분히 경험이 많고 지능이 높아도 남에게 속을 수 있습니다. 보이스피싱범들이 그렇게 활개치는 건, 여튼 자녀에 대한 위험이 거론될 때 사람들은 고작 1%의 가능성이라도 순간 과대평가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입니다. 대장도 "침을 질질 흘리는 누런 개"의 말에 속을 정도는 아니었으나(p135) 번개가 너무 걱정되어서 그렇게 했던 것입니다. p110에서 침질질이 구라를 쳤지만 p140에서 파도는 멀쩡하게 잘 다닌다는 것도 밝혀집니다. 

침질질 이놈은 정말 악질인 게, 대장한테 누명을 씌우기 위해 마지막까지 속임수를 시도합니다. 그러나 지혜로운 대장은 한 번 속지 두 번은 안 속습니다. 침질질 이놈은 제가 길에서 만나기라도 하면 대갈통을 걷어차기라도 해서 그 버르장머리를 고쳐 놓아야 하겠네요. 대장은 역시 믿는 구석이 있었고, 그는 바로 ooo oo o였습니다(스포). 이제 청계산 패밀리는 새로운 출발을 하며 새 식구 뭉치도 상처를 닫고 건강히 잘 살았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우리 사람들은 제발, 법에 따라 반려동물과 이별을 해도 해야겠으며 제발 산 같은 데 유기하지 맙시다!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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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개산 패밀리 1 특서 어린이문학 3
박현숙 지음, 길개 그림 / 특서주니어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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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은 동네 뒷산 같은 곳을 지날 때 조심해야 하는 게, 사람들이 버린 반려견이 들개로 변해(p151, p181) 사람을 공격하는 일이 가끔 있기 때문입니다. 이 소설도 그런 버려진 개들을 소재로 삼았는데, 소설 속에서는 마냥 사람의 관점에서 이들을 위험하게만 볼 게 아니라, 그런 처지로 몰아댄 비정한 사람들에 대해 더 생각해 볼 것을 권하는 듯합니다. 

1인칭 화자인 얼룩이는 매사에 원한이 가득합니다. 천개산 산66번지(p22 등)에 모여 사는 개 다섯 마리의 삶은 참 처량한데, 요즘 속어로 일종의 "팸"을 이뤄 살고들 있습니다. 모두가 사람에 의해 학대당하다가 탈출하거나 버려진 애들이라서 가출은 아닙니다만 여튼 공통의 한을 품고 팀을 이뤄 힘든 삶을 꾸려 갑니다. 그런데 이들 중에서도 유독 얼룩이가 강경론자 극단론자인데, 너무 고생이 심해서인지 인간미, 아니 생물 공통의 어떤 공감대가 거의 남아 있지 않은 아주 삭막한 심성입니다.   

바다는 주인에 의해 버려진 게 아니라 자신의 잘못으로 길을 잘못 들어 미아가 되었다고 말하고 다니지만 나머지 멤버들은 그 말을 믿지 않는 듯합니다. 하긴 그런 식으로 어떤 가상의 사연을 만들면 본인 마음이 덜 불편할지도 모르겠습니다. 돌에 맞아 아프면서도 사실은 별로 안 아프다며 (예상과 달리) 아프지 않은 자신을 확인하는 얼룩이에 대해 조소를 보내기까지 하니 최강의 자기기만 기제입니다. 

미소는 이름만 미소일 뿐 얼굴은 찌그러지고(p61) 험상궂기 짝이 없습니다. 그런 나쁜 경험이 있는 데다 사는 게 이렇게나 힘드니 그 외양인들 편하게 변할 리가 만무하죠. 이 와중에도 진돗개라며 출신에 대한 자부심이 가득한 번개를 보면 우습기도 하고 안쓰럽기도 합니다. 반면 얼룩이는 이름이 없으면서도, 어차피 이름이라는 게 사람들이 일방적으로 붙여 준 것에 불과하니 무슨 의미가 있냐고 항변하는데 일리가 있습니다. 다 버려진 개들에 불과한데 사람에 의해 부여된 서열을 따지며 자부심을 갖는 꼴이니 말입니다. 말콤 X가 생각나기도 했습니다. "얼마나 사랑 받고 귀하게 살았는지 몰라도 결국은 버려진 거야.(p100)" 이것은 나중에 대장과 큰 싸움을 벌이는 번개의 항변입니다. 

규칙을 어기면 대장이라도 쫓겨나야 한다고 외치는 얼룩이의 마음엔 어떤 생각이 깃든 걸까요? 리더의 자리를 대신 차지하려는 쿠데타 세력의 야심? 그렇다기보다, 과거에 대한 상처가 지나치게 깊은 이들이 종종 보이곤 하는, 혹은 약자 컴플렉스의 발로인, 극단적 원칙론자의 모습이 드러난 게 아닐까 생각합니다. 이름도 없이 버려진 개라는 끔찍한 트라우마(p54) 때문에 잠시 심성에 때가 묻었을 뿐 천성은 나쁘지 않으리라는 기대를 독자 모두가 갖습니다. p52을 보면, "마음만 약하지 않으면 최고의 대장"이라는 그의 평가가 나옵니다. p83을 보면 그러나 같은 표현을 쓰면서도 얼룩이는 제법 다른 뉘앙스를 담습니다. 

번개보다 더 격렬히, 조난자, "그 사람"을 경계하고 의심하던 게 얼룩이입니다. 이 얼룩이에게 "들개야"라며 이름(?)을 새로 불러 준 게 조난자입니다. "버림 받은 주제에 왜, 사람을 이해 못 해서 다들 난리들이야?(p143)" 얼룩이가 바다를 찾으러 편의점 근처에 갔다가 만난 "흰 개"는 참 말이 많습니다. 얼룩이는 마을에 내려가서 바다를 찾긴 하지만 뜨거운 튀김을 훔치다 다치기도 하고, 심지어 차에 치이기까지 합니다. 말은 거칠지만 친구를 위해 이렇게 목숨까지 거는 얼룩이를 보며 바다가 우는 장면에서 가슴이 뭉클해졌습니다.  

책 안에 컬러링 카드 다섯 장이 들었습니다. 정성들인 일러스트가 많아서 그래픽 노블을 읽는 느낌입니다.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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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O! 독학 이탈리아어 첫걸음 - 발음부터 회화까지 한 달 완성 GO! 독학 시리즈
조성윤 지음, Vincenzo Fraterrigo 감수 / 시원스쿨닷컴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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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원스쿨에서 나온 여러 외국어 첫걸음 시리즈를 재미있게 공부하고 있습니다. 특히 이 이탈리아어 첫걸음 교재는 올컬러 배색인데다가 일러스트, 사진도 많이 실려서 공부하려는 의욕이 뿜뿜 생깁니다. 아름다운 이탈리아의 풍광만 봐도, 기본 회화와 문법을 빨리 내 것으로 만들어서 저 나라로 얼렁 놀러 가고 싶다는 마음이 몽실몽실 솟아납니다. 

재미있게도, 이 교재는 시리즈 다른 책(다른 외국어 교재)과 달리 캐릭터들이 설정되어 등장 인물로 활약합니다. 그래서 각 단원에서 가르치는 문법, 단어, 발음, 구문 패턴에 더 몰입하고 더 기억이 오래 갈 수 있게 돕습니다. 그런데 여러 문법 패러다임이 워낙 이쁘게 편집되어서 구태여 캐릭터들 도움이 필요 없을 것 같기도 합니다. 여튼 보는 재미가 있습니다.  

p58에는 라보라레(lavorare) 동사와 fare[파레] 동사가 소개됩니다. lavorare는 그 모습에서도 바로 알 수 있듯이 영어의 labor 같은 것과 어원이 같습니다. b와 v의 차이가 있기는 하나 둘 다 라틴어에서 유래했습니다. 이탈리아어 fare 동사는 "하다"라는 뜻인데 라틴어 facio의 후신입니다. 영어의 farewell 같은 데 들어 있는 fare[페어] 하고는 모양만 비슷할 뿐 발음도 어원도 (따라서) 의미("가다"라는 뜻)도 모두 다르니 헷갈리면 안 되겠습니다. 

p59에는 이탈리아어 명사의 가장 기본이 되는 형태를 배웁니다. 영어가 좀 특이한 케이스일 뿐, 불어, 스페인어, 독일어 등 대부분의 유럽어(힌디어도 마찬가지)는 남, 녀, 중성 등 문법 성별(gender)이 있습니다(영어도 아주 없지는 않죠). 기본적으로 남성은 -o, 여성은 -a로 끝나며, 경우에 따라 새겨야 하는 -e도 있습니다. 또 복수형은, -o와 -e로 끝나는 경우 어미(語尾. ending)가 -i인데, 이로써 왜 다빈치(가문이므로 복수형), 파파라치 등이 그렇게 끝나는지 알 수 있고 남자 연주자에게만 "브라보!"라 외치는지도 이해가 되죠. 사실 a+i=e이므로, -a로 끝나는 명사의 복수 어미가 왜 -e인지도 바로 납득이 됩니다. 라틴어 2형 변화 명사가 복수 1격에서 -i를 취하던 패턴의 유산입니다.(p23도 참조) 

이 교재는 문법뿐 아니라, p66 같은 데서 보듯이 회화도 가르칩니다. 이탈리아어는 철자와 발음이 매우 일치하는 편인 언어이기 때문에 따로 원어민의 발음을 들을 게 있을까 싶어도 그게 그렇지가 않죠. 시원스쿨 이탈리아어 조성윤 쌤 홈피에 가서 다운 받을 수 있으므로 꼭 귀로 듣고 따라해 봐야 합니다. 

stasera(오늘저녁) 같은 단어도, [스따세라]처럼(발음은 일일이 교재에 한글 표기가 되어 있어요) 읽히는데 네이티브의 발음을 안 들으면 이게 [스타]인지 [스따]인지 어떻게 알겠습니까. 같은 치음(dental)이라도 우리 귀에는 거센소리와 된소리가 엄연히 다른데 이걸 유럽인들은 구분 못 한다는 게 매번 놀랍습니다. 

stanno 역시, 원어민의 발음을 챙겨 들어 봐야 이게 [스딴노]인지 [스따노]인지(즉, 철자 겹자음이 발음상으로도 geminate되는지)를 알 수 있습니다. 이탈리아어는 geminate되는 언어이므로 책에 나오듯이 [스딴노]가 맞습니다. 반면 영어, 불어, 독어 등은 이렇지 않습니다. 

p67에 보면 부사 ci로 존재 여부 말하기를 배우는데, 이건 영어의 유도부사 there의 용법과도 닮았습니다. 영어의 there은 be 동사가 반드시 뒤에 따라오는데 이탈리아어의 ci도 비슷합니다. c'è는 ci와 è가 합쳐진 모습입니다. è가 essere(영어의 be 동사와 비슷. 이 교재 p34 참조)의 3인칭 단수 현재형입니다(주어 mela[사과]가 3인칭 단수). sono도 여기서는 essere의 3인칭 복수형이므로 영어의 there is/are 용법과 거의 비슷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도메니코 모두뇨가 유러비전 송 콘테스트에서 불러 유명해졌고 딘 마틴 버전으로도 알려진 칸초네 <볼라레>라는 노래가 있습니다(원제는 "볼라레"가 아니지만 한국에서는 그렇게 통함). 그 동사는 "날다(fly)"란 뜻인데, p103을 보면 그것과 꽤 비슷하게 생긴 volere라는 동사가 나옵니다. 이 동사는 교재에 나오는 대로 "~을 원하다"라는 뜻인데, 조상인 라틴어에도, 서로 비슷하게 생겼고 하는 일도 닮은 velle가 있죠. 특히 1인칭 단수형인 voglio[볼리오]는 발음에 조심해야 하는데, [보글리오]가 아닙니다(p21 참조). 이것 때문에 현 로마 가톨릭 교황의 원 이름 발음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두고 논란이 인 적이 있죠. 

p27의 산뜻한 지도, 또 교재 곳곳에 나오는 사진을 보니 하루라도 빨리 이탈리아어를 초보 딱지는 뗄 정도로 배우고 나서 이 나라로 여행 가고 싶어집니다. 그런 날을 위해 열심히 공부해야 하겠습니다.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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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 의사의 사계절
문푸른 지음 / 모모북스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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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문푸른 선생님은 어려서 글쓰기와 별보기를 즐기던 꿈 많은 소년이었고, 다른 전공(천문학)을 선택하셨다가 "세상에 더 도움이 되고 싶어" 의사가 되셨다고 책날개에 나오네요. 국문학과 천문학, 의학 모두 어린 시절 누구나 깊이 공부하고 싶어들 하는 학문이고 보면, 문푸른 선생님이야말로 도전을 통해 남들이 선망하는 길을 몇 걸음 몸소 걸어 보셨거나, 손수 완성해 내신, 참으로 축복 받은 인생이 아니실까 생각해 봤습니다. 그런데 이 책을 다 읽어 보니... 이 세상 누구라도 그 길에 굴곡과 애환이 있다는 점도 다시 확인하게 되었네요. 

멋진 의사분과 결혼하여 알콩달콩 살아가는 삶은 어떤 여성이라도 선망할 만하지만 p99에 나오듯이 "신혼 1년차 남편을 병원에서 잃어버린 새댁"으로 사는 게 또한 현실입니다. 의사로서 무의촌 중 하나인 섬에서의 근무라는 게 여러 편의 시설이 없는 것만으로도 견다기 힘들겠지만(광주가 마치 뉴욕처럼 보였다는 말씀도 있습니다), 지역 특유의 텃세, 정치 구도 등에 휘말려 공연히 의사 선생님을 불편하게 하는 여러 상황이 더 난감하겠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왜 그 이장 모임에는 가고 나한테는 안 오는 거요? 무시하는 거요?(p81, 그리고 p224)" 열악한 환경에서 사람들 도우려 애 쓰시는 분을 왜 이렇게 힘들게 하는 걸까요? 읽으면서 너무도 화가 났습니다. p105 이하의 진상 환자 이야기는 더 기가 막혔습니다. 

무의촌 낙도로 발령나는 일은 속마음으로야 어떤 의사라도 "제발 이 쓰디쓴 잔이 나를 비껴갔으면"하고 바랄 만합니다. 900분 중 한 분이라도 먼저 지원하면, 내 확률이 그만큼 줄어들므로(299/899) 깊은 감사를 마음 속으로 표시하기도 합니다. 이 모두가 군의관 시절의 추억 아닌 추억입니다. 입대 전 와인을 사 들고 여자친구의 방을 방문하며 술김에 두 사람이 모두 과감(p48)해지는 건 여느 젊은 커플의 사정과도 비슷합니다. 여자친구분은, 인턴을 저자께서 수료한 날(p34) 특별히 더 가까워진, 그전까지는 책에서 J 간호사라 불리던 분입니다. p260, p264에, 2월 겨울에 그분을 처음 보았다는 말도 있습니다. 통속 드라마 같은 데서 어떻게 묘사되건 무관하게, 의사 간호사 커플은 제3자가 보기에 든든하고 흐뭇합니다. 

참, 여자친구 한 명과 소중 하게 연을 가꿔 나가는 일은 의사 선생님한테도 쉽지 않습니다. 원래 발레리나였던 분이 부상 때문에 간호사가 되셨다고 책에 나오는데 간호사 일이 어디 좀 힘듭니까. 게다가 직장 내 갈등(p117), 이른바 태움 등 고유의 고충이 있다고 일반인들도 다 알 정도입니다. 여기서 흥미로운 대목은 직전 여자친구 P라는 분이 저자께 원래 있었다는 점입니다. 마냥 순하실 것 같은데 "아니, 이번에 광주에 온 김에 확실하게 만나서 끝내야겠어(p97)."라든가, 헤어지고 더 잘된 모습을 반드시 보여주고 만다는 말씀(p101)에는 약간 무서워지기도 했네요. 

그런데 이렇게 단호해진 건, 과거를 단호하게 정리하고 현재의 J님께 더 당당한 연인이 되고 말겠다는 동기가 더 강했던 게 아닐까 싶어서 좀 멋있게 보이기도 했습니다. 남자라면 이래야죠. p154에 보면 J님한테 무릎을 꿇고, 그녀는 인턴 때 날 찼던 여자이며 아무 관계도 현재는 아니라고 밝히는 대목도 있습니다. 이 책을 읽을 때 독자로서 섬마을 의사 선생님의 희생과 고충에 초점을 두어야 하는데 속물처럼 연애 스토리만 쫓아가는 제 자신이 한심하게도 느껴졌으나 뭐 재미있는데 어쩌겠습니까. 

섬에는 섬 사람들만 사는 게 아니라 관광객들도 옵니다. 의사들은 이 사람들도 진료해야 하는데 그 와중에 참 별 희한한 일을 다 겪으십니다. 책을 읽으며 우리 나라에는 도시건 시골이건 성격이 특이한 사람들이 많기도 하다는 생각까지 들었습니다. p193을 보면 J님을 치료하며(간호사도 누군가의 간호를 받아야 합니다) 아플 때 왜 얼굴이 창백해지는지를 후방에 군대가 모두 내려가 있는 상황에 비유하는 대목이 있는데 역시 군의관 출신 다우시다 싶었습니다. 같이 근무한 치과의사분과 한의사분에 대해 저자가 술회하는 대목(p204)에서도 독자로서 많은 생각을 하게 되더군요. 물론 다 그러신 건 아니겠지만 말입니다.  

섬에서 공중보건의로 지내다 보니 섬 사람이 다 되었고 그래서 섬 사람들과, 특히 닥터 S 님과 헤어지는 게 무척 아쉬웠다고 저자는 말합니다. 그런데 선생님을 진짜 아프게 한 건 그 헤어짐뿐이 아니라... 특이하게 J님의 시선에서 쓰는 짧은 문단도 있는데 이 때문에 문학 작품 같은 느낌도 받았습니다(문학 맞지만). 후편이 빨리 나왔으면 좋겠네요. 궁금합니다.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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