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 독학 스페인어 첫걸음 - 발음부터 회화까지 한 달 완성 GO! 독학 시리즈
Juan Cho 지음, Raimon Blancafort Lopez 감수 / 시원스쿨닷컴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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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에서 가장 널리 쓰이는 언어 중 하나가 스페인어입니다. 제가 학교 다닐 때는 강사분들이, 배워 두면 라틴 아메리카 여성들을 꼬시기 좋다며 (남)학생들에게 수강 신청을 권하기도 했는데 뭐 아주 틀린 말도 아닙니다. 해외에 가서 어느 정도라도 의사가 통한다면 현지인들에게 (꼭 연애 관련이 아니라도) 호감을 얻는 게 쉽기 때문입니다. 사람과 사람 사이의 유대감과 친밀을 다지는 데 언어 소통만한 것도 드물겠으므로, 해외 출장이나 파견 근무 시에도 쓰임새가 높을 스페인어는 배워 두면 가성비가 잘 빠지는 외국어입니다. 

시원스쿨 교재답게 편집도 깔끔하고 설명이 매우 쉽게 잘 되어 있습니다. p12 이하에는 스페인더 알파벳이 표로 잘 정리되었는데, 개인적으로 여태 공부하던 책 중 눈에 가장 잘 들어오는 느낌이었습니다. 아무래도 올컬러 편집의 힘이 큰 듯도 하고, 학습자가 잘 틀리곤 하는 대목에 대해 보충 설명도 잘 되어 있어 뭔가 지금까지 곧잘 헷갈리던 사항이 더 잘 정리되는 것 같았습니다. 

강세 규칙도 여러 교재에서 다양한 방법으로 가르치는데(결론은 같지만), 이 책은 더 간단하게 설명해 주는 것 같았습니다. 모음(과 n, s)로 끝나는 단어는 끝에서 두번째(penult) 모음에 강세가 있다, 나머지는 모두 마지막 모음에 강세가 있다, 이런 식입니다. 라틴어의 후손격 언어들 강세는 penult 강세라는 도그마가 있는데, 이 교재는 그에 집착하지 않고 수험생의 이해 위주로 실용적인 접근을 하는 것입니다. 

기초를 배우고 나면 문법을 배우기 시작합니다. 문법 패러다임을 가르칠 때 표가 올컬러로 배색되었을 뿐 아니라, 편집도 매우 재치있게 이뤄져서 뭔가 학습자가 보기가 편합니다. 또 아무래도 유럽의 언어들은 재귀동사(p24)가 독특하게 발전했기 때문에, 이런 개념이 없는 한국어 사용자로서는 매우 낯선 게 사실입니다(영어는 재귀대명사가 있긴 하나 동사 자체에서 재귀형을 취하는 게 매우 드물고, 재귀대명사라 해도 문법적으로는 큰 의미가 없습니다). 그런데 스페인어는 이름 소개 할 때 필수로 쓰는 llamarse부터가 재귀동사이니 말 다했죠. 불어도 appeler 동사를 써서 스페인어 비슷하게 표현합니다. 반면 영어는 My name is.. 라든가 They call me.. 하는 식이라서 재귀동사가 안 쓰이죠. p188의 수동의 se, 무인칭의 se도 참조하십시오. 

어학 공부 내용만 담은 게 아니라, 스페인어 공부 의욕과 동기를 북돋우기 위해 스페인에 대한 여러 흥미로운 이야기들을 컬러 사진과 함께 실은 점도 눈에 띕니다. 낮잠(시에스타)을 좋아하고 약속 시간에 종종 늦는 스페인 사람들의 기질과는 대조적으로, 카탈루냐 사람들은 저자께서 겪어 보기로는 "열심히 일하고 경쟁심이 강하며 시간 약속도 철저히 지키는(p47)" 편이라고 합니다. 꼭 지난 역사에 대한 이해가 없더라도, 축구에서 레알 마드리드와 FC 바르샤가 치열한 라이벌리 관계란 점만 알아도 책에서 지적하는 이 사실이 흥미롭게 다가오겠습니다. 스페인 사람들의 게으른(?) 기질에 대해서는 p171을 참조하십시오. 

hablar 동사(p64)도 우리가 지금 외국어를 공부하는 마당에 반드시 그 용법을 알아야 하겠습니다. 그런데 이 페이지에는, -ar 어미(ending)을 가진 동사로서 cantar, bailar, preguntar, buscar, organizar 등을 함께 표를 통해 가르치기 때문에 효율적인 공부를 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또 -er 어미를 갖는 동사가 바로 다음 페이지에 나와서 앞 유형과 바로 대조할 수 있게 합니다. 세번째 유형 -ir 동사는 보통 다른 책에서도 vivir를 예로 듭니다. 라틴어 vivere의 후손답게 뭐 모양도 거의 똑같습니다. 발음은, 스페인어에는 원칙적으로 [v]가 없어서 v도 [b] 발음을 합니다. 

어느 나라 언어에서도 "가다"라는 동사가 중요한데, 영어도 go가 시제변화할 때 완전한 불규칙입니다. p132에서 보듯 스페인어는 현재 직설법에서조차 원형과 전혀 모습이 다른 불규칙입니다. voy, vas, va처럼... 노래 가사나 영화, 드라마 대사에서 자주 들은 대로, si는 영어의 if와 같은 기능을 하는 접속사입니다. 다만 p133에 나오는 예문들은 모두 직설법입니다. 영어에서도 if 뒤에 직설법이 올 수 있습니다. 

러시아어에도 이 비슷한 게 있는데, 외국인이 보기에 마치 주어와 목적어가 바뀐 듯한 게 역구조 동사입니다. p146에 나오듯 gustar는 "A가 B에게 기쁨을 주다"라는 뜻으로, Me gusta bailar.처럼 쓰입니다. 해석하면 "춤추는 게 나에게 기쁨을 줘."인데 쉽게 말해 "난 춤추는 게 좋아."입니다. 어순에도 주의해야 하겠습니다. "아픔을 주다"라는 doler도 있는데 dol-이 슬픔이란 뜻의 어근으로 많이 쓰이므로 외우기가 쉽습니다. 

p228에는 불완료 과거 시제가 나오는데 이 역시 프랑스어나 스페인어처럼 로망스어계에 그대로 살아 있는 문법 요소입니다. 영어나 독일어에는 이런 게 없죠. p231에 단순과거와 불완료과거의 차이가 잘 설명됩니다. 

문법뿐 아니라 현지에서 바로 써먹을 수 있는 회화와 표현이 많이 나와서 유익하며, 하나, 후안, 마리아 등의 귀여운 캐릭터들이 이야기를 이끌어가기 때문에 집중이 더 잘되는 것도 장점입니다.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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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 마음에 빛이 있다면 - 어린이해방선언 100주년 기념 동요그림집
윤석중 외 지음 / 교보문고(단행본)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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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려서부터 우리가 불러 오던 아름다운 동요들. 그저 목청껏 불러 스트레스 해소만 도와 줬던 게 아니라, 평화로운 곡조와 차분한 노랫말 들이 우리의 심성을 착하게 지켜 준 고마움도 매우 큽니다. 그래서 아무리 나이가 든 후라 해도, 어려서 부르던 그 노래들을 힘차게 부르면, 그 시절의 추억도 새록새록 떠오르며 순수했던 처음의 뜻도 다시 새겨지는지 모르겠습니다. 

아주 즐겨 부르던 노래인데도 정작 그 작사 작곡을 하신 선생님들은 누구셨는지 모르는 경우가 허다하죠. <어머님 은혜>는 윤춘병 작시, 박재훈 작곡이라고 p45에 나옵니다. "높고높은 하늘이라 말들 하지만~" 낳으시고 기르신 어머님 은혜를 모르는 건 인간이 아닌 짐승이라고 해야겠죠. 어찌 하늘 따위에 비기겠습니까. 우리 모두 말로만 이러지 말고 오늘이라도 늦지 않았으니 반드시 효도합시다. 지금 당장 폰을 열고 안부 전화 드립시다. 그런데 책에 의하면 이 노래가 무려 1948년에 나왔다니 그 점도 놀랍습니다. 

요즘도 이 노래가 교과서에 나오는지는 모르겠는데, "송알송알 싸리잎에 은구슬~"라는 가사의 노래를 어려서 불렀던 기억이 일정 연령층 이상에게는 있을 수 있습니다. 곡조도 아름다울 뿐 아니라, 가사도 우리말 특유의 음운적 묘미와 리듬이 잘 드러난, 어린이들이 입으로 따라부르기에 참 좋은 명곡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다음 페이지에는 윤극영 곡 윤석중 시, <어린이날 노래>가 나오는데 이 두 분은 아동문학, 동요 창작에 있어서 거대한 산과도 같은 분들이죠. 이 곡 역시 1948년 발표라고 합니다. 소파 방정환 선생이 일찍부터 어린이 운동을 펴셨기에 충분히 나올 수 있는 시점이기도 하지만, 해방 직후의 끝없는 희망과 폭발적인 환희가 이렇게도 표현된 게 아닌가 생각도 해 봅니다. 

청마 유치환 선생은 경남 통영이 낳은 한국의 대표적인 문학가였습니다. p67에는 <메아리>라는 노래가 소개되는데, 이분이 작사하셨고 곡은 김대현 선생이 만들었습니다. 지금은 식목 사업이 한창 진행된 후라서 가사에 나오듯이 "벌거숭이 붉은 산"이 없지만, 일제 강점기에는 김동인의 <붉은 산>이라는 작품이 있었을 만큼 한국의 녹화 상태가 매우 나빴습니다(물론 기후 온난화 때문에 최근에 산불 피해가 잦긴 했지만 녹화가 다시 완성된 한참 후의 일이죠). 더군다나 1953년이면 한국전쟁 직후이니 얼마나 상태가 나빴겠습니까. 나무가 없는 산에는 메아리도 없고 인간의 호소를 받아줄 자연도 없고 미래도 없다는 매우 심각한 메시지이기도 합니다.  

금강산은 한국의 대표적인 명산이지만 지금은 분단 때문에 찾아가볼 수가 없습니다. 동요 <금강산>도 1953년에 만들어졌습니다. 일만 이천봉이라는 그 특유의 구조도 신비로우며 형형색색의 단풍으로 물든 모습이 그렇게나 절경이라는데 온 겨레를 넘어 세계 사람들의 관광지로 만들기 위해서라도 빨리 통일이 되어야 하겠습니다. 이 노래가 만들어진 게 1953년, 한국전 직후라는 점도 눈에 띕니다. 물론 전쟁 전에도 금강산은 38선 이북이었으며 왕래는 자유롭지 못했습니다. 

비교적 최근(?)에 나온 동요도 소개됩니다. 1984년에 발표된 <노을>은 가사도 그렇고 곡조도 전형적인 한국 동요풍입니다. 오히려 1950년대에 만들어진 곡들이 더 창의적이고 자유분방한 느낌이 듭니다. 물론 <노을>은 MBC 제1회 창작동요제 대상을 받았을 만큼 명곡입니다. <올챙이와 개구리(이른바 개구리 송)> 같은, 현대의 히트 동요(?)도 포함되었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도 살짝 들었습니다. 

p116 이하에는 아동문학평론가 김용희의 해설이 실렸습니다. 이 글이 대단히 유익하며, 책에서 어떤 교훈이나 정보를 찾으려는 분들은 이 멋진 평론 한 편만으로도 건질 걸 다 건졌다고 여길 수 있겠습니다. 책에는 작품 하나하나에마다 멋진 그림 한 폭이 함께 실려 마치 시화전(詩畵殿)을 보는 듯합니다. 책은 이처럼 꼭 활자를 통해 지식만 얻는 게 아니라 예쁜 추억의 기념품 노릇도 하는 것입니다. 시대별 구분 편제라서 노래로 돌아보는 현대사 노릇도 겸할 수 있습니다.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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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성적인 당신이 좋다 - 비로소 나에게서의 해방이기를
김진향 지음 / 다반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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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읽고 독자인 저는 "내성적"이라는 말을 다시 생각해 보게 되었습니다. 내성(內省), 한자 그대로를 새기자면 나의 내면을 살핀다는 뜻입니다.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라서인지 내 주변의 다른 사람들이 나를 어떻게 평가하는지에 대해 무척 민감해합니다. 물론 "객관화"라는 측면에서 남의 평가에 무심하며 산다는 건 불가능하고, 바람직하지도 못합니다. 그러나 매번 남이 나를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 휘둘리며 사는 건 소중한 내 자신의 삶을 무척 어렵게 만듭니다. 그게 좋은 평이든 나쁜 평이든 마찬가지입니다. 

저자께서는 어려서부터 부러운 시선을 많이 받았으나, 그런 평가라는 게 꼭 절대적인 게 아니었음을 알고 상처를 받습니다. 이처럼, 남의 평판은 남의 평판일 뿐이며, 내 자신이 나의 강점과 약점을 정확히 파악한 후 강단 있게 내 길을 걸어나가려는 자세가 중요합니다. 좋은 말을 들었다고 해서 으스댈 필요도 없고, 나쁜 말을 들었다고 고개를 푹 숙일 필요도 없습니다. 참된 자존감과 객관화는 내 내면을 진중하게 살피려는 노력에서 시작합니다. 

남과 나를 비교할 필요가 없습니다(p45). 어차피 사람은 모두 다른 것이며, 설령 재벌 2세로 태어났다고 해도 너무나 좋은 환경이 그에게 오히려 독이 될 수도 있습니다. 사람은 실험실에서 배양되는 세균이나 실험용 쥐가 아닌 만큼, 초기 조건이 좋다고 해서 반드시 남들보다 잘 나가는 것도 아닙니다. 그런데 안타까운 건, 이런 사실을 어렸을 때는 다들 모른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환경 탓을 하고, 부모님을 원망합니다. 어느 정도 커 봐야 아 그때 꼭 그럴 필요가 없었구나 하는 자각이 옵니다. 이 이유는, 사회에서 경쟁을 할 때 무기가 꼭 하나만 있는 게 아니라서입니다. 앞선 출발선에서 출발을 하고도 남들에게 뒤처진 사람은 그만큼 타격이 커서 재기가 안 되기도 합니다.     

내성적인 성격이라고 꼭 나쁜 게 아닙니다. 예전에 정주영 현대 창업주는 엘리트 신입 사원을 뽑아 놓고 길거리에 내보내서 큰 소리로 영업을 시키기도 하고, 백사장에서 서로 씨름을 시키기도 했습니다. 나의 껍질 안에 머무르지 말고 빨리 밖으로 뛰쳐 나오라는 겁니다. 이처럼 물론 사회는 외향적인 사람이 유리한 면이 있지만, 요즘처럼 사회가 고도화하면 꼭 좋은 것만은 아닙니다. 함부로 아무나와 어울리다 범죄에 연루되기도 하고(분위기에 휩쓸리는 게 그만큼 무섭습니다), 사기 피해자가 되기도 합니다. "온전히 나를 단단하게 만들 뿌리를 내리는 시간(p53)." 내성적인 사람이 자주 갖는 자기만의 시간이라는 게 이렇게 중요합니다.  

데이비드 린치 감독의 고전 <엘리펀트 맨>이라는 영화가 있습니다. 난치병에 걸려 외양이 무섭게 변한 주인공을 서커스단에 넣어 구경거리로 끌고 다니며 잔혹한 학대를 한다는 줄거리인데, 이처럼 근대에는 이른바 프릭 쇼라고 해서 장애인이나 중환자를 소재로 비인간적인 처우를 일삼는 경우가 있었습니다. 반면 책 p75에 나오듯 휴 잭맨 주연의 <위대한...>은 오히려 자신들의 단점(사회에서 그리 평가받은)을 개성으로 살려 세상과 당당하게 맞서는 이들의 사연을 다룹니다. "다름"이 곧 틀림은 아니라는 간명한 교훈을 잘 표현한 영화인데, 저자도 우리들의 사소한 단점에 자꾸 발목 잡히지 말고 고개를 들어 세상을 보자고 독자를 격려합니다.    

p119에 보면 모 대표님과의 약속을 건강상의 이유로 지키지 못하게 된 저자님의 사연이 나옵니다. 우리가 사회에서 "건강상의 이유"라고 하면 대개는 꾀병이나 고의적인 태업, 무례, 경고로 인식하는 게 보통입니다. 저자님은, 이 책을 읽는 독자들은 다 알게 된 사실이지만, 건강이 아주 좋으신 분이 아닙니다. 그래서 캔슬이 있을 수 있는 건데, 아마도 그 대표님은 그 사정을 모르시고 일반적인 "건강 사유"에 저자님의 사례를 포섭했나 봅니다. 이래서 사람은 역지사지, 남의 사정을 좀 고려하면서 사는 습관이 들어야 하고,내성적인 사람은 이 점에서 분명 건성건성 인싸로 사는 사람들보다 유리한 점이 있습니다! 

사람의 내면 안에는 우주가 깃들었습니다. 이처럼 광대한 우주 안에 과연 무엇이 있을지, 어떤 잠재력이 숨었을지 어떻게 알겠습니까? 남들의 시선이 문제가 아니라 그 우주 안에서 보석을 캐는 건 오로지 나의 몫입니다.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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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주식시장의 승부사들 1 - 나는 이런 생각으로 이 회사 주식을 샀다! 일본 주식시장의 승부사들 1
닛케이 머니 지음, 김정환 옮김 / 이레미디어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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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보통 보곤 하는 캔들 차트도 원래는 일본에서 만들어졌다고 합니다. 보통 플라자 협의가 일본 경제의 침몰만 가져온 것으로 알고 있으나 양면성이 다소 있습니다. 가뜩이나 튼실한 구조였던 일본 자본은 이로써 더욱 큰 양적 확충을 기했고, 일본인들은 제조업에서 이제 본격적으로 투자 쪽으로 눈을 돌려 더 편하게 큰 돈을 버는 법에 몰두했습니다. 이 책은 현재도 일선에서 맹활약 중인 베테랑, 혹은 팔팔하게 젊은 투자 고수들의 솔직한 이야기들을 담았습니다. 

1번으로 소개돤 이마카메안(닉네임이라고 합니다) 씨는 나이가 60대입니다. 今龜庵(금귀암)이라고 쓰는데. 원래 전업 투자자는 아니었고 08년 리먼 사태 때 퇴직한 분이라고 하네요. 투자는 무조건 검증된 대형주로만 해야 한다는 분도 있고, 금귀암 선생처럼 소형주 위주로 하는 분도 있죠. 이 파트 제목부터가 "재료주에 과감히 올라타라"인데, 소형주가 원래 테마를 제대로 만나면 많이 튀는 게 사실입니다. 다만 달리는 말에 올라타기엔 이미 늦지 않았나 싶어 머뭇거리고, 이미 타 있으면 더 가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에 머뭇거리다가 결국 손해를 보는 게 우리 개미들입니다. 

비법이라며 그가 털어놓은 이야기는 다소 과감합니다. 일단 이분은 무조건 소형주 위주로 한다는 건 과장이 아니라 사실인 듯합니다. 여기까지만으로도 강철 심장을 가져야 하겠는데... 더 놀라운 건 이미 급등한 종목 위주로만 하신다는 건데요! 와... 선생 말씀은, 물론 타율이 낮지만, 개중에 하나는 확실하게 더 오르고 그 이익이 타 종목 손실을 만회한다는 겁니다. 뭔 말도 안 되는 소리냐고 하기 딱인데... 본인도 그렇게 밝히시지만 포인트는 그 "재료"의 성질을 면밀히 분석해서 취사선택한다는 데에 있겠네요. 

제가 해석하기로는 이분은 테마의 본질을 잘 꿰뚫어 보고 가짜 테마에는 안 들어간다는 데에 혜안이 있으신 듯합니다. 이분이 운영하시는 채널도 공부해 보고 제대로 모방해야지, 어설프게 따라하다가는 큰일날 수 있으니 조심이 필요합니다. 또 책을 잘 읽어 보면, 차트만 보는 분이 아니라 실물 산업 전반의 큰 스케이프를 확실하게 가진 분이네요. 공부를 미리 철저하게 하고 들어가니 심지어 리츠에서도 승률이 저렇게 높죠. 경기민감주는 신중하게 하라는 충고도 덧붙입니다. 

우리도 바이오주가 그렇게나 사람들 애를 먹이는데 이게 터지면 크게 터지니까 버릴 수도 없고, 머리 좋다는 한국인들이 미용산업 하다가 지쳐서 유입(?)된 게 또 바이오 섹터이고 보니 기대가 안 되지도 않고... 아무튼 딜레마입니다. 반면 일본 제약산업은 원래 저력이 있는 섹터입니다. 이러니 일본에서 통하던 방법이 한국의 열악한 현실에 과연 그대로 통할까 싶기도 하나, 마키타니 씨의 말을 들어 보면 뭔가 수긍이 되고 시사점도 찾아지는 것 같습니다. 

머리가 좋은 분들은 꼭 하나의 분야뿐 아니라 인접 다른 필드에서도 두각을 나타냅니다. 조훈현 9단도 포커를 그렇게 잘 치신다고 하죠. 다케키요 씨도 원래 바둑기사였다가 기원이 경영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시작한 주식 투자가 나중에 대박을 친 경우라고 합니다. 이분도 시간을 많이 낼 수 없어 저평가 종목 위주로 한방을 노리던 게 어느새 고수가 되었다고 하는데... 물론 여기도 함정이 있으며, 저가주가 실제 포텐 만빵인데 저평가주인지, 아니면 그럴 만해서 그 가격이고 앞으로도 꼴아박을 녀석인지는 판단을 정말 잘 해야 합니다. 이런 고수에게는 방향성 자체가 아니라 그 고유의 테크닉과 안목을 배우는 거죠. 

p207에 소개된 듀크 님은 말 그대로 듀크입니다. 신고가(재료주 개념과는 다릅니다)가 난 종목이 있으면 그떼부터 해당 회사나 섹터, 산업에 대한 분석을  본격 시작합니다(물론 원래도 잘 알았지만 업계 실무자 레벨까지 디테일을 파고든다는 뜻). 대변혁에 주목하고, 예측대로 주가가 움직여야 추가매수에 들어간다는 원칙이 있으며 투자의 기조는 첫째도 둘째도 "신중"이라고 합니다. 

이런 책 읽을 때 가장 유익한 건, 여태 한 방향만 보다가 갑자기 (닮은) 다른 방향으로도 시선을 돌렸을 때 틀린 그림이 확 눈에 띄는 그런 쾌감 같은 게 있다는 겁니다. 국장만 하던 분들은 닮았으면서도 꽤 다른 시장을 다룬 이 책을 꼭 한번 읽어볼 만합니다. 고민이 그간 깊었다면 깊었을수록 떠오르는 아이디어가 많을 것입니다.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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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마 못다 한 이야기들
마르크 레비 지음, 강미란 옮김 / 열림원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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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의 발달은 실로 놀랍습니다. 어떤 사람이 죽으면, 그 사람의 정신을 소프트웨어화하여 그 사람 생전의 모습을 그대로 본뜬 안드로이드에 담아 일주일 간만 유가족과 함께 지내게 해 줄 수 있습니다. 그런 기술력을 지닌 회사의 대주주가 안토니 왈슈 씨이며, 그의 딸이 줄리아입니다. 줄리아는 사십이 안 된, 아직 어느 백작부인보다 더 옷태가 사는(p333) 여성인 듯합니다. 

왜 하필 일주일일까요? 유가족이 영원히, 배터리를 갈아 가며 그 안드로이드와 함께 지낼 수 있게 하면 더 좋을 텐데. 안토니 왈슈 씨에 의하면 윤리적 문제가 있기 때문에 그렇게는 안 된다고 합니다. 그래서 줄리아에게는 어느날, 죽은 아버지의 모습을 빼닮은 인형(안드로이드) 하나가 배달되어 옵니다. 얼마 전 아버지가, 하필이면 줄리아가 아담이라는 남자와 결혼하기로 한 그날 돌아가셔서 장례식에도 참여하고 온 터입니다. 줄리아는 이십 년 가까이 아빠와 의절하고 살았는데, 성격 차이 외에 토마스 메이어라는 남자와 얽힌 어떤 일이 있었기 때문임이 소설 중반 이후에 밝혀집니다. 

생전에 차마 못다 한 이야기들을 남은 엿새 동안 나누고 오해를 푸는 일은 분명 뚯깊습니다. 그렇게 하라고 마치 맞춤형으로 이런 놀라운 기술이 발명되었다니 우연도 이런 우연이 없습니다... 라는 말을 덜컥 믿어버린다면 그 사람은 정말 순진한 사람임이 틀림 없습니다. 소설 후반부에서 약혼남 아담은 끝내 그 사유, 핑계(?)를 믿지 않습니다. 믿고 안 믿고가 문제가 아니라 아담은 그새 더 중요한 사실을 알아버린 거죠. 

음 여튼, 아버지와 딸은 원래 신혼여행 코스였던 퀘벡행을 떠나기로 합니다. 토마스와의 그 일(무엇인지는 아직 안 나옵니다) 아니라도 부녀는 사사건건 부딪히는데 이 말다툼이 소설 읽는 재미 중 큰 포인트입니다. 예를 들면, p114에서 "제가 제안을 받아들일 걸 어떻게 알고..?"라며 미리 비행기표 이름 정정을 다 마친 아빠를 반어법으로 비꼬는 대사가 재미있었습니다. 사실 이 대목에서도, 아무리 감쪽같이 만들었다지만 안드로이드를 사람들이 그렇게나 못 알아볼까 의문이 들 만하죠, 

사실 여기까지 읽고도 뭔가 큰 ....이 벌어지고 있음을 눈치 채지 못한다면 그 독자는 미시즈, 아니 미스 줄리아 왈슈만큼이나 아주 순진한 사람이겠습니다. 작가 마르크 레비는 반전을 숨겨 놓았다기보다, 거의 노골적으로 단서를 주며 이 ...에서 진상을 모르는 사람은 오직 줄리아뿐이라며 킥킥대는 중인데 말입니다. 소설 속에 제시된 힌트 몇 개만 여기 적어 보자면, p90의 "프로그램에 오류라도..",  p139와 p144의 "무릎 관절 지적 대목, p263의 주치의가 아직 모른다는 소리(말이 안되죠), p150에서 비서 왈라스(왈라슈라고 오타 났습니다)가 들킨 대목, p277의 "이 모든 게 계획..." 운운하는 대목, p295의 프로그램 덕분에 15개 언어 가능(웃음이 터집니다), p316의 기계 사용법을 모른다는 소리, p372의 "독어는 못 읽으신다고 했는데"라는 대사, p187의 기술상의 작은 오류라는 땀 등 많습니다 ㅋㅋ 

아빠는 계속 딸과 화해하려 드는데 딸은 밀어냅니다. 그만큼 상처가 커서인데, p101에서 아빠가 "그냥 꺼버리려고"라고 하는 대목은 읽으면서 마음이 아팠습니다. p185의 "지난 주에 죽은 게 잘한 일"이라든가, p442의 "그날을 택해 돌아가신" 같은 대목은 우스우면서도 슬펐습니다. 사람이 어떻게 죽을 날짜를 고를 수가 있겠습니까. 물론 안토니 왈슈 씨 같은 특별한(?) 분은 다를 지 모르겠지만 말입니다. p117에서 "인간 대 인간의 조언"이라고 하는 데서 왈슈 씨의 부성애가 드러납니다. 

시대상도 여러 군데에서 드러납니다. 일단 토마스 메이어와의 인연도 구 동독(공산주의)의 체제가 배경이 되었던 것이며, p161의 "이히 빈 아인 베를리너" 연설(케네디의) 같은 게 그것입니다(연설 자체는 줄리아가 태어나기 훨씬 전이지만). p123, p364에 존 피츠제럴드 케네디 공항이 언급됩니다. p359의 한스 디트리슈라는 호적계 직원은 왠지 구 서독 외무장관(베를린 장벽 붕괴 당시에도 재임) 한스 디트리히 겐셔가 생각나기도 합니다. 

이 소설이 2008년작이라서인지 아직 남자 승무원을 스튜어드라고 부르는 것도 눈에 띕니다. 그런데 2023년 기준, 아직도 프랑스에서는 미국처럼 승무원에 대해 성 평등이 철저히 적용된 호칭을 쓰고 있지는 않긴 합니다(소설 배경은 미국이지만, 이 소설 원작은 불어로 쓰였습니다). p267을 보면 안토니 선생이 "국경이 없어서 좋다"고도 하는데, 그새 생겐 협약이 체결된 사정을 반영합니다. p285, p435에서 가수 글로리아 게이너(왈슈 씨가 좋아하는)가 두 번 언급됩니다. 

만나야 할 사람들은 결국 만나야 하며 그게 아빠의 마지막 선물이었습니다. 우리 모두, 있을 때 잘해야 하겠습니다.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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