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 이거 너 다 가져 - 까꿍이가 전하는 행복박스
나인 지음 / 자유로운상상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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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감정을 사랑하면서 동시에 미워한다. 창의력을 준 동시에 사회적 약체로 만들었고, 행복과 불행을 동시에 느끼게 해 준 결정체(結晶體)이기 때문이다.(p4)" 만약 우리에게 감정이 없었다면, 출세나 경제적 이익 획득을 위한 이런저런 결정(決定)이 훨씬 쉬웠을지 모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세속적 쾌락이나 물질적 풍요가 행복의 전부가 아님을 잘 알고, 우리가 순간순간 느끼는 이런저런 감정의 총체가 곧 "나"를 만든다는 사실에도 어느 정도 동의합니다. 감정이 일절 배제되는 나의 자아라면 아마 삶이 무척 공허해질 것 같습니다. 그래서 저자는 말합니다. "감정은 행복의 지도를 그려 나가는 종이이고 물감이며, 연필이고 곧 자화상이다.(p6)" 

"나를 믿으면 내가 곧 존재하게 되는 것 같아(p41)." 정말 궁금한 건, 내 안에는 과연 어떤 내가 살고 있으며, 어떤 생각을 품는 중일까 하는 점입니다. 내 마음은 분명 내 마음인데 뭔 느낌이고 생각인지는 누구도 정확히 모른다는 게 신기합니다. 저자는 몇 개 국어를 하는 것보다, 내 마음과 자유롭게 대화하는 능력이 더 중요하겠다고 말씀하십니다. 그러고 보면 우리는 나의 욕심, 나의 욕구는 매우 중요하게 여기면서도(그렇기 때문에 식탐을 못 끊고 치정에 빠집니다), 정작 내 마음의 소리에는 귀를 안 기울인다는 게 어리석습니다. 내가 품는 욕구 중에는 끝내 달성하지 못할 뿐 아니라 달성해 봐야 내게 해로운 게 대부분입니다. 그렇다면 나를 잘 달래어서 진정한 나를 찾고 나를 행복하게 만드는 게 훨씬 중요한데, 그 간단해 보이는 게 이렇게나 힘드니 말입니다. 저자는 "아플수록 나를 위로하는 방법을 배웠으면 좋겠다(p49)"고도 하는데, 많은 경우 우리는 아픈 나를 더 아프게 하고 힘들게 몰고 갑니다. 

"마음에 내키지 않은 사람이, 일이, 나를 끌고 갈 때, 그땐 몸을 멈추고 마음에게 물어봐. '나 괜찮아?'라고(p77)" 우리는 회사에서 사회에서 마음에 들지 않는 어떤 상황에 끌려가는 일이 무척 잦습니다. 대개 이런 경우 우리는 "뭐, 좋아하는 일만 할 수 없잖아?"라며 억지로 맞추려들 듭니다. 그러나 나의 감정을 부인하며 상황에 과잉적응하는 게 과연 언제나 현명한 선택일까요? 결국 상처 입은 나의 마음은 그 작은 아픔이 쌓이고 쌓여 나중에 큰 탈이 나고 맙니다. 저자는 "좋은 것과 나쁜 걸 처음에 나누지 말라"고도 합니다. 며칠 전에 읽은 김세중 著 <무소유>에서 읽은, 성철스님이 했던 말씀이 생각나기도 합니다. 

"연극 무대 위에서 배우 없이는 역할이라는 게 존재하지 못하듯, 세상이라는 무대에서 내가 없이는 그 어떤 것도 존재하지 읺기 때문에 내 눈으로 세상을 보는 것이 중요합니다(p111)." 셰익스피어의 <좋으실 대로>의 어느 대사가 떠오릅니다. 아무 해석이라는 게 없이 그저 대본만 암기하여 목청만 높여 떠든다면 그 누구도 그 사람을 훌륭한 배우라고 생각지 않을 것입니다. 해석이란, 혹은 자신만의 관점이란 그렇게나 중요하며, 한 번 사는 세상에서 남의 관점에만 맞춰 살다가 허깨비처럼 가는 인생이라면, "누구나 갖고 태어난 행복의 무게를 스스로 떨어뜨리고 놓아 버리는(p110)" 어리석은 결과를 초래할 뿐입니다. 

뻔히 사실이 아닌 줄 알면서도 우리가 사기꾼한테 속는 건, "내 욕심이 사기꾼의 말에 멋지게 포장지를 씌워서(p145)"라고 합니다. 나를 파멸로 몰고가는 건 남의 교묘한 속임수가 아니라 바로 나의 헛된 욕심입니다. 배가 고프면 모든 음식이 다 산해진미로 보입니다. 그래서 저자는 다름 아닌 나 자신과 가끔은 진심 어린 대화를 나눠 줄 것을 권합니다. 함께 느껴 주는 것만으로도 "차갑게 굳어 있던 마음이 촛농처럼 녹아내린다(p150)"고 저자는 말합니다. 이런 말씀을 들으면, 세상에서 내가 가장 잘해주고 신경 써서 배려해야 할 사람은 바로 나 자신임을 다시 확인하게 됩니다. 

세상을 그저 내 마음 내키는 대로만 살 수는 없습니다. 힘 있는 이들에게 기분을 맞춰 줘야 하고, 이익이 되는 길이면 적성에 맞지 않더라도 과감히 택할 줄 알아야 합니다. 그러나 매번 그렇게만 살면 어느새 내 삶은 빈껍데기가 되고 맙니다. 그래서 저자는 "발길 닿는 대로 눈길 가는 대로, 하고 싶은 대로 다 해 보고 싶은 게 인생이잖아?(p166)"라고 우리들에게 묻습니다. 이때 지나치게 물욕, 성욕에만 따르면 그 역시도 후회만 가득 남을 삶이 됩니다. 앞에서 내가 진짜 원하는 게 뭔지 수시로 내게 물으라고 했던 저자의 말씀이 다시 생각나는 대목입니다. 

지나치게 조심만 하고 남 눈치만 보면 결국 한 발짝도 앞으로 나갈 수 없습니다. "너무 잘하지 않아도 돼. 기회는 또 오니까.(p213)" 삶에는 이런 대범한 마음가짐이 필요합니다. 그렇다고 다른 사람과의 관계를 소홀히하면 곤란하고, 적절히 거리를 두되 존중하는 자세가 중요합니다. 저자는 말합니다. "비워진 자리를 인정한다면, 너와 나, 서로가 왜 필요한지 알게 될 거야.(p225)" 이런 남을 사랑하는 데에는 어떤 조건이 필요할지 모르지만, 내가 나를 사랑하는 데에는 조건이 필요 없습니다. 이것만으로도 내가 내게 얼마나 소중한 존재입니까. 이걸 확인만 해도 벌써 나는 행복해집니다.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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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 리프레임 - 불확실성의 시대, 기업과 브랜드의 효율적인 혁신 전략!
이연주 지음 / 라온북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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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문에 나오는 저자님의 말씀이 의미심장합니다. 과거에는 우리가, 우리 밖 세계에서 이미 설정한 규칙과 틀에 따라 잘 적응하여 비즈니스를 운용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좁아터진 땅에 부존 자원은 하나도 없고 수출 촉진만이 살 길이었기에 해외 소비자들의 기호 사항을 잘 맞추고, 섹터별로 이미 구획된 산업의 특성에 수동적으로 맞춰서 성실히 기존의 룰을 준수하는 게 고작이었습니다. 

그러나 이제 한국은 중진국의 수동성을 탈피해야 할 때가 되었습니다. 영리한 패스트 팔로워 노릇에서 벗어나 우리가 틀을 만들고 룰을 세워서 퍼스트 무버의 이점을 누릴 정도가 되어야만 선진국에 진입할 수 있습니다. 또 중진국 대열에 머무르면 그 자리라도 계속 지키는 게 아니라 오히려 밀려 더 밑으로 떨어질 위험이 큽니다. 반대로, 과감히 앞으로 돌진하면 그에 알맞게 종전에는 못 누리던 선착자만의 특권이 우리 것이 됩니다. 이를 위해서는, 지난 시대가 나눠 뒀던 비즈니스의 틀을 깨부수고 창의와 혁신을 통해 우리가 시장과 섹터를 손수 만들어 나갈 정도가 되어야 합니다. 세계를 우리가 따라가는 게 아니라, 세계가 우리를 따라오게 해야 합니다. 이미 밖에서도, 우리를 그 정도로 존중하여 보고 있습니다. 

"상품을 팔지 말고, 상품 외의 것을 팔아라(p64)." 저자는 특히, 상품 자체만의 판매 경쟁에 집착하면, 결국는 가격 경쟁으로 수렴한다고 지적합니다. 그 결과는 우리가 익히 알듯 제살깎아먹기 블루오션이며 모두가 망하는 걸로 끝납니다. 이래서는 자기 사업을 하는 이유가 없습니다. 저자는 말합니다. "유형(有形)의 그 무엇에 집착하지 말라. 결국 그 장점은 경쟁자가 따라한다. 나중에 가서 아무 차별점이 없어진다." 보이지 않는 그 무엇이 나만의 장점이 되어야 합니다. 저는 처음에 아이폰의 무서운 경쟁자였던 갤럭시가 왜 이렇게 한참 뒤떨어진 2인자, 아니 그 이하의 위상이 되었는지가 의아했는데, 첫째는 삼전 이재용 회장의 혁신 실패이며, 두번째는 지속적으로 아이폰에 품질 이상의 어떤 가치 후광을 불어넣은 애플(과 고 잡스)의 전략이 먹혀서라고 생각하게 되었네요. 

p96에서 저자는 핵심 드라이버라는 개념을 강조합니다. "고객의 행태, 라이프스타일, 가치관을 바꿔 놓아 변화를 일으키는 동인." 이것이 책에 나온 정의입니다. 고객을 먼저 구분하고 들어가면 그건 그냥 기존 시장에 적응하겠다는 소리밖에 안 됩니다(그러다가 블루오션행입니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하느냐. 먼저 트렌드를 읽으라고 합니다. 트렌드가 지금 이렇게 흘러가니, 기존의 레저 산업은 더 이상 레저산업이 아니며, 인구 구조의 변화나 "소셜라이징 방식(p97)"이 크게 바뀜에 따라, 레저는 패션 산업, 외식 산업, 상조 산업(금융), 교육, 의료 산업과도 융화할 수 있습니다. 아니 이미 그렇게 되는 중입니다. 

요즘은 사람들이 어딘가를 가려 할 때, 어떻게 하면 인스oo램 같은 소셜미디어에 예쁘게 올릴 배경이 될지를 먼저 생각합니다. 이런 장소의 특징을 가리켜 "인스oo래머블하다"는 신조어도 나왔다고 합니다(p133). 그렇다면 자영업자들은 자신의 샵을 인oo용으로 나오게끔 세팅하려는 노력도 필요한 것입니다. 그런데 저자는, 호주의 프랜차이즈 이솝을 예로 들며, 그 이상의 무엇을 독자들에게 가르칩니다. 딱히 광고도 없이 사람들을 자발적인 홍보대사로 만드는 이 브랜드의 비결은 무엇일까. 매장이든 홈페이지에든 다양한 컨텐츠를 심어 두는 게 이 기업의 전략입니다. 사람들은 매장을 방문하며 "사진이 아니라 자신의 취향을 모으게 된다"고 합니다. 브랜드와 함께 사람들은 개성과 추억을 축적하며 공감하고 일체화하게 됩니다. 그냥 로열한다는 말로는 부족하죠. 

예전에 어떤 드라마 때문에 "엣지있게"라는 말이 유행했습니다. 에지(edgy)라는 모서리, 뾰족하다는 뜻인데, 특징이라든가 개성하고는 또다른 의미입니다. 개성에다가 페르소나와 체험 요소를 더하는 건데, 대표적인 게 곰표 밀가루가 요즘 행하는 마케팅입니다. 이 이상한(?) 유행은 요즘 편의점에 들르면 코너 곳곳에서 눈에 띄므로 관심 없던 사람들도 알게 되는데, 곰표는 원래 나이 든 세대에서나 인지도가 있던 브랜드이므로 이런 마케팅은 MZ 사이에서 해당 브랜드의 인식을 개선하는 데 크게 기여했습니다. 

미국 연준이 현재 금리 인상 기조라서 시장은 언제 피보팅(pivoting)을 할지에 관심이 쏠려 있었습니다. 경제환경이 수시로 급변하는 작금은 기업도 트렌드를 잘 살피며 피보팅(사업 방향 전환)을 언제든지 단행할 수 있어야 합니다(p172). 그러기 위해서는 "혁신 어항'이 필요하다는 게 저자의 제안입니다. p165에 그 자세한 뜻이 나오는데, 사업하는 사람은 현재의 어항, 또 혁신의 어항, 이 두 개를 항상 준비하고 있어야 환경이 바뀔 때 이리저리 피보팅하면서 대처할 수 있다고 합니다. "외부 센싱(sensing), 비즈니스 현 상황 인지, 혁신 프로젝트 발굴 및 수행(p169)." 이것이 바로 혁신 어항이 있어야 하는 이유입니다.  

이 책의 주제라고 할 수 있는 리프레임을 위해서, 사업가는 어떻게 바뀌어야 할까요? 저자는 두 가지로 요약하는데(저자분의 주전문 업무가 이쪽입니다), 디자인 사고와 다차원적 사고가 그것입니다. 디자인 씽킹은 요즘 책들에서 자주 언급되기도 하고 이 점만을 주제로 내세운 책도 있으므로 귀에 익을 것 같습니다. p177에 그 핵심이 잘 도식화되었는데 간단히 말하면 "고객 중심의 사고"라고 합니다. 다차원 사고는, 그 대상이 무엇이든 과거와 미래를 동시에 보기, 숲도 보고 나무도 보기, 이렇게 해서 사물과 현상에 대해 살아 움직이고 꿈틀거리는 변화상을 모두 관찰하고 장악하려는 태도입니다.  

비즈니스에서 영원하고 고정된 건 없습니다. 어차피 바뀔 것이라면 내가 먼저 선수를 쳐서 내게 유리하게 판을 바꿔 놓고 내가 주도할 수 있게 노력해야 하며, 그러기 위해서는 세상의 트렌드를 쉬지 않고 면밀히 관찰하고 통찰해야 하겠습니다.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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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도 파는 셀러의 기술 - 당장 매출 확 오르는 상품판매 솔루션
박비주.서환희.육은혜 지음 / 청년정신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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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 다니면서 고달프게 남의 일을 해 주거나 윗사람에게 이래라저래라 지시 받지 않고 나만의 사업을 한다는 건 분명 하나의 로망일 수 있습니다. 그러나 당연히, 좋은 점만 있는 게 아니며, 성공보다는 실패할 확률이 훨씬 높은 게 자영업입니다. 백종원 씨도 웬만큼 준비를 잘 갖추지 않았다면 창업은 꿈도 꾸지 말라고 했습니다. 창업할 때에는 다들 의지도 목표도 충만하며 한국인 특유의 부지런함으로 열심히들 일합니다. 그러나 이제는 의욕과 부지런함만으로는 성공할 수 없고 세밀한 전략이 필요합니다.  

저자는 p33에서 세일즈와 마케팅은 엄연히 다르다고 강조합니다. 저자의 정의에 따르면, 마케팅은 고객의 관심을 끌어 일단 사람을 모이게 하는 것이라면, 세일즈는 최종적으로 구매결정을 이끌어내고 계약서에 도장을 찍게 이끄는 걸 가리킨다고 합니다. 유명한 말처럼 "요즘 고객은 필요한 것을 사는 게 아니라, 원하는 걸 사기 마련"입니다. 상대방에게 내 물건을 원하게 만들고, 마침내 사인을 하게 이끌려면 어떤 전략이 필요할까요. 

전통적으로 셀러의 관점(p39)에서 마케팅 전략의 4P는 product, price, place, promotion을 꼽았고 이는 제롬 매카시 교수가 1960년대에 제안했었습니다. 1990년대에 소비자의 관심에서 새로 4C가 대안으로 제시되었는데 consumer, cost, convenience, communication이라고 합니다. 이는 밥 로터본 교수의 논문에서 주창되었으며, 책에서는 이 네 가지를 매칭시켜 30년만에 마케팅 믹스 패러다임이 어떻게 바뀌었는지 알기 쉽게 설명합니다. product와 consumer가 어떻게 연결되는지가 궁금할 수 있는데, 종래의 마케팅이 일단 제품(product)을 만들어 놓고 어떻게 팔지를 고민했다면 현대에는 무조건 소비자를 먼저 상정하고 이 사람이 뭘 원하는지를 최우선으로 고려한다는 뜻입니다. 읽어 보면 다 수긍이 가는 내용들입니다. 

전략적 판매기획 단원에서는 3C, SWOT, PEST 분석 등이 소개됩니다. 특히 PEST는 개인이나 개별 회사가 딱히 어떻게 할 수 없는 거시환경에 대한 대처방안(p48)입니다. 책에는 밀키트를 예로 들어 이 분석들이 현실 속에서 어떻게 적용되는지를 보여 줍니다. 학생 시절에는 개념만 교과서에서 익히고, 회사 다닐 때에는 보고서 작성시에만 외관 확충을 위해 인용했다면, 이제 내 사업을 위해, 내가 죽고사는 심각한 생존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이 tool을 써 보는 것입니다. SWOT 분석을 꼭 대기업, 중견기업의 시장 전략 수립에만 갖다대야 할 이유는 없습니다. 

컵에 물이 반이나 남았다고 볼 수도 있고, 반밖에 안 남았다며 비관적으로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마케팅은 종전의 뻔한 상황이나 상품도, 소비자에게 그 새로운 의미를 각인시켜 히트 상품으로 바꿔 놓는 기술입니다. 책 p64에서는 종전의 2월 14일 발렌타인데이 하나의 날짜를 넘어, 1년 12달이 매번 특별해지게 의미를 부여한 성공 사례를 소개합니다. 물론 어떤 마케팅이 내내 선도를 지킬 수는 없고, 시간이 지나면 식상해지거나 상술에만 치중한다며 비판을 받을 수도 있다는 점 감안해야 하겠습니다. 

어떤 상품이나 서비스가 인기라면, 왜 (경제학 교과서에 나오는 대로) 가격을 높여서 그 구매 열망이 더 간절한 수요자에게 우선 공급하지 않는가. 이런 전략은 해당 상품에 대한 반감을 높여 오랜 생존을 어렵게 만들어 셀러에게 장기적으로 더 손해일 수 있습니다. 책에 나오는 허니버터칩이 그 예인데, 한때 인기를 끌망정 누가 이걸 명품 영역으로 인식하지는 않으니 말입니다(명품이면 그래도 됨). 이런 걸 가리켜 저자는 "득템력 연출 전략"이라고 합니다. 

맥북은 윈도기반 PC처럼 광범위한 소구력을 갖진 않으나 대신 충성스러운 고객층을 수십 년 간 유지했습니다. 책에서는 애플사의 "상품 표현 전략"을 소개합니다. 개성적인 프로필 이미지, 상품명 같은 건 일단 무심히 지나치는 고객의 눈을 확 부여잡는 데에 중요합니다. "호기심과 기대감을 갖게 만들어라." "소통하지 않으면 터진다."(p80) 확실히, 마케팅이란 사람들의 마음을 읽어내는 최고난도의 기술입니다. 

상품과 서비스를 사게 만들려면 일단 세일즈를 하는 이의 목소리가 중요하다고 합니다(p94). 사실 세일즈뿐 아니라 뉴스 방송 같은 것도 마찬가지입니다. 사람마다 다 똑같은 톤과 색채(잘 통한다는)로 소리를 내는 것도 아닙니다. 자신의 외모가 풍기는 이미지에 맞게 최적의 보이스를 연출하는 게 관건인데 이걸 스타일링 잡는다고 해도 되겠습니다. 잘하는 사람은 무작정 목소리를 깔지도 않고, 억텐으로 부담스러운 발랄함을 발산하지도 않습니다. 표정 연기도 목소리에 맞게 개발해야 하는데 예사롭게 보여도 이게 쉽지가 않습니다. 잘 안 되는 사람은 남이 자기 스타일 잡으려고 노력할 때 혼자 게을렀던 사람입니다. 

성공하는 문구는 예상밖의 한 방을 날리는 의외성(p117)이 있어야 합니다. 사람은 누구나, 뻔히 이러리라고 예상했다가 의외의 반응이 나오면 놀라서 다시 뒤를 돌아보게 되어 있습니다. 내 스펙에는 관대한 사람이라도 남의 스펙은 누구라도 까다롭게 따지기 마련이니 팔려는 아이템의 스펙이 한눈에 드러나게 해야 합니다. 또 내가 소비자와 공감한다는 걸 보여 주고, 짝퉁이 아니라 오리지널임도 어필해야 합니다. 

물건 하나를 사도 꼼꼼하게 따지고 분석한 후 결정을 내려야 하지만 우리 소비자들 중 그렇게 하는 사람은 거의 없습니다. 몇 가지 점만 대략 훑고 빨리 판단을 내리는데 이런 휴리스틱 기제가 대세라면 셀러도 그에 영합할 필요가 있습니다. 책에는 대표성, 가용성, 자기편향 휴리스틱 등 세 유형(p140)이 설명됩니다.    

치열해지는 경쟁에서 살아남으려면 더 영리하고 더 기민해져야 합니다. 스피치, 전략, 인사이트 등 모든 면에서 기술을 닦고 역량을 키워야 하겠다는 점 실감한 독서였습니다.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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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 너는 자유다
손미나 지음 / 코알라컴퍼니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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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아나운서 시절 다소 갑작스럽게 휴직을 택하고 스페인에 다녀오신 체험을 바탕으로 17년 전 저술했던 책이 바로 베스트셀러가 되었고 이제 출판사를 바꿔 새로 나왔습니다. p9에는 저자의 체험에 따라 재구성된 스페인 지도가 나오는데, 이걸 보고 저도 언젠가는 풍토가 다양하기도 한 저 나라에 가서 이런 나만의 경로와 체류 추억에 기반한 개인 지도를 만들어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어려운 환경에서 역경을 딛고 자립해 본 사람이라야 돈의 가치를 알고 돈 귀한 줄도 알고 정말 써야 할 때는 척척 쓰기도 하는 것입니다. p30 이하에는 아프리카 서부의 나라 세네갈의 거부(巨富) 미스터 디엥이 큰 돈을 쾌척했던 사연이 나오는데, 꿈을 이루기 위해 올바른 방법으로 분투하는 젊은이의 모습은 그만큼이나 아름답고 남 보기에도 뿌듯했던 게 아닐까 생각이 되었습니다. 이래서, 성과가 났건 안 났건 간에 누구나 젊은 시절에 열심히 살 필요가 있는 것입니다. 

아무리 하루하루를 열심히 살고 기분을 업시키려고 해도 사람인 이상 축축 처지거나 의욕이 바닥을 칠 때가 있기 마련입니다. 스페인 사람들에게는 이럴 때 찾는 특효약이 있다고 하는데 바로 마드리드에 있는 마요르 광장을 찾는 것입니다. 뜨겁게 살아 온 역사를 가진 나라답게 도시마다 고장마다 뚜렷한 개성을 지닌 명소가 많으며 책에 나오듯이 마요르 광장에도 다양한 맛집, 추억이 생길 만한 예쁜 샵들이 구석구석에 자리했다고 합니다. 이런 데서 스쳐간 사람은 평범한 아저씨라고 해도 여인의 가슴에 오래 남을 만합니다.   

톨레도를 두고 저자는 하늘과 맞닿은 도시라고 평가합니다. 가톨릭 국가 답게 오랜 세월을 견디며 사람들의 영혼을 어루만져 온 멋진 성당들이 곳곳에 있고, 저자는 특히 톨레도 대성당이 소장한 엘 그레코, 고야, 루벤스, 반 다이크(p59) 등의 명화를 차분하게 감상했던 기억을 떠올립니다. 역사에 남을 명화는 요즘 같은 세상에 누구나 책에서 인터넷에서 혹은 모사본(사진본), 혹은 진본 일시 대여 전시회 등을 통해 구경이 가능합니다. 그러나 본고장에서 그 작품들의 온전한 기운, 느낌, 소장처와의 조화적 아우라를 느끼며 감상하는 체험이란 또다른 것입니다. p64에서 말하듯 이런 곳에서 현지의 현악 3중주가 들려 주는 음악은 마치 그림들이 직접 부르는 노래를 듣는 느낌 아니었겠습니까. 

마요르카 섬은 당시에나 지금이나 유럽의 부자들이 인생의 말년을 보내는 유명한 휴양지, 또한 젊은이들이 자주 찾는 으뜸가는 관광지입니다. 여기에 발데모사라는 곳이 있는데, 무려 쇼팽 본인과 조르주 상드가 머물며 항긋한 커피 한 잔을 들이키기도 한, 특별한 자취가 새겨진 마을이라니 눈이 크게 뜨이는 게 당연합니다. 느닷 찾아온 먹구름에서 떨어지는 빗소리도 음악처럼 들리는(p83) 한적한 마을의 카페. 역시 교양 있는 사람이란, 혹은 오랜 문명이란, 짧은 시간에 갑자기 번 돈이나 물질적 여유로 바로 대체나 보충이 안 되는 어떤 품격이란 게 배어나는 겁니다. 

사그라다 파밀리아는 한국인들도 대부분 아는, 바르셀로나 지역의 대표적인 건축물이며 특정 종교를 떠나 인류사적 의의가 지대한 문화유산(더군다나 현재진행형인)입니다. 여기서 저자는 조각들이라든가 건축 전체의 외관에 대해 아름답다는 느낌은 들지 않았다고 솔직히 말하며(p95), 다만 그 장중함이라든가 엄숙한 분위기가 정녕 신의 계시를 받고 이룬 업적 같았다고는 평가합니다. 또, 예컨대 슈베르트의 미완성 교향곡을 누가 이어서 완성했다는 말은 없지 않냐며, 가우디의 이 건축도 그대로 놔 둬야 하지 않냐는 현지 친구 디자이너 나탈리아의 불만도 함께 소개합니다. 이 대목을 읽고 저는 2019년에 일단 마무리된 백제 미륵사지 석탑 복원 사업이 생각나기도 했네요.  

"¡Qué guay!" 스페인어로 "너무 멋지다!(p152)"라는 뜻입니다. 아무래도 저자께서 당시 이 스페인이라는 나라에 그냥 놀러가셨던 게 아니기 때문에, 지자체라든가 여러 문화 단체와 협업했던 기록이 책 곳곳에 나옵니다. 사물놀이라는 게 우리만의 독특한 개성을 잘 표현해서인지 우리 못지 않게 외국인들이 매우 좋아하는 걸 자주 보며, 바르셀로나에서의 공연도 성황리에 마쳐지는 과정이 책에 잘 기록됩니다. 저자님도 학교에서 "파모사 미나(p155)"가 됩니다.  

스페인이란 나라는 원체부터 기원과 역사가 판이한 문화권들이 공존 경쟁하다 15세기 들어 아라곤과 카스티야 중심으로 극적 통합을 이룬 터라 이후에도 내부 갈등이 잦았습니다. 위에 나온 카탈루냐도 그렇고 p181 이하에 나오는 바스크 족 이야기도 마찬가지입니다. 20세기 후반까지도 스페인의 저 북부 지역에서는 문명 국가의 사정이라고는 상상이 어려울 만큼 무력 충돌과 사고가 잦았는데, 저자는 현지에서 당시 90세의 마이떼 란딘 여사를 인터뷰하며 지난시대 압정(壓政)이 남긴 깊은 상처를 돌아봅니다(아마 지금은 돌아가셨겠죠?). 이는 다큐 제작의 일환이기도 했는데 p197에서 저자는 당시 동료 학생들에게 한국의 광주 민주화운동에 대해 유비적으로 이야기해 주었다고 적습니다. 

지중해 스페인령 발레아레스 제도에 거의 일자로 이비자(이비사), (위에 언급된) 마요르카, 메노르카가 나란히 놓입니다. 메노르카는 카랄루냐와도 가깝고, 그래서 세상의 끝 마을(p250, p253)이라는 "라 피 델 몬"은 그 이름부터가 프랑스어를 슬쩍 닮은 카탈루냐어입니다. 생긴 것만 딱 봐도 스페인어가 아니죠. 경치 자체가 세상에 둘도 없는 곳인데, 알리시아, 조르디, 하비 등의 친구들과 "우리만의 해변"을 갖고 지낸 그 즐거운 추억을 새긴 이야기들을 읽으니 너무도 부러운 느낌이었습니다. 

"스페인, 너는 자유다!" 일상과 일에 찌든 지친 영혼에도 고강도의 자유를 불어넣어 주는 스페인이란 나라가 진정 자유의 여신과도 같게 느껴진 책이었습니다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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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선의 우울 - 우울한 마음에 필요한 것은 위로가 아니다
이묵돌 지음 / 일요일오후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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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표지에는 에곤 실레(Schiele) 풍의 그림이 실렸습니다. 여인은 무엇인가를 피해 웅크리는 듯도 보이며, 이 표지에 90도 우회전하여 인쇄된 까닭에 벽 뒤에 숨어 은근 시선에의 노출을 즐기며 누구를 응시하는 듯도 보입니다. 그 표정에는 불안과 두려움, 반대로 기대 같은 것이 은근 섞인, 복잡미묘한 모습입니다. 놀랍게도 약간의 에로틱한 분위기까지 풍깁니다. 누가 봐도 특유의 선과 색이 실레의 것입니다만 구체적으로 그가 남긴 어떤 제목의 작품인지는 모르겠습니다. 

사람의 우울도 비슷하다고 생각합니다. 죽음으로 치닫는 단방향의 폭주이지만은 않고 복잡한 감정입니다. 물론 우울이 병으로까지 발전하여 당사자가 도저히 감당 못 할 지경이 되면 하루라도 빨리 병원에 가 봐야 하겠습니다만, 어느 정도는 우리 모두가 우울을 달고 삽니다. 책을 읽어 보면 이묵돌 저자께서는 남들보다 혹독한 어떤 체험을 하시고 정말 지독한 우울증을 겪으셨는데, 그 결과물인 깊이 있는 사색이 이 책에 담겼습니다. 19세기 독일의 니체라든가, 이 저자님 같은 분은 남들 몫의 몇 배를 혼자서 우울해하고 그 고통스러운 부산물(그러나 갚진)을 생산해 내는 사람들입니다. 이기적이지만 우리 독자들은 대신 극한체험을 시키고 그 느낌이 어떤지, 생각이라는 게 어느 경지까지 가는지 책을 통해 슬쩍 엿보고 과실을 챙깁니다. 

이게 최선이었어?라고 물을 때는 보통 그게 정말로 최선이라고 생각해서 묻는 게 아니라, 오히려 그 반대로 불만족스러워서입니다. 뭐 어떻게 보면 최선의 역설입니다. 할 수만 있다면 피하거나 없애버리고 싶은데, 그게 불가능하니까 이 정도로 간신히 수습하고, 싸게 막았다고 여기고 참는 것입니다. p19에 보면 "최선을 다해 젖어가기로 했다"라는 말이 있습니다. 젖어간다는 말은 적응한다는 뜻입니다(독자인 제가 이해하기로는요). 누구는 피할 수 없으면 즐기라고도 하는데, 이건 남의 사정을 모르는 너무도 무책임하고 냉정한 말입니다. 저자님 말대로, 간신히 간신히 젖어가는 게 우리가 도망칠 수 없는 괴로움과 난관을 우리가 견뎌가는 방법입니다.  

p69에 보면 babip 수치 이야기가 나옵니다. 미국의 세이버메트릭스 혁명 덕분에 국내 야구팬들이 이야깃거리가 늘어서 행복해진 요즘입니다. 배빕이니 WAR이니 wOBA니 하는 말들이 이제 한국 야구팬들 사이에서도 일상용어가 되어 버렸습니다. 야구 좋아하시게 보이는 저자께서도 이 개념에 대해 깊이 생각한 흔적을 이 책에 남기셨는데... 우리 인생도 어찌보면 개인의 노력이나 재능 여부와 무관하게 태어나면서부터 정해져버린 요소가 참 많죠. 그래서 운명론 같은 게 나오는 건데... 

저는 배빕의 경우는 꼭 이게 운명론이라기보다, 어찌보면 야구라는 스포츠 자체가 갖는 한계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아무리 잘하는 타자도 타율 4할을 못 넘기듯, 종목의 우연성이 크게 작용해서 그런 결과가 나오는 게 아닐까 하는...(결국 그게 그 소리인지도 모르겠지만요) 다만, 배빕 이론은 얼핏 보아 상식에 반하는 결론 같아도, 우리가 알게모르게 의심하던 바를 기어이 통계를 통해 규명한, 학문적 쾌거라고 생각합니다. 조금 불편하긴 해도 내심으로는 수긍하던 바를 수면에 끌어올려 진실로 정립한 거죠. 

p79에 보면 운전면허 연습 이야기가 나오는데, 어차피 안 될 거라면 연습은 뭐하러 했냐는 책망이 친구한테서 나옵니다. "할 수 있는 게 그것밖에 없었으니까" 허무하고 무력해 보여도 이게 정답입니다. 최악은 뭐냐 하면, 아무것도 하지 않고 이 또한 지나가리라 하고 넋 놓고 있는 거죠. 설령 이 또한 지나간다 해도 내가 할 수 있는 범위 안에서는 역효과가 안 나는 한에서 발버둥을 쳐 봐야 합니다. 안 그러면 인간은 불안 때문에 제풀에 지쳐 죽습니다. 

저자님의 이야기들은 상당히 논리적이고 체계적입니다. 용어 사용도 굉장히 정확성을 기하는 스타일입니다. 미셀러니보다는 에세이에 가깝다고 할까요. 소확행에 대한 지론(p98 이하)도 독자 개인적으로 동의 반대 여부를 떠나 깊이 생각해 볼 대목이 많았습니다. p105 이하에 나오는, 에리히 프롬의 고전에 대한 해석도 시원시원했습니다. 그시절(도스토옙스키가 활동하던 시대)만 원고료를 단어 수로 책정(p125)하던 게 아니라 지금도 스크립터(그리고 상당수의 작가)는 미국에서 그런 식으로 페이를 받습니다. 우습긴 하지만요. 

우울은 과연 질병과도 같아서 타인에게 전염이 될까요?(p182) 저는 무조건이라고 봅니다. 어떤 감정도 인간들 사이에서는 전염이 잘 되는데, 우울감처럼 뭔가 인간 정신의 본체 비슷한 요소는, 기다렸다는 듯 화선지가 벼루에서 먹을 빨아들이는 모습과 비슷하다고 생각합니다. 가능하면 이런 감정을 잘 다루시는 전문가에게 내 몫의 짐까지 떠넘기고 싶고, 이런 좋은 책을 읽으면서 대보름날 내 더위 사가라는 양 헛스윙 크게 휘두르고도 싶습니다. 남이 크게 우울한 걸 보면 내 우울은 아무것도 아니었구나 값싸게 안도하는 내 모습이 지극히 이기적이지만 말입니다.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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