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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 빵을 먹지 마라 - 음식의 노예로 만드는 탄수화물에서 벗어나기
후쿠시마 마사쓰구 지음, 이해란 옮김, 다카스기 호미 외 감수 / 국일미디어(국일출판사) / 2023년 10월
평점 :
과도한 탄수화물 섭취가 몸에 좋지 않다는 상식은 요즘 많은 한국인들이 공유합니다. 정제백미가 썩 좋지 않다는 점도 알고, 그렇다고 현미와 잡곡 위주로 먹자니 노년층이 소화를 부담스러워하니, 바쁜 아침은 빵으로 간편하게 때우자는 마음이 드는 것도 자연스럽습니다. 그런데 이 책 저자 후쿠시마 마사쓰구 원장님은 그런 습관이 대단히 좋지 않다고, 당장 멈추라고 경고합니다. 물론 탄수화물 일반에 대한 주의도 함께 촉구합니다. 일반론뿐 아니라 저자 자신의 임상 경험까지 담았기 때문에 책은 설득력이 매우 높습니다. 보편적인 상식 외에도, 책에서 추가로 배우고 깊이 새겨야 할 바를 제 주관적으로 정리해 보았습니다.
빵은 특히 위장에 좋지 못한데, 이유는 밀을 가열하여 빵으로 만들 때 훨씬 높은 열을 가해야 하기 때문이라고 나옵니다(p44). 어느 경우와 비교하여? 밥과 비교해서 그렇습니다. 높은 열을 가했는데 그게 왜, 어디가 나쁘다는 걸까요? 높은 열을 가하면 AGE라는 노화물질이 만들어집니다. 이는 단백질 혹은 지질(=지방)과 결합하여 세포를 손상시키고 피부 주름도 증가시킨다고 합니다. 소화나 분해도 잘 안 되고 몸 안에 축적되는 성향이 있다고 합니다. 또, 아침에 먹는 빵은 혈당을 급격히 높이는데, 코르티솔과 아드레날린이 아침에 특히 많이 분비되는 게 그 근거입니다. 저자는 "노릇노릇하게 잘 구워진 빵"이 아침에 돋우는 식욕이라는 게 얼마나 유혹적이냐고 하시는데, 이 말씀을 읽고 보니 더 빵이 당기는 듯합니다. 우리네 몸은 왜 이렇게 나쁜 습관만 잘 들었을까요.
빵이라든가, 혈당을 올릴 수 있는 다른 음식을 아침에 먹어도, 이를 상쇄할 수 있게 식이섬유를 섭취하고 운동을 하면 괜찮다고 하는 의견이 있고 우리들도 자주 들었습니다. 이에 대해 저자는, 구태여 빵 같은 걸 아침에 먹어서 그런 번거로운 과정을 거칠 게 아니라, 아예 아침에 빵을 먹지 않으면 되지 않냐고 합니다. 저도 앞으로는 시리얼이나 식물성 메뉴 위주로 식단을 갖고 가서 저런 위험 자체를 사전에 차단해야 하겠습니다. p50에 나오는, "원래 우리 몸은 외부에서 매일 꼬박꼬박 당을 섭취하지 않아도 일정 혈당은 유지된다"는 말도 유념해야 할 듯합니다(물론, 당뇨병 등 기저질환이 이미 있는 경우라면 별개의 지침에 따라야 하겠지만요).
혈당이 높아지면 이자에서 분비되는 인슐린이 이에 브레이크 노릇을 하는데, 자동차도 과속과 급정거를 반복하면 일찍 고장나는 이치와 같습니다. 평소에 인슐린 분비 기제를 마구 쓰지 않았다면 몸에 탈이 나도 늦게 날 것입니다. 이 부분이 고장나면 그게 바로 당뇨병인데, 평소에 절제된 식사를 하지 않은 응보이니, 건강이란 아직 괜찮을 때 잘 지켜야 한다는 이치를 단단히 명심하는 수밖에 없겠습니다.
"속이 더부룩하다"는 느낌을 평소에 잘 받은 적이 없어서 저는 잘 모르겠는데 많은 분들이 이 증상을 호소하며 위장약이나 소화제를 찾곤 합니다. 일본 사람들도 우리하고 이 점에서 비슷한가 봅니다. p66에 그에 대해 자세한 설명이 나오는데, 저자의 경우(다분히 개인적인 체험이지만) 아무리 육류를 많이 섭취해도 기분 좋은 포만감이 들었을 뿐, 더부룩한 느낌은 없었다고 합니다. 그래서 저자는 탄수화물을 이 "더부룩함"의 주범으로 지목합니다.
p85에 나오듯 탄수화물, 지질, 단백질은 소화되는 시간이 각각 다릅니다. 이것 때문에 소화 기관의 활동이 교란되고, 각종 질환이 유발된다는 게 저자의 견해입니다. 특히 저자는, 단백질과 다량의 탄수화물을 동시에 섭취해서는 안 된다고 합니다. 또 우리 상식과는 달리, 지질보다는 탄수화물이 역류성 식도염의 주된 원인이라고 주장합니다. "탄수화물이 위에서 잘 소화된다"는 상식은 이제 폐기되어야 한다는 게 이 책에서 가장 눈에 잘 띄는 주장 중 하나였습니다. 사실 이는 현대인의 생활 패턴이 변하면서, 과거에는 정제백미 식단이 타 메뉴에 비해 소화가 잘 되고 맛도 좋은 편이었던 반면, 현대에는 육류도 비교적 먹기 좋게 잘 조리되어 나오는 이유도 있지 않을까 저 개인적으로 생각해 봤습니다. 여튼 책의 소결론은, 지방도 지방 단독으로 먹으면 소화가 딱히 잘 안 될 것도 없다(p95)는 점입니다.
이상지질혈증, 이것을 예전에는 고지혈증이라고 불렀습니다. 콜레스테롤을 많이 섭취하면 비만, 동맥경화가 생긴다는 게 상식이었습니다. 그런데 LDL이 혈관 벽에 달라붙는 것은, 애초에 혈당이 높아서 그렇고 혈당이 낮으면 애초에 이런 걱정을 할 필요가 없다는 말씀으로 읽힙니다. LDL은 오히려 범인 잡는 경찰인데 범인 누명을 쓴다는 저자의 재치 있는 비유(p142)도 인상적입니다.
우리도 그렇고 일본도 이상적인 한 끼니를 일즙삼채, 즉 국 한 그릇과 반찬류 3종이라고 전통적으로 여겨 왔습니다. 그런데 저자는 이것이 그리 건강에 좋지 못한 식단이라고 비판합니다. 흰쌀밥은 밥그릇의 1/3까지만 먹으라고 합니다. 50g이 가장 적당하다고 합니다. 저자는 가급적이면 주식 개념을 없애고, 밥 한 공기를 식단에서 아예 빼자고까지 합니다. 현미 역시 백미에 비해 건강식품이라는 것이지, 그리 좋다고 볼 수 없다는 주장도 제게는 조금 충격이었습니다. 결론은 그냥 반찬만 먹는 게 가장 좋으며, 가열이 필요 없다는 점에서 생선회가 권장할 만하다고 합니다. 지중해 사람들의 습관을 소개하며, 해조류나 조개류를 적극적으로 섭취하면 좋다고도 나옵니다.
단백질뿐 아니라 지질 역시 뇌의 에너지원이며, 다이어트 중 채소 쥬스를 잘못 섭취하면 고혈당이 되는 경우도 있으니 조심하라고 충고합니다. 우리가 그간 건강에 대해 잘못 알고 있던 바를 날카롭게 지적하는 내용이 많아서 아주 유익한 독서였습니다.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