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타버스&AI 챗GPT와 함께하는 노벨 엔지니어링 - 독서와 공학으로 세상을 바꾸다!
송해남 외 지음 / 광문각출판미디어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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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와 공학(工學. engineering)은 얼핏 보아 별 관련이 없어 보입니다. 더군다나 어린 세대의 교육에서라면 대체 독서와 공학이 어디서 접점을 마련한다는 건지 의아하기만 합니다. 애들한테 무슨 공학을 가르친다는 걸까요? 그러나 앞으로는 독서와 챗GPT를 밀접하게 결합하여, 독서 활동을 훨씬 재미있게 수행하고, 창의력과 응용력을 기르는 한편, 생성형 프로그램의 작동을 통해 무엇인가를 손수 만들어내는 쾌감, 성취감까지 맛보게 할 수 있습니다. 사실 엔지니어링의 뜻 중 하나는, 현실 속에서 맞닥뜨리는 실제 문제를 요리조리 난관을 극복해 가며 해결하는 체계적 방법이니 말입니다. 

"노벨 엔지니어링"의 뜻은 p13에 자세히 나옵니다. novel이라는 단어에는 "소설"이라든가, "새로운"이란 뜻이 있습니다. 우리말로는 저 두 개념이 겹치는 게 거의 없으나, 서유럽 언어에서는 "새로운(이야기)"에서 "(장편)소설"이란 뜻이 파생했으므로 서로 통합니다. 노벨 엔지니어링에서 노벨의 뜻은 일차로 소설이란 뜻입니다. 학생들에게 소설을 읽히고, 특정 대목에서 자연스럽게 문제 의식을 불러일으킨 다음(예: 톰 소여는 인디언 조를 앞으로 어떻게 대해야 할까?), 아이들에게 해답을 찾아 보게 하거나 토론을 시켜 봅니다. 

개인이나 분조 단위로 해결책이 찾아졌으면 이제 그를 바탕으로 창작을 해 보게 격려합니다. 원래 novel에 "새로운"이란 뜻이 있으므로, 아이들은 자신만의 새로운 해법을 찾는 과정에서 커다란 기쁨을 느끼고 정신적으로 성장하며 이것이 novel engineering의 부차적 의의가 될 수 있습니다. 명사 novelty에는 "새로움에서 얻는 기쁨"이란 뜻도 있습니다. 

책에서는 p16에서 이런 예를 듭니다. <아기돼지 삼형제>에서 주인공들이 봉착한 문제는 "어떻게 튼튼한 집을 지을까"입니다. 이때 집짓기 활동을 학생들이 자기 눈에 보이게, 손으로 그 완성되는 과정을 보면서, 주인공들에게 감정 이입하며 해결책을 마련하는 방법은 게임인 마인크래프트를 활용하는 것입니다. 마인크래프트는 학생들에게 매우 친숙한 활동 공간이며, 무에서 유를 만들어내는 게임 유형 중 대표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게 아기돼지들에게 정해진 방식대로 집을 지어주는 또다른 정답찾기 주입식 교육이 되지 않게, "책 속의 맥락과 문제 해결 기술이 서로 부합하도록" 이끄는 게 교사의 핵심 역할이라고 책에서는 말합니다. 

초4쯤 되면 지도 보는 초보적 방법을 배우고 등고선 등의 개념을 익힙니다. 이걸 교과서에서 개념으로만 익히면 특별히 머리 좋은 애들만 빼고는 다들 어려워합니다. p48을 보면 등고선 그리기 활동이 예시되는데, 산(학생이 그리고 싶어하는)을 먼저 스케치하게 하고, 앞에서 읽은 책 <이곳저곳 우리동네 지도대장 나기호가 간다!>에 나오는 대로 등고선의 개념을 이해한 후(이 책은 교과서가 아니라 이야기 포맷입니다), 등고선을 컴퓨터 프로그램인 "랜드스케이프AR"을 이용하여 그리게 합니다. 이 프로그램은 등고선 같은 걸 3D 이미지로 변환시켜 주는 것입니다. 아이들이 신기해할 수밖에 없습니다. 이렇게 해서 등고선이 과연 무엇인지 아이들에게 확실히 이해시킬 수 있습니다.   

p59에 보면 우리가 익히 잘 아는 <모나리자>라든가, 유명 박물관이 소장 중인 작품들을 소재로 삼아 변형하고 가감하여 나만의 작품을 만들게 하는 과정이 나옵니다. 이 활동은 "o글 아트 앤 컬처" 프로그램을 통해 수행됩니다. 이 프로그램에서 아이들이 활용하게 될 기능은 AR 필터입니다. 모나리자가 활짝 웃을 수도 있고, 한쪽 눈만 찡긋해 보일 수도 있고, 머리와 어깨, 팔의 위치를 바꿀 수도 있습니다.   

o글 아트 앤 컬처에는 참 많은 기능이 있는데, 아무래도 노벨 엔지니어링의 가장 본질적인 의의는 창의력 향상을 위한 창작 활동 독려이겠습니다. p73을 보면 학생들이 원하는 전시회를 선택한 후, 이를 다운로드하게 합니다. 아이들에게는 자발적으로 창조, 창작에 동참하게 하는 게 핵심이므로, 이 책에서 일관되게 강조하는 게 그들이 원하는 대상을 찾아 감상하고, 생각하고, 만들게 하라는 것이며 전적으로 스스로 원하여 행동하게 가르치는 게 포인트입니다. 관람과 감상이 끝났으면 전시회를 다 보았다는 인증 사진도 찍게 해서 친구들과 공유하고, 앞에서 읽었던 책 <미술관 추격 사건>에서 주인공들의 당면 문제였던 인증 방법도 해결하게 합니다. 

도서 <오늘 기분은 어때?>는 나만의 생각에 빠져 있지 말고 친구들의 감정을 이해하며 공감할 줄 아는 사람이 되자는 교훈을 담은 책입니다. 이 책을 먼저 읽고, ZEP이라는 플랫폼(p126)을 이용하여 관련된 활동을 하게 가르칩니다. 앞의 마인크래프트도 그렇고 이 ZEP도 유저의 자유도가 높아 교육용으로 적합하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감정정원(p148)에 어울리는 템플릿을 선택하고 스페이스 배경음악도 삽입해 보고, 아바타에 감정도 더해 보면 완성입니다. 

생성형 프로그램의 공통점은 스크립트 입력을 통해 무엇인가를 만들어 보게 하는 데에 있습니다. 여기서 소개되는 프로그램은 "픽토리AI"입니다. p245를 보면 비디오를 생성하는 과정이 설명됩니다. 아직도 한국어가 바로 지원은 안 되므로 번역기를 매번 써야 하는 번거로움은 있습니다. 영상을 설명하는 스크립트를 써 넣으면 AI가 적절한 것을 찾아 영상을 만들어 주는데 내 마음에 혹 안 들면 약간 다르게 설명하여 다른 영상으로 교체할 수 있습니다. 

아이들이 앞으로 살아가게 될 세상은 지금과 전혀 다른 모습이겠으며 그들의 미래는 AI를 통한 창의력 제고를 위한 체계적인 교육을 통해 탄탄하게 다져질 수 있습니다. 마치 미래를 미리 보고 온 듯한 독서였습니다.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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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커플링과 공급망 전쟁 - 미중 전쟁과 뉴노멀 그리고 위기의 대한민국
이철 지음 / 처음북스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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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0년대 세계는 바야흐로 냉전이 종식되고 이념으로 인한 소모적 갈등에 종지부를 찍는 듯했습니다. 세계 사람들이 공연히 국경이라는 장벽 안에 갇혀 살지 말고, 여러나라 사람들이 제 나름대로 가장 싸게 만든 상품을 마음껏 소비하게 하자는, 이른바 자유무역의 오랜 이상, 수 세기 전 경제학자 리카도의 제안이 드디어 실현되는 듯했습니다. 세계 곳곳에서 최고의 경쟁력으로 생산된 재화들을, 가장 유리한 가격에 즐기는 건 어쩌면 문명이라는 게 생긴 이래 인류가 언제나 꿈꿔 온 바이겠습니다. 국경 안에서 독과점적 지위를 이용해 소수가 폭리를 취하는 행태도 자유무역의 확대 증진으로 상당 부분 방지할 수 있고 말입니다. 

21세기 들어 중국이 정식으로 WTO에 가입하고 본격적으로 세계 경제, 무역 질서가 일원화하는 듯했습니다. 이때부터 중국산 저가 공산품이 세계 시장에 풀렸고, 이미 인건비가 오를 대로 오른 선진국에서는 비슷한 상품을 이 정도로 싸게 만들 수가 없었죠. 선진국도 중국에 이들 공산품 생산 면에서 깊이 의존하고, 중국은 이들 나라에 물건을 팔아야 하니 당연히 상호 의존 관계에 놓이던 게, 코로나 19 사태를 계기로 상호 불신이 심화되어 마침내 디커플링, 즉 동반 상태를 해소한다는 말까지 나오게 된 것입니다. 

미국으로서는 코로나 지원금 때문에 시중에 돈이 너무 많이 풀렸고, 이제 중국산 물품의 수입마저 규제하고 들면 물가가 오를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미리부터 IRA 같은 법을 만들어서 외산품을 견제하고, 금리를 높여서 시중에 풀린 돈을 대거 회수하려 드는 것입니다. 책에서는 코로나 19 팬데믹 이전부터 이미 트럼프 당시 대통령이 중국에 강경한 태도로 나오기 시작했고, 이는 중국이 미국의 패권을 위협하려는 의도가 명백하다고 판단한 소치였다고 분석합니다.  

또 미국 증시에 많은 중국 기업들이 상장되었는데 이들 중 상당수는 유가증권시장에서 마련한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고 투명한 정보 공개에 비협조적이라는 것입니다. 그래서 트럼프 행정부 출범 후 여러 중국 기업들이 미 증시에서 퇴출되었고, 이에 대한 중국의 반감도 고조되었습니다. 여기까지는 여러 매체에도 보도가 된 객관적인 팩트이며, 여기에 저자는 "미국이 기술, 무역의 디커플링을 원하는 데 반해, 중국은 자본의 디커플링을 원한다"고 진단합니다. 월스트리트는 중국 기업에 투자하여 합법 비합법으로 막대한 이익을 얻은 반면, 중국은 이런 결과를 꺼린다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구태여 정보를 공개해 가면서 미국 증시에 남아 있을 이유가 없다고 스스로 선택한 결과일 수 있습니다.  

일반의 인식은, 아직 미국에 얻을 것이 많다고 판단하는 중국이 디커플링을 원하지 않고, 반면 미국은 길게 보아서 이런 관계는 손해이기 때문에 자국 내 인플레이션을 감수하고라도 중국과 절연하려 드는 것 아니냐는 쪽입니다. 반면 저자께서는, 중국 역시도 미국과 절연을 강하게 원하는데, 1) 앞에서 말했듯이 자본 이득이 미국으로 빠져나가는 걸 막고 2) 중국은 수천 년 중화 제국의 영화를 복원하는 상징적 사건으로, 대만을 무력 혹은 어떤 수단을 통해서라도 병합하여 진정한 통일을 기도하는데, 이에 가장 큰 방해가 되는 미국과 필연적으로 충돌할 수밖에 없다는 것입니다. 이 2)의 동인이, 밖에서 보는 이들의 상식으로는 이해가 안 될 만큼 중국한테는 매우 절박하다는 거죠. 

미국도 이미 중국과 함께할 수 없다는 의지를 분명히했고, 다만 직접적인 무력 충돌은 피한 채 10년 동안 경제 제재를 통해 말려죽이겠다(p149)는 전략으로 임할 것이라고 책에서는 내다봅니다. 그리고 이미 미국으로부터 심한 제재를 받는 중인, 러시아, 이란, 북한 등이 주축이 된 권역끼리 별개로 뭉칠 것이라는 게 저자의 전망입니다. 러시아가 이번에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것도, 미국한테 오래 경제 제재를 받다 보니 버틸 재간이 없어 이판사판으로 치고나왔다는 시각도 있습니다. 여튼 만약 중국이 미국과 유럽 중심의 권역에서 결정적으로 배제되면, 이른바 동방 시장(p150)이 형성되겠으며, 사우디, 미얀마 등이 이에 참여하면 그 규모는 결코 무시 못 할 정도라는 게 저자의 전망입니다. 

만약 시장이 동방과 서방으로 완전히 갈라선다면, 공급망에 속하는 두 유형(p171) 중 어느 편이 유리한가? 격변기에는 가변원가형이 유리하지만, 결국 시간이 지나고 어느 정도 구도가 안정화하면, 고정원가형 기업(중국식)이 더 유리하다는 것입니다. 이렇게 미국이 판을 흔들어 놓으려 할 때, 단기적으로는 중국 여러 기업들이 타격을 받을 수 있어도, 나중에는 중국 기업들의 경쟁력만 잔뜩 키워 놓고 끝날 수 있다는 뜻이죠. 그래서 "개별 기업의 이전에 치중할 게 아니라 전체 공급 사슬을 통째 이전하려는, 정부의 장기 비전과 전략이 중요하다"는 게 저자의 소결론입니다.  

어느 진영에도 배타적으로 속하지 않고 양쪽에 한 발씩을 걸친 경제단위를 "교차 시장"이라 부릅니다. 이런 변화의 시기에는 이런 곳들이 새로운 도약 기회를 잡을 수 있는데 대표적인 예로는 아세안, 그 중에서도 베트남을 꼽습니다. 인도도 중국과 적대하지만 그렇다고 완전한 친서방도 아니므로(러시아와는 전통적으로 깊은 유대를 맺어온) 교차 시장입니다. 이 교차 시장은, 한국이 중국에서 기업을 빼거나 할 일이 있을 때 대안으로 고려해야 하므로 매우 중요합니다. 멕시코 역시 많은 인구와 잠재력을 보유했으며 미국과 지리적으로 가까우므로 교차 시장입니다. 이런 나라들의 공통점은, 이미 알게모르게 한국 기업들이 많이 진출한 곳들이라는 사실입니다. 

몇 년 전 처음으로 석유 거래가 달러 아닌 위안으로 이뤄졌을 때 드디어 달러 패권이 저물어가고 페트로달러에 균열이 생겼다며 미디어가 시끄러웠습니다. 또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당시 SWIFT(국제 결제망) 축출이라는 제재가 내려졌을 때 오히려 대안 시스템의 등장으로 달러의 힘만 빠지는 것 아니냐는 전망도 나왔습니다. 그러나 p207의 사례를 보면 달러를 배제하고 루피와 루블의 직태환을 시도했던 2023년 3월의 러 - 인도 간 역사적 합의는 불과 2개월만에 중단되고 말았습니다. 에너지 판매 대금으로 받은 인도 루피화를 누가 받아 주는 곳이 없어 러시아가 일방적으로 손해를 봤기 때문입니다. 이게 정 유지되려면 러시아가 인도 상품을 많이 구입하는 구조라야 하는데 그건 인도 상품이 경쟁력이 없어 안 되겠고 말입니다. 위안화도 사정이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달러의 시대가 아직은 쉽게 물러가지 않는다는 강력한 반증입니다. 여기서 저자는 중요한 결론 하나를 도출하는데, 무엇이 기축 통화인지를 결정하는 데에는 무역이 아니라 금융이 훨씬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점입니다. 

p292~p323에서는 반도체 패권을 둘러싼 미국과 중국 간의 그야말로 대혈전 과정이 설명됩니다. 전쟁이란 꼭 창과 칼을 쥐고 비행기와 탱크가 부딪히는 것만 전쟁이 아니라, 핵심적인 산업 섹터에서 누가 주도권을 쥐느냐를 놓고 대중의 시선이 미치지 못하는 막후에서 이처럼 치열하게 벌어지기도 하는 것입니다. 중국은 최근 미국의 태도에 격분하여 자체 인력을 양성하려는 등 막대한 투자를 시작했으나 현재 상황은 매우 좋지 못하다고 나오는데, 최근이 아니라 이미 십 년 전부터 반도체굴기를 내세웠으나 여전히 첨단기술, 고부가가치 영역에서는 이처럼 성과가 지지부진한 게 현실입니다. 

중국에 진출한 한국 기업들은 지금 기로에 서 있습니다. 만약 중국측 파트너에게 모든 지분을 넘긴다면 애써 일군 성과를 헐값에 처분하는 셈이 되어 손해가 큽니다. 혹 이를 제3국 사업가에게 양도할 수 있다면 가장 좋은 선택이 될 것이라고 저자는 말합니다. 시장의 진영화에 대응하는 전략도, 한쪽을 버리고 한쪽에만 완전히 가담하는 방법, 각 시장을 상대하는 별개 법인을 만들어 분리 대응하는 방법(일본의 많은 기업들이 이미 이렇게 한다고 나오네요) 등 여러 가지로 모색할 수 있다고 조언합니다. 격변의 시대에 한국 같은 작은 나라가 살아남으려면 정말 큰 지혜가 필요하겠음을 절감한 독서였습니다.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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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인 말하기의 모든 것 - 현직 아나운서가 전하는 마법 같은 '스피치' 코칭!
이남경 지음 / 모모북스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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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 한 번 잘못해서 인간관계에 돌이킬 수 없는 손상을 입거나, 재산상으로 큰 손해를 보기도 합니다. 동문 등 일차 관계에 가까운 영역에서도 이런 일이 비일비재한데, 이익사회인 직장에서라면 더 말할 것도 없습니다. 큰 실수를 피하는 걸 넘어서, 적극적으로 내 진심을 상대방에게 잘 전달하고, 일도 승진도 다 잘 풀리게 하는 방법이 무엇일지를 이 책에서 배우고 싶었습니다. 

"세상일은 타인을 통해 연결된다(p44)." 어느 누구도 섬으로 존재할 수 없으며, 연결이 안 된 채 고립된 인간은 이미 사회적으로는 무(無)나 마찬가지입니다. 실제로 소통을 거의 안 하고 사는 이들과는 대화 자체가 잘 안 통합니다. 소통에 서투른 사람은 회사에서도 슬슬 소외되다 어느새 한직으로 밀립니다. 저자는 말합니다. "하지 말아야 할 말만 상대에게 하지 않아도, 그에게 신뢰와 호감을 얻을 수 있다." 무엇을 해야 하느냐보다, 일단 무엇을 하지 말아야 할지를 먼저 고민해야 합니다. 

우선 가족이나 아주 친한 친구 등 아무 말이나 거리낌없이 할 수 있는 사이에서 상처 주는 말을 하지 말아야 합니다. p48에 나온 사례를 보면 저자분의 친구께서 국제결혼 후 해외로 나가셨는데, (나쁜 의도는 아니겠으나) 가족에게 "밖에 나가서 뭘 하겠어?"라는 말을 자주 들으셨다고 합니다. 저는 독자로서 사실 이 말이 기반 없는 해외에서 일을 시작하는 계획을 걱정하는 의도이지, 그분의 능력을 평가절하하려는 뜻은 아니었겠다고 읽혔습니다. 또 친정에서는 따님을 계속 곁에 두고 보고 싶으셨지 않았겠습니까. 그런데 여튼 이분은 그런 말들이 상처가 되었던 겁니다. 해외에서 보란 듯이 잠재력을 다 발휘하여 성공하셨는데, 이걸 보고 저는 확실히 외국이 개인 포텐 터지는 데에는 더 유리한 환경이다 싶긴 했습니다. 쓸데없는 인간관계로부터의 스트레스나 괜한 딴지걸기가 없고 자기 일에만 몰두하면 되는 분위기이기 때문이죠. 

쉽사리 판단을 하면 곤란합니다. 책 p75에는 "처음 본 사람이 마음에 들지 않더라도 섣부르게 판단하지 말고 충분히 탐색을 하라"고 나옵니다. 확실히 우리는, 그게 마치 세상 사는 낙 중에 하나인 듯 남 평가하기를 무척 좋아합니다. 이렇게 하면 은연중에 눈치를 챈 그 사람이 기분 나빠할 뿐 아니라 그 사람과의 관계로부터 일정 이익을 얻어야 하는 입장인 내가 손해를 볼 수도 있으니 그게 문제입니다. 또, 마음에 들든 안 들든 인사를 건네고 나서는, 비언어적인 메시지, 즉 미소라든가 제스처 같은 걸로 그 사람에게 호의의 시그널을 보내야 한다고 나옵니다. 

"커뮤니케이션의 3대 요소는 나, 상대방, 상황이다(p108)." 나와 상대방도 중요하지만, 우리가 의외로 소홀히하는 게 상황 요소인 듯합니다. 똑같은 상대를 만나도 언제 어디서냐에 따라 소통의 방식은 다르며 또 달라져야 합니다. 저자는 말합니다. "예전에는 소통의 방식은 대면 소통밖에 없었으나 현대에 들어서 매스 커뮤니케이션이 대두했다." 인쇄술의 발명, 라디오, TV 등이 등장하며 사람 사는 방식이 바뀌었고, 큰 트렌드가 생기면 다수가 일시에 영향을 받았습니다. 현재는 다시 소셜 미디어가 발전하면서 "내로우 캐스팅, 퍼스널 캐스팅으로 수렴(p109)"하는 추세이며, 이를 통해 저자가 내리는 결론은 "소통 방식은 결국 경계를 넘어 융합, 수렴한다"입니다. 그렇다면 그 소통의 방식도 어떤 근본적인 원리가 관통할 수 있고, 그게 바로 진심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진정한 관심, 개방적인 태도" 저자가 요약하는 소통의 핵심 이치입니다. 

주위에 남 험담하는 게 일상인 사람이 있습니다. 이런 유형은 누구 근처에나, 언제 어디서나 한 사람 정도는 있기 마련이죠. 저자는 이런 사람도 내 입장에서 무조건 배척할 수는 없으므로 대처하는 방법 세 가지를 일러 줍니다. 첫째 단계는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리기인데 이러면 내가 괴롭습니다. 다음 단계는 상대가 말하게 놓아 두되, 비언어적으로 그만하자, 듣기싫다 라는 메시지를 보내는 겁니다. 마지막으로 내가 아예 주도권을 갖고 대화하는 것입니다. 험담도 봉쇄하고 내가 스트레스 받지도 않고 이 세번째 방법이 그만한 공력을 갖췄다면 최상의 방법입니다. 

대개 이런 사람들이, 전체 목표를 몽땅 부정은 안 합니다. 아마 그렇게 하면 집단에서 축출되기 쉬우니 그렇겠죠. 하지만 부분부정을 하고 들어오는 그 자체가 무척 분위기를 해칩니다. 이럴 때에는 그가 하는 부분부정의 요소와, 전체 목표 사이에 어느 정도 이격이 발생하는지 화이트보드나 메모지에 시각화(p167)하여 그에게 보여 주라고 합니다. "당신은 지금 부분부정이 아니라 결국 전체 부정을 하려 드는 중이다." 그를 배제할 게 아니라, 일단 자신이 무엇을 잘못하는지 알려는 줘야 합니다. 

스피치, 사람들 앞에서 말하는 게 무척 힘든 일입니다. 일단은 청중의 분석이 선행되어야 합니다. 엉뚱한 청중을 상대로 맞지도 않는 스타일, 내용으로 떠들어 봐야 아무 소용 없습니다. 청중의 지식 수준과 욕구를 알아야 그에 알맞게 메시지를 전달하고 소통할 수 있습니다. 그런 청중에 대해 사전 정보 수집은 어떻게 하는가? 직접 면접, 간접으로 정보원을 통해 수집, 혹은 몇몇 표본을 뽑아 인구학적(demographic) 속성으로 진단하는 방법이 있겠는데, 이 마지막 방법은 괜한 편견으로 전체를 단정할 위험이 있다고 저자는 덧붙입니다. 청중과 눈맞춤을 자주 하고, 원고 읽기식 스피치를 절대 하지 말라고 합니다. 

확실히 사람 목소리라는 게 중요합니다. 설령 말하는 메시지가 비호감이라 해도 목소리가 좋다 보면 일단 권위에 순종하고 싶고 귀를 기울이게 됩니다. part 5에서는 발성을 좋게 하기 위한 여러 요령이 정리되었는데 목소리 때문에 고민인 이들은 정독해 볼 필요가 있겠습니다. 저는 스타카토 발성, 레가토 발성을 설명하는 대목이 특히 도움이 되었습니다.  

스피치 원고는 문장이 아니라 단락이 중심이 되어야 한다고 합니다(p309). 그러기 위해서는 사전에 단락별 주제는 물론 전체 주제가 뭔지 파악이 되어야 하며 단순한 오럴 펑션이 아니라 두뇌 작용이 수반되는 과정입니다. 또 바디랭귀지의 역할은 생각보다 크고 효과적입니다. p325에 보면 파워 존을 정확히 이해하여 과장되지 않게 가벼운 최소한의 동작만으로 원하는 반응을 이끌어 내는 요령이 나옵니다.  

소통이라는 게 여러 차원의 노력이 동시에 작용하여 타인과 공감하는 작용임을 잘 배울 수 있는 책이었습니다.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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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근두근 설레이는 윈드서핑
정상대.우영애 지음 / 글로벌콘텐츠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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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철에는 누구나 바닷가에 가서 멋지게 파도에 올라타는 윈드서핑을 꿈꿔 봅니다. 코폴라의 고전 <지옥의 묵시록>에도 킬고어 중령이 위에서 폭탄이 빵빵 떨어지는데도 그로 인한 파도가 절호의 기회라며 기어이 바다에 보드를 띄우는 광기 어린 장면이 아주 유명합니다. 그러나 이상과 현실은 아주 달라서, 윈ㄷ서핑이야말로 고도의 기술이 없으면 큰 망신을 당하거나, 자칫 잘못하면 다칠 수도 있습니다. 따라서 사전에 많은 준비가 필요하며, 자격 있는 전문가에게 실전 지도를 받아야 함은 물론이고, 이렇게 기본 원리를 충실히 가르쳐 주는 책을 통해 이론적 기초도 다질 필요가 있습니다. 

서핑이라고 하면 한국인들의 경우 일단 심리적인 거리감이 생기는 게 보통입니다. 저자는 그런 독자의 마음을 이미 읽었다는 듯이, part 1에서 그런 마음의 장벽부터 다 걷어내라고 다독여 줍니다. 나이가 많은데?(p42) 전혀 문제될 게 없습니다. 무려 예순이 넘으셨는데 저자께서는 "그 나이가 시작하기에 딱 좋은 나이"라고 하십니다. 젋었을 때 시작하여 60이 되면 기량이 절정에 달한다는 게 아니라, 시작하기에 좋다는 뜻입니다! 우리는 영화에서 피지컬 좋고 잘생긴 청춘스타들이 서핑하는 모습만 너무 자주 봐 왔던 터라 그동안 괜히 주눅들고 부당한 선입견만 가졌던 셈입니다. 뿐만 아니라 제법 난도가 높아 보였던 서핑에 익숙해지고 나면 체력도 단련되고 자신감이 하늘을 찌르게 되어 삶에 생기가 새로이 돌게 된다(p47)고도 합니다.  

아무래도 서핑은 예측불허의 바다에서 벌이는 활동이라 안전 문제에 만전을 기해야 합니다. p71에는 life jacket, 즉 구명복, 잠수복을 골라 입으라는 지시사항이 나옵니다. 체중이 적다면 부력이 적게 작용하는 구명복도 무방하다고 합니다. 핵심 장비인 보드가 무겁다 보니 운반 방법도 사실 사소한 문제는 아닌데, p74 이하에는 세일(=돛)과 보드를 운반하는 다양한 방법이 그림과 함께 제시됩니다. 안전 문제는 모든 레저, 스포츠 활동에서 기본 중의 기본이 되므로 이렇게 책에서 원칙을 최우선시하는 태도에 독자의 마음도 든든해집니다. 

윈드서핑 하면 일단 낭만입니다. 그리고 기본적으로 바람에 지지 않고 오히려 그 흐름을 잘 이용하는 스포츠이기 때문에 defi-wind라는 멋진 말로 요약되는 활동이기도 하고, 이 구절을 그대로 딴 행사(p96)도 있습니다. 그런데 저자께서는 이를 일반인들이 잘못 이해하는 경우가 많다고 합니다. 얼핏 보아, 타이트하지 못하고 유치하게 장난이나 하며 아까운 시간과 장비, 멋진 장소를 낭비하는 게 아니냐는 사람들도 많은데, 얼핏 유치하게 보일 수도 있는 이런 느슨하고 시끌시끌한 풍경, 그게 바로 서핑의 낭만이라는 게 저자님의 지론입니다.  

요즘은 테니스라든가 골프에서 남녀 차별을 하지 말고 상금을 동등하게 지급하자는 주장이 있습니다. 물론 그에 대한 반론도 유력한데, p107을 보면 PWA 30주년 기념대회(2018.7)에서 남녀를 가리지 않고 €35,000을 책정, 지급하여 화제가 되었다고 합니다. 서핑의 종목적 특징도 감안해야 할 부분이기는 하나 여튼 매우 전향적인 태도라고 하겠습니다. 

윈드서핑이 어떤 탁월한 피지컬이나 운동신경을 가진 이들만의 전유물이라고 착각하는 이가 있다면, p119의 인간 승리 사례를 읽어 볼 만합니다. 서핑은 두 발로 보드를 디디고 아슬아슬하게 균형을 잡으며 파도를 타는 운동입니다. 그런데 어떤 이는, 19세 때 사고로 다리 하나를 잃고도 노력 끝에 서핑의 대가가 되었다니 이게 믿어지시나요? 세상 일이, 뭐가 부족해서 안 되고 집이 가난해서 안 되고 이거 다 핑계에 불과합니다. 집념과 열정을 기울이면 안 될 일이 없는 법 아니겠습니까! 

p179 이하를 보면 저자께서 역시 스포츠맨답게, 운동 종목 일반에 두루 통하는 이치를 설명합니다. 서핑도 그렇고 요트도 그렇고, 첫째 "경기 요소"라는 게 있습니다. 그 종목에서 대가가 되기 위해 우선 갖추어야 할 요소들이 있다는 건데, 세계적인 선수가 되려면 우선 기르고 치중해야 할 포인트가 따로 있으므로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는 말씀입니다. 다음으로, 서핑은 속된 말로 독고다이 식으로는 안 되며, 이른바 매직 서클 안에 먼저 진입이 필요하다고 합니다. 세계에서 이 종목 풍조가 그러하니 대세에 순웅할 필요가 있죠. 

그림과 사진이 많고 본문도 최상급 백상지에 인쇄되었습니다. 윈드서핑의 스포츠 공학적 원리는 물론 야러 흥미로운 배경 지식까지 알차게 배울 수 있는 멋진 책이었습니다. 사이즈도 작아서 휴대에 편리합니다.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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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동의 뇌과학 - 불안장애에 시달린 뇌과학자가 발견한 7가지 운동의 힘 쓸모 많은 뇌과학
제니퍼 헤이스 지음, 이영래 옮김 / 현대지성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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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베르탱 남작은 "건전한 몸에 건전한 정신이 깃든다"고 했습니다. 몸이 건강하지 못하면 일단 마음이 편할 수 없고, 정서적 안정도 도모하기가 무척 힘이 듭니다. 20세기 들어서 과학자들이 밝혀낸 바로는, 두뇌가 신체 말단 부위까지 신경을 통해 촘촘하게 연결되어 있기에 몸의 불편이 머리에까지 이어지고, 반대로 몸의 건강 개선이 머리로까지 좋은 영향을 끼쳐 결과적으로 정서적 안정에까지 도움을 준다는 것이었습니다.  

지금 이 책은 미국의 뇌과학자인 제니퍼 헤이스 박사가, 자신의 지병을 치료하는 실제 과정을 생생히 담아낸 기록이기도 해서 특히나 흥미롭습니다. 그녀는 원래 강박장애가 있었고, 간헐적으로 찾아오던 우울증 때문에 많은 고생을 했습니다. 이런 지독한 정신적 고통을 깨끗하게 극복해 낸 방법은, 처음에는 자전거타기였고, 나중에는 철인 3종 경기였습니다. 운동에는 그리 익숙한 분이 아니었기에 가볍게 자전거 타기로 시작했고, 이게 효과를 보니까 나중에는 강도를 점차 높여 마침내 완전한 정신적 건강을 찾은 것입니다. 

운동을 통해 건강을 회복했다는 사연은 드물지 않지만, 당사자 본인이 뇌과학자이다 보니 각 단계의 세부적 진전을 학문적으로 일일히 규명하는 게 가능했고 이 책의 특장점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기록이 자세하다 보니, 비슷한 괴로움을 겪는 이들이 책을 읽고 (여건상 가능한 범위 안에서) 그대로 따라할 수 있다는 이점도 있습니다. 게다가 저자는 어렸을 때 과체중, 섭식 장애까지 겪은 분이라서 운동과는 거리가 먼 분이었다고 하니 이를 참고할 수 있을 분들이 많겠습니다. 

저자는 독자의 마음('철인 3종이라니 그거 아무나 따라할 수 있겠어?")을 읽었는지, 첫 장(chapter)에서부터 자신에게 딱 알맞은 운동 강도를 찾는 방법부터 가르칩니다(p36). "왜 우리는 매번 작심삼일, 실패만 거듭할까?" 답은, 처음에 너무 의욕만 앞서 지나치게 양과 강도를 높이다 지레 지쳐서입니다. 과한 운동이 몸에 해롭다는 건 누구나 알지만, 저자가 전문가이시다 보니 "알로스타시스 부하의 영역으로 진입하기 때문"이라는 과학적인 근거를 제시합니다. allo-는 "종전과 다른", stasis는 상태를 뜻하는 그리스어에서 유래했으며, 몸이 어떤 단계에서 다른 단계로 진입할 때 미리 준비 상태를 거치는 걸 말합니다. 운동을 처음부터 과하게 하는 건, 이 알로스타시스를 과하게 "땡겨 쓰는" 결과를 낳게 한다는 거죠. 

아프다는 감정을 느끼는 기제도 이미 뇌과학에 의해 많이 해명되어 있습니다. p72를 보면 통증의 감정 중추라는 게 크게 세 종류의 뇌 영역으로 되어 있다고 나오는데, 섬엽, 편도체, 배측전방대상피질(dACC)의 세 가지입니다. 이 세번째 것이, 앞의 둘이 보인 반응을 종합하여 어떤 통증이 과연 얼마나 나를 아프게 하는지 종합적으로 평가한다는 것입니다. dACC는 이 책에서 아주 자주 나오는 용어이므로 독서 초입에 아예 확실히 그 뜻을 알아 두는 편이 낫겠습니다.  

왜 우리는 쇠몽둥이로 맞을 때나, 남에게 심한 모욕을 당할 때나 비슷한 고통을 느끼는 걸까요? 쇠몽둥이로 맞을 때라면 생명에 지장이 있을 만큼 심각한 상처를 입을 수도 있는데 말입니다. 동네 꼬마한테 욕을 먹었을 때라면 웃어 넘길 것을, 상사한테 깨지고 나면 세상 살 맛이 안 날 만큼 마음의 상처를 입고 회사를 관두니마니 하며 심각한 고민에 빠지곤 하는 건 사실 불합리한 반응입니다. 불합리할 수밖에 없는 게, 앞에서 본 저 dACC가 제멋대로, 쇠몽둥이 타격과 상사의 모욕을, 서로 같은 아픔이라고 (잘못) 평가해서입니다. 통증신경망의 dACC가 그렇게 하지 못하게 스위치를 꺼 두려는 의식적인 노력이 필요합니다. 

많은 이들은 우울증을 겪을 때마다 항우울제를 처방받아 복용합니다. 약물치료를 무조건 배척할 일이야 아니지만 이렇게 하면 내성도 생기고, 어떤 이들에게는 처음부터 약이 잘 안 듣습니다. 스트레스가 원인이 되어 미주신경을 비롯 면역체계의 곳곳에 염증이 발생하면 우울증 등 여러 탈이 나기 시작한다고 저자는 말합니다. 특이한 건, 저자는 그렇게나 오랫동안 우울증 때문에 고생했으면서도 항우울제를 전혀 복용한 적이 없다고 합니다. 이는 저자의 학문적 소신 판단의 결론이며, 또 개인차가 있겠으므로 절대적인 지침까지는 아니겠습니다. p105에서 저자도 꼭 운동이 만능은 아니라고 합니다. 하지만 왠지 약물보다는 운동에 의해 병을 이겼다는 체험담이 뭔가 더 흐뭇하고 따라해 보고 싶어지는 게 보통일 것입니다. 

3장까지의 내용 중 환자들이 바로 따라해 보거나 참고할 만한 포인트는 p116~p118에 표 등으로 잘 요약되었습니다. 시간이 없는 분들은 이 대목만 봐도 도움을 많이 받을 것입니다. 이뿐 아니라 매 장 끝마다 핵심 내용이 요약되었기 때문에 폰에 찍어 두고 수시로 참조하거나 인쇄해서 벽에 붙여 두거나 할 수 있겠습니다. 

운동은 함께 실행할 때 두려움이나 낯선 감정을 극복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선뜻 운동이 안 내키거나 하는 사람은 운동 친구를 만들거나 지인을 동참시키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겠습니다. 모든 중독(흡연, 술 등)은 뇌가 그 중독에 길이 들어서인데, 어떤 중독이건 간에 운동을 통해 고쳐질 수 있다고 저자는 주장합니다. 특히 p147에 나오는 뇌신경 바로잡기 운동 목록과 권장량이 유익한 듯했습니다. 

잠은 무척 중요한 활동입니다. 잠이 충분해야 뇌가 활발하게 작동하며, 특히 저자처럼 과거에 과체중 때문에 다이어트를 해야 했던 이들의 경우 부족한 잠은 반드시 다이어트에 방해를 끼칩니다. p203 이하에 나오는 크로노타입에 관한 설명이 매우 자세하고, 우리 같은 일반 독자들도 쉽게 이해할 수 있습니다. 또 p212 이하에 나오는 수면의 종류에 대한 정보와 그에 따른 트레이닝 방법 설명은 여태 저 개인적으로 읽었던 책 중에서 가장 깔끔한 서술이었습니다. 

아이들은 한창 힘차게 뛰놀 때입니다. 걱정할 게 전혀 없고 그 나이에는 원래 정신없이 뛰놀아야 정상입니다. p235 이하에는 20세기 후반 NHL 최고의 스타플레이어였던 웨인 그레츠키 이야기가 나옵니다. 로드 하키 수업 등을 통해 아이들에게 뛰놀고 싶은 욕구도 다 채워 주고, 집중력과 창의력도 동시에 키워 줄 수 있다고 합니다. 운동은 이처럼 뇌의 균형 있는 발전도 기하고, 과체중이나 우울증 등 건강 문제도 미연에 방지하는 등 다양한 효과를 낼 수 있습니다. 데카르트 이래 몸과 정신이 별개라는 이원론이 그간 건강에 대해서 심각한 오해를 초래했고 이제 발전한 뇌과학의 성과를 바탕으로 이를 바로잡을 때입니다. 운동은 몸과 뇌와 마음에 두루 좋은데 이는 저 셋이 본래 별개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또 운동은 기왕 할 것 어려서부터 습관을 들이는 게 좋습니다. 

*MLB파크에서 주최한 이벤트를 통해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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