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성애를 말하다 - 이성애, 동성애, 양성애 그리고 사랑이 없는 무성애, 다시 쓰는 성의 심리학
앤서니 보개트 지음, 임옥희 옮김 / 레디셋고 / 2013년 8월
평점 :
절판


이 책은 참 재미있습니다. 소재가 성(性) 문제라는 것만으로도 우리는 흥미를 느껴 하지 않을까요? 요즘 스릴러 물을 보면, 연쇄살인마, 근친 성폭력, 아동 성폭력, 나아가 이 모든 요소의 결합을 시도한 것까지 아주 넘쳐나고 있는 실정입니다. 성 문제를 소재로 이런 극한의 인간성 실종 영역을 다뤄도, 사람들은 불편해하지 않고 오히려 호기심의 대상으로까지 삼습니다. 이런 분위기이고 보면, 비위 약하고 심장이 튼튼하지 못한 독자들까지 무난히 끌어 들일 수 있는 이런 성담론 소재의 책이야말로 거의 모든 독자층의 시선을 잡을 자격이 있다고나 하겠어요.


게다가 이 책은, 흥미롭게도 성적 소수 패턴을 소재로 삼고 있습니다. 성적 소수자라고 하면 말 그대로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소수이기 때문에, 그런 주제를 다룬 책 역시 소수의 관심만 받고 그칠 법합니다. 그런데도 성적 소수자를 논한 책, 영화, 혹은 방송 프로그램은, 계층과 나이, 직업, 그리고 성적 취향을 떠나 광범위한 관심의 대상이 됩니다. 성적 소수자를 다루는 미디어는, 정작 소수자 당사자보다 오히려 국외자인 다수, 비 소수자로부터 더 많은 관심을 받습니다. 일종의 관음증적 기호가 투영되어서 그런 걸까요(이 말이 사실이라면, 주류적 성 정체성을 가진 이들 중 많은 수는 변태 성향 역시 지니고도 있다는 반증입니다), 아니면 아무리 확고한 주류적 정체성의 소지자라도 때로는 그 일탈을 꿈꾼다는 일종의 심리적 배신의 노출일까요? 미 대법원에서 최근 동성 결혼의 합법화를 위한 중요한 결정을 내린 바도 있는지라, 이 문제는 더 이상 일부만의 관심사가 아닙니다. 우리는 성 문제에 대해, 정면으로든 측면으로든 분명한 입장 정리와 인식을 가질 필요의 순간에 달해 있습니다.


그런데 이 책은, 종래 흔했던 성적 소수자 문제를 다루는 데서 그치지 않습니다. 동성애, 양성애, 그리고 각종 특이성 패턴을 넘어, 아예 무성애(asexuality)의 적극적 개념 규정에 나서고 있습니다. 책에도 잘 나와 있지만, 무성애란 기본적으로 사람의 특성을 논할 때 쓰던 용어가 아닙니다. 아메바 같은 하등동물의 단성 생식 같은 행태나 지칭할 때 쓰던 용어죠. 그런데, 이성이건 동성에게건 그 어떤 끌림도 느끼지 못하는, 진정 특이하다 할 성적 정체성을 지닌 이들에게, 이런 명칭을 붙이고, 나아가 그들의 성적 정체성의 특질에 대한 정확한 규명을 시도함으로써, 성(性)이란 무엇인가, 성애(sex)란 무엇인가에 대한 근본적인 해명을 시도하는 게 이 책의 의도입니다.


이 책은 분명, 무성애자들의 특성에 대한 흥미롭고도 과학적이며, 정치적으로 공정하기까지 한 접근을 시도하고 있습니다.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멋진 책입니다. 헌데, 이 책을 끝까지 읽고 제가 느낀 각성이랄까일종의 감동은 그런 대목에서 그치질 않았습니다. 잠시 이 이야기를 좀 적어 볼까 합니다.


우리가 어떤 개념이나 현상에 대해, 그 실체를 정면으로 파악하는 작업이 대단히 힘들고 번거롭다면, 일반적으로 알려진 다른 접근 방법이 있습니다. 바로, 그와 반대개념 혹은 여집합을 이루는 나머지 영역을 철저히 고찰하는 루트입니다. 우리 현대인이 아무리 치열한 논쟁과 관심을 통해 그 접근을 시도했다 하더라도, 여전히 성애의 영역, 이성애, 동성애, 혹은 그 외 각종 성 패턴에 대한 지식은 여전히 미지의 분야로 남아 있습니다. 콧대 높았던 프로이트도 여성의 성 심리(성 심리 뿐 아니라 심리 일반)에[ 대해 무지를 공개적으로 고백했고, 여태 그 어떤 석학과 권위자도 성 문제에 대해 어떤 레벨에서도 명쾌한 해명을 내놓은 바 없습니다. 이 책의 표현대로, "성은 우리 안에 있는 괴물"입니다. 성이 눈을 뜨고 입을 여는 순간, 우리의 자아와 이성은 괴물에게 길을 내어 주게 됩니다.


이 책은 괴물의 정체를 밝힘에 있어(이 책의 의도가 그저 무성애 분야를 탐구하고 마는 것이었는지, 제가 지금 리뷰에서 적고 있는 대로 그이상의 지향을 지녔었는지는 알 수 없지만요), 괴물의 본성을 적극적으로 규명하는 무망한 방법론을 취하는 게 아니라, 그 반대로 "괴물 아닌 것', "괴물이 (일시적 혹은 영구적으로) 부재한 상태의 성질"을 치밀하게 파고듦으로써, 역으로 괴물의 본성이 무엇인지를 드러내려 합니다. 비유하자면, 광기가 무엇인지 알려면 정상 상태에 대한 탐구를 통해 그 파악이 가능한 것, 혹은 그 반대와 비슷하고다나 하겠어요. 아닌게 아니라 이 책은 성을 두고, 광기의 일종이라고까지 진단하고 있으니까요.


우리에게 그토록이나 많은 쾌감과 보람을 안겨 주는 성(性)은, 사실 자연스럽지도 않고 (당연히) 이성적이지도 못한 녀셕이라는 게 저자의 기본적인 시각입니다. 두 개의 다른 성이 서로 만나 생식을 도모하는 방식은, 지질 시대의 거대한 기준이나 장구한 진화론의 스케이프에서, 출현한 지 얼마 되지도 않는 행태입니다. 앞으로 또 어떤 효율적이고 부작용 없는 번식 양태가 등장할지는, 우리 중 누구도 예측 못 하는 일입니다. 게다가 이성 결합의 기제 역시 확고한 자리매김을 유기체 내에 마련한 것도 아니어서, 비정상적이고 극한의 환경에서 예외적으로 드러나는 게 아니라, 이미 정상적인 조건에서도 흔히 드러나는 게 동물의 동성애 패턴이라고 합니다. 실험에서, 숫양의 상당수는 아 무 자극이 없었는데도 태생적으로 동성에 이끌리더라는 거죠. 하긴, 만약 이성애가 확고한 본성이라면, 농장주, 낙농업자들이 교배 작업을 위해 그토록 노고를 기울일 이유가 뭐였겠습니까. 그저 불편한 진실일 뿐이라 애써 외면했던 것에 지나지 않았죠.


이 책의 충격은 거기서 그치지 않습니다. 저 가축들 중 상당수는, 아예 어떤 방식의 성적 관심도 노출하지 않더라는 것입니다. 이른바 무성애 유형이며, 이는 명백하게 자연의 한 패턴으로 존재하는 실체였던 것입니다. 아무 가공이나 조작도 가하지 않은 자연의 실태가 이러한데, 인간 중 몇몇이 (아무리 소수라도) 성적 무관심, 나아가 무능력(무성애자가 곧 무능력자는 아닙니다. 나중에 적겠습니다)을 지닌다 치더라도, 이를 자연의 섭리에 반하는 존재라고 낙인을 찍을 수 있겠냐는 것입니다.


더 놀라운 사실. 인간 지성사에 가장 크게 두드러진 지적 업적을 남긴 천재로 아이작 뉴턴이 있습니다. 그는 평생 동안 여성에 관심을 보이지 않은 사실로 유명합니다. 그 가 동성애자였다는 주장도 있지만, 그보다는 아무런 성적 충동을 지니지 않았다는 설이 보다 유력합니다. 인류 문명에 이런 공적을 남긴 이를 두고, 단지 성에 초연했다는 이유로 비정상, 장애의 낙인을 찍는다면, 그게 온당한 일일까요? 그렇기는커녕, 오히려 인간의 가장 완비되고 위대한 이성은, "무성애 상태"에서만 가능할지도 모른다는 추측도 조심스레 가능하다는 것입니다.


요약하면, 1) 성애라는 건 자연 상태에서조차 "확고한 정상 패턴"의 지위가 아니며, 2) 진화론적, 혹은 도덕적 관점에서 탁월한 인간 고유의 본성인 이성의 작용은, "성애가 부재한", 즉 "무성애의 상태"에서 최고조의 기능을 발휘한다는 것입니다. 이러면 성애라는 것은, 인간이 누리는 ??상의 기쁨이자 정상의 표징이 아니라, 오히려 생물학적 생존과 진화에 장애 요소나 아니겠나 하는 주장까지 가능해집니다. 무성애가 장애가 아니라, 오히려 성애가 거추장스러운 부품이었던 것입니다!


저자는 이런 주장도 합니다. "인류 역사상, 이처럼이나 인간들이 성(sex)에 집착했던 때가 존재했느냐?"는 것입니다. 사람이 간신히 최소한의 물적 생존이나 도모하던 때라면, 성의 문제는 부차적이었을 뿐이었겠죠. 우리의 조선 시대라면, 양반들은 도학의 추구에 보다 많은 정력을 쏟았을 테므로, 성의 문제는 역시 주관심사가 아니었습니다. 평론가 러스킨은 배우자와의 첫날밤, 국부에 돋은 여성의 무성한 음모를 보고 질겁을 한 후, 일체의 성적 행동을 멀리했다고 합니다. 우리가 지난 시대의 위대한 흔적으로 기억하는 많은 이들의 삶에서, "성'이란 그닥 큰 비중을 차지하지 않았습니다. 성에 몰두하던 이들은 생산 활동의 고됨에서 벗어날 길 없던 하층민이나, 극한의 타락에 빠진 일부 상류층 뿐이었는데, 어떤 눈으로도 이들을 정상이라며 지향하던 시대는 거의 없었습니다. 오로지 우리 시대만이, 계층과 지역을 불문하고 성의 과도한 수요와 공급에서 헤어날 줄 모르는 것입니다.


동성애의 과학적 기초에 대해서도 저자는 대단히 재미있는 정보를 알려 줍니다. 동성애란 근본적으로 생식이 불가능한, 후손을 남길 수 없는 성향입니다. 그런데 이런 성향이 유전으로 옮아가서, 동성애자들이 "근절"되지 않고 계속 출현한다는 건 상당히 큰 수수께끼이자 역설입니다. 저자는, "동성애 유전자가 따로 있는 게 아니라, 남자를 과도하게 좋아하는 유전자가 존재할 뿐."이라고 알려 줍니다. 이에 따르면, 이 유전자가 남성에게 전해질 경우는 그는 동성애자가 되지만, 여셩에게 전해질 경우라면 지극히 이성을 좋아하는, 따 라서 아주 많은 후손을 남길 공산이 큰 이성애 여성을 빚어낸다는 거죠. 이 여성이 딸을 낳는다면 그녀 역시 어머니를 따라, 다산이라는 사회적 모범이 되지만, 만약 아들을 낳는다면 그는 사회로부터 백안시되는 게이가 될 확률이 크다는 결론입니다. 상당히 강력한 논거를 갖춘 해명 아니겠습니까?


어떤 사람이 강력한 성적 충동을 보이는지 아닌지의 여부는, 호르몬 분비와는 별 관계가 없다고 합니다. 테 스토스테론이 왕성히 분비 중인 어느 남성도, 아무런 이성 혹은 동성에 대한 성적 관심을 보이지 않는 예가 속출했다고 하며, 고환을 절제한 카스트라토나 환관도 어느 순간 다시 성 관계를 시도하는 매우 드믄 예도 존재했다고 합니다. 성 행태의 발현은 근본적으로 호르몬 작용이 아닌, 뇌의 특정 활동과 더 밀접한 상관 관계가 있다는 게 저자의 주장입니다. 이는 우리의 예상보다, 성 활동이 매우 복잡한 활동 기제를 지니고 있음을 암시합니다.


우리가 성에 대해 올바른 인식을 갖는 것은 물론 중요하지만, 단지 사회학적 논리나 윤리적 당위에 의해, 별 공감도 안 되는 억지 결론을 주입당한다면, 오히려 거부감만 남기 쉽겠습니다. 그런데 이 책은, 특별히 소수자에 대한 인위적 배려를 애써 지어내지 않더라도, 올바른 과학적 지식의 습득 만으로도 우리의 삶이 실천적으로 훨씬 윤택해질 수 있음을 역설하고 있습니다, 게다가 이 책은 저자의 넉넉한 도량 덕에 유머가 깃들여져 재미까지 한층 더합니다. 아무 생각 없이 집어 들었다가, 큰 교훈과 뿌듯한 교양까지 축적하게 해 준, 고마운 책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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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당신은 미래와 마주할 준비가 되어 있습니까?

 

네이버 3개월 연재 동안 1백만 이상의 네티즌이

함께 읽고 출간을 간절히 기다려온 작품!

 

정글만리

 

 

세계 경제를 집어삼키며 세계의 중심이 된 중국의 급부상
수천 년 국경을 맞댄 우리는 친구인가, 적인가
거대한 중국 대륙을 종횡무진 가로질러 집필한 조정래 불후의 역작

 

‘14 억 인구에 14억 가지의 일이 일어나는 나라’ 중국에 부와 성공을 좇아 글로벌 비즈니스맨들이 몰려들고 있다! ‘세계의 공장’으로 치부되던 나라가 ‘세계의 시장’으로 변모해 경제 강대국으로 우뚝 선 현 상황을 우리는 어떻게 받아들일 것인가? 수천 년을 함께해 온 한반도에 끼치는 영향은 무엇이며, 지금 준비해야 할 것은 무엇인가!


대 한민국의 시대와 역사를 가로지르는 대하소설 『태백산맥』 『아리랑』 『한강』으로 우리나라의 근현대 비극을 예리하게 그려낸 조정래 작가가 신작 장편소설 『정글만리』와 함께 다시 돌아왔다. 경제민주화의 청사진을 제시한 『허수아비춤』 이후 3년, 우리나라의 미래에 대한 작가적 고민이 중국을 비롯한 세계 경제에 대한 통찰과 전망으로 이어져 집필로 결실을 맺게 된 『정글만리』는 각권당 원고지 약 1,200매로 구성되어 총 3,615매의 전 3권으로 완결되었다. 이는 1990년대 초반 처음으로 중국을 방문한 작가가 소련의 갑작스런 몰락과 달리, 중국의 건재한 모습을 보고 중국을 무대로 소설을 써봐야겠다고 마음먹고 20여 년을 꾸준히 고민해 온 결과다.


작 가는 세계 경제의 중심이 되어 G2로 발돋움한 중국의 역동적 변화 속에서 한국, 중국, 일본, 미국, 프랑스 등 다섯 나라 비즈니스맨들이 벌이는 숨막힐 듯한 경제전쟁을 흥미진진하게 그려낸다. ‘꽌시(關係)’ 없이는 옴짝달싹할 수 없다는 그곳에서 성공을 좇는 이들의 욕망과 암투가 다종다양한 중국식 자본주의를 배경으로 펼쳐진다.


이 와 더불어 급속한 개발이 빚어낸 공해 문제, 중국 특유의 ‘런타이둬(人太多)’ 이면에서 벌어지는 인명경시의 세태, 먹고살기 위해 고향을 뒤로하고 대도시의 빈민으로 전락한 저소득 농민공들의 모습 등으로 과속 성장의 폐해를 드러내며 인간 존재란 무엇인가를 곱씹게 한다. 또한 거대 비즈니스를 둘러싸고 경쟁하는 한국 대 일본, 일본 대 중국, 중국 대 한국의 비즈니스맨들이 맞닥뜨릴 수밖에 없는 과거사와 그 저변에 흐르는 미묘한 감정까지를 적확하게 포착하고 있다.


중국 전역을 답사하며 기본 구성을 다지고 본격적으로 집필에 몰두한 이후 작가는 매일 원고지 20~40매 분량을 펜으로 꼼꼼히 써내려감으로써 작품을 완성했고, 집필과 동시에 포털 사이트 네이버에 약 3개월 동안(3월 25일부터 7월 10일까지) 매회 원고지 30매 내외의 분량으로 일일 연재하며 네티즌과 함께 호흡했다. 작가 특유의 생생한 묘사, 박진감 넘치는 서사는 뜨거운 감동을 이끌어내었고, 그 결과 100만 회 이상의 높은 조회수와 1만 건 이상의 댓글을 기록했다.

작 품 속 등장인물처럼 중국에 체류 중인 상사원에게는 공감을, 실제 대중(對中) 업무에 종사하고 있는 직장인들에게는 중국 비즈니스의 노하우를, 한일관계나 한중관계에 관심이 적었던 학생들에게는 역사적 자각을, 『태백산맥』 등 작가의 기출간 작품을 기억하는 독자에게는 향수를, 생동하는 소설을 읽는 기쁨을 원하는 대중에게는 가슴 벅찬 감동을 안겨준 3개월의 연재를 끝으로, 7월 출간을 앞두고 전국 주요서점에서 7만 세트, 총 21만 권을 선주문하여 초판 10만 세트, 총 30만 부를 제작하였다.
“문 학은 인간의 인간다운 삶을 위하여 인간에게 기여해야 한다”는 신념으로 작품을 통해 시대를 꿰뚫어온 작가의 혜안이 담긴 『정글만리』는 21세기 한반도와 세계 경제 흐름 속에서 인간의 가치와 인류의 지향점을 되새겨줌과 동시에 독자 개개인으로 하여금 미래를 구상하는 계기를 마련해 줄 것이다.

 

지은이
조정래 趙廷來
작 가정신의 승리라 불릴 만큼 자신의 일생을 문학에 온전히 바쳐온 조정래 작가는 한국문학뿐 아니라 세계문학에서도 유례를 찾아보기 힘든 뛰어난 작품 활동을 펼쳐왔다. 조정래 작가 정신의 결집체라 할 수 있는 대하소설 『태백산맥』『아리랑』『한강』은 ‘20세기 한국 현대사 3부작’으로, 1천3백만 부 돌파라는 한국 출판사상 초유의 기록을 수립했다.
1943년 전라남도 승주군 선암사에서 태어나 광주 서중학교, 서울 보성고등학교를 거쳐 동국대학교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했다. 1970년 《현대문학》으로 등단한 후, 왜곡된 민족사에서 개인이 처한 한계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영역을 아우르며 작품 활동을 펼쳐왔다. 대하소설 3부작 『태백산맥』 『아리랑』 『한강』을 비롯해, 주요 작품으로 단편집 『어떤 전설』 『20년을 비가 내리는 땅』 『황토』 『한(恨), 그 그늘의 자리』, 중편집 『유형의 땅』, 장편소설 『대장경』 『불놀이』가 있으며, 이러한 조정래 전반기 문학은 『조정래 문학전집』(전9권)으로도 출간된 바 있다. 이 작품들은 2010년부터 새로운 장정과 편집으로 재출간되었고, 이중 중편 「비탈진 음지」와 「황토」는 장편소설로 개작해 새 ‘정본’으로 삼았다. 최근 장편소설 『인간연습』 『사람의 탈』 『허수아비춤』 등을 발표하면서 시대와 사회를 향한 뜨거운 애정을 작품으로 형상화하고 있다.
산문집으로『누구나 홀로 선 나무』『황홀한 글감옥』을 펴냈고, 청소년을 위한 위인전 『신채호』『안중근』『한용운』『김구』『박태준』『세종대왕』『이순신』을 발표했다.
현대문학상, 대한민국문학상, 단재문학상, 노신문학상, 광주문화예술상, 만해대상, 현대불교문학상 등을 수상했다.
조정래 작가의 작품은 영어 ․ 프랑스어 ․ 독일어 ․ 일본어 등으로 세계 곳곳에서 번역 출간되었고(중국어 ․ 스웨덴어 번역 중), 영화와 만화로 만들어졌으며, TV 드라마와 뮤지컬로도 제작되고 있다.


 

 

작가의 말 중에서


지 금 중국의 인구는 14억에 이르렀고, 중국은 G2가 되었다. 이 느닷없는 사실에 세계인들이 놀라고, 중국 스스로도 놀라고 있다. 예상을 40년이나 앞당겼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건 흔히 말하는 ‘기적’이 아니다. 중국 전 인민들이 30여 년  동안 흘린 피땀의 결실이다. 우리의 지난날이 그렇듯이.
이제 머지않아 중국이 G1이 되리라는 것을 부인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그런데, 중국이 강대해지는 것은 21세기의 전 지구적인 문제인 동시에 수천 년 동안 국경을 맞대온 우리 한반도와 직결된 문제이다.
중국인들이 오늘을 이루어내는 동안 겪은 삶의 애환과 고달픔도 우리의 경험과 다를 게 무어랴. 그 이야기를 두루 엮어보고자 했다.     


기대평
성 장 동력을 잃어 죽어가던 자본에게 마지막 링거가 된 것이 바로 마오쩌둥의 나라 중국입니다. 사회주의와 자본주의가 묘하게 공존하는 것만으로 중국은 세계사적 장소일 수밖에 없습니다. 바로 이곳에서 작가 조정래는 인문학적 시선을 세우려고 합니다. 한반도를 넘어 세계사적 지평으로까지 문학적 가능성을 넓히려는 대가의 노익장이 고맙기만 합니다. 그에게는 들렸을 절망과 희망의 울부짖음은 어떤 색깔이었을까요. 빨리 듣고 보고 싶은 것은 저만은 아니겠지요. 그 울부짖음에 우리의 미래도 큰 영향을 받을 테니까 말입니다.      ―강신주(철학자)

등단하기 전 조정래 선생과 문학잡지 만드는 일을 했다. 가까이서 선생을 뵈었던 소중한 기회였다. 원칙에서 벗어나는 것을 허락지 않는 모습은 늘 서슬 퍼런 느낌이었다. 결벽증에 가까울 정도로 깔끔하고 엄밀했다. 리얼리티가 없는 문장은 단 한 줄도 용납지 않는 작가적 자존심이 없었다면, 일흔이 넘는 연세에 현역 작가로 신작을 내는 과감함은 결코 없었을 것이다.                                    ―구효서(소설가)
 
프랑스어에서 Histoire는 ‘역사’이자 ‘이야기’라는 뜻이다. 소설은 그런 점에서 이야기로 역사를 만들며, 역사를 이야기로 풀어내는 일이다. 대하소설 『태백산맥』과 『아리랑』 그리고 『한강』 등을 통해 우리 역사의 이야기를 유장하게 담아낸 조정래의 시선이 거대한 용틀임의 나라 중국으로 옮겨갔다. 그의 손끝에서 동아시아의 주역으로 살아갈 우리의 모습이 어떻게 그려질 것인가? 한층 스케일을 더해가는 이 노대가의 성숙한 열정에 그저 놀라울 따름이다.              ―박철화(문학평론가, 중앙대 교수)


 

 

줄거리
신 입사원 때 중국으로 발령받아 우연치 않은 기회에 중국인 ‘꽌시(關係)’를 얻음과 동시에 회사에 실적으로 인정받아 온 종합상사 부장 전대광은 거대 권력을 소유한 세관원인 샹신원의 의뢰로 한국에서 실력 있는 성형외과 의사를 데려온다. 불운의 사고로 수억의 배상금을 무는 바람에 가족을 부양하기 위해 떠밀리다시피 하여 상하이 땅을 밟는 서하원은 급성장하는 중국 성형시장에서 새롭게 일어서기 위해 몸을 사리지 않고 밤낮없이 일하고, 그 덕분에 샹신원과 전대광의 꽌시는 더욱 돈독해진다.

베이징대에서 경영학을 공부하는 20대 청년 송재형은 동아리 활동 중 뒤늦게 역사학에 눈을 뜨고, 유학 후 한국에서 취업하기를 내심 바라고 있는 엄마의 기대에 맞서 전공을 바꾸기 위해 삼촌인 전대광을 찾는다. 수재들의 집합소로 일컬어지는 베이징대에서조차 마오쩌둥에 대한 신화화가 지속되는 모순적인 상황을 목도하고 재형은 중국 지식인 계층이 갖고 있는 당에 대한 맹목적 믿음의 이면을 경험하는데…….

한 편, 급속한 경제개발 속에서 건설업이 호황을 이루고 있는 가운데 중국 경제계에는 생소한 회사인 골드 그룹이 상하이에 진출하고, 미모의 젊은 여회장 왕링링은 비즈니스맨들 사이에 비상한 관심을 집중시킨다. 베일에 가려진 골드 그룹이 대대적으로 벌이는 건설 사업에 필요한 철강의 수주 건을 획득하기 위해 일본과 한국, 독일의 철강업체는 각축전을 펼치고…….

수주 사고로 인해 시안으로 좌천된 김현곤은 전대광의 갑작스러운 연락을 받고 공항으로 마중 나가고, 상하이에 들어설 초대형 종합병원의 철강 납품을 의뢰받는다. 중국 정부의 서부대개발 바람을 타고 골드 그룹도 시안에 진출하면서 건축 총괄사장인 앤디 박이 김현곤을 찾는다.

프 랑스 명품 회사 이사인 자크 카방은 광저우의 큰손 리완싱에게 가공한 옥과 보석을 납품받는다. 그는 중국인들의 뛰어난 수공예 기술과 싼 인건비를 이용해 유럽시장에 명품 액세서리와 장식품을 공급하고, 이는 프랑스 본사에 제2의 전성기를 만들어준다. 그러나 사업가로서 녹록지 않은 리완싱은 자크 카방의 요구에 맞추어주지 않고, 점점 더 힘겨루기는 어려워지는데…….

 

등장인물 소개
전대광  
대학을 졸업하고 종합상사에 취직해 중국에 파견된 이후 십여 년 동안 중국의 경제 성장 속에서 사회주의에 침투한 자본주의를 가장 가까이에서 목격해 온 40대 중반의 한국인 비즈니스맨.

서하원  
전도유망했으나 예기치 못한 의료사고로 하루아침에 나락으로 떨어진 성형외과 의사. 한류의 붐을 타고 중국 내 성형시장에서 재기를 꿈꾼다.

김현곤  
한국 철강기업의 부장으로 열심히 일하던 중 수주한 프로젝트가 중국 내 알력 싸움으로 무산되자 중국 동부지방보다 개발이 더디게 진행되고 있는 서부의 시안으로 좌천된다.

샹신원  
상 하이 세관원의 높은 직위인 주임이자 중국 정치의 중심인 상하이방의 일원. 세관을 통과하려면 반드시 거쳐야 할 정도로 막대한 권력을 가졌기에 그로 인한 비리로 부를 쌓고, 본처를 두고 축첩을 하는 등 중국 부유층의 세태를 두루 보여주는 인물.

송재형  
중 국 최고의 대학 중 하나인 베이징대에서 유학 중인 전대광의 조카. 부모님의 권유로 경영학과에 진학했지만 중국의 역사와 문화를 접하고 더 깊이 공부하고자 전과한다. 사회의 변화에도 불구하고 수재들조차 버리지 못하는 중화사상과 당에 대한 믿음에 놀라움을 금치 못한다.

리옌링  
베이징대 역사학과에서 공부하는 광저우 거부의 딸로 송재형과 역사탐방을 다니며 사랑을 키운다. 보통의 20대 중국 여성들처럼 자유연애에는 거부감이 없지만, 아버지의 축첩 사실을 알고는 분노한다.


정글만리
왕링링  
거침없는 사업수완으로 단기간에 재계의 큰손이 된 골드 그룹의 회장. 젊고 아름다운 외모로 상하이에서 화제의 중심이 되었으나, 출신지나 자금의 근거 등이 알려지지 않아 사람들에게 궁금증을 자아낸다.

 


본문 중에서
“오시느라고 수고하셨습니다. 저 전대광입니다.”
남 자는 상대방의 이름이 적힌 종이를 반으로 접는가 싶더니 곧바로 명함을 내밀었다. 그 연속동작은 기름칠이 잘 된 기계의 작동처럼 빠르고도 자연스러웠다. 그의 그런 동작은 울림 좋은 목소리며 부드러운 표정과 어울려 세련된 여행사 직원 같은 느낌을 풍기기도 했다.
“아 예에……, 제가 명함이…….”
명함 교환을 예상하지 못했던지 상대방은 당황스런 몸짓으로 양복 주머니를 더듬었다. (중략)
중 국의 ‘경제 수도’라는 공항답게 드넓은 대합실은 사람만 와글와글 가득 찬 것이 아니었다. 그 많은 사람들이 마음놓고 떠들어대는 소리가 높은 천장을 더 높이 떠받쳐 올릴  기세였다. 그 시끄러운 소리들은 주고받는 말 때문만이 아니었다. 핸드폰 거는 소리들이 더 많았다. 중국사람들은 전파 성능이 뛰어난 최첨단 전화기를 쓰면서도 어찌 된 일인지 있는껏 고래고래 소리를 질러댔다. 초고속의 줄기찬 경제발전 속도에 따라 핸드폰 소지자는 날로 달로 늘어나게 되어 있고, 그 와글바글 끓어오르는 소음은 갈수록 심해질 수밖에 없었다.     —「깨끗한 돈, 더러운 돈」 중에서

중국 특유의 꽌시란 한자로 관계(關係)라고 썼고, 그 뜻은 ‘연줄․뒷배․네트워크’ 등이 뭉뚱그려진 것 정도로 이해할 수 있었다. 그건 한국 사회의 고질병이고, 나라 망치는 학연․지연․혈연을 다 합쳐서 이루어지는 그 어떤 것이었다. 볼 수도 없고, 만질 수도 없고 그러면서도 분명히 존재하는 그 꽌시 때문에 중국에 처음 진출한 외국기업들은 한동안 정글을 헤매며 허방을 딛고, 넘어지고, 길을 잃고 우왕좌왕하는 것 같은 어려
정글만리
움을 겪어야 했다.
그 런데 전대광은 요행히 샹신원과 꽌시가 맺어져 있었다. 그래서 샹신원은 자기 사촌의 일을 은밀하게 전대광에게 부탁했던 것이다. 철저하게 비밀 보장이 된다는 것을 믿기 때문이었다. 전대광이 다른 사람들보다 빨리 부장으로 승진한 것도 샹신원의 덕이 컸다. 샹신원은 전대광네 회사의 수출입 업무를 언제나 수월하게 풀어주었고, 그 덕은 전대광의 빠른 승진으로 이어졌던 것이다.   —「내 인생의 주인은 나」 중에서

“1977년 생, 중국 이름 왕링링, 미국 이름 소피아. 버클리대학 MBA. 중국 진출 2004년. 부동산회사, 건설회사, 화학제품회사, 증권회사 등등……. 자네 추리력 좋잖아. 무슨 의혹이 들어?”
어서 맞춰보라는 듯 이토 히데오는 도요토미 아라키를 빤히 쳐다보았다.
“히야 이것 봐라.” 구미 돋는다는 듯 도요토미 아라키는 입술을 훔치고는, “그거 1977년생이면 도대체 몇 살이라는 거야?” 어처구니없다는 표정이었다.
“서른넷이네, 뭘.”
여지껏 말이 없던 이시하라 시로가 뚱하니 말했다.

보 도 자 료

 


“이 거야말로 의혹투성이의 문제녀 아닌가. 동 하버드, 서 버클리라고 하는 미국 최고의 명문대를 나온 것은 뭐며, 중국 이름에 미국 이름까지 가진 것은 또 뭐고, 2004년에 중국 진출이면 10년도 못 되어 그 많은 기업들을 거느린 배경은 무엇이고, 돈 놓고 돈 먹기인 자본주의에서 맨주먹으로 그렇게 될 수가 없는 일이고, 그 집안은 도대체 누구네 집안인 거야?”
도요토미 아라키가 못내 기분 상한다는 투로 말했다.
“그래, 아주 제대로 조목조목 짚었어. 꼭 탐정소설 여주인공 같은 배경들인데, 밝혀내기가 영 막막한 게 더욱 탐정소설적이야.”    —「정글법칙, 약육강식」 중에서

“옌링도 마오 주석이 신이라고 생각해?”
“나 도 재형 씨가 그 문제 이상하게 생각하리라 짐작했어. 으음……, 그러니까 뭐랄까, 세월이 흘러갈수록 그분이 신처럼 느껴져……. 아니야, 그건 정확한 말이 아니고 그분을 신으로 받들어도 좋지 않을까……, 뭐 그런 생각이 자꾸 깊어져. 우리가 살면서 이런저런 일이 닥칠 때마다 불현듯 누구에겐가 빌고 싶을 때가 있잖아. 그런 때 떠오르는 대상이  마오 주석이거든.” 리옌링은 진지한 얼굴로 마음 저 깊이 있는 생각을 간추려내는 것처럼 찬찬히 말해 나갔다.
“왜 마오 주석이지? 예수는 중국과는 좀 거리가 멀지만, 부처님도 있고, 공자님도 있고, 달마, 관운장……, 중국사람들이 신으로 섬기는 대상들이 많고 많잖아.”
“많지. 많지만 그 대상들은 너무 머나먼 세월 저쪽에 있어서 효과……, 아니 효험이 잘 날 것 같지가 않은 거야. 그 대신 마오 주석은 우리 가까이에 계시면서 큰 효험을 발휘하실 것 같고.”
“그분이 인간인 것을 뻔히 알면서도?”
송재형이 안타까운 표정을 지었다.       —「대학생들의 배짱」 중에서


정글만리
상 사원의 삶이란 어쩌면 농부의 삶보다 더 허망한 것인지 모른다. 농부는 땅을 자본으로 자연의 혜택을 받아 수확물을 거두지만 상사원은 무엇인가. 종이쪽에 그림을 그렸을 뿐인 돈이라는 허상에 교환가치라는 절대권력의 왕관을 씌운 그 거한 존재를 쫓아다니는 불나방 떼 아닌가. 자본주의―돈을 신으로 모신 이념이다. 그건 솔직담백하고 단순명료하면서도 잔인무도하고 인정사정이 없다. 신의 권능을 가진 그 물건을 서로 많이 가지려고 총소리 나지 않게 벌이는 전쟁의 최전선에서 싸우는 용병이 상사원이었다. 그렇게 싸워서 얻는 것이 무엇인가……. 얻는 것이 무엇인가……. 그 물음 앞에서 자꾸만 커지는 것이 회의고 서글픔이었다. 돈에 원수 갚고 죽는 사람 없더라고 평생 돈을 쫓아 좌충우돌 헐레벌떡 뛰어다닌 상사원들의 삶이란 결국 하잘것없는 퇴직금에 목매단 초라한 노년이 있을 뿐이었다. 그건 피할 도리가 없는 서러움이고 허망함이었다. 50고개 넘기면서부터 얼음 덮인 비탈길에서 미끄러지듯 밀려나는 선배들의 축 처진 뒷모습은 결코 남의 일이 아니었다.            —「우정의 비즈니스」 중에서


정글만리


차례
정글만리 1   작가의 말

깨끗한 돈, 더러운 돈
내 인생의 주인은 나
한국식 와인 따르기
정글법칙, 약육강식
어머니의 백기
항복 없는 싸움
불행한 옛 도시 시안
대학생들의 배짱
농민공, 물거품 하나
용서는 반성의 선물


정글만리 2   우정의 비즈니스
내 사랑, 양아버지
참으로 인간적인 천국
정글 같은 인물
장인들, 중국의 영혼
어떤 모국과 조국
베이징 나들이
돈 놓고 돈 먹기
그래, 나는 아빠지!
질기고 질긴 생고무 기질


정글만리 3   일란성 쌍생아
그대, 나의 속사랑  
천하를 얻는 법  
바오파후의 끝없는 꿈  
다시, 용서는 반성의 선물  
배신 속의 배신  
진심으로 사랑하라  
벼룩의 간을 빼먹지  
사람은 다 보물  
사랑은 하늘의 힘  

작가 연보

 

 

 

[서 이벤트 일정안내]

조정래의  <정글만리> 전3권(1,2,3권)

#이벤트 신청접수 : ~ 2013 7 25(목) : 서평신청상황에따라 빨리마감할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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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편전쟁에서 5.4운동까지 - 중국근대사 인간사랑 중국사 1
호승 지음, 박종일 옮김 / 인간사랑 / 201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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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를 보는 이유는, 과거라는 거울에 현재의 모습을 비추어 보고, 동시에, 바르게 비춰진 현재의 모습을 바탕으로, 백설공주 이야기에 나오는 매직 미러처럼 미래를 통찰하기 위해서입니다.


만약 누가 혹시, 이 시점에서 중국의 근대사에 주목한다면, 그것은, 오늘자 경제뉴스에도 요란하게 보도된 것처럼 글로벌 증시에 미국을 밀어 내고 제 일의 비중을 굳혀 가는 중국이, 어떤 과정을 통해 현대의 모습으로 빚어졌으며, 어떤 궤도를 통해 어느 지점으로 향진할지 귀추가 주목되어서이기 때문이겠습니다.


혹여라도, 그 많고 많은 중국 근대사 개론서 중, 이 책을 애써 골라 자신의 이해 증진에 길잡이로 삼고자 하는 이가 있다면, 그는 현대 중국인들, 현대 중국의 공권력을 담지하는 권위 있는 당국, 현대 중국에서 가장 높은 학적 권위를 지닌 입장에서, 주체적이고 과학적인 방법론으로 서술된 역사, 중국사, 중국근대사가 어떤 모습인지 알고 싶은 열망에 가득한 독자일 것이라 생각합니다.


이 책은, 중국사회과학원 원장을 역임한, 당대 최고의 중국인 권위자 호승(胡繩, 후셩) 선생이 저술한, 중국 역사학계와 공산당 이론가 집단의 사적 이해를 총집결하고 대변하는 결정판격 정사서입니다. 본디 중국은 지난 역사를 서술함에 있어, 민간의 자의적 저술과 편찬에 제한울 가해 왔고, 당대 최고의 정제되고 박학하며 균형 잡힌 두뇌와 학덕의 힘을 빌려 공식 관사를 제작해 왔습니다. 중국 근대사를 공부함에 있어 그 교재로 쓰일 만한 책이 이 작품 하나만 존재하는 것은 아니지만, 바쁜 일상에 쫓기는 우리 한국인이, 이제 세계를 향해 웅비하는 저들 대륙인이 내재적 관점으로 스스로를 어떻게 보는지 알고 싶다면, 그리고 시간적, 자원적 제약 탓에 단 한 권만을 골라야 한다면, 이 책을 선택함에 있어 후회가 없을 것이라 자신 있게 추천합니다.


이 책의 장점은 다음과 같습니다.

1) 중국 최고 권위자의 압축적이고 집약적이며 정제된 서술로 이루어져 있다.

2) 평면적 사실 나열이 아닌, 각 사건과 인물들의 경과, 행적에 관해 입체적이고 유기적인 구조를 취하고 있다.

(* 이 점에 대해 부언하자면, 예컨대 아편 전쟁은 1840~42년에 벌어졌고, 사건의 수습이 채 이뤄지기도 전에 애로우 호 전쟁 등이 터지며, 연합군의 북경 점령이 1860년에 벌어집니다. 이런 외침을 일괄하여 시계열로 배열한 후, 다른 주제로 넘어가는 게 보통 사서의 구성입니다. 그런데 이 책은, 장의 편제가 정연하면서도, 교묘한 서술 운용의 묘로 태평천국 운동과 향용의 부상, 서양인의 침탈이 서로 밀접하게 꼬리를 물고 이어졌음을 그대로 드러내듯, 서술의 입체화를 기하고 있습니다. 이런 절묘한 구성은 양무운동의좌절과 중일 갑오 전쟁, 무술 변법의 실패,의화단 운동 시기를 서술할 때에도 다시 한 번 그 탁월함이 입증됩니다. 형식의 정제성을 훼손하지 않으면서도, 내용의 서사적 이해에 최상의 효율을 기하는 패턴입니다)

3) 오늘의 중국을 이끌어 가는 집권 엘리트들, 최고 교양 지식층의 세계관이 직설적으로 드러나고 있다.

4) 맑스주의 사관에 바탕한 뚜렷한 맥락이 전 분량을 관통하므로, 마치 대하소설을 읽듯 주제의식과 메시지 전달이 분명해 읽는 재미를 준다.


이런 특징을 모두 갖춘 책이라면 다소 지루하지 않을까, 획일화된 사관만을 강조하지 않을까 우려되는 분들은,  이 책 저자의 빼어난 문장력과 건전한 도덕 감정이 곳곳에 스민 내용을 탐독하는 사이 그 같은 선입견이 말끔히 걷혀지는 걸 체험할 수 있습니다. "혁명을 사랑하는 것은 평화를 사랑하는 것이다.(p632)", "봉건 통치자들의 절대 숙명은 계급 이해 관계의 보존이었기에, 제국주의 침략자들의 마수에는 길들여진 가축처럼 무능, 양순하다가도, 아래로부터의 변혁을 요구하는 민중의 몸부림을 진압하는 데에는 기계처럼 무서운 효율을 보인다." 이런 주장, 명제, 재인용들은 문, 사, 철 텍스르를 읽는 보람이 어디 있는지를 재삼 확인해 줄 만큼, 읽는 이에게 뿌듯함을 안겨 줍니다.


번역도 명쾌합니다. 예를 들어 주중 참사관을 지낸 엘긴 공작의 이름 표기에 있어서도, 많은 경우 현대의 관행에 따라 '엘진'으로 적고 마는 것을, 다소 관습에 어긋난 당시 해당 가문의 용례를 정확히 따라 "엘긴"으로 적은 것은 역자의 박학함을 드러냅니다. 방대한 분량이나 한 손에 들기 가벼운 반양자이며, 인괘가 미려하고 노출된 한자가 다른 글꼴로 설정되어 있어 가독성이 매우 좋습니다.


제 블로그의 아래 링크를 누르셔서 각 장의 상론을 읽어 주시면 이해에 작은 도움이 될 것입니다. 전 27장에 대해 상세한 논의를 앞으로 펴 나갈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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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은 즐거운 말을 먹고 자란다 - 아포리즘 행복 수업
김환영 지음 / 이케이북 / 2013년 7월
평점 :
절판


아포리즘은 경구(의 모음)인데요. 처음에 책 소개에 아포리즘 책이라고 해서, 그리고 받아 본 책의 디자인이 너무 예쁘기도 해서 저는 달달한 내용만 가득 담긴 청소년용, 혹은 중년 주부용이 아닐까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이 책은, 예를 들어 <자기계발 대사전>에서 수록하고 있는 다양한 격언, 지침들처럼, 스스로를 다잡고 처세의 지침으로 쓸 만한 내용이 가득 담겨 있더라고요. 최근에 저는 <고수>라 는, 전 경향신문 논설위원께서 쓰신 책을 읽어 보았습니다만, 그 책이 수필에 가까운 형식으로 처세의 원리를 친절히 해설해 놓고 계셨다면, 이 책은 아포리즘의 비중이 보다 강하고, 수록된 명언의 수가 더 많으며, 게다가 저자 김환영님의 평론, 의견 개진, 젊은 세대와 동시대인에 향한 충언이 가미되었다는 게 차이가 아닐까 해요.


다시 말해서 이 책은, 겉모습은 따스한 인생 가이드, 정서 함양에 좋을 말랑말랑 컨텐츠로 가득할 것 같은 인상이지만, 속 내용은 반드시 그렇지만도 않다는 것입니다. "일침"에 가까운 뜨끔한 격언도, 저자 김환영 선생의 요긴한 코멘트와 함께 잘 담아져 있습니다.


전 세계 다양한 출처, 동서양을 막론하고 위인, 혹은 익명의 입에서 나온 여러 명언들은, 가능한 경우에는 그 언어의 원형이 함께 제시되어 있습니다. 서양의 경우 편의상 영어로 대체되어 있기도 합니다. 특히 저는, 아포리즘을 읽으면서 영어 공부도 함깨 할 수 있는 점이 무척 좋았습니다.



책 p24에 계몽사상가 볼테르의 말이 실려 있습니다.

"사랑 빼놓고는 모두 바꿔라."

어디서 많이 들어 본 말 같지 않으세요? 회장님께서 아주 창의력이 뛰어난 분은 아니셨군요, 최소한!


제가 좋아하는 경제학자(모든 저작에서 냉철하고 도덕적인 서?D에 곁들여, 위트와 유머를 잊지 않으시는 분이죠) 케네스 갤브레이스의 명언을 하나 소개하겠습니다. 책 그 다음 페이지에 나와 있습니다.

'마음을 바꾸는 것과 그럴 필요가 없다는 것을 증명하는 것 중 둘 중 하나를 선택하라고 하면,

(증명이란 얼마나 어렵습니까? 영어에서 습관적으로 하는 말이 "prove it!'이죠, 못 하면 앞으로 입을 다물어야 합니다)

사람들은 대개 후자를 선택한다."


마음을 바꾼다는 것, 기존의 어리석은 실수를 흔쾌히 인정하고 들어가는 일을, 사람들은 자존심 때문에 가장 꺼려한다는 뜻이겠습니다. 체면이 깎이고 자존심을 상하느니 차라리 생고생을 사서 하겠다는 말이죠. 저부터도 이런 자세를 갖지 않도록 정진해야 할 것 같아요.


조직과 개인에 대한 재미있는 말도 있습니다. 49p입니다.

"개인과 개인 사이의 경쟁은 반목을 낳고 사기를 저하시키지만,

조직과 조직 사이의 경쟁은 사기를 진작하고 창의성을 고무한다."


하지만 이 말이 무한정으로 적용 가능, 타당한 건 아니겠습니다. 국가와 국가 사이처럼, 중재자가 없거나 포괄적 룰이 합의되지 않은 상황에서는, 지난 세기의 역사에서 보듯 전쟁으로 치달을 위험도 상존하는 것 아니겠습니까? 얼마 전에 읽은, 이숲의 <스무 살엔 몰랐던 내한민국>을 보면, 우리 조상들은 정월 대보름을 즈음해서 세시 풍속의 일환으로, "석전"이라고 불리는 패싸움을 즐겨 했다는군요. 건전한 상식이 부재한 형편이라면, 조직이건 개인이건 그 경쟁이 반드시 건설적인 방향으로 작용하라는 보장은 없습니다. 참고로 위의 저 말은 서양인의 명언인 것 같기는 하나, 김환영 선생은 출전을 밝히고 있지 않습니다.


p53에 보면 오히려 조직 무용론 같은 입장도 소개되고 있습니다.

"조직은 참으로 아무것도 하지 못한다.... 조직이 뭔가 위대한 일을 하려면, 위대한 개인을 끌어들이는 수밖에 없다."


이 말은 미 육참총장, 국무장관을 역임한 콜린 파월의 말입니다. 저자 김환영은 "이 말에는 다소 과장이 있다."고 합니다. 이 말뿐 아니라 책 전체에 소개된 명언 여럿을 두고 김환영 선생은 이 점을 지적하는데, 수사(레토릭)은 속성상 본디 과장이 있을 수밖에 없지 않을까요? 과장 없이는 멋진 말이 안 나오니까요.


사랑에 대해 프랑스의 작가 앙리 드 몽떼를랑의 말도 좋습니다. p61입니다.

우리는 무엇무엇 때문에 사랑한다.

(그러나) 우리는 또한, 무엇무엇에 불구하고 (여전히) 사랑한다.

논리적으로 두 진술을 양립하기 힘들지만, 두 진술은 저렇게 나란히 붙어 있을 때 더 그 진가를 크게 발하네요.


훌륭한 사람의 말만 실린 게 아닙니다. 깡패의 명언(?)도 있습니다. (p65)

"상냥한 말만으로는 부족하다. 거기에 칼과 총이 덧붙여졌을 때 더 멀리 나아갈 수 있다."

(알 카포네)


이 책에는 없습니다만, 카포네보다 한 40살 정도 더 먹은 귀족 정치인 시어도어 루스벨트는 이런 말을 한 적이 있죠.

"Speak softly and carry a big stick; you will go far." (말은 상냥하게 하되, 큰 몽둥이를 하나 지니고 다녀라. 멀리멀리 다닐 수 있을 것이다)

이 말은 아프리카 속담에서 따 온 것이라고 합니다. 그는 아프리카에서 사파리를 무척 즐겼다고 하니까요.


이 책의 좋은 점은, 책 뒤에 인덱스가 따로 실려 있어 사람 이름을 찾아 보고 싶을 때 쉽게 활용이 가능하다는 점입니다. 멋진 말 유식한 척 인용하면 폼 나겠다 싶을 때, 이 책 하나 있으면 효용이 쏠쏠하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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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베르 카뮈 - 태양과 청춘의 찬가
김영래 엮음 / 토담미디어(빵봉투) / 2013년 5월
평점 :
품절


어떤 점에서는, 작가는 오로지 작품으로만 말하는 존재이므로, "이 사람이 모년 모월에 무엇을 했고, 하는 식의 서술은, 오히려 평전의 포맷으로 부적합할 수도 있습니다. 이 작가(혹은 시인), 이 연도에 이런 작품을 썼는데, 그 중에서 이런 말을 하고 있었다.... 아무래도 문인에게는, 그를 두고 평전을 써도 이런 형식으로 쓰는 게 더 잘 어울리지 않을까 생각도 듭니다.


알베르 카뮈는 우리에게 너무도 잘 알려져 있지만, 고전의 운명이 흔히 그렇듯 안다고 착각하기에, 의외로 잘 안 읽히는 면도 없지 않습니다. 하지만 최근 고전 르네상스 바람이 나름 불고 있고, 최근 문학동네에서 이기언 교수의 번역으로 (제목도 색다르게) <異人>으로 번역되어 나온, 그리고 호세 무뇨스가 작업한 일러스트판이 나오기도 한 <L'Étranger>의 경우에서 보듯, 카뮈의 인기는 한국에서 여전합니다.


좀 나이 든 세대에게 여쭤 보면, "카뮈는 시원찮고, 사르트르가 더 천재고 더 화끈하다."며 그를 평가절하하는 입장도 있습니다. 사실 아주 유치한, 이념의 스펙트럼을 무식하게 짜 보자면, 말로가 맨 오른쪽(나중에 드골에게 '부역'했으니까요), 카뮈가 중간 쯤(그는 여튼 노벨상도 기분 좋게 받고, 부르주아지에 대해 어느 정도 타협적인 스탠스였죠), 그리고 완전 과격파를 일단 잊자면, 사르트르가 왼쪽에 놓이는 게 맞긴 하죠. 실제로 (이 책에도 나오지만) 카뮈는 가난한 집안(게다가 알제리라는 식민지) 출신에다 학교 교육도 변변히 못 받은 사람이지만, 사르트르는 '빠히' 고등사범 수석인데다 확실한 좌파였으니까요. 근데 지금 우리나라에서 사르트르 책은 보는 분이 잘 없던데, 카뮈는 이처럼이나 여전히 읽힙니다. 이는 어느 정도, 시대를 초월하여 카뮈가 더 큰 보편성을 획득했다는 증거 아닐까 합니다.


책은 1부, 2부, 3부로 나뉘어 있습니다. 1부는 10개의 키워드(라고 썼다가 카페 분위기가 생각나서 열쇳말로 고칩니다)를 먼저 제시하고, 그 각각의 키워드에 맞는 다양한 출처의 카뮈 어록, 인용을 배치하고 있습니다. 키워드는 임의적인 게 아니라, 카뮈 자신이 어느 인터뷰에서 직접 거론한 것이랍니다(어느 인터뷰인지는 저자 김영래님도 모르시고, 심지어 카뮈 자신도 모릅니다. 인터뷰라고 해서 매체와의 인터뷰를 꼭 지칭한다는 법도 없고, 누가 그냥 지나가다 물은 것일수도 있습니다! ). 하지만 이 열 개의 주제어가, 카뮈 자신의 정신과 영혼을 관통하는 개념, 이데아임은 분명합니다.


1부, 열 개의 거울에 비춰 본 카뮈는 이런 인용문을 제시하고, 그 출처를 각각 말미에 밝혀 놓습니다(대부분 <작가수첩>이 출처입니다). 어떤 구절, 잠언은 그 말을 한 연도만 표시되어 있고, 출처가 없는데요. 이런 경우는 앞의 것과 출처가 같다는 뜻입니다. 계속 같은 출처가 이어지다가 바뀌기 직전에는, 다시 문헌이나 작품 제목을 명기해 주는 작가님의 센스가 돋보입니다. 빠짐 없이 같은 말을 다 적으면 독자도 괜히 피곤해지거나 산만해지죠.


2부 카뮈를 읽다라는 제목입니다. <이방인>과 <페스트>, 그리고 그 주옥 같은 명편인 <시지프의 신화>에서 핵심 부분이 인용되어 있습니다. <이방인>은 몰라도, <페스트>는 사실 굉장히 깁니다. 저 같은 게으른 독자는 아무리 카뮈와 이 작품이 위대하다 해도, 중학교 그 시절은 물론 지금도 끝까지 꼼꼼히 읽어 낼 자신이 없습니다. 그런 독자에게, 이런 편집과 구성은 사실 아주 고마운 서비스입니다. 마치 공부 안 한 수험생에게 은밀히 건네지는 족보처럼요. 책 이름은 프랑스식으로 <시지프..>이고, 그 안의 장 이름은 그리스식으로 <시시포스..>인지 저는 이 책을 읽고 처음 알았습니다.


3부카뮈를 만나다입니다. 그 가 행한 노벨상 수락 연설, 가난한 소년을 세계적인 문호로 키운 은사 장 그르니에에게 보낸 서신과 답장(아것들만 뽑아 펴 낸 책도 국내에 소개되어 있습니다. 저자 김영래 시인께서 많이 참고하신, 이 분야 대가  김화영 선생의 번역으로 도서출판 책세상에서 나왔죠) 끝에는 김영래 님이 적은 간단한 연대기도 있습니다.


읽어 보면 "이게 정말 다 한 사람의 입과 머리에서 나옴?" 같은 놀라움이 절로 일게, 진심 주옥 같은 명언으로 가득가득합니다. 정말 놀랄 만큼이죠. 뭐 물론 하나하나 다 전폭 공감하지는 않습니다. 예를 들어 불교에 대한 그의 입장 같은 것입니다.... 제가 요즘 헤세의 <싯다르타>를 다시 읽어 보면, 서양인이 바라보는 부디즘, 불교란, 정말 "허무주의" + "기 수련 모임" 그 이상이 아니었구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카뮈도 마찬가집니다. 불교를 두고 "종교로 변한 무신론"이라고 합니다만, 사실 동양의 불교는 유신론/무신론의  이분법을 멀리 초월해 있는 종교죠. 그 심원함은, 기독교가 자체적으로 규정하는 "종교"의 협소한 틀을 훨씬 초월합니다. 서양인의 관점에서는 불교가 종교도 아닌 것 같고, 무신론의 변형으로 보이겠지만, 불교는 기독교보다 더 오픈된 구조를 가지고 있고, 일견 무신론이기도 하면서 더 큰 섭리/진리를 긍정하므로 유신론이기도 합니다. 카뮈의 이런 해석은 역시 이 문제에 한해, 서양인의 한계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뭐 이런 걸 읽으면, 좀 깬다 싶기도 합니다.

우리가 어려서부터 알던 모든 문호들, 사상가들은 지금 성숙한 눈, 메타적 시각으로 보아 어렸을 때 그 경외의 눈으로 대하던 그만큼의 크기는 아닙니다. 마치 <큰바위얼굴>에서 어네스트가 느끼는 그런 감정과도 비슷하게요. 시인 김영래 선생은, 그러나 영혼의 큰 비중을 이 카뮈로 채우고 일생을 살아 온 분 같습니다. 그러지 않고서는 이렇게, 인용으로 재구성한 연대기 앤솔로지를 지을 엄두가 나지 않을 테니까요. 덕분에 우리도, 다른 사람의 평가나 해석이 개입되지 않은 채의, 순전히 카뮈 자신의 입으로만 말하는 생각들의 크로니클을 이렇게 편한 포맷으로 감상할 수 있습니다. 저는 언제나 사태의 발전, 경과를 파악함에 있어서, 그 시계열적 배열이 대단히 중요한 작업이라고 생각해 왔는데요. 연대순으로 이렇게 짜여진 구성 덕분에 "요약된 한 편의 전기나 평전을 읽는 기회"를 정말 멋지게 가져 본 것 같습니다. 시인께 감사를 드리고요. 하지만 어려서 읽던 그 숱한 대문호의 고전문학을, 여전히 순수 경모의 스탠스로 바라지 못 하는 게 순수성의 상실, 혹은 영적 타락의 탓인지, 그렇지 않은지는 카뮈와 잠시 거리를 두고 다시 생각해 봐야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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