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격차 강사의 기술 - AI시대의 프로강사 시크릿
박조은 지음 / 라온북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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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박조은 대표님은 "아이들과 함께 성장했다"고 스스로를 규정할 만큼 원래는 영유아 관련 영역에서 많은 활동을 하신 분이라고 책에 나옵니다. 요즘은 유튜브에서 많은 이들과 잘 소통하는 분들이 큰 수익을 올릴 만큼, 강사로서 얼마나 뛰어난 자질을 갖추었는지가, 성공한 인생을 판가름하는 하나의 조건으로 작용하기도 합니다. 성공한 강사님 스스로가 들려 주는 초격차 강사의 기술이란, 강사 직역에 종사하는 사람이 아니라고 해도 귀기울여 들어 볼 가치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책좋사의 소개로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

책은 모두 6장으로 이뤄졌고 부록으로 강사가 활용할 수 있는 도구와 플랫폼 소개란도 있습니다. 강의는 말 그대로 다수의 청중을 향해 그들이 모르는 내용을 가르치는 일이므로 사전에 철저한 준비가 필요합니다. 강의의 흐름을 자연스럽게 만들려면 먼저 스토리보드를 잘 짜야 하는데, p33을 보면 스토리보드 작성 효과가 나옵니다. 1) 명확한 강의 흐름 확보 2) 문제 상황 대비 등 두 가지를 드는데, "아무리 매번 하는 자신 있는 강의라 해도, 실수가 있을 수 있으므로" 이 단계가 필요하며, 자신감 충전과 강의의 완성도를 높이기 위함이라는 말씀도 기억에 남았습니다.

p104 이하에서는 시간 관리 실행 전략에 대해 설명합니다. 특히 p106을 보면 "강사는 학습자의 반응을 면밀히 관찰하여" 예상보다 추가 설명이 더 필요하다거나, 반대로 빠르게 넘어가도 되는 부분 같으면 당초의 배분을 확 줄여서 스킵하는 유연성을 발휘해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강의는 일방통행이 아니고 청중, 학습자와의 긴밀한 소통이어야 한다는 저자의 지론이 일관되게 적용되는 대목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학습자들에게 "긍정적인 강의 경험"을 제공하는 게 첫째 목적이라고도 읽힙니다.

제가 개인적으로 예전 쇼프로그램 동영상을 보면 1970년대 후반인데도 어떤 가수(여성)는 과감하게 객석을 향해 시선을 맞추는 등 무대매너가 정말 세련되어 감탄을 자아냅니다. 사람들이 저렇게 많이 모여 자신 한 사람을 주시하는데 전혀 주눅이 들지 않는다면 그 역시 타고난 자질일 것 같습니다. p112를 보면 시선의 균형 있는 분배가 강사의 안정적인 태도 중 하나로서 강조되는데, 이를 통해 학습자들이 저 강사로부터 내가 소외되지 않고 훌륭한 정보와 지식을 전달받는다는 안도감을 갖게 됩니다. 이렇게 해야 청중들이 해당 강사의 강의에 대해 만족하며 다음에도 또 강의 요청을 받는 데 도움이 되겠지요.

역시 최신 서적이라서 챗GPT를 어떻게 활용할지에 대해서도 p151 이하에 자세한 요령이 나옵니다. 이게 아니었다면 혼자서 자료를 서치하느라 얼마나 힘이 들었겠습니까? 시간만 많이 들인다고 자료가 그만큼 더 찾아지는것도 아닌데 챗GPT가 확실히 세상을 바꿔 놓기는 했습니다. 강사는 더군다나 학습자들에게 신기하고 유익한 정보를 찾아 가르쳐야 하는 직분이므로 이런 생성형 AI를 적극 활용할 필요가 있겠습니다.

강의는 전문가가 비전문가에게 무엇인가를 가르치는 행위입니다. 따라서 주제를 가급적이면 쉽고 간결하게 해설하여 전달해야 하는 게 당연합니다. p171을 보면 같은 말이라도 어떻게 풀어야, 지금 듣는 사람들 귀에 팍팍 꽂혀 들어가게 할지에 대해 좋은 요령들이 나옵니다. 제가 이 책을 읽으며 감탄했던 게, 저자 박 대표께서는 일단 전체적으로 빈틈이 없는, 구조적으로 꼼꼼하고 꽉 짜여졌으며 탄탄한 강의를 추구하는 분이라는 점이었습니다. 어떤 강사는 구수하고 쫄깃한 말솜씨로 이야기를 풀기는 하는데, 다 듣고나면 남는 게 없고 뭘 배웠다는 느낌이 부족하기도 합니다. 그게 다, (이 책에서 가르치는) 꼼꼼한 사전 준비, 완성도 제고 절차, 내실을 꾀하는 디테일이 부족해서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사람은 발전이라는 게 있어야 합니다. 잘나가는 강사라고 해도 개선의 노력을 멈추면 어느 순간부터 사람들이 더 이상 찾지 않게 됩니다. p213 이하에는 강의에 대한 노트를 꾸준히 기록하여 무엇이 만족스러웠고 무엇이 부족했는지를 본인이 먼저 꼼꼼하게 분석하고 객관화해야 합니다. 강사가 아니라 다른 직업이라고 해도 이 책에서 가르치는 여러 지침을 자기화할 필요, 가치가 있겠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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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대를 위한 비트코인과 화폐의 역사 - 청소년이 꼭 읽어야 할 과거·현재·미래 사회의 돈 이야기
김지훈(제이플레이코) 지음, 김혜원 그림 / 체인지업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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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10대 청소년에게 화폐가 무엇인지, 그리고 요즘 핫한 비트코인이란 무엇인지를 그림과 함께 쉽게 가르칩니다. 사실 비트코인은 아직 결제, 유통범위가 넓지 않습니다만, 가치 저장 수단, 투자 수단으로서 이미 확고한 자리를 잡았습니다. 비트코인이 미래에 어떤 기능을 수행할지에 대해서는 아직 완전히 합의된 바가 없지만 10대들도 코인에 관심이 많은 이들이 있으므로, 지금까지 전문가들이 합의한 내용 정도는 최대한 가르칠 필요가 있습니다. 또 아이들에게 정말 절실히 가르쳐야 할 바는 "화폐의 역사(와 의의)"이며, 화폐의 본질에 대해 바르게 알아야 알뜰하게 살림을 꾸릴 수 있고 자신이 노동으로 벌어들인 소중한 가치를 잘 지키거나 증식할 수 있습니다.

(*북유럽의 소개로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

역사는 본래 바다를 지배하는 자가 세상을 지배해 왔습니다. 스페인 제국은 한때 대서양을 사이에 두고 엄청난 양의 황금을 남미에서 이베리아 반도로 들여올 만큼 부유, 강성했지만, p26에 나오듯이 엘리자베스 1세 여왕의 해군력에 의해 무적함대가 박살이 남으로써 패권을 상실했습니다. 이후 프랑스의 나폴레옹이 유럽의 패자로 군림하려 들었으나 역시 넬슨이 트라팔가에서 그를 격파했고, 대영제국의 위세는 이후 백 년 동안 이어졌습니다. 이 과정을, 책은 청소년에게 옛이야기를 들려 주듯 친근한 말투로 설명합니다.

1929년 10월 24일 미국의 검은 목요일 사태 이후 세계는 길고 긴 불황, 대공황의 시대에 접어들었습니다. 빵 하나를 사려고 트럭 한 대에 돈을 싣고 가야 할 만큼 독일의 화폐 가치는 폭락했고, 이 침체를 타개하기 위해 세계는 다시 전쟁으로 크게 한 판 붙었습니다. 2차 대전 후 소련과 미국의 냉전이 길게 이어졌고 지금은 북중러 연합과 미국 사이에 2차 냉전이 이어진다고도 말합니다. 트럼프가 주도하는 관세 사태가 왜 세계 경제에 큰 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는지에 대해서도 이 책은 알기 쉽게 설명합니다.

비트코인을 대체할 대체암호화폐 중 으뜸으로 보통은 이더리움을 꼽습니다. 물론 처음과는 달리 여러 허점이 드러나 많은 이들을 실망시키기도 했지만 여전히 이더는 첫째가는 알트코인입니다. 책에서는 그 창시자 비탈릭 부테린을 p95 이하에서 자세히 소개하는데 어린 독자들도 이 사람을 롤모델로 삼고 꿈을 키울 만큼 멋진 면모가 많습니다. "단순히 돈이나 기술에 대한 사연이 아니라, 자신의 열정과 신념으로 세상을 바꾸는 젊은 천재(p98)"가 청소년들에게 안겨 줄 감동이 크다고 하겠습니다.

현재 알트코인에는 어떤 종류가 있을까? 저자는 목표와 기능에 따라 4분류한 알트코인 이야기를 들려 줍니다. 스테이블코인, 채굴기반 코인, 스테이킹 기반 코인, 거버넌스 토큰 등인데, 요즘 주목받는 건 세번째 스테이킹 기반이며 에너지 효율적이라는 장점이 가장 크게 부각되죠. p145 이하를 보면, 수수료 인하인하와 거래 속도 개선을 이룬 솔라나에 대한 소개가 나옵니다. 코인은 각각 생태계(p147)를 구축하여 그에 연관된 다양한 활동이 가능해진다는 점에서도 큰 의의가 있습니다.

우리나라도 최근 한은 총재 입에서 CBDC 관련 언급이 나왔고 주식시장에서도 관련 테마가 등락을 거듭하기도 했습니다. 책에서는 나라별로 기반한 기술이 다 다르므로 과연 호환이 제대로 될지도 의문이고 아직 해결해야 할 여러 어려운 문제가 남았다고 내다봅니다. 트럼프는 당선 전부터 코인의 중요성을 내다보고 역대 어느 대통령보다도 코인에 친화적인 행보를 보이는데, 특히 스테이블 코인에 대해 진행하는 여러 정책들이 미국뿐 아니라 전세계인들의 관심을 끌고 있습니다.

청소년뿐 아니라 아직 암호화폐에 대해 깊은 지식이 없는 어른들이 읽어도 아주 유익할 것 같은, 쉽고 재미있게 쓰인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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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곡
가와무라 겐키 지음, 이진아 옮김 / ㈜소미미디어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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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을 그리워하는 엄마의 애틋한 노래. 신의 구원은 어디에서 찾을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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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곡
가와무라 겐키 지음, 이진아 옮김 / ㈜소미미디어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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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을 잃은 어머니의 슬픔은 그 무엇과도 비길 수 없습니다. 그 상실의 모성은 어떻게든 치유받고 보상받아야 합니다. 어머니의 그런 상처가 특별한 누군가의 접근, 특이한 요법, 나아가 비정상적인 신앙에 의해 어루만져진다면, 이 역시도 권장되고 양해되고 격려받아야 하는 걸까요? 이는 대단히 어려운 문제입니다. 꼭 상처받은 어머니뿐 아니라, 어떤 개인에게도 종교의 자유는 존중되어야 합니다. 하지만 그 누구라도, 자신의 가족을 지키고 부양하기 위해, 최소한의 정신적 건강은 스스로 유지할 의무가 있지 않을까요?

(*리뷰어스 클럽의 소개로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

단노 교코는 용모가 아름답고 마음씀도 착한 여인입니다. 하지만 그녀는 아들 가나타와의 부당한 이별, 어느 정신이상자의 만행에 의한 희생을 도무지 인정할 수 없어서, 잘못된 믿음에 빠져들어 환각 상태에서 엉뜽한 자를 성장한 아들로 착각하기도 합니다. 데릴사위로 들어온 남편 단노 미치오는 어떻게든 아내를 예전의 그 착하고 정상적이었던 여인으로 돌려놓으려 하지만 그 노력들은 모두 무위로 돌아갑니다. 아내의 믿음은 그만큼 완강했으며, "영원"을 숭배하는 교코는 남편의 성의와 노력을 왜곡하여 3자적 입장에서 냉소하기까지 합니다. 독자를 섬뜩하게 하는 대목입니다.

상처를 입은 건 남편도 마찬가지였습니다. 현장에서 어쩌면 조금만 더 성의를 보였으면 범죄 희생을 막았을지도 몰랐을 텐데... 너무 나간 생각이지만 교코 입장에서라면 아주 이해가 안 가는 태도도 아닙니다. 미치오가 용기가 없어 범인을 현장에서 제압 못한 건 아니고 불가항력이었지만 이 죄책감은 부부를 도무지 떠나지 않습니다. 게다가 미치오는 사형 폐지 반대 모임에서 만난 마코토와 바람까지 피웁니다. 이 대목을 읽으며 분노했던 독자들도 많을 것입니다.

미노리카와 류토는 아마도 약사 자격을 갖춘 임상심리사이겠습니다. 그의 진단은 타당하고, 사교 집단에서 하필이면 좌절한 보컬로서 상처가 있던 교코의 약한 부위를 절묘하게 건드려 세뇌 상태에 빠지게 했다며 원인과 과정을 정확히 짚습니다. 독자는 이 대목에서 자못 통쾌한 맛을 느꼈겠지만, 교코가 다시 상처의 고치 속으로 파고들어감에 따라 이내 좌절하게 되죠. 이제 남편이 아내에게 해 줄 수 있는 게 그리 많지 않아 보입니다.

우리는 무엇을 믿습니까? 가온은 영원님을 믿느냐는 질문에, "난 엄마를 믿어"라고 대답합니다. 친모와 달리 외모도 수려하고 노래도 잘하는, 나와는 달리 뭔가 우월한 존재 같은 교코에게 의존하고 매달리려는 안타까운 마음이 묻어나는 답변입니다. p153에 보면 꽃잎의 수가 3, 5, 8, 13... 으로 전개되는 피보나치 수열이 나오는데, 우연인지 어떤 숨은 섭리가 있는지는 모르겠으나 주식의 상승 파동에서도 이 수열이 발견된다고 주장하는 사람도 있을 정도니 사이비종교에서 슬쩍 원용하지 못할 까닭도 없을 듯합니다.

p92에서 미노리카와가 주장하는 바도 귀담아 들을 필요가 있습니다. 기성 종교가 사람들의 마음을 낫게 만드는 데 큰 힘을 쓰지 못하니 이런 사이비가 그 틈을 타 발호하는 것 아니냐는 취지로 읽히며, 논리적으로 접근하여 약물의 치료를 통해 마비된 뇌신경을 풀어 준다는 특유의 방식도 타당합니다. 에비사와 사토시 변호사가 사린 살포사건 이후 일본의 사교가 어떤 형식으로 변형되어 사람들 사이에 침투했는지 설명하는 대목(p74)도 그럴싸합니다.

p247을 보면 신이 진화의 순서를 통해 모든 생물을 창조했다는 말이 나옵니다. 집안에서 대대로 운영해 온 조류원을 각별히 아끼고 그 안에서 자신만의 낙원을 찾아온 교코. 슌타로가 가온에게 "공룡이 진화하여 새가 되었대"라고 들려 주는 대목에서는 묘한 기시감도 느껴집니다. 제목은 아마도 단테의 Divine Comedy를 염두에 둔 어구겠지만 신성한 곡조(holy melody)라는 뜻으로도 읽힙니다. 재물을 사취하고 사람의 정신을 피폐하게 만드는 사회악인 사이비 종교의 속삭임도, 절망에 빠진 영혼에게는 구원의 메시지가 될 수 있다는 아이러니가 독자의 마음을 착잡하게 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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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을 위한 수호지
시내암 지음, 이상인 엮음, 최정주 그림 / 평단(평단문화사)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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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4대 기서 중 하나로 꼽히는 수호지의 한 권짜리 에디션입니다. 저도 그렇고 제 또래들은 시내암 원저 <수호전(水滸傳)>을 한국의 난다긴다 하는 문필가들이 옮긴, 길디긴 장편을 밤새워 읽고 성장한 세대입니다. 그런데 어려서는 재미있게 읽었으나, 지금 보면 잔혹한 서술이나 묘사가 간혹 있어, 아무래도 이걸 어린 세대에게 읽히려면 다소의 윤색이나 설명이 필요하겠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또 요즘 청소년들은 공부해야 할 내용이 많은데, 그 긴 장편을 읽어낼 시간이 없으니 이렇게라도 읽고 고전의 압축된 향기, 가치를 맛볼 수 있다면 좋겠지요.
 
(*책좋사의 소개로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

복마전이라든가 108호걸 등 수호지를 전혀 안 읽어 본 사람들도 익숙한 말들이 많은데 이게 다 수호전이라는 고전에서 유래한 말이라고 하면 놀라기도 합니다. 그래서 고전을 읽어야 한다는 것인데, p18을 보면드디어 구문룡 사진(史進)이 왕진(王進)과 만나는 장면이 나옵니다. 왕진을 보면 노모에게 지극히 효도하는 모습이 가슴 뭉클하게 만드는데, 이처럼 호걸들은 전통적인 미덕에도 매우 충실합니다.

p176을 보면 급시우송공명이라는 말이 나옵니다. 한자관용어구 같은 건 아니고, 송강(宋江)의 별명이고 자(字)입니다. 꼭 필요할 때를 만나서 마침 오는 비가 급시우(及時雨)입니다. 이 기나긴 수호전에서 사실상 주인공이나 마찬가지인 인물이 송강인데, 소설 속에서 묘사되는 송강은 키도 작고 모습이 보잘것없습니다(모 연예인 이미지와는 정반대). 그런데도 불구하고 동료들 사이에서 신망, 존경 받는 걸로는 최고입니다. 남자들에게 절로, 저 형님을 위해 죽어야겠다는 마음이 들게 하는 인물이며 우리 독자들도 절로 그런 분위기에 휩쓸려듭니다. 자가 공명인데 9백 년 전 제갈량과 한자까지 같고, 자로 흔히 쓰이는 이름이므로 딱히 어떤 의미는 없습니다.

대종(戴宗)은 그 별명이 신행태보(神行太保)인데, 편지를 들고 먼 거리를 떠납니다. 주점에서 지쳐 잠든 통에 하필이면 양산박의 주귀가 그를 보게 됩니다(p264). 자칫하면 오해를 사서 큰일날 뻔했으나 다행히도 양산박에서 자초지종을 알고 대종과 함께 좋은 계책을 논의합니다. 어느 조직에건 머리 좋은 사람이 반드시 필요하며 오용이 내어놓은 작전이 가장 낫긴 했습니다. 그러나 황문병도 보통이 넘는 인물이라서 조작된 문서를 보고 대뜸 수상한 기색을 느끼고 정황을 참작하여 기어이 양산박 쪽의 책략을 꿰뚫어봅니다. 이제 송강과 대종 모두 죽게 생겼습니다.

이 <수호전>에는 개성적인 여성 캐릭터들이 많이 등장하여 남탕이나 마탄가지인 <삼국연의>와는 또다른 재미를 줍니다. p368을 보면 호가장 쪽에서 호성(扈成)이 송강을 찾아와 누이 일장청(一丈靑) 호삼랑의 무례함에 대해 사과합니다. 용모도 예쁜데다 무술도 출중하여 더 관심이 생기는데 마치 KBS 드라마 <태조왕건>에 나오는 견훤의 이복여동생 대주도금 캐릭터와 비슷합니다. 대주도금은 정사 삼국사기에도 나오는 실존인물이지만 드라마에서처럼 그렇게 말을 타고 전장을 누볐는지는 아무도 알 수 없습니다.

영국영화 <엑스칼리버(1981)>을 보면 기사 어리엔스가 농민 출신 사생아 아서(Arthur)한테 그 권위를 인정 못 하겠다며 끝까지 반항하다가, 아서가 믿을 수 없을 만큼 관대한 태도를 보이자 감격하여 바로 충성을 맹세하는 장면이 있습니다. p404를 보면 항충(項充), 이곤(李袞)이 송강 앞에 잡혀오는데 꼼짝없이 죽은 줄로 알았던 양인은 뜻밖에 송강이 너그럽게 대하자 엎드려 절을 하며 방탕산의 번서 무리를 모두 귀순시키기까지 합니다. 수호지는 본래 이런 맛에 읽는 것입니다. 물론 송강도 아무한테나 잘해주는 건 아니며 항충 무리가 피치못할 사정으로 도둑떼가 되었음을 꿰뚫어보고 이렇게 한 것입니다. 인간 못된 것한테 잘해줘봐야 나중에 뒤통수맞기나 좋죠.

그림도 많고 평이한 문장으로 쓰였기 때문에 그러잖아도 재미있는 이야기가 술술 잘 읽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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