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워니놀이터의 스퀴시북 꾸키 놀이 - 꾸미고 키우는 스퀴시북 종이놀이
조윤성 지음 / 시원북스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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뜬금없지만, 저는 가끔 "책'이란 게, 생각보다 위험할 수 있는 물체라고 생각합니다. 일단 책은 밀도가 꽤 높아서, 차지하는 부피가 모두 무게입니다. 만약 책탑이 쌓인 근처에 있다가 무너져 깔리기라도 하면 어른이라도 크게 다칠 수 있습니다. 또 책은 모서리가 날카롭습니다. 주의가 산만한 아이들은 베이거나 찔릴 수 있으니, 어른들은 이를 세심하게 돌볼 필요가 있습니다. 그런데 책이라는 대상에 친근감을 길러 줘야 할 시기도 또 어렸을 때이니, 생각해 보면 학부형들은 책 관련해서 꽤나 큰 딜레마를 만납니다.

(*책좋사의 소개로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

스퀴시북이 어떻게 해서 세상에 나오게 되었는지 저는 모릅니다. 그러나 추측해 보자면, 아이들에게 책을 조금이라도 (물리적으로) 덜 위험하고, 더 반갑고 귀여운 존재로 만들려는 많은 부모님들의 노력이 모여 탄생하지 않았나 싶습니다. 한국에서라면 이 분야에서 아마 가장 유명한 분이, 이 책 저자인 소워니놀이터 운영자이자 소워니놀이터 그 자체인 조윤성씨가 아닐까 짐작합니다. 구글에 검색하면 이분이 운영하는 유튜브 계정, 관련 사이트나 블로그에서의 안내 정보가 많이 나옵니다.

이 책 p4를 보면 소워니, 시워니, 소시지, 햄찌 등등해서 여러 캐릭터들이 나옵니다. 이들이 모여서 소워니놀이터라는 유니버스가 이뤄집니다. 요즘, 씰(seal)을 떼었다 붙였다 할 수 있는 걸 가리켜 띠붙씰이라고 하던데, 한 달 전쯤 개막한 한국프로야구(KBO리그)가 띠붙씰이 안에 든, 이른바 크보빵이라는 걸 론칭해서 특히 여성팬들과 어린이팬들에게 큰 인기를 끌었다고도 합니다. 이 책 p9의 프롤로그를 보면 소워니놀이터를 어떻게 더 재미있게 활용할지가 설명되는데, 이 놀이는 크게 "꾸미기"와 "키우기"로 구별됩니다. 이 중 꾸미기 놀이에, 스퀴시북의 큰 재미 중 하나인, 소품 떼었다 붙이기가 포함됩니다. 요즘 같은 창의와 융합의 시대에, 아이들에게 무엇이 붙었다 떨어졌다 하며 느낌과 의미가 달라지는 체험을 시키는 게 매우 유익할 것입니다.

p64를 보면 "귀염뽀짝 애완돌 키우기"가 나옵니다. 아이들은 좋아할 것 같지만 어른인 저는, 만약 애들이 이걸 시범이라도 보여 달라고라도 한다면 어떻게 할지 좀 막막했습니다. 아마 이런 고민을 저만 하는 건 아니겠고, 다음 페이지에 보면 이 제작 과정을 담은 QR 코드가 붙어 있습니다. 다시 한 페이지를 넘겨 보면, ③번 과정, 즉 도안 뒷면에 풀칠을 하고, D, D+ 기호끼리 포개어 붙이라고 지시하는데 이 부분이 핵심인 것 같았습니다. 또 ⑦번 과정, 스퀴시 2개 사이에 옆면 도안을 배치하는 게 정성이 꽤나 들어갈 듯합니다. 이런 과정을 거쳐 봐야, 스퀴시(squish)라는 말 뜻이 사전이나 인터넷에 나온 이상의 어떤 의미인지, 이 꾸키 놀이 속에서의 분명한 맥락을 알 수 있습니다. 특히, p67 중단에 보면, 솜을 너무 많이 넣지 않게 조심하라고 합니다.

p87을 보면 ⑩번 과정, 잠금 도안에 양면 테이프를 붙이라고 합니다. 문방구 같은 데 가면 저희 때와 달리 양면 테이프를 왜 이렇게 많이 갖다놨나 했는데, 이 스퀴시북 놀이 트렌드도 한몫했나 봅니다. 다음 페이지 ⑬를 보면 욕조 도안이 드디어 제 자리에 놓입니다. 자잘한 소품까지 다 정리하는 걸로 아기 돌보기가 다 마무리됩니다. 아이들에게 홈메이킹의 보람과 난이도, 마인드까지 심어 주는, 매우 교육적인 놀이라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이 책은 세 부분으로 나뉘는데, 가장 중요한 게 파트2에 나오는 "꾸키 놀이 만들기 방법"입니다. 이 파트2에, 앞에서 본 애완돌 키우기와 아기 돌보기를 비롯, 모두 10개의 놀이가 자세하게 설명됩니다. 제 생각엔 처음부터 (부담이 비교적 덜하다 싶은 놀이를 골라) 책은 물론 유튜브 영상을 보고 FM대로 정확히 따라해 봐야 실력이 확실히 자리잡을 것 같았습니다. 책의 후반부인 파트3에, 현재까지 나온 모든 도안이 실제로 오려 가며 제작이 가능하게 제공되었습니다. 이 오피셜 교재가 있으니 아이들이 더욱 즐겁게 몰입할 수 있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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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개 명언 필사로 완성하는 아름다운 영어 필기체
시원스쿨 지음 / 시원스쿨닷컴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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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 필기체 멋지게 쓰기는 우리 한국인들에게도 로망입니다. 저는 작년 9월에 유튜버(이자 의사선생님) 잉크잉크님이 쓴 <이토록 멋진 영어 필기체>라는 책을 리뷰했었는데, 그 책도 이 출판사에서 나왔더랬습니다. 이 책은 명언 50개를 뽑아 이 문장들을 필기체로 필사하게 하는데, 네 줄 칸에 정성들여 따라쓰게 한 필사 코너도 필사 코너이지만, 선별된 50개의 문장들도 그 하나하나가 너무 좋습니다.

(*책좋사의 소개로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

우선 개별 알파벳을 어떻게 보기 좋게, 정석대로 필기체로 쓸지 책 맨처음에서 지도합니다. 제 생각에는 이 과정을, 모든 학습자가 좀 정성들여, 긴 시간 동안 반복 학습해야 할 것 같습니다. 개별 글자가 깔끔하게 몸에, 손 끝에 배지 않으면 그 응용 형태를 아무리 연습해도 실력이 늘지 않습니다. p12에 나오듯 특히 G의 대문자가 소문자와 모양이 많이 다르다는 데에 유의해야 합니다. 간혹 g 소문자와 모양이 같고 크기만 달리한 형태로 쓰기도 하는데 한국에서는 비표준으로 간주하는 것 같습니다. G 대문자는 자칫 잘못하면 S 대문자와도 혼동할 수 있습니다. 오른어깨를 각지게 치켜올려야만 합니다.

p30에 소개된 명언 “Don't tell me the sky's the limit when there are footprints on the moon.”은 폴 브란트(Paul Brandt)라는 캐나다 컨트리뮤직 가수의 말입니다. 사람은 그 한계를 스스로 인식할 때 더이상 발전이라는 걸 할 수 없습니다. 게으르고 무책임한 인간이나 이런저런 핑계를 찾고 구차하게 늘어놓기 마련입니다. 아폴로 11호가 달 표면에 처음으로 착륙하고 암스트롱, 올드린, 콜린즈가 불멸의 업적을 이뤘을 때 이 폴 브란트는 아직 태어나지도 않았습니다. 지금 생각하면 1960년대 후반에 어쩜 그런 엄청난 성과가 있었는지 경이로울 뿐이며, 일부에서 음모론을 제기하는 것도 심정적으로는(?) 이해가 됩니다. 인간의 노력과 도전정신에는 그만큼이나 한계가 없습니다. 이 문장 필기체 필사에서 포인트는, sky's처럼 어포스트로피로 축약하여 쓰는 지점입니다.

엘버트 그린 허버드는 19세기 미국 저술가, 책 제작자입니다. 예쁘게 정성들여 만들어진 책은 그 자체로 하나의 예술품입니다. p54의 명언에서 그는 "A friend is someone who knows all about you and still loves you."라고 하는데, 친구란 정말 어려울 때나 넉넉할 때나 내 편을 들어 주고 나를 있는 그대로 보며 내 장점을 알아 주는 사람이겠습니다. 이 책은 명언 속에 들어 있는 구문 형식, 문법 사항도 은근 꼼꼼하게 짚어 주는데, 문장을 암기까지 하려면 왜 이 구문이 그런 뜻이 되겠는지 문법적으로 정확히 알 필요가 있겠습니다. just the same이라는 표현의 필기체 꼴이 가지런해서 참 예쁘게 보입니다.
존 배리모어는 20세기 전반에 활약한 미국의 영화배우인데 이 사람의 형도 명배우인 라이오넬 배리모어이며 <백주의 결투>, <데이비드 코퍼필드> 등에 나왔었습니다. 이 배리모어 가문은 미국에서 연예인 명가, 왕조(dynasty)로도 통하는데 그만큼 많은 배우들을 배출해서입니다. 어렸을 때 스필버그의 <ET>에 나왔던 드루 배리모어가 이 존 배리모어의 손녀입니다. "Happiness often sneaks in through a door you didn't know you left open."가 p70에 소개된 그의 명언인데, 첫째 그것이 행복인지도 모르고 찾아오는 순간을, 돈 따위에 눈이 멀어 놓치는 어리석음을 절대 범하지 말며, 둘째 평소에 열심히 노력하는 사람한테만 이런 행운이 찾아와도 찾아온다는 취지이겠습니다. left open이란 어구가 비스듬히 기울어진 게, 정말 문이 열린 모습을 의태한 느낌도 듭니다. 

노 워먼 노 크라이라는 노래로 유명한 밥 말리가 남긴, 자유의 중요성을 강조한 명언도 p90에 나옵니다. 그런데 저는 밥 말리의 저 명언 자체보다, p90 맨하단에 나온 해설이 더 감동적인 명언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확실히, 멋지게 쓴 필기체 글씨라면, prisoner 같은 서글픈 단어도 뭔가 멋있게 보이게 합니다. 우아한 글씨는 이를 보는 사람을 그 형태적 매력에 사로잡힌 prisoner로 만드는 힘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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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시간에 끝내는 토익스피킹 스타트 - 2025 최신 기출 전면 개정판
황인기.시원스쿨 어학연구소 지음 / 시원스쿨LAB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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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이크 선생님이 토익스피킹 수험서 초판을 낸 게 2016년이니 벌써 9년이 흘렀네요. 제이크 쌤 책은 현실에 안주하지 않고, 수강생들의 요청에 꾸준히 귀 기울이시고 이렇게 개정판을 내어주시는 게 정말 좋습니다. 예를 들어 p157 같은 곳을 보면 AI를 이용한 영작 연습 방법도 나오는데, 이 예시화면에서도 알 수 있듯 요즘의 생성형 AI는 정말로 성능이 좋습니다. 다만 AI는 사람이 아니므로, 질문자의 프롬프팅 기술이 서투르면 엉뚱한 방향으로 오도할 수 있으니 (페이지 상단의 설명대로) 조심할 필요가 있겠습니다.

("책좋사의 소개로 출판사에서 제공한 교재를 공부하고, 솔직하게,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

책은 모두 6개의 챕터로 이뤄졌습니다. 우선 토익 스피킹 시험에도 문법이 필요합니다. 제가 제이크쌤 책을 볼 때마다 느끼는 바이지만 문법 요약이 참 좋고, 그러면서도 깊이가 있습니다. 딱 필요한 사항만 깔끔하게 정리되었습니다.

두번째 챕터는 Questions 1~2에, 세번째는 3~4에, 네번째는 5~7에 할당되었습니다. 이 체제는 초판부터 거의 그대로 가져가시죠. Questions 8~10이 다섯째 챕터에서 설명되고, 의견제시하기(많은 수험생들이 어려워하는) Question 11이 마지막 챕터에서 가르쳐집니다. 책의 맨끝에는 실전모의고사 5회분이 실렸습니다. 그외에도 부록이 있는데, 많은 수험생들이 일타강사에게 바라는 템플릿, 표현 모음집입니다. 저는 이 부록만 꼼꼼하게 익혀 둬도 점수가 확 오를 것 같았습니다.

p80을 보면 유형별로 5, 6번 문제를 답하는 방법을 가르칩니다. 우선, 두 가지를 동시에 질문하는 유형인데, 어디에 강세를 주어야 하는지, 답변은 어떤 순서에 따라 만들고 말해야 하는지, 이 모든 것에 앞서 확인해야 할 의문사, 동사의 종류까지 자세히 정리합니다. 유형 2에서는 이유를 추가로 묻기도 하는데 p89에서 말하는 대로, because 앞에 it's를 추가하는 편이 좋다고도 합니다. 저도 그렇겠다며 수긍하게 됩니다.

p130에서는 Question 10, 주어진 정보를 이용하여 질문에 답하기(respond to questions using information provided)을 어떻게 대비할지 자세히 알려 줍니다. 이때 반드시 넣어야 할 필수 표현들이 있는데, 팁이라고 따로 표시된 곳을 보면 예약된 행사나 비즈니스 미팅 등에는 be scheduled to + (동사원형) 패턴을 사용하라고 합니다. 그간 출제되고 채점되는 경향을 보면, 이런 문제에는 그냥 배리에이션을 주지 말고 이 표현만 정해진 답처럼 내놓는 게 고득점 전략상 좋을 것 같아요. 책에서 시키는 대로요.

p161에서는 특히 Question 11에 대한 대비책을 내놓는데, 특히 유형3인 셋 중 택일이라든가, 유형 4인 장점 또는 단점 말하기가, 저나 제 주변에서 많이들 까다로워하더라구요. 페이지 중단쯤에 나오는 팁, 시작 문장을 만들기 위해 질문의 내용을 모두 읽을 필요는 없다는 말씀도 유념해야 하겠습니다. p163의 연습 문제에서, 시작 문장을 예처럼 구성하고, 이유를 설명하되 핵심 이유, 추가 문장의 두 단계로 저렇게 나누는 형식이 가장 무난할 듯합니다. p185처럼 대표 유형들을 저렇게 척 정리해서 제시해 주면, 정말 급하고 시간 없을 때는 저것만 외워도 저 유형에는 딱 대비가 될 것 같습니다.

부록 중 p262 이하에 이유문장 아이디어가 정리되었습니다. 최근 스피킹토익에 자주 출제되고, 그에 대한 대답으로 나올 만한 좋은 표현들입니다. 아무래도 단기에 점수 취득이 필요한 수험생들에게는 이런 예상 템플릿들이 너무도 고마운 정보들입니다. 음원 자료도 이 2025년판에 맞춰서 사이트에 게시되었는데, 21년판, 22년판 자료도 아직 남아 있습니다. 25년판 자료는 압축 전 115Mb, 압축을 풀면 130Mb 정도의 용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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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컬을 기획하라 - 지역을 살리는 기적같은 변화의 시작
노동형 지음 / 청년정신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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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을 먹여살리는 산업이 수도권에 집중되다 보니 서울과 가까운 경기도 몇몇 대도시만 비대해지고 집값 땅값이 오르는 등 부작용이 매우 심각합니다. 이른바 지방의 소멸을 걱정해야 할 판인데, 가뜩이나 좁은 국토인데 그나마 한 구역에만 사람이 몰려 살면 그 폐해는 우리들뿐 아니라 후손들이 고스란히 떠안아야 합니다. 지방을 그 나름의 대체불가능한 매력으로 가꾸어 나가려는, 재능 있는 실천가들의 활약상은 이 와중에도 보석처럼 빛나는데, 이 책에 그 멋진 실례들이 많이 실렸습니다.

(*책좋사의 소개를 통해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

삼전 한국총괄 마케팅 부서에서 주요 경력을 쌓으신 저자께서는, 지방도 중앙 정부의 지원만 기다리고 수동적으로 이 변화무쌍한 세상을 맞을 게 아니라, 타 지역, 나아가 다른 나라에서 이 지방의 독특한 향토색에 끌려 찾지 않고는 못배길 정도가 되게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책은 모두 6개의 챕터로 이뤄졌는데, 파트 1은 로컬 문화의 가치와 접근에 대해 논합니다. 이 책에는 감성적으로 서술된 짧은 프롤로그가 따로 있는데, 독자인 제게는 프롤로그와 이 제1장이 이 책 전체를 이해하는 가장 중요한 부분으로 다가왔습니다(개인적 느낌입니다).

강원도에는 휴전선 근처에 화천군이라는 곳이 있습니다. 그런데 꼭 모 보병사단이라든가 군 복무 관련이 아니라 해도, 화천군이라는 이름은 꽤 많은 이들에게 익숙합니다. 다름 아닌 산천어 축제 때문인데, 책 p15를 보면 이 지역에는 기차역도 하나 없어 인프라가 매우 열악하다고까지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NYT에서 이 지역축제를 따로 기사를 통해 소개했을 만큼, "관광객의 오감을 만족시키는" 훌륭한 기획과 마케팅이야말로 그 성공의 비결이라고 저자는 요약합니다.

그럼 로컬문화의 특성은 무엇이라야 하며, 어떻게 기획하여야 성공할 수 있는가? 제2장 p34에 그 비결이 잘 정리됩니다. 지역경제 활성화, 지역사회 활력 제고, 문화적 다양성 증진, 지역 아이덴티티 강화, 이 네 가지 필요에 의해 로컬 문화는 발달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이 네 요소에 주안을 두고 기획을 추진해야 합니다. 지역 문화는 일반 기업의 프로젝트 추진과 달리 지역 사회와 주민들의 동의를 얻어야 하며, 지방자치단체가 전폭적으로 예산상의 지원을 해 줘야 의미있는 성장, 성과 창출이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1987년 미국 텍사스 오스틴에서 South by Southwest(줄여서 SXSW)라는 축제가 시작되어, 40년이 가까워지는 지금 그저 음악페스티벌의 위상을 넘어 "디지털 혁신과 스타트업 발표 중심지로 자리잡았다(p65)"는 게 저자의 평가입니다. 이 이름은 영화감독 히치콕의 고전 North by Northwest에서 따 왔겠으나, 이제는 그저 로컬 예술제에 그치지 않고 세계 산업계 전반에 큰 영향을 미치는 행사로 거듭났는데, 이는 지역문화자원과 파트너십 확보가 성공적이어서라는 게 저자의 진단입니다. 다양한 분야에 걸친 협력 확보, 지역 기업의 협조, 글로벌 아티스트의 도움, 지역주민-학술기관의 협력, 소셜 미디어 활용이 그 비결이라는데 이런 대원칙들을 일단 실무자들이 염두에 두고 있어야만 하겠네요.

우리나라는 국토의 70%가 산지입니다. 과거 1차 산업 위주일 때에도 이렇게 농토가 부족하여 고민이었고, 산지마저 남벌 때문에 숙종 연간 이후에는 대부분이 민둥산으로 바뀌어 여름에 수해를 일으키는 주요 이유가 되는 등 악순환이 겹쳤습니다. 이 산지 지형을 잘 활용할 수 있는 로컬 컨텐츠 개발이 중요한데, p90에서 저자는 영국의 글로스톤베리 페스티벌을 벤치마크 사례로 듭니다.

또 지역문화 발굴이 자체적으로 이뤄져야 합니다. 외부 벤치마킹이라는 건 아무리 성공적 사례가 있다 해도 기본적으로 남의 사정이니 만큼 한계가 뚜렷합니다. p122 이하에는 지역 돌아보기, 지역 이슈 발굴, 스토리 있는 문화자산 선정, 선호도 조사, 대표 자산 선정, 문화자산 활용 기회 체계화 등을 제시합니다. 특히 저자는 p169 같은 곳에서 know-where를 중요성을 시조하는데, 로컬의 컨텐츠는 역사성과 진정성에 기반하여 계발되어야 한다는 당위성 때문으로 생각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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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차원 AI
원동연.민진홍 지음 / 성안당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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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한계점이 여전히 보이긴 하지만 챗GPT의 놀라운 발전은 우리들의 업무와 일상을 무척 편하게 바꾸어 놓았습니다. 전에는 영어, 중국어, 일본어로 된 자료들을 인터넷 포털에서 몇 시간씩 걸려 힘겹게 찾던 것을, 이제는 생성형 지능이 훨씬 짧은 시간 안에, 보다 정돈된 형태로 찾아 정리해 줍니다. 이렇게 간편한 인공지능에 우리 인간들이 과도하게 의존하다 보면, 점점 사고력과 기억력이 퇴조하고, 시각 정보만 처리하는 후두엽만 기형적으로 발달할 수도 있다고 저자들은 내다봅니다(p34). 물론 획득형질은 유전되지 않고, 사람의 신체 구조가 변하려면 매우 긴 세월이 요구됩니다. 그러나 인간이 당장의 편리함에만 빠져, 그동안 체질화한 많은 장점을 잃는다면 이는 매우 슬픈 일입니다.

(*책좋사의 소개를 통해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

그래서 이 책 저자들, 원동연 총장님과 민진홍 대표님은 사람들의 교육 분야에서부터 혁신이 일어나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두 분은 각각 초전도체 연구, 프롬프트 엔지니어링에 있어 한국 최고의 권위를 인정받습니다. 기존의 산업, 학문 등 모든 패러다임이 깨지고 생성형 AI 중심이 되어가는 지금, 두 분 저자께서는 자라나는 인재들을 5차원 AI의 구조에 맞춰 한국의 미래를 책임지게끔 양성해야 한다고 역설합니다. 아무리 AI가 주도하는 세상이라 해도 결국 이를 근본에서부터 만들어나가는 건 사람의 몫이며, 사람의 권리이자 어찌보면 의무에 가깝습니다. 사람은, 기존의 데이터를 방대하게 학습한 AI가 결코 알 수 없는 비선형적 변화와 도전에 창의적, 능동적으로 적응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우리 한국은 수십 년 전부터 학교의 방향성으로 전인교육(全人敎育)을 주창해 왔습니다. 파편적 인간형을 지양하고, 타인과 공감하며 공동체에 기여하는 인격자의 양성을 목표로 삼는다는 뜻이었습니다. 그러나 이는 입시위주의 근시안적이고 강박적인 풍토 안에서 공염불에 그쳤고, 전인은 고사하고 그저 단편적 지식을 기계처럼 암기하는 공부 괴물만을 대거 양산하여 한국 사회를 만인에 대한 만인의 투쟁만이 난무하는 아노미의 지옥으로 실추시켰습니다. 이러니 교육의 시스템과 커리큘럼을 밑바탕에서부터 뒤집어엎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책의 앞표지와 p62 이하에는, 새로운 세상을 이끌어갈 리더의 5가지 자질이 무엇인지 간략하게 요약합니다. 지력(또는 지혜), 체력, 심력(또는 마음), 자기관리력, 인간관계력입니다. "이 다섯을 전면적으로 훈련할 수 있는 교육이, 전인적인 인재를 기르며 자신과 이 시대를 변화시킬 수 있습니다(p63)." 여기서 우리는 저자가 먼저 "자기 자신을 바꿀 수 있는 능력"을 강조했음을 주장합니다. 옛 유교의 3강령 8조목에도 수신제가치국평천하(修身齊家治國平天下)라 하여, 우선적으로 나를 갈고닦아 가정의 평안, 질서를 오롯이 세울 것을 힘있게 설파한 바 있으니 인재양성의 기본은 고금이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p67을 보면 이 5대 덕목에 기반한 25가지 커리큘럼이 표로 정리되었습니다. 그래서 궁극적으로 5대 요소는 창조적 지성(知), 바른 세계관 확립(心), 전면적 인성의 확립(體), 융합적 능력(自), 글로벌 인간상(關) 등을 목표로 삼습니다. 지덕체의 조화와 완성에, 칼 같은 자기 통제, 타인과의 공감과 융화가 수반된다면, 이 세상에 소모적이고 이기적이며 자와 타를 공멸로 이끄는 쟁투와 갈등이 생겨날 여지가 없습니다. 저자들은 특히 한국에 세인고등학교를 설립하여, 이 교육 이념과 커리큘럼에 따라, 학교 적응에 어려움을 겪던 학생들을 훌륭히 이끌어 대학 진학률도 크게 높이는 등 가시적 성과를 거두었다고 말씀하십니다.

왜 이 5차원 전인(全人)을 만들어낼 인공지능의 이름이 소크라테스인가. 고대 그리스의 철학자 소크라테스가 산파술이라 불리던, 끊임없는 질문을 통해 제자들을 이끌고, 내가 무엇을 알며 무엇을 모르는지 지속적이고 적극적으로 자신을 점검할 것을 가르쳤기 때문입니다. 마침, 생성형 AI 역시 유저가 프롬프팅을 정확하고 자세히 시도하면 그만큼 더 품질 높은 답변을 내어놓는다 하니 동서고금의 교육 원리가 다시금 접점을 발견했다 하겠습니다. 이로써, 종래의 이분법을 발전적으로 승화한 다이아몬드 칼라(p158)가 등장하여, 모두가 자신의 달란트(p65)를 현시화하며, 미국과 러시아, 중국 등 세계 사방에 흩어진 한민족의 역량을 폭발적으로 융합한 후 진정한 인류 공영의 신세계를 건설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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