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소개서 바이블 - 단 한 번에 합격하는 자소서 작성 방법
고요한.강건욱 지음 / 북카라반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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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들께서는 취업계의 일타강사, 컨텐츠 기획자, 인문학 칼럼니스트입니다. 자소서란 그저 장황하고 화려한 문장만 늘어놓는다고 완성되는 게 아닙니다. 나의 강점이 무엇이고 어디를 어필해야 면접관, 사정관 들의 니즈를 정타로 공격할 수 있으며, 그 핵심 정보들이 진실된 외피 안에 잘 싸여야 감정선을 올바르게 터치할 수 있습니다. 속도와 양이 전부인(p21) 자소서를 어떻게 효율적으로 작성해야 국내 유수의 대기업에 합격할 수 있을지, 1,000명 이상의 합격을 이끌어낸 이 분야 레전드들에게 배울 수 있는 책이었습니다.

(*북유럽의 소개로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

지원자가 매번, 남들이 전혀 겪어 보지도 않은 신기한 경험을 해 보고 그걸 일일이 자소서의 소재로 반영할 수는 없습니다. 그게 가능하지도 않을 뿐더러, 기업에서 꼭 그런 특이한 이력을 요구하는 것도 아니기 때문입니다. 오히려 남들이 다 치러 본 일이라 해도, 그 체험으로부터 무엇을 배웠는지, 그 전에 비해 그 후가 어떻게 달라진 인생인지를 어필하는 게 더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p44를 보면, 요즘 어학연수 한 번 정도 안 다녀온 사람은 없습니다. 이게 특별해서가 아니라, 남들도 다 하는 어학 연수로 무엇을 체득한 인재인지 자소서에 잘 표현하는 게 중요하다는 말씀이죠.

아무리 장점이 많은 인재라고 해도 직무와 무관한 장점들이라면 인사 담당자들이 아무런 감흥을 얻을 수 없습니다(p75). "기업과 나의 연결고리가 필수적으로 드러나야 한다(p76)"는 게 저자들의 조언입니다. 또 그 서술은 구체적이라야 하는데, 예를 들어, 친화력이 좋다고 막연하게 말할 게 아니라, "매장에서 알바할 때 다양한 연령대의 손님들과 함께 소통하려고 출근길에 뉴스를 읽었다"는 말을 써 보라고 합니다(예를 들자면 말이죠). 확실히, 별것 아닌 듯한데도 이런 문장이 들어가니 지원자에 대한 인상이 확 좋아지는 듯합니다.

자소서는 솔직해야 합니다. 그래서, 예컨대 실패한 경험을 쓴다 해도, 그로부터 어떤 교훈을 얻어 어떻게 달라졌는지를 쓰면 이 역시 남과 차별화한 자소서를 만드는 데 도움이 됩니다. p100을 보면 저자는 지원자 자신이 어떤 실패를 했으며 그 실패를 어떻게 딛고 어떻게 발전했는지, 입사 후에 만약 이런 상황이 생긴다면 그때의 교훈을 바탕으로 이렇게 대처하겠다는 말을 써 보라고 합니다. 과연, 위에서 잘 보게 되는 자소서는 이런 구조와 내용을 갖추었구나 하는 느낌이 분명히 들더군요.

창의적 문제 해결에 대해 말해 보기를 원하는 회사가 요즘은 많습니다. 그런데 아직 나이도 어린 지원자가, 모두가 스티브 잡스(p102)로 태어난 게 아닌데, 난제를 천재적 창의력 발휘로 매번 해결할 수가 어디 있겠습니까. 이럴 때 저자들이 들려 주는 팁은, 먼저 어떤 난감한 상황에 빠진 적 있는지, 이 상황을 내가 어떻게 파악했는지, 부족하든 충분하든 간에 내가 당황하지 않고 어떻게 이 상황에 대처했는지를 자세하고 정확하게 적으면 충분하다고 합니다. 지나치게 드라마틱하고 기발한 이야기를 써야 한다는 강박에서 벗어나라고 합니다. 타당한 말씀이 아닐 수 없습니다.

p168 이하에는 실제 취업에 성공한 자소서의 좋은 예들이 나와서 지원자들의 작성에 도움을 줍니다. 잘 쓰인 모범적인 자소서의 이런 예들을 보면 지원자들도 "이렇게 써야 합격이 되겠구나"하고 어떤 절실한 감이 오는 게 당연합니다. 인서울 중위권대학 영문과에 학점 3.02면 그닥 좋은 조건이 아닌데도, 공동체에 기여하겠다는 포부, 지원 기업(여기서는 스포츠브랜드인 데상트코리아)에 어떻게 공헌, 헌신할지 실감나는 포부를 밝히는 멋진 자소서를 보면, 이래야 합격하겠구나 같은 새로운 스키마가 절로 생성되는 느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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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는 아이가 미래를 지배한다 - 한국 최고의 문해력 전문가 신종호 교수의 자녀교육 특강
신종호 지음 / 시원북스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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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이 지구 곳곳에 뻗어가 정보를 고속으로 전달하는 21세기에는 바야흐로 문해력이 뛰어나 정보를 잘 흡수, 이해, 정리, 내면화하는 사람이 경쟁에서 우위에 설 수 있습니다. 저자 신중호 서울대 교수님은 TV에 자주 출연하는 분이므로, 설령 그 성함은 덜 익숙하더라도 이 책 표지 사진을 보면 알아볼 이들이 많겠습니다. 신 교수님은 국내에서 교육학의 대가이기도 하지만, 대중에게는 문해력 전도사로도 잘 알려진 분입니다.

(*책좋사의 소개로,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

요즘 포털이나 커뮤니티, 메신저를 보면 리스트 곳곳에 광고가 들어가서 잘못 클릭하면 상품 소개 페이지로 리디렉션됩니다. 그전에는 이렇게 딥하게 침투한 광고가 없었는데, 경기가 나빠지고 기업들의 일반 광고 집행이 뜸해지다 보니 포털이나 커뮤 운영측에서 이렇게까지 하는 것입니다. p25를 보면 심지어 대학생이라고 해도, 소셜 미디어나 카페에 게시된 일반 유저의 글과 광고를 구분 못 합니다. 이게 바로 디지털 문맹의 일종입니다. 문해력은 마치 황야, 스텝에서 살아남는 유목 민족들의 시력(視力)과도 같은 자질입니다. 멀리서 다가오는 적의 낌새를 빨리 알아채면 내가 살고, 늦으면 내가 죽습니다. 정보의 바다에서 유익한 정보와 불필요한 정보를 영리하게 먼저 분별해내는 자가 이 세상에서는 survivor가 됩니다.

쇼츠 영상 감상, 멀티태스킹이 일상에서 요구되는 요즘입니다. 그러나 직장에서도 높이 평가되는 자질인 멀티태스킹 능력이, 대체로는 깊이 읽고 생각하는 능력을 저하시킨다고 저자는 지적합니다. p62에서 저자가 드는 예는, 아이들이 컴 화면에다 유튜브 창, 틱톡 창, 워드프로세서 창, 인스타 창 등을 여럿 띄어 놓고 분주히 일하고 놀이하는 모습인데, 이 역시도 아이들한테는 멀티태스킹이며 이런 걸 잘하는 애가 인기도 좋습니다. 그러나 저자는 이렇게 보편화해가는 아동 식의(?) 멀티태스킹이, 진지하고 창의적이며 의미를 새기는 능력을 현저히 떨어뜨린다고 일침을 놓습니다.

챗GPT의 뛰어난 점 중 하나는 긴 문서를 요약해 주는 자질입니다. 그런데 이것도 해당 문서에 대해 어차피 큰 소양이 부족한 사람들이나 그렇게 호들갑을 떠는 것이지, 좀 아는 사람이 보면 허점이 많이 보이니 조심할 필요가 있습니다. 여튼 현대에는 정보가 많다 보니 일일이 다 읽을 수가 없어 요약, 한줄요약, 세줄요약을 당연히 요구하는 풍조가 또 있죠. 저자는 이를 두고 지식의 패스트푸드화라고 비판(p70)하는데, 이처럼 구체적인 맥락을 무시하고 결론만 강조하는 풍조가 문해력을 고사시키는 해로운 환경이라고 비판합니다.

요즘 아이들이 가장 자주 입에 담는 말이 "짜증난다"인데, 이처럼 아이들은 다양한 어휘를 통해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는 걸 꺼려하고 말이 아닌 부호처럼 극소수의 단어를 통해 의사소통을 하려는 경향이 있습니다. 이래서는 뇌가 발달되지 않고, 생각의 다양성이나 깊이도 현저히 떨어지는, 지식이나 감정 모두 미발달한 반쪽짜리 인간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하긴 남 앞에서 뭘 가르친다는 인간도, 이건 필요없다, 이런 번거로운 수식어는 다 생략해라 같은, 무슨 공산당이나 나치에서나 통할 법한 지침을 하달하는 경우도 있으니 애들만 어떻게 탓하겠습니까. 질문, 질문, 질문을 통해 아이의 사고 방향을 다양화하고 깊이 파고드는 습관을 부모가 길러 주는 게 중요합니다(p179).

p271 이하를 보면 집안에 장서를 갖춰 두고 아이를 책에 노출시키는 가정 교육 분위기가, 이후 아이들의 지능과 정서 발달에 큰 기여를 한다는 연구 결과가 인용되었습니다. 이는 막연한 짐작이 아니라, Evans라는 학자가 그의 동료들과 함께 이끈 Family Scholarly Culture라는 연구에서 학문적으로 규명한 것입니다. 제가 찾아보니  M D R Evans라는 호주 국립대 교수가 있고(학위명 아님), 이분은 교육학에서 세계적인 권위자라고 나오네요. 아무튼 애한테 책 사 주는 데에는 돈을 아끼면 안 되겠다는 점 여기서도 다시 확인 가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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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픽300+ TOPIKⅡ New 실전모의고사 5회 - TOPIKⅡ한국어능력시험 실전모의고사 수험서
시원스쿨 토픽개발연구회 지음 / 시원스쿨닷컴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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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픽이라는 시험이 있습니다. 한국어를 구사하는 능력을 측정하는 시험인데, TOPIK이라고 할 때 K가 Korean의 K입니다. P는 proficiency의 약자입니다(텝스에서도 그렇죠). 외국인 유학생들에게는 필수에 가깝고, 한국의 컨텐츠가 세계로 뻗어나감에 따라 한국어 구사에 관심을 갖는 외국인들이 이렇게나 많아진 현실에 놀라게 됩니다. 한편으로, 한국어가 모어인 나는 과연 이 토픽이라는 시험을 치면 점수가 얼마나 나올지도 궁금했습니다. 여느 어학 시험 교재가 그러하듯 이 책도 볼륨이 대단히 두껍습니다.

(*책좋사의 소개를 통해 출판사에서 제공한 교재를 공부하고, 솔직하게,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

토픽1보다는 토픽2가 더 어렵고 쓰기 과목이 들어가서 공부할 내용이 더 많다고 하겠습니다(토픽1에는 쓰기가 없음) . 쓰기는 p7에서 설명하듯 언어 사용, 내용 및 과제 수행, 전개 구조 등의 요소를 보는데 이 평가 기준을 보니 나는 과연 한국어 쓰기 실력으로 몇 점이나 나올지 좀 걱정이 되기도 했습니다. 급수가 높아질수록(숫자가 커질수록) 더 어려워지며, 1교시는 듣기+쓰기, 2교시는 읽기 시험입니다.

p36의 18번 문제를 보면 식테크에 대한 내용이 있습니다. 저는 식테크라는 말을 처음 들어보았고 아마도 많은 한국인들이 그러리라 생각합니다만, 그래도 그게 대강 무슨 뜻인지는 눈치챌 수 있습니다. 식물을 키우고 취미 생활도 즐기면서 돈도 버는 패턴인데, 한국 사회에 대한 최신 시사 상식이라면 상식입니다. 이런 점까지 글을 읽고 바로 이해할 수 있어야 한국어를 얼마나 잘하는지 그 하나의 척도로 삼을 수 있다고 생각하면 뭔가 뜨끔해지기도 합니다. 중고 플랫폼 어쩌구하는 말이 나오는 걸 보면 답은 ④ "더 비싼 가격으로 되파는"입니다.

p91을 보면 외국인에게는 참 어려운 문제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1인칭 '나"는 아마 교사 아니면 교수일 듯한데, 서훈에게 남들 보는 앞에서 엄청 면박을 주지만 그가 친구 영수를 위해 대신 그런 행동을 했다는 게 알려지면서 생각을 바꾸게 됩니다. 43번의 경우 아마 답은, ①이 바로들 나오겠습니다만(본문에 그 정보가 바로 나오니까요), ②는 결석이 아니라 현장의 친구한테 부끄러움을 덜어주려는 동기였으므로 미세하게 정답을 비껴간 선지입니다. 결석 관련도 본문에 오답을 유도하기 위해 표시되었으므로 외국인에게는 유혹이 될 수 있겠죠. 

p130의 34번 문제를 보면 지문에 설명된 기술적인 세부사항에 대해 정확히 알아야 풀이가 가능한 문제이겠습니다. ③을 보면 본문에 스위스 언급은 있으나, 스위스가 우리처럼 사전투표를 시행한다는 것이지 벌금 부과에 대해서는 연관이 없습니다. ④는 전혀 언급이 없습니다. 이 문제에 대해 아마 한국인이라면 제법 높은 비율로 정답을 맞힐 텐데, 한국의 투표 제도에 대해 배경 지식이 이미 있다는 점도 무시할 수 없습니다. 

p175를 보면 37번 문제에서 공감적 듣기에 대한 설명을 합니다. 사실 한국인이라면 공감적 듣기라는 지식 사항에 대해 전혀 몰라도, 공감이라는 단어만으로도 그 대략의 내용이 짐작될 것입니다. 답은 누구라도 ②를 무난히 고를 텐데, 단 ①도 틀린 말이 아닌데 왜 오답이겠는지를 좀 생각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①은 범위가 넓습니다. 본문에서는 남의 말을 들을 때의 태도를 논합니다. 반면 ①은 듣기 말하기 등의 상황을 떠나, 남의 말을 그저 비판하지 말라는 취지인데 본문에서는 듣기 상황에 한정할 뿐입니다. p372에 정답이 왜 정답인지, 오답이 왜 오답인지 자세한 설명이 나옵니다.

p221의 제5회모의고사 44, 45번 문항을 위한 지문을 보면 자화상에 대한 (아마도 화가의) 자신감 넘치는 표백이 나옵니다. 44번의 답은 ②이며 본문의 핵심 주제 중 하나가 "솔직함"이므로 어렵지 않게 맞힐 수 있겠습니다. 좀 어려운 문제는 45번인데, 답은 ③이라는 게 출제 취지인 건 눈에 띕니다. 사실 "사회 문제"가 지문에 정면으로 다뤄진 건 아니지만, 자화상이 개인을 다루는 데 그치지 않는다는 게 포인트이므로 무난히 정당화될 수 있겠습니다. 해설이 자세하다는 점은 교재의 최고 강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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퀵 델레(DELE) B2 - 답이 바로 풀리는, 스페인어 능력시험 답이 바로 풀리는 퀵 델레
권소영 외 지음 / PUB.365(삼육오)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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델레 감독관 출신인 Dalia 선생님이 이번에 새로 펴낸 DELE, 스페인어 능력 시험 B2 등급 수험서입니다. 우리 나라에서 델레에 응시하는 이들은 (프랑스어 델프와는 달리) B2 등급을 필요로 하는 경우가 더 많은 듯합니다. 이런 어학 시험은 학문적 이해도도 깊어야 하지만, 외국어 능력이라는 게 원래 그렇듯 어려서부터 현지에 거주하며 몸에 익힌 감각이라는 게 크게 요구된다고 생각합니다. 권소영 선생님의 경력 중 부에노스아이레스 13년 거주라는 사항이 독자인 제 눈에는 크게 들어옵니다.

(*북유럽의 소개를 통해 출판사에서 제공한 교재를 공부하고, 솔직하게,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

앞에서 말했듯 B2는 요구사항이 상당히 높고, 그 내용이 p12에 잘 나옵니다. p13, p14에는 델레의 4영역 독해, 듣기, 작문, 회화에서 무엇을 요구하는지 자세히 설명이 이뤄집니다. 그런데 제 생각에는 p15 이하부터 정말 자세히 이뤄지는 평가항목과 점수(3점, 2점, 1점, 0점)에 대한 해설 부분이, 응시자들이 언제나 이시험을 준비하며 명심해야 할 대목이 아닐까 싶었습니다. 내가 무엇을 보완하고 갖춰야 이 시험을 합격할 수 있을지 몇 번이고 거듭해서 읽을 필요가 있겠습니다.

스페인어에는 아랍의 영향을 받은 어휘가 많이 있습니다. tarea(과제, 유형) 같은 게 그 예인데, 이 책은 델레 시험 체제에 따라, 독해, 청해, 작문, 회화의 네 prueba 아래에 4개, 5개, 2개, 3개씩의 tarea가 각각 제시됩니다. 델프는 청해가 먼저인데 이 델레는 독해가 먼저 나오고 청해가 그 다음입니다. 아무튼 tarea를 통해 학습자가 먼저 실력을 다지게 하고, 다음에 실전문제 두 세트씩이 나옵니다. 실전 문제에는 그에 대한 해설이 다음 페이지에 자세히 따라와줘서 독자가 자기 약점을 고치기에 유익합니다.

영어에서는 lecture가 강의(대학교 등의)라는 뜻인데, 스페인어에서는 lectura가 읽기, 지문이란 뜻입니다. 실전문제 뒤에는, 예를 들어 p28에서처럼, 한국어로 된 스크립트가 나오고, 문제와 그에 대한 선지들도 하나하나 해석이 되어 있습니다. 특히 p29 하단을 보십시오. podrian이라고 해서 poder의 직설법 조건문, 3인칭 복수꼴입니다. 저자께서는 이럴 때 동사의 시제를 주의깊게 보라고 따로 일러주기까지 하는데, 스페인어 문법은 독특한 게 조건문 같은 게 시제와 나란히 놓이죠. 직설법 mood 아래에 현재, 과거(완료와 불완료), 미래, 그리고 이 조건이 있다는 게 독특합니다. 영어는 tense와 mood가 엄연히 별개인데 말입니다.

와, 역시 B2라서 대화 독해도 참 어렵습니다. p79 같은 곳을 보면 마리아노, 알리시아, 라울, 네레아가 대화를 나누는데 이에 대해 p114 이하에 한국어로 해석이 나옵니다. 네 사람은 가족 관계에 대해 자신의 현황과 생각을 자세히 말하는데, 글쎄, 우리 같으면 한국어로 이를 표현하라고 해도 꽤나 어려울 듯합니다. 알리시아의 발언 중 debidos a sus adicciones 같은 데에 저자는 특히 볼드체로 처리하여, "그녀의 여러 중독으로 인한 것"이라는 해석을 적어 두었습니다. debidos a가 "~ 때문에"라는 뜻이며, 이게 sean(ser가 원형. 접속법 꼴) 뒤의 보어라서, 3인칭 복수 주어와의 호응을 위해 s가 붙었습니다. puedo que가 "아마도 ~일 것이다"라는 뜻을 이끄는데, 이 뒤에는 저 sean처럼 접속법이 와야 합니다.

청해 영역을 위해 듣기 음원이 따로 제공됩니다. 로그인이나 회원 가입 필요 없고 누구나 다운받을 수 있습니다. 듣기 파일은 압축 상태에서 108Mb인데 해제하면 140Mb쯤 되었습니다. 부가 자료가 많으니까 모두 다운받아서 활용해야 하겠습니다. 젊지만 약간 굵은 목소리의 남녀 원어민이 나와 대본을 읽어 줍니다. 스페인어는 다른 언어와 달리 외국인 귀에도 비교적 또렷이 들리는 편이라서 듣기 자체는 그리 어렵지 않으나 어휘를 잘 알아야 합니다. p166 같은 곳을 보면 관련 어휘가 잘 정리되었습니다. 시험 앞두고는 어휘 파트만 싹 훑어도 도움이 될 만큼 정리가 깔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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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미에르의 처음 프랑스어 - 프랑스어 찐 왕초보를 위한 100일 완성 프로젝트
노민주(주미에르) 지음 / 시원스쿨닷컴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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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어는 우리 주변에서 어휘상으로도 그렇고 제법 쓰일 때가 많습니다. 서래마을 같은 곳만 봐도 프랑스인들이 많이 살며, 심지어는 드라마를 봐도 단어를 알아야 등장인물의 의도를 비로소 정확히 알 수 있을 때도 있습니다. 그러나 프랑스어는 발음도 어렵고, 철자와 발음이 잘 연결되지 않아 첫 허들을 넘기가 어렵습니다. 그래서 초보자에게 너무 어렵지 않게 기초를 잡아 주는 교재와 강의가 무척 중요한 것 같습니다.

(*책좋사의 소개를 통해 출판사에서 제공한 교재를 공부하고, 솔직하게,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

p52 같은 곳을 보면 기초 회화 표현을 가르칩니다. QR 코드도 찍혀 있어서, 영상을 보고 어떤 상황에서 이런 말이 나오는지 그 이해에 도움을 받을 수 있습니다. enchante! 라고 하면 반갑다는 인사입니다. 교재에는 저자께서 큰 소리로 따라하며 연습하라고 적어 두었는데, 외국어 공부할 때 가장 필요한 태도가 이게 아닐까 생각합니다. C'est facile?은 "그거 쉬워?"라는 뜻인데, facile은 영어 단어에도 이 말이 있습니다(프랑스어에서 기원). 발음은 다르지만 대체적인 뜻은 서로 같기도 합니다.

책에는 프랑스어의 왕이 명사라고 하고 있으며, 재미있게도 형용사는 명사의 오른팔이라고 합니다. p104를 보면 형용사의 분류로, 기본 형용사, 색깔을 나타내는 것, 맛을 나타내는 것, 감정, 성격을 나타내는 것들이 예시됩니다. 이 책은 모두 17개의 위니떼(unite), 100개의 르쏭(leçon)으로 구성되었는데, 형용사는 위니떼 06에서 leçon33~40을 통해 배웁니다. 르쏭이 100개인 이유는, 이 교재가 학습자의 기초 100일 완성을 목표로 삼기 때문입니다.

이 책은 학습자가 프랑스어 공부에 보다 편안하게 접근하게 도우려고 "만능 표현"을 가능하면 먼저, 많이 가르쳐 주려고 노력한 편집이 눈에 띄는데, p116의 C'est 같은 표현이 그것입니다. C'est는 "쎄"처럼 발음하며 우리 나라 사람들도 인기 샹송 등을 통해 귀에 익을 구절입니다. 유명한 표현 중에 C'est la vie가 있는데 "인생은 그런 거야"라는 뜻입니다. C'est gratuit?(이거 공짜야?)라고 물어 보자, Non, rien n'est gratuit(공짜는 아무것도 없어)라고 대답이 나옵니다. 이 대화는 뭔가 심오한 느낌마저 줍니다. 비록 문맥상 "이 가게에 공짜는 없다"는 뜻인 것 같지만 말입니다.

C'est si bon이란 말도 있습니다. 1960년대 무교동에 있었다던 음악감상실 간판이기도 하고, 그 전에 프랑스를 비롯 세계적으로 인기를 끈 샹송 제목이기도 한데, 이브 몽탕이 원곡을 불렀고 미국에서 딘 마틴 등이 번안하기도 했죠. si는 여기서 "매우"라는 뜻의 부사입니다. 아무튼 책에 나오는 대로 c'est는 정말로 만능의 표현이어서, p116 하단에는 이 어구 뒤에 올 수 있는 형용사 등 일곱 개의 예시를 들고 있습니다. vrai, genial 같은 형용사들이야 그렇다 해도, top 같이 영어에서 유입된 단어도 이 뒤에 올 수 있다는 게 정말 재미있습니다. C'est tellement intéressant!

고등학교 때 배운 영어 표현을 보면 four score and seven years ago로 시작하는, 링컨의 유명한 게티스버그 연설문이 있습니다. 물론 score 같은 너무나도 예스러운 조수사는 현대에는 거의 쓰지 않으며 미국에서도 four score까지만 말이 나와도 사람들 사이에 벌써 웃음이 나옵니다. 이런 용법이 영어에 19세기까지 남았던 이유는 프랑스어의 영향 때문인데, 이 책 p135를 보면 87을 읽는 방법으로 quatre-vingt-sept라고 가르쳐 줍니다. 공식으로 풀어서까지 가르쳐 주는데 4×20+7이라는 것입니다. 또 영어에서도 조수사 뒤에 -s가 안 붙는다는 게 토익 등에도 나오는데, 이 책도 p134를 보면, 80은 quatre-vingts라고 해서 -s가 붙지만 81, 82 등은 그냥 vingt라는 점에도 조심하라고 가르칩니다.

초보자들을 위해 최대한 쉽게, 부담 없이 편한 표현으로, 컬러풀한 편집을 써서 독자한테는 정말 친근하게 다가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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