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저우에서 만난 순간들: 여행자의 스케치북
이병수 지음 / 성안당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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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이병수 교수님은 GS건설에서 주된 경력을 쌓았고 중국 광저우 현지에 근무하며 이 지역과 각별한 정서적 연대를 맺으신 듯합니다. 건축사라는 직업도 기술적 능숙함, 수학이나 공학적 기법 외에 예술적 감각을 요하는데, 저자께서도 지금 이 책에서 잘 드러나듯 따스한 감성이 묻어나는 그림을 페이지마다 담았습니다. 본인이 직접 그린 작품이 생각보다 많아서 놀랐습니다. 어렸을 때 학교에서 집 주변 그림지도를 그려와라, (미술 시간 외에) 건물이나 시설의 투시도, 입체도를 그려 보라고 시키는 게 관찰력과 공간감각을 키우려는 교육적 효과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확실히 건축 쪽 일은 이런 스케치 능력과 조형물에 대한 날카로운 포착 센스가 있어야 할 듯합니다.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

광둥성의 중심 광저우는 대만이나 필리핀과 별반 기후가 다를 바 없는, 같은 중국이라고는 해도 살벌한 겨울이 찾아오는 저 베이징이나 동북 3성하고는 너무나도 큰 차이가 납니다. 같은 남쪽이라고 해도 그 쓰는 말이, 오어(吳語), 민남어(閩南語), 월어(粵語) 등이 서로 많이 다른데, 월어가 바로 광둥어입니다. 중국이 19세기, 20세기 전반 반(半)식민지 상태에 놓였을 때 이곳은 프랑스, 영국이 각축을 벌이기도 했습니다.

p58을 보면 사몐다오(沙面島. 사면도) 일대가 소개되는데, 원래 여기가 섬이 아니라(섬 島 자가 붙었지만), 영, 불 양국이 강을 매립하여 인위적으로 만들었다고 합니다. 주장(朱江. 주강)은 한국에서 과거 주장 강이라고 이름이 잘못 불리기도 했는데, 이 주강과 장강 일대는 베이징에서 거리가 워낙 멀다 보니 유럽 제국주의 세력이 마음놓고 활개를 쳤습니다. 저자의 설명대로 유럽 풍 건물들이 매우 많고, p64 이하에 성당 그림이 나오는데 이곳을 찾으면서 신앙심을 다졌다는 회고가 있습니다. 이 일대는 프랑스의 세력이 강했기 때문에 체류민들도 프랑스계가 많았던 역사상의 이유입니다.

세계 최대의 모조품 시장... 약간 마음이 착잡해지기도 하는데, 여튼 가짜를 잘만드는 것도 그나름대로 재주인지 모르겠습니다. p76 이하에 짠시루(站西路. 참서로)가 소개되는데 여기가 그런 곳인가 모양입니다. 사람들의 평판은 전자제품이나 시계류보다는 의류, 가죽제품에 호평(?)이 나온다고 책에 쓰셨는데, 아무리 그럴싸해도 짝퉁을 몸에 두르는 것보다는 그냥 자연스럽게 다니는 게 나을 듯합니다. 제가 아는 동대문 의류상은 요즘 (가깝지도 않은) 광둥에 자주 들른다고 하는데 그게 이렇게 다 이유가 있었나 봅니다.

피파월드컵 축구경기 같은 걸 보면 피치사이드보드에 중국어 광고가 나오곤 합니다. 사실 세계에 중국어를 이해하는 사람이 (비중국인 중에는) 그리 많지 않은데도 이렇게 하는 건 다른 이유가 있다고도 합니다. 아무튼 광고에서 많이 본 만달(萬達. 완다. Wanda)이라는 회사가 있는데, 광저우 지하철 6호선(한국은 서울쯤이나 되어야 6호선이 있는데 중국은 지방에도 예사로 6호선이니 그 크기를 실감합니다) 수위안역(蘇元站)에 위치한 완다광장이 p94에 소개됩니다. 저 역은 한국식으로는 "소원참"이라 읽히는데, 중국에서는 驛(역) 대신에 站(참. 중국어로는 4성 '잔'으로 읽음)이라는 말을 씁니다. 완다가 뭐하는 회사인지는 이 상징적인 45층 건물을 봐도 알 수 있습니다.

p138에는 황포군관학교가 나오는데 우리 민족이 이족의 철제 하에 신음할 때 인재들이 이곳을 찾아 교육을 받기도 했습니다. 초대 교장이 장개석 총통이며 김원봉(金元鳳), 오성륜(吳成崙), 최원봉(崔元鳳) 등이 모두 이곳에서 배출된 독립운동가들입니다. 황포군관학교는 주장(朱江. 주강)과 바로 연결되어 해상 교통으로 광저우 도심과 바로 연결된다는 저자의 설명도 있습니다.

광저우와 반(反)외세, 반봉건이 무슨 관계가 있을까 싶은 선입견과 달리, p132를 보면 廣州起義烈士陵園이 소개됩니다. 저자는 1927년에 일어났던 이 봉기에 대해 설명하며 "그들의 용기와 희생이 이 열사릉에 고스란히 남아 있다"며 감개어린 어조로 평가합니다. 일러스트에도 밀도 높은 공감이 그대로 드러납니다. p189를 보면 廣州蘭圃가 소개되는데 蘭이라고 쓰는 건 한국식, 구 번자체입니다만 현지에서는 주로 兰이라고들 쓰겠죠. 특이하게, 중국인들도 이 글자만큼은 蘭이라고 갖춰 쓰는 경우가 있습니다. 제가 한국의 중국인 식당 간판들에서도 蘭은 좀 자주 보는 편입니다.

그림이 많아서 이해가 빠르고 저자의 중국 지리, 문화, 역사에 대한 애정이 듬뿍 묻어나는 책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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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만이 알고 있다
모리 바지루 지음, 김진환 옮김 / 하빌리스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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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작가가 쓴, 장르가 모두 다른 다섯 편의 모음입니다. 그런데 앞 작품의 단서를 뒷 작품이 받고, 마지막 <사랑과 질병>에서는 앞 네 작품의 이런저런 큐들이 합류하기 때문에 독자의 마음이 뭔가 찡해집니다. 맨처음의 <아오카게 탐정의 현금 출납장>이 추리장르라서 저는 이후의 네 작품도 다 그럴 줄 알았는데 아니었습니다. 그 대신, 장르로 분리된 여러 다른 세계가 알고보니 하나의 가느다란 통로를 통해 만나는 걸 보고, 어쩌면 우리가 모르는 옆 칸의 평행우주에서 지금 이 순간에도 어떠한 우리의 연(緣)이 만들어질지 궁금해지기도 했습니다.

(*책좋사의 소개로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

첫 작품은 두 번의 반전이 있습니다. oo oo치기가 두 번 쓰인 건데 한 번은 실제로, 한 번은 oo의 말을 통해서입니다. 연속으로 두 번이 쓰였다는 게, 장르의 규칙을 익히 아는 독자들에게도 신선한 충격을 줍니다. 미도리하라 파의 비서 야쿠시지는 우리가 저 강남 번화가 어느 샵에 들르면 별개의 책상에 앉아 상황을 조용히 주시하는 정체 모를 아저씨 같은 인상이죠. 루리야는 공부를 못해서 그 부친으로부터 매우 심한 폭력을 당했다고 하는데, 그 역시도 공부에 열의가 없던 본인의 잘못이며 이렇게 범죄조직에 들어가라고 누가 등을 떠민 사람도 없습니다. 아무튼, 이 장르에서 oo이 크게 훼손되었다는 상황이 나오면 대뜸 저 트릭부터 떠오르는 게 당연합니다. 그건 그렇고, 아오카게 탐정은 간이 너무 큰 것 같습니다. 나중에 사정이 드러나면 뒷감당을 어떻게 하려고 저러나요?

두번째, 청춘소설 <최고 반응!>은 제 개인적인 생각에 이 책 전체의 척추 같은 역할입니다. 처음에는, 한국에서는 이미 사라진 "만담"이라는 분야로 고등학생들이 서바이벌 경연에 참여한다는 것도 크게 공감가지 않았고 아이들이 구사하는 사투리도 뭔가 어색하다는 생각이었습니다. 그런데 아사기 하유라는 여고생, 명랑하고 당차지만 마음에 아픈 상처가 있고 고민도 많은 소녀한테 자꾸 정이 가서 저는 3, 4, 5번째 작품을 읽다가도 다시 여기로 돌아오곤 했습니다. 자기객관화도 잘 되어있고 현실적이며, 이런 유형이 잘못하면 피해의식 때문에 남들한테 되지도 않은 생떼를 쓰고 폐나 끼치기 쉬운데 그런 면도 전혀 없어서 대견했습니다. 나이도 어린데 말입니다.

p89, p149에는 아사기의 대사를 통해 "시공 경찰"이라는 말이 나옵니다. 시공 경찰이 대체 뭔지(p206) 저는 판타지 장르를 그리 좋아하지 않아서 잘 모르는데, 만약 이 작품집 네번째 엔트리로 판타지가 나오는 줄 알았으면 미리 마음의 준비를 했을텐데 말입니다. 제가 가장 놀랐던 건 도바시 지히로가 p128에서 개그 대본을 까먹은 아사기를 도우면서 멋지게 상황을 넘어가는 장면이었습니다. 이 모든 경연 참여는 아가시가 주도한 건데 정작 본인이 대사를 잊다니! 그러나 도바시도 그간 아사기와 호흡을 맞추며 많이 성장했고 이제는 주인의식도 있어서 필요할 때 제몫을 할 줄도 압니다. 주인공인 애들이 이렇게 커 가는 모습을 보는 게 어른 독자 입장에서 너무 흐뭇합니다. "안녕하십니까. 니케 트로피입니더!"가 음성 지원되는 것 같습니다.

나츠메 양은 꽤나 미인인데, 아사기가 도바시를 처음 포섭(?)할 때 이 나츠메하고 도바시를 연결해 주겠다고 했던 바로 그 아이입니다. 얘가 왜 예쁜지는 세번째 작품 중에 이유가 나오며(p222), 네번째 작품에서는 스케일이 확 커져 계(界)를 초월한 처절한 싸움이 벌어집니다. 흡혈귀 아닌 흡골귀(吸骨鬼. p292)란 건 또 처음 들어 보는데, 갑자기 비서 하루사키와 아웅다웅하는 아오카게 탐정이 등장해서 독자들에게 웃음을 줍니다. 또, p278에 나오듯이 자기 자신이 누군지도 모르는 어느 영혼은 임시로 이름을 笑라고 짓는데, 이 "소"라는 글자는 주로 일본에서 입 구 변에 관(關)의 약자를 써 훈독으로 "さく(사쿠)"라 읽습니다(한국에서도 그 글자를 "[꽃이] 필 소"라고 따로 부르기도 합니다). 그래서 이 영혼도 임시로 자기 이름을 "사키"라 부르는 건데, 독자는 나중에 이 영혼이 누구인지 비로소 알고 2편으로 다시 돌아가봐야 합니다.

다섯째 작품에서 저 첫번째 작품의 오나기 보스가 잠깐 등장하여 주인공 오토구로 나미를 무섭게 합니다. 아, 후유키 oo키(冬木 千秋)라고, 이름에 계절이 두 번 들어가는 특이한 이름이라는 말은 저 앞 p171에 나왔지만, 그때는 성이 나츠메[夏目. 하목]이었습니다. 왜 그렇게 되었는지는 그때 이미 설명이 나왔고, 인과 연이 서로 얽히고설켜 우주를 맺기에 이른다는 이야기가 마치 불교 설화를 보는 듯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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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하고 아름다운 나의 사춘기 특서 청소년 에세이 3
탁경은 지음 / 특별한서재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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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춘기는 사람의 일생에 있어 가장 순수하고 좋은 시절입니다. 타인을 보는 시선도 때 묻지 않았고, 계산이나 왜곡 없이 소통이 이뤄집니다. 그러나 감정의 흐름을 통제하기 힘들고, 충동 때문에 잘못하면 신상에 대한 일을 크게 그르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사춘기는 누구한테나 아름답지만, 또 내 마음을 나도 알 수 없는 이상한 시기이기도 합니다.

(*책좋사의 소개로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

제1장은 Q&A형식으로 꾸려집니다. 모두 11개의 질문과 답인데, 질문들도 참 좋지만 답변들도 청소년들이 두고두고 힘들 때마다 읽으며 의지를 추스릴 수 있는 좋은 내용들입니다. 예를 들어 p18을 보면 "재능이 없는데 작가가 될 수 있을까요?"라는 질문이 있습니다. 작가님 답변은, 역사상 길이 남을 소수, 극소수의 천재들과 비교하며 자신감을 잃을 게 아니라 자신의 장점에 집중하라고 합니다. 어른 중에 가장 나쁜 타입은, 아이한테 약점을 자꾸 부각하며 열등감을 부추기는 타입이라고 생각합니다. 반대로, 없는 장점도 찾아 줬더니 어른이 되어 아예 보따리를 내놓으라는 식으로 나오는 막가파도 있죠. "피터팬 증후군", 즉 어른이 되어서도 제 책임을 다하지 않고 성장을 거부하는 미성숙한 심리(p27)도 떠올려 봐야 하겠습니다.

p81에서 저자는 참된 자존감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내가 바라보는 나'가 든든한 사람(p83)" 아마 이런 사람은 정신도 건강하고, 조직 안에서도 타인과 충돌 없이 자기 할 말 다 해 가면서 무난한 승진도 제때 해 내는 사람일 듯합니다. 저는 어떤 MZ 여직원이 연상의 남자 대리한테 "센스가 없네, 눈치가 없어" 같은 말을 듣고도 작은 표정 하나 변하지 않고 웃어넘기는 걸 봤는데, 이런 사람은 그만큼 자존감이 강하기  때문에 이른바 "긁히지" 않는 것입니다. 태연한 척 연기하는 것과, 그래 너 떠들어봐라며 타격감 없이 넘기는 건 차원이 다릅니다.

2023년 11월 탁경은 작가님의 <소원 따위 필요없어>를 읽고서도 느꼈는데 작가님은 "공생의 미덕"을 참 중시하는 분이라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p100에서 언급하는 최재천 교수님의 "호모 심비우스"도 같은 맥락입니다. 또 청소년들은 가장 감수성이 예민한 시기에, 우리 나라처럼 세속적이고 물질만능주의가 팽배한 환경에서 자칫 참된 자아를 잃고, 타인지향적 가치관을 갖기 쉽습니다. 세상에는 아무리 잘났다고 해도 나 혼자서는 살 수 없고, 내 곁의 이웃을 언제나 생각하되, 이웃을 생각하는 척 연극을 하며 사기를 치는 한심한 범죄자의 본을 받아서는 결코 안 되겠습니다.

p125에도 그런 말이 나오는데, 태백산맥과 한강을 지은 조정래 작가님도 처음부터 그렇게 글을 잘 쓰신 게 아니라 끊임없이 노력을 하셔서 오늘날의 경지에 이른 것입니다. "내가 문장을 찾은 게 아니라 문장들이 나를 찾아와 준 것인지도 모른다." 작가님의 말입니다. 이효석문학상 수상에 빛나는 윤성희 작가, 일본영화 <굿바이>, 그리고 김연수 작가의 명언들이, 저자가 힘들어 포기하고 싶을 때 끝까지 버티게 해 준 버팀목이었습니다. 재능 있는 사람이 성공하는 게 아니라, 끝까지 버티고 성공을 해 낸 사람이 재능 있는 것입니다.

"무조건 내가 내 편이어야 한다(p144)." 사람한테는 살면서 수없이 많은 시련이 닥칩니다. 이걸 일일이 민감히 반응하면서 넘기려 들면 한도끝도 없고 내 안의 힘이 모두 소진됩니다. "내 안의 가능성을 내가 느끼고 현실로 만들어내야 한다." 사람은 누구나 장점이 있고 자신만의 포텐이 있는데 이것이 사회적 수요와 맞아떨어져 큰 성공을 거두고 아니고는 오로지 자신의 의지와 결기에 달렸다고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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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한 장으로 보는 최신 IT 트렌드 - 최신개정판
Saito Masanori 지음, 김모세 옮김 / 정보문화사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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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에 이 책의 구판을 리뷰한 적 있습니다. 이제 더 깔끔한 편집의, 더 새로운 내용의 신판이 나와 설레는 마음으로 책을 읽어 나갔습니다. 그간 프로그래밍은 객체지향의 비중이 매우 높아졌고, 빅데이터의 성과가 쌓이고 쌓여 생성형 AI 여러 포맷이 엔드유저가 바로 실생활에 활용할 수 있을 만큼 발전했습니다. 이 책의 제7장에서 AI의 그동안 발달 현황을 집중적으로 다룹니다.

(*북뉴스의 소개로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

독자인 저는 이 재개정판에서 내용이 대폭 바뀌었음을 확인하고, 세상이 그만큼 빠른 속도로 변화함을 간접적으로 절감했습니다. 우선 이 책은 서두에 "디지털 기초 지식"을 배치했는데, 구판에서는 혹시 스스로 지식이 부족하다는 생각이 드는 독자라면 참고할 수 있게 맨뒤에 수록했던 내용입니다. 이 신판에서는 총론 구실을 겸하게, 향후 몇 년 간의 발달상도 내다보면서 독자들을 이끕니다.

또 이 개정판에서 대폭 보강된 게 DX입니다. 제2장, 10장에서 다루는데 2장에서는 디지털트랜스포메이션이라는 정의와 함께 심층적으로, 다방면으로 논의하며, 10장에서는 DX의 실천, 비즈니스 생태계와 어떻게 어우러질지에 대한 전망이 나오며 특히 CEO나 정책당국자들이 읽어 볼 만한 내용입니다. transformation라는 단어에 x라는 철자가 없으니 왜 약자가 저렇게 되는지 의아할 수 있지만 이미 확립된 약칭, 용어이며, 콜라보, 경계 허묾, 변용, 크로스오버 등을 뜻하는 X라고 생각하면 되겠습니다.

구판에서는 첫장에 IoT가 나왔었는데 신판에서는 제6장으로 좀 순서가 밀렸습니다. 당시에는 IoT가 최고의 핫한 키워드였고 아직 전망이 불투명한 AI보다 순위가 높았습니다. 그러나 이 책 구판은 그 당시에도 앞으로는 AI가 시대를 선도할 것으로 전망하고 비교적 많은 비중을 할애했었습니다. 디지털 트윈(p230)에 대해 자세한 설명이 추가되었습니다.

또 4장에서는 클라우드를 다루는데, 구판에서보다 "하이브리드 클라우드(p150)"을 더 자세하게 설명합니다. 이 책의 최고 강점인 그래픽을 최대한 쉽게 짜서, 혹시 이 분야 지식이 부족하더라도 직관적으로 이해가 되게 배려했습니다. 특히, 하이브리드 클라우드는 주제가 주제이다 보니 그림이 더욱 제몫을 다해 주는 것 같습니다.

앞에서도 말했듯이 DX의 뜻은 모든 걸 디지털로 바꾸고 경계를 허물어뜨리는 것입니다. p88의 그림을 보면 소용돌이(vortex)를 형상화하여 이 개념을 잘 표현합니다. 그런데 일러스트 하단을 보면 "디지털화할 수 없는 것의 가치가 "높아진다"는 말이 나옵니다. 이렇게 모든 게 디지털로 바뀌어 UX, 즉 사용자 경험(experience)으로 몰아넣는 건데, X라는 문자의 뜻은 이 맥락에서도 의미를 하나 추가합니다. 생성형 AI가 아직 학습하지 못한 비(非)선형 표현양식을 가진 아티스트가 특별한 대접을 받게 되는 결과를 떠올려 보면 이해가 쉽겠습니다.

얼마 전 SKT 유심 해킹 사태가 터졌는데, 이로써 보안(p190)이라는 게 얼마나 중요한지 다시 확인하게 된 듯합니다. 다행히 이번 사태와 직접 관련하여 어떤 사고가 터지지는 않았으나, 더 지켜봐야 합니다. 대중과 당국, 통신사의 관심이 흩어졌을 때 해커들이 어떤 선택을 할지 모르니 말입니다. p196을 보면 인증 연동과 싱글사인온(SSO)의 관계가 그림으로 보여지는데, 역시 인증페더레이션의 원리나 구조에 대해 한눈에 들어오게 잘 설명합니다.

p268을 보면 AI와 머신러닝의 관계가 나오는데 현재 직장에서 일상에서 우리를 놀라게 하는 생성형 AI의 저런 기능, 저런 뛰어난 성과를 가능케 한 게 딥러닝입니다. 이게 어떻게 체계를 잡아서 현 단계에 이르렀는지 저 그림이 잘 보여 주네요. 뉴럴 네트워크라는 게 그만큼이나 중요한 역할을 한 것입니다. 또 이번판에 새로 강조된 항목이 p292의 "기반 모델 머신러닝"인데 기존의 방식과 뭐가 다른지 바로 이해가 되었습니다. p296의 자연언어 처리도 도식화하여 그 원리가 무엇인지 쉽게 설명합니다.

IT 세계의 최신 변화를 초등학생도 어느 정도는 이해할 수 있게 깔끔하게, 그러면서도 정확하게 설명한 책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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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XR 시대 공간 컴퓨팅으로 상상하기 SPATIAL COMPUTING - 노다·미로·임머스드·워크룸·브러시워크·버밀리언·멀티브러시·스페이셜·그레이트 페인팅 VR·그래비티 스케치·랜딩패드·블렌더·큐라·스케치업·VR 스케치·나놈·메디컬홀로덱·몬들리·레이 고소공포증·버추얼 스피치·말로카·일레븐 탁구·빅스크린
강청운.박재형.박수지 지음 / 광문각출판미디어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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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영어 부제를 보면 spatial computing이라고 되어 있습니다. 저 spatial이라는 단어가 명사 space(공간)의 형용사형으로서 "공간의, 공간상의"라는 뜻입니다. 생성형 AI가 나와서 이렇게 히트를 치기 전에도 XR, 확장현실은 이미 큰 주목을 받았습니다. 당시에는 기존의 CG에 의존했었는데 이제 이미지나 동영상도 프롬프팅에 의해 자유자재로 만드는 AI가 나왔기 때문에, XR 관련 분야(게임이라든가)가 더욱 막강하게 발전되리라 예상하죠.

(*북유럽의 소개를 통해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

그런데 공간컴퓨팅의 의의는 그에 그치지 않습니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저런 편한 서비스를 그저 즐기기만 하는 게 아니라, 그런 서비스를 구독도 하고 유료로 이용하려면 우리들도 일정한 소득이 있어야 합니다. 그런데 AI가 일자리를 다 빼앗으면 우리는 어디서 급여를 받을 수 있을까요? 4차 산업혁명 시대가 요구하는 인재로 거듭나려면 학습된 AI가 도저히 따라못하는 비선형적(non-linear) 사고가 가능해야 합니다. 그런 창의적 사고를 하는 데 이 공간 컴퓨팅이라는 기법이 영감을 줄 수 있습니다. 이 책은 물론 실무에서 바로 깔고 실행할 수 있게 돕는 매뉴얼이지만, 독자는 이를 통해 신세계를 접하고 종전에 생각지 못하던 많은 가능성을 떠올릴 수 있겠네요.

p17을 보면 역시 그런 말씀이 나오는데, VR이다 AR이다 하는 게 예전에는 특수산업, 어얼리 어답터, 게이머들이 주로 쓰는 기술이었다고 합니다. 그러나 지금은 상황이 크게 바뀌어 공장에서도 디지털 트윈이라든가 스마트 팩토리 등 쓰임새가 너무 많습니다. 글로벌 기업들이 벌써부터 생태계 선점에 나서서 향후 엄청난 부가가치를 만들어낼 이 분야를 눈독들이고 있습니다. 요즘은 어떤 기업이라도, 소비자들의 "경험, 경험"을 중시합니다. 전에 없던 경험을 해 본 소비자들이라야 기업의 서비스와 제품에 주목하고 충성하게 되기 때문입니다. 또 지금은 만인이 생산자고 만인이 컨텐츠 크리에이터가 되는 시대인데, 공간 컴퓨팅은 컨텐츠를 만드는 데에도 큰 기여를 할 수 있습니다.

가상공간에서 브레인스토밍, 즉 온갖 생각과 발상을 너도나도 마구 떠들어보는 방식을 돕는 미로(MIRO)라는 애플리케이션이 있습니다. 환경이 변화하면, 아이디어가 정체되었다 싶은 순간 두뇌에 자극을 주어 좋은 생각이 갑자기 팝업될 수 있습니다. 이 도구는 공간 컴퓨팅과 협업 도구의 결합(p39)에 의의가 있다고 말씀하시는데, 일단 어떤 종류의 스마트폰과도 연동이 된다는 게 큰 장점입니다. p46을 보니 중소기업, 심지어 공장 등에서도 이 애플리케이션을 두루 깔게 해서, 직원들한테 말 그대로 "브레인스토밍"이 일어나게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AI가 그림도 다 그려 주는 세상입니다. 그러나 사람들은 금세 AI 패턴을 눈치채고 식상해 합니다. 우리는 AI가 그려낸 작품 디테일에 감탄하고 묘한 흥분도 느끼지만, 어느새 AI스러운 정형화에 피로를 느낍니다. 사람은 그래서 자기만의 스타일을 살려 표현하고 싶고 손으로 직접 그리는 데서 쾌감을 느끼는데, 어렸을 때 학교에서 야외사생대회를 여는 것도 다 그런 교육적 의의가 있는 거죠. p74에도 나오듯이 그림그리기는 야외에서 특히 이런저런 제약이 있습니다. 가상공간에서 바로 야외사생 분위기를 만들어 주는 게 브러시워크, 버밀리언, 멀티브러시 같은 애플리케이션입니다. "공간 컴퓨팅이 확장하는 그리기의 자유." 이 책 p74에 나오는 말입니다.

p109에 나오듯이 한때 미래TV라고 해서 3D 제품이 나온 적 있습니다. 제법 시간이 지나서 이제는 기억이 안 나는 사람들도 많을 것입니다. 왜 실패했을까요? 영화 <아바타>의 성공과 함께 다들 확실한 히트 아이템이라고 생각했었는데요. UHD도 그렇지만 컨텐츠가 부족합니다. 표준화도 아직 만족스럽게 진척되지 못했습니다. 책에서는 GRAVITY SKETCH라는 애플리케이션으로 3D 모델 만드는 법이 나오는데, 개인적으로 저는 이 대목이 책에서 꽃이라고 느껴집니다. 무엇이 공간 컴퓨팅이며, 앞으로 우리 미래를 어떻게 바꿔 놓을지 이 파트가 너무 잘 보여 줍니다. 학교에서도 이 공간 컴퓨팅을 정규 교과목으로 가르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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