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NS 앱경제 시대 유틸리티 마케팅이 온다 - 정보가 보편화된 시대의 소비자와 마케팅의 본질적 변화
제이 배어 지음, 황문창 옮김, 이청길 감수 / 처음북스 / 201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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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그렇게 하면 손실이 기대이익을 상회합니다."

"마케팅 차원에서 봐 줄 필요도 있다구."

어 느 새 일상사무의 대화에서도, "마케칭 차원에서"라는 말이, 당장의 대차대조표 분석을 휴리스틱하게 뛰어넘자는 의미로 관용화한지가 꽤 된 듯합니다. 논리적으로는 근거가 박약한 말입니다. 손해면 손해고 이익이면 이익이지, 마케팅 차원에서 넘어가자는 말이 무슨 뜻일까요? 하지만 분위기상 그것도 일리있다 싶을 때 그냥 묻어가는 의미로 잘 쓰이는 말입니다.


SNS가 혁명을 일으킨 건 정치나 사교의 영역에 국한되지 않습니다. 그 의미가 다소 막연하지만 "소통"의 방식과 수단에서 그 의의를 다하고 마는 것도 아닙니다. SNS의 파워가 진정 큰 파고를 몰고 올 분야는 바로 비즈니스입니다. " 소통"이란 비경제적, 비물질적인 정서의 교감이 위주가 되는데, 사업을 끌어들이는 건 벌써 소통의 본질을 이탈하는 것 아닌가 거부감이 드는 분도 있겠지만, 그렇지 않습니다. 월든 식의 삶을 고집하는 이가 아니라면, 우리는 누구에서건 무엇인가를 구입하 고 소비해야만 문명인으로서의 생존이 가능합니다. 누구에게서 무엇을 사는 문제가 우리를 떠날 수 없다면, 마케팅의 문제는 보편적으로 대중에 밀착된 이슈입니다. 누구한테서건 무엇을 사야 하는 이들에게, 어떻게 하면 우리의 물건과 서비스를 사라고 권할 수 있을지의 문제가 마케팅의 본질입니다. SNS를 통한 소통이 일상화된 시대에, 마치 프라이빗한 친구처럼 다정하고, 가깝고, 신뢰감 있게 다가오는 마케터가 있다면, 바로 그 사람이 SNS 마케팅의 승자이고, 모바일 퍼스트를 넘어 모바일 온리를 예견하는 시대에 SNS는 마케팅 전쟁의 유일한 결전장입니다.


저자는 마케팅의 개념이 어떻게 진화를 거듭해 왔는지에 대해 속시원하면서도 적실성 넘치는 설명을 하고 있습니다. 제 1세대 마케팅 기법은 "최초상기"입니다. 구 매자, 수요자에게 "그 물건을 파는 내가 바로 여기 있소!"라며 "들이대듯" 각인시키는 방법입니다. 시장에서 상인들은 서로 질세라 목청을 높여가며 손님을 끕니다. 유흥가의 삐끼들은 준법과 불법의 경계를 아슬아슬하게 넘나들며 갈 길 바쁜 손님의 옷자락을 잡습니다. 긍정이든 부정이든 일단 고객의 뇌리에 남기 위해, 잦은 반복과 노출로 웨어와 브랜드를 "들이대고" 보는 게 이 최초상기 수법입니다. p28에 나온 "히트곡제조기"라는 트위터리안이 그 좋은 예라며 저자는 소개하고 있는데요, 물론 긍정의 예가 아닌 "대단히" 부정적인 표본으로 제시하고 있는 겁니다. (저자는 이 사람에 대해 직접적으로 부정적인 평가를 하지 않고 있으나, 책 후반부에서 매우 희화화한 낵맥락에서 다시 언급함으로써 자신의 의도를 분명히합니다) 이 방법은 첫째 노출의 기회를 제공할 수 없는 먼 위치의 상대에게 전혀 쓸 수 없고, 보다 근본적인 문제로 이 기법이  기업의 신뢰를 깎아먹는다는 점을 지적합니다. 


마케팅의 다음 발전 단계는 "상위노출"입니다. 이 기법의 대표 주자는 전화번호부 옐로우페이지입니다.
과 거에는 이 기법에 대해 대단히 혁신적인 발상의 예로 많이 거론하였으나, 월드와이드웹이 등장한 후로는 거의 자취를 감추다시피했죠. 이후에는 주로 검색 포털에서 이 상위노출의 이슈가 많이 문제되었지만, 우리가 이미 겪어서 아는 대로, 한번에 지나치게 많이 노출되는 정보는 의사 결정에 방해가 될 뿐입니다. 또한, 지금처럼 큰 변혁을 맞고 있는 시대에 있어 더 근본적인 문제는, 사람들이 이제 "광고라면 그 내용의 양질 여부에 관계 없이 지긋지긋해한다"는 점에 있습니다. 아무리 도움이 되는 정보라도 마찬가지입니다. 한때 "인포머셜"이라고 해서, 소비자에게 도움이 되는 정보를 마케팅에 삽입해 접근성 제고를 시도하기도 했습니다. 저자는 이런 기법 역시, 소비자가 결국은 염증을 낼 "트로이의 목마"에 지나지 않는다고 합니다.


대 체 그럼 이 변덕스럽고 까다로운 소비자를, 어떻게 하면 나에게 충성하게 할 수 있을까요? 그것은 바로, 이 소비자를 내 고객으로 만들어야지 하는 강박에서 벗어나는 게 바른 진로로 들어서는 첫걸음이라고 저자는 말합니다. 소비자는 고객이 아니라, 친구입니다. 나는 고객에게 판매자로 접근하는 게 아니라, 친구로서 접근하는 겁니다. 만약 그가 전정한 친구라면, 당장의 이익이 없다고 냉정하게 서비스 제공을 거절해서 되겠습니까? 그건 이미 친구가 아니죠. 친구라면, 어려움에 빠져 있는 친구를 적시에 도울 줄 아는 게(a friend in need) 진정한 친구(a friend indeed)입 니다. 이제 결론이 나왔습니다. 무엇이 궁극의 마케팅일까요? "소비자를, 친구의 눈높이에서 도와 주라!"는 것입니다. 대가 없이 도움을 주는 이를 우리는 친구로서 "믿게" 됩니다. 이런 신뢰가 바탕이 되지 않고는, 회사는 충성스러운 고객을 만들 수 없습니다.


저자는 멋진 격언을 만들어 제시하고 있습니다. 도움(helping)과 판매(selling)는 글자 두 개 차이이다. 잘 팔려면, 평소에 잘 도와 놓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SNS시대에, 사람들은 지역과 대면 접촉 기회를 떠나 다양한 이들과 교류할 수 있습니다. 그 수단이 바로 모바일 SNS 입니다. 이런 관계의 유지에서, 신뢰는 소통을 이루는 가장 기초적인 요건입니다. 이런 친밀한 네트워크 안에, 기업은 더 이상 요란한 구호와 쇼맨십을 앞세운, "광고라는 게 팍팍 표시나는" 구태를 뒤집어 쓰고는 침투할 수 없습니다. 동창생처럼, 여친처럼, 은사처럼, 부모님처럼 그 망 안에 들어와야 합니다. 네트웍 안에 들어오지 않고는, 판매원의 복장을 하고서는, 더 이상 판매를 할 수 없습니다. 사람들은 이제 친구에게서만 무엇을 믿고 삽니다. 친구 아니면 팔 수 없습니다. 친구가 먼저 되어야 합니다.


어 떻게 하면 친구가 될 수 있을까요? 처자는 그 대단히 효과적인 방법 중 하나로, 모바일 기기에 적용되는 애플리케이션을 개발하여, 광고 따위는 치워버리고 이용자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는 수단을 제공하라고 가르칩니다. 아무 속셈이나 계산을 하지 말고, 최선을 다해, 정말 친구에게 하듯 도움을 주라는 것입니다. 꼭 그렇게까지 해야 하느냐? 내 업종에서는 경쟂자 그 누구도 그런 방법을 쓰고 있지 않다. 이에 대한 대답도 명쾌합니다. 사람들은 어느 한 분야에서 종전과는 다른 수위의 만족스러운 서비스를 받았다 싶으면, 그 유사 분야가 아닌 전혀 동떨어진 다른 영역에서도 비슷한 수준의 서비스를 기대한다는 겁니다. 고객의 눈높이가 이미 높아졌는데, 종전의 방식을 고집할 수는 없죠. 더군다나 경쟁자가 안이한 태도를 늑장을 피우고 있다면, 바로 그때야말로 업계 선두로 치고나가기 좋은 타이밍이라는 걸 저자는 상기하고도 있습니다.


어 렵사리 개발한 앱을 그대로 방치해서는 안 됩니다. 그 앱이 소비자에게 널리 애용되게 방안을 따로 마련해야 하고, 처음부터 널리 쓰이고 입소문이 날 앱을 골라 개발해야 합니다. 앱의 기능 우수성만으로는 아무것도 이뤄지지 않습니다. 이용자가 그 존재 여부를 모르는 앱은, 벌써 존재하지 않는 거나 마찬가지입니다. 이것이 저자가 말하는, "마케팅을 마케팅하라."는 명제의 본 뜻입니다. 애플리케이션 개발과 이의 홍보, 진열은 마케팅 3.0의 한 가지 수단에 지나지 않습니다. 중요한 건 앱이 아니라, SNS 환경 그 자체고, 어떻게 하면 관계망 안에 "친구"로서 단단한 자리를 잡느냐는 문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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량원건과 싼이그룹 이야기 - 세계를 제패한 중국판 정주영 신화
허전린 지음, 정호운 옮김 / 유아이북스 / 201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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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직도 한국인들은 "량원건"이라는 기업가도, "싼이"라는 대규모 기업의 이름에도 익숙지 못한 게 보통 아닐까 싶습니다. 뚜렷한 실체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 실체의 지난 이력이 보잘것없다는 이유만으로, 그 실체가 우리의 생존과 번영, 안위에 직접 큰 영향을 줄 수 있는 상황에 대해서까지 애써 무관심으로 일관한다면 썩 바람직한 태도는 아니겠죠.


저는 이 "량원건 성공 스토리"를 읽고, 마치 한국의 정주영처럼 불굴의 기업가 정신을 가진 어떤 개척가의 빛나는 입지전을 훑어낸 후 제 자신이 큰 감동을 받았다고는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출판사의 소개글에도 나와 있듯이, "미국의 19세기 초 골드러시 당시, 돈을 번 측은 골드 디거가 아니었다. 그들에게 장비를 제조하고 조달하거나 여정에 필요한 식량을 공 급하던 상인들이었다."는 거죠. 마치 재주는 곰이 부리고 돈은 되놈이 챙긴다는 말처럼, 한창 국가 건설의 붐이 일던 도약기의 중국에서, 일시적인 승자와 행운아는 이후 허무하게 자리를 내어 주기도 했지만, 이들 기업가들이 무슨 영역에서 활약하건 그들의 사옥, 그들의 헤드쿼터, 그들의 이동 경로 그 구축과 안위를 보장할 건설 사업만큼은 지속적인 수요 엄청난 규모의 시장을 가질 수밖에 없습니다.


산 업 분야도 탑 비즈니스맨도 그 부침(浮沈)을 거듭했지만, 그들을 뒤에서 보조하는 중장비 제조 산업은 경기를 타지 않고 굳건히 알짜 수익원으로 남는 게 당연했고, 곳곳에서 흙을 파고 땅을 다지며 건물을 지어올리는 모습이 그칠 날이 없는 만큼, 이 량원건의 싼이집단(그룹)은 여태 큰 위기 없이 승승장구했습니다. 이 책의 제 2장 p31에 나오는 마이클 포터의 말처럼, "무슨 산업에 진출할 것인지가 중요하다. 잘되는 산업을 선택하면 돈을 못 벌기가 어려울 것이고, 전망 없는 산업에 진출하면 돈을 벌기가 어려울 것이다."가, 이 책의 핵심을 잘 요약해 줍니다. 량원건이란 사업가가 특별히 미래를 보는 안목이 뛰어났다기보다는, 전략을 현명하게 짜서 치밀한 사업 관리와 능수능란한 인맥관리 능력으로 오늘의 그 자리에 올랐다고 보는 게 타당하지 않을까. 한국의 정주영 창업주처럼 남들이 보기에 도저히 불가능해 보이는 영역에 비범한 배짱과 초인적인 집착으로 뛰어들어, 그야말로 무에서거대 제국을 창출한 경우와는 좀 다르지 않은가 하는 생각이 솔직히 들었습니다. 


이 책을 읽어야 할 이유는, 불가능을 가능으로 바꾼 어느 천재 사업가의 일생을 되짚어서 그로부터 교훈을 추출하는 데에 있다기보다, 오히려 지금의 중국 사업가들이 과연 어떤 방식으로 오늘날의 부와 성취를 이루었는지 그 전형적인 성공 공식을 추출해 보는 작업, 또 책을 읽는 중 얻을 수 있는, 중국의 정치, 사업 환경에 대한 갖가지 부대 지식을 늘릴 수 있는 기회를 갖는 데에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 책을 읽으면서 다시 한 번 뇌리에 깊이 새겨졌던 것은, 중국은 누가 뭐래도 공산당 1당 독재가 지배하는 사회주의 국가이며, 당국의 규율과 규제의 수준이란, 다른 자유로운 문화권 출신의 사업가가 쉬이 적응하기 어려울 만큼 강도 높으면서도 독특한 컬러를 띠고 있다는 사실이었어요. 이 책의 서두는, 미국 오리건 주에 진출한 싼이 그룹의 미국 현지 법인 Ralls가, 연방 정부로부터 "국가 안보 저해 우려"를 이유로 시설 철수를 명령한 조치에 대한 법원 제소를 결정한 일화로부터 시작합니다. "법치주의가 지배하고, 공평한 기회가 보장된다는 미국에서, 어떻게 이런 부당하고 편파적인 행정이 시행될 수 있는가?" 싼이 그룹은 전 중국의 분노와 의기를 대변하겠다는 듯 가망 없어 보이는 법정 투쟁에 나서는데요. 사실 자국 내에서는 외국 출신 기업가들에게, 도저히 납득 못 할 불합리한 규제를, "여기는 너희 땅이 아닌 중국"이라는 이유만으로 강요하는 저들이, 타지에서 당한 불이익에는, 전세계적 차원의 정의 구현 책임을 홀로 떠맡기라도 한 양 과장된 언사를 발하는 모습이 실소를 자아내기도 합니다. 중국의 행태는 국외에서도 고운 시선의 대상이 아닌데, 예를 들면 그들이 아프리카에서 소위 자원 확보라는 기치 아래 벌이는 이기적이고 약탈적인 행보가 현지인의 비난을 받는 사례에서 확인할 수 있죠. 재미있는 것은, 그들의 법정 투쟁을 두고 "호상(湖湘) 문화의 의기남아는 천하의 문제를 자기 일마냥 생각하여 총대를 매고 진두에 나서며..." 같은 말로 미화하고 있는 점인데요. 국부 마오도 후난 성 출신이고, 수호지에 등장하는 호걸 상당수도 이 지방 출신이라는 게 의미심장하죠. 의기가 서로 투합한 지역 연고의 협객 집단이, 대의와 조국을 위해 분연히 나선다는 로망은 몇 천 년이 지나도 그들을 사로잡고 있는 것 같네요. 물론 그 낭만이 주변 모두를 위해 좋은 결과를 낳을지, 아니면 그들만의 탐욕을 채우기 위한 호기에 지나지 않을지는 큰 의문으로 남지만요.


량 원건은 가난한 직공의 아들이었습니다. 집안이 한미했고 학창 시절 학업에서 딱히 두각을 드러낸 바도 없었지만 대단히 성실하고 영리했던 타입이었던 걸로 추측됩니다. 대학을 졸업하고 작은 국영 공장에 관리직으로 취임했는데, 어느 순간 괜찮은 돈벌이가 될 구상이 떠올라 주변의 만류에도 불구하고(아직 중국은 성장의 전망이 보이지 않았고, 관[官]은 민간에 거의 재량과 여유를 허용하지 않는 단계였습니다), 동창과 동향 친구들과 더불어 사업체를 차립니다. 당시만 해도 공공 섹터의 일자리를 마다하고 "돈벌이 따위"에나 나서는 모습이란, 명분과 실리 그 어느 것도 갖추지 못한 어리석은 짓으로 받아들여질 뿐이었습니다. 그렇다고 창엊 초기의 어려움을 일정 기간 완화해 줄 자본금이 넉넉했던 것도 아니었구요. 이처럼 무일푼, 주위의 비웃음을 한껏 안고 시작했다는 점에서는 확실히 한국의 정주영과 공통점이 존재하긴 합니다.

싼 이그룹의 놀라운 점은, 중장비 제조와 건설 부문에서 거둔 국내에서의 큰 성공을 기반으로, 바로 해외 공략에 나섰다는 그 패기입니다. 이 과정에서 당연히 기존의 거인들과 마찰이 일 수밖에 없었는데요. 책의 초반에 잠시 소개되는 것처럼, 벤츠와 (일본의) Sony를 상대로 법적 쟁송을 한바탕 치르기도 했습니다. 그림에서 보시듯, 벤츠의 로고(우리가 잘 아는)와, 이 싼이그룹의 로고는 대단히 비슷합니다. 저도 책을 받아들었을 때 바로 벤츠가 떠올랐을 정도였는데요. 어쨌든 싼이는 이 투쟁에서 최종적인 승리를 거둡니다. 그때의 승리가 가져다 준 쾌감이 아직도 생생한 듯, 저자는 량원건이 그 미미한 출발을 다질 무렵부터 무명의 한 디자이너에게 받은 이 유서 깊은(?) 도안이 어떻게 탄생하고, 창업주가 지금까지도 그 관대한 보상을 행하고 있는지 자못 유쾌한 어조로 늘어놓고 있습니다.


이 책의 원제목은 <나와 량원건>입니다. "나"는 누구냐면, 허진린(何眞臨. 하진림) 전 싼이 부사장입 니다. 그는 공산당 당료로 초기 경력을 시작하다가, 비교적 일찍 민간 사업 분야에서 진출하여 비즈니스맨으로서의 커리어를 뚜렷하기 다진 케이스로, 싼이로부터는 오래 구애를 받았으나 비교적 늦게 합류한 편이라고 합니다. 장기 비전의 설계, PR, 그룹의 "입" 역할을 맡고 있다고 하네요. 량원건 회장이 그다지 학식이 빼어난 편이 아님을 잘 커버하는, 요긴한 가신 노릇을 측근에서 수행하는 핵심 막료입니다. 그 자신도 스스로 량회장과의 인연을 "군신 관계"로 칭하고 있습니다. 제 8기 전인대(아마 1996년으로 추정됩니다)에서 "국가지도자"에게 대담한 발언을 통해, 민간 기업이 그 영역에서 자율성을 보장받기를 강력히 청원한 전설적인 에피소드가 소개되는데요. 여기서 "국가지도자"는 "심판이 휘슬도 불고, 공도 차면 승부의 공정성이 있을 수 있겠는가?" 라는 유명한 말을 남깁니다. 소위 state capitalism의 폐해와 모순을 경계하는 이 표현은, 지금까지도 매체에서 즐겨 거론되는 관용어입니다. "국가지도자"는 책에 그 실명이 나와 있지 않으나 장쩌민임이 거의 확실합니다. 마치 "피휘"라도 하듯 삼가는 태도를 저자는 보이고 있더군요.


량원건의 출신이 비천한 직공의 아들임은 이미 잘 알려져 있습니다. 명문 공산당 당료의 딸에게 구애했다가 여성의 양친으로부터 거절당한 일 역시 유명하다는데요, 저자 허진린은 이 일에 대해서도 "빈부 격차라는 시선으로 볼 게 아니라, 중산 농민 계급의 끝자락에 속한(참.... 읽으면서도 그런 개념이 있을 수 있나 하는 생각에 웃음이 나왔습니다) 량과, 소농의 부르주아 근성을 적대시하던 당료의 시각 차이"라고 애써 미화하는 대목도 있습니다. 승자에게는 시비를 따지지 않는 법이라던, 스탈린의 마오에 대한 코멘트가 생각이 나더군요. 하지만 량원건이, 주변 사람들에게 관대하고 한번 맺은 인연과 은혜는 절대 잊지 않는 보기 드문 인품의 소유자임은 분명해 보였습니다.


여기서 또 하나 주목해야 할 대목은, 중국이 현재 국제 M&A 시장에서 돌풍의 핵으로 떠오르고 있음을 이책에서도 확인할 수있다는 건데요. 세 달 전에 <국제인수합병>이 라는 책의 리뷰를 통해, "유럽 기업은 콧대가 높아서, 거액만 제시한다고 바로 기업을 팔지 않는다. 하물며 동양인에게는"이라고 적은 적이 있어요. 그런데 이 책의 저자도 같은 말을 하고 있습니다. 독일의 푸츠마이스터社 카를 슐레히터 회장이, 이 량원건에게 선뜻 회사의 운명을 맡긴 건, 대단한 상징성을 지닌 것으로 봐야 한다는 거죠. 이 사건을 두고 저자는 놀랍게도, "육조 혜능이 홍인으로부터 법통을 물려 받은 대사건이나 마찬가지"라고 하고 있습니다. 좀 분별없는 과장이라고까지 생각되면서도, 한편으로 혜능이 미천하고 빈한한 출신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일말의 진실을 담고 있긴 합니다.


큰 물에서 놀면 같은 그릇이리도 성공의 가망이 높다는 뜻을 유명한 표현으로 남긴 고사는, 사실 이사(李斯)의 그것을 따를 말이 없죠. 어느 날 관의 창고를 지키며 쥐가 배불리 쌀을 갉아먹는 모습을 보고, 같은 쥐라도 담장 밖을 떠도는 놈은 배를 주리는 반면, 곳간 안의 녀석은 몸을 가누지 못할 만큼 호강을 하는 걸 보고 큰 충격을 받은 그는, 이후 대국의 무대로 진출, 사람이 누릴 수 있는 모든 영화를 진시황의 아래에서 누리게 됩니다, 하지만 알다시피 말로가 말할 수 없이 비참했죠. 저자 허진린이 그 고사를 모를 리 없음에도 굳이 인용하지 않은 건, 주군의 장래에 행여 불길한 언사를 띄우기 저어하는 마음이 컸을 줄 압니다. 량원건이 한고조 유방 같은 성공한 창업주가 될지, 2인자 권신으로서 그 극심한 명암이 교차했던 이사와 같은 길을 걸을지는 지켜 봐야 할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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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립 코틀러 인브랜딩 - 브랜드 속 브랜드로 승부하라
필립 코틀러 외 지음, 김태훈 옮김 / 청림출판 / 201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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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왜 인브랜딩이 필요한가?


시 장의 경쟁은 한 치 앞을 예측할 수 없는 혼란의 극치로 접어들고 있습니다. 가격으로 승부를 보자니, 원가 책정의 단계에서부터 개별 기업의  통제를 벗어나고, 마진을 낮춰서, 셰어(share) 선점 전략을 쓰자니 제살깎아먹기로 귀결할 뿐입니다. 품질 혁신이 아니고서는 탈출구가 보이지 않는데, R&D의 결실이란 단기간에 쉽게 맺어지는 게 아닙니다. 결국 소비자에게, "나의 제품은 다른 경쟁 제조사들이 만드는 그것들과는 질적으로 차별됩니다." 라는 마케팅 영역에서 승부를 보아야 합니다.
그러자면 어떤 방법이 필요할까요? 제품의 얼굴이라 할 수 있는 "브랜드"의 고안 단계에 초점을 기울여야 합니다. 아무 이름이나 붙여서는 안 되고, 제품의 속성이 그 짧은 음절 안에 화체(化體)되는 방식으로 작명되어야 하죠. 이것이 바로 코틀러가 말하는, "ingredient branding", 줄여서 inbranding입니다. 상표의 그 사운드만 귀로 들어도 제품의 내역과 품질, 구성, "아우라"가 떠오를 만큼, 그 한 마디로 복잡한 매뉴얼을 대신할 수 있을 만큼, 압축적인 효과를 지닌 이름을 지어 줘야 합니다. "보이지 않는 것을 보이게 만들라!' 이것이 필립 코틀러가 외치는 핵심의 메시지입니다.


2. 인텔의 예

저 자들은 이 책 3장에서, 인텔의 예를 아주 자세히 적어 두고 있습니다. 이 책에는 나오지 않으나, 예전 스티브 잡스는 "인텔은, 마이크로칩을 포테이토칩처럼 팔아 먹는 놀라운 회사다." 라는 말을 한 적이 있죠. CPU라는 부속은 내장의 아주 작은 일부에 불과하고, 최종 소비자(엔드 유저)가 쉽게 외부에서 인지할 수 있는 대상이 아닙니다. 그런데도 한때, 컴퓨터 구매자들은 "인텔 인사이드"의 로고 스티커가 붙여진 제품만 시장에서 구매하려 하는, 작은 하드웨어(아무리 그것이 컴퓨터의 심장이라고 해도) 하나의 존재 여부에 구매 동기의 전부를 거는 놀라운 행태를 보이곤 했습니다. 바로 이것이, 코를러가 말하는 "인브랜딩, 인그리디언트 브랜딩, 성분-특성 부각 상표화"의 좋은 예입니다.

원서와 청림출판의 표를 대조해 보았습니다. 외국에서는 이미 오래 전에 출간된 책이고, 그 내용의 타당성 면에서 확실한 검증이 이뤄졌습니다.


기업브랜딩과 인브랜딩은 서로 중첩되지 않고, 서로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다는 주장을 합니다.

또한, 음식, TV 등 인간의 기초적 욕구를 만족시키기 위해 즉각적으로 소비되어 없어지는 제품들도, 인브랜딩의 대상에서 제외된다는 전제를 분명히합니다.

특히 중간 부품 제조회사를 "기관"으로 인브랜딩하는 일이 가능하다는 주장이 흥미를 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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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가 말하는 CEO - 세계 최고의 리더들에게 배우는 성공의 비밀
제프리 J. 폭스 & 로버트 라이스 지음, 김정혜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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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 영자란 무엇인가. 급변하는 시장 환경 속에 어떤 것을 골라 타고, 어떤 것을 스쳐 지나가게 해야 하는지 파도타기를 잘하는 사람이라는 힘 있는 정의가 가슴에 와 닿았습니다. CEO는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고 맞서며 혁신의 아이디어를 장려하되, 무모한 결단에 자신과 조직을 맡겨서는 안 된다는 말 역시 깊이 새겨들어야 할 말이었습니다. 기존의 경영학 서적에도 CEO의 덕목을 가르치고 정리한 책은 많았습니다만,분량도 그리 많지 않은 이 책에서 독자가 큰 공감과 교훈을 받은 이유는 어디에 있을까요? 그것은 저자 두 분이 미국 비즈니스계에서 다양한 경력으로 경영의 잔뼈가 굵은 분들이고, 이 두 분이 인터뷰를 한 대상이 자기 영역에서 뚜렷한 성공을 거둔, 기라성 같은 CEO들이기 때문이었습니다. 이 책의 제목이 <CEO가 말하는 CEO>라고 되어 있지만, 책의 장점을 제대료 표현하려면 "CEO를 말하는 CEO들을 CEO들이 만나 듣고 정리하다"쯤이 되어야 할지도 모르겠네요. 현장을 발로 뛰고 몸으로 누빈 소중한 경험담은, 겉으로 보아 비슷한 단어와 표현을 쓴다 해도, 오직 같은 영역에서 결단과 선택의 기로에 선 입장만이 그 진가를 알 수 있습니다. 경험하지 않은 이들은 실감이 나지 않을 대목입니다.


1장은 "조직을 어떻게 키울 것인가?"입니다. (이 제목이 맞는 제목이고, 차례에 실린 "조직을 어떻게 살릴 것인가"는 착오인 것 같습니다. 조직을 "살린"다는 말은, 이 책의 pp26~42에 나오는, 변화를 모색할 때 활용하는 5가지 기술"에 제한된 주제 같아서요) CEO는 일단 조직의 수장입니다. 아무리 도덕적이거나 매력적인 인물이라고 해도, 조직를 질적, 양적으로 성장시키지 못하면 쓸모가 없죠. CEO의 어려운 점은, 일단 주주와 이사진,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에게, 수치상으로 분명한 실적을 제시하여, 자신이 왜 그 자리에 앉아 있는지 증명해 보여야 한다는 것입니다. 특히, 파산 직전에 놓여 있는 회사에 취임한 CEO라면 그 책임은 더욱 큽니다. 급할수록 돌아가라는 말도 있지만, 이때 CEO가 명심해야 할 원칙은 1) 비전을 확실히 정하라, 2) 조직의 문화가 무엇인지를 인식하라. 3) 적절한 인재를 확보하라. 4) 언제나 고객을 잊지 말라 5) 실천 계획은 한 페이지 분량을 넘겨서는 안 된다. 이 다섯 가지입니다. 단기의 목적에 급급해서는 회사가 결국 회생할 수 없고, 여러 사람이 결함한 조직이라고 하나 머리와 팔다리가 따로 놀아서는 효율적인 활동을 할 수 없다는 점에서 기업에는 "영혼"이 필요하고, 이것이 바로 조직 문화라는 의미입니다. 인재는 결국 기업의 활력 근원이자 구체적인 실천 단위입니다. 인재를 중시하지 않는 기업은 어디에서도 그 잠재력을 발휘할 수 없죠. 또, 고객은 기업에 있어 혈액과도 같은 존재입니다. 짐 스키너의 유명한 말이 떠오르네요. "고객이 아니면, 누가 우리의 수천 수만개의 햄버거를 사 주겟는가?" 리처드 오길비의 말처럼, "고객은 멍청이가 아니고, 바로 당신의 와이프다!"가 진리인 법이네요. 마지막으로 실천 계획은 짧고 분명해야 직원들이 이를 실천에 옮길 수 있습니다. 아무리 상세하고 다양한 경우의 수를 다 포하하는 계획안이라도, 복잡해서 부하 직원들이 이를 실행하기에 애로를 느낀다면 그 가치는 반감될 수밖에 없죠.


이 책은 정말 많은 CEO들이 나와 한 마디, 때로는 여러 마디씩을 하고 들어갑니다. pp226~239에 잘 정리되어 있지만, 부록에서 다루지 않은 CEO들도 꽤 있었습니다. 제가 읽으면서 표로 다 정리해 보았습니다. 저자들이 생각하기에 더 의미심장한 말을 많이 한 CEO는, 여러 챕터에서 등장하고 있습니다. 인터뷰를 사람별이 아닌 주제별로 재편집한 책이라서, 사람별로 다시 정리하고 싶을 때 이 표를 참조하면 좋을 것 같네요.

CEO

회사

등장 챕터

필 그리핀 Phil Griffin


MSNBC

1-1

아카디 쿨만 Arkadi Kuhlmann


ING DIRECT

1-2, 2-8,

데이빗 슈타이너

David Sreiner


Waste Management inc.

(이후 뉴욕 주 교육감 역임)

1-2, 2-8

래리 컬프

Lawrence Culp, Jr


Danaher

1-2, 3-19

Patrick Joseph McGovern, Jr


International Data Group (IDG)

1-2, 2-9, 4-25

Robert Louis Johnson


Black Entertainment(BET),

RLJ

1-2, 1-6, (2-8)

Arunas Chesonis


Sweetwater Energy

1-2, 4-23, 4-24,

Anne Mulcahy


Xerox Corporation,

Save The Chidren

1-2, 2-9, 5-28

Daniel Lamarr


Cirque du Soleil

(태양의 서커스)

1-2, 2-10, 4-26,

Mark Dixon


Regus plc(리저스 퍼블릭)

1-2, 2-11, 2-13,

James F. McCann


1800 Flowers

1-2, 1-5, 4-26, 5-27

George Halverson


Kaiser Permanente

1-2, 5-30

Jack Bogle


Vanguard Group

1-2

Maxine Clarke


Build-A-Bear

1-2, 1-6, 2-13, 에필로그

Bill Roedy


MTV

Network International

1-2, 2-10, 2-11, 2-13,

Peter Cuneo


Marvel Entertainmen

1-3

Jim Skinner


McDonald

1-3

Lynn Tilton


Patriarch Partners

1-3

Douglas Conant


Campbell Soup Company

1-3

John Paul

DeJoria


Paul Mitchell line of hair products ,

The Patron Spirits Company

1-3, 1-6, 2-8, 2-9, 2-12, 3-16

 

Tony Hsieh

 (본명:謝家華사가화)

Zappos.com

1-4, 1-5, 1-6, 2-8, 4-22,

 

Bernie Marcus


Home Depot

1-5

Ayn S. LaPlant


Beekley Corporation.

1-5, 4-24, 5-33

Patrick E. Connolly


Sodexo Health Care

1-6, 3-16, 5-27(2회)

Rochelle "Shelly" Lazarus


Ogilvy & Mather.

1-6, 2-9, 3-15, 4-26

D. Scott Davis


United Parcel Service of America, Inc.

1-7

Seth Goldman


Honest Tea

2-8, 2-12, 4-26,

Frances Hesselbein


Leader to Leader Institute

2-9

Daniel P. Amos


Aflac Incorporated. Amos

2-9, 2-11, 4-26

Ken Powell


General Mills

2-9

Jim Gillespie


Coldwell Banker

2-9

Joseph M. Taylor


Panasonic Corporation of North America, Inc

2-9, 4-25,

Richard Fain


Royal Caribbean Cruises Ltd.,

2-10

Willy Walker


Walker & Dunlop

2-11

Ralph de la Vega


AT&T Mobility

2-12

Patrick A. Charmel


Griffin Health Services Corporation

2-13,

Charlie Lanktree


Eggland's Best

2-14, 3-15, 4-24,

Kip Tindell


the Container Store

3-16, 3-18, 3-21(2회),

Kathy Cloninger


Girl Scouts of the USA

3-16, 5-32

Daniel Warmenhoven


NetApp

3-16, 4-23

John Paul Jones


naval fighter

CEO는 아니고 미 독립전쟁 당시의 해군 제독.

3-17

George Steinbrenner


principal owner of

New York Yankees

3-17

Chris Skomorowski

(인물 사진을 찾을 수 없어 기업 로고로 대신함)

Bicron Electronics Company


3-20

Christopher A. Jones


MicroCare Corporation.

4-23, 4-25

Aj Khubani


Telebrands

4-25

Joseph J. Grano, Jr.


UBS PaineWebber,

Centurion Holdings LLC,

producer of the Broadway hit musical Jersey Boys

4-26

Simon Cooper


The Ritz-Carlton Hotel

5-27

Calin Rovinescu


Air Canada

5-28, 5-29

Richard S. Pechter

Pershing LLC


5-29

2 장은 무엇을 위해 일할까? 입니다. 기업은 더 이상 맹목적인 신뢰의 대상이 아닙니다. 소비자에게 "이 기업은 믿을 수 있다. 이 기업의 제품은 신뢰를 보낼 수 있다."는 확신을 주어야 합니다. CEO는, 앞의 1장에서 본 것처럼 자신의 조직을 성장시키는 일에 그쳐서는 안 되며, 그 성장이 무얷을 위한 일이었는지, 다시 말해 존재이유(프랑스어로 raizon d'etre)를 직원에게, 그리고 소비자들에게 분명히 각인시켜야 합니다. 이것이 바로, 불신과 불확싨성이 팽배한 현대의 CEO들이 잊지 말고 경영의 방침으로 새겨야 할 원칙입니다.


3 장은 "어떻게 리더십을 발휘할 것인가?"입니다. 이는 호율적인 경영 방침에 의해 잘 성장하고(책의 제 1장), 여기에 CSR까지 확실한 이념으로 정착하여 친사회적 영혼으로 거듭난 회사가(2장), 앞으로 조직 내부를 잘 추스리고 이끌어야 할지, 그 CEO의 자세를 구체적으로 논한 장입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CEO는 인기관리를 하는 리더가 아니라는 점을 강조하는 대목이 눈에 크게 들어왔습니다. 이는 한국의 공기업이 안고 있는 부실 문제와도 연관됩니다. 오너가 직접 다스리는 기업은, 비자금 등 부정부패 이슈에서 자유로울 수 없고, 경영이 투명하지 못하는 단점이 있지만, 대신 무사안일주의, 적당주의, 최소 위험주의가 지배하는 일은 없죠. 소유와 경영이 분리된 미국의 기업에서, CEO는 회사가 극적으로 성장, 이윤 창출에 성공한다 해도 명예가 남을 뿐이지 자신에게 직접 이익이 크게 형성되지는 않습니다(성과급이나 스톡옵션도 한계가 있고, 여기에서 대리인 문제가 비롯하는 거죠). 사후에 결과가 나빴을 때, 사람들에게 경영상 배임으로 추궁당하지 않으려면, 그저 무난한 선택만을 하는 게 낫습니다. CEO의 창의성, 모험적 결단능력은 바로 여기서 절실히 요구됩니다. 무사안일 CEO는 99명이 예스, 1명이 노를 말할때, 노에 마음에 흔들려 전략을 포기합니다. 그러나 바람직한 CEO는, 99명이 노를 말하고 1명이 예스라고 해도 그 1명에 고무되어 혁신 전략을 추진합니다. 이 책에서 가장 감명 깊게 읽은 대목이었어요.


4 장은 고객을 어떻게 이끌 것인가의 문제를 다룹니다. 기업은 고객에 이끌려 다녀서는 안 됩니다. 고객에 이끌려다니는 건 그 자체로는 문제가 안 될 수 있으나, 결국 다른 경쟁사에게까지 이끌려 다닐 수 있다는 게 문제죠. 그렇다면 어떻게 고객과 시장을 선도할 것인가. 저자들은 첫째 CEO는 최종의 결정권자로서 무한 책임을 지고, 일단 결정한 바에 대하여는 눈치를 보지 않고 과감히 실행에 옮겨야 한다고 충언합니다. 다음으로, 품질이건 기술력이건 이것이 고객에게 평가를 받아 이익으로 회수되지 않으면 아무 소용이 없습니다. 자사 제품의 가치를 고객에게 확실히 각인시켜, 제품의 수월성을 "가격화"하라는 게 저자들의 지침입니다. "강력한 브랜드는 경영진보다 수명이 길다." 여기서 "브랜드"는, "기업"이라는 말로 대체해도 유효합니다. 경영진은 떠나고 교체되어도, 영혼이 있는 기업은 영원히 남아 소비자를 상대합니다.


CEO는 조직의 선량한 관리, 고객과의 원만한 관계에만 치중해선 안 됩니다. 과거 한 때에는 그런 방식으로도 시장에서 생존이 가능했지만, 지금은 클레이튼 크리스텐슨이 지적한 대로 "파괴적 혁신자"만이 살아남는 시대입니다. 이 책의 부제처럼, transformative CEO가 아니고서는, 바로 내일의 생존도 담보하기 어렵습니다. 창의적이면서도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고, 이익 추구에만 골몰할 게 아니라 시장과 고객이 두려운 줄 아는 전인적(全人的) CEO야말로 오늘날 파고 높은 바다 한 복판에서 조직의 구세주로 기능할 인재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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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바일 트렌드 2014
커넥팅랩 엮음 / 미래의창 / 2013년 11월
평점 :
절판


개인적으로 저는 모바일이 PC 환경을 완전히 대체할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았고, 이 책을 다 읽고 난 지금도 그렇습니다, 결국 결론부터 말씀 드리자면, "모바일 퍼스트"까지는 몰라도, "모바일 온리"라는 이 책의 취지에는 동의하지 않는다는 뜻인데요. 하지만 이 책은 정말 유익했습니다. 책을 통해 얻는 것은 저자(들)이 주장하는 최종의 대의일 수도 있지만, 그 저자들이 주장을 펴는 방식, 상세한 각론으로부터 얻는 주변 지식에서도 많은 도움을 받을 수 있습니다. 이 책은 채 300페이지가 되지 않습니다만, 앞으로 우리가 살아갈 세상의 기본 패러다임을 결정하는 중대 요소 하나를, 여러 각도에서 상세히 풀어 주고 있다는 점에서 너무도 감사한 책이었어요.


(이하의 설명은 책의 내용을 바탕으로 하여 제 해석과 표현에 의해 전개된 것이므로, 혹시 내용이 부정확하더라도 책의 잘못이 아닌 저의 책임입니다. 물론 내용의 정확성에는 자신 있으므로 그럴 일은 없겠습니다만)

이 책은 1부와 2부로 나뉘어져 있습니다. 1부는 보시는 바대로, 2013년의 리뷰입니다. 트렌드가 아무리 순간을 단위로 바뀌는 변덕스러운 녀석이라고 하나, 만약 그 시계열상의 연속성의 존재하지 않는다면 이는 이미 "트렌드"가 아닐 것입니다. 우리가 어떤 흐름, 유행을 두고 특별히 "트렌드"라는 의미를 부여할 때에는, 어떤 지속적인 맥락이나 최소 한도의 "역사성, 인과 관계" 같은 걸 상정한 후의 일입니다. 그런 점에서 다음 해의 트렌드를 전망함에, 올해의 반성이 빠져서는 그 기초를 신뢰할 수 없음은 당연하죠. 1부에는 총 5장이 배치되어 있는데, 그 중 1장과 4장은 서로 연결시켜 읽어야 유기적인 파악이 용이하다고 생각합니다. 우선 1장을 보시면, all-IP 시대의 개막을 선언하고 있습니다. 이는, C-N-P-T의 각 영역을 지금과 같은 업체간의 할거가 아닌, 단일 업체가 통합적으로 장악하겠다는 의미입니다. 물론, 어떤 독과점이나 시장 지배적 사업자의 탐식을 의미하는 건 아닙니다. 그와는 정반대로, 산업별 경계로 나뉘어져 있던 네 개 영역의 구분이 무너지고, 단일 산업으로 통합되어 보다 편하게, 보다 저렴하게 소비자에게 효용을 제공하겠다는 거죠. 소비자 입장에서는 전혀 나쁘지 않습니다.


C란 콘텐츠, N은 네트워크, P는 플랫폼, T는 단말기라고들 합니다(저자의 설명입니다). 저 자의 설명에 의하면, 이 네 가지 중 두 개 이상의 영역을 장악하고 있던 주체는 통신사밖에 없었는데, 앞으로도 그럴 것으로 가정합니다. 여기까지는 이해할 수 있는데, 그 다음에선 갑자기 "...오히려 다른 영역에 있는 사업자들이 실질적인 all-IP를 구현하고 있는 형국이다."며 다소 모호한 설명을 합니다. 앞뒤의 내용이 서로 배치되는 느낌입니다. 제가 이해한 바로는, "현 단계에서 all- IP의 주도권을 잡는 데에는 통신사가 가장 유리한 입장이나, 시장의 특성과 잠재력을 영리하게 간파하고 이슈를 선점하며 구체적인 개별 단계를 밟아 나가는 데에는 다른 기업들이 더 두각을 나타낸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지네요. 쉽게 말해서, 현재 땅을 가장 넓게 차지한 건 통신사이지만, 전투를 위해 자신들의 좁은 땅에나마 야무지게 전투 시설을 구비하고 개별 전투의 승리를 다짐하는 쪽은 다른 중소규모의 도전자들이라는 거죠. PCS가 도입되어 소비자(가입자)들을 대대적인 마케팅을 통해 끌어 모을 때만 해도, 016, 018 등의 통신 사업자(N)가 게임이나 영화 등의 콘텐츠(C)를 "생산(제작)"한다, 혹은 검색 사이트(P)를 운영한다, 이런 건 대단히 낯설게 느껴졌습니다. 심지어 폰을 직접 만드는(T) 일도 어색했죠(011 SKT의 "스카이폰" 브랜드는 예외겠습니다만). 쉽게 말헤서, 드라마, 영화, 게임을 만들고, 망을 관리하고, 포털을 운영하고, 단말기를 만들고, 이 모든 걸 한 회사가 다 맡아하는 게 all-IP죠. 저자의 설명에 따르면 KT가 싸이더스를 소유하고 있다든가 하는 게 다 그 예라는데, 이 외에도 구 하나로통신을 SKT가 SK브로드밴드로 흡수 합병한 일, 파워콤을 LGT가 인수한 일 따위가 더 실감나는 사례이겠습니다(같은 N 안에서의 흡수융합).


제 생각에는 all-IP란, 그저 패기있게 각 사업자들이 외치는 구호일 뿐, 가 까운 시일 안에 실현될 것 같지는 않습니다. 최소한 어떤 단일, 소수 사업자의 지배적 대두를 허용할 것 같지는 않아 보입니다. 그 점은 이 저자도, 위의 저 모호한 서술로 어느 정도는 자인하고 있는 셈이죠. 대표적인 컨텐츠 기업인 카카오가 과연 통신사의 위상을 넘볼 수 있을까요? 이 책의 p73(제 2부 1장)을 보시면, "이통사는 컨텐츠 기업의 덤프 파이프로 추락하고 말 것인가?"라는 화두가 던져져 있는데, 이는 이 1부 1장에서 논하는 all-IP 이슈와는 상당한 모순을 빚는 주장입니다. 또, 거대 통신사가 과연 네이버 등의 플랫폼 영역을 넘볼 수 있겠으며, 애플의 앱스토어 역시 그 기능을 어느 정도나 더 유의미하게 유지할 지는 여전히 미지수입니다. (이 중에서 그나마 가장 만만한 건 단말 제조 영역[T]입니다. 물론 애플이나 삼성 역시 거대한 자본력을 갖췄으니만치 이 볼만한 전쟁에서 종속 변수로 머물려 하진 않겠죠) 여러 필진이 관여한 기획이고, 다양한 시각들을 엿보고 공부하는 재미가 있는 책이니만큼 서로 모순되는 주장도 각각 음미해야 할 필요는 있습니다. 여튼 산업으로서의 all-IP 대두는 특히 소비자들에게 흥미로운 새 방향을 제시하지만(기존의 경계 소멸), 단일 기업이 패권자로 나설 것 같지는 않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러기엔 각 영역에서의 컨텐더들의 저력이 다들 만만치 않다는 점에서요.


페 이스북이나 트위터 모두, 본성상 반드시 모바일 친화적이어야 할 이유는 없습니다만, 소통의 대의가 유저들의 동선과 보다 밀착해야 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도대체 모바일을 버리고 유선에 집착할 수는 없는 일이죠. 실제로 모바일 트렌드를 가장 선도적으로 구체화하는 기업은 페이스북이며, 이 점에서 과연 21세기의 총아다운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이 책에 소개된 페이스북의 각종 약진상은 놀라우며, 이익 창출과 생존을 사명으로 하는 기업의 발빠른 행보와 비전은 여타 누구의 상상력이라도 따라갈 수 없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예전에 빌 게이츠가 "생각의 속도"라는 개념을 말했지만, 모두가 생각조차 하지 못하는 단계를 지금 여기서 현실로 보여주고 있다는 점에서, 과연 잘나가는 기업, 증시에서 한결 같은 기대와 낙관의 대상이 되는 기업은 뭐가 달라도 다르구나 하는 생각이었습니다. 그런데 우리는, 여기서 한번 저자들이 자꾸 강조하는, "최후의 승자"는 과연 누구일까?" 하는 질문에 귀기울일 필요가 있습니다. "최후의 승자"가 과연 존재해야만 할까요? 또, 그 후보들은 여기 제시된 기라성 같은 기업 중의 어느 하나가 되어야만 하는지요. 실제로 이 책 2장 2절을 보시면, 프라이빗 SNS를 비롯해서, 심지어 안티 소셜 서비스까지 등장하고 있는 모습입니다. 모바일 생태계에서 어느 한 서비스만으로는 모두를 만족시킬 수 없고, 다양한 서비스의 컨셉, 기능이 존재하는 게 자연스럽죠. 그런데 이 장에도 나와 있듯, 페이스북은 이 점을 간파하여 틈새 시장을 별도 서비스로 벌써 공략하고 있다는 겁니다. 한국의 네이버가 "밴드"를 통해 벌써 국내 시장을 선도적으로 창출하고 있는 점도 특기할 만하죠. 과거 유선 시대를 돌이켜 보면, 야후, 라이코스, 알타비스타, 그 외 각종 특성화 검색 엔진이 각각의 영역에서 자기 장기를 뽐내며 할거하는 모습이었으나, 지금은 구글 하나로 판도가 거의 통일된 형국이죠. 서비스는 다양화하되, 비용과 공급 구조의 합리화를 위해 패권자는 하나, 혹은 소수라야 한다는 주장도 나올 수 있습니다.


유료화의 이슈도 IT 업계의 영원한 숙제입니다. 과 거 프리챌이나 싸이월드의 몰락은 이 문제의 소프트랜딩이 결코 만만한 과제가 아님을 잘 알려 줍니다. 그런 의미에서 카카오톡의 성공은 정말 놀라운 일이고, 이제 겨우 흑자로 돌아섰다곤 하나 본디 안정적인 수익 구조의 설계, 안착이 지난(至難)한 게 이 바닥의 사정임을 고려하면 뭐 거의 기적에 가까운 일입니다. 이동전화 초창기 시절부터 문자메시지가 무료였던 일본(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일본은 우리나 미국처럼 sms 기반이 아닌, e메일로 펀더멘틀을 잡았기 때문이죠. 번호와 번호 간의 통신이 아니라, 메일 계정 둘을 통신사가 연결해 주는 구조입니다. e메일이 무료니 당연히 문자메시지도 무료였죠)에서, 우리처럼 "무료 문자"를 캐치프레이즈로 내세울 수는 없었습니다. 네이버의 라인 메신저가 일본에서 대거 약진한 건, 동일본 대진재가 그 계기가 되었다고 하는데, 자세한 것은 책을 직접 읽고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독자들이 가장 흥미있어할 만한 내용으로는 음성 매시업을 다룬 장이 아니었을까 생각하는데요. 영화 <설국열차>에서처럼 기계 하나로 통역이 자연스럽게 진행되면 정말 신기한 일이겠죠. 어떤 마술 같은 게 아니라, 최근 일반인에게도 잘 알려진 빅데이터, 그리고 음성 인식 기술이 융합되어 가능한 기술일 수 있습니다(책에서는 음성 인식 기술과 데이터 속도만 강조하는데, 그 이전에 방대하게 축적된 번역의 선례 데이터의 양이 있어야 가능한 일입니다). 그런데 저는 이 장을 읽으면서 못내 미심쩍은 게, 뭔가 저자분께서 "매시업"의 개념을 잘못 이해, 제시하신 것 아닌가 하는 점입니다. 매시업이란 두 개의 오리지널 소스를 연결해서, 유용한 제 3의 서비스를 창출해낸다는 의미입니다. 여기서 통역을 도와 줄 기술로는 1) 음성 인식, 2) 기존의 텍스트 번역기, 이 둘은 종래 전혀 별개의 영역에서 놀고 있었는데, 이제 3) 즉시 통역 서비스를 창출하는 데에 이 둘이 매시업 될 수 있다는 의미죠. 그렇다면, 영화 <설국열차>의 그 통역기는 매시업과는 무관할 가능성이 크죠(그 통역기가 중앙망에서 다른 db를 연결해서 관리하는 방식이 아니라는 점에서) 또, 퀄컴의 "스냅드래곤 보이스 액티베이션" 역시 자체 CPU에서 독립적으로  정보를 처리하는데, 이 역시 매시업의 범주에 넣을 수는 없겠구요(배추장수 소형 전자계산기가 매시업이 아닌 거나 마찬가지죠). 통합된 기기(단말기가 아닌 고립된 기기)에서 자체적으로 수행하는 건 이미 매시업이 아니라 그 자체가 오리지널입니다. 음성 통역이 자유자재로 되는 단계까지 갔다면 이미 그건 매시업 단계를 멀찌감치 초월한 거죠. 매시업은 지금 같은 초창기에서나 방법론으로 거론되는 거구요. 그리고 저는 근본적으로,통번역은 논리연산의 문제가 아닌 휴리스틱 이슈라고 생각합니다. 빅데이터나 연산 처리 속도, 망의 차원이 아무리 확대, 진화되어도, 질적으로 해결 못 할 문제가 남아 있는 겁니다.


고도로 통신기술이 발달한 세상에서는 더 이상 모바일과 유선의 경계가 존재하지 않을 것이라는 큰 그림만 얻어도 이 책을 읽은 보람이 있습니다. 우리는 지금 이동전화를 쓰면서, 이게 SK다 KT다 하는 구별, 또 게임을 하면서 이게 카카오톡에서 제공하는 것이다, 혹은 PC 상에서 이게 넥슨의 서비스다 NC의 작품이다 하는 인식이 있습니다만, 장 래에는 그런 개념 없이 그저 편하게, 중간 경로를 인식하지 않고 즐겁게 소비하는 선에서 다 끝낼 것이라는 말이죠. 우리가 래미안에 입주해 살면서, 그 벽지와 마감재, 콘크리트의 제조사가 어디인지 아무도 신경 안 쓰는 것이나 마찬가지로요. 모바일이 일상 생활에 유기적으로 통합되고 그 주도권을 가진다는 의미지, 다른 기기(예컨대 PC나 TV)를 모조리 대체한다는 건 아니지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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