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라면, 그건!
이시하라 아키라 지음, 황세정 옮김 / 책이있는풍경 / 201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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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고정관념에 매몰된 인생에겐 발전이 있을 수 없습니다. 때로는 발상을 혁신적으로 바꾸어 볼 줄도 알아야 합니다. 그러나 반대로, 무조건 기존의 생각 틀만 뒤집는다고 난제가 해결되는 건 아닙니다. 이래서 사람의 일이, 가정이건 회사에서건 어려움을 겪는 것입니다. 기계적인 절차와 공식에만 의존한다고 해결이 바로 도출되지 않기 때문입니다.

 

인생만사 새옹지마입니다. 한때 끔찍한 불운으로만 여겨졌던 것이 반전을 거듭하여 행운의 단초가 되기도 하고, 그 반대의 과정이 진행되기도 합니다. 현재 우리가 믿고 있는 많은 원칙, 받침대들이, 언제까지나 우리에게 과거처럼 성공을 보장해 주리라는 법은 없습니다. 역으로, 지금까지는 지극히 불리한 비능률 요소였던 것이, 앞으로는 절묘한 호기를 나에게 마련해 줄 수도 있습니다. 어찌 보면, 이 모든 것은 그저 받아들이는 사람이 어떻게 마음을 먹느냐에 따라 성격이 판이하게 달라질 수 있습니다.

 

저자 이사하라 아키라 씨는 경영 컨설턴트라고 합니다. 아마 그는 지긋한 나이의 경영자나 중진급보다는, 젊은이들에게 더 큰 인기를 누릴 것 같습니다. 기존의 상식을 완전히 뒤집는 역발상의 아이디어들을, 이 노란 표지의 예쁘고 작은 책에서 잔뜩 우리에게 선사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일본에서건 우리 나라에서건, 어느 특정한 사람을 따돌리고 배제하는 행태는 사회적으로 큰 문제가 되고 있습니다. 특히 일본이라면, 인위적으로 전체 분위기에 화합해야 한다는 일종의 강요에 가까운 주문이, 개개인의 뇌리를 강하게 짓누르기도 하죠. 이런 사회에서, 따돌림이란 극심한 공포로 다가올 수 있습니다. 저자는 반대로, "남을 왕따시키려는 사람의 일차 동기는 시샘과 질투이다. 당신이 얼마나 특출하면, 남들이 그처럼 시기와 모해를 일삼겠는가? 나도 왕따를 당하고 싶다!"라고 하는군요. 근데 사실 왕따도 왕따 나름이고, 정말 능력이 없고 가정 교육을 잘못 받아서(아니면 결손  가정 출신) 사회에 적응을 못 하는 경우는, 이런 생각을 하기 좀 힘들지 않을까 생각도 들었습니다.

 

겉모습이 전부는 아니다. 글쎄요, 이 역시 한국도 일본도 거의 같은 결론이 나올 수 있는 문제입니다. 전부는 아니지만, 상당히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는 게 외모의 단정한 관리입니다. 사람들은 흔히, 외모가 깔끔하게 관리되지 않은 사람은, 자기 관리 자체에 문제가 있다고 간주하는 게 보통입니다. 성형 수술까지는 필요 없지만, 자기 외모가 관리될 수 있는 최대한까지 일단 노력이라도 해야 한다는 게 저자의 주장입니다. 100% 동의합니다.

 

인터넷이면 다인가? 확실히 인터넷은 정보의 바다입니다. 이런 사이트가 있었구나, 내가 이런 좋은 정보를 모르고 지나칠 뻔했구나. 어떤 때는, 좋은 사이트에서 충분한 정보와 지식을 얻지 못하고, 피로해진 머리를 누이고 일찍 잠들어 버리면 약간의 죄책감이 느껴지기도 합니다. 그러나, 저자는 무엇이라고 말하느냐 하면, "실제로 만나는 (오프라인의) 사람들이야말로 최상의 정보 소스"라는 거죠. 사실입니다. 인터넷의 정보는 보다 보편적이고 넓은 범위에서 통할 수 있지만, 내가 만나는 사람들이 직간접으로 주는 정보는 나의 실생활과 밥벌이에 바로 도움이 됩니다. 그러니 만날 모니터 앞에서만 승부를 보려는 인간은 크게 성공하기 힘든 겁니다. 사람을 만나고 다녀야 합니다. 약간 불쾌하거나 불리한 정보, 자각도, 결국 나에게 언젠가는 현실로 다가올 문제 아니겠습니까. 현실은 많이 부대끼면 부대낄수록 나에게 이익이 됩니다.

 

일본이나 우리나 다 제조업 성공으로 오늘날의 풍요를 빚은 나라입니다. 끝도 없는 광대한 국토에 넘쳐 나는 천연 자원을 가지고도, 10년 사이에 두 번이나 부도를 선언한 어느 나라와는 비교가 되지 않습니다. 그런데 이런 제조업이 위기를 맞고 있다? 그러면 앞으로 한, 일 두 나라는 어떻게 미래를 헤쳐 나가야 할까요. 저자가 제시하는 건 "국민의 창의력"입니다. 창의력이 살아 있는 한, 먹고 살 거리는 뭐가 생겨도 생긴다는 게 결론입니다. 뒤집어 말하면, 창의력마저 고갈되는 그 날, 두 나라의 미래는 진정한 위기가 닥친다고도 하겠습니다.

 

출점이 중요합니다. 신규 점포부터 늘리세요. 바로 이것이 1990년대 우리 나라, 특히 은행가를 휩쓸던 경박한 풍조였습니다. 외환위기가 닥치자, 그간 무서운 줄도 모르고 점포만 확장하고 보던 은행들은, 바로 생존의 위기에 봉착했습니다. 명퇴에 감원에... 경영진의 판단 착오나 직무 유기가 부른 사태를, 일선 직원들이 고스란히 책임지고 수습해야 했죠. 저자는 바로 이런 안일한 자세를 경계합니다. 점유율 상승만을 바라고 무조건 확장 정책을 펴는 일부 제조업 섹터도 마찬가지입니다. 규모보다는 내실이 중요합니다.

 

해외로 진출해야 하는 것 아닌가? 만약 그렇게 한다 해도, 성공이 보장된 건 아닙니다. 이미 국내에서 검증된 방식을 또 되풀이하는 건, 창의력이 부족한 루틴의 반복일 수 있습니다. 차라리 국내에서 더 개량된 방법으로 성장을 도모하는 게 안전하기도 하고 일의 보람도 있습니다. 이것이 저자의 주장이나, 저는 이 대목에서는 좀 다른 생각이 들었습니다. 우선, 해외로 나간다고 해도 국내에서와 완전히 똑같은 방식이 통하지는 않습니다. 현지화 과정에서 많은 노력과 적응의 시간이 필요합니다. 또한, 성장의 기회는 (일본이나 우리나) 제한된 영토와 인구의 국내보다, 글로벌 시장에서 더 자주 만나게 되는 건 당연합니다. 오히려, 현실에 안주하려는 그런 자세가 현재의 일본처럼 침체된 상황을 만드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나더군요.

 

중요한 건, 기존의 틀에 얽매이지 않는 자유자재의 발상과 도전입니다. 이를 어떤 이름으로 부르건 간에, 고인 물은 반드시 썩게 되어 있습니다. 주위에서 뭐라고 하건, 과거의 성공 사례가 어떤 결론을 알려 주건, 나 앞에 대기하고 있는 현실은 언제나 살아 숨쉬고 예측을 거부하는 럭비공입니다. 이시하라 씨의 패기 있는 "나라면 그건?"을, 오늘 내 자신의 업무 환경에도 한번 대입해 보는 겁니다. 구체적인 성과는 안 나와도, 당장 기분 전환의 효과 정도는 누릴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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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콩집 이야기 땅콩집 이야기
강성률 지음 / 작가와비평 / 201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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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님과 집안의 지원, 그리고 무엇보다 나 자신의 건실하고 피나는 노력으로 사회에서 성공을 거둔 후, 그 시절을 느긋하고 아련한 시선으로 돌아보는 것만큼 흐뭇한 일도 없습니다. 요즘은 이런 분들이, "창작 소설"의 형식을 빌려 책을 내는 모습을 자주 보게 됩니다. 가벼운 회고담, 혹은 "그땐 그랬었단다." 같은 친근한 형식일 수도 있고, 그 내용 중에 "한국 전쟁 당시 미군의 오폭"이라든가, "치열한 좌우 대립 와중 소중한 인명의 살상" 같은 대단히 무거운 주제가 끼어드는 수도 있습니다. 어느 편이건 간에, 그 나이 또래의 독자에게는 잦은 공감과 진한 회한, 감회를 유발할 것이며, 그보다 어린 독자에게는 "아, 어르신들이 그런 신산한 세월을 살기도 하셨구나." 같은 깨달음을 갖게도 할 것 같습니다.

주인공 이태민은 소설의 시작부터 국민학교 5학년의 모습으로 나옵니다. 아주 재미있는 아이입니다. 우선 아주 개구장이이고, 한시도 가만 앉아 있지 못하는 활기 넘치는 소년이지만, 은근 속이 깊고 타인을 배려하고 싶어하는 성격입니다. 실제로 학급에서 반장에도 여러 번 선출되는 걸로 나오는데(이 소설의 끝은 그가 대학 입시를 치르고 진학에 성공하는 장면입니다), 애들 앞에 막 나서길 좋아하고 독선적인 모습이라기보다, 뭔가 수줍어하며 자주 양심에 (괜히) 찔리기도 하는 은근 내성적인 캐릭터입니다.

태민이가 이렇게 구김 없으면서도 남을 배려할 줄 아는 성격으로 자라난 건, 그의 부모님의 영향이 아주 큽니다. 굴비로 유명한 전남 영광군 바다에 면한 칠산이라는 동네가 있는데, 가문에서 대대로 종묘와 선산을 관리하던 전주 이씨의 뼈대 있는 집안입니다. 유복한데다 학식도 제법 갖춘 집안 분위기였고, 아버지는 엄청 자상하고 능력도 있으며, 부부 간의 금슬도 중히 여기는 분이지만, 때로는 어머니와 싸움도 하는 혈기가 있습니다. 엄마가 아빠와 싸울 때마다 태민이는 엄마의 역성을 듭니다. "저런 사람하고 엄마는 뭐하러 사는겨?(참 철없는 투정입니다)" 엄마는 그럴 때마다 "그런 소리 마라. 네 아버지 같은 사람도 어디 있는 줄 아냐? 인물 좋지 집안 좋지, 사람 믿음직하지..." 태민이는 고개를 갸웃하면서도, 엄마 말을 따를 수밖에 없습니다.다른 사람도 아닌 엄마가 하는 말이고, 엄마 역시 번듯한 가문 출신이란 긍지를 몽매에도 안 잊고 사는 분이라서죠.

사실 그것보다 더 중요한 이유가 있습니다. 태민이는, 엄마의 눈에나 아버지가 보기로나, 혹은 무관한 제3자의 평가로나, 아버지를 쏙 빼어닮은 모습이기 때문입니다. 본인이 그걸 인정하고 싶건 아니건 말입니다. 그러나, 태민이는 이거 하나만큼은 마음 깊이 다짐합니다. "나는 내가 사랑하는 여자에게, 절대 손을 대는 일은 없을 거야!" 실제로 이 소설은, 정말 다양한, 웃기고도 슬픈 여러 촌극과 실화가 소개되는 중, 주인공인 소년 태민이 "진짜 사랑"을 찾아나가는 스토리로 볼 수도 있습니다.

태민은 유쾌하지만 진지한 면도 있는 소년입니다. 이런 그도 어느덧 사춘기를 거쳐 왕성한 성적 호기심에 눈 뜨는데, ... 경숙, 은경, 점순 같은 여성이 이 소설 후반부에서 그와 잠시, 혹은 길게, 모종의 교감을 나누거나 액션이 돌입하는 이들입니다. 태민에게 큰 기대를 가졌던 담임 선생님 중에 심영진이라는 분이 있었는데, 이분은 대단히 엄격하고 추진력 강한 인사로 별명이 "호랑이"입니다. 어느 날 흥식이라는 학생이  방과 후 귀가 하지 않고, 우연히 빈 교실 밖에 있다가, 심 선생과 여교사 진 선생의 노골적인 정사를 구경하게 되고, 이를 들킨 뒤 심선생에게 아주 호되게 잡도리를 당합니다(그 반대가 아니고요). 이로 인해 흥식은 시름시름 앓게 되는데, ..... 이 소설에는 이처럼 그 작은 시골 마을에서 성(性)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갖은 해프닝이 다 소개됩니다.

성이 주는 쾌감과 일시적 육욕 만족에 휘둘리면 그러나 큰 일을 할 수 없습니다. 탱민은 비록 진학 과정에서 우여 곡절을 겪었지만, 자신의 미래에 대해 큰 희망을 품고 사는, 기본이 바로 박힌 아이입니다. 그는 결국 해냅니다. 이로서 그의 미래는, 작은 고향 마을을 넘어, 호남 전역, 그리고 대한민국을 아우르는 데까지 시야가 넓어집니다. 소년은 주변으로부터 여러 영향을 입지만, 그의 심중에 끝까지 남은 건 긍정적이고 통합적이며 건설적인 마음가짐입니다. 소설 중간중간에 한국 현대사의 큼직한 사건들이 곧잘 스쳐가는 건 이를 암시함입니다. 이어지는 책이 과연 나올까요? 궁금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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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하기에 늦은 때란 없다
표선희 지음 / 나래북.예림북 / 201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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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늦었을 때가 가장 빠른 때라는 말도 있지만, 어떤 사람은 이를 비꼬아서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진짜 늦은 때"라고 하기도 합니다. 사실 아무리 늦었다고 해도, 일을 무책임하게 방치하는 것보다는 나을 수 있습니다만, 반대로 이미 데드라인이 지난 것, 괜한 헛수고만 늘리는 결과를 가져올 수도 있습니다. 다만 책임 있는 사회인이라면, 손익의 주판알을 경멸스럽게 놀리는 것보다, 당당하게 제 본분을 마치고 심판을 기다리는 게 올바른 자세이겠습니다.

 

하물며 그 "시작"이, 공적인 업무나 타인으로부터의 위임이 아닌, 자신의 꿈을 실현하기 위한 노력이라면, 이에는 조금의 망설임이 끼어 들 필요가 없다는 게 저자의 주장입니다. 그래서 결론적으로 우리 독자들에게 해 주는 말이, "당신의 꿈 그 실현을 위해, 인생을 다시 시작하기에, 늦은 때란 없다."입니다.

 

저자는 독자에게 대단히 큰 의욕을 솟게 하는 말을 하고 있습니다. 호랑이가 양떼들 사이에 섞여 처음 느끼는 건, "왜 나는 저들과 다르까?" 같은 비애감이라는 거죠. 그런데 호랑이가 이후 옮아가야 할 단계가, 1) "그러니 절망하고 포기하자" 일까요, 아니면 2) "나는 저들과 다르니 다른 삶을, 그것도 지금 당장...!"이어야 할까요? 답은 자명합니다. 저자가 이 책 내내 강조하는 건, "당신은 남과 다르며, 비범하다."입니다.

 

짐 캐리의 유명한 일화가 나옵니다. 아주 보잘것없는 배우 지망생 시절, 그는 자신의 이름으로 된 거액의 수표를 항상 몸에 지니고 다녔습니다. "언젠가 나는 이 수표를 은행에 가서 현금으로 바꿀 것이다." 이처럼, 성공하는 사람은 꿈을 자신의 의식 최전면에 내세우고, 자신의 일상 중 가장 중요한 일부로 만든다는 게 저자의 주장입니다. 나도 믿지 않는 나의 꿈을, 과연 누가 인정해 주길 기대할 수 있겠습니까?

 

<내가 상상하면... >의 저자 리처드 브랜슨의 일화도 나옵니다. 그는 지금이야 우리가 다 아는 버진 그룹의 회장이지만, 젊어서의 그는 아주 많은 고생을 했고, 그 와중에서도 "내가 손대는 일은 모두 잘 될 것이다."는 불굴의 각오로, 우리 일반인의 시선으로는 무모하기 짝이 없는 일을 참 많이도 벌였습니다. 그가 설령 실패를 했다 해도, 이는 다음 번에 결코 같은 실수를 되풀이하지 않을 그의 자산, 밑거름으로 작용했습니다. 이로서 그는 우리에게 "도전의 아이콘"으로 우뚝 설 수 있었던 것입니다.

 

최고가 되려면 최고에게 배워야 합니다. 그런데, 아직은 최고가 아닌 상태에서, 거절과 문전박대의 위험을 무릅쓰고 최고를 찾아간다는 결심 자체가, 하기 쉽지 않은 결단입니다. 저자는 "당신은 최고가 될 수 있다. 이를 의심하지 말고, 최고를 찾아 그 가장 좋은 점을 찾아 배울 용기를 품어라."고 우리에게 주문합니다. 만약 이럴 엄두가 안 나는 사람은, 최고가 될 자신을 스스로도 갖지 못한 사람이라고 하겠습니다. 이것이 바로 준오헤어 강윤선 대표가 비달 사순을 찾아간 배경이었습니다.

 

나는 최고라는 확신은 때때로 스스로에게 강한 회의를 불러일으킵니다. 누구나 다 자신이 최고라고 생각하는데, 그건 큰 착각이 아닐까? 그저 제 마음만 당장 편하고 싶은 자기기만과, 성공하기 위한 필수 조건인 자기 확신은, 그가 행동력이 따라 주는 확신을 가졌는지, 그렇지 않고 제한된 자기 패거리의 범주 내에서 영원히 밖으로 나올 줄 모르는지에 의해 갈라진다고 여겨도 좋습니다. 중요한 건 행동과 실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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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황님의 유머 - 그리운 스승 요한 23세의 메시지
요한 23세 지음, 신기라 옮김, 최현식 감수 / 보누스 / 201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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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대한 인물들의 공통적인 특징은, 언제나 위트와 유머를 잃지 않는다는 사실입니다. 만약 어떤 인물이, 그 업적이나 능력은 출중한데, 일상이나 공식 석상에서 전혀 웃음기를 드러내지 않는다면, 그 사람은 악인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대부분의 독재자가 이런 컬러를 띠고 있으며, 그 예로는 나디르 샤, 스탈린 같은 인물을 들 수 있습니다. 유머나 농담은 고사하고, 잔잔한 웃음을 머금는 순간도 찾기 드뭅니다. 살아 온 과정에 상처가 많아서 그렇습니다. 자신의 상처도 채 다스리지 못하는 사람이, 어떻게 타인을 위해 올바른 일을 할 수 있겠습니까?

 

주세페 롱칼리(이 책에서는 "론칼리"란 표기를 계속 유지합니다) 신부, 나중의 주교, 나중의 추기경, 그리고 나중의 교황이 된 분은, 농민의 아들이었습니다. 그랬기에 그는 이탈리아 농민 특유의 웃음과 소탈한 태도가 언제나 몸에 배인 모습이었습니다. 그 자신이 민중의 간난과 역경을 몸소 체험하며 자란 분이었기에, 고위직에 올라서도 언제나 그는 하층민의 수고와 애환을 잊지 않았습니다. 이 책에 실린 일화들은 따라서 의도적으로 창작되거나 윤색된 게 아니라, 있는 그대로의 인간 롱칼리를 대변하는 사연입니다. 전 독일 총리 헬무트 콜의 경우, 그의 의도와는 전혀 무관하게 기믹의 대상이 된 것과는 많이 성격이 다르죠.

 

전지전능한 신을 섬기는 고위 성직자이지만, 아무리 명철하고 사리 분별이 바른 그도, 언제나 "신의 섭리"가 종종 빚는 부조리함, 참상, 어이없는 비극을 모두 이해할 수는 없었습니다. 하지만 얕은 지식과 서 푼짜리 학문으로부터 잣대를 애써 빌리기보다, 그는 겸손하고 신중한 자세를 일단 취하였습니다. 그는 종종 개인적으로도, 능숙하고 세련된 처신으로 바로 응대할 수 없는, 난관에 봉착한 적이 있었습니다. 이 두 가지 경우에, 그가 선택하여 꺼내 든 답은 바로 "유머"였습니다. 이 책은 그의 유머 중, 깊은 교훈을 주거나, 의외로(그는 격의 없고 대중에게 친근한 교황으로 유명했지만, 오래 전 분이니만큼 그의 일거수 일투족이 다 알려진 건 아니었습니다. 요즘이라면 달랐겠죠) 알려지지 않았던 일화를 담고 있습니다.

 

p94에는 드와이트 아이젠하워 대통령과, 이 책의 주인공 요한 23세의 만남을 담은 사진이 있습니다. 두 사람은 비슷한 시기에, 세계의 상당수 인구에게 강력한 영향력을 끼치는 지도자의 위치에 있었고, 이 사진이 잘 드러내는 것처럼 개성도 서로 많이 닮은 모습이었습니다. 다만 아이크의 경우, 언제나 보기 좋은 파안대소의 모습을 드러낸 건 아닙니다. 예컨대 1952년 공화당 전당 대회에서, 그가 젊은 리쳐드 밀하우스 닉슨(부통령 후보)과 함께 대권 도전권을 따 내었을 때, 그의 미소는 왠지 억지로 웃고 있는 것만 같습니다. 반면, 롱칼리 주교, 대주교는, 남아 있는 모습이 언제나 평온하고 진정 어린 심성을 드러내는, 온화하고 착한 웃음을 만면에 머금고 있죠.

 

요한 23세 대에 들어서야, 대중은 교황을 보다 친근하게 대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래서 붙은 별명이 "파파 지오반니"였습니다. 그의 자연인으로서의 이름은 물론 주세페이지만, "요한"을 이탈리아식으로 부르는 이름이 "지오반니"였기 때문입니다. 보수적인 사람들이 눈살을 찌푸린 건 당연합니다(차라리 "파파 주세페"라고 부르는 게 조금이라도 덜 무례했을 지 모르죠). 여튼 이를 놓고, 주세페(이름) 파파(성)라는 어느 이탈리아 재력가와의 사이에 벌어진 재미있는 일화도 실려 있습니다. 역자 최현식 신부의 정확한 주석을 통해, 유익한 상식을 배울 수 있는 건 덤입니다.

p166을 보면 경호원에게 "간수 양반"이라고 부르는 재미있는 대목이 있습니다. 이 유머의 첫째 의미는, "백성으로부터 교황을 유리시키는 이가 간수 아니면 뭐겠냐"는 아주 가벼운 항의의 뜻이겠고, 다른 면에서 지난 시절, "아비뇽 유수"처럼 교황이 세속의 물리력에 굴해서 실제로 수인의 처지가 되었던 사실을 살짝 암시하는 의도도 있었겠습니다.

 

p207을 보면 국무성성 장관 임명을 둘러싸고 빚어진 작은 소동이 소개됩니다. 보수적인 인사들은, 모 추기경을 그 직에 임명할 의향이 있느냐는 질문을 그에게 던지는데, 이는 아직 롱칼리 추기경이 콘클라베에서 교황에 선출되기 전이었습니다. 그는 비록 본의야 이미 정해졌다고 해도, 차기 교황으로서 말은 신중해야겠다고 생각합니다. 그는 확답을 주지 않습니다. 그러나 길게 모호한 답을 한 후, 마지막으로 한 마디를 덧붙입니다. "그런데 내가 그분을 임명할 생각이 있다고 누가 그러던가요?(즉, 아니 그걸 어떻게 알았어?의 의미겠죠)" 사실 이 일화는 정치적으로 미묘한 파장을 몰고 올 수 있는 에피소드인데, 여튼 이런 다소 곤란한 상황에서도 그는 유머와 여유를 잃지 않습니다.

 

p74를 보면, 부하직원이라고 해서 그의 존엄이 무너질 만큼 호되게 야단을 쳐서는 안 된다는, 요한 23세의 너그롭고 온화한 마음이 잘 드러나는 일화가 있습니다. 이래서 고위직에는 평범한 이들의 마음을 잘 이해해 줄 수 있는 인사가 취임해야 하는지도 모릅니다. 대중과 국민의 정서와는 전혀 동떨어진 모습을 노출하는 일부 정치인들의 행태를 보면서, 우리는 언제쯤 이런 지도자를 갖게 될지 깊은 한숨을 내쉬게도 됩니다. 여러 면에서 이 전설적인 교황과 컬러가 비슷하다는, 현 프란체스코 교황에게도 많은 기대를 가지게 하는 책이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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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접의 전설 2014~2015
인앤잡 출판기획팀 엮음 / 인앤잡 / 201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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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직난이 너무도 심각한 현실입니다. 20대 대부분이 백수라는 "이태백'이라는 말이, 전혀 과장이 아닙니다. 다 들 치열한 취업 관문을 뚫기 위해, 밤을 새워 가며 책을 파고 있습니다. 스펙도 다들 뛰어나고, 즉석에서 물어 보면 각종 지식도 입에서 술술 나오는 모습입니다. 어디다 내놓아도, 예비 사회인, 직장인으로서 꿀릴 게 없는 모습 같습니다.


그런데 왜 취업의 관문에서 번번히 고배를 마시는 청년들이 속출할까요? 이는, 객관적인 채용 규모가 적어서인 이유도 있지만, 개인 차원에서 이유를 찾자면, 면접이라는 진짜 관문을 넘지 못하고 다들 넘어지는 데에 이유가 있습니다. 기업의 경우, 학식이나 지식, IQ, 스펙 등에 집착하기보다, "이 지원자가 진짜 우리 회사 편이 될 수 있는 인물이고, 제 능력을 다른 동료에 비해 뒤떨어지지 않게 발휘할 수 있는 사람인가"에 보다 초점을 두고 관찰합니다. 떨어진 사람 입장에서는, 너무 막연하고 주관적인 것 아닌가 생각이 들 수도 있지만, 그 자리에서 오랜 실전 경력을 쌓으며, 숱한 사람을 보아 온 인사 담당자의 입장에서는 "척 보기만 해도" 그 사람의 잠재력이나 전망, 우리 회사에 갖다 놓으면 어떤 모습을 보이겠다는 게 눈에 훤히 그려지게 마련입니다. 구직자로서는 따라서, 이런 기업이 어떤 인재상을 요구하는지 미리부터 철저히 대비하여, 자신이 그런 회사가 요구하는 인적 자원으로 먼저 거듭나는 수밖에 다른 방법은 없습니다.


면접은 어찌 보면, 인재를 평정하는 데에 있어 가장 정확한 방법입니다. 구직자의 입장에서도, 한번 이렇게 처지를 바꿔 놓고 생각해 보십시오, 누가 내 누나, 여동생과 결혼하려 든다면, 스펙이나 가문, 학력만 보고 그 결혼 여부를 찬성 혹은 반대할 수 있겠습니까? 아무리 외적 조건이나 경력이 화려하더라도, 인물이 풍기는 분위기나 매너, 행동거지, 혹은 그 자리에서 어떻게 즉석 반응을 무리 없이 보이느냐를 보고, 이 사람을 집안에 들여야겠다 혹은 아니다를 결정하는 게 보통입니다.


기업은 이윤 추구를 위해 시장에서 생사를 건 집단 전투를 벌이는 조직입니다. 어디 가서 비웃음이나 안 당하게 처신이 확실해야 하고, 맡은 바 일은 빈틈 없이 잘 처리해야 하며, 무엇보다 주위와 잘 융화하고 팀과 회사를 위해 딴 마음을 품지 않는 "우리편"이 될 수 있는 인재라야 합니다. 내가 기업의 의사 결정권자라면, 당연히 이런 사람을 신입사원으로 뽑지 않겠습니까?


이 책 1장에는 면접 전략이 나와 있습니다. 이 책 해당 파트에 소개된 전략이란, 사실 대한민국에 근거를 두고 사업을 하는 회사라면, 거의 공통적으로 의지하고 현실에 적용하는 원칙들로 가득합니다. 기업에 몸 담고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라도(인사 담당자가 아니라도) 공감할 수 있는 내용들입니다. 그 러니, 자신이 지원하려는 회사가 어디이든 무관하게, 이 파트는 정독에 정독을 하며 명심해야 할 것 같습니다. 단지 면접을 통과하기 위한 요령이 아니라, 사회 생활의 기본을 가르쳐 주고 있다 해도 틀리지 않는, 금언과 원칙으로 채워져 있습니다.


인성면접의 핵심은 "나만의 스토리를 만들라"입니다. 사실, 조직 생활에 적합하지 않은 사람은, 인식과 사고가 파편화되어 있습니다. 자기 딴에는 임기 응변을 한답시고, 앞뒤가 맞지 않는 합리화를 시도하거나, 주변이 공감할 수 없는 무리한 주장을 하기 일쑤입니다. 스토리는 성실성의 표현이며, 표리가 부동한 사람은 스토리의 일관성을 유지할 수 없습니다. 이런 일관성과 성실성은 사회 생활, 조직 생활의 가장 기본되는 덕목이기 때문입니다.


토론 면접은 같은 팀 안에서의 조화와 호흡이 중요합니다. 공격적인 태도는 금물이라고 합니다. 공격적이지 말라고 해서, 아무 날카로운 논점 없이 분위기에 영합하는 걸 말하는 게 아닙니다. 조 직에서 가장 기피되는 사람은, 바로 무능한 사람입니다. 예리하고 남들이 채 짚지 못 한 포인트를 지적하되, 다른 이들의 감정을 상하지 않게 해야 합니다. 물론, 무능 열등 콤플렉스에 사로잡힌 이는, 유능한 타인은 그 존재 자체가 자신에겐 무조건 악덕을 의미하므로, 이런 사람까지 감정을 안 상하게 배려할 방법은 없긴 합니다.


역량 면접과 전문성 면접은, 구직자가 자신이 지원하려는 해당 기업의 정보를 정확히 알고 대처해야 하는 전형입니다. 자신이 평생을 몸담겠다면서, 정작 회사에 대한 정보는 지극히 피상적이거나, 상식 수준에서 넘는 내용이 없다면, 인사 담장자의 입장에서는 황당하기까지 합니다. 이 역시, 구직자로서 최소한의, 정말 최소한의 성실성을, 외부를 향해 증명하는 방법입니다.


이 책의 2부는, 구직자들로부터 선망의 대상이 되는, 대기업과 중견 기업의 정보가 거의 빠짐 없이 나와 있습니다. 혹시 아직, 막연하게 취직해야겠다, 백수가 되어서는 곤란하지 같은 바람 외에, 구체적인 비전이 없는 취준생이라면, 이 책에 나와 있는 엄청난 정보를, 찬찬히 읽고 연구해 보십시오, 대한민국에 이렇개나 많은 기업이 있습니다. 이 중에, 내가 몸담고 내가 자아실현을 할 수 있는 적합한 곳이 설마 한 군데가 없겠습니까?


정보에 대한 탐색이 어느 정도 마무리되었다면, 구체적으로 몇 군데를 정해서, 그 회사가 무엇을 하는 곳이다, 직원에 대한 급여와 복리후생 수준은 어떻다(책에 다 나와 있습니다) 같은 정보를, 머리에 계속 담고 평소에도 그 회사의 조직원이 이미 되어 있는 양, 계속 시뮬레이션을 하고 혼자서라도 진지하게 고민을 해 봐야 합니다. 이 과정이 빠르면 빠를수록 좋습니다. 이게 바로 "준비된 (그 회사의) 직원"입니다. 이는 단편적 정보의 암기가 아니라, 마음가짐의 채비입니다.


제일기획의 정보를 보면, 직원 평균 연봉이 5700만원대입니다. 여기 수록되어 있는 유수의 기업 중에서도, 대우가 단연 좋은 편에 속합니다. 한때 대한민국에서 광고회사도 참 많이 생겼지만, 역사와 전통, 그리고 실적까지 구비한 채 지금까지 이렇게 잘나가는 곳은 드뭅니다. 세련된 옷차림과 매끄러운 매너는 기본입니다. 선망의 대상이니만치, 지원자는 마음가짐을 단단히 먹어야 합니다.


삼성물산, 두 말이 필요있을까요? 책에 나온 정보를 보면, 이 회사의 건축 사업 부문 비중이 40%로 나옵니다. 삼성물산은 1990년대 초부터 이 분야에 뛰어 들었는데, 결과는 대단히 성공적이라서 아파트 브랜드 가치 1위를 다투는 래미안이 바로 이 기업의 산물입니다. 나만의 스토리 정립도 중요하지만, 내가 지원하려는 기업의 지난 이력이 어떤지 아는 자세야말로 기본 중 기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신한은행 파트를 보면, 설립일이 1897년으로 되어 있습니다. 미스프린트가 아닙니다. 신 한은행은 사실 1980년대 초반에 설립된 재일교포 자본 주축의 신설 은행입니다. 연혁이 이렇게 된 이유는, 외환 위기 이후 이 기업이 조흥은행을 인수하고 그 역사까지를 계승했기 때문입니다. 이처럼, 한국의 기업은 그 자본주의 발달의 오랜 역사 만큼이나 나름 복잡한 역사를 가지고 있습니다. 현재의 모습에만 근시안적으로 집착하는 태도는, 자신이 지원하려는 기업에 대한 단편적이고 그릇된 이해에 그치는 결과를 낳고, 이것은 담당자에게 결국 좋지 못한 인상을 주는 결과에까지 귀착합니다. 면접에서 매번 떨어지는 이들은, 외모 단정이나 순발력 외에, 어떤 면에서 자신이 진정 부족한지 깊이 생각할 필요가 있습니다. 자신을 뽑지 않는 기업이 바뀌기를 기다리겠습니까, 아니면 먼저 자신이 변화해야 하겠습니까?


업계 동향 소개도 눈여겨 읽어야 합니다. 지원자가 먼저, 기업 친화적인 태도를 가지고 적극적으로 마인드세팅을 해야 한다고 말씀 드렸지만, 사 실 기업 좋으라고 취직하는 게 아니라 내 미래의 건설이 더 우선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앞으로 어떤 기업이 뜨고 어떤 업종이 사양길인지는, 큰 그림을 그려 두고 정확히 이해할 필요가 있습니다. 요즘처럼 구직난이 심한 시절에 한가한 고민 아닌가 생각할 수도 있지만, 급할수록 돌아가라는 말처럼, 정말 현명한 사람은 개별 전투에서도 민첩하게 머리가 돌아갈 뿐 아니라, 큰 전략의 그림도 동시에 잊지 않는 사람입니다. 작은 책 안에, 한국 경제의 거시와 미시, 그리고 구직자의 비전과 당장의 단기 전술까지 두루 담은, 매우 유익한 책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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