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을 말해줘
존 그린 지음, 박산호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1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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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못은 우리 별에 있어>의 최대 미덕은, 물론 감동적인 이야기 구조의 창조에도 있습니다. 아직 한창 나이들이고, 더군다나 학교 최고, 아니 그 지역 일대에서 최고 킹카로 소문난 남자애가, 얼토당토 않게만 느껴지는 암에 걸려서 곧 죽을 운명이라니, 세상에 이처럼 부당한 일이 어디 있을까요? 살 만큼 산 늙은이들 중에, 남에게 몹쓸 짓을 한 극악무도한 치들도 많을 텐데 말입니다. 천도(天道)라는 게 있으면 그런 것들을 먼저 데려가야 마땅하지 않겠습니까? 대체 그 생떼같은 소년에게 무슨 죄가 있다는 건지요. 그래서 소설 제목은, "인간에게는 무슨. 잘못은 그저타고난 별자리에나 있었을 뿐인가보지." 같은 냉소적, 체념적 어구를 달았던 것이었습니다.

 

이 소설 <이름을 말해줘> 역시, 존 그린의 진짜 재능이 어디 있었는지를 확연히 보여주고 있었습니다. 전작이 이야기상 그 이상으로 비극적일 수 없는, 대단히 부조리한 스토리를 다루고 있었고, 뻔히 예견할 수 있는 주인공의 죽음이란 결말을 영리하게 예비하는 데에 성공했다면, 이 작품은 그 비결을 고스란히 살려 가며, 전작에서 심각하게 상처 받은 마음을 능수능란하게 어루만져 주고 있었습니다. 그 비결이란 바로 누구도 따라할 수 없는, 존 그린만의 천재적인 말솜씨와 재치입니다.

 

영미소설의 진짜 매력에 대해 우리 국내 독자들은 간혹 오해하는 바 있습니다. 물론 그들은 고급 문예를 이끌어가는 선두 주자이고, 이미 동양의 그것을 역전한 지 오래인 문예, 그 전통의 어드밴티지를 입어 그 깊이와 우열 면에서도 (솔직히) 우리의 것을 넉넉히 앞지릅니다. 그들 역시 그들만의 정서와 느낌에 갇히는 바 없지 않을 텐데도, 이를 달성하고 남은 힘만으로 지구 반대편의 우리들에게까지 이처럼이나 보편적인 공감을 전달하고 있지 않습니까?

 

그러나 이 존 그린의 예에서도 알 수 있듯이, 그들의 진짜 강점은 쉴새없이 터져 나오는 고급의 유머와 해학에 있습니다. 물론 이 작품에서 존 그린 특유의 말장난은, 전작에서만큼은 돋보이지 않습니다. 전작의 경우, 감당이 안 되는 최루적 상황이, 현란한 유머와 극명한 대비를 이루는, 일종의 호조건이 갖추어져 있었습니다.

 

반면, 이 작품 <이름을 말해줘>는 어떨까요? 주인공 소년(결국 전작처럼 초점은 남주에게 놓인다는 것 역시, 아직까지는 눈에 띄는 설정상의 한계이자 여성 독자들의 불만일 것입니다)이 천재형 두뇌를 가진 것으로 나오기에, 또 저들 문화권에서는 재담(才談)의 만발이야말로 정신의 우월성을 입증하는 하나의 증거로 보기에, 이 소설에서 어느 정도 말의 향연이 펼쳐질 지야 독자들이 그 마음의 준비를 잔뜩 하고 있었기 때문이겠습니다.

 

냉정히 말해 약간 쉬어가는 작품으로도 보입니다. 존 그린의 작품은 이처럼 비정상적으로 잘 돌아가는 두뇌를 가진 인물을 등장시키는 편을 선호하죠. 전작에서는 비록 조연이나 플롯의 핵심에 기여하는 (노년의) 네덜란드 작가가 나왔었고, 이 작에서는 보시는 대로 (어린) 남주 자신이 그런 인물입니다. 본디 장유유서의 개념이 없는 그들이지만, 여튼 우수한 두뇌의 힘을 빌려서건 (그렇지는 못하나) 순수한 마음의 원활한 작동에 기댄 재치의 발휘이건, 날카롭고 재치있는 언사의 대결 역시, 언제나처럼 그의 작품에서 중요한 볼거리를 제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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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 레논 레터스
헌터 데이비스 지음, 김경주 옮김 / 북폴리오 / 201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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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의 발달로 대중의 시대가 본격 개막한 이래, 비틀즈만큼 전세계적으로 반향을 일으켰던 예인 집단은 아마 없었다고 생각합니다. 이 밴드를 이룬 4인 중에서도, 특히 사실상의 리더였던 존 레넌은, 뮤지션으로서 이룬 음악적 성취와, 인도주의자, 평화애호가, 그리고 뚜렷한 개성을 지닌 한 인간의 행적, 이 두 가지 면에서 강력한 인상을 당대인, 그리고 후대인에게 남겼습니다. 

어느날 갑자기 한 정신이상자의 습격을 받아 유명을 달리한 충격적 사건 때문에, 존 레논은 그를 사랑하던 이들 사이에서뿐 아니라, 그를 딱히 사랑하지 않았거나, 무시로 그가 대중을 향해, 정치인들을 겨냥해, 타락하고 폭력적인 세상을 두고 던지던 메시지 때문에, 그를 꺼리기까지 했던 이들에게조차, 깊은 인상을 주었고 특별한 존재로 남게 되었습니다. 최근의 신해철 씨 사례에서도 알 수 있듯, "아직 때가 아닌데 일찍 갔다"고 여겨지는 이들, 특히 예술인들은, 더 각별한 의미로 동시대의 살아 남은 자들 그 뇌리에 새겨지는 지도 모릅니다. 그 죽음의 과정이 안타까울수록, 혹은 불의스러움이 더 깊이 개입했다고 여겨질수록 더욱 그렇습니다.

어쩌면 그는 이 충격적인 죽음을 통해, 일종의 신화로 남았는지도 모릅니다. 존 레논은 물론 아름다운 목소리, 그리고 그가 남긴 노래들을 지구촌 곳곳의 누구라도 애송, 애창하는 그 범위와 실태만 보아도 알 수 있듯, 인류가 배출한 뮤지션 중 단연 첫째, 둘째의 왕좌에 놓여도 이상할 것이 전혀 없는 음악성을 자랑합니다. 그러나 논자에 따라서는, 음악적 역량으로만 따지면 같은 팀의 폴 매카트니에 미치지 못했다고 평하는 이도 있습니다(물론, 예인의 능력치 순위를 매기는 것만큼 미성숙하고 불필요한 소동도 없다는 점에서, 누구 사이의 무슨 우열을 따지는 일은 진정 무의미합니다). 하지만 매카트니의 그것에 비해, 존 레논의 현재 위상이란 단순 비교가 좀 어려울 만치 높아져 있습니다. 그는 거의, 그리스 신화에 등장하는, 어떤 위격을 가진 반신(半神)적 존재나 아닐까 때때로 착각될 만큼입니다.

이 책은 존 레논이, 그의 지인들과 연인, 그리고 다양한 관계자들에게 띄운 서신을 모아 놓고, 이를 비평적으로 분석하거나 회고하는 책입니다. 제목이 저렇게 되어 있어서 정말 편지만 모아 놓은 책인가 보다 하고 잘못 생각했더랬습니다. 존 레논의 노래들을 평소에 흥얼흥얼 읊는 이들이라고 해도, 그가 보인 후년의 다분히 정치적인 행보에 대해서는 불편해할 수 있습니다. 아마 그런 사람이라면, 그가 남긴 편지에 대해서도, "또 무슨 설익은 평화주의자 특유의 몽상적 푸념이나 잔뜩 담겨 있을 듯" 같은 오해나 부르기 쉬울 것 같은 겉모습이었죠.



사진에서 보시듯, 책은 제법 큰 사이즈에 두껍기까지 합니다. 펼쳐 보면, 고급 백상지에 천연색 인쇄더군요. 이런 책치고는 값이 비싸지 않은 편이라(비슷한 사양에 3만원대 후반~ 4만원대 초반까지 매겨지는 경우를 많이 보아서요), 아 내용은 그냥 레논의 편지만 줄창 나오겠구나 짐작했습니다. 그런데 그렇지 않고, 저자들의 설명과 분석, 주석, 평가가 상당히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었네요.




그가 보낸 엽서(위에 적었지만 천연색 인쇄라서, 당시 이런 예쁜 엽서가 발행되었구나 같은 눈호강을 독서에 겸할 수 있습니다. 우표도 아니고 민간에서 자유로이 찍을 수 있는 엽서야 하긴 얼마나 많겠습니까만, 이것이 존 레논과 관계를 맺고 있다는 생각을 하니, 실물이 아니라 책에 인쇄된 모습으로도 참 귀하게 여겨지던데요), 편지 여백에 남긴 재미있는 낙서, 그리고 존 레논과 그 주변 인물들을 담은 다양한 시기의 사진들이 실려 있습니다. 이런 도판의 양이 꽤 많습니다. 거의 두세 쪽을 넘길 때마다 두어 컷은 꼭 나오는 비율입니다. 솔직히 보기 드문 이런 컨텐츠를 구경하기만 해도 책 읽기의 본전은 뽑고도 남는다고 생각이 든다는 점에서, "책값이 싸다"는 생각, 다 읽은 후인 아직도 떨칠 수 없습니다. 흐뭇합니다.




책을 읽으면서 "참 존 레논에 대해 아는 게 없었구나"하는 자괴감이 들었습니다. 그가 데뷔하기까지 거쳤던 이런저런 업계의 실력자들, 신인 시절부터 전성기, 그리고 사회활동가로서 사실상 전업하기까지 계약 관계에 있었던 업자들과의 사연은, 다른 책이나 신문 특집 기사에서 피상적으로나마 접해 왔었지만, 이 책에는 그보다 훨씬 풍성하고 심도 있는 에피소드, 아니 역사에 가까운 이야기들을 들려 주고 있었네요. 그래서 이 책은, 인물 평전이자 한 예인을 통해 바라본 단대사라고까지 여겨졌어요.




번역도 세심합니다. 아시다시피 존 레논은 그 무수한 히트곡(이렇게 부르자니 너무 그를 세속적으로만 평가하는 것 같아 좀 삼가지기까지 합니다. 이제는 일종의 경전이 되기도 한 셈인데요)의 가사를 손수 지은, 시인을 겸한 인물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그가 남긴 짤막한 글귀, 엽서에 적은 소회 등은, 그가 유명인(셀러브리티)이라서 값지기만 한 게 아니라, 어떤 문학적 가치까지를 부여해야 할 수도 있습니다. 이 책에서 알 수 있듯, 그는 간단한 느낌을 친우들과 나눌 때도 예사롭지 않은 감각으로 어휘를 골라 썼습니다. 쓰는 말이 어렵다는 게 아니라. 그 단어를 이런 문장과 맥락에 사용하는구나 하는 생경함, 그리고 감동 같은 느낌이 들게 말입니다. 1960년대 극심한 인종 차별과 사회적 갈등 때문에 사분오열된 미국을 두고(오죽했으면 1968년 대통령 선거에 나선 공화당의 닉슨이 "TO BRING US TOGETHER"를 모토로 내걸었을까요), the disunited states라고 비꼰 대목이 있습니다. 물론 미국의 정식 국호인 the United States를 뒤튼 것입니다. 이 문구를 역자는 "비(非)합중국"이라 옮기고 있습니다.  흐뭇한 웃음이 나왔고, 책 한 권을 꾸려내는 출판사의 성의와 수준을 짐작할 수 있었네요. 독자로서는 고마울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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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의 거짓말 말의 거짓말
남재일 지음 / 천년의상상 / 201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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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만에 읽는, 머리가 뻐근해지는 인문, 사회, 그리고 정치 분야를 속속 파헤치고 진단해 주는 담론서(에 가까운 저널)을 읽었습니다.

 

특히 미국에서는, 어떤 사람 혹은 어떤 말을 두고 "거짓"이라고 규정하는 행동이 아주 큰 모욕이고, 공격이 된다고 합니다. 사회에서 오가는 수많은 말들 중에, 상당수가 (어떤 이유에서건, 또 누구로부터건 간에)"거짓"이라고 불린다면, 그런 딱지붙임이 거짓이든 참이든 간에 비극적인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그 말이 진짜 거짓이 아니라고 해도, "거짓말이야!"를 외친 이는 간절히 거짓이라 믿고 싶었다는 뜻이고, 진짜 거짓에 불과했다면, 그렇게 태연히 거짓이 통용되는 사회는 어딘가 병이 단단히 들었다는 뜻이 되기 때문입니다.

 

저자 남재일 교수님은, 거짓말을 두 가지 부류로 나눠서 보고 계신 듯합니다. 첫째는 "사람의 거짓말"이요, 둘째는 "말의 거짓말"입니다. 이 책을 다 읽고 나서, 사람의 거짓말이란 말 그대로 사람의 입에서 나오는 거짓말을 의미한다고 이해했습니다. 부당한 잇속을 차리기 위해 하는 거짓말, 이성을 유혹하기 위해 당장 면전에서 듣기 좋은 언사를 꾸며 댈 때 동원되는 거짓말,... 여기에는 물론, 정치인들, 자본가들이, 무지한 대중, 프롤레타리아 계급을 향해 교묘한 선동, 상징 조작을 할 때 쓰는 수단도 포함되겠습니다. 이런 거짓말에 속지 않기 위해서는, 사회의 각종 현상이나 사건을 볼 때 표피적 관찰에 머물지 않고, (여러 철학자와 사회과학자들이 꾸려 낸 담론의 도움을 얻어) 그 구조의 허구성을 간파할 줄 알아야 한다는 조언을, 저자는 이 책 전체를 통해 우리 독자에게 일러 주고 계십니다.

 

다만 제가 이 책을 읽으며 내내 시원히 풀지 못할 숙제로 다가 온 건, "말의 거짓말"이 대체 무엇일까 하는 의문이었습니다. 우선 저는, 표의자의 진정이 가득 담겨 있는, 그리고 논리적 치밀함도 겸비하고 있는 "말"이긴 하나, 당장 그 말이 표의된 시점에서의 현실을 제대로 통찰하지 못한 탓에, 현상적 거짓으로 판명되거나, 모순 심화의 하부 도구로밖에 기능하지 못하는 담론을 그리 부르시는 것 아닌지 생각해 보았습니다. 다음으로, 그 말을 이해하는 입장에서의, 고의적이든 그렇지 않든 소통 과정에서 발생한 곡해, 오해를 통해, 결과적으로 거짓이 되고 만 말들을 그렇게 부를 수 있지 않을지, 급한 대로 정리를 해 보았습니다.

 

이 주제어들을 두고 과연 어떤 식의 개념정리가 가능할지, 또 정(定)해진 정(正)답이 무엇이든 간에, 저는 책을 읽고 또 읽으면서, 그 아름답고 우아하게 빚어진 문장에 대해 감탄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우아한 문장이 흔히 놓치기 쉬운 미덕이, 명료함과 (많은 경우 진정성까지를 그대로 담고 있는) 직설성입니다만, 남재일 교수님의 이 책은 그런 목표들까지도 전혀 놓치지 않고 계십니다. 우아한 문장은 각 문단의 적절한 길이와 내용적 안배가 이뤄져야 돋보이고, 다양한 개념어들이 각기 정확한 의미로서 인용, 원용되어야만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 책을 읽은 분들이라면, 인용은 인용대로, 저자분 고유의 주장은 또 그것대로, 참 아름답고도 명쾌하게 구사된 언어를 통해 우리에게 전달된다는 느낌을 받으셨을 겁니다.

 

그러면서도, 교수님은 분명한 자신의 정치적 주장(그는 누가 뭐래도 이 책에서 정치적입니다)을 전달하는 데에, 조금도 머뭇거리거나 모호해지지 않습니다. 그는 그가 규정하기에 타락한 정치인(여기에는 보수정당은 물론, 현 야당 측의 김광진 의원 같은 이도 포함됩니다)이다 싶은 이들에게, 쓰디쓴 고언을 넘어 준열한 단죄를 서슴지 않습니다(여기에서 그는, 줄리아 크리스테바의 그 유명한 "애정의 결핍"을 끌어오고 있습니다. 특정 세대에게는 사실 너무도 인기 있던 철학자라서, 모를 수가 없을 것입니다). 그런가 하면, 현재 큰 논란을 빚고 있는 모 사이트의 정치적 활동에 대해서도, 잉여인간의 원한과 좌절을 해소하는 수단으로서 정치적 액션을 취하는 그들에게, 정치적 위상을 부여하지 말자는 의미에서 "경멸과 무시"를 처방합니다(여기에는, 이미 나치 발호 시점부터 그들의 허상과 정체를 꿰뚫어 보았던 라이히 같은 철학자의 담론이 적절히도 원용됩니다).

 

문장에는 빈틈이 없고(형식, 내용 모든 면에서 그러합니다), 신랄하면서도 때로 유머를 잊지 않는 그의 모습을 보며, 정말 글이란 (혹시 쓰게 된다면)이런 방법으로 써야겠다는 각성과 반성을 하게 되었습니다. 직정적 표현으로 시원하게 대중을 대변해 주는 이들도 많고, 말보다는 행동으로 답답한 현상을 타개하려 애 쓰는 분들도 많이 있습니다. 강력한 논리와 화려한 언변으로 무장한 적수를 시원히 논파해 주는 논객도 없지 않습니다. 하지만 정돈되고 정확한 어휘, 문장, 글월로, 복잡다단한 현상을 그 심연까지 파고 들어가서 이처럼 명쾌하게 규정, 해명, 분석해 주는 글은 근래 참 오랜만에 읽어 보는 것 같습니다. 더군다나 각 글들이, 어떤 일관된 계획 하에 한 권의 책으로 묶이기 위해서 저술된 게 아니라, 매체에 기회 있을 때마다 기고된 글들을 모은 것이라 더욱 감탄을 자아냅니다. 남재일 교수님께서, 이 가망 없고 출구가 닫힌 듯 암울한 세태를, "한 큐에" 꿰고 정리할 수 있는 종합적 담론을 담은 체계서(體系書)도 가까운 시일에 출판해 주셨으면 하는 바람 간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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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리 감옥 - 생각을 통제하는 거대한 힘
니콜라스 카 지음, 이진원 옮김 / 한국경제신문 / 201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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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 기기의 폐해라고 하면, 이를 지적함에 있어서 특별히 인문적 소양이 필요하다거나 하지는 않습니다. 쉽게 말해, "아무나 다 하는 이야기"입니다. 그런데, 이 문제에 대해서도 인문적 패러다임을 그 도구로 하여, 남들이 쉬이 보지 못하는 점을 지적하고, 나아가 우리 사회의 미래 그 구체적인 패턴 변형까지 지적하는 저자가 있습니다. 바로 이 책을 쓴 니콜라스 카가 그 사람입니다. (작성 중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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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코리아에 없는 취업 멘토링 - 취업준비생을 위한 1인 창조 브랜드 마케팅 전략 36가지
오세종 지음 / 미래지식 / 201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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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업의 문제가 오늘날처럼 청년층을 괴롭히고 있던 시대는 처음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취업을 목적으로 하는 탐색층이, 출산율의 뚜렷한 추세적 저하 덕분에 크게 감소하기도 했음에도 불구, 일자리가 워낙 적다 보니 "이십대 태반이 백수"라는자조적 목소리까지 나오기도 하죠. 책 제목에 쓰인 "잡코리아"라는 사이트도, 예컨대 단 한 번도 들어가 본 적 없는 저 같은 사람도 그 이름은 들어 봤을 정도니까요.

 

취업 때문에 좌불안석인 세대라면, 아마 그 사이트에서 시선을 떼지 못하고 "나에게 맞는 어떤 offer가 없을까"하며 주야로 노심초사했을 만하고, 지금도 역시 그러할 것 같습니다. G20국가답게, 한 번 들어 본 적도 없는 기업 이름이 있을 만큼, 대한민국의 기업은 많고도 많습니다. 평소에는 듣보잡 취급 하고 말았을 이런 기업조차 그 입사가 만만치 않으니, 어르신들이 알아 주기라도 하는 대기업이야 지금 처지에선 언감생심일 뿐입니다. 사실 대기업의 offer야 잡코리아에서 보기도 힘들 것입니다(경력직 모집 제외).

 

잡코리아에서 유, 무형으로 배울 수 있는 요령은 다 배운다 쳐도, 남들 역시 그 정도야 다 갖추고 지원하지 않을까 생각될 것입니다. 그렇다면, 남들이 뭔가 빠뜨렸다거나, 어디선가 소홀히한 그 어느 포인트를 치고 들어 가야 취업의 그 좁은 문을 뚫는 데에 성공할 것입니다. 이 책의 제목은, "이것저것 다 갖추고 빈틈 없는 내가, 더 이상 무엇이 또 필요할지를 점검하게 해 주는 가이드"를 기대하고 있던 독자가, 서점에서 고르게 할 만한 그런 문구라고 생각합니다.

 

책을 펼쳐 보면, 그런 내용도 있고, 그렇지 않은 내용도 있습니다. 오늘 여러 포털에서도 관련 기사가 나왔습니다만, 취준생들을 가장 괴롭히는 건 자기소개서의 작성입니다. 저자는 해당 업계에서도, 그리고 자신의 작품인 이 책 속에서도, 막연하고 뭔가 지향점이 없는 미사여구보다는, 분명한 목표(goal)을 갖춘 컨텐츠를, (한정된 지면일) 자소서 면에 채워 넣을 것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어떻게 보면, 회사 입사 후 무수히 많이 작성해야 할 보고서 역시, 이 자소서가 예고, 예비해 주는 알림장 노릇을 한다고 해도 됩니다. 자소서가 정신 사납고 틀이 갖춰져 있지 못하면, 그 사람이 사원으로서 올릴 보고서 역시 다 그 모양일 거라고 기대해도 틀리지 않습니다. 많은 취준생들이 하는 이야기가, "천편일률적인 건 곤란하니 좀 튀어도 되지 않나?"인데, 튀는 거야 물론 좋지만 그게 회사에서 원하는 방식으로 튀어야 합니다. 아마, 잘 안 맞는다 싶은 자소서를 보면, 담당자는 이렇게 말할 것입니다. "당신의 보고서는 훌륭합니다. 그러나, 우리 회사가 원하는 방향은 아닙니다."라고요. 실제로 회사에서도, "한 줄 보고서"의 장점과 미덕을 엄청 강조하는 요즘입니다. 자소서는 과연 보고서의 전조에 해당한다고 봐야죠.

 

저자가 강조하는 것도 그 부분입니다. 어느 회사에 들어가고 싶으면, 그 회사를 연구해야 합니다. 회사에서 가장 어려워하고 신경 쓰는 업무가 바로 신입 사원의 교육입니다. 일 모르는 사람 일 가르치는 것만큼 힘든 게 드물고, (그렇지는 않겠으나) 느낌상 "보람 없는 시간 낭비"처럼 여기는 선임자들도 꽤 됩니다. 그래서 HR도 적성이 되는 고참이 맡아야 그 분야가 잘 돌아갑니다. 그런데 어느 신입사원(혹은 지원자)이, 회사를 철저히 연구해서, 내 마음을 미리 다 알고 던지는 질문마다 정곡을 찔러 준다면, 그런 보석 같은 인재는 입사 후에도 아마 업고 다닐 겁니다. 취업은 이처럼, 간신히 문턱이나 통과할 수준으로 준비해선 안 됩니다. 입사 후에 이쁨 받는 대리, 과장, 부장이 된다는 자세로 준비를 해야 합니다. 인턴 경력이 그만큼이나 중요해진 것도 다 이 때문입니다. "들어가기 전부터 이미 그 회사 사람이 되어라."

 

이런 말은 사실 누구나 강조하는 대목인데, 이 책에는 그러나 그렇지 않은 주장도 꽤 됩니다. 예를 들면 저자는 어느 고교에 가서 이런 강연을 했다고 합니다. "대학 등록금 낼 돈으로 좋은 책을 사서 읽어라. 4년 동안 책을 읽으면 완전히 다른 사람으로 바뀌어 있을 테며, 그게 변변찮은 4년제 대학 졸업장보다 도움이 될 것이다." 그러나 이런 주장은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면 아주 곤란할 것 같습니다. 아무리 변변치않은 4년제 대학도, "고졸+ 독서의 달인" 브랜드보다는 낫습니다. 4년 동안의 노력으로 "자기 브랜드"를 만들 수 있는 사람은, 아마 백만 명에 한 명이 채 되지 못하는 비율일 것입니다. 그런 드문 가능성을 노리고, 파격적인 선택을 하기에는 우리 인생이 디딘 기반이 너무 취약하겠죠. "자기 브랜드화"의 중요성을 강조하려는 취지이지, 이걸 곧이곧대로 받아들이면 아주 곤란할 것 같았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과연 "잡코리아가 강조하지 않는 팁"을 가르쳐 주는 면이 있기는 합니다. 다만, 다른 지원자들이 갖춘 모든 준비와 미덕을 다 갖춘 지원자라야, 이 책의 추가 가르침을 넉넉히 받아 들일 수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빼 놓지 말아야 할 점, 이 책은 얼핏 보아 아주 "탈세속적인 튀는 가치"만을 강조하는 별난 책처럼 보일 수도 있지만, 아주 기본적인 걸 가르치는 면도 많습니다. 그 대표적인 게 바로 "외모를 깔끔히 하라"는 겁니다. 저자는 거의 연예인 수준의 단정한 외모를 권하고 있는데, 사실 실력이고 뭐고 다 갖춰도 포장이 시원찮으면 바로 탈락하는 게 요즘의 풍토입니다. "외모 지상주의"다 뭐다 핑계를 대려 한다면, 최소한 취업 전선이나 모범적인 직장 생활은 포기하는 게 차라리 낫습니다. 저자는 그래서, 남들 안 하는 말도, 그리고 남들 다 하는 이야기도, 이 책에서 고루 해 주고 있었다고 하겠습니다. 이 책의 장점은 여기서 찾아야 하며, 나머지는 읽는 독자의 몫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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