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어 교과서 따라쓰기 2-2 - 2024년 시행 국어 교과서 따라쓰기
컨텐츠연구소 수(秀) 지음 / 스쿨존에듀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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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여태 스쿨존에듀의 책들을 읽고 후기를 여러 차례 썼었는데,  2학년 2학기 국어 교재는 한 번도 리뷰한 적이 없었던 것 같습니다. 작년 7월에 2학년 2학기 급수표 받아쓰기 교재 후기는 쓴 적이 있었습니다만 그건 초등학교 수학 과정이었고요. 아무튼 지금껏 1학년 책만 읽다가 한 학년이 높아지니 뭔가 내용도 어려워진 듯도 하고 살짝 부담도 됩니다. 어른이 이런데, 아무것도 모르고 인생에서 처음으로 2학년 2학기 과정을 공부하는 어린이들은 어떻겠습니까. 어린이들의 마음을 이해해 주는 데서 교육의 첫걸음이 떼어지며, 그런 정신이 이 스쿨존에듀의 교재들에 잘 배어난 게 아닌가 생각합니다.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 

1-2 국어 교재는 초록색이었고 이 2-2 교재는 짙은하늘색 표지입니다. 1-2 교재도 그랬지만 지금 이 책도 손으로 이렇게 들어 보면 생각보다는 좀 무겁습니다. 아마 좋은 질의 종이를 써서 그런 듯합니다. 아이들에게는 깔끔한 편집, 선명한 인쇄, 친근한 외관 등이, 공부하는 교재의 첫째 미덕일 수 있습니다. 

바른 자세를 강조하는 내용이 책 초반에 나오는 건 1-2 교재와 같습니다. 바른 자세의 중요성이야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고, 2학년이 되었다 해도 절로 그 의미를 깨우치기라도 해서, 어른들 충고를 잔소리로만 여기는 습관이 떨어져나가는 것도 아닙니다. 아이들은 주의가 산만할 수 있으니 수시로 환기해 줘서 바른 습관을 유지하게 도와 줘야 합니다. 다음 페이지에는 바르게 연필 쥐는 법도 그림과 함께 설명됩니다. 

"대화할 때에는 표정, 목소리, 행동이 대화 상황과 어울리도록 반응하는 것이 중요해요.(p30)" 이치적으로 생각해 보니 과연 그렇습니다. 심각한 말을 하면서 표정은 우습게 짓는다면 그 말을 듣는 사람에게 공감을 끌어내기 어렵겠고, 그 전에 과연 최소한의 주목을 받을 수 있을지도 의문입니다. 이처럼 그 내용 면에서도 타당하여 아이들에게 생활의 지침이 될 수 있고, 또 국어 공부의 교본으로서도 적절한 난이도를 갖춘 문장들이, 2학년 2학기에는 교과서에 등장하는 것입니다. 이 교재는 저런 문장들을 학생들이 따라 써 볼 수 있게, 네모칸 용지를 마련하고 시각적으로 잘 이끌어서 효과적인 연습을 돕습니다. 상황, 표정. 반응 같은 단어들도 벌써 좀 어려워졌다는 느낌이 옵니다. 

먹음직스러워, 주린, 감탄, 벌름거리며, 부릅뜨고, 짊어지고 등의 단어를 배웁니다(p47). "먹음직스러워" 역시 하나로 묶인 단어이며 중간에 괜히 띄어쓰기를 하면 안 됩니다. 아주 예전 어르신들이 배우던 교과서에는 "먹음 직스러워"처럼 표기한 적도 있었나 본데, 요즘은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벌름거리다"는 일종의 의태어인데, 정확하게 어떤 상황에서 쓰는 말인지 이 교재를 통해 아이한테 전달할 수 있었습니다. 부릅뜬다는 말도 그림과 함께 이해할 수 있고, 받침을 피읖으로 잘못쓴다든가 하는 일이 없어야겠습니다. "짊어지고" 같은 말도, 사실 왜 저렇게 이중자음이 받침으로 오고, ㅁ이 뒤 음절로 옮아가지 않게 적는지, 아이들은 물론 어른들도 명확히 이해하기는 힘들죠. 이 나이 때에는 그저 여러 번 따라쓰고 눈에 익숙해지게 하는 수밖에 없습니다. 

p59에서는 "설레는 마음", "무릎을 치며" 같은 말들을 배웁니다. 어른들도 설레이다(x)처럼 잘못되게 쓰곤 하기에 주의가 필요합니다. 무릎 역시, 그 받침이 ㅍ이고, "무릅쓰다" 같은 다른 단어와는 아무 관계도 없음을 아이한테 잘 이해시킬 필요가 있습니다. 또 "무릎을 치다"라는 표현이 그저 손으로 무릎을 세게 건드린다는 뜻일 수도 있지만, 그게 아니라 상대방의 말, 상황 변화 등에 감탄하여 내는 동작을 가리킨다는 이면의 뜻도 익히게 하면 더욱 좋겠지요. 또, 같은 페이지에 "뿌연 모래 먼지"라는 구절이 나오는데, "뿌연"의 기본형은 "뿌옇다"입니다. 이 동사가 어떻게 변화하여 "뿌연"으로도 탈탈꿈하는지를 이해하는 게 초등학생에게는 사실 쉽지 않습니다. p67에는 그림과 함께 "사립문"이라는 단어를 배우는데,역시 어른들도 이 단어를 잘못 아는 경우가 많겠습니다. p73을 보면 외래어 "텔레비전"이 나오는데 이 역시 "젼(x)"으로 잘못 아는 이들이 많습니다. 

2학년 2학기 국어 교과서에 실린 여러 문장을 뽑아, 따라쓰기를 통해 그 깊은 내용을 익히게 돕는 이 교재를 보니 요즘 아이들이 이처럼 좋은 책으로 소양을 쌓고 지식도 익힌다 싶어 뭔가 흐뭇한 느낌이었습니다. 내년에도 이 교재 신판을 어린 독자와 함께 읽어나가는 기회가 있었으면 좋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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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O! 독학 중국어 첫걸음 - 원어민 MP3 음원+발음 무료 동영상 강의+300개 단어 카드 PDF+주제별 단어장 PDF+단어ㆍ문장 쓰기 노트 PDF GO! 독학 시리즈
시원스쿨어학연구소 지음 / 시원스쿨닷컴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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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시원스쿨 GO! 독학 외국어 시리즈 여러 권을 읽고 리뷰했었는데요. 재작년에 광둥어편을 읽고(첫걸음+두걸음) 리뷰를 쓰긴 했어도 정작 중국어 교재는 이번이 처음입니다. 볼륨도 슬림해서 부담이 없고, 그러면서도 발음, 회화, 문법, 패턴 등 네 분야 내용이 모두 담겼습니다. 겉표지에는 大团结万岁라 쓰인 천안문 일부(오른쪽)가 일러스트로 그려졌습니다. 이 문구는 世界人民大團結萬歲(한국식 정자체라면)의 일부인데, 혹시 교재의 뒤표지에는 전체 모습이 다 그려졌을까 하여 뒤집어 보니 과연 그랬습니다. 물론 가운데에는 모택동의 대형 초상도 걸려 있고 말입니다. 자국 만세를 외치는 거야 누가 상관할 일이 아닌데, 세계 인민더러 왜 "대"단결을 촉구하는지는 저로서는 이해가 안 되지만 그건 공산당 측에 직접 문의해야 알 수 있겠고 여튼 중국어를 열심히 공부해 보기로 했습니다.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 

p44의 03과에서는 你买什么?라는 표현을 공부합니다. 너는 무엇을 사니?라는 뜻이라고 책에 나오는데 물론 병음표기도 함께 적혀 있습니다. 모든 외국어 교재가 다 그렇지만 특히나 중국어는 성조 없이는 무슨 소리인지 전혀 소통이 안 되는 언어이므로 원어민의 발음이 담긴 mp3를 반드시 함께 활용해야만 합니다. p45의 QR코드를 스캔하면 청아한 목소리의 한국 여성이 안내 멘트가 나오고, 점잖게 들리는 중국인 남성이 먼저 단어를 읽어 줍니다. p45에는 중국어 어휘만 나오므로 음원도 딱 거기까지입니다(문장 你买什么?는 읽어 줍니다). 

이어 페이지를 넘기면 응용 문장이 나오고, 또 이어서 오갈 수 있는 다른 대화들이 제시됩니다. 제가 여기서 꼭 하고 싶은 말은, QR코드가 진짜 페이지 하나하나에 다 찍혔기 때문에 이걸로 링크되는 음원은 딱 그 페이지의 내용분만 담았다는 점입니다. 트랙별로 쪼개진 음원들은 원래는 시원스쿨 홈피에 가서 로그인해야 다운이 가능한데, 이 중국어 교재는 책에서 바로 개별 트랙 음원이 엑세스된다는 게 좋았습니다. 이렇게 독자의 편의를 배려한 중국어집필진들께 감사하고 싶네요. 참고로 저는 자료 욕심이 있어서 (원래 시원스쿨 회원 가입이 되어있던 터라) 자료실에 가서 전부 다운받았습니다. 음원은 압축 해제를 하면 150Mb로 제법 용량이 많으며, 이 외에도 6종의 pdf파일과 단어 카드, 기타 음원이 제공됩니다. 

p126에서 회화로 말문트GO! 코너에서는 역시 여러 문장들을 제시하고 "중국어 문장이 익숙해질 때까지" 따라 읽어 볼 것을 권합니다. 你吃过中囯菜吗?는 "너는 중국요리를 먹어 본 적 있니?"라는 뜻이며, 그에 대한 대답도 이어집니다. 没吃过라고 대답하며, 그 뜻은 "먹어 본 적 없어."입니다. 이 역시도 mp3에 담긴 음원을 듣고 큰 소리로 따라해 봐야 실력이 느는 건 너무도 당연합니다. 병음표기라는 건 그저 아주 미약한 하나의 보조 수단에 불과하니 말입니다. 下次我请你!라는 힘찬 대답이 이어지는데 "다음에는 내가 살게!"라는 뜻입니다. 우리나라에선 이게 그냥 빈말인데 중국인들은 달라서 인사치레 아닌 진담인지 궁금합니다. 동사 请(칭. qing)의 용법에 대해 페이지 하단에서 자세히 설명하는데 여기서는 "부탁하다. 청하다"라는 뜻이라고 설명됩니다. 

p150에서처럼, 이 교재는 중국어뼈대잡GO! 코너를 통해 여러 문법사항도 설명합니다. 시원스쿨 타 외국어 교재들도 그렇지만 문법 설명이 참 쉽고 시각적으로 편하게 다가옵니다. 또 우리는 "가다"라는 동사로만 알고 있던 往이 전치사로도 쓰이는데, 그 뜻은 "~쪽으로, ~를 향해"라고 하니 신기하기도 합니다. 하단에 어휘소개란에는 星巴克도 나오는데 이게 세계적인 커피체인점 브랜드 스타벅스(의 음차어)입니다. 星 부분만 뜻을 나타내고 나머지는 음차입니다. 

p174의 16과에서는 今天天气怎么样?라는 표현을 배웁니다. 뜻은 "오늘 날씨 어때?"인데, 같은 天인데도 今天과 天氣에서의 뜻이 다릅니다. 怎라는 글자는 중국어에서는 자주 보지만 한국에서는 한자의 대가한테 물어 봐도 저게 뭔지를 잘 모릅니다. 样은 우리말로는 "모습"이라는 뜻이고 樣(양)이라는 정체자가 따로 있으며 이 정체자라면 한국인들도 한자 실력 조금만 있어도 다들 알아봅니다. 모양이라고 할 때 바로 그 글자입니다. 怎么样자체가 하나의 단어이며 뜻은 "어떠냐?"인데 怎样라고만으로도 씁니다. 

편집도 깔끔하고 (슬림한 볼륨치고는) 내용도 꽤 많습니다. 중국어 공부의욕이 절로 뿜뿜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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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산 2 조선 천재 3부작 3
한승원 지음 / 열림원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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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권에서 청년 이벽은 적대하던 이가환과 대화하며 "군자는 빈천에 임하면 빈천하게 살고, 오랑캐 안에 끼면 오랑캐로 살며, 더러운 데에 들면 더럽게 살다가, 부귀에 재하여 또 부귀하게 산다(1권 p114)."고 달관한 경지를 논했습니다. 또, 다산은 금정 찰방으로 좌천되어 늙은 이방의 간악한 수작(1권 p133)에 의연하게 대응하던 대목도 있었죠.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 

이 2권에서 다산은 강진(2권 p46)으로 유배온 후, 놀랍게도 현지의 민초들이 자신을 마치 역병 보듯 피하는 걸 예리하게 깨닫습니다. 이 양반이 천주학쟁이라서 이 먼 곳까지 정배되었는데, 천주학쟁이와 엮이면 3대가 망한다는 걸 조정의 지독한 박해 덕에 백성들도 눈치챘기 때문입니다. 평생 목민관으로서 농민들의 삷을 걱정했던 이런 암담한 현실 앞에 다산이 얼마나 절망했겠습니까. 그러나 이 지경에 이르러서도 다산은 의연합니다. 신념과 올바른 지식으로 무장핱 영혼만이 보일 수 있는 저력입니다. 

2권 p61을 보면 다산이 승지 벼슬을 지낸 줄은 아는 이방이 찾아와 색다른 부탁을 합니다. 아전 신분이라 해도, 글을 알아야 사람 구실을 한다고 확신하기에 이 귀인이 자기 아들의 글눈을 틔워 주었으면 하는 용건이었는데 1권의 그 간악한 자와 일단 대조되는 태도입니다. 하방(下方)하여 모진 고생을 했던 덩샤오핑이 결국 그땅에서도 현지인들에게 존경받았듯, 다산 역시 강진 땅에서 공맹의 도를 아이들에게 가르치고 세상의 바른 이치를 깨닫는 작은 초석을 놓는 데서 보람을 찾습니다. 

서울 노론 세도가들이 꽉 장악한 고을 수령직 하나하나에 바르지 못한 벼슬아치들이 들어서서 직권 남용이라도 한다면 다산은 또 한 번 곤욕을 치를 수도 있습니다. 이제 다산의 인격에 감복한 강진 주민들은 행여 선생의 신상에 어떤 해악이나 닥칠까 전전긍긍합니다. 돈으로 직을 샀는지 <맹자>의 구절도 모르는 무식한 현감 탓에 다산은 중벌을 받을 위기일발 상황에 처했으나 이 지역 병마절도사의 혜안 덕에 간신히 방면됩니다. 공연히 "무식한 무장 앞에 물고(物故)나 나지 않을지"를 겁내었던 다산도 다소 경솔했던 자신을 다시 돌아봅니다. 스승을 역모로 거의 몬 셈이었던 손가 애녀석은 대체 무슨 생각이었을까요? <맹자>의 특정 구절은 예로부터 매우 민감한 정치적 파장을 낳았던 전력도 있었기에 까딱 잘못했으면 불귀의 객이 될 수도 있었습니다. 누구라도 말입니다. 

"여자의 몸은 남자보다 우주의 율동에 더욱 민감하다(p124)." 그러게나 말입니다. 관계의 열락도 그 궁극의 단계를 더 절실히 느끼는 쪽은 여성입니다. 예로부터 동아시아에서 격물치지의 현인들이 陰陽, 雌雄, 요철, 빈모 등 특정 어휘에서만은 여성상당어를 먼저 배치한 건 다른 각별한 뜻이 있을지도 모릅니다. 퇴계나 화담도 방사에서 그렇게나 절륜한 실력을 보였다는 민간전승이 있듯(믿거나말거나입니다), 소설 속의 다산도 운우의 지극한 보람과 희열에 대해 객관적 관념론의 충실한 학인(學人)답게 결코 논외의 경멸감으로 일관하지 않고 겸허한 태도를 취합니다. 

p164에서 젊은 승려 혜장과 함께 진지한 토론을 벌이는 다산의 모습은 마치 이때로부터 300여년 전 금강산에서 19세의 나이에 산사의 老僧과 논쟁하여 이긴 율곡 이이를 떠올리게 합니다. 老幼의 배치가 정반대이긴 하지만 말입니다. 다산은 다만 교조적 논리로 혜장을 압박하여 진영의 명예를 높이려는 공명심 따위야 추호도 없습니다. 그는 이미 조선 유학의 본진인 노론으로부터 배척, 타매, 축출된 상태이며 사상과 학문의 고향 격인 남인 무리들은 구심을 잃고 흩어졌습니다. 이런 판에 불도자 청년 하나를 윽박지르거나 기를 꺾어 얻는 게 무엇이겠으며 그가 지금 추구하는 실학(實學)의 도가 윤택해질 바가 어디 있겠습니까. 파계승 초의(p220)와도 그는 신분, 나이를 초월하여 격의없는 교분을 나눕니다. 

p232 이하에서 다산은 구강포 인근을 지나다가 완전범죄로 묻힐 뻔한 살인범죄 하나를 적발하고 고을 형방에게 넘기기도 합니다. 여인의 곡소리에 진정한 슬픔이 전혀 서리지 않았음을 날카롭게 꿰뚫어본 데서 시작한 그의 간단한 수사 기법은 마치 셜록 홈즈의 재주를 방불케 합니다. 텅 비어야 할 나폴레옹의 흉상 안 공간에 무엇이 숨겨져 있었듯, 어느 조선 남자 시신의 상투 안에도 끔찍한 것이 박혔던 걸 아무도 모르고 지나칠 뻔했습니다. 

p305에서 이미 망인이 된 다산의 혼은 천계에서 젊을 때의 벗이던 이벽을 다시 만납니다. 삶과 죽음의 경계가 무의미해진 저승의 객이 된 다산은 이제 그토록 궁금해하던 세상사의 모든 답을 알고 석가세존처럼 깨달은 정신으로 승화하는데, 부디 저 위에서 우리 불쌍한 후손들을 계속 굽어보시어 행여 멸망의 길, 악의 유혹에 접어들지 않게 그 애민정신을 발휘하시어 조국을 보우해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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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어 교과서 따라쓰기 1-2 - 2024년 시행 국어 교과서 따라쓰기
컨텐츠연구소 수(秀) 지음 / 스쿨존에듀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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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어 교과서 따라쓰기 2023년판을 읽고 작년 10월에 리뷰를 올렸더랬습니다. 지금 이 교재는 2024년 신판이며, 교과서의 개정 내용을 충실히 반영했습니다. 정확하고 친절한 설명, 풍부한 일러스트 등의 장점이 여전히 돋보입니다.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 

교재 처음에서는 바른 자세를 가르칩니다. 국어건 수학이건 간에 책상과 의자에 바르게 자세를 잡는 것이 모든 공부의 시작입니다. 바르지 못한 자세에서 대상에의 올바른 집중이 나올 수가 없습니다. 교재 p4에는 바른 자세를 잡은 한 학생의 예가 그림을 통해 제시되며, p5에는 나쁜 자세의 세 가지 예가 나옵니다. 이렇게 그림을 통해서 자세의 중요성을 새삼 깨달을 수 있고, 어려서부터의 바른 자세는 학생의 평생 건강을 좌우한다고도 할 수 있죠. 

1-2 교재지만 아직 학생들은 자음과 모음의 개념이 완전히 습득되지 않았을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p8에서는 ㄱ,ㄴ,ㄷ,ㄹ 등 자음을 순서대로 또박또박 쓰게 가르칩니다. 자음이 끝나면 모음이 나옵니다. 자음과 모음이 모여 온전한 소리와 글자가 생깁니다. 아직 어린 학생들에게는, 모음은 혼자서도 온전히 소리가 나기에 홀소리라고도 부르고, 자음은 그렇지 않기에 닿소리라고도 부른다는 이치가 아직 완전히는 납득이 안 될 수도 있습니다. 그렇다고 해도, ㅏㅑㅓㅕㅗㅛ... 등이 모음이고 이 글자들은 ㄱㄴㄷㄹ 등과는 다른 부류이며 그 집합명칭은 각각 이렇다 정도는 충분히 받아들입니다. 그 정도만 되어도 일단 성공이고 다음 단계로 넘어가도 됩니다. 

의성어라는 게 있죠. 소리를 흉내내는 단어인데 아직 1학년이면 "의성어"라는 단어 자체는 몰라도 됩니다. 성질상 그런 공통점으로 묶일 수 있는 단어들이 있다는 정도만 이해해도 충분하죠. 교재 p18에 의성어의 세 예, 바스락, 까르르, 휘휘 등이 나옵니다. 이 의성어들을 해당하는 그림들에 각각 연결시키는 게 목적인데, 아이들이 큰 어려움 없이 해 낼 것입니다. 이 단계에서는 애들이 공부라는 것에 두려움을 느끼지 않게 최대한 부담을 덜어 주고 친근감을 붙여 주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열심히 공부하다가 잠시 쉬어가라는 뜻인지 p26 같은 곳에는 "놀이터" 코너가 나옵니다. 호수에 비친 한 개의 풍선(열기구)가 있는데, 하늘에 뜬 여덟 개의 풍선 중 저 수면의 그림자가 누구 것인지를 맞히는 문제입니다. 저는 답이 세 개인 줄 알고 p103의 해답을 들추었는데, 그게 아니었고 답은 한 개뿐이었습니다. 그제서야 다시 잘 들여다 보니 과연 그림자와 정확히 일치하는 풍선은 하나뿐이었습니다. 초등학교 1학년도 푸는 문제를 어른인 제가 틀렸기에 충격도 적잖게 받았습니다. 아무튼 이런 문제는 아이들이 재미있어 할 것 같고 특히 어른이 옆에서 틀리면 (자신은 맞혔는데) 더 즐거워할 수도 있습니다. 

이렇게 준비 단계를 거치고 나면 이 교재의 본 내용이라 할 수 있는 "따라쓰기" 컨텐츠가 정식으로 전개됩니다. 예를 들어 p34 같은 곳을 보면, "하마터면 잡아먹힐 뻔했어." 같은, 국어 교과서에 나오는 문장을 네모칸 안에, 띄어쓰기를 준수하며 따라쓰게 합니다. 이때 원고지 사용법의 일부도 배울 수 있습니다. 원고지 사용법을 잘 알면, 나중에 대입 논술 같은 걸 준비할 때 제법 도움이 됩니다. 뭐든 간에 어렸을 때부터 배워 버릇해야 이후에 힘이 덜 듭니다. 

저 문장에서, "하마터면" 같은 부사도 어린이가 아직 못 알아들을 수 있고, 어디에선가 들어 봤기에 알고 있을 수도 있고, 처음 접하지만 교과서의 이 맥락을 보고 바로 납득했을 수도 있습니다. 정확한 발음이 하.마.터.면임을 잘 이해시켜야겠고 동물 하마와는 관계 없다는 점도 같이 가르치면 좋겠습니다. 또 "잡아먹히다"는 하나의 의미 단위라서, "잡아 먹히다"처럼 띄어쓰기를 해서는 안 됨을, 좀 학습 진도가 빠른 아이한테는 한번 일러 주는 것도 좋겠습니다. "뻔했어"도, 비슷한 이유에서 "뻔 했어"가 아닙니다. 

초등학교 1학년 교재지만 막상 책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어른들도 정확히 몰랐던 내용이 참 많습니다. 그래서 누구나 배움 앞에서 겸손할 필요가 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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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산 1 조선 천재 3부작 3
한승원 지음 / 열림원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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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학자 정약용의 삶과 철학을 다룬 소설은 많이 나왔었지만 개인적으로 저는 한승원 선생의 이 <다산>이 결정판이라고 생각합니다. 2008년작이니 그리 오래된 소설도 아니거니와, 선생님이 예전 분이니 문장도 읽기 어렵고 쓰인 단어도 고풍이겠거니 선입견을 가질 필요가 없습니다. 문장 길이도 짧고 술술 읽힙니다 .저는 사실 선생의 1980년대식 스타일 문장이 훨씬 좋았기에 이 대작을 읽고 약간은 실망도 했으나 그래도 최고입니다. 깊이도 가독성도 재미도 모두 달성한 걸작입니다.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 

고인이 된 움베르토 에코는 <장미의 이름>에서, 실전(失傳)한 아리스토텔레스의 <희극론>이 사실은 어느 수도원에 비밀리에 전한다는 가정 하에 흥미진진한 미스테리를 풀어 냅니다. 이 소설에서도 어떤 가상의 현대 화자(혹은, 한승원 선생 자신일 수도 있습니다)가 서두의 액자 밖에서 <다산비결>(토정비결도 아니고)이라는 책이 사실은 있었다는 회고를 꺼냅니다. 그 책이 알고보니 기존의 <경세유표>였다느니, 이제는 태반이 부식된 낡은 언문서라느니 하는 논쟁은 중요치 않습니다. 후손들이 다산의 정신을 오늘에 되살려 얼마나 바른 정신으로 하루를 살아내는지가 더 본질인 것임을 작품은 내내 19세기 사건들의 재구(再構)를 통해 역설합니다. 

p80에는 서울 서부 교외에서 열렸던 향사례(鄕謝禮)를 행하는 대목이 있습니다. 여기서 비용을 대었다고 설정된 김범우는 조선 최초의 천주교 순교자로 꼽히기도 하는 인물이죠. 다만 조정에 의해 사형을 당한 게 아닌 등 몇 가지 이슈 때문에 아직 성인도 복자도 아닙니다(가경자로 심사 중). 악사들, 기생들도 동원되어 행사를 거들게 하는 게 흥미롭습니다. 물론 여기서 기생은 술 시중이 아니라 기예를 행하는 예술단 역할이지만 말입니다. 이벽 등은 뛰어난 활솜씨로 관중(貫中)을 해 보여 군중(群衆)을 놀라게 하지만, 청년 정약용은 담백하고 솔직한 연설을 통해 사람들을 감탄케 합니다. 그의 말은 개혁을 갈구하는 열정, 민중에의 사랑 등으로 가득하여 청중의 마음을 열게 하는 힘이 있었습니다. 

"천지는 저절로 된 게 아니라 하느님에 의해 창조되었다(p111)." 청년 다산은 이벽의 이 힘있는 설득을 듣고 감명받지만 실은 동아시아의 오랜 理氣論의 원칙에 의해서도 비슷한 설명이 가능하며 다만 천지의 이치에다 天主(혹은 釋尊. p212)라는 이름을 붙이냐 마냐의 차이가 있을 뿐입니다. 조선 과거의 최종 전시(殿試)는 임금이 직접 채점을 보는데 다산의 답안을 보고 정조는 백 년 만에 처음 재상감을 보았다며 감탄합니다. 원래 과거는 미사여구의 나열이 아니라 정치 현안의 해결을 논하는 경세방략을 겨루므로 그 식견이 이미 답안에서도 드러난 것 아니겠습니까. p34에서 소설은 다산의 서거 장면으로 도약하는데(이후 청년기로 다시 돌아옵니다) 죽어서 이미 어둠과 합일한 다산(더 이상 다산도 아니지만)의 독백 대목을 보면 역시 한승원 선생의 소설적 기교가 참 뛰어납니다. 

정조 임금 이산(혹은 이성)이나 다산이나 당대의 천재들이므로 대면하여 지혜를 겨루는 대결이 실제로 있었음직하고 상상만으로도 정말 흥미롭습니다. p208 이하에 그 장면이 나오는데 임금은 天, 仁, 无 등을 문제에 꼬았으나 다산은 오래 걸리지 않아 알아냅니다. "저절로"라는 뜻의 그러할 然을 염두에 두고 다산은 문제를 내는데 정조가 맞히긴 했으나 시간을 초과했습니다. 이 글자에 개고기 굽는 사연이 깃들었음을 새삼 (그 글자를 보고) 독자도 수긍하게 됩니다. 

유학은 예나 지금이나 체계 내 여성의 취약한 위치 때문에 힘들어하는 면이 있습니다. 18세기 남인 명문가들에서 천주학을 처음 접했을 때 그토록 열광했던 게, 물론 정치적으로 소외된 그들 정파의 딱한 사정도 있었겠지만 근본적으로는 남녀의 평등, 혼인에의 신성한 의의 부여(따라서 아내도 중요 위치 차지) 등이 우리 동아시아에서는 좀처럼 볼 수 없던 청신한 교의였기에 특히 여성들에게 큰 각성과 지지를 이끌어내서였습니다. 이벽이 정약용에게 아담과 하와의 피조를 논할 때 반짝이던 눈빛은, 사람의 깊은 본심에 호소하는 보편 진리만의 강한 설득력에 기대어서였겠습니다. 우리는 경상도라고 하면 몰락 남인의 향토적 기반으로만 아는데, 그래서 p55에 나오듯 노론 수령이 향신을 핍박하는 저런 쟁의가 심심치 않게 발생했던 것입니다. 무슨 안동 김씨 세도라고 하니까 경상도가 선말에 큰 힘이나 쓴 줄 알아도 장동(서울 사대문 안 소재) 김씨들에게 안동은 그저 먼 조상의 발원지일 뿐 큰 의미가 없었습니다. 

p251 이하에는 다산(아명은 귀농이었다고 하네요)의 형 약전이 물고기들과 함께 노는 장면이 펼쳐집니다. 그래서 <자산어보> 같은 명저("현산"이라 읽어야 한다는 입장도 있습니다)를 저술할 큰 깜냥이 벌써 이때부터 엿보였다는 거죠. p266을 보면 맏형 약현은 아주 보수적인 인물로서, 윤지충 사건 등에 대해 크게 분노하는 기색인데 개혁가 다산의 험난한 여정이 벌써 가내에서부터 이렇게 도전을 맞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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