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강점을 비싸게 팔아라 - 차별화된 강점으로 돈 버는 커리어를 만드는 기술
간다 마사노리.기누타 쥰이치 지음, 김윤경 옮김 / 동양북스(동양문고)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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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사람이나 기업이라 해도 그만의 강점이 있습니다. 물론 자신의 약점도 보완해야겠으나 필드에서 치열하게 경쟁이 벌어지는 중에 성벽 수리에 지나치게 많은 자원을 할당할 수는 없습니다. 구태여 하나를 골라야만 한다면 강점을 더 키우고 부각해야 하겠는데, 한국인들도 너무나 잘 아는 스타 사장님이자 베스트셀러 저술가인 간다 마사노리 선생이 이 책에서 다시 재미있고 유익한 말씀을 들려 줍니다.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 

간다 마사노리와 그의 팀은 언제나 구체적인 실행방안을 들려 줍니다. 많은 독자들이 착각하는데, 간다 사장님은 그저 말씀만 재미있게 푸는 분이 아니라(재미도 있지만), 책을 읽어 보면 오랜 실무 경험의 소산인 특수 자료, 문제 해결 도구 같은 게 (때로는 중복도 있으나) 반드시 제시됩니다. 예를 들어 p57 같은 곳을 보면 AMM서치시트라는 게 나오는데, 이 시트의 빈 칸을 기입해 가다 보면 본인의 대체불가능한 강점이 무엇인지 자연스럽게 발견됩니다. 이 시트는 11단계 단계를 밟으며 완성되는데, 작성에 별 부담이 없습니다. 부담이 있다 없다는 평균적인 사람 기준이므로, 사람에 따라서는 특정 사항을 채우거나 질문에 답하기가 어려울 수도 있는데, 그런 것도 다 예상했는지 저자는 혹 답하기 어려울 경우 어떻게 넘어가야 하는지도 친절하게 알려 줍니다. 

현재의 일이 무엇인지 적는 게 제3단계의 기입 사항인데, 아무리 편하게 작성한다고는 하나 써서는 안 되는 점, 써 봐야 도움이 안 되는 건 피해야 합니다(p86). 그 기준은, 이 책의 주제로 다시 시선을 돌리자면, "나의 강점을 올바로 파악하자"입니다. 예를 들어 직업, 직책, 직무, 부서명을 적는 건 아무 의미없습니다. 세무사다, 영업총괄부 시스템 담당이다, 뭐 이런 건 지금 이 분야에서 나의 강점을 포지셔닝하는 데에 아무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나의 진짜 강점을 찾고 그를 강화하기 위해서는, 이런 시트를 채워나가며 나의 장단점과 생각, 행동의 구조에 대해 자연스러운 통찰이 이뤄져야 하기 때문입니다. 

만약 내 능력으로 아예 감당할 수 없는 일들이 있다면, 일찌감치 그것들을 리스트에서 제거하는 게 이 과업(=나만의 강점을 찾기)을 훨씬 편하게 만듭니다. p102에 이 부분이 자세하게 나오는데, 이걸 필터링하기 위해서는 다섯 가지 기준이 필요합니다. 투입시간, 시야확대, 스케일업, 잠재력발굴, 쏟아붓기 등입니다. 예를 들어 평소에 남들보다 엑셀을 밀도있게, 다양하게 써 온 사람은, 스프레드시트를 쓰는 작업에서 다른 사람들보다 훨씬 적은 시간만을 투입하여 완수할 수 있습니다. 반대로, 이 기준에서 아무래도 나는 이 일을 남들보다 빨리 마치기 힘들겠다 싶으면 이 일은 초기 단계에서 배제하는 게 현명한 선택입니다. 

마케팅 시간에 배운 대로, 그저 포지셔닝만 영리하게 다시 했을 뿐인데 시장에서 완전히 다른 상품으로 거듭나 대박을 친 경우가 허다합니다. 이 책에서는 주로, 여태 숨겨졌던 나의 장점을 발견하여 완성품으로 가다듬는 방법을 가르치지만, 기존의 장점(인지 아닌지 모호한 경우 포함)을 새롭게 포지셔닝하는 경우도 포함하여 유용한 팁들과 방법론을 알려 줍니다. 아무튼, 이때 무엇을 기준으로 삼아야 효과적인 포지셔닝이 가능할까? p124에 세 가지 관점에 따라 체계화한 표가 하나 나옵니다. 독자성, 전문성, 우위성이라는 세 가지 관점에 따라 전략도 달라집니다. 사람에 따라서는 그냥 직관적으로 추진해도 될 걸 구태여 이렇게 형식에 맞춰 기계적으로 해야만 하는지 의문이 들 수도 있는데, 사무실 보드에 진행상황을 가시적으로 도시화한 후에 일을 진행하는 것과 그렇지 않는 것 사이에는 차이가 매우 큽니다. 

이 책에서 가르치는 대로 자신의 강점을 발견한 후라면, p238에서는 이제 실전에 임하는 자기소개서를 쓰는 방법이 나옵니다. 앞에 나온 대로 PASBECONA 법칙(p214)을 적용해야 하는데, 이직이나 부서 이동의 경우 조금 다른 원칙과 요령이 적용되어야 합니다. 잠시 다시 스텝10으로 돌아가자면, 내가 행할 업무, 과업 완수를 통해 누가 혜택을 입는지(p144)가 고려되어야 하는데, p223을 보면 이력서 작성에도 이 원칙이 철저히 관철되죠. 간다 마사노리의 책은 이처럼, 앞에서 제시된 알짜 총론이, 세부 각론에 이르기까지 일일이 관통하며 그를 통해 독자를 설득력있게 이끌어간다는 점이 최대의 장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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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병원CS 한 권으로 끝내기 - 99% 원장님이 모르는 동물병원 의료서비스의 완성
류선수 지음 / 라온북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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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동네라도 요즘은 동물병원을 그리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수의대에서 어려운 공부를 마치고 나온 선생님들도, 여느 자영업처럼 경쟁이 치열한 현실 앞에 경영상의 과실이 겹쳐 좌절하는 수도 있습니다. 저자 류선수 강사님은 여성이시며, 국내 유수의 대기업들을 고객 삼아 주로 CS(고객 만족) 분야에서 컨설팅을 해 오신 분입니다. 요즘은 일반 병원도, 특히 CS 경영요소를 (전문가들의 조언을 따라) 크게 개선하여 경영 위기에서 벗어나는 경우가 많습니다. 저도 이 블로그에 병원 경영 관련 서적을 여태 여러 권 리뷰했었습니다. 하지만 동물병원 전문 CS를 주제로 삼은 책은 보기 드물었는데, 이번에 제대로된 책이 나온 것 같아서 관심깊게 읽었습니다.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 

예를 들어 p58 같은 곳을 보면 저자님의 섬세한 감각이 느껴지는 기술이라고 생각합니다. 요즘은 병원에 어쩌다 가면 의사, 직원, 간호사 등이 참 친절하다는 느낌 받으실 겁니다. 병원뿐 아니라 한의원도 마찬가지라서 (노인 환자들을 유치, 유지하려고) 가식이든 진심이든 간에 대단히 편안해지는 응대를 받습니다. 이게 다 CS 분야에서 종전처럼 해서는 도태된다는 인식이 해당 업계에 널리 퍼져서 그렇습니다. 

그런데 동물병원은 어떤가? 저자는 아직, 이 시점에서는, 내 소중한 반려동물이 그저 치료, 진료만 잘 받으면 그만이라는 생각에 많은 소비자들이 머물러있다고 합니다. 그러나 이제 이런 인식이 변화하기 일보직전이라는 취지로 저자는 판단하며, 치열한 경쟁의 장 속에서는 누가 먼저 종래의 틀을 깨고 나가냐에 따라 승패가 결정됨을 시사합니다. 거꾸로 말하면, 아직 그 단계로 진입하려면 한참 멀었는데도 미리부터 괜히 역량을 소모하면 정작 필요할 때 이를 끌어쓰기 어렵습니다. 전문가들의 말에 귀기울여야 하는 이유는 이들이 그 티핑포인트를 짚는 후각이 발달했기 때문이죠. 저자도 이미 그 단계로 진입했다고 단언하지는 않고, 그 직전이라고만 신중하게 말합니다. 판단은 원장님들이 각각 알아서 할 일입니다. 

동물병원뿐 아니라 여러 기업, 접객시설 들에 두루 적용할 만한 좋은 말씀이 p112에 나옵니다. 이 대목은 CS개론(그런 게 있다면)의 교과서로 쓰여도 될 만큼 압축적이고 간결하면서도 효과적인 지침들이 정리되었습니다. 또 저자는 "머리로 이해한 내용보다는 현장에서 가슴으로 느낀 바가 더 오래간다"는 이야기도 하는데, 참으로 맞는 말입니다. 저는 처음에 이 문장이 CS 관련하여 어떤 기술적인 교육보다는 필드에서 손수 체득한 바의 적실성, 효율성이 훨씬 강력하다는 뜻으로 이해했으나(물론 그렇게 새겨도 되겠지만) 이 말의 요지는 동물병원을 찾는 많은 고객들에게 병원 측이 진정성을 통해 그런 체험(나아가 감동)을 선사해야 한다는 쪽에 가깝겠습니다. 

우리 나라에서 예전부터 하던 말이 있습니다. "아무리 말 못하는 짐승이라고 하지만..." 일부 시골에서 단백질 보충을 위해 개를 무지막지하게 때려잡았다는 흉악한 소문도 전하지만, 한국인들은 예로부터 농경 생활의 동반자인 여러 동물, 가축들에 대해 대체로 동정적이고 우호적인 태도였습니다. 게다가 소 등은 신라 지증왕 이래 농경에 필수적인 동반자였으니 말입니다. "말 못하는 동물"이니 몸이 심하게 아파도 어디거 어떻다고 구체적으로 자신이 표현을 못하고, 이를 돌보는 사람들은 몇 배나 더 가슴이 아파집니다. 병원에서는 바로 이 점에 착안하여, 고객들이 병원을 찾았다가 정말로 가슴이 뭉클해지는, 동물병원애서의 진정성있는 응대에 대해 일생을 두고 잊지 않는 체험을 안길 필요가 있습니다. "고객이 진짜 원하는 것은 언제나 현장에 있다(p137)." 

동물병원 원장님, 아니 동네 피잣집 사장님이라고 해도, 나는 나만의 확고한 기술과 철학이 있다며 자신의 생각과 종전의 방식에 과하게 집착하는 분들이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 모두는 크게 봐서 자본주의 사회의 거대한 구조 안에서 개별적으로 미미한 영향만 행사하며 살아갈 뿐이며, 어느 누구도 시장에 대항하여 살아날 수 없습니다. 변화는 해야 하는데 마음이 내키지 않는다? 아직 상황의 절박함을 모르는 한가한 인식에 불과합니다.  

고객만족이라고 하니 분야가 마치 좁은 데에 한정된 느낌을 주지만, 사실 이 책에서 다루는 내용은 실무 경영 분야 전체를 거의 다 커버합니다. 예를 들어 p181 같은 곳을 보면 성공하는 병원은 인테리어부터 다르다는 말이 나옵니다. 건물 내 고객 동선을 어떻게 짜야, 여길 찾는 손님들이 가장 편하게 이동하거나 대기할 수 있을까. 이런 고민이 설계시부터 다 반영되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확실히, 경영에 신경쓰는 센스있는 병원은 진짜 하다못해 앉는 의자부터도 디자인이 다릅니다. 

대규모 동물병원은 중간관리자의 역할, 권한, 재량이 강화되어야 한다고도 합니다(p213). 또 다소 민감한 부분이기는 하나 잘하는 직원에게 더 열심히할 것을 독려하기 위해 성과급제 도입도 감안할 수 있다고 합니다. 경영혁신의 첫걸음은 자기객관화인데. p236에 핵심적인 지적이 있습니다. 첫째, 공간, 서비스시스템 등 기본요소를 점검해야 하고, 둘째, 업무수행의 체크는 이행과 미이행이 있을 뿐 중간이 없다는 것입니다. "가장 불만에 가득찬 고객은 가장 위대한 배움의 원천이다(p254)." 언제나 고객의 피드백에 최우선순위를 두자는 빌 게이츠의 저 말은 동물병원 경영에도 초석의 지침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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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나이 먹었으면 즐길 때도 됐잖아 - 좋은 건 계속하고 싫은 건 그만두는 거침없고 유쾌한 노후를 위한 조언
와다 히데키 지음, 유미진 옮김 / 오아시스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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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나이 먹었으면 즐길 때도 됐잖아 

일본도 우리나라처럼 노령 인구가 많은 사회이며 전에 없던 수명 연장, 노인인구 비중 증가를 맞아 여러 가지 문제를 맞고 있습니다. 국가나 사회 차원에서 해결을 꾀해야 할 일도 있겠지만, 개인 측면에서도 자신의 상황을 객관화하고 슬기롭게 상황을 다룰 필요는 있습니다. 이 책은 와다 히데키 박사, 일본 최고의 노인정신의학 전문가 중 한 분이며 본인도 영 시니어에 진입하시는 연령대인 저자가 저술하였습니다. 의사 선생님의 책 답게 전문적인 진단과 정보도 가득하지만, 인간적이고 솔직한 조언과 격려도 담겼기에 시니어 독자들이 더 친숙하게 공감하며 읽으실 수 있을 책 같았습니다.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 

"아직도 생산성 신화를 신봉하는 분들이 있습니다(p51)." 참 제가 이 대목을 읽으며, 어쩌면 일본이나 우리나 이렇게 닮은 점이 많을까 새삼 생각이 들었습니다. 자본주의란, 본래 모든 단계를 거치고 나면 과잉생산의 문제에 시달립니다. 공장이 쏟아낸 상품을 소화해 내지 못하면 기업은 실적 악화에 시달리고, 직원을 해고하지만, 소비자는 일정 수준을 넘어서면 그리 돈을 함부로 쓰지 않습니다. 이게 쌓이고 쌓이면 결국 경기침체로 가는 것이며 모든 상품이 결국은 청산된다는 세이의 법칙은 현실에서 잘 통하지 않습니다. 저자는 "빈둥빈둥 놀면서 잘 쓰는 사람이 사회에는 도움이 된다."고도 하시지만 이건 말이 그렇다는 것이며 현실적으로 소득이 줄어드는 노령층이 함부로 씸짓돈을 꺼내 쓰기에는 현실이 녹록지 않습니다. 

그런데 여기서 저자가 이렇게 곁들이는 말씀이 들을 만합니다. 무턱대고 계획성 없이 쓰는 건 곤란하지만, 그렇다고 수전노처럼 돈주머니만 쥐고 있다가 허망하게 생을 마치는 것도 무의미하지 않냐는 겁니다. 쓸 데에는 써 줘야, 정신건강 육체건강도 더 향상될 수 있으며, 무엇보다 저자가 강조하는 건 쓸 데에는 화끈하게 쓰면서 사회에 기여한 원로로서 그에 합당한 대접을 받고 다니라는 겁니다. 이 점도 한국과 일본이 참 닮은 점인데, 우리나 저쪽이나 매장에서 노인 고객을 잘 환영하지 않는 게, 돈 쓰는 데 인색하고 가성비만 찾는 경우가 많아서입니다. 본인이 지닌 자산 규모에 맞게 쓸 건 좀 쓰고, 대신 가게든 관공서든 금융기관이든 어딜 가서 받아야 할 대접은 확실하게 챙기면서, 정신적으로 위축된 삷은 가급적이면 피하라는 것입니다. 다시 말하지만, 계획성 없는 소비를 부추기는 취지가 아니라는 점 유의할 필요가 있습니다. 

"돈도 써 본 사람이 더 잘 쓴다.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소비자가 왕이다(p88)." 저자는 또한, 가능하다면 어떤 일이라도 직접 하면서 평생을 현역으로 살라고도 합니다. 물론 쓰는 만큼 대접은 어딜 가서도 받아야 하지만, 시니어, 할아버지, 할머니로서가 아니라 돈 쓰는 고객님으로서, 젊은이와 동등하게 소비자로서 우대를 받아챙기라고도 합니다. 생산과 소비, 두 분야에서 현역으로 살아야 진정 멋진 영 시니어라는 게 저자의 말씀입니다. 

저자는 300년 전 고전 <양생훈(羊生訓)>이라는 책의 내용을 인용하며, 무작정 절제하는 식사는 오히려 노화를 가속한다는 점을 잊지 말라고 합니다. 60대 이후에 하는 다이어트는 득보다 실이 많다고도 합니다(p114). 근육량도 줄고 기초대사량도 떨어지니 같은 양만 먹어도 전보다 살이 찌는 건 당연합니다. 콜레스테롤도 대부분 이걸 섭취하면 무슨 큰일이나 나는 듯 호들갑인데 이는 세포벽의 재료이므로 이것이 부족하면 피부에 윤기가 사라지는 등 노년이 초라해 보일 수 있다고 충고합니다. 저자는 직업상 요양시설의 노인들이 음식을 섭취하는 모습을 보는데, 맛있는 걸 드실 때 그들의 모습이 그렇게 행복해 보일 수 없었다고도 합니다. 사람의 전두엽은 맛있는 음식을 걸 먹을 때 활성화된다고도 합니다(p128). 

책의 후반부에서는 치매에 대해 완전히 새로운 관점에서 보자는 말이 나옵니다. 사람은 치매에 걸리면 그것으로 완전히 끝일까요? 그만큼이나 치매는 무서운 질병입니다. 그러나 이건 내가 주관적으로 혐오하고 부정하고 의지로써 멀리한다고 해결되는 문제가 아닙니다. 언젠가는 나에게도 치매가 찾아오고 말며 이는 아무도 피해갈 수 없는 운명(p169)입니다. p180 이하에 보면 치매에 걸려도 할 수 있는 일은 여전히 많으며, p192에는 심지어 치매에 걸리고 나서도 행복해질 방법에 대해 나옵니다. 이 와중에도, 어떤 결과가 두려워서 해야 할 일을 피한다면 그건 어리석다고 충고합니다. 설령 결과가 뜻대로 되지 않더라도, 어떤 경험을 해 보고 미련을 남기지 않는다는 긍정적 마인드 자체가 건강의 비결이라고 저자는 강조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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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상의 슬기로운 생활수행
법상 지음 / 열림원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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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상하지만 파격적이고 쉽지만 강력하다." 저자 법상 스님의 설법에 대해 이 책 앞날개에 나온 평입니다. 독자인 저도 법상스님의 설법 장면을 TV에서 본 적 있는데 저 말이 스님의 공력을 압압축적으로 표현해 주었다고 생각합니다. 인생의 비의를 날카로운 눈으로 꿰뚫어본 지혜가 말씀 안에 담겼고, 법상 스님만의 독특한 어조와 제스처 등에도 수양, 수행의 힘이 가득 담겼다는 느낌을 받았었습니다. 이제 한 권의 책으로 정리된 스님의 설법을 읽으니 새삼 마음이 겸허해지며 주변을 새삼 정리하듯 돌아보게 됩니다.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 

요즘은 불교도 포교 활동을 적극적으로 합니다만 기독교 신구 종파에 비하면 아직도 차이가 나죠. p72를 보면 스님이 "저도 어렸을 때는 성당, 교회에 다녔어요."라고 말씀하시는 대목이 있어서 웃음이 나왔습니다. 법상 스님도 자연인으로 보자면 그렇게 고연령자가 아니시니, 이 세대는 아마 당연히도 기독교 계열의 선교 범위에 더 넓게 노출되었을 것입니다. 그렇다고는 하나 스님께서 어렸을 때 불교를 모르셨다고까지 하시니 그 점은 재미를 넘어 신기하기도 했습니다. 만약 한국의 특정 지역이었다면 워낙 사찰도 많고 불교의 교세 자체가 강하기 때문에 해당 종교를 믿고 아니고를 떠나 그 분위기에 익숙해지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자연스러운 삶, 내맡기는 삶(p40)" 법상스님의 우리들에게 건네는 말씀 중 하나입니다. 무슨 뜻이냐면, 우리네 삶이 괴로운 이유가 괜한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어서이기 때문이죠. 생각이 없으면 그게 인간인가? 그렇지 않습니다. 법상 스님은 생각이라는 게, 우리가 삶을 살아내는 하나의 도구에 불과하다고 하십니다. 필요하다면 주머니에서 도구를 꺼내 쓰면 되는 것이지, 그 생각이라는 게 우리를 거꾸로 지배하게 놔 둬서는 안 된다는 것입니다. 따지고보면 우리가 빠질 수 있는 모든 괴로움은, 쓸데없는 생각이 그 주인인 우리를 쥐고 놓아주지 않아서입니다. 초원의 사슴이 사자에게 잡혀 먹힐 걱정에 빠진다면, 어디 단 한 순간이라도 편하게 살 수가 있겠습니까? 행여 걱정이 필요하다면 사자가 눈에 띌 때 비로소 시작하면 되겠으며, 그나마 걱정 따위보다는 즉시 아무 생각없이 잽싸게 달아나는 "행동, 실천"이 그 생존에 훨씬 도움이 됩니다. 걱정이 평소에 많은 애였다면 걱정에 찌들어 그 결정적인 순간에 도망도 잘 치지 못합니다. 

불교의 가르침 중 핵심이, 이 세상은 그저 무심하게 흘러갈 뿐 어떤 고정된 실체가 없다(p81)는 것입니다. 이를 두고 제행무상(諸行無常)이라고도 부릅니다. 진지하게 세상을 사는 분들이 평생 하나의 목표만 바라보고 다른 일체의 기쁨을 희생하여 기어이 그 지점에 도달했더니, 막상 생각했던 그것과 너무 달라서 낙담에 빠지기도 합니다. 성실하고 근면한 분이 이렇게 좌절하니 옆에서 보는 사람이 더 안타깝습니다. 그러나 스님은 세상이 원래 그런 것이라며, 나의 아집만으로, 원래 그렇지 않은 것을 그렇다고 우긴 게 오히려 교만이 아니었냐고 차분히 일깨웁니다. 그분 역시도, 하나의 목표에 일로매진하며 치열하게 살았으니 그것으로도 얼마나 보람되냐며 격려를 받을 자격이 있습니다. 

내가 삶을 통제할 수 있다, 내 뜻대로 뭘 해낼 수 있다, 이것만큼 잘못된 집착이 없다(p104)고 스님은 말합니다. 인생은 어디에도 치우치는 것 없고, 취할 것도 버릴 것도 없으니 이것이 바로 중도(中道)라고 합니다. "머무는 바 없이, 마음을 내어야 한다(p105)."고도 하십니다. 이렇게 생의 무상성, 중도의 본질을 꿰뚫어보는 사람만이, 생의 온갖 장애와 고통에 일일이 타격받지 않고 물 흘러가듯 자연스럽게, 무너지지 않고 한 세상 살아갈 수 있다고 스님은 강조합니다. 

누구에게 욕을 먹었을 때 나는 화를 냅니다. 그런데 스님은, 그 욕을 먹은 것도 사실은 내가 아니며, 화를 내는 것도 내가 아니라고 합니다(p167, p261). 그 사람은 내가 아니라 나의 허상에게 욕을 한 것이고(실제로 이런 경우가 많습니다), 애초에 일정한 실체라는 게 없으니 내가 욕을 먹는다는 자체가 불가능하며, 나의 화나는 감정 역시 나의 고정된 일부도 아닙니다. 한번 잘 자고 일어나 보십시오. 대부분의 사람들은 언제 그런 일이 있었냐는 듯 깡그리 잊습니다. 세상사가 이러한데, 뭘 고민하고 분노하며 애를 쓸 게 있습니까? 

그럼 이렇게 무위(無爲)를 실천하는 사람이 최후의 승자인가. 스님은 그렇지도 않다고 말씀합니다. 정말로 무위를 행하는 사람은 아예 자신이 뭘 하는지에 대한 의식 자체가 없이 그냥 물처럼 바람처럼 자연스럽게 살아갑니다. 유위도 없고 무위도 없는 경지라야 그게 진짜 무위입니다(p198). p230에는 이런 말씀도 있습니다. 부산 광안리 해변은 타지 사람들에게는 엄청 큰 감탄을 자아내는 멋진 풍경이지만, 그 근방에 살며 일상으로 바다를 구경해 온 사람들에게는 아무 감흥도 없다는 거죠. 내게 이렇게 벅찬 감동으로 다가오는 게 어떤 사람에게는 아무 자극도 없겠다는 점도 하나의 깨달음이지만, 역으로 내가 이렇게 무심히 넘기던 게 사실은 엄청난 은혜요 고마움이었구나 하는 자각도 중요합니다. 못난 자기 생각으로 분별하고 걸러서 보지 말고(p256), 십수년 만에 만났더니 성향이 정반대로 바뀐 사람(p272)에서 보듯, 내 생각이라는 자체가 에초에 근거가 없는 허상임을 직시할 때 생의 평화가 찾아옴을 명심해야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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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환기의 투자전략 - THE GREAT SHIFT
신동준 지음 / 메이트북스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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숭실대 겸임교수, 전 KB증권 리서치센터장 신동준 박사가 쓴 이 책의 영어제목은 THE GREAT SHIFT입니다. 작금은 말그대로 대변혁의 시대이며, 기존에 상식으로 통하던 것들이 요즘은 거의 현실에서 효력을 발휘 못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삶의 전 영역에서 뉴노멀들이 정립해 가며, 새로운 지식이 날마다 쏟아져 나오는 통에 이를 습득하고 이해하는 데에만도 많은 노력이 드는 판입니다. 평생의 경력을 투자와 가치 증식에 쏟아온 어떤 달인의 인사이트를 곁에서 엿보는 것만으로도 우리는 많은 공부를 할 수 있겠습니다.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

시장을 보는 눈이 탁월한 마스터라 해도 단기, 즉 1일~일주일의 미세동향을 캐치하거나 예측하는 일은 너무도 어려우며,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그래서 저자도 머리말 p15 같은 곳에서 고금리라든가, 대전환, 추세 같은 말들이 책의 맥락 속에서 어떻게 정의되는지를 먼저 이해하고 읽어 줄 것을 독자에게 당부합니다. 대중은 타 분야 전문가에 대해서는 막연한 진단만으로도 만족하면서, 유독 경제, 산업 분야 종사자들에게는 점쟁이가 될 것을 요구하며 혹 가격 추세 예측이 맞지 않으면 서슴없이 비판, 조롱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아무리 맞는 말을 해도 이를 받아들이는 사람의 마음이 바르지 않으면 구절 하나하나가 다 곡해되게 마련이며, 말꼬리를 잡고 터무니없는 시비를 걸기 마련입니다. 다 자신이 배운 바가 짧고, 분수를 모르는 터무니없는 욕심을 품고 사는 소치입니다. 

자산배분전략의 두 축은 미국주식과 원화채권이 되어야 한다고 저자는 주장합니다(p38). 특히 제가 이 책에서 흥미롭게 본 대목들은 채권 관련 설명과 전망(특히 p197 이하)인데, 저자가 직접 자신의 전 커리어를 통해 다뤄 온 것이 주로 채권이었던 까닭도 있겠습니다. 주식은 왜 미국주식인가, 이는 사실 요즘 우리 나라 개미들도 진즉에 장은 미장이라며 다들 미국 주식에 눈을 돌린 추세와도 맞아떨어집니다. 미장은 요새 불장도 그런 불장이 없으며, 엔비디아, 테슬라 관련 주식들을 필두로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오릅니다. 반면 국장은 삼전이 오늘 또다시 단기 저점을 갱신한 사실로도 알 수 있듯, 침체의 늪에서 헤어날 줄을 모릅니다. 

그러니 포트폴리오의 변동성 쪽은 미국주식으로부터 챙기고, 반대로 안정성은 채권 쪽에서 바라보자는 취지이겠습니다. 왜 그런데 원화채권인가? 우리는 한국사람이니 재산을 주로 한국의 원으로 쌓아야 그걸 일상에서 쓸 수 있을 테며, 제아무리 달러 표시 자산의 가치가 올라도 이를 환전할 때 한화가 고평가되었다면 그만큼의 손해를 볼 테니 말입니다. 채권은 증권을 매매할 때의 차익도 기대할 수 있고, 정기적으로 이자 수익도 꼬박꼬박 들어오니 안정성 면에서 이만한 게 없습니다. 물론 주식이나 마찬가지로 발행주체가 우량회사일 경우에 그렇겠으며, 이 책에서 우량채권을 잘 선별하는 방법을 자세히 가르쳐 주기도 합니다. 다만 요즘은 원 가치가 단기간에 너무도 하락하여, 저 강조점이 눈에 잘 안 들어오기도 하지만 언제까지나 이런 추세가 계속되지는 않겠지요. 환율에 대한 인사이트라면, p178 이하에 나오는 설명도 유익했습니다.

밀턴 프리드먼의 재치있는 명명(p55. "샤워실의 바보들")대로, 통화 당국은 때때로 실기(失機)하여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어리석음을 저지르기도 합니다. 사실 이 지적이 참 적절한 게, 현 연준 의장인 제롬 파월이 여름쯤에 금리를 내렸다면 경기의 불씨도 죽지 않고 경제 주체들의 어려옴도 덜어 주었을 텐데, 때늦게 5bp를 낮추었지만 증시에 미치는 효과는 미미했고 오히려 엔캐리트레이드를 불러 전세계 증시가 동반 하락하는 촌극이 빚어지기도 했습니다. 당국자들(뿐 아니라 사기업의 관리자, CEO들도 마찬가지입니다)은 후행적으로, 혹은 적응적으로 때늦은 대응(시장에서 속이 빤히 읽히는)을 허둥거리며 남발할 게 아니라, 날카로운 눈으로 선제적 조치를 취해야 합니다. 연준 의장쯤 되면 사람들 눈치를 보거나 정치적 처신에 골몰할 게 아니라 거시경제적 배려를 할 만한 큰 그릇이 되어야 하는데, 미국이나 한국이나 그 수장들이 이 점에서 아쉬운 점이 큽니다. 

1990년대에는 이른바 세계화의 바람이 거세게 불었으며 한국도 이에서 예외가 아니었습니다. 냉전이 드디어 종식되고 WTO라는 기구가 만들어져 세계 무역이 어떤 통일적 질서에 의해 규율되고, 고전기 경제학자 데이비드 리카도가 그 시론을 내어놓은 이래 드디어 각자가 비교 우위를 가진 재화, 서비스만을 특화하여 생산하는 자유무역의 장(場)이 열리는 줄 알았습니다. 그러나 21세기 시작부터 미국이 두 나라 간의 FTA 방식으로 가자고 슬슬 찔러대더니, 이제는 노골적으로 보호무역주의를 취하며 보편관세까지 들먹이기에 이르렀습니다. 1980년대에는 미 민주당에서 보호주의, 공화당에서 동맹 중시 정책을 주로 내걸었는데 불과 30년만에 양당 포지션이 정반대로 바뀌었습니다. 저자는 p99 이하에서 무역 관련하여 세계의 메가트렌드가 어떻게 바뀌어 왔는지 간결하게, 또 심오하게 개관합니다. 

나스닥은 원래 일종의 2부리그였으나 현재는 주객이 전도되어 이곳에 상장된 빅테크 기업들이 미국의 혁신을 주도하며 경제 활력을 멀찌감치서 이끌어 나가는 형세입니다. p132에는 FANG이란 말이 나오는데 워낙 이분야 변화가 빠르다 보니 이제 이 말도 잘 안 쓰게 된지 오래입니다. 요즘은 p135에 나오는 대로 매그니피센트7이 대신했는데(구성 기업들 상당수는 그대로지만), 저자는 최근 핵심 트렌드인 AI를 설명하며 "대체보다는 보조의 역할을 맡을 때 (그 영향이) 압도적"이라며 일단 그 역할을 긍정합니다(같은 말이 저 뒤 p233에도 나옵니다). AI 거품이라며 마음에 들지 않는 현실을 무작정 부정부터 하려드는 무책임한 타 진단과는 대조적입니다. 시대를 대표할 AI 기업들에 대해서는 p159 이하에 유익한 설명이 나옵니다. 

자산관리라는 게 원래는 특정 자산들을 효율적으로 편집하여 최상의 포트폴리오를 꾸려 주는 게 메인이었는데, 저자는 이 분야가 앞으로 어떻게 바뀔지에 대해 놀라운 전망을 p254 이하에서 제시합니다. 상품이 아니라 전략을 판매하며(왜냐면 MTS, HTS의 발달로 개인들도 집에 앉아서 저마다의 방식으로 투자를 하므로), 투자 아이디어를 발굴하여 이를 완성된 전략으로 가꾸기 역시 이 분야의 미래상입니다. 마치 외식업체나 백화점 푸드 파트에서 재래시장 맛집을 일일이 탐방하여 그 독특한 맛을 연구하는 것이나 같습니다. 사실 저도, 아무리 투자에 소양이 없는 일부 자산가를 대상으로 한다지만 요즘처럼 정보가 넘쳐나는 세상에 누가 금융기관 wealth management를 수수료까지 내어가며 이용할까 싶었는데 이 설명을 듣고 보니 납득이 되었습니다. 역시 필드를 직접 뛰어 본 분의 말씀이라서 저 같은 일개 문외한이 배우는 바가 요모조모로 많았던, 감사한 독서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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