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영호의 최소한의 부동산 공부
표영호 지음 / 메이트북스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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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장(한국 증시)이 너무 침체(내지 위기)라서 이제 부동산 쪽으로 시선을 돌려야 한다는 말도 자주 들립니다. 증시 상황을 떠나, 한국의 부동산은 원래 상향이고 불패라는 통념도 여전히 유력합니다. 서울의 부동산은 이미 저점을 찍었다는 관측도 많습니다. 나이 드신 분들은 코미디언 시절 그가 진행하던 여러 재미있는 프로그램을 잘 기억할 텐데, 원래 저자 표영호 대표는 실물경제와 자산 관리에 관심이 많았으며 지금은 새로 개척한 이 전문 분야를 잘 활용하여 유o브의 자신 채널에서 많은 이들과 소통하는 중이라고 합니다. 방송인 시절 그가 보여 주기도 했던 예의 그 뛰어난 소통 능력 덕분에, 팟캐스트건 이 책에서건 시청자나 독자나 그가 말하는 주제를 잘 이해하게 됩니다.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 

부동산 가격은 시장 기능에만 맡겨 둘 수 없는 민감한 자산 요소입니다. 한국에서는 일찍부터 아파트 청약 제도가 마련되어, 수요는 지나치게 많고 공급은 제한된 주택이라는 상품을, 신혼부부 등 처음으로 자기 집을 가지려는 이들에게 훨씬 저렴하게 장만할 수 있게 돕습니다. 물론 경쟁률이 워낙 높아 이마저도 목표를 달성하기가 쉽지 않습니다만 그래도 이 제도를 적극 활용하면 운이 좀 따라 줬을 때 의외로 낮은 비용으로 내 집을 마련할 수 있습니다. 일정 기간을 채우고 나면 훨씬 비싼 가격에 팔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이 청약 제도의 혜택을 입기 위해 청약 통장이라는 걸 갖춰야 하는데, 이 제도가 좀 복집한지라 많은 이들이 어려워하기도 합니다. 표영호 대표가 그 특유의 입심, 자연스러운 구어체 말투로 설명해 주는데, 이 부분은 제가 그의 채널에 찾아가 관련 영상을 잠시 시청도 했습니다. 청약제도가 잘 이해 안 되는 분들은 먼저 그의 영상을 보고, 나중에 정보나 팩트만 이 책을 통해 깔끔하게 정리해도 될 듯합니다. 

용적률, 건폐율 등의 용어는 공인중개사 수험생들만 알아야 하는 건 아닙니다. 부동산 등 자산 관리를 통한 재테크는, 월급만으로 내 집 마련이나 여유로운 생활이 어려운 모든 젊은이들이 이제는 익숙해져야 할 개념과 지식입니다. 이미 많은 이들이 잘 알고 있기도 하고요. p80을 보면 표 대표는 특유의 그 시원시원한 어조로 이들 필수 개념에 대해 잘 풀어 줍니다. 그답게, 개념 설명에 그치지 않고 바로 현실로 넘어와서는 수도권 일대 아파트 용적률과 건폐율에 대해 죽 짚는데, 애초에 이들 수치의 상향이 쉽지 않은 만큼, 현재도 상대적으로 낮은 상태인 일산, 분당 말고 과연 큰 수익을 기대할 수 있겠냐고 솔직한 평가를 합니다. 그리고는 "용적률, 건폐율만 높인다고 모든 문제가 해결될까? 삶의 질은?" 같은 질문도 독자에게 던집니다. 너무 현실적인 이슈에만 매몰되지 않고 이렇게 시야를 넓히는 화제의 전환도 있어서 그의 말들이 매력적입니다. 

우리 나라같이 인구밀도가 높고 경쟁이 치열한 사회는 설령 청약제도가 마련되어도 순위 높고 가점 많이 받은 통장 보유자들이 너무 많아 이미 그 자체가 로또 비슷합니다. 그래서 많은 신혼부부들에게는 여전히 그림의 떡인데, 이렇게 바늘귀 통과하듯 어렵게 당첨되고도 이런저런 이유로 아파트 취득을 끝내 포기하는 이들도 있습니다. 이렇게 극소수 도로 나온 물량은 100% 추첨으로 배정하기에 무순위 청약(p120)이라고 부르는데, 표 대표답게 이 "줍줍"에 대해 아주 쉽게 설명합니다. 사실 지금 서울 아파트들도 아직 고점에서 덜 내려왔거나 갑자기 오른 곳이 있는가 하면, 이른바 상급지가 아닌 강북의 여러 아파트들은 몇 년 전 폭등사태 이전 가격으로 다시 복귀해서는 더 떨어진다는 전망도 나옵니다. 표 대표는 무순위 분량이나, 경매에 나온 물량 중에서도 그 운명이 극과 극으로 걸린다며 신중하게 물건을 봐야 한다고 조언합니다.   

내 집을 사면 소유권 등기 경료로 대부분의 절차가 끝나지만 남의 집에 세들어 살면 보증금을 안 떼이기 위해 뭘 해야 하는데, 이걸 두고 대항력 3종 세트 갖추기(p190)라고 저자는 부릅니다. 이사(들어와서 살기, 점유), 전입신고, 확정일자가 그것입니다. 제가 대략 십 년 전에 읽은 어느 저자의 책에서는, 이제 목돈이 있으면 전세를 살 게 아니라 월세를 살고 목돈은 따로 운용하라는 말이 있었는데, 전세사기(p206)가 사방에서 터지는 요즘 그 충고의 무게가 다르게 들리기도 합니다. 이 책 p200 이하에서 표 대표는 전세 월세 제도를 비교하며 한국에서 어떤 장단점이 있는지 자세히 풀어 주는데 역시 직관적으로 잘 이해가 됩니다. 

법대 학부 2학년 정도에 물권을 배우는데 어느 교과서에도 한국 특유의 제도로 "전세"를 꼽습니다. 다른 나라에는 없는 제도이다 보니 법리도 독특하게 발전했는데, 표 대표도 책 후반부에서 의외로 자세하게, 그 기원이나 연혁까지 꼼꼼히 풀어 줍니다. 책의 결론이자 모든 이들이 궁금해할 만한 사항이, 과연 "집 사기 좋은 최적의 타이밍이 언제?"냐는 질문에 대한 답입니다. 개인 방송에서도 표 대표가 이미 언급했었지만, 이 책도 어느 한 쪽으로 치우치지 않은 합리적인 대답이 준비되어서 신뢰감을 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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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10분 두뇌 훈련 첫걸음 - 치매 예방, 인지능력 개선, 기억력 향상을 위한
한국치매교육협회.동그라미에듀 지음 / 시원북스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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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사회는 급격히 고령화 단계로 진입하는 중입니다. 노화가 진행되었다고 모두가 다 치매의 위험에 처하지는 않습니다만, 치매라는 질병이 워낙에 심각한 결과를 초래하므로 시니어분들 당사자나 자녀분들이 이를 각별히 경계하는 건 너무도 당연합니다. 꼭 치매 예방 차원이 아니라도, 평소부터 두뇌 훈련을 열심히 하고 뇌세포를 건강한 상태에 두는 건 분명 의미있고 필요한 활동입니다. 두뇌가 평소부터 활발하게 작동하면, 평소에 임하는 업무 수행도 더 효율적이겠고, 일을 하지 않는 분이라도 일상에서 더 큰 행복을 느끼는 데 도움이 될 듯합니다.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 

이 책은 스프링제본이라서 공부하기에 좋은 형식입니다. 책이 잘 펴져서 내용도 눈에 잘 들어오고, 밑줄을 긋거나 문제를 직접 풀기에도 더 편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스프링제본은 책등이 없기 때문에 책장에 꽂았을 때 보기가 좀 그럴 때가 있습니다. 이 책은 스프링철을 책 앞부분으로 90도 돌리고, 대신 책등이 생기게 만들어서 책장에 꽂아도 이쁩니다. 개인적으로 저는 이런 제책 방식을 처음 봤기 때문에, 참 사람의 아이디어라는 건 끝이 없구나, 이렇게도 할 수 있는 걸 왜 전에는 다들 못했을까 싶기도 했네요. 

p3을 보면 사람의 인지능력은 8분야로 나뉘었다고 나옵니다. 기억력, 언어능력, 공간능력, 집중력, 계산력, 실행력, 판단력, 이해력이 그것입니다. 그런 인지능력을 바탕으로 13개 영역에서 활동할 수 있는데, 이 교재는 그 13개 영역의 활동성을 고루 향상시키게끔 구성되었습니다. 문제가 부족해도 곤란하지만, 문제가 너무 많아도 시니어들께 부담을 드릴 수 있는데, 이 교재는 200문제를 50일 동안 풀게끔 하는 구성입니다. p4의 목차에, 며칠차에 몇 페이지에 가서 문제를 풀지가 나옵니다. 글자도 큼직큼직해서 시력이 나쁜 어르신들에게 편할 듯합니다. 

반복되는 말입니다만 확실히 어떤 목적을 가진 독자한테 어떤 주제를 다룬 책을 준다 해도, 스프링제본이 책을 읽기에는 두루두루 참 편한 포맷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제가 이 정도로 편하게 느끼는데, 이 책을 실제로 활용하는 시니어들께는 얼마나 더 절감이 될까 싶기도 하네요. p26에는 정월대보름을 주제로 여러 단어를 제시했는데, 이 24개 단어를 세 가지로, 즉 부럼/오곡밥/묵은나물의 세 부류로 나누는 과제네요. 오히려 이 문제는 어느 정도 연세가 있으셔야 바로 풀리지 않을까도 생각했는데요. 저는 어찌어찌해서 풀기는 했는데 약간은 헷갈렸습니다. 정답은 뒤 209쪽에 있다고 큼직하게 쓰였는데, 확실히 저도 글씨가 큰 게 눈에 팍팍 들어오니까 편하기는 했습니다. 

더 어려운 건 다음 p27의 문제들입니다. 맞춤법이 틀린 걸 찾습니다. 데보름, 지불놀이, 이 둘이 틀렸다는 건 저도 알겠더군요. 그런데 "차조"가 대체 뭔지를 몰라서 인터넷에 검색을 해 봤습니다. 네이버에서 제공하는 국어사전에서는 "찰기가 있는 조(곡식의 일종)"이라고 설명합니다. 그 밑에 이어지는 항목까지 다 읽어 보니 중근세에는 아래아를 써 찰조라 하던 것을, 이후 받침 ㄹ이 탈락하여 저렇게 바뀌었습니다. 그러니 만약 17세기였다면 이 역시도 틀린(?) 맞춤법일 수 있겠네요. 

시니어들께서 활동하시던 예전과는 달리, 요즘은 국경일이나 기념일(p162)이 자주 변경되기도 하고, 공휴일로 지정되었다가 아니었다가 임시휴일로 바뀌는 등 좀 헷갈리시기도 할 듯합니다. 10월 3일이 개천절인데, 이 날이 여전히 공휴일인지, 9일이 한글날인데 도중에 공휴일 해제도 되었기에 지금은 과연 쉬는지 어떤지 헷갈리는 분들도 있을 만합니다. 

요즘은 여러 이유로, 넷상에 글을 쓸 때 일일이 글자를 다 쓰지 않고 초성만 적기도 합니다. 무슨 아랍어도 아니고 말입니다. 그런데 그렇게 누가 초성만 썼을 때, 이를 읽는 사람은 좀 머리를 써서 맥락에 맞게 떠올린 후보들 중 무엇이 필자의 의도였을지를 좀 생각해야 합니다. p119에는 단어의 일부 음절을 생략하고 초성만 제시한 후, 무엇이 원 단어였을지를 맞히게 합니다. 화ㅌ, 운ㄷ 이라고 하면, 카테고리가 "취미"였을 때 뭐가 답인지 바로 알 수들 있겠습니까? 화ㅌ는 아마 떠오르는 단어가 하나밖에 없어서, 좀 찜찜해하면서도 다들 그것(?)을 답으로 제시할 수밖에 없을 수도 있겠습니다. 

p174에는 거꾸로 쓰인 단어를 바르게 쓰게 하는 문제가 여섯 개 나옵니다. 이들 중에는 바로쓰건 거꾸로건 말이 되는 것들도 있고, 경안, 갑지, 니머주, 기화소 등 뒤집어야만 올바른 단어가 되는 것도 있습니다. p206부터 본문 문제들의 답들이 나오는데 텍스트가 아니라 문제 이미지를 그대로 가져와 답만 컬러 추가하여 제시했기 때문에 한눈에 답이 바로 들어와서 편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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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토록 멋진 영어 필기체 손글씨 - 의사 & 만년필 유튜버 ‘잉크잉크’의 영어 필기체 잘 쓰는 법
잉크잉크 고민지 지음 / 시원북스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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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고민지님은 현직 의사이며, 영어 필기체 잘 쓰는 법을 유o브 본인의 채널에서 가르치기도 하는 분이라고 합니다. 확실히 요즘은 뉴미디어의 시대이며, 평소에 관심 있던 주제를 유o브에서 검색하면 이처럼 그 분야에 정통하신 분이 영상으로 가르쳐 주기도 하니 배움에의 열의만 있다면 뭐라도 새로 시도해 볼 수 있는 좋은 세상인 듯합니다.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 

수백 년 전 유럽, 미국에서는 원거리에서 주로 서신을 통해 의사를 주고받았으며(동아시아도 물론 사정이 비슷했죠), 이때 편지지에 쓰여 발신자의 의사를 전달하는 일차 매개는 바로 글씨체였습니다. 잉그리드 버그먼, 율 브리너 주연 영화 <아나스타샤>를 보면, 집사장이 편지를 정리하며 모 귀족 자제의 필체를 보고선 "글씨 쓴 꼬락서니하곤..."이라며 당사자의 인격까지 함께 깎아내리는 장면이 있습니다(키릴 문자이긴 합니다만). 과거에는 그처럼, 세련된 필체 자체가 그 쓴 사람의 교양 수준을 가늠하는 하나의 기준이 되었으니 서양에서 영어 필기체의 능란하고 우아한 구사가 얼마나 주목 받는 능력이었겠습니까. 우리 동아시아에서도 신언서판이라 하여, 훌륭한 필체는 인재의 레벨을 매기는 중요 척도 중 하나였습니다. 안타깝게도 요즘 학생들은 컴퓨터나 모바일로만 의사소통을 하기 일쑤이니 필체를 다듬을 시간은 더욱 없습니다. 

저는 이 책을 처음 받아들고, 우선 책의 편집에 반했습니다. 일단 이 책은 사철제본입니다. 사철제본은 책이 갈라질 걱정 없이 쫙쫙 펼쳐 볼 수 있다는 게 좋습니다. 단점이 있다면 책등이 따로 마련되지 않아 책장에 꽂아 넣을 때 보통은 모양이 좀 안 난다는 건데... 이 책은 겉에 두꺼운 종이 커버를 한 번 더 둘러서 책등도 (예쁘게 잘) 보이고, 보관성도 뛰어납니다. 책의 주제가 주제다 보니 제책을 이렇게 했겠으나, 저로서는 처음 보는 편제이기도 했고, 디자인도 예뻐서 일단 책만 봐도 필기체 공부 의욕이 절로 난다는 게 너무 좋았습니다. 

개인적으로, 영어 필기체를 제가 처음 배운 건 초등학교를 졸업하고 중학교 진학을 준비하던 시기였습니다. 이 책 p28 이하를 보니 그때 생각도 났는데... 특히 이동선을 그릴 때 글자와 글자를 연결해 주는 "이동선"에 대해, 불룩하게(또는 오목하게) 올라가기(또는 내려가기) 개념을 잡아 주는 게 참 좋았습니다. 필기체 글씨가 안 예쁘게 보이는 주 원인이 바로 이 연결선의 미흡합 처리에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어서였습니다. 또, 저자께서는 p30에서 m, n, u 등을 번갈아 반복할 때 이 이동선의 기능이 중요해진다며 따로 강조까지 합니다. "자연스럽게 모양을 바꿔 주는 기술"에 대해서도 저자는 방점을 둡니다. 

p61을 보면 고난이도 강습이 하나 나옵니다. ws, bs는 아마 명사의 복수형, 또는 동사의 3인칭 단수형 등에서 쓰이겠으며, br 등은 따로 경우를 지적할 것도 없이 두루 쓰이지만, 저자는 순전히 글씨체의 관점에서 이들 철자가 처리하기 어렵다고 말합니다. 이음선이 바닥에서 바닥으로 이어지는 것에 비해, 이들 경우는 이음선이 높기 처리되기 때문이라고 지적합니다. 이 대목을 읽으면서, 여태 제가 부족했던 부분이 무엇이었는지 새삼 깨달았습니다. 원리를 일러 준 후, 이에 해당하는 단어 예를 집중적으로 나열하며 4선지에 반복해서 써 보게 합니다. 

저자 잉크잉크님(유o브 계정주명)의 취향 단어라고 해서 p135를 봤더니 <오만과 편견>, <위대한 개츠비>, <전쟁과 평화>, <호밀밭의 파수꾼> 등 명작 제목들이 나옵니다. 이들 중 <죄와 벌> 같은 것은 몰론 영문학 작품이 아니라 러시아어권의 명작이지만, 영어는 또 위대한 게 훌륭한 번역가들이 포진해 있어 이들 외국 고전을 유려하고 적절한 영어로 옮기기도 하는데 이 번역작(들) 또한 그럴싸합니다. <Crime and Punishment> 같은 건 하도 익숙하여 원래 영어 작품인가 싶기도 합니다. 문학 작품 제목말고 영화도 있는데 <대부(The Godfather)> 같은 게 눈에 띄네요. 

p174 이하를 보면 잡스의 명연설문 일부를 인용하여 필기체로 따라쓰게 합니다. 생전 잡스의 철학이나 경영방침에 일일이 찬동하지는 않았던 독자라 해도, 이렇게 멋진 필기체로 쓰인 그의 말을 보니, 없었거나 오래 잊혔던 존경심 같은 게 느껴지는 듯도 합니다. p202 마지막에 쓰인 저자님의 격려사를 보니 필기체 연습은 단기간에 끝날 게 아니라 제법 오랜 시간 동안 공을 들여야 하겠다는 생각도 드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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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든 유럽 여행지도 2025-2026 - 32개 도시 유럽 미니 지도가 삽입된 유럽 여행 지도 총정리 에이든 여행지도
타블라라사 편집부.이정기 지음 / 타블라라사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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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지도 콘텐츠로서 에이든 타블라 라사 시리즈는 하나의 레퍼런스가 된 듯합니다. 트렌드에 민감한 이들은 일찌감치 눈치챘겠지만 요즘은 여행책이 무척 많이 출간되고, 기존 스테디셀러도 개정판 출간 주기가 짧아졌습니다. 한국인들이 (불황에도 불구하고) 해외여행을 많이 다녀서라고 이유를 간단하게 갖다붙일 수만은 없습니다. 안내서나 지도책이나 오프라인, 아날로그 미디어인데 왜 이렇게 사람들이 새삼스럽게 주목하는지까지는 설명이 안 되기 때문이죠. 막상 해외에 가서 구o맵 등을 써 보면 접속이 항상 원활하지는 않다거나(구o이나 네o버 등 제공업체의 문제라기보다, 망 사정일 수 있습니다), 확대를 해 보면 화면이 멈추거나 깨지기도 하고 광고에 내용이 가리기도 합니다. 아무리 온라인 지도라고 해도 실시간의 사정이 일일이 반영되지는 않고, 더 근본적인 문제는 내가 지금 관심을 갖는 정보에 초점이 놓인, 잘 편집된 양질의 주제도(theme map)가 인터넷에 잘 안 보이는다는 것입니다. 개정만 자주 해 준다면, 여행자의 니즈를 정확히 알고 그 가려운 곳만 잘 긁어 주는 오프라인 명품 가이드가 더 큰 도움을 줄 수 있습니다.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 

에이든 여행지도 시리즈가 다 그렇듯 튼튼한 코팅지 박스 안에 지도책(40페이지 정도 분량), 크게 펼칠 수 있는 약 4,000,000분의 1 축척의 유럽 전도, 유럽 32개 도시를 담은 큰 지도, 여행 노트 등이 그 구성품입니다. 출판사의 설명에 의하면 이 구성의 메인 아이템은 유럽 전도와 도시 지도라고 합니다. 역시 출판사의 설명에 의하면 이 지도는 미네럴페이퍼(친환경 소재)로 만들어져, 혹 비에 맞아도 접힌 자국을 따라 쉽게 찢어진다거나 하지는 않는다고 하네요. 설령 그렇지 않다 하더라도, 비싼 돈 주고 산 고급지도를,가급적이면 차 안이나 식당 처마 밑 등 비를 피할 수 있는 상황에서만 펼쳐 보고 싶습니다(물론 저는 이 컨텐츠를 무료로 제공받았지만). 

유럽 전도는 앞서 말한 대로 4백만분의 1 축척입니다. 심플/여행 버전이 그러하며, 지도 뒷면에는 행정 버전이 인쇄되었는데 이 지도는 약간 더 소축척입니다. 심플 버전은 지명이 로마자로만 표기된 곳도 있고, 로마자에 한글이 병기된 곳도 있습니다. 심플 버전이라고 해도 주요 관광 명소는 그 도시 이름 바로 밑에 표기해 두어서, 기차 등으로 이동할 때 행여 놓치지 않게 배려합니다. 인지도가 그리 높지 않은 도시에 대해서도 이 원칙을 적용하는데, 사실 로마나 함부르크, 부다페스트, 베를린 같으면 구태여 밑에 뭘 안 적어도 우리가 거길 깜빡 지나치거나 할 가능성이 애초에 낮지 않겠습니까. 현지에 있을 여행자를 구체적으로 잘 배려한 센스라고 생각합니다.  

다음에는 큰 용지에 유럽 32개 지도를 이어붙인 큰 지도입니다. 이어붙였다는 게 32개 지도가 따로 떨어질 수 있게 했다는 게 아니라, 크게 펼쳐지는 하나의 용지에 32개 섹션이 인쇄되었다는 뜻입니다. 이걸 32개로 잘라서 쓰면 안 될까. 이용자가 개인적 필요에 의해 그렇게 해서 안 될 것까지야 없겠으나, 지도가 양면 인쇄이므로 앞면에 따라 자르면 뒷면 컨텐츠를 (악간이라도) 못 쓰게 되므로 좀 곤란하겠다는 게 제 생각인데, 어떤 분은 32개 칸이 앞면 뒷면이 일치하므로 섹션경계대로 자른다 해도 아무 상관없다고 합니다. 32개 도시는, 어떤 곳은 세로 인쇄, 어떤 곳은 가로 인쇄인데 이건 각 도시가 실제로 동서 혹은 남북 어떤 방향으로 발달했느냐에 따른 것 같습니다.  

그리고 제가 처음에 구성 본품이라고 착각했던 40페이지 정도의 맵북...이 책은 바로 위에 설명한 32개 지도를 하나하나 분리해 책으로 만들었다고 생각하면 되며, 실제 내용도 이 도시에서 먹어 봐야 할 음식, 살 만한 기념품 등을 소개한 코너까지 해서 거의 같습니다. 구태여 차이점을 들자면 정말정말 미세하게, 본품 한 장짜리 대지도가 아주 약간 더 대축척이다? 혹은 아주 조금 더 선명하게 인쇄되었다 정도인데 이 역시 거의 무시해도 되는 차이입니다. 32개 지도가 휴대하기 좀 부담스러우면 이 맵북으로 대신해도 되겠습니다. 이 맵북이, 출판사에서는 본품 지도의 크랍컨텐츠라고 하므로 아무래도 메인은 저 대지도이겠지만 말입니다. 

여행노트도 그냥 블랭크 노트가 아니라 왼쪽에 컬러 지도가 또 인쇄되었고 오른쪽에 이미 여행 메모 양식이 다 인쇄되어, 독자는 그저 여행하며 빈칸만 채워 넣게 된 구성이니 또하나의 정보 컨텐츠에 가깝습니다. 부록으로 딸려온 샘플북은, 에이든에서 나온 다른 책들의 내용 일부들이 스크랩된 홍보물에 가까운데 저는 이것도 참 마음에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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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를 성공으로 이끄는 데이터 활용 - 고객 경험 가치를 창출하고 향상시키기 위한 방법
인큐데이터 외 지음, 김모세 옮김 / 정보문화사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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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마이너리티 리포트>를 보면 사람들의 출근길 하나하나에 맞춤형으로 그 관심사에 걸맞은 광고가 뜹니다. 그 영화가 개봉할 때는 구체적인 방법론이 마련되지 않았겠으나, 이 책 서문 p3에 나오는 대로 십여 년 전 이른바 플랫포머 유형의 사업자들이 등장하여, 기술적으로 수집된 정보를 활용하여 여러 업체의 마케팅에 제공합니다. 이처럼 고객의 데이터라는 게 광고기법과 패러다임을 근본적으로 바꿔 놓은 세상에서, 모든 기업은 그런 데이터를 적극적으로 사업모델의 핵심 요소로 쓸 수 있어야 하지만, 현실은 그리 녹록지 않아서 막상 (그나마 쌓인) 데이터에 주목하면 이걸로 뭘 해야할지 막막합니다.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 

이 책은, 우선 소중히 모인 데이터로 당장 영리하게 해 낼 수 있는 작업, 언제나 기업 서버를 귀찮게 하는 최적화 이슈, 데이터와 연관하여 항상 미세조정과 거시적 정립이 동시에 필요한 기업 전략 전술 지평에 이르기까지, 의외로 많은 경영 현안에 대해 상당히 자세한 조언을 폅니다. 책을 펼쳐 보면, 당초 기대와는 달리 "이런 지적, 또는 설명도 나오네?"라며 놀랄 수 있습니다. 이 일본 저자분들의 평소 경향을 봐도, 많은 이들이 당연하게 여겨 온 개념이나 상식의 허점을 예리하게 짚었던 적이 많았습니다. 

데이터는 객관적 실체이며 정보의 덩어리이므로 그 모습이야 일정하지만 이를 바라보는 관점은 천차만별입니다. 그런데, 그런 관점이나 예상들 중에 기업의 경영에 실질적 성과를 내는 것들은 또 그리 많지 않습니다. 이 책이 독자에 대해 통렬히 일깨우는 점들 중 하나는, 경영자나 관리자는 평소부터 서비스나 상품(자신들이 시장에 내어놓는), 고객에 대한 관점이 바르게 정립되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아무리 데이터가 올바른 방향을 가리키고 있어도 이를 바라보는 관점이 잘못되었다면 나의 현장에 적실한 결론이 나올 리가 없습니다. "사회적 성장'이란 말도 간혹 눈에 띄는데 어떤 특정한 뜻이라기보다, 샵이 위치한 블럭이 활황이라야 내 업체도 잘된다는 맥락 정도입니다.  

나는 고객에게 최선을 다하고 매우 성실합니다. 고객도 이를 알지만(친절매너와 성실한 태도를 못 알아보거나 무례하게 무시하는 사람은 없습니다), 사실 고객이 원하는 바가 이게 아니었을 경우 경영성과로 이어지질 못합니다. 과도한 친절매너는 종업원의 피로를 불러 정작 필요한 서비스의 제공, 대응이 늦어질 수 있습니다. 이런저런 최신 장비나 시설의 장착도 그 사용방법이 익숙지 않을 경우 고객의 사용빈도가 여전히 낮게 머물고, 직원들의 업무강도 저하로 곧바로 이어지지도 않아 비용 절감이나 생산성 향상, 자원재배치에 아무 도움이 안 된다면 괜히 돈만 버린 것입니다. 

이런 문제점을, 데이터를 통해 짚어내려면 정량적 분석에만 치중해서는 안 됩니다. 데이터가 올바른 결론을 빤히 도출하는데도 경영자, 실무자가 고정관념에만 집착하고 "돈 투자했는데 왜 성과가 없지?"라며 피해의식에만 사로잡혔다면 이 기업의 방침에 개선 가능성이란 없습니다. 정성적(qualitative) 어프로치가 그래서 중요한 것이죠. p50의 "좋은 서비스가 좋은 경험은 아니다"는 말은 바로 이런 걸 가리킵니다. UX, UX 말은 요즘 많이들 하지만 그 진정한 의미가 뭔지 깊이 성찰한 경영자는 드뭅니다. 

p94에도 중요한 포인트가 하나 나오는데, 기업은 일단 자사 데이터를 잘 활용해야 한다는 전제에서 논의를 시작합니다. 기존 데이터와, 앞으로 우리 회사 고객이 될 수 있는 이들에 대한 데이터를 유기적으로 연결 못 시키면, 제아무리 데이터를 산처럼 요즘은 잘 쌓아 놓아도 아무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여기서 책은 현재의 데이터, 즉 잠재 고객들이 우리 회사 사이트에 머물며 무슨 정보를 탐색했는지 그 경로을 꼼꼼히 분석하고, 이것이 기존 고객 데이터와의 점접을 어디서 마련하는지 잘 살펴야 한다고 예리하게 지적합니다. 여기서 책은 소구(遡求)라는 표현을 쓰는데, 고객한테 어필한다는 소구력(訴求力)이라고 할 때의 그 뜻이 아닙니다. 현재의 새로운 정보가, 과거의 유력한 경향성과 거슬러올라가 만나는 맥락 형성을 말하는 것입니다. 

QCD 사고방식(p134)라는 게 있습니다. 품질이나 비용, 전달의 3면이 고루 균형을 이뤄야지, 어느 한 요소를 대폭 희생하여 근시안적 목표를 날림으로 달성하려 들어서는 안 된다는 것입니다. 이 말이 새삼 왜 나왔냐 하면, 요즘은 기업환경의 변화가 너무도 빨라 이른바 워터폴(waterfall) 유형으로 시스템을 짜서는 안 되며, 애자일(agile)하게, 조건의 다양한 인풋에 빠르게빠르게 잘 적응하는 시스템이라야 성과를 낼 수 있다는, 일종의 강박관념입니다. 애자일한 데에만 치우쳐서, 이 방식 저 구조에서 얼기설기 이것저것 떼어와서는 짜깁기식으로 시스템을 만든다? 결국은 큰 사고가 난다는 겁니다. 항상 근본적인 원칙을 지키고, 그러면서도 고객의 니즈가 최우선의 고려사항이라는 점을 잊지 말라는 교훈으로 가득한 책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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