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픽300+ TOPIKⅡ New 실전모의고사 5회 - TOPIKⅡ한국어능력시험 실전모의고사 수험서
시원스쿨 토픽개발연구회 지음 / 시원스쿨닷컴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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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픽이라는 시험이 있습니다. 한국어를 구사하는 능력을 측정하는 시험인데, TOPIK이라고 할 때 K가 Korean의 K입니다. P는 proficiency의 약자입니다(텝스에서도 그렇죠). 외국인 유학생들에게는 필수에 가깝고, 한국의 컨텐츠가 세계로 뻗어나감에 따라 한국어 구사에 관심을 갖는 외국인들이 이렇게나 많아진 현실에 놀라게 됩니다. 한편으로, 한국어가 모어인 나는 과연 이 토픽이라는 시험을 치면 점수가 얼마나 나올지도 궁금했습니다. 여느 어학 시험 교재가 그러하듯 이 책도 볼륨이 대단히 두껍습니다.

(*책좋사의 소개를 통해 출판사에서 제공한 교재를 공부하고, 솔직하게,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

토픽1보다는 토픽2가 더 어렵고 쓰기 과목이 들어가서 공부할 내용이 더 많다고 하겠습니다(토픽1에는 쓰기가 없음) . 쓰기는 p7에서 설명하듯 언어 사용, 내용 및 과제 수행, 전개 구조 등의 요소를 보는데 이 평가 기준을 보니 나는 과연 한국어 쓰기 실력으로 몇 점이나 나올지 좀 걱정이 되기도 했습니다. 급수가 높아질수록(숫자가 커질수록) 더 어려워지며, 1교시는 듣기+쓰기, 2교시는 읽기 시험입니다.

p36의 18번 문제를 보면 식테크에 대한 내용이 있습니다. 저는 식테크라는 말을 처음 들어보았고 아마도 많은 한국인들이 그러리라 생각합니다만, 그래도 그게 대강 무슨 뜻인지는 눈치챌 수 있습니다. 식물을 키우고 취미 생활도 즐기면서 돈도 버는 패턴인데, 한국 사회에 대한 최신 시사 상식이라면 상식입니다. 이런 점까지 글을 읽고 바로 이해할 수 있어야 한국어를 얼마나 잘하는지 그 하나의 척도로 삼을 수 있다고 생각하면 뭔가 뜨끔해지기도 합니다. 중고 플랫폼 어쩌구하는 말이 나오는 걸 보면 답은 ④ "더 비싼 가격으로 되파는"입니다.

p91을 보면 외국인에게는 참 어려운 문제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1인칭 '나"는 아마 교사 아니면 교수일 듯한데, 서훈에게 남들 보는 앞에서 엄청 면박을 주지만 그가 친구 영수를 위해 대신 그런 행동을 했다는 게 알려지면서 생각을 바꾸게 됩니다. 43번의 경우 아마 답은, ①이 바로들 나오겠습니다만(본문에 그 정보가 바로 나오니까요), ②는 결석이 아니라 현장의 친구한테 부끄러움을 덜어주려는 동기였으므로 미세하게 정답을 비껴간 선지입니다. 결석 관련도 본문에 오답을 유도하기 위해 표시되었으므로 외국인에게는 유혹이 될 수 있겠죠. 

p130의 34번 문제를 보면 지문에 설명된 기술적인 세부사항에 대해 정확히 알아야 풀이가 가능한 문제이겠습니다. ③을 보면 본문에 스위스 언급은 있으나, 스위스가 우리처럼 사전투표를 시행한다는 것이지 벌금 부과에 대해서는 연관이 없습니다. ④는 전혀 언급이 없습니다. 이 문제에 대해 아마 한국인이라면 제법 높은 비율로 정답을 맞힐 텐데, 한국의 투표 제도에 대해 배경 지식이 이미 있다는 점도 무시할 수 없습니다. 

p175를 보면 37번 문제에서 공감적 듣기에 대한 설명을 합니다. 사실 한국인이라면 공감적 듣기라는 지식 사항에 대해 전혀 몰라도, 공감이라는 단어만으로도 그 대략의 내용이 짐작될 것입니다. 답은 누구라도 ②를 무난히 고를 텐데, 단 ①도 틀린 말이 아닌데 왜 오답이겠는지를 좀 생각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①은 범위가 넓습니다. 본문에서는 남의 말을 들을 때의 태도를 논합니다. 반면 ①은 듣기 말하기 등의 상황을 떠나, 남의 말을 그저 비판하지 말라는 취지인데 본문에서는 듣기 상황에 한정할 뿐입니다. p372에 정답이 왜 정답인지, 오답이 왜 오답인지 자세한 설명이 나옵니다.

p221의 제5회모의고사 44, 45번 문항을 위한 지문을 보면 자화상에 대한 (아마도 화가의) 자신감 넘치는 표백이 나옵니다. 44번의 답은 ②이며 본문의 핵심 주제 중 하나가 "솔직함"이므로 어렵지 않게 맞힐 수 있겠습니다. 좀 어려운 문제는 45번인데, 답은 ③이라는 게 출제 취지인 건 눈에 띕니다. 사실 "사회 문제"가 지문에 정면으로 다뤄진 건 아니지만, 자화상이 개인을 다루는 데 그치지 않는다는 게 포인트이므로 무난히 정당화될 수 있겠습니다. 해설이 자세하다는 점은 교재의 최고 강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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퀵 델레(DELE) B2 - 답이 바로 풀리는, 스페인어 능력시험 답이 바로 풀리는 퀵 델레
권소영 외 지음 / PUB.365(삼육오)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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델레 감독관 출신인 권소영 Dalia 선생님이 이번에 새로 펴낸 DELE, 스페인어 능력 시험 B2 등급 수험서입니다. 우리 나라에서 델레에 응시하는 이들은 (프랑스어 델프와는 달리) B2 등급을 필요로 하는 경우가 더 많은 듯합니다. 이런 어학 시험은 학문적 이해도도 깊어야 하지만, 외국어 능력이라는 게 원래 그렇듯 어려서부터 현지에 거주하며 몸에 익힌 감각이라는 게 크게 요구된다고 생각합니다. 권소영 선생님의 경력 중 부에노스아이레스 13년 거주라는 사항이 독자인 제 눈에는 크게 들어옵니다.

(*북유럽의 소개를 통해 출판사에서 제공한 교재를 공부하고, 솔직하게,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

앞에서 말했듯 B2는 요구사항이 상당히 높고, 그 내용이 p12에 잘 나옵니다. p13, p14에는 델레의 4영역 독해, 듣기, 작문, 회화에서 무엇을 요구하는지 자세히 설명이 이뤄집니다. 그런데 제 생각에는 p15 이하부터 정말 자세히 이뤄지는 평가항목과 점수(3점, 2점, 1점, 0점)에 대한 해설 부분이, 응시자들이 언제나 이시험을 준비하며 명심해야 할 대목이 아닐까 싶었습니다. 내가 무엇을 보완하고 갖춰야 이 시험을 합격할 수 있을지 몇 번이고 거듭해서 읽을 필요가 있겠습니다.

스페인어에는 아랍의 영향을 받은 어휘가 많이 있습니다. tarea(과제, 유형) 같은 게 그 예인데, 이 책은 델레 시험 체제에 따라, 독해, 청해, 작문, 회화의 네 prueba 아래에 4개, 5개, 2개, 3개씩의 tarea가 각각 제시됩니다. 델프는 청해가 먼저인데 이 델레는 독해가 먼저 나오고 청해가 그 다음입니다. 아무튼 tarea를 통해 학습자가 먼저 실력을 다지게 하고, 다음에 실전문제 두 세트씩이 나옵니다. 실전 문제에는 그에 대한 해설이 다음 페이지에 자세히 따라와줘서 독자가 자기 약점을 고치기에 유익합니다.

영어에서는 lecture가 강의(대학교 등의)라는 뜻인데, 스페인어에서는 lectura가 읽기, 지문이란 뜻입니다. 실전문제 뒤에는, 예를 들어 p28에서처럼, 한국어로 된 스크립트가 나오고, 문제와 그에 대한 선지들도 하나하나 해석이 되어 있습니다. 특히 p29 하단을 보십시오. podrian이라고 해서 poder의 직설법 조건문, 3인칭 복수꼴입니다. 저자께서는 이럴 때 동사의 시제를 주의깊게 보라고 따로 일러주기까지 하는데, 스페인어 문법은 독특한 게 조건문 같은 게 시제와 나란히 놓이죠. 직설법 mood 아래에 현재, 과거(완료와 불완료), 미래, 그리고 이 조건이 있다는 게 독특합니다. 영어는 tense와 mood가 엄연히 별개인데 말입니다.

와, 역시 B2라서 대화 독해도 참 어렵습니다. p79 같은 곳을 보면 마리아노, 알리시아, 라울, 네레아가 대화를 나누는데 이에 대해 p114 이하에 한국어로 해석이 나옵니다. 네 사람은 가족 관계에 대해 자신의 현황과 생각을 자세히 말하는데, 글쎄, 우리 같으면 한국어로 이를 표현하라고 해도 꽤나 어려울 듯합니다. 알리시아의 발언 중 debidos a sus adicciones 같은 데에 저자는 특히 볼드체로 처리하여, "그녀의 여러 중독으로 인한 것"이라는 해석을 적어 두었습니다. debidos a가 "~ 때문에"라는 뜻이며, 이게 sean(ser가 원형. 접속법 꼴) 뒤의 보어라서, 3인칭 복수 주어와의 호응을 위해 s가 붙었습니다. puedo que가 "아마도 ~일 것이다"라는 뜻을 이끄는데, 이 뒤에는 저 sean처럼 접속법이 와야 합니다.

청해 영역을 위해 듣기 음원이 따로 제공됩니다. 로그인이나 회원 가입 필요 없고 누구나 다운받을 수 있습니다. 듣기 파일은 압축 상태에서 108Mb인데 해제하면 140Mb쯤 되었습니다. 부가 자료가 많으니까 모두 다운받아서 활용해야 하겠습니다. 젊지만 약간 굵은 목소리의 남녀 원어민이 나와 대본을 읽어 줍니다. 스페인어는 다른 언어와 달리 외국인 귀에도 비교적 또렷이 들리는 편이라서 듣기 자체는 그리 어렵지 않으나 어휘를 잘 알아야 합니다. p166 같은 곳을 보면 관련 어휘가 잘 정리되었습니다. 시험 앞두고는 어휘 파트만 싹 훑어도 도움이 될 만큼 정리가 깔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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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미에르의 처음 프랑스어 - 프랑스어 찐 왕초보를 위한 100일 완성 프로젝트
노민주(주미에르) 지음 / 시원스쿨닷컴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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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어는 우리 주변에서 어휘상으로도 그렇고 제법 쓰일 때가 많습니다. 서래마을 같은 곳만 봐도 프랑스인들이 많이 살며, 심지어는 드라마를 봐도 단어를 알아야 등장인물의 의도를 비로소 정확히 알 수 있을 때도 있습니다. 그러나 프랑스어는 발음도 어렵고, 철자와 발음이 잘 연결되지 않아 첫 허들을 넘기가 어렵습니다. 그래서 초보자에게 너무 어렵지 않게 기초를 잡아 주는 교재와 강의가 무척 중요한 것 같습니다.

(*책좋사의 소개를 통해 출판사에서 제공한 교재를 공부하고, 솔직하게,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

p52 같은 곳을 보면 기초 회화 표현을 가르칩니다. QR 코드도 찍혀 있어서, 영상을 보고 어떤 상황에서 이런 말이 나오는지 그 이해에 도움을 받을 수 있습니다. enchante! 라고 하면 반갑다는 인사입니다. 교재에는 저자께서 큰 소리로 따라하며 연습하라고 적어 두었는데, 외국어 공부할 때 가장 필요한 태도가 이게 아닐까 생각합니다. C'est facile?은 "그거 쉬워?"라는 뜻인데, facile은 영어 단어에도 이 말이 있습니다(프랑스어에서 기원). 발음은 다르지만 대체적인 뜻은 서로 같기도 합니다.

책에는 프랑스어의 왕이 명사라고 하고 있으며, 재미있게도 형용사는 명사의 오른팔이라고 합니다. p104를 보면 형용사의 분류로, 기본 형용사, 색깔을 나타내는 것, 맛을 나타내는 것, 감정, 성격을 나타내는 것들이 예시됩니다. 이 책은 모두 17개의 위니떼(unite), 100개의 르쏭(leçon)으로 구성되었는데, 형용사는 위니떼 06에서 leçon33~40을 통해 배웁니다. 르쏭이 100개인 이유는, 이 교재가 학습자의 가초 100일 완성을 목표로 삼기 때문입니다.

이 책은 학습자가 프랑스어 공부에 보다 편안하게 접근하게 도우려고 "만능 표현"을 가능하면 먼저, 많이 가르쳐 주려고 노력한 편집이 눈에 띄는데, p116의 C'est 같은 표현이 그것입니다. C'est는 "쎄"처럼 발음하며 우리 나라 사람들도 인기 샹송 등을 통해 귀에 익을 구절입니다. 유명한 표현 중에 C'est la vie가 있는데 "인생은 그런 거야"라는 뜻입니다. C"est gratuit?(이거 공짜야?)라고 물어 보자, Non, rien n'est gratuit(공짜는 아무것도 없어)라고 대답이 나옵니다. 이 대화는 뭔가 심오한 느낌마저 줍니다. 비록 문맥상 "이 가게에 공짜는 없다"는 뜻인 것 같지만 말입니다.

C'est si bon이란 말도 있습니다. 1960년대 무교동에 있었다던 음악감상실 간판이기도 하고, 그 전에 프랑스를 비롯 세계적으로 인기를 끈 샹송 제목이기도 한데, 이브 몽탕이 원곡을 불렀고 미국에서 딘 마틴 등이 번안하기도 했죠. si는 여기서 "매우"라는 뜻의 부사입니다. 아무튼 책에 나오는 대로 c'est는 정말로 만능의 표현이어서, p116 하단에는 이 어구 뒤에 올 수 있는 형용사 등 일곱 개의 예시를 들고 있습니다. vrai, genial 같은 형용사들이야 그렇다 해도, top 같이 영어에서 유입된 단어도 이 뒤에 올 수 있다는 게 정말 재미있습니다. C'est tellement intéressant!

고등학교 때 배운 영어 표현을 보면 four score and seven years ago로 시작하는, 링컨의 유명한 게티스버그 연설문이 있습니다. 물론 score 같은 너무나도 예스러운 조수사는 현대에는 거의 쓰지 않으며 미국에서도 four score까지만 말이 나와도 사람들 사이에 벌써 웃음이 나옵니다. 이런 용법이 영어에 19세기까지 남았던 이유는 프랑스어의 영향 때문인데, 이 책 p135를 보면 87을 읽는 방법으로 quatre-vingt-sept라고 가르쳐 줍니다. 공식으로 풀어서까지 가르쳐 주는데 4×20+7이라는 것입니다. 또 영어에서도 조수사 뒤에 -s가 안 붙는다는 게 토익 등에도 나오는데, 이 책도 p134를 보면, 80은 quatre-vingts라고 해서 -s가 붙지만 81, 82 등은 그냥 vingt라는 점에도 조심하라고 가르칩니다.

초보자들을 위해 최대한 쉽게, 부담 없이 편한 표현으로, 컬러풀한 편집을 써서 독자한테는 정말 친근하게 다가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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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권으로 끝내는 DELF A2 - 국내 최초 新유형 반영 프랑스어 능력시험 대비 한 권으로 끝내는 DELF
정일영 지음 / 시원스쿨닷컴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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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년 전인 2018년 정일영 선생님의 이 책이 처음 나왔을 때 리뷰를 올렸었고 지금도 제 블로그에 남아 있습니다. 지금 이 책은 개정2판이며 판형은 그대로지만 장정은 크게 바뀌었습니다. 저자 정일영 선생님은 델프 감독관, 채점관 경력도 지닌 분이므로 이 시험을 대비하는 데 최적의 코스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시원스쿨닷컴에서 듣기영역, 구술영역, 모의테스트, 필수어휘집 pdf 등을 제공합니다. 예전에는 책에 인쇄된 쿠폰(은박을 긁어낸 후 사용 가능)을 등록해야 이 자료들을 다운로드받을 수 있었는데 지금은 로그인 후 바로 접근할 수 있습니다.

(*책좋사의 소개를 통해 출판사에서 제공한 교재를 공부하고, 솔직하게,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

책은 모두 네 파트로 나뉩니다. 1부는 듣기평가(compréhension de l'oral)인데, oral은 여기서 구어, (상대방이) 말한 내용을 가리킵니다. compréhension이 "이해"를 뜻하므로(영어에서도 비슷한 모양이죠), 이 제목은 (말하기가 아니라) 듣기 평가를 의미합니다. 반면, 파트 4의 명칭 production orale는 수험자가 직접 말하게 하는 구술 평가를 뜻합니다. 자칫하면 반대 의미로 착각할 수 있습니다. 파트 2는 독해, 파트 3은 작문 평가입니다.

듣기자료는 237Mb 분량의 압축 파일인데, 해제하면 433Mb 가량 됩니다. p38 같은 곳을 보면, 전철 역사 안에서 들을 수 있는 안내방송이 나옵니다. A2 등급 시험이므로 말하는 속도는 느긋한 편이고 남성의 목소리로 들려 줍니다. 한 페이지를 넘기면 문제들의 한국어 번역이 나오고, 다시 한 페이지를 넘기면 읽어 주었던 그 스크립트가 프랑스어로 제시됩니다. le TGV va partir a 15 h라는 부분은 열차가 15시에 출발한다는 뜻인데,  15 h라고만 나오지만 이걸 실제로 읽을 때에는 quinze heures, 즉 껭즈 외 정도로 읽어야 하겠습니다. 실제로 이 음원에 나오는 남성의 목소리도 그렇습니다.

문제가 살짝 함정을 팠다고도 할 수 있을까요?  여기는 분명 역사(驛舍) 안입니다. 그런데 "당신은 여기서 무엇을 할 수 있는가?"라고 물으면서 세 선지를 내놓습니다. 영화보기, 조깅하기, 식사하기. 얼핏 보면 답이 없는 듯하지만, 대본에서는 offre un service de restauration이라고 했었으므로 답은 ⓒ prendre un repas(쁘랑드르 엉 레빠)입니다. 역사라서 식사가 바로 연상되지 않을 수 있어도 기차 안에서 식사 서비스가 제공되죠. 한국이라면 잘 들을 수 없을 안내 내용이긴 합니다.

p128을 보면 라디오를 듣고 문제를 풀라는 취지로 지시합니다. "라디오(radio)"에 프랑스어로는 혹시 무슨 다른 뜻이 있을까 싶어도 우리가 아는 전파방송 라디오 그냥 바로 그 뜻입니다. r 발음은 불어에서 구개수음(uvular)인데 실제로 요즘 불어를 들어보면 특히 두음일 경우 우리가 아는 [r]과 그리 큰 차이가 나지 않고, 오히려 독일어의 어두 r이 특징적인 구개수음이더군요. 이 음원에서도 제 귀에는 그리 들렸습니다. 필수적이라고 할 때 p131 하단에 나오는 indispensable(앙디스뽕사블르)는, 영어에서도 발음만 다를 뿐 저 철자 그대로 씁니다.

요즘 트럼프가 전세계에 관세를 매기면서 tariff가 아름다운 단어라고 했었는데, 영어에서는 tariff가 관세(關稅)라는 뜻이지만, 프랑스어에서는 그냥 가격(price)이라는 의미입니다. 영어 tariff가 분명 프랑스어 tarif에서 유래했음에도 불구하고 뜻이 이렇게나 달라집니다. p271 같은 곳을 보면 그 예가 분명히 나옵니다(가격이 200유로라고 하는 대목). A2를 무리 없이 풀기 위해서는 먼저 기초 단어나 표현들을 잘 알아야 하겠는데, 예를 들어 p299 같은 곳의 les dechets industriels는 p301에 나오듯 "산업 쓰레기들"이라는 의미입니다. 복수형이라는 점이 눈에 띕니다.

볼륨도 듬직하고 무엇보다 몇 년 전에 개정된 델프 유형에 잘 맞게 새로 짜여진 교재라서 믿고 공부할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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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공한 사람들은 HIM 있게 말한다
임붕영 지음 / 미래지식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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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에서 주장하는 HIM의 본질은, 물론 힘(power)라는 뜻도 되지만 다음의 세 요소를 품습니다. 첫째 humor, 둘째 impact, 셋째 meaning. 이 세 개념의 머리글자를 따서 이 책에서는 성공적인 대화에 언제나 이 HIM이 들어가야 한다고 가르칩니다. 일단 여기까지만 읽어 봐도 공감이 되는데, 이 책에서는 더 구체적인 방법론을 독자에게 자상하게 정리해 줍니다. 

("*책좋사의 소개를 통해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

p78을 보면 유대인의 속담에 이런 게 있다고 합니다. "하나님 앞에서는 울어라. 그러나 사람들 앞에서는웃어라." 저자는 웃음이 최후의 승자라는 말도 덧붙이는데, 우리 독자들도 자주 듣던 "일류는 힘들 때 웃을 줄 아는 사람이다"라는 격언과 일맥상통합니다. 웃음의 긍정적인 효과는 경우에 따라 질병도 낫게 하고, 주변에다 일을 잘 풀리게 하는 좋은 기운 역시도 옮긴다고들 합니다. 그래서 한국 속담에 "웃는 낯에 침 못 뱉는다"고도 했죠. 사업체이든 가정이든 웃고 즐겁고 화합하는 분위기라야 직원들에게도 그 긍정의 에너지가 방사(放射)되지 않겠습니까.

p140을 보면 모든 갈등은 타인의 감정을 잘 살피지 못한 데서 비롯한다고 합니다. 나는 내 나름대로 절실하게, 감정을 담아 말을 한다고 하는데, 상대방은 그 말을 오해하고 기분이 상할 수 있습니다. 이 경우 더 큰 원인이 내가 아니라 상대방에 있다 해도(즉, 상식적으로 바른 말을 했을 뿐인데 상대가 곡해하는 상황), 나 역시 분위기를 부드럽게 만들기 위해 좀 더 무난하고 덜 공격적인 표현을 택할 수도 있었으니, 이 역시 내게 잘못이 없다 어찌 단정하겠습니까. 대화의 기술은 아무리 다듬고 다듬어도 개선시킬 여지가 남았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왜 효과적인 소통에 (의지는 충만한데도) 실패하는가. 첫째 지나치게 재미있게만 말을 하려 들기 때문입니다. 외워서 준비한 후 남들 앞에서 풀어놓는 조크는 오히려 역효과만 부르기 쉽습니다. 유머 감각은 자리에 함께한 사람들과 자연스럽게 소통하며 공감하며 빚어지는 것이라야지, 억지로 자신이 주목 받으려는 의욕 과잉은, 그게 의도한 대로 효과가 안 날 때 거꾸로 당사자에게 자신감을 빼앗아갑니다. 둘째는 과거의 좌절, 실패 때문에 앞으로도 계속 안 될 것이라는 자기세뇌도 한몫한다고 저자는 말합니다. 남은 잘하는데 나만 이렇다고 불필요한 비교를 하는 데에도 세번째 원인이 있으며, 넷째로는 내 감정을 내가 조절하는 게 생각보다 어렵다는 게 그 이유입니다. 이 외에도 p164 이하에서 저자는 두 이유를 더 짚어 줍니다.

저자 임붕영 교수는 한국유머학회 회장직도 맡고 있습니다. "어떻게 말씀을 그렇게 재미있게 하십니까?" 저자는 이런 질문을 받을 때마다 "중학생 때부터 탈무드를 읽어서 그렇습니다."라고 답한다고 합니다(p185). 이어 탈무드가 왜 유머의 원천인지에 대해 일곱 가지의 원인을 저자는 제시하는데, 이 책의 가장 큰 특징 중의 하나는 이처럼 저자가 토픽마다 딱딱 몇 가지로 보기좋게 정리를 해서 독자들에게 제시한다는 점입니다. 그러니 독자들이 이해하기도 쉽고, 이 정도는 나도 따라할 수 있겠다며 자신감도 생기는 것입니다.

요즘은 컴퓨터, 디지털의 힘으로 세상 자체가 굴러갑니다. 이런 세상에 아날로그적인 무엇을 들이대면 비웃음이나 사기 쉽고, 시계도 디지털 표시에만 익숙해진 요즘 어린이들은 1부터 12가 새겨진 아날로그 방식의 장치는 못 읽어낸다고 합니다. 그러나 사람의 영혼은 그 근본이 아날로그 구조입니다. 그래서 사람들은 여전히 아날로그적인 호소, 매력, 추억 상기에 어쩔 줄 몰라합니다. 디지털 시대일수록 따뜻한 말 한 마디가 그립고, 정서적 안정감을 제공하는 건 여전히 아날로그(p239)이기 때문이라는 게 저자의 명쾌한 분석입니다. 이 아날로그 감성을 대화에 물씬 반영하는 게 임붕영 교수님처럼 말을 잘하게 되는 비법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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