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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재자를 막을 것인가 만들 것인가
아이라 샬레프 지음, 김익성 옮김 / 이사빛 / 2025년 6월
평점 :

이 포스팅은 이사빛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인 관점에서 살펴보고 작성했다.
12.3 내란 사태와 대통령 파면 이후, 벌써 6개월이 흘렀다. 그리고 오늘, 6월 3일은 제21대 대통령 선거일이다. 우리는 이제 갈림길에 서 있다. 이 선거가 내란 사태를 끝내고 새로운 시대를 여는 출발점이 될 것인지, 아니면 기존의 수구 세력이 다시 득세하는 전환점이 될 것인지, 오직 우리의 손에 달려 있다.
이러한 중대한 시점에 접한 책 <독재자를 막을 것인가 만들 것인가>는 시사점이 크다. 정치학자 아이라 샬레프(Ira Chaleff)는 이 책에서 독재자의 탄생 메커니즘과 이를 방지하기 위한 시민의 역할을 깊이 있게 탐구한다. 이 책은 단순한 정치비평서가 아니라, 시민 스스로가 ‘어떤 지도자를 선택하고 어떤 행동을 할 것인가’에 대한 숙고를 촉구하는 구조적 경고문에 가깝다.
저자는 독재가 개인의 야망이나 능력만으로 형성되는 것이 아니라, 사회 구조와 추종자의 행동에 의해 만들어진다고 말한다. 그는 권위주의적 정치인을 ‘예비 독재자’로 정의하며, 이들이 완전한 독재자로 변모하는 데에는 주변의 암묵적 동의와 방관이 결정적이라고 경고한다.
p.45
때로는 최고위직에 앉은 정치 지도자는 대부분 호의적이든 악의적이든 자신의 비전을 시민에게 강요하거나 설득해 받아들이게 만들기도 한다. 만약 지도자의 소통과 설득 기술이 효과적이라면, 시민은 좋든 나쁘든 지도자가 이끄는 대로 따른다.
p.148
포퓰리스트 지도자라도 국부를 증대시키고 그런 국부 증대에 이바지한 사람이 공정한 몫을 얻을 수 있는 조건을 만들어냄으로써 국익을 위해 진심으로 노력할 수도 있다. 이들은 자기를 지지하는 추종자를 얻는다.

이 책은 독재 권력의 작동 원리를 설명하면서, 독자들이 책의 내용을 실제 정치 지도자나 사회 권력자에게 적용해 볼 수 있도록 시민 교육서처럼 구성되어 있다. 특히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서는 단지 지도자의 도덕성만이 아니라, 이를 추종하는 대중의 비판적 성찰과 용기 있는 행동이 필요하다는 점을 반복해서 강조한다.
이 책은 추종자를 지도자와의 거리와 영향력에 따라 다섯 개의 계층으로 분류해 소개했다. 먼저 '외곽 계층'은 대중으로, 일반 시민으로 정책의 직접적 영향을 받는 사람들을 말한다. '준 외곽 계층'은 정치적 활동가로, 정치적 지지나 반대를 위해 조직적으로 행동하는 개인과 집단이다. '운영 계층'은 관료와 실무 전문가로, 정책을 실행하고 행정을 담당하는 전문가들이다.
'준 내부 핵심 계층'은 언론·재계·입법부 등의 엘리트들이다. '내부 핵심 계층'은 측근으로 지도자의 측근 참모나 가족 등이다. 이처럼 독재자는 다양한 계층의 조력과 침묵, 협조를 통해 권력을 강화한다.
p.273
엘리트란 누구일까? 어떤 사회든 엘리트가 있다. 이들은 부유층에서부터 문화의 흐름을 주도하는 사람, 국회의원과 사법부 재판관, 유력 언론인, 전직 공직자, 그리고 각 분야의 사상적 지도자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p.357
권력 가까이에 있다는 사실은 우리 삶에서 의미를 만들어 내는 한 가지 형태다. 권력에 가까이 있다 보면 변화를 만들 수 있다는 믿음이 생기게 된다. 이런 특권적 위치를 차지할 기회를 얻는 것은 매력적인 일이다.

<독재자를 막을 것인가 만들 것인가>는 책은 추종자의 성향을 세 가지 유형으로 나눈다. 무비판적으로 지시를 따르는 ‘순응형 추종자’, 지도자의 권력을 적극 강화하는 ‘공모형 추종자’, 불의에 맞서 행동하는 ‘용기 있는 추종자’이다. 이 분류는 독재 체제에서 시민 각자가 어떤 위치에 서 있는지를 돌아보게 만든다.
결국 이 책은 묻는다. “당신은 어떤 추종자인가?”
독재자는 단지 지도자의 문제가 아니다. 그를 따르는 우리의 선택과 행동이 독재를 만들기도, 막기도 한다는 자각이야말로 민주주의를 지키는 첫걸음이다.
현재 한국 사회의 상황에서 비추어 볼 때, 이 책은 단순한 이론서가 아닌 실천적 지침서가 될 수 있다. 정치 구조에 대한 깊이 있는 이해를 원하는 사람, 민주주의의 위기 속에서 시민의 역할을 고민하는 이들에게 이 책은 분명 유의미한 나침반이 되어줄 것이다.
* 출처 : 박기자의 끌리는 이야기, 책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