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닥터 메리골드의 처방전
찰스 디킨스 외 지음, 이주현 옮김 / B612 / 2025년 1월
평점 :
이 포스팅은 B612북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인 관점에서 살펴보고 작성했다.
『닥터 메리골드의 처방전』은 영국이 자랑하는 위대한 문호 찰스 디킨스가 1865년 크리스마스 특별판으로 편집해 내놓은 작품이다. 디킨스의 따뜻한 시선과 사회적 메시지를 담은 작품으로, 단순한 입양 가족 이야기를 넘어, 사회적 편견과 장애를 극복함으로써 인간애를 실현할 수 있다는 감동적인 서사를 전해주고 있다.
닥터 메리골드는 가난한 잡상인(행상인)으로, 자신을 의사라 칭하며 물건을 팔아 살아가고 있다. 아내와 아이를 잃은 후 깊은 상처를 안고 살아가던 그는 어느 날 청각장애를 가진 소녀 소피(Sophy)를 만나면서 인생이 바뀌게 된다.
소피는 어린 시절부터 말을 하지 못했지만, 닥터 메리골드는 그녀를 따뜻한 마음으로 돌보며 자신만의 방식으로 소통하는 법을 가르친다. 예를 들어 책을 통해 글을 읽게 하고 이해하도록 돕는 한편, 자신의 경험과 이야기들을 담아 '처방전'을 만들어 준다. 두 사람은 점점 가족이 되어 가고, 닥터 메리골드는 소피가 세상과 연결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한다.
p.9
나는 이곳저곳을 떠돌아다니며 물건을 파는 잡상인이다. 그리고 나의 아버지는 윌럼 메리골드다. 아버지가 살아 있는 동안 몇몇은 아버지를 윌리엄이라고 불렀지만, 그때마다 아버지는 줄곧 "아닐세, 내 이름은 월럼이네"라고 말했다. 나는 아버지의 이름을 둘러싼 논쟁을 이렇게 생각해 본다. 자유국가에서 자기 이름조차 마음대로 정할 권한이 없다면 자유를 억압받는 노예 국가에서는 얼마나 더 심할까?
<닥터 메리골드의 처방전>은 빅토리아 시대 영국 사회가 시대적 배경으로, 빅토리아 시대의 가난한 이들의 삶을 조명하며, 사회적 약자를 돌봐야 한다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이 작품에 등장하는 주요 인물로는 가난한 잡상인이지만 닥터 메리골드는 따뜻한 마음을 가진 캐릭터다. 소피(Sophy)를 입양하며 변화를 겪는다. 닥터 메리골드의 아내는 가난과 불행 속에서 고통받았던 인물이다. 소피는 말을 하지 못하는 어린 소녀로, 닥터 메리골드와 함께 성장하며 자신을 표현하는 법을 배운다.
찰스 디킨스는 이 이야기를 통해 혈연을 넘어 진정한 가족이 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하며, 입양과 돌봄의 가치에 대해 말하고 있다. 또한 장애를 가진 사람도 세상과 소통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하며, 배려와 교육이 필요함을 보여주고 있다.
p.121
11월 9일. 집에 온 지 이틀밖에 안 되었지만, 내 안에는 이미 많은 변화가 생겼다. 머릿속은 온통 혼란스럽고 학교를 떠난 지 벌써 백년은 된 듯하다. 오늘 아침 낯선 사람 두 명이 찾아와 아버지를 만나야 한다고 했다. 아버지가 서재에서 글을 쓰고 내가 난로 근처에서 바느질하는 동안 거칠고 위험해 보이는 남자들의 목소리가 서재까지 들렸다.
찰스 디킨스는 특유의 문체와 감동적인 스토리로 현실적인 문제를 다루면서도 따뜻하고 희망적인 결말을 제시하고 있다. 고아 소년 올리버가 런던에서 겪는 시련과 성장 과정을 통해 산업혁명기 영국의 빈곤과 범죄 문제를 사실적으로 묘사한 <올리버 트위스트(Oliver Twist)>, 구두쇠 스크루지가 유령들을 만나면서 인생을 반성하고 변화하는 이야기로 크리스마스 정신을 상징하는 대표적인 고전이 된 <크리스마스 캐럴(A Christmas Carol)>은 영화와 뮤지컬로도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또한 고아 피핍의 성장과 사랑, 계급적 갈등을 다뤄 영국 사회의 현실을 날카롭게 묘사한 <위대한 유산(Great Expectations)>, 그리고 프랑스 혁명을 배경으로 런던과 파리에서 벌어지는 드라마틱한 사건들을 다룬 역사 소설 <두 도시 이야기(A Tale of Two Cities)>, 디킨스의 자전적 요소가 강하게 반영된 성장 소설. 주인공이 어려움을 극복하고 성공하는 과정을 통해 희망을 보여준 <데이비드 코퍼필드(David Copperfield) 등도 현재의 우리 사회에 빗대어 생각해 볼거리들이 많다.
<닥터 메리골드의 처방전>은 당시 영국의 가난한 사람들, 장애인에 대한 인식, 가족 개념 등 빅토리아 시대의 사회상을 엿볼 수 있다는 점에서 흥미로운 소설이다. 또한 현대사회에서도 이슈로 되고 있는 입양과 가족의 의미를 다시 생각해 보게 한다. 단순히 혈연으로 맺어진 가족만이 아닌 마음으로 맺어진 가족의 가치를 새삼 깨닫게 되고, 우리 사회에서 무관심하게 지나치고 있는 장애인을 향한 배려와 공감의 중요성에 대해서도 생각해 볼 수 있을 것이다.
무엇보다 감동적이면서도 위로가 되는 인간애를 담은 찰스 디킨스의 소설은 바쁜 일상 속에서 휴식이 필요한 현대인들에게 여전히 꼭 읽어봐야 할 흥미롭고 재미난 이야기로 다가온다.
* 출처 : 박기자의 책에 끌리다, 책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