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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장이라는 착각 - 지속 가능한 미래를 위한 이정표
안호기 지음 / 들녘 / 2025년 5월
평점 :

이 포스팅은 들녘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인 관점에서 살펴보고 작성했다.
지난해 12.3 내란 사태 이후, 지난 6월 3일 6개월 만에 진행된 제21대 대통령선거 결과 이재명 대통령이 선출됐다. 집권한지 일주일이 되지 않았지만 지난 정권의 수많은 실정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는 가운데, 제2의 IMF라고 불릴 만큼 바닥까지 떨어진 국내 경제 상황을 새 정부가 어떻게 살릴 것이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문제는 경제야!”라는 구호가 한창이던 시절이 있었지만 지난해 트럼프 재집권 이후 관세 문제를 비롯해 환율 급등 등 산재한 문제들이 하나둘이 아니다. 세계 10위권의 경제 규모, OECD 회원국 중에서도 손꼽히는 수출 강국으로 꼽혀온 한국이 이제 재도약을 할지 이대로 주저 않을지 갈림길에 놓여 있다.
<성장이라는 착각>의 저자인 경향신문 안호기 기자는 오랫동안 경제·사회 부문을 취재해온 언론인으로, 한국 사회가 집착해온 '성장'이라는 환상에 근본적인 물음을 던진다. 이 책은 GDP 중심의 성장 신화가 어떻게 불평등, 자살률, 노인 빈곤, 임금 격차, 돌봄 붕괴 등 사회 전반의 병리적 현상으로 이어졌는지에 대한 고발한다.
p.47
현대 자본가는 자신의 이익을 늘리는 데만 치중한다는 비판을 받는다. 이는 자본주의의 가장 최신 형태인 신자유주의가 확산한 상황과 관련이 있다. 규제 완화와 민영화, 자유 경쟁 등이 특징인 신자유주의는 자본가에게 더 큰 이익을 안겨주는 시스템이었다. 자유화와 규제 완화는 독과점과 자본 집중을 초래했다.
p.140
탄소중립은 기업이나 개인이 발생시킨 이산화탄소 배출량만큼 이산화탄소 흡수량도 늘려 실질적인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0(제로)'으로 만든다는 개념이다. '넷제로(Net-Zero)'라고도 부른다. 대기 중에 배출한 이산화탄소의 양을 상쇄할 정도의 이산화탄소를 다시 흡수하는 대책을 세워 이산화탄소 총량을 중립 상태로 만들고자 한다.

저자는 “왜 이렇게 잘 사는 나라에서 이렇게 많은 사람이 힘들게 살아가는가?”라는 질문에 '탈성장'이라는 해법을 제시한다. 저자는 또 성장지표가 삶의 질을 대변하진 않는다며 OECD 최하위권의 삶의 질 지표, 높은 자살률과 산재율, 노인 빈곤율 등을 통해 ‘GDP 상승 = 행복 증대’라는 공식을 부정했다. 그는 ‘성장’은 더 이상 삶을 풍요롭게 하지 못한다는 현실을 통계와 사례로 입증했다.
그는 단순한 성장 비판에 그치지 않고, 공존과 지속가능성을 중심에 둔 '탈성장'을 대안으로 제시한다. 성장률이 아닌 ‘지속 가능한 삶의 질’로 사회의 방향을 전환해야 한다고 역설한다. 또한 그린 뉴딜, ESG 경영, 디지털 전환조차 자본주의 논리를 강화하는 수단에 불과하다고 분석한다.
‘친환경’으로 포장된 ‘녹색 자본주의’의 이면을 비판적으로 들여다보는 한편 암스테르담의 도넛 경제 모델, 바르셀로나의 공유경제 정책, 커먼 포레스트(공유 자원 운동) 등 ‘탈성장’을 현실화하고 있는 해외 사례들이 구체적으로 소개했다.
p.187
파생상품의 위험성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초래했던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사태에서 찾아볼 수 있다. 서브프라임 모기지는 신용도가 낮아 상환능력이 떨어지는 서민에게 돈을 빌려주고, 그 위함을 각종 파생상품으로 잘게 쪼개고 합쳐서 파생상품으로 만든 것이다.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은 미국 서민들이 대출을 갚지 못하는 상황에서 더 나아가 글로벌 금융기관 파산과 전 세계 금융위기로 확산했다.
p.234
자본주의가 종말로 치닫는 주요한 원인에 대해 사이토 교수는 기후변화를, 피케티 교수는 불평등을 들고 있다. 바루파키스 교수는 그 원인이 테크노 봉건주의가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이라는 색다른 분석을 내놓고 있다. 산업혁명과 중산층의 부상으로 시대를 마감했던 봉건주의가 되살아났다니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걸까? 바루파키스 교수는 아마존과 알리바바 등 빅테크 플랫폼이 자본주의를 밀어냈다고 주장한다.

한국 사회는 이제 ‘얼마나 더 성장할 수 있는가’가 아니라, ‘어떻게 함께 지속 가능하게 살아갈 것인가’를 고민해야 할 시점이다. <성장이라는 착각>은 성장이라는 프레임을 벗고 새로운 이정표를 제시하는 책이다. 그는 이 책을 통해 성장 위주의 삶에서 벗어나기 위해 필요한 것은 ‘멈춤’이라고 강조했다.
‘더 이상 자라지 않는 사회’가 비로소 진정한 회복과 연결, 분배를 가능하게 한다는 메시지가 강하게 울린다. 이 책은 “왜 이렇게 열심히 사는데도 삶이 나아지지 않을까?”라는 고민을 가진 직장인을 비롯해 사회적 불평등과 기후 위기에 관심이 많은 청년 세대, 지속 가능한 대안을 찾는 정책 입안자나 교육자, ESG·친환경 마케팅에 의문을 품는 기업 관계자, 그리고 삶의 본질과 방향 전환에 대해 고민하는 모든 독자들에게 추천한다.
* 출처 : 박기자의 끌리는 이야기, 책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