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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옛 도시를 걷다 - 오랜 기억을 간직한 옛 도시에서 마주한 시간과 풍경
여홍기 지음 / 청아출판사 / 2025년 5월
평점 :

이 포스팅은 청아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인 관점에서 살펴보고 작성했다.
직장이 광화문에 있다 보니 점심을 먹고 나서 산책 겸 광화문광장을 거닐 때도 있고, 고궁박물관이나 역사박물관 쪽에서 좀 더 시간을 보내고 올 때가 있다. 지난달에는 무작정 경주에 갔다가 황리단길이라는 곳이 핫하다고 해서 들렸는데, 왕릉과 다보탑, 석가탑, 불국사, 첨성대 등만 알고 있던 곳이 홍대나 압구정 로데오거리와 닮아 있어 꽤 놀랐었다.
어쩌면 우리는 현실 도피로 혹은 새로운 만남과 추억을 쌓기 위해 여행을 떠나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신도시 혹은 옛 유적지로 구분되는 도시에서 진짜배기를 놓치고 있는 건 아닐까 하는 조바심이 일 때가 있다. 유명한 곳만 찾게 되고, 인증샷에 먹거리를 해결하고 나면 다 돌아본 것 같지만 실상 놓치고 있는 많은 것들이 있다는 것을 이 책을 보면서 새삼 느끼게 됐다.
<세계 옛 도시를 걷다>는 관광이 아닌 ‘이해의 여행’을 지향하는 책이다. 이 책은 수천 년의 시간과 기억이 축적된 27개의 옛 도시를 소개하면서 우리에게 묻고 답을 찾도록 이끈다.

이 책에서는 안양, 아스카, 톨레도, 하이델베르크, 신트라 등 아시아, 유럽, 북아프리카에 걸쳐 27개의 다채로운 도시에 대해 소개한다. 각 도시가 지닌 역사적 상징성과 문화적 배경이 담겨 있어 세계사를 입체적으로 조망한다.
이 책은 관광지에 대해 소개하는 기존 여행서와 달리 어느 도시의 문화·철학·예술·역사들이 얽히고설키면서 부대끼는 과정에서 보는 것에 만족하는 여행이 아니라 이해하고 사색하는 좀 더 사유의 여행에 초점을 두고 있다.
광화문에도 현대 문물인 신식 건물들이 즐비한 가운데, 고궁이나 옛 유적지 발굴터 등이 혼재되어 있어 500년 역사가 함께 숨 쉬는 느낌을 받을 때가 많아 사진도 찍고 영상도 찍으면서 기록으로 남기고 있다. 저자가 직접 발로 누빈 생생한 기록과 사진들은 이 책을 보는 재미를 더 풍성하게 해준다.

저자가 수년간 현장을 답사하며 촬영한 사진이 함께 소개함으로써 생동감 넘치는 도시의 분위기를 시각적으로 느낄 수 있도록 해주는 한편, 각각의 도시마다 간직하고 있는 고유한 색채와 감성들을 있는 그대로 전해 준다.
이 책은 도시를 통해 역사를 살펴보는데 머물지 않고, 도시 자체를 하나의 ‘삶의 이야기’로 엮어 낸다. 문명, 기억, 사람, 자연이 서로 어떻게 얽혀 있는지를 보여주고, 시간이 머문 공간을 음미하고 사색에 잠기다 보면 그 도시로 떠나고 싶어질 것이다.
SNS에 어디에 있었는지, 뭘 먹었는지 알리고 싶은 마음에서 잠시 벗어나 마음의 여유를 가지고 살아 움직이는 도시의 모든 것을 하나씩 다시 눈으로 새겨보자. 이 책은 도시가 주는 ‘기억의 향기’를 즐길 수 있는 시간을 선사해 줄 것이다.
* 출처 : 박기자의 끌리는 이야기, 책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