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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가운 숨결
박상민 지음 / 아프로스미디어 / 2020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현직 의사가 쓴 감성 메디컬 미스터리 <차가운 숨결>은 흥미롭고 재미난 요소가 많은 책이다. 특히 책을 덮을 무렵,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는 결말에 또 한 번 놀라게 된다. '메디컬 미스터리'는 롤플레잉 게임의 스토리 전개처럼 중간중간 실마리를 던져주는 체크포인트가 숨어 있다.
책의 앞부분에서는 몰랐던 일들이 책장을 덮을 때쯤, 명확하게 밝혀진다. 때로는 명확하지 않을 때도 있는데, 독자의 상상력에 맡기는 경우다. 소설 속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텍스트로 읽었던 장면들이 머릿속에 그려지면서 작가가 숨겨 놓은 실마리를 풀기 위해 여기저기 기웃거리게 된다. 앞에서 봤던 장면이나 사람들과의 대화를 생각하다 보면 작품에 더 몰입하게 되고, 흩어진 조각들을 모아 퍼즐 판에 맞추듯 안개가 걷히듯 미스터리한 상황들이 하나의 그림으로 그려진다.
<차가운 숨결>의 원제는 <그날 밤 소녀는>으로, 수아의 이야기를 메인 플롯으로 한 단막극 분량의 스토리를 갖고 있었다고 한다. 장편 소설로 새롭게 기획되면서 새로운 플롯이 두 가지 더해지고, 충격적인 반전의 스토리를 가진 장편소설로 재탄생했다.
이야기는 어느 한 대학병원에 입원해 있던 45세 환자 한재훈이 위급한 상황에 놓이고, 그의 주치의인 레지던트 3년 차 강나리 쌤을 부르는 다급한 알림이 울리면서 시작된다. 메인 이야기 외에 또 다른 플롯도 동시에 진행된다. 한 어린아이가 집에서 키우던 개를 산책시키려 나갔다가 개가 차에 치여 죽으면서 울부짖는 장면으로 새로운 이야기도 시작된다.
그 후, 여대생인 된 한수아는 같은 대학병원에 입원하게 되고, 외과 레지던트 1년 차 이현우 쌤이 그녀의 주치의를 맡게 된다. 수아의 아버지가 같은 병원에서 갑작스럽게 의문사로 사망했다는 이야기를 듣고 관심을 갖게 된 현우는 자신의 어머니를 범인으로 지목하는 수아의 모습에 안타까워한다.
수아는 자신에 관심을 보이는 현우에게 자신의 아버지가 왜 죽었는지 진실을 알려달라고 간곡히 부탁하고, 그는 의국을 돌며 그날의 진실 찾기에 나선다. 현우가 수아 아버지의 의문사를 풀기 위해 병원 내 이곳저곳을 기울이다 보니 사건은 또 양상으로 빠르게 전환된다. 그가 진실에 한 발짝 다가섰다고 생각하면, 병원 내 동료 의사나 간호사들은 두세 걸음 뒤로 물러서며 경계의 벽을 치는데...
선생님, 우리 아빠가 돌아가신 진짜 이유를 밝혀주세요!
밀레니얼 세대인 박상민 작가는 현직 의사이자, 한국추리작가협회 소속 작가다. 그는 의사로 활동하면서 틈틈이 추리소설을 쓰고 있다고 전했다. 현재 메디컬 미스터리, 범죄 스릴러 등 다양한 장르의 작품을 새롭게 구상 중이다. 그는 올해 코로나19가 발생되면서 공중보건의 자격으로 대구의료원에 파견 근무를 갔다 오기도 했다고 한다.
<차가운 숨결>은 현직 의사가 쓴 소설답게 대학병원을 중심으로 병원의 이곳저곳이 세밀하게 묘사되어 있다. 의사, 간호사, 환자들의 움직임이 사건의 흐름을 따라 생동감 있게 그려진다. 실제로 병원에서 근무해 보지 않았다면 이런 디테일한 표현은 쓰기 어려웠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대학병원의 하루 일과가 잘 표현되었다.
이 책의 매력은 기존 미스터리 메디컬 소설의 구조를 따라가면서도 이중적인 결말 구조를 보인다는 점에서 색다른 매력이 있다. 완벽할 것 같았던 병원의 시스템에도 허점이 보이고, 살인마가 거침없이 돌아다닐 수 있는 공간과 시간이 충분히 있다는 점에 놀라게 된다.
그날 밤, 무슨 일이 일어났던 걸까?
그럼, 엄마는...
엄마는 왜, 그날...
<차가운 숨결>은 롤플레잉 게임 같다는 인상을 주었다. 독자인 나는 한 여대생의 비극적인 사연을 풀어주기 위해 나선 주인공 현우가 되어 대학병원의 이곳저곳으로 진실을 찾아 헤맨다. 그러다 특정 시점에서 진실의 열쇠를 풀어줄 것 같은 조력자를 만나고. 진실에 한 걸음 더 다가섰다고 생각했을 때 뒤통수를 치는 반전이 기다린다.
게임 속 캐릭터가 사망하면, 게임의 처음 시점으로 되돌아가거나 세이브한 시점부터 다시 플레이가 시작되는데, 이 소설도 긴 터널을 지나면서 이중 구조의 플롯의 함정에 빠질 수 있으니 조심해야 한다. 스토리 전개는 단순한 것 같으면서도 복잡한 미로 속을 탈출하듯 스토리 전개의 끈을 놓쳐서 안 된다.
어느 특정인을 범인이라고 생각하고 책을 읽다 보면 범인의 흔적은 다른 곳에서 발견되고, 클라이맥스를 지나는 시점에 등장하는 진짜 범인은 지금까지 가졌던 범인에 대한 생각들을 완전히 뒤집어 놓는다. 여기에 두 가지 결말 구조를 선보였다는 점에서 이 소설이 드라마로 제작된다면 좀 더 흥미로운 전개가 가능할 것으로 기대된다.
정말... 그게 사실일까요?
혹시 모르잖아요.
다른 사람이 그랬을지도 모르고
2020년 6월 초, 벌써부터 30도를 오르내리는 무더위가 시작되고 있다. 코로나19의 백신 개발에 대한 소식이 요원한 가운데, 매일매일 감염자 소식을 전하는 정부 브리핑을 듣다 보면 다 함께 한국이라는 아니 전 세계라는 병동에서 생활하는 듯한 착각이 들 때가 있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얘기하는 시점에 읽어 볼 만한 메디컬 미스터리 소설로 이 책을 추천한다.
<차가운 숨결>은 미스터리 메디컬 소설답게 곳곳에 페이크 장치들이 지뢰처럼 숨겨져 있다. 독자는 주인공 현우가 되어 수많은 시련을 이겨내고 대학병원에서 발생하는 의문사 해결에 나선다. 감춰진 사건의 진실은 무엇인지, 그동안 숨겨졌던 진실의 결말은 무엇인지, 책을 읽으면서 직접 확인해 보시기 바란다.
* 출처 : https://blog.naver.com/twinkaka/221991631960
선생님, 우리 아빠가 돌아가신 진짜 이유를 밝혀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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