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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리적 낙관주의자
수 바르마 지음, 고빛샘 옮김 / 흐름출판 / 2025년 5월
평점 :

이 포스팅은 흐름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인 관점에서 살펴보고 작성했다.
우리는 불확실한 현실 속에서 살아간다. 인터넷 기반의 스마트폰이 출시되고 일상생활품으로 바뀌면서 모빌리티 기반의 현대사회는 점점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AI(인공지능)가 새롭게 세상의 모든 영역으로 파고들고 있고, 사람들과의 관계는 복잡해지고, 감정은 쉽게 무너진다.
2024년, SNS와 유튜브에서 '럭키비키'와 같은 콘텐츠가 주목받은 이유도 이러한 시대정신의 반영이다. 단순히 '긍정적으로 생각하자'는 말이 아닌, 자기 효능감을 회복하고 스스로 삶을 주도하고 싶어 하는 Z세대와 M세대의 바람이 반영된 결과다.
하지만 막상 현실은 그리 녹록치 않다. 감정 표현이 서툴고, 스트레스는 만성화되어 있으며, 점점 더 많은 이들이 AI에게 "오늘 하루 어땠을까?"를 묻는다. 감정이란, 어느새 타인이나 기계에게 맡겨야 하는 것이 되어버렸다.
이러한 시대에 『합리적 낙관주의자』는 새로운 해법을 제시한다. 이 책의 저자인 수 바르마는 정신과 전문의이자, 9.11 테러 당시 뉴욕 세계무역센터 정신건강 프로그램의 유일한 정신과 의사로 활동했던 인물이다. 그는 수천 명의 내담자와의 상담 경험을 통해, '감정을 통제'하는 것이 아닌 '조율'하는 법을 알려준다.
단순한 긍정이 아니라, 현실을 직시하면서도 스스로 선택지를 만들어내는 심리적 태도, 그것이 바로 '합리적 낙관주의'라고 새롭게 정의한다.
p.35
낙관주의와 비관주의는 공존할 수 있다. 우리는 희망을 품으면서도 두려워하고, 최선을 기대하면서도 의심한다. 인간이기에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중요한 것은 두려움과 의심을 받아들이면서도 긍정적인 태도를 유지하는 것이다. 탄탄한 대처 능력을 발휘하고, 필요한 부분을 개선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것. 그것이 바로 핵심이다.
p.85
하지만 '스트레스받을까 봐' 도전을 외면하면 꿈과 목표에서 멀어질 수밖에 없다. 많은 사람이 자기감정이 '너무 과하다.'는 생각을 내면화한 채 살아간다. 성공을 가르는 것은 감정이 있느냐 없느냐가 아니다. 중요한 것은 그것이 우리가 감당할 수 있는 크기 인지다.

이 책은 무조건적인 희망이나 억지스러운 낙관을 말하지 않는다. 오히려 불안과 의심을 인정하고, 그 안에서 균형을 찾는 8가지 심리 전략을 제시한다. 목적과 감정, 문제 해결과 자부심, 루틴과 현재성, 관계, 건강한 습관이라는 키워드를 중심으로, 각 원칙마다 실제 사례와 구체적인 훈련법이 소개된다.
예를 들어, 일상에 무기력을 느끼는 직장인이 반려견과의 산책에서 삶의 의미를 다시 찾고, 감정 조절에 어려움을 겪던 내담자가 어린 시절의 인정욕구를 인식하며 분노를 다루게 되는 과정은 매우 현실적이고 설득력 있게 다가온다.
특히 인상적인 점은 감정을 억누르거나 부정하지 않고, 스스로의 감정을 '다르게 해석하고 받아들이는' 힘을 길러준다는 것이다. 책 속의 문장처럼, "현실을 바꿀 수 없다면 해석을 바꿔라"라는 태도는 억압이나 맹목적 희망이 아닌, 자기 자신과의 조율을 기반으로 한다. 이는 인지행동치료(CBT)의 원리를 바탕으로 하여, 감정의 근원을 인식하고 구조적으로 바꿔나가게 돕는다.
이 책의 가장 강력한 메시지는 "삶을 무너뜨리는 건 사건이 아니라 해석이다"는 문장에 담겨 있다. 저자는 우리가 겪는 고통의 상당수가 실제 사건 때문이 아니라, 그 사건을 해석하는 방식에서 비롯된다고 말한다. 이 관점은 단순한 긍정과는 차원이 다르다.
현실을 회피하지 않되, 그에 대한 인식과 해석을 '내 편'으로 바꾸는 훈련이 필요하다는 것을 강조한다. 이는 인지행동치료(CBT)의 핵심 원리이기도 하며, 감정에 휘둘리지 않고 주도권을 회복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p.160
대부분은 부정적인 생각을 사실처럼 받아들인다. '나는 실패자야.' '나는 덜렁대.' '완전 망했어.' 이것은 주관적인 반응일 뿐이다. 부정적인 생각은 한번 시작되면 쉽게 꼬리를 물고, 비관 외로움, 우울로 이어진다. 이런 생각들은 너무 강렬해서 뇌의 능동적인 문제 해결 기능을 마비시키기도 한다.
p.236
집에 나만을 위한 공간을 하나 만들자. 독서를 위한 편안한 의자, 낮잠을 잘 수 있는 부드러운 담요와 베개, 촛불, 일기장, 화분, 소중한 추억이 깃든 사진이나 물건들, 예술 작품 등 마음을 편안하고 차분하게 해주는 것ㅎ이면 무엇이든 좋다. 혹은 그저 잘 정리된 공간 하나만으로도 충분할 수 있다. 깔끔하게 정돈된 공간은 집중력을 높이고, 스트레스를 줄이며, 기분을 한층 밝게 만든다.

전통적인 '낙관주의'는 종종 근거 없는 희망이나 무조건적인 긍정으로 오해되곤 한다. 하지만 저자는 현실을 직시하면서도 긍정적인 선택지를 만들어내는 태도를 '합리적 낙관주의'라고 정의한다. 이는 단순한 자기암시가 아니라 감정 패턴을 인식하고, 새로운 해석을 시도하며, 실천을 반복하는 3단계 전략에 기반을 두고 있다. 특히 감정의 뿌리를 파악해 재해석하고, 작지만 반복 가능한 루틴을 통해 실질적인 변화로 이끄는 점이 특징이다.
<합리적 낙관주의자>는 지금 우리 사회에 꼭 필요한 책이다. 감정을 회피하거나 극단으로 치닫기 쉬운 시대에, 이 책은 감정을 없애는 법이 아니라 조율하는 기술을 가르쳐 준다. 무너지는 일상이 반복될 때, 그 원인을 '사건'이 아닌 '해석'에서 찾고, 변화의 실마리를 다시 '나'에게 돌려주는 이 책은 단순한 자기계발서를 넘어선 감정 회복 매뉴얼이자 심리적 자립을 위한 안내서다.
이 책을 덮는 순간, 완전히 새로운 사람이 되지는 않았지만, 적어도 "나는 내 감정을 다룰 수 있다"는 확신이 생겼다는 것을 알 수 있을 것이다. 그 확신이 바로, 이 책에서 이야기하는 '합리적 낙관주의'의 시작이다.
* 출처 : 박기자의 끌리는 이야기, 책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