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의 책 - 희망의 사도가 전하는 끝나지 않는 메시지
제인 구달.더글러스 에이브럼스.게일 허드슨 지음, 변용란 옮김 / 사이언스북스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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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의 책』​​

제인 구달, 더글러스 에이브럼스, 게일 허드슨 (지음) | 변용란 (옮김) | 사이언스북스 (펴냄)​

희망을 색으로 표현하면 무슨 색일까? 아마도 표지 제목처럼 진분홍이 아닐까? 희망이라 함은 앞으로 나아가는 원동력일 텐데 빨강은 왠지 너무 그 자체로 힘이 든다. 힘이 안 나는데 힘을 내라고 강요하는 느낌이다. 그렇다고 해도 연분홍은 또 그것대로 부족하다. 앞으로 나아가야 하는데 연분홍은 왠지 설설 걷는 느낌이다. 그저 꾸준히 빠른 걸음으로 걷는 것... 그것은 이런 진분홍의 느낌이 아닐까? 달리는 것도 아니고 어슬렁거리는 것도 아닌, 그저 저마다의 자기 속도대로 힘을 내면서 꾸준히 걸어가는 것... 아마 그것이 희망의 색일 것이다.

제인 구달이 이 책 [희망의 책]에서 말하고자 하는 것은 정말 무엇이었을까? 뜬구름 잡는 희망에 관한 이야기였을까? 어차피 이 지구는 멸망을 향해 가니 니나노~ 하면서 즐기라는 것일까? 이제 아흔이 넘은 그녀가 말하고자는 것은 아직도 늦지 않았다는 것이다. 늦었다는 것을 인정하는 순간 앞으로 갈 힘은 없어진다. 늦었는데, 이미 끝났는데 왜 가야 하는가? 어디서도 끝을 환영해 줄 골인 지점은 없는데 말이다. 하지만 그녀는 말한다. 희망은 바로 생존의 본질이라고 말이다. 희망을 말하지 않는 순간 인류 역시 수많은 멸종 위기 종이 걷는 길을 걷게 될 것이다.

목숨을 걸고 연구비를 따고, 끊임없이 사회운동을 하고, 동물권을 쟁취하고자 여러 뜻이 맞는 사람들과 연대하는 길을 가고, 뿌리와 새싹이라는 아동을 대상으로 한 환경보호운동 역시 지속하고 있는 그녀... 그녀를 이렇게 만든 것은 아마도 자연의 힘일 것이다. 특히나 침팬지의 어머니로 알려진 제인 구달... 침팬지 연구의 최고의 실력자로 통하는 그녀를 이 자리에 오게 한 것은 바로 생명을 향한 사랑, 자연을 향한 경외심일 것이다. 세상은 이렇게 자연에서 배움을 찾고 영감을 찾는 사람이 많은 반면 그렇지 않은 이들도 있다. 최근 뉴스는 역시 마음을 얼어붙게 했다.

고령 목장에서 탈출한 사순이는 이십 년을 갇혀서 보냈다고 한다. 사순이가 자유를 즐겼던 순간은 한 시간 남짓이다. 그 한 시간 후 사순이는 엽총에 맞는다. 민간에서 이렇게 사자를 키운다는 것 자체가 이해가 가질 않았는데, 이는 법체계 정비전에 들여온 개체라서 야생 동물이 민간에서 키워진 사례라고 한다. 그리고 사순이가 멸종 위기종이라니... 판테라 레오라는 위기 종으로 전세계 3만 마리 밖에 없다고 한다. 그 사자를 인간은 고작 한 시간 뛰쳐나왔다고 죽였다. 그것도 고령의 사자, 사람을 따랐던 사자, 그저 이십 분간 앉아있었던 사자를 말이다.

멸종 위기종을 말하면서 아무렇지도 않게 사살을 결정하고 그것을 행하는 것이 이해되지 않는다. 고라니 역시 우리나라에서만 서식하는 희귀종이라는데 아직 우리는 고라니에 대한 서식과 그 방향에 대해서 논의도 안 하는 듯하다. 농작물에 피해를 준다고, 한 밤에 도로에 나온다고 쯧쯧 혀를 차면서 계륵 취급 하는 현실이다.

제인 구달은 누구보다 멸종 위기종을 보호해야 한다고 말한다. 다양한 생물의 종이 어울려 살아야 한다. 생태계의 파괴로 서식지가 없어지면 먹이 사슬이 붕괴되고 아마 최종은 인간의 붕괴일 것이다. 우리가 살려면 자연이 살아야 한다. 지금의 상황이 그것을 말해주지 않는가? 제인 구달이 말하는 희망이 부디 사람의 희망으로 이어지길 바란다. 인간의 지성에 거는 희망, 더 스스로를 망치지 않겠다는 다짐 등등 ... 갈 길이 멀지만 그래도 아직 걸을 수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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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기 쉽게 풀어쓴 현대어판 : 수상록 미래와사람 시카고플랜 시리즈 10
미셸 드 몽테뉴 지음, 구영옥 옮김 / 미래와사람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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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기 쉽게 풀어쓴 현대어판 수상록』​​

미셸 드 몽테뉴 (지음) | 구영옥 (옮김) | 미래와사람 (펴냄)​

사람들은 책을 왜 읽는 것일까? 요즘 같은 독서인구가 절벽인 시대에는 읽는 사람은 왜 읽는 가하는 문제 제기가 더 적절하겠다. 읽는 사람은 왜 읽는 것일까? 책의 목적은 다양하다. 재미로 읽는 경우도 있고, 배울 점이 있어서 있는 경우도 있고, 다른 한편으로는 남이 어떤 생각을 가지고 어찌 사는지 그저 궁금해서 일 수도 있겠다. 한마디로 타인에 대한 관심이다. 독서는 바로 그런 것이다. 사람과 사람사이의 대면이 힘든 사람들은 독서라는 행위를 통해 인간관계를 넓힐 수 있다. 그 안에는 나와 다른 다른 이의 생각들이 들어있으니 말이다. 그리고 아마 즐거운 사람은 독서를 하지 않을 듯하다. 삶이 이렇게 즐거운데 굳이 책이 펼 이유는 없다. 삶의 이유에 대해 목마른 사람이 독서를 하지 않을까 싶다. 삶의 이유, 왜 살아가야 하는가? 어찌 살아야 하는가? 그런 이유들에 대해 목이 마른 사람이 책을 펼칠 것이다. 그리고 그런 이유에 펼치기 좋을 고전 중 하나가 바로 몽테뉴의 수상록이 아닐까 한다.

수상록이라는 자체의 어휘에서 왠지 모를 어려운 이야기 같은 뉘앙스가 풍긴다면 에세, 에세이라고 다른 말로 칭해보면 어떠할까? 수상록이란 바로 에세이를 뜻하기 때문이다. 몽테뉴라는 지식인이 삶을 살아가면서 스스로의 화두에 대해서 자신의 생각을 달필로 써 내려간 책이다. 그 양은 실로 방대하나 여기 [미래와 사람]에서 펴낸 책은 한 번에 읽기 쉽도록 편집이 되어있다.

우정이나 공포, 영광이나 기도, 자유 등에 대한 몽테뉴의 생각들을 엿볼 수 있다. 그 시대 사람들은 어떤 생각을 지니고 삶을 살았고, 그 생각은 어떻게 해서 지금껏 이어져왔는지 수상록을 통해서 조금이나마 짐작해 볼 수 있었다.

개인적으로 공포에 대해서 몽테뉴가 한 언급은 지금 사회에서도 적용해 볼 수 있을 법했다. 얼마 전에 끔찍한 묻지 마 테러 사건 등이 있었다. 그리고 그 공포는 한순간에 온 나라를 뒤엎었다. 요즘 중고등학생 사이에서는 운동화 신고 학교 간다는 말을 한다고 한다. 얼핏 듣기로는 아무것도 아닌 말이 주는 공포는 실로 어마어마하다. 대부분 아이들이 슬리퍼를 신고 등교를 많이 하지만 지금 사회 분위기상 운동화를 신고 등교해야지만 도망치기 쉽다는 것이다. 언제 어느 때 미친놈들이 난입할지 모를 상황이니 말이다. 최근 지하철에서 일어난 사건만 봐도 공포 분위기를 알 수 있다. 몇 명의 외국인이 소리를 내어 지른 것만 가지고 누구는 테러를 의심했다. 한 사람의 의심은 주변의 사람에게 전염이 되었고, 곧이어 사람들은 자신이 보지도 못한 것들을 흡사 본 것처럼 느꼈다. 자신들의 소지품을 내팽개쳐두고, 신발을 미처 발에 끼지도 못하고 도망치듯 지하철에서 내린 사람들... 그 사람들이 본 것은 정말 무엇이었을까? 바로 공포 그 자체였을 것이다.

몽테뉴는 공포란 죽음보다 더 무서운 것이라고 했다. 오죽했으면 너무 두렵고 무서워서 스스로의 목숨을 끊는 경우도 있지 않은가? 공포는 공포를 불러일으킨다. 알렉산더 대왕의 예시도 실로 무서웠다. 그는 용맹할지 모르나 포로에 대해서는 끔찍하게 잔인한 학살을 했다. 자신이 두 번이나 부상을 입었다는 이유로 말이다.

몽테뉴는 불행을 생각하는 것으로 전쟁에 대해서 전투 연습을 하는 것이라고 동일시했다. 행복한 시기, 평화로운 시기일수록 모두가 대비하자. 나와 다른 남의 생각을 읽는 독서는 그 시기에 가장 든든한 방패가 되어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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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시의 집
나카야마 시치리 지음, 민현주 옮김 / 블루홀식스(블루홀6)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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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시의 집』​​

나카야마 시치리 (지음) | 민현주 (옮김) | 블루홀식스 (펴냄)​

사회적 문제를 가장 첨예한 시선으로 풀어내는 나카야마 시치리가 다시 돌아왔다. 학교 폭력의 문제를 그 누구의 탓으로 돌리는 것이 아닌 모두의 문제, 우리의 문제로 다시 치환시킨 소설 [가시의 집]... 그 속에서 보이는 각 개인의 양상들은 한편으로는 분노를 일으켰으며, 한편으로는 무력감을 불러왔다. 과연 이 사회에서 우리는 어떻게, 어떤 방식으로 삶을 살아야 하는가?

요즘 교육의 장인 학교에서 각종 폭력 사건, 교권 침해 문제 등이 불거져 나오고 있다. 대전의 한 고등학교에서 일어난 칼부림 사건 또한 사회적 파장이 만만치 않다. 과연 왜 지금 이 시점에 이런 문제들이 나오는 것일까? 세간에는 이 모든 것이 교권이 땅에 떨어져서 일어난 것이라고 말한다. 과연 그러할까? 그럼 예전의 강압적인 교육, 매가 일상적으로 오고 갔던 폭력적인 교육 환경이 더 인간적이었단 말인가? 그건 아닐 것이다. 아마 이 문제들은 우리 사회가 오랫동안 간과해오고 무심코 덮어버린 것들이 꼬물꼬물 표출된 것이리라... 입시 위주의 교육 환경에서 더 나아갈 수 없었던 현실, 학생들과 교사들 간에 부재한 연대의식들 등등, 그리고 예전과는 달리 지금 우리는 달라진 세대 속에서 살고 있으니 말이다. 달라진 교사, 달라진 학생, 그리고 다른 학부형들이 있다. 그 속에서 우리 교육의 모습은 전혀 달라지지 않았으니 그 안에서 어떤 문제들이 불거져서 터질지는 아직도 불안한 현실이다.

소설 [가시의 집]에서는 학교를 정면으로 다루고, 그 안에서 이루어지는 폐쇄적인 상황, 폭력적인 상황을 독자들에게 펼쳐놓는다. 주인공인 호카리는 중학교 교사이다. 한 아이가 학교 폭력 왕따 문제에 대해 선생인 호카리에게 그 자신이 몰래 촬영한 동영상을 보여주는 장면에서 소설은 시작한다. 하지만 선생인 그는 그 학생에게 조용히 그 영상을 지우기를 부탁한다. 아직 그것으로는 아무것도 증명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학교 폭력이나 왕따는 그저 소문에 소문일 뿐이고 정확한 증거나 명확한 것이 없다는 것... 그리고 더군다나 그런 분위기를 허용치 않는 학교 또한 한몫을 한다. 문제를 은폐하고 싶어 하는 학교와 그 문제를 드러내고 싶어 하는 학생의 모습을 보여준다.

그러던 어느 날 호카리의 딸인 유카가 자살시도를 하게 된다. 전혀 아무 일 없이 밝게 학교생활을 하던 아이라서 호카리 집안의 충격은 이루 말할 수가 없다. 유카는 입을 닫아버리고 그녀의 엄마이지 호카리의 부인인 사토미는 분노에 가득 차 있다. 이 사이에서 보다 냉정하게 사건을 바라보고자 하는 호카리의 아들과 미온적인 태도를 보이는 호카리 신이치가 존재한다. 과연 사건은 어떤 방식으로 흘러갈 것인가? 호카리 부부는 자신들이 알고 있는 가해학생의 정보를 언론을 통해 흘리게 된다. 아마 명백한 어떤 목적을 가지고서 말이다. 자신들이 못하는 것을 네티즌이나 언론의 힘으로 해결하고자 했던 것일까? 하지만 이 상황은 생각지도 못하게 꼬여버리고 만다.

학교 폭력이란 과연 어떤 것일까? 단순히 가해학생과 피해 학생과의 문제일까? 그 사이만을 해결하면 모든 것이 끝나는 것일까? 소설은 이것이 생각보다 복잡한 일이라는 것을 알게 해준다. 단순히 학교에서의 문제가 아니라 폐쇄적인 작은 집단 안에서 이루어질 수 있는 폭력과 따돌림... 그 안에서 살고 있는 자와 밖에서 보고 있는 자... 소설은 생각보다 심각한 화두를 독자에게 던져주고 있다. 이는 앞으로도 진행될 일이다. 결코 학교 안의 문제가 그 안에서만 끝날 수는 없다. 어찌 됐든 사회 밖으로 삐져나온다. 그렇다면 우리 사회 모두의 책임과 관심이 필요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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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가지에서 생긴 일
마거릿 케네디 지음, 박경희 옮김 / 복복서가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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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가지에서 생긴 일 』​​

마거릿 케네디 (지음) | 박경희 (옮김) | 복복서가 (펴냄)

다양한 인간 군상들의 이야기가 이 한 편의 소설 속에 담겨있다. 어쩌면 콘월 북부 펜디젝만 절벽은 바로 우리가 발을 디디고 있는 이곳을 상징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누가 구원될 것인가? 누가 호텔과 함께 붕괴될 것인가 그것은 차후의 문제이다. 단, 누구나 절벽의 위험성을 느꼈던 것, 징후를 눈치챘던 것... 하지만 어느 누구는 굳이 무시하려고 했던 것... 그것이 중요한 것이 아닐까?

왜 나는 절벽 위 호텔이 자꾸 몇 분이 안 남았다고 말하는 지구의 시계처럼 느껴졌을까? 곧 무너질 것을 안다. 그리고 무언가 방법을 취해야 한다. 하지만 이 지구는 펜디잭 호텔처럼 나올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 다를 뿐이다.

소설은 펜디젝 호텔이 무너짐을 앞과 뒤에 내세우고 있다. 앞부분은 신부가 나와서 호텔에서 희생된 사람들을 위한 추모의 말을 써야 하는데 도무지 어떤 말을 할지 고민하는 부분에서 시작되었고, 중간 부분은 호텔이 무너지기 직전의 대략 일주일의 시간을 다루고 있다. 그리고 일주일의 시간 동안 독자에게는 스물네 명의 인물들의 행적이 펼쳐진다. 그 인물들은 모두들 우리가 동네에서, 모임에서든 어디서든 마주칠법한 개성이 강한, 혹은 각자의 상실감이 있는 사람들의 모습을 하고 있다.

봇 신부는 장례식 설교문에서 절벽이 무너지는 재앙은 불가항력이었지만 동시에 펜디잭 호텔의 사람들은 충분히 이 재앙을 피할 수 있었다고 말한다. (흡사 얼마 전에 일어난 안타까운 사고가 떠오른다. 폭우가 온 것은 자연재해였지만 사람이 그로 인해 죽은 것은 다른 문제였다. ) 과연 누가 살아남고 누가 죽었을까? 소설은 시종일관 독자에게 추측하게 한다. 그리고 아마 일주일의 시간이 지나기도 전에 독자는 자연스럽게 그 인물들을 머릿속에서 떠올릴 수 있을 것이다.

가장 소설의 주제를 자연스럽게, 혹은 대놓고 말하는 부분은 아마도 호텔의 투숙객들 다수가 참석한 일요일 오후 미사였을 것이다. 그때 봇 신부는 일곱 가지 대죄를 언급한다. 교만은 아무것도 받아들이지 않는 태도, 시기는 아무것도 베풀지 않는 태도, 나태는 행동 대신 생각이 앞서는 태도, 분노는 권력욕, 정욕은 성적 착취, 탐식은 무엇보다 자신의 위장을 섬기는 태도, 탐욕은 재정적 착취... 봇 신부는 일곱 가지 죄를 언급하면서 독자에게 자연스럽게 화살표를 긋게 만든다. 스물네 명의 인물 가운데서 누가 교만한지, 인색한지 등등을 말이다. 그렇게 화살표를 긋게 만들다가도 인물들은 한층 복잡하게 그려져있다. 선악의 이중성의 모습이 아니라 우리 인간의 나약함을 그대로 묘사하려고 했다고나 할까?

소설 마지막에서 떠오른 말은 친절함, 관대함, 주고받는 마음... 그런 것들이다. 흡사 김연수 작가의 글들도 생각나는 대목이었다. 소설의 원제는 The Feast라고 한다. 마지막 축제에 참석하는 자들, 화해의 자리이자 속죄의 자리에 함께한 사람들, 그 파티에서 인간은 결코 혼자서 살 수 없음을, 이 세상은 절뚝이더라도 함께 걸어가야 하는 것임을 말하는 것 같기도 하다. 설령 그 후에 각자의 길을 가더라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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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슈 파랑
기 드 모파상 지음, 송설아 옮김 / 허밍프레스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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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슈 파랑』​​

기드모파상 (지음) | 송설아 (옮김) | 허밍프레스 (펴냄)​

[무슈 파랑] ... 가벼운 책 속의 글들은 결코 가볍지가 않았다. 모파상이 왜 단편소설의 귀재인지 알 수 있었다. 그리고 이 이 소설들을 지금에서야 읽게 됐는지 하는 아쉬움도 저절로 생겼다.

얼마 전 세계문학담당 에디터들이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을 보다가 여름휴가 때 들고 가기 좋은 소설들에 대한 이야기를 듣게 되었다. 담당 에디터들은 각각 헤밍웨이와 서머싯 몸을 뽑았다. 휴가지에서 가볍게 읽기 좋은 소설들을 각각 소개해 주어서 꽤 흥미가 있었다. 거기에 더해 난 모파상을 슬그머니 끼워 넣고 싶었다. 특히 이 책 [무슈 파랑]은 가볍게 읽기가 좋아서 슥 한 권 가방 안에 껴 넣어도 전혀 무게감이 느껴지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예전에 이동진 평론가의 에세이에서 잠깐의 시간 동안 독서 하기 좋은 환경이란 바로 책을 손에 들고 있는 것이라고 했다. 책을 가방에 넣고 다니는 것보다는 손에 들고 다니는 것이 짬독서를 하기 좋다는 것이다. 그리고 엘리베이터를 기다릴 때 낯선 사람과 괜히 어색하게 마주칠 때 그때가 책을 꺼내 읽기 좋다는 것...ㅎㅎ 나름 써먹기 좋을 팁인 듯싶다. 생각보다 많은 글들을 읽을 수 있으니 말이다. 이 책은 지하철에서 읽었다. 아이를 병원에 데리고 검진하러 가는 길에 오다 가다 읽기가 좋았다. 그리고 지하철에서 책을 읽는 사람들은 거의 없었는데(모두들 스마트폰), 왠지 책을 읽는다는 행위가 생산적으로 느껴져서 시간을 더 아끼는 기분이었다고 할까...

무슈 파랑 속 소설들은 하나같이 생각해 볼 것이 많았다. 모파상을 읽으면 왠지 체홉이 생각난다. 비교점이 많은 작가인 듯하다. [사랑], [위송 부인의 장미 청년], [테오듈 사보의 고해성사], [무슈 파랑] ... 인간의 현실을 떠오르게 하는 소설이면서도 그 속에 위트와 서늘함이 느껴진다. 개인적으로 단편 [위송 부인의 장미 청년]이 기억에 남는다. 그 시절 위송 부인은 장미 청년을 내세워서 정절, 순결 등의 표상으로 삼고자했다. 하지만 청년은 장미 청년이 되어서 상금과 예금통장을 손에 넣자 곧바로 다른 것으로 관심을 돌린다. 중독은 인간의 습성이다. 한 가지를 얻지 못하면 이내 다른 곳으로 눈을 돌리기 마련이다. 장미 청년이 위송 부인의 바람대로 순결하고 순진했을 수나 있으나 그것은 그의 습성이 다른 곳에 쏠려 있었기 때문이었다. 타락할 수 있는 청년임에 틀림이 없었다. 돈만 주어진다면 말이다. 장미 청년은 단편임에도 액자 구조로 이루어져 있다. 소설 형식상 이 소설은 중편으로 갈 수 있는 여지를 충분히 남겨주었다.(왠지 더 읽고싶고 궁금한 기분이 든다) 소설 속 화자인 라울은 지소르를 지나던 중 그곳에 살던 지인이 생각났다. 바로 알베르 마람보. 중학교 동창임에도 12년간 한 번도 만난 적은 없지만 편지로 소식을 전하는 사이였다. 지소르에서 그가 의사로 일한다는 것을 알고 있던 중 그 마을에서 마람보를 만나기로 한다. 마람보에게 느껴지는 술독의 기운... 마람보는 지소르에 대해서 열심히 라울에게 설명한다. 길가의 주정뱅이들을 보고는 그 사람들을 위송 부인의 장미 청년이라고 칭하면서 말이다. 거기서부터 장미 청년 이시도르에 대한 이야기가 시작된다.

소설 속 마람보에게서 왠지 장미 청년의 기운이 느껴지는 것은 억지일까? 쉴 새 없이 지소르의 역사에 대해 이야기하면서도 입은 쉬지 않고 먹을 것을 탐하고 있다. 미식이야말로 삶의 절대치로 여기는 마람보에게서 라울이 느낀 것은 무엇이었을까? 어쩌면 마람보도 또 다른 장미 청년이 아닐까 싶다. 중독된 대상은 다르지만... 우리 삶 속에서 우리가 중독된 것은 과연 무엇일까? 중독된지도 모른 채 지나는 것일지도 모른다. 어쩌면 우리 모두가 또 다른 의미의 장미 청년일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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