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샤 튜더 클래식 05: 코기빌의 크리스마스 - 코기빌 시리즈 3 타샤 튜더 클래식 5
타샤 튜더 지음, 공경희 옮김 / 윌북 / 2009년 1월
품절


『코기빌의 크리스마스』는 타샤 할머니의 코기빌 시리즈의 세번째 책이자, 타샤 할머니의 마지막 책이기도 하다. 내게 있어 코기빌 시리즈는 이번이 처음인데, 크리스마스가 다가오는지라 이 책으로 골랐다. 빨간색 표지에 타샤 할머니 특유의 외곽선 장식과 더불어 크리스마스 트리 꾸미기 작업에 한창 열중하고 있는 코기 가족의 모습이 정겹기만 하다. 나도 작년에는 요렇게 크리스마스 트리 장식을 했었는데... 올해는 아무것도 하지 못해서 아쉽기만 했는데, 이 책으로 아쉬움을 달래야지.

코기빌에 흰눈이 소담스레 쌓이기 시작했다. 드디어 크리스마스 준비에 돌입할 때다. 아이들은 눈을 뭉쳐 눈사람을 만들기 시작한다. 눈사람은 누굴 닮았을까. 오호라 이제 보니 코기로구나, 스노우 코기라고 해야 할까나?

크리스마스를 준비하면서 제일 먼저 하는 것은 아이들의 크리스마스 트리 장식 만들기이다. 코기빌에서는 크리스마스 장식 하나하나를 직접 만들어 준비한다. 예쁜 포장지와 반짝반짝 빛나는 리본, 원뿔 장식을 만들면서 아이들은 직접 만든 크리스마스 달력의 숫자를 하나씩 지우면서 크리스마스가 다가오길 손꼽아 기다린다. 그럼 어른들은? 미리 만들어 둔 던디 케이크를 먹으며 한가로운 티타임을 즐긴다. 봄부터 가을까지 열심히 일했으니 어른들도 겨울엔 여유로운 시간을 보내는 게 좋겠지?

코기빌에 사는 다른 동물 가족들 역시 크리스마스 준비에 돌입했다. 토끼들은 케일로 화환을 만드는데, 나중에 크리스마스 파티가 끝나면 그것으로 만찬을 즐기겠지. 고양이들은 돌박하로 화환을 만드는데, 이것은 고양이들이 좋아하는 풀이기 때문이다. 또 치즈를 넣은 화환은 쥐를 잡는 미끼로 쓴다니, 화환의 용도는 일석이조!?

12월 6일은 성 니콜라스 탄생일. 착하고 좋은 일을 많이 한 사람에게 선물을 나눠주었다는 성자로 요즘의 산타 클로스 할아버지와 같은 사람이다. 이때가 되면 미리 만들어둔 리스를 천장에 장식하고 촛불을 켠다. 촛불의 따스한 불빛이 비추는 식탁에서의 저녁 식사, 생각만해도 근사하지 않은가.

올해 코기빌에는 총 세가족이 이사를 왔다. 처음으로 이사온 치카호미니 가족은 마을 주민들에게 꼭 필요한 물건을 파는 가게를 열었다. 그 가게는 때때로 눈때문에 물건을 사러나오지 못하는 가족들을 위해 직접 썰매에 물건을 싣고 오기도 한다. 이러니 마을 사람들이 치카호미니씨의 썰매를 기다리는 것은 당연한 일일지도 모르겠다.

크리스마스가 가까워 오면서 거리는 점점 분주해진다. 크리스마스 선물을 사러나온 사람들로 북적이는 쇼핑센터. 쇼핑센터는 그들을 위해 물건값을 10%할인해 주기도 한단다.

두번째로 이사온 가족인 독일인의 후손들로 스타우퍼 가족이라고 한다. 스타우퍼 가족은 치카호미니 가족의 가게 옆에 약국을 열었다. 아들 둘은 약사로 일하고 딸들은 허브로 병을 잘 고친다. 이들은 약뿐만이 아니라 아이스크림과 음료수도 판매하는데, 그중에 아이작이 만든 돌박하 밀크쉐이크는 고양이 아가씨들에게 인기 만점이라고.

세번째로 이사온 가족은 카디건 코기 가족. 이들은 코기빌에서 드물게 긴 꼬리를 가진 가족이다. 코기빌의 대부분의 가족은 펨브로크로 꼬리가 없는 것이 특징. 이 가족은 친구 사귀기를 좋아해서 손님들을 자주 초대한다. 이들은 여행을 자주 다녀서 여행을 다녔던 이야기를 주로 들려주는데, 모두 재미있어 한다고.

눈이 폭폭 내린날은 아이들에게 천국이나 다름없다. 아이들은 염소 썰매를 타고, 가끔은 닭썰매를 타기도 한다. 썰매를 타는 아이들 중에는 토끼도 있고, 고양이도 있고, 코기도 있다. 어떤 아기 토끼는 썰매와 경주하듯이 썰매를 앞서 달리고 있다. 모두들 즐거워 보이는 한때.

코기빌에서는 크리스마스 전에 바자회가 열린다. 마을에서 장난감 공장을 운영하는 머트 보거트는 장난감을 파는데, 특히 스컹크 인형과 증기기관차가 인기 만점이라고. 또한 스냅 제과점에서는 맛있는 빵을 스타우퍼 가족은 아이스크림을 판매한다. 뭘 골라도 후회없는 선택을 할 수 있을 듯.

날씨가 더 추워져서 호수가 꽁꽁 얼면 스케이트 시합이 벌어지기도 한다. 눈이 많이 내린 날은 눈썰매를 타고, 얼음이 얼면 스케이트를 타고. 때로는 하키 시합도 열리는 듯 하다. 정말이지 하루라도 심심할 겨를이 없을 듯한 코기빌.

낮에는 스케이트를 탄다면 밤에는 모닥불 파티가 열린다. 숲속에서 벌어지는 모닥불 파티. 이런 저런 정담을 나누는 시간은 추위마저 물러서게 할 듯 하다.

모닥불이 타닥타닥 타고 있는 곳 옆에서는 마을 주민들이 음식을 싸와 파티를 연다. 따뜻한 수프가 보글보글 끓는 소리가 여기까지 들릴 듯 하다. 이곳에서는 누구에게나 음식이 공평하게 돌아간다. 후우후우하고 우는 올뺴미도 맛있는 음식을 대접받는다.

12월 23일에 숲에서 베어온 나무는 멋진 크리스마스 트리가 되었다. 크리스마스 트리의 장식이 모두 끝난 후 촛불을 밝히면 크리스마스 이브의 밤이 시작된다. 모두 모여 크리스마스 트리를 바라보며 즐거운 시간을 보낸다.

얼마전 『타샤의 크리스마스』를 읽었던지라, 그 책을 생각하며 코기빌의 크리스마스를 읽게 되었다. 타샤 할머니가 크리스마스를 보내는 방법대로 코기빌의 크리스마스 풍경을 그려냈다고 하는데, 곳곳에서 타샤 할머니만의 크리스마스 이벤트 모습을 찾아 볼 수 있었다. 또한 코기빌만의 크리스마스 풍경도 볼 수 있었는데, 어쩌면 이는 오래전에 타샤 할머니네 가족이 크리스마스를 보낸 방법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아, 이런 크리스마스라면, 매일매일이 크리스마스가 되면 좋겠네~~~

이 동화가 그려진 때는 2001년. '사랑하는 코기 오윈을 추억하며'라는 글씨와 오윈을 그린 그림이 눈에 아프게 박힌다. 『타샤의 크리스마스』 책에서는 오윈의 모습을 볼 수 있었는데... 이때는 이미 오윈이 무지개 다리를 건넜던 모양이다. 지금은 타샤 할머니와 하늘나라에서 행복한 크리스마스 준비를 하고 있겠지?

사진 출처 : 책 본문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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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로 멋진 크리스마스 트리 베틀북 그림책 67
바버러 쿠니 그림, 글로리아 휴스턴 글, 이상희 옮김 / 베틀북 / 2004년 12월
구판절판


작년에는 2시간여를 공들여 크리스마스 장식을 했었다. 1.5m정도의 가짜 트리였지만 장식은 꽤나 많이 가지고 있어서 열심히 장식을 했건만, 올해 12월은 어찌나 바쁜지 트리를 꺼낼 생각도 못하고 어영부영 시간을 보냈다. 겨우 내놓은 것이라곤 직접 만들어 둔 루돌프뿐. 아, 허전해. 그래서 이번엔 크리스마스 트리에 관한 책을 골라 봤다. 내가 직접 장식을 하진 못해도, 눈으로 보는 기쁨이 있을지도 모르니까.

애팔래치아 산맥에 있는 파인 그로브 계곡. 크리스마스가 다가오는 때인지라 벌써 온세상이 하얀 눈으로 덮였다. 이 지방의 사람들은 눈이 오는 것을 하늘 할머니가 거위 깃털을 뽑는 것이라 이야기한다. 거위털이라, 눈이지만 차가운 눈이 아니라 포근한 눈일 것만 같다. 이 당시 세계는 제1차 세계대전으로 시끄러웠지만 이곳만큼은 조용하고 차분한 분위기가 이어지고 있었다.

꼬마 루시는 그 해 봄, 아빠로부터 크리스마스 트리로 쓸 나무를 골라야 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아직 이른 봄인데 벌써? 그건 파인 그로브 마을의 전통때문이었다. 매년 봄 한가족이 크리스마스 트리를 미리 골라 놓고 크리스마스가 되면 교회에 바치는 풍습이 있었기 때문이다. 이번엔 루시네 가족 차례.

루시와 루시의 아빠는 올드 피니를 타고 올해 크리스마스에 쓸 발삼 전나무를 찾아 산으로 올라갔다. 발삼 전나무는 높고 험한 산중에 있는 경우가 많아 가는 길은 힘들었지만, 멋진 트리용 나무를 찾게 되었다. 올해 사용할 크리스마스 트리라는 것을 표시하기 위해 루시는 그 나무위에 빨간색 리본을 매달아 두었다.

그해 여름, 아빠는 군대에 징집되었다. 루시와 루시의 엄마는 아빠가 없어 나무를 내다팔지 못해 가난한 살림을 살아야만 했다. 둘이서 밭을 갈아 작물을 심었고, 새옷감을 사지 못해 낡은 옷을 기워입게 되었다. 엄마와 루시의 소원은 단하나, 크리스마스에 아빠가 돌아오게 해달라는 것 뿐이었다.

가을엔 루시의 아빠로부터 선물이 도착했다. 루시에겐 파란 리본, 루시의 엄마에겐 실크 스타킹. 전쟁이 끝나 크리스마스 전에 돌아오신다는 편지도 함께 있었다. 겨울이 되고 눈이 내리자 루시는 아빠를 마중하기 위해 기차역으로 나갔지만 아빠는 오늘도 돌아오시지 않았다. 아빠는 언제쯤 돌아오실 수 있을까.

학교에서는 크리스마스 연극 연습이 한창이었다. 그해 크리스마스 트리를 바치는 집의 아이가 크리스마스 천사가 된다. 루시는 천사역을 하기 위해 소매가 아주 큰 드레스가 필요했다. 넓은 소매는 천사의 날개를 대신할 것이기 때문에.

하지만 루시의 아빠가 아직 돌아오지 않았기 때문에 새옷감이나 레이스를 살 돈이 엄마에겐 없었다. 게다가 크리스마스 트리때문에 교회 목사님이 찾아와 다른 집에 트리를 부탁하려고 한다는 말까지 듣게 되었다. 루시의 엄마는 반드시 루시의 아빠가 크리스마스엔 돌아오실 거라 하고 크리스마스 트리도 문제 없이 준비할 수 있을 거란 말을 했다. 그날 밤, 루시와 루시의 엄마는 크리스마스 트리를 자르기 위해 산을 올랐다. 캄캄한 밤, 무섭기도 했지만 엄마와 함께 노래를 부르니 루시는 더이상 무섭지 않았다.

아빠가 골라놓은 멋진 발삼 전나무. 루시의 엄마와 루시는 그 나무를 잘라 산을 내려와 교회 옆에 기대어 놓았다. 아침이 밝아 사람들이 그 나무를 보면 깜짝 놀라겠지?

크리스마스 이브 전날, 루시의 엄마는 루시를 재워놓고 루시의 드레스를 만들기 시작했다. 드레스를 만들 새옷감을 살 돈이 없었던 루시의 엄마는 자신의 결혼식때 입었던 드레스를 이용해 루시의 드레스를 만들었다. 그리고 아빠의 선물인 실크 스타킹을 잘라 인형을 만들고 루시의 드레스와 똑같은 드레스를 만들어 입혔다. 얼굴도 루시랑 꼭 닮은.

드디어 크리스마스 이브 저녁이 되었다. 루시는 아이들과 함께 연극을 했다. 루시가 입은 천사옷은 너무나도 아름다웠고, 정말 천사가 날개를 펴고 있는 듯 했다.

행사가 모두 끝난 후 성 니콜라스가 아이들에게 선물을 나눠주기 시작했다. 루시에게도 작은 선물이 돌아왔다. 크리스마스 트리에 매달린 선물도 아이들에게 골고루 나눠졌지만, 루시에겐 아무것도 돌아오지 않았다. 루시는 낙담에 눈물을 흘렸지만, 루시의 선물을 따로 있었다. 루시의 선물은 바로 크리스마스 트리 맨 위에 달린 천사인형이었던 것이다.

그리고 루시에게 커다란 선물이 하나더 기다리고 있었다. 전쟁에 나간 아빠가 크리스마스 이브 저녁에 돌아오신 것이었다. 이 얼마나 근사한 선물인가. 루시에게 있어 그해 크리스마스는 최고로 행복한 크리스마스였고, 파인 그로브 마을 사람들에게 있어 그해의 크리스마스 트리는 최고로 멋진 크리스마스 트리가 되었다.

아주 오래된 이야기. 그렇지만 지금도 반짝반짝 빛나는 이야기. 이 이야기는 루시의 손녀가 루시의 어린 시절 이야기를 떠올리며 우리에게 들려주는 이야기이다. 전쟁때문에 아빠는 전쟁터로 떠나고 가난하게 살아야 했던 루시와 루시의 엄마. 루시의 엄마는 루시에게 드레스를 만들어 주기 위해 자신의 웨딩드레스를 사용했고, 루시의 인형을 만들기 위해 아빠의 선물인 스타킹을 잘라 썼다. 왠지 오 헨리의 책인 크리스마스 선물이 떠오르는 대목이 아닐 수 없다. 또한 크리스마스전에 돌아올 수 없는 아빠를 위해 직접 크리스마스 트리를 자르러 가는 대목은, 엄마가 아빠의 무사 귀환을 바라는 의식으로도 보인다. 크리스마스 트리를 마련하면 반드시 그때엔 돌아올 거란 간절한 믿음이랄까, 그것이 느껴졌다.

최고로 멋진 크리스마스 트리는 이야기도 아름답지만 그림도 너무나 아름다운 책이다. 두 번이나 칼데콧 상을 수상한 작가답달까. 섬세하고 아름다워서 사진으로 그 아름다움을 다 보여줄 수 없어 안타까울 정도이다. 게다가 색감도 얼마나 부드러운지... 모든 그림이 마음에 들었지만 두개만 집어서 이야기하라면 루시네 집을 그린 그림과 아이들이 연극을 하는 장면이다. 1차 세계대전이 종전된 해가 1918년이니 이 동화는 1918년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당시의 집의 모습이나 역사의 모습, 풍습등이 그림속에 고스란히 녹아 있다.

사진 출처 : 책 본문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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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샤의 크리스마스 - 세상에서 가장 기쁜 날
해리 데이비스 지음, 타샤 튜더 그림, 제이 폴 사진, 공경희 옮김 / 윌북 / 2007년 12월
품절


앞으로 며칠만 있으면 크리스마스. 벌써부터 설렌다. 서른도 넘은 나이에 크리스마스가 다가온다고 설레어 한다고 나이값 못한다는 소리는 하지 말기를... 예쁜 트리장식과 신나는 캐롤이 울려퍼지는데 조금 신나하면 어떤가. 하지만 안타깝게도 이번 크리스마스엔 별다른 일정은 없다. 뭐, 매년 그렇긴 하지만. 그래서 난 크리스마스 시즌이 되면 크리스마스 관련책들을 보곤 한다. 그것만으로도 크리스마스를 한껏 느낄 수 있는 느낌이 들기 때문이다. 이번에 선택한 책은 타샤 할머니의 크리스마스이다. 몇 권의 책을 읽으면서 푸근한 느낌이 들곤 했는데, 이번 책은 어떤 느낌을 줄까. 책 표지만으로도 마음이 푸근해지고 설레기 시작한다.

타샤 할머니의 크리스마스는 리스를 만드는 것으로 시작된다. 좋은 회양목 나뭇가지를 골라 리스틀에 휘감고 그위에 장식을 한다. 모든 가족이 앉은 식탁위에서 휘황찬란하게 빛나는 리스. 리스를 매다는 빨간 새틴은 타샤 할머니의 부모님의 결혼식에 쓰였던 것이다. 리스에는 양초를 꽂는데 이 또한 타샤 할머니가 직접 만든 양초라고 한다. 따스한 촛불이 크리스마스 분위기를 한껏 고조시켜주는 듯 하다. 아 따스해. 성냥팔이 소녀도 이런 불빛을 보면서 따스함을 느꼈을까.

타샤 할머니가 살고 있는 곳에는 겨울에 눈이 유독 많이 내린다. 눈이 오면 외출하긴 힘들어도 이렇게 멋진 장관을 연출할 수 있다. 눈을 뭉쳐서 이글루를 만든 후 그 안에 양초를 넣고 불을 붙인다. 도대체 어떻게 이런 생각을 해냈지? 라는 감탄이 절로 나온다. 빨간 망토를 걸친 타샤 할머니의 모습은 정령들의 여왕같은 생각마저 들게 한다.

크리스마스에는 사람들만 즐거운 것이 아니다. 평소에도 좋은 대접을 받는 타샤 할머니네 동물들은 크리스마스가 되면 더욱 특별한 대접을 받는다. 젖을 생산하는 이 염소들은 신선한 풀과 사과등을 맛보고 있다. 염소 우리 안에도 크리스마스 장식이 되어 있다. 섬세한 손길이 느껴지는 부분이 바로 이런 부분이다. 또한 집안에서 키우는 고양이 미누는 크리스마스 퀼트 이불위에서 편안한 휴식을 취하고 코기들은 칠면조가 구워지길 기다린다. 타샤 할머니의 앵무새 한나는 칠면조 대신 접시위에 올라가 사람들을 놀래기도 한다. 아, 얼마나 유쾌한 풍경일지... 크리스마스에 대접을 받는 것은 타샤 할머니가 직접 키우는 동물만이 아니다. 새들에겐 신선한 모이와 도넛이 제공되고, 구근을 먹어치우는 말썽꾸러기 다람쥐들도 이날만은 좁쌀과 사과란 특식을 제공받는다.

타샤 할머니 가족의 크리스마스 선물은 대충 백화점에서 사서 주는 것이 아니다. 직접 만든 선물을 서로에게 건넨다. 선물을 직접 만들어 건넨다는 것은 선물을 두 번 하는 셈이라고 한다. 물건을 만드는 과정이 첫 번째 선물이고, 완성된 물건이 두 번째 선물이니까. 요즘은 그냥 백화점에서 크리스마스 선물용으로 나온 선물을 그냥 구입하는 경우가 많은데, 직접 만든 선물이라니, 그 정성에 받는 사람은 기분이 정말 좋아질 것이다. 벽난로 위에 매달린 양말 속에 무슨 선물이 들어 있을까.

타샤 할머니네 크리스마스 정찬의 모습이다. 잘 구워진 칠면조를 비롯해 직접 만든 젤리. 비록 음식 가짓수는 적을지 몰라도 그 자체로 화려함이 물씬 풍긴다. 앤틱한 촛대와 접시, 그리고 테이블클로스 덕분일까, 이 이상 화려한 크리스마스 정찬은 어디에도 없을 듯한 느낌이 든다. 타샤 할머니네 가족들은 식사를 하며 핑거볼을 이용한 음악회도 열었다고 한다. 유리잔위에 물을 묻혀 맑고 고운 소리를 내는 식탁. 그 어떤 오케스타라도 부럽지 않을 듯 하다.

크리스마스에 빠져서는 안될 것은? 그렇다 바로 크리스마스 트리. 타샤 할머니는 자신의 집에 있는 발삼 전나무를 직접 골라 장식을 한다. 크리스마스 장식은 150년도 더 된 것들이다. 게다가 직접 만든 진저브레드는 어떻고. 역시 크리스마스엔 진저브레드가 빠질 수 없다.

크리스마스 밤이 지난다고 해서 크리스마스가 끝나는 것은 아니다. 코기 코티지에선 크리스마스 다음날 아이들의 친구를 위한 크리스마스 파티가 한번 더 열렸고, 인형들의 크리스마스 장식과 선물도 공개되었다. 또한 글짓기 대회도 열렸다고 하니, 크리스마스가 지났다고 쓸쓸한 기분을 느낄 겨를도 없었을 듯 하다. 지금은 크리스마스가 지나고 새해를 맞는 행사로 썰매타기를 한다고 한다. 눈밭을 썰매를 타고 지난다니, 이곳에서만 특별하게 열리는 행사일지도 모르겠다.

타샤의 크리스마스는 내가 읽었던 다른 책들과 달리 타샤 할머니의 그림을 곳곳에서 볼 수 있었다. 코기 빌리지의 모습이라든지, 크리스마스 행사와 관련된 갖가지 그림들. 이런 그림들이 사진과 이야기와 더불어 마법속의 세상으로의 문을 열어준 듯 하다. 100여년전의 삶을 살고 있는 듯한 타샤 할머니의 삶은 그자체로도 마법이었지만, 크리스마스란 더욱 화려한 마법이 더해진 이 책. 읽는 것만으로도 무척이나 부러운 크리스마스 이야기라고나 할까. 타샤 할머니는 지금도 하늘나라에서 천사들과 함께 근사하고 멋진 크리스마스를 준비하고 있을 듯 하다.

사진 출처 : 책 표지, 책 본문(35p, 57p, 82~83p, 100p, 118~119p, 136~137p, 161p, 93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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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리 배트 2
우라사와 나오키 글.그림, 나가사키 다카시 스토리 / 학산문화사(만화) / 201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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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서 빌리 배트란 만화로 인기가도를 달리는 만화가 케빈 야마가타는 자신의 만화 주인공인 빌리 배트를 일본에서 본 적이 있다는 사람의 말을 듣고 일본으로 향한다. 당시 일본은 제 2차 세계대전에서 패망한후 미군정의 지배를 받고 있었다. 일본계 미국인인 케빈은 일본에 도착한 이래 기묘한 사건에 말려들게 된다. 자신의 친구 찰리가 죽었고, 시모야마 국철 총재가 기차사고로 사망했다. 자신의 친구를 죽였다고 생각한 케빈은 도망을 치게 되고, 자신이 그린 박쥐와 똑같은 박쥐를 그린 조후란 만화가와 만나게 된다. 조후가 그려내는 만화는, 일종의 예언서였다. 도대체 조후는 어떤 것에 영감을 받아 그 만화를 그리게 된 것일까. 그리고 케빈을 추적하는 사람들의 정체는 무엇인가?

이런 수수께끼가 풀리기도 전에 또다른 수수께끼가 등장한다. 박쥐가 그려진 고문서를 추적하는 사람들의 목적은 도대체 무엇이며, 조후가 그린 만화를 읽은 시즈코를 사망에 이르게 한 자는 누구인가. 이야기는 이 작품의 배경이 되는 1940년대 말에서 갑자기 시간을 뛰어 넘어 2천년전 예수와 유다의 이야기를 비롯해 50년전의 흑인과 백인이라는 다른 인종의 연인들의 이야기, 일본 전국 시대 고문서를 나르는 닌자의 이야기까지 시간과 공간을 넘나들며 펼쳐진다. 그때마다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건 박쥐 그림이였다. 그 박쥐의 모습은 케빈이 그려내는 모습과 분명 달랐다. 조금은 시니컬한 표정의 박쥐. 그 박쥐는 도대체 무엇을 의미하는가.

아직 2권이지만 고문서에 등장한, 구세주가 그린, 조후가 그린 박쥐나 케빈이 그려낸 빌리 배트의 박쥐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어렴풋이 감이 잡히기 시작한다. 특히 구세주가 자신을 팔아 넘긴 유다에게 그려준 박쥐는 유다의 머릿속을 그려낸 것이라고 했다. 그건 바로, 선과 악.

인간은 선과 악 사이에서 끊임없이 고민하고 갈등하며 균형을 잡아가는 존재이다. 성경에 따르면 이브가 선악과를 따먹은 후 인간은 선과 악사이에서 갈등하는 존재가 되었다고 하니, 인류는 그 첫걸음부터 선과 악의 균형을 잡으려 무한히 애써온 존재라 봐도 좋을 것이다. 인간은 본질적으로 선하기만 한 것도 아니고 악하기만 한 것도 아니다. 상황에 따라 때에 따라 선과 악사이에서 갈등하고 고민하게 되는 것이다. 하지만 그것은 한 사람만의 문제가 아닐 수도 있다. 한 사람을 희생함으로 해서 평화가 찾아온다면 악이라도 행해야하는 것일까. 구세주와 유다의 이야기가 각본에 의한 것이었다는 것을 보면서 난 혼란스러워졌다. 유다가 구세주를 팔아 넘긴 것은 단순히 자신의 이익을 위함이 아니라 한 사람의 희생으로 피의 시대가 도래할 것을 막은 것이라 이야기하고 있기에.

그렇다면 오다 노부나가가 활동하던 시대에 나타난 고문서는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전국시대는 일본 역사에서 혼란스러운 시기였으나, 결국 모든 것을 평정한 도쿠카와 이에야스에 의해 본격적인 바후쿠시대로 접어들게 된다. 전국시대의 고문서에 있는 박쥐는 단순히 선과 악을 의미하는가, 아니면 인간이 가져서는 안될 힘을 의미하는가. 그 고문서가 해방됨으로써 무슨 일이 일어나게 되었는가.

1권을 보면서 문득 세계를 무대로 한 미국의 음모론을 그리고 싶은가 하는 생각도 들긴 했다. 일본이 피해자란 관점에서 그려지는 듯한 우려도 들었고. 하지만 2권으로 접어들면서 그런 면은 많이 희석되었다. 그래서 그런 우려는 더이상 하지 않아도 좋을 듯하다. 오히려 선과 악사이에서의 선택이란 인류 최대의 무거운 짐을 그려내고 있는 만화로 보여진다. 스케일이 점점 더 커져서 다음 권에서는 또 어떤 이야기가 튀어나올지 궁금하기도 하고 두렵기도 하다. 케빈은 죽은 시즈코의 말대로 좋은 이야기를 그려 시즈코가 원하던, 두 연인이 원하던 행복한 세상을 만들어낼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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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허에 바라다 - 제142회 나오키상 수상작
사사키 조 지음, 이기웅 옮김 / 북홀릭(bookholic) / 201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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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티비에서 범죄 드라마를 볼 때 문득 문득 느껴지던 것은, 수사관들은 정말 힘들겠구나 하는 것이었다. 피해자나 피해자 가족들은 주변의 배려와 이해 속에 따스하게 감싸지지만, 수사관들은 잘해도 본전이고, 못하면 욕이나 얻어 먹는다. 때론 우습게도 가해자인 범인을 두둔하고 그들의 편에 서는 사람도 나오기도 한다. 참혹한 범죄 현장을 마주해야 하고, 괴물같은 심리를 가진 범인들을 잡아 들이는 그들, 그들을 보면 용케 제정신으로 그 일을 계속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요즘의 범죄는 점점 더 잔혹해져가고, 수법은 치밀해진다. 별 것 아닌 이유로 사람을 죽이고, 자신의 이익을 위해 다른 사람을 희생시키는 사람들을 보면서 그들은 어떤 감정을 가지게 될까. 드러내지 않아서 그렇지 그 마음은 오죽할까.

센도 타카시 형사는 지금 요양중이다. 그가 마지막으로 담당했던 사건에 대한 트라우마가 그 원인이 되었다. 자신이 조금만 영특하게 굴었다면 피해자는 목숨을 잃지 않았을 것이고, 범인 역시 눈앞에서 자살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그의 정신을 파고 들어 그를 괴롭히기 시작했다. 형사도 인간인지라 실수를 할 수 있지만, 사람 목숨이 달린 일이다 보니 그 충격이 얼마나 컸을까. 그는 그 일에서 쉽게 회복되지 못하고 상담 치료를 받으며 복귀를 준비하는 중이다. 그런 센도 형사가 복직을 준비하면서 쉬는 동안 의뢰받은 사건 6가지에 대한 이야기가 연작 소설 형식으로 씌어져 있다. 

배척 - 오지가 좋아하는 마을

삿포로에서 약 세시간 떨어져 있는 작은 마을, 그곳은 오지(오스트레일리아인)이 많이 모여 사는 곳이다. 처음에는 그들의 이주를 달가워했던 마을 사람들도 오지들이 점점 늘어나면서 오지들을 눈엣가시처럼 여기게 된다. 다른 문화와 생활 습관, 언어의 장벽등은 외부에서 들어온 사람들을 배척하는 데에 큰 이유가 되었다. 원래 작고 고립된 마을이란 그렇지 않던가. 오지 사람들을 단단히 벼르고 있던 중 발생한 살인 사건. 경찰과 마을 주민들은 모두 오지를 범인으로 몰고 가는 분위기인데...

고립된 작은 마을에서 벌어지는 외부인과 현지인들의 감정 싸움을 중심으로 그려진 이 단편에서 센도는 외부인의 시각으로 편견과 선입관에서 벗어나 사건을 바라본다. 사건의 동기를 파악하는데 중점을 둔 그가 내린 결론은?

범인의 상처 - 폐허에 바라다

어느 날, 13년 전 삿포로에서 일어난 창녀 살인 사건과 비슷한 수법의 살인사건이 발생한다. 그후 센도 형사는 13년전 발생한 창녀 살해 사건의 범인의 전화를 받게 된다. 그는 십대 초반에도 창녀를 살해한 전과 2범. 그러나 상해치사 혐의로 12년의 징역 생활을 끝내고 출소했다. 그는 자신이 자란 폐탄광촌으로 센도를 부른다. 정황상 그가 범인이라는 확신이 들긴 하지만, 그는 왜 센도를 폐탄광촌으로 불러낸 것일까.

사건의 범인인 후루카와의 어린 시절은 불행했다. 몰락해가는 탄광촌에서 싱글맘이었던 그의 어머니가 할 수 있는 일은 몸을 파는 일밖에 없었다. 그러나 그것도 여의치 않자 결국 아이들을 데리고 동반자살까지 하려고 했었다. 그러나 그후 그 어머니마저 없어지고, 동생도 죽고 후루카와는 혼자 살아가야 했다. 창녀을 죽였던 것은 어머니에 대한 증오때문이었으리라. 그렇다고 해서 살인 행위가 정당화되는 것은 아니지만, 후루카와가 어떤 고통을 받아왔는지에 대해서는 어렴풋이 알게 되었달까. 그는 재판장에서 발가벗겨졌다. 검찰은 그에게 사형선고를 내리기 위해 애썼고, 변호인은 그의 상처를 낱낱이 파헤쳐 판사의 동정을 얻으려 했다. 후루카와는 결국 껍데기밖에 남지 않았다.

비밀 - 오빠 마음

홋카이도의 한 어촌에서 살인사건이 발생한다. 피의자는 그 사건에 대해 모든 것을 인정하지만 자신이 왜 칼을 들고 있었는지에 대해서는 설명하지 못했다. 센도는 그 사건에 대해 주변 탐문을 하면서 뭔가 불투명한 막이 그의 앞을 가로막고 있다는 것을 느끼게 된다. 도대체 누가, 무엇을 위해 침묵하고 있는 것일까.

스스로를 희생해서라도 가족을 지키려 했던 한 청년의 마음이 아프게 다가오는 작품이 바로 이것이다. 또한 우리가 잘 알지 못하는 어촌을 배경으로 그곳에서 벌어지는 이권 다툼같은 문제도 접할 수 있었다.  

아츠타 - 사라진 딸

여성을 납치, 감금한 후 성폭행하고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는 한 남자가 도주중 어이없게 교통사고로 죽어버렸다. 그가 죽인 두 사람의 시신은 도대체 어디에 있는 것일까. 이 단편은 끔찍한 현대 사회의 범죄를 다루는 한편, 아버지와 딸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집안의 가장으로 군림하던 아버지와 가출한 후 퇴폐업소에서 일하던 딸. 이런 극단적인 상황까지는 아니더라도 요즘의 가족들은 에전만큼의 유대감을 가지지 못한다. 딸을 잃고 나서야 소중함을 깨달은 아버지의 후회 섞인 탄식이 귓가에서 맴도는 듯 하다.

이 사건의 범인은 연예인 지망생으로 결국 연예인이 되지 못하고 반쯤은 히키코모리처럼 생활하고 있는 청년이었다. 처음에는 불법주거침입으로 시작해 결국 살해까지 범죄수위를 높여가는 이 청년을 보면서 현대 사회의 범죄에 대해 다시금 생각해 보게 된다.

증오 - 바쿠로자와의 살인

17년전 살인 사건의 용의자였던 목장주가 살해된 채 발견된다. 집안에서 살해된 남자. 법인은 가족인가, 아니면... 경주말을 육성하는 아버지는 아들들을 말을 조련하고 사육하듯이 키웠다. 그렇게 억압받으며 큰 아들들은 사사건건 아버지와 대립해 왔다. 큰 아들의 경우 사냥총을 들고 아버지를 죽이겠다고 한 적도 있을 정도다. 뿌리 깊은 증오, 그리고 피해자의 과거 행적. 모든 것을 인과응보라 하기엔 너무나도 잔혹한 죽음이었다.

자식이 아버지를 증오한다, 라. 사실 내게 있어 그런 감정은 잘 이해되지 않는 부분이다. 아버지를 죽이고 싶을 만큼 증오한다는 것은 생각해보지도 못한 것이다. 도대체 어떤 일을 겪어 왔기에 자신의 피붙이를 죽이고 싶을 만큼 증오하게 되는 것일까. 요즘 들어 존비속살해사건이 늘어나고 있다. 때로는 증오때문에 때로는 돈때문에. 우리 사회는 더이상 어쩌지 못할 정도로 도덕이나 윤리가 추락해버린 것일까. 

악의 - 복귀하는 아침

호텔 재벌가의 한 여성이 자신의 동생의 혐의를 풀어달라며 센도에게 의뢰해온다. 그녀의 여동생은 한 여성을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다. 하지만 수사를 진행하면 진행할 수록 묘한 곳으로 자꾸만 빠지게 된다. 과연 이 사건의 진실은 무엇일까. 

6편의 단편중 가장 끔찍했던 작품이 바로 이것이다. 인간의 악의가 이토록 깊을 수가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도대체 얼마나 증오하길래 이런 일을 벌인 것일까. 중산계급 이상의 부유한 삶을 누려온 사람들, 그러하기에 소유욕과 집착이 다른 사람보다 더 큰 것일까. 그것에 대한 집착때문에 이런 일을 벌일 정도로? 

6편의 작품중 첫번째 단편인 <오지가 좋아하는 마을>을 제외하고는 전부 가족 붕괴와 관련한 작품이라 해도 좋을 듯 하다. 편모 가정에서 불우하게 자란 청년은 어머니를 증오하는 마음으로 창녀를 죽이고, 동생을 지키기 위한 오빠의 희생이 정당하게 여겨지고, 아버지와 딸은 서로를 이해하지 못한채 헤어지고 만다. 또한 평생 아버지를 증오해오면서 살아온 아들의 이야기와 자신의 것에 대한 독점욕과 소유욕때문에 피붙이를 함정으로 몰아 넣는 사람에 이르기까지, 이 단편들은 현대 가정이 얼마나 위태로운 지경에 이르렀는지를 총망라해서 보여주는 듯 하다. 가장 믿을 수 있고 의지가 되는 가족이 가장 큰 증오의 대상이 된다는 건 억장이 무너질만큼 가슴 아프고 참혹하다.

이와 더불어 이 작품들은 현대 사회가 양산해 낸 범죄를 비롯해 경찰의 과잉수사나 범인 만들기에 대해서도 쓴소리를 아끼지 않는다. 그러는 한편으로 범인의 마음을 이해하려 하는 시도와 범인의 입장을 배려하려는 시도도 하고 있다. 또한 사건의 충격으로 트라우마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센도에 대해 따스한 눈길로 바라보는 형사들의 마음도 곳곳에서 느낄 수 있다. 하지만, 그건 같은 수사관들일 뿐, 일반인들은 센도에게 의지하려고만 하지 그의 마음을 잘 헤아려주지 않는다. 일반인들은 경찰이 직업이기 때문에 그것이 당연하다고 느껴버리는 것일까.

센도는 여섯가지의 사건의 수사를 도우면서 스스로를 치유해나간다. 치유는 스스로의 몫이지만, 그의 마음을 헤아려 주는 사람들이 더 많았으면 하는 바람은 이루어질 수 없는 것일까. 같은 수사관이 아닌, 다른 사람도 수사관의 마음을 헤야려주는 것이 필요하다. 직접적인 도움은 될 수 없어도, 그들의 찢기고 상처받은 마음을 헤아려 주는 건... 우리들 몫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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