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츠키 2
타카야마 시노부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1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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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에도 말 순회전에서 리쿠고 토키도키는 야행(夜行)과 누에라는 요괴에게 공격당하는 순간 쿠치하란 소녀에게 구해진다. 정신을 차린 후 토키는 자신이 살고 있는 세상이 아닌 에도 시대에 자신이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그곳에서 만난 시노노메 콘은 토키의 동급생으로 같은 날 순회전에 왔지만 이미 그곳 시간으로 2년이란 시간이 흐른 뒤이다. 토키와 콘은 승려 샤몬의 도움을 받게 되는데, 자신들이 있는 곳이 요괴와 인간이 공존하던 에도 시대란 말을 듣는다. 그러나 자신들이 어떻게 본래의 세계로 돌아갈지는 아무도 모른다. 결국 토키는 그곳에서 이미 적응하고 있는 콘과 그쪽 세계에 적응해 가게 된다. 생존을 가장 우선 순위에 놓고 살아야 했던 에도 시대, 토키가 이쪽 세상으로 흘러가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그리고 토키의 앞에 나타난 본텐이란 존재는 토키에게 두가지 선택지를 내미는데...

토키는 막부의 관원 사사키의 요청에 따라 콘과 쿠치하와 함께 무녀가 있는 곳으로 향하게 된다. 그곳에서 만난 공주님(무녀)는 사람들을 지키기 위해 요괴를 처치하는 존재이지만, 요괴의 저주로 인해 매일 죽고 다시 태어나는 것을 반복하고 있다. 처음엔 일본 인형에 혼을 실어 나타나지만, 나중에는 진짜 모습으로 나타나는데, 공주님이 남자였어? 흐음, 남자는 여장을 하고 여자는 남장을 한다는데, 아무리 봐도 남자 모습이구만... 게다가 공주님이란 호칭은 뭐야? 그럼 남자란 뜻 아닌가. 하여간에 저주로 지금은 완전한 무성(無性)이 되어 버린 공주님은 토키가 '백지(白紙)인 자'라고 하며 천망을 다시 짤 수 있는 능력을 가졌다고 한다. 좀 충격적인 이야기로는 콘역시 '백지인 자' 였다고. 그러나 1년이 지나면서 아마츠키가 그를 눈치챘고, 콘 역시 아마츠키의 천망에 운명이 기록되었단다. 마른 하늘에 날벼락도 유분수지, 엄한 세상에 건너가 운명이 결정지어지다니. 근데 사사키란 아저씨, 참 수상하단 말야. 찜찜해.

천망이란 사람과 세상의 운명을 말하는 것으로, 아마츠키에서는 테이텐(帝天)이 천망을 짜는 신이라고 한다. 테이텐 외에 텐이란 이름이 붙은 자들은 - 본텐(梵天), 코쿠텐(告天), 교텐(暁天) - 자신의 혼을 다른 그릇에 담을 수 있는 특별한 존재이다. 이중에 본텐과 공주님인 교텐이 대립적인 위치에 존재하고 있으며 본텐은 자신을 선택하여 아마츠키의 주인이 되든지, 교텐을 선택하여 아마츠키를 파괴하는 자가 되든지의 두 가지 선택을 하라고 한다. 뭐, 아직 토키는 어리둥절 상태에서 벗어나지 못해 한동안 선택하지 못할 듯 하지만...

참, 중요한 것. 이누가미가 붙은 혈통이라는 쿠치하의 이야기인데, 난 이누가미가 붙은 혈통이라 그래서 쿠치하 자체가 이누가미인줄 알았다. 근데 알고 보니 이누가미가 깃든 그릇이랄까. 본체는 따로 있었다. 이번에 불려 나오게 되었는데, 토키의 능력으로 구속당했다. 토키, 무서운 녀석. 그래서 '백지인 자'로구나.

이외에도 새로 등장한 인물로는 본텐의 날개 역할을 하는 우츠부시와 본텐쪽의 인물인 츠유쿠사가 있다. 공주님 진영에는 츠루우메가 주요 인물. 하여간 2권밖에 안되었는데 사람이... 너무 많다. 게다가 공주가 피안(彼岸)이라 부르는 곳에 있는 사람들도 있다. 이들은 센사이사(社)란 곳의 비밀을 파헤치고 있는 듯 한데, 이 센사이사(社)의 센사이 미도리가 나중에 중요 인물로 급부상할 듯.

보통 시리즈 만화는 2권쯤 되면 대충 파악이 되는데, 이건 여전히 파악이 안되고 있다. 그렇지만 확실히 말할 수 있는 하나는 재미있다는 것일까. 이건 억측이긴 하지만 표지를 보면 콘이 입에 물고 있고 손에 들고 있는 것은 컴퓨터 관련 부품이다. 왠지 난 이게 전부 게임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요괴와 사람이 공존하는 에도 시대는 가상 세계란 거지. 아마츠키는 존재할 수 없는 세상이라 했으니, 현실에는 존재하지 않는 세계가 아닐까. 가상에서만 존재할 수 있는 세계. 뭐, 그렇다고. 일단은 느긋하게 읽어 가면서 내용을 파악해 봐야겠다. 3권도 얼른 나와 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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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올 수 없는 죽음 수키 스택하우스 시리즈 6
샬레인 해리스 지음, 송경아 옮김 / 열린책들 / 201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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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오, 드디어 수키 스택하우스 시리즈 6권이 출간되었다. 5권과의 사이에 텀이 좀 길어서 요번엔 꽤 많이 기다렸는데, 너무 반갑다. 표지를 보닌 수키가 호랑이를 타고 있고, 뒤에 검은 머리 뱀파이어가 그 꼬리를 잡으려 한다. 대충 보니 알겠구먼. 호랑이는 변신능력자 퀸 - 5권에서 늑대 인간들 우두머리를 뽑는 자리에 등장했지 - 이고, 뒤에 있는 얼빠진 뱀파이어는 빌이로군. 수키는 뒤도 안돌아보는 걸로 봐서 이젠 빌에게서 완전히 마음을 돌린 듯 보인다. 뭐 첫사랑이니 미련은 좀 남겠지만...

시리즈 6권인『돌아올 수 없는 죽음』은 크게 두가지 이야기로 나누어 볼 수 있다. 첫번째는 변신능력자 퀸과 수키의 새로운 러브라인, 두번째는 뱀파이어 왕과 여왕의 전쟁. 일단 퀸과 수키의 러브라인을 보면 아주 달달하다. 솔직히 말해서 민머리의 퀸이 얼마나 멋있을지 상상은 잘 안가지만, 최대한 끼워 맞춰서 젊은 시절의 율 브린너를 연상해 봤다. 다른 민머리는... 내가 아는 사람이 없다. 하여간 이렇게 연상을 하지 않으면 그림이 잘 안그려진다니까. 어쨌거나 먼저 데이트 신청을 한 퀸은 호랑이로 변신가능한 변신능력자로, 큰 이벤트 회사를 운영하고 있다. 호랑이로 변신하는 남자이지만 무척 섬세하고 다정하달까.

감정 상한 전 남자 친구 몇 명 정도는 제가 다룰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러면 나랑 사귈래요? (41p)

후와아... 이 글을 보고 있는 나도 이토록 떨리는데, 이런 고백을 받는 수키의 마음은 어떨지 상상이 충분히 가고도 남는다. 이런 멋진 남자가 프러포즈를 해오는데 안넘어갈 재간이 있나? 물론 수키가 평범한 사람이라면 재고에 또 재고를 하겠지만, 수키도 텔레파시 능력자인지라 많이 망설이지는 않았다. 잘했어, 수키! 이렇듯 멋진 퀸과 데이트를 하게 되지만, 수키는 물린 늑대 인간들에게 공격을 받는다. 도대체 왜? 수키가 잘 되면 배 아픈 사람이라도 있나, 거참. 게다가 뱀파이어가 되어 죽은 사촌 해들리의 집에서는 새로 태어난 뱀파이어에게 물려 죽을 뻔 한다. 하나 더있다. 퀸과 함께 납치까지 당하는 수키. 이번에도 수키는 너덜너덜. 하지만 몸이 너덜너덜해지는 건 문제가 아니다. 이젠 정말 마음이 갈갈이 찢겼다고나 할까. 가여운 수키.

수키는 첫사랑인 빌의 배신, 마녀의 주술에 걸려 잠시 정신을 안드로메다로 보낸 에릭과의 연애, 늑대인간 알시드와의 연애도 모두 끝장났으니 이젠 새로운 남자를 만나도 되지 않나 싶다. 물론 난 에릭과 수키가 연결되기를 진짜진짜 바라는 사람이지만, 수키도 에릭도 서로를 대하는 입장이 아주 애매하다. 하긴 1,500년이나 살아온 에릭이 사랑이란 감정을 그사이에 다 잊어버렸으니 그걸 회복하는데 시간이 걸릴지도. 하여튼 어디선가 수키에게 무슨 일만 생기면 바로 달려오는 왕자님 (삑) 뱀파이어가 바로 에릭이잖아. 그런 걸 보면 에릭이 꼭 수키의 이용 가치만을 따지는 건 아닌듯 한데...

하긴 빌도 좀 미묘하긴 하지. 자신을 뱀파이어로 만든 뱀파이어 (미안하다, 이름이 기억안난다)를 만나 그녀에게 휘둘리고 - 결국 바람을 핀 거나 마찬가지 -. 지금은 다른 뱀파이어와 열애중이시다. 알시드 역시 데비 사건과 늑대인간 우두머리 선출 사건 이후 수키와 완전히 끝나버렸고, 알시드도 새로 연애중이시다. 그래도 미련이 남은 듯한 뱀파이어와 늑대인간. 아 표범 인간 캘빈도 구애을 했지. 수키가 완전하게 거절했지만.

수키는 왜 이렇게 초자연적인 존재들에게 인기가 많을까. 수키에겐 초자연적인 존재에게만 통하는 특별 페로몬이라도 있나? 있었다. 푸하. 깜짝 놀랐네. 요정 클로딘이 왜 수키의 대모 요정이 되었는지, 수키를 잘 챙겨주는지에 대한 비밀도 거기에 있었다. 오빠 제이슨은 반 표범인간이 되었고, 수키는.. 그랬단 말이지? 에릭은 그 사실을 알고 어떻게든 자신의 감정을 정당화 해보려는 것 같은데, 내가 보기엔 단순히 그 페로몬에 끌리는 것 말고도 당신에겐 뭔가 더 있다구. 에릭, 당신은 자각이 필요해!

수키를 노리는 자들은 한 둘이 아니다. 그래도 수키를 옆에서 지켜주는 누군가가 있어서 늘 다행이지만, 그래도 수키는 자신의 몸을 지킬 줄 아는 여자다. 지적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스스로 무엇을 해야 할지, 어떻게 처신해야할지 잘 알고 있다고 할까. 그래서 수키가 매력적인 것이다. 또한 자신의 감정이나 욕망에 대해서도 아주 솔직하다. 난 그런 수키가 정말 매력적으로 보인다. 물론 초자연적 존재들도 매력적이긴 하지만.

이번엔 난 빌에게 완전히 거부권을 행사한다! 빌어먹을 빌. 빌이 잘못한 것은 아주 많다. 그건 수키에게 너무나도 큰 상처를 주었다. 그리고 그에 대한 이야기를 꺼내는 타이밍도 아주 나빴다. 물론 에릭이 좀 거들긴 했지만. 아니, 사랑이란 말을 꺼낸 타이밍이 아주 극적으로 나빴다. 나같아도 그런 때 그런말을 들으면 빌의 머리채를 휘어잡고 뜯고 싶어졌을 거다. 물론 안그러는게 신상에 좋겠지만. 대신 영원히 초대를 거부하길. 이번엔 진짜로 빌과의 인연을 끊고, 손톱만큼 남은 미련도 완전히 버렸으면 좋겠다. 아마 수키는 영리하니까 잘 알아서 하겠지만. 

어쩌다 보니 수키의 연애사쪽으로만 이야기가 흘러 갔군. 이번 이야기중 무척 흥미로운게 남아 있다. 그건 바로 결혼식을 올린 뱀파이어 왕 피터와 여왕 소피 - 앤 사이의 전쟁이다. 이 부분은 이정도로 언급하고 넘어가련다.

『돌아올 수 없는 죽음』에 새로운 초자연적 존재가 등장했다. 그것은 바로 악마다. 준악마와 반악마랄까. 악마까지 하수인으로 부리는 뱀파이어, 새삼 무서워지려고 하는군. 수키 스택하우스를 읽으면서 무척 즐거운 부분은 다음에 또 어떤 초자연적 존재가 등장할지 모른다는 것이다. 이러다가 벨제붑이나 발록도 나오는 거 아냐? 하긴, 여기에서는 고유명사처럼 취급되는 초자연적 존재는 등장하지 않으니, 다른 이름을 가진 누군가가 또 나오겠지? 그게 더 재미있는지도. 사실 인간의 이름을 가지고 인간들 사이에 섞여 있으면 누가 누군지 알 수 없다는 게 가장 흥미로운 부분이니까.

수키 스택하우스 시리즈는 짧은 시간 동안 여러 사건들이 동시다발적으로 터져나오기 때문에 일일이 언급하기는 힘들다. 그래서 대충 추려서 가장 중요한 것 몇 가지만 이야기하게 되는데, 이것이 모든 이야기가 아니라 더 많은 이야기들이 책 곳곳에 숨겨져 있다는 것만 잊지 말자. 근데, 수키, 정말 에릭은 안되겠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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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리 크리스마스 아프리카 - 꿈꾸는 사진가 오군의 아프리카 트럭 여행
오세영 글.사진 / 나무수 / 200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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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아프리카를 좋아한다. 수많은 야생동물과 파괴되지 않은 자연. 건기와 우기가 반복되는 자연의 사이클에 따라 순식간에 변하는 광경들. 그래서 그런지 아프리카에 관련한 티비 프로그램을 - 정확히 말하면 동물 다큐멘터리- 자주 보곤 한다. 인간의 눈으로 보기엔 잔인하고 잔혹한, 생존을 위한 투쟁을 하는 동물들의 모습에 난 경외심과 더불어 아름다움을 함께 느낀다. 이 책을 고를 때는 그런 생각을 하고 골랐다. 근데, 어라라. 의외로 동물들에 대한 이야기는 적은 편이고, 여행을 하면서 만난 사람들, 그곳에서 본 것들과 경험한 것들에 대한 내용이 대부분이었다. 내 생각과 달라 살짝 실망스런 마음이 들긴 했지만, 일단 컬러 화보가 많은 책이라 내가 모르는 아프리카의 모습을 볼 수 있다는 생각에 찬찬히 읽어가기 시작했다.

작가는 약 60일간 아프리카를 여행했다. 그가 들렀던 나라는 남아프리카 공화국, 나미비아, 보츠와나, 짐바브웨, 케냐, 그리고 이집트이다. 난 저자가 아프리카 여행을 하면서 왜 남아공을 처음으로 넣었는지, 아니 애초부터 남아공을 왜 넣었는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남아공은 아프리카 대륙에 있지만 백인들이 득시글대는 곳이다. 아프리카의 참모습을 보기엔 남아공은 적당치 않다고 생각했는데, 역시 저자도 도착해서 그걸 느낀 모양이다. 백인과 원주민들의 빈부격차, 식민지 시대의 유산들. 남아공은 아프리카에 있지만 아프리카 대륙에서 제외하고 싶은 나라이다. (뭐 내 생각이지만) 게다가 이때는 남아공 월드컴하고는 상관이 없었지만, 월드컵때문에 원주민들이 얼마나 피해를 많이 보게 되었는지.... 그래서 남아공편은 그냥 슬쩍슬쩍 보고 넘겨버렸다.

나미비아부터 본격적인 아프리카 여행이라고 봐도 좋을 것이다. 사막과 사바나, 국립공원, 야생동물로 가득한 땅이기 때문이다. 특히 나미비아의 나미브 사막의 듄은 사진으로 보는 데도 상당히 장관이었다. 사막은 메말라 아무것도 살 수 없는 땅처럼 보여도 수많은 동식물이 살아간다. 그들 나름의 생존법을 가지고. 사막이 푸르른 목초지였다면 벌써 인간들에 의해 파괴되었을 테지만, 사막이기에 여전히 그 모습을 간직하고 있다는 사실에 아이러니가 느껴진다.

보츠와나, 짐바브웨, 케냐는 야생동물의 천국이라고 할 수 있다. 보츠와나의 오카방고, 케냐의 마사이마라 지역은 내가 특히나 좋아하는 곳이다. 케냐의 세렝게티 국립공원과 나쿠루 국립공원은 빼놓을 수가 없는 곳인데, 작가 역시 들렀던 모양이다. 부시 워킹, 사파리 등을 즐겼던 모양인데, 무거운 카메라를 짊어지고 다니는 부시 워킹은 그 자체로 힘이 들었던 모양이다. 나 역시 내 체력으로는 부시 워킹을 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꼭 경험해 보고 싶은 일이기도 하다.

이집트의 경우 워낙 유적이 많은 곳이라 볼 거리가 많았곘지만, 의외로 바가지를 씌우는 상인들이 많다는 이야기는 예전부터 많이 들었다. 사진 한 장을 찍어도 돈을 요구하는 그들. 누군가 처음 그런 것을 시작한 사람이 있었기에 그 사람들이 그렇게 변한 건 아닐까.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돈을 요구하는 일에 기분나빠하고 그들을 돈에 환장했다고 말하기 보다는 처음에 그들에게 돈 준 사람을 욕하는 게 더 좋을것 같은 느낌이다.

또한 아프리카의 곳곳의 여행하면서 만난 사람들이나 아이들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부분에서 난 무척 마음이 불편해졌다. 트럭을 타고 다니는 여행 - 트럭킹- 동반자들이 돈을 거둬서 그들에게 뭔가 선물을 하는 것에 거부감을 느꼈다고 하는 저자. 솔직히 말해서 난 그곳 사람들에게 당장의 지원도 필요하단 생각을 하고 있다. 그들에겐 오늘 끼니를 해결할 1달러가 필요할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장기적이고 지속적인 후원도 필요하고, 물고기 잡는 법을 가르쳐주는 것도 필요하지만 당장 먹을 것이 없어 쓰레기를 뒤지는 사람을 돕는 게 뭐가 나쁘지 하는 생각도 들었다. 그들이 자신들이 사는 곳이 파괴되지 않아 도시로 나올 일이 없었다면 충분히 자급자족했을 수도 있다. 하지만 그렇지 못한 상황에서 나중의 후원이니 어떠니 하는 말은 내 눈에 곱게 보이지 않았달까. 또한 그런 말만 하는 대신 바람이 다 빠진 축구공을 차는 아이들에게 새 축구공을 선물하는 것도 값싼 동정과 적선에 불과한 일일까. 그래 놓고 15년 신은 헌 샌들을 물물교환할때나 100원짜리 볼펜을 받고 좋아하는 사람들을 보면서 즐거울 수 있었나?

그리고 햇볕에 화상을 입은 타냐의 이야기에도 좀 화가 났다. 의약품도 없고 제대로 된 의사도 없는 곳에서 대도시 병원 수준의 치료를 원할 수 있나? 그곳에는 단돈 몇백원이 없어 죽어가는 아이도 있다. 햇볕때문에 입은 화상을 입은 타냐를 보면서 고작 한다는 말이 안아픈게 최고라고? 그들의 의료 시스템이 열악한 것은 나라가 가난하기 때문이다. 그런 면을 생각이라도 해봤는지 묻고 싶다. 

난 이 책을 읽으면서 점점 마음에 안들었다. 아프리카에 가는 일을 유럽 여행쯤으로 생각하고 갔나 싶어서. 아프리카에 다녀오고도 아프리카에 대해 잘 모르고 있군, 이란 생각이 들었달까. 최소한 아프리카 관련 다큐멘터리라도 좀 보면 좋지 않았을까. 트럭킹이나 여행정보 사이트만 본 게 여기저기서 티가 난다. 또한 야생동물 국립공원 둘레에 전기 철조망이 있는 것을 보고 동물이 불쌍하다느니 어쩌니 하는 말도 기가 찼다. 그렇게라도 경계를 마련해 둬야 인간들이 그 안으로 개간을 하지 않는다. 그리고 동물들이 인간의 마을로 들어와 사살되는 일이나 사자같은 육식동물이 인간을 해치는 일도 줄일 수 있다. 그건 인가와 국립공원이 가까워서 그런 것인데, 도대체 뭘 보고 있나 하는 생각도 들었다.  

아프리카를 만만하게 보고 아프리카의 야생동물이 근사하다는 생각만을 하고 간 건 아닌지. 난 솔직히 이 책에 대해 좋은 감정을 못느끼겠다. 자신에 대한 자괴감을 느끼는 말에서도 난 그들보다 우월하다는 내심이 깔려있다는 생각이 든다. 하여간, 내 생각과 맞지 않아 크게 실망이었고, 다음에 아프리카에 가려면 제대로 공부하고 가라고 이야기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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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알랄라! 1 - Yami 먹고 그리다
얌이 지음 / 애니북스 / 201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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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는 게 남는 거다, 한국인의 힘은 밥심!이라는 말을 신봉할 정도로 난 먹는 것을 좋아하고 잘 먹는 편이다. 예전에 직장 다닐 때는 육체노동자쪽이라 - 정확하게 말하면 애견미용사였다 - 밥을 든든하게 먹어 두지 않으면 허리가 펴지지 않을 정도였던지라 점심 식사로 공기밥 두그릇은 가볍게 뚝딱 해치웠을 정도다. 그도 그럴 것이 전체 미용, 부분 미용, 목욕 등등등을 합쳐서 하루에 평균 10마리 정도의 개들을 상대하려면 - 개중에는 입질이 심한 녀석도 다수였다 - 밥을 든든하게 먹는 건 기본이었다. 또한 계절 행사처럼 오는 그레이트 피레니즈 수컷(몸무게가 55~60kg정도)을 목욕시키려면 기본 세시간. 끝내고 나면 기진맥진 눈앞이 노래지고 핑핑 도니, 잘 먹을 수 밖에 없었달까. 하여튼 그런 생활을 6년정도 하다 보니 회식때 고기를 먹지 않으면 안가고 싶은, 그런 인간이 되어 있었다. 

지금은 직업병으로 - 목디스크와 허리디스크 및 손목 터널 증후군 등 - 으로 직장을 그만 둬서 예전만큼 잘 먹지도 잘 먹히지도 않지만 그래도 맛있는 걸 보면 맛있게 먹는 편이다. 그런 내가『코알랄라』를 그냥 넘길 수 없는 건 어쩌면 당연한 일일지도. 

『코알랄라』는 다른 음식 만화와는 달리 아주 소박한 음식들만 소개되어 있다. 아주 가난한 냉장고일지라도 다 들어있는 재료로 만들 수 있는 음식들과 더불어 한시간씩 차를 타고 가야하는 근사한 레스토랑에서나 맛볼 수 있는 음식이 아닌 길거리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음식들에 대한 이야기와 그 음식들에 관한 추억을 이야기한다. 그렇다 보니 다른 음식 만화를 보면서는 '그림의 떡이야' 라고 중얼거리면서 주린 배를 부여잡았다면『코알랄라』는 가난한 냉장고를 뒤져서라도 음식을 만들고, 5분이면 나갈 수 있는 재래시장에 뛰어나가고 싶은 충동을 느끼게 한달까.

이 책에 나온 음식 중에 핫도그와 슈크림빵, 뽑기에 관해서는 나도 나만의 추억이 있다. 요즘 핫도그는 잘빠진 몸매의 프랑크 소시지가 온전한 것이 하나 들어 있었지만, 내가 초등학교 다닐 당시의 핫도그는 빵은 거대했지만 소시지는 새끼 손톱만한 것이었다. 그래도 핫도그는 특별했다. 그거 하나 먹겠다고 엄마 돈 주세요를 하면서 손을 얼마나 많이 벌렸던가. 게다가 아껴아껴 먹으며 소시지는 제일 나중에 먹었던 기억도 난다. 지금이야 소시지를 그때만큼 좋아하지도 않고, 소시지가 크기도 하기 때문에 덥석덥석 먹지만 그때는 아껴 먹어야만 했다. 핫도그는 매일 먹는 간식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캬~~ 옛날 생각나누만.

슈크림빵은 내가 말하는 크림빵과 좀 다를지도. 어릴 때 엄마랑 동생이랑 같이 목욕을 가면 꼭 먹는 것이 크림빵이었다. 물론 목욕탕에서 파는 것은 아니고, 목욕탕 근처의 1평 남짓한 빵집 - 이름도 없는 -에서 파는 크림빵과 야채빵은 목욕이 끝난후 먹는 특식이었다. 초등학교때 뜨거운 물이 가득한 목욕탕이 얼마나 싫었던지. 게다가 빡빡 미는 이태리타월이 얼마나 따갑고 아팠던지. 그래도 크림빵을 생각하며 참았다. 그렇게 먹는 크림빵은... 꿀맛이었다.

뽑기는 내가 사는 경상도 사투리로 ***이라고 불렀는데, 이게 사투리라 한글로 표현하기 참 애매하다. 하여간 세글자로 ***이라고 불렀다. 사실 불량 식품 종류라고 할 수 있는데, 그게 어찌나 쌉싸름하면서 달콤하던지... 지금은 먹으라고 해도 고개를 도리도리하겠지만, 원래 먹지 말라고 하는 게 더 맛있는 법 아니겠던가. 나역시 집에 있는 국자를 모던한 블랙으로 바꿔놓은 이력이 있다. (푸하~)

또한 엄마표 밥상. 아, 나도 눈물난다. 대학시절부터 자취를 했던지라 - 정확히 말하면 2학년때부터 - 엄마표 밥상이 진짜 그리웠다. 그리고 가족과 함께 먹는 밥도. 그래서 내가 집으로 가거나 엄마가 한 번씩 오실때 싸오는 반찬이 그렇게 좋았다. 작가는 만화책 사느라 저녁을 굶었다고 하지만, 난... 술먹느라고 밥값이 늘 부족했으니까. 우움. 하여간 그땐 그렇게 살았다. 지금은 몸 사리느라고 술은 입에도 안대지만.

이외에도 떡볶이, 아이스크림, 티라미수, 비빔밥, 삼겹살, 수프 등은 레시피도 나와 있으니 집에서 간단하게 만들어 먹을때 참고해도 좋을 듯 하다. 특히 티라미수. 이거 제과점에 가면 진짜 비싼데, 의외로 만드는 법이 간단하다고 하니, 나도 만들어 볼까 싶은 충동이!

음식이란 것은 늘 추억과 함께 존재하는 것 같다. 이 책을 보면서 나도 옛날 생각 - 특히 초등학교 다닐 때 - 을 많이 하게 되었으니까. 추억의 음식은 죄다 맛있었던 기억만 난다.『코알랄라』는 이렇게 추억의 음식을 떠올리게도 하지만, 현재 내가 가장 쉽게 먹을 수 있는 - 손만 뻗으면 가능한 - 음식들에 대한 이야기이다 보니, 책 띠지의 표현대로 '본격 다이어트 회피' 만화가 될 수 밖에 없는지도. 그래도 행복한걸, 어쩌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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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스트 & 피스트 beast & feast
아키라 노리카즈 지음, 버퍼링 옮김 / 인디고 / 201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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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키라 노리카즈, 진짜 오랜만이다. 그동안 번역본이 안나와서 전전긍긍했었는데. 푸하, 이제서야 나왔구나. 워낙 섹시한 캐릭터를 그리는 작가인지라, 기대를 많이 하게 된달까. 특히 복근. 으으으... 생각만해도 좋구나. 그런 걸 기대하는 독자도 많았겠지?

이번에 나온 작품인 비스트 & 피스트는 장편이다. 이제껏 읽었던 작품들이 연작 단편 아니면 단편이었는데.. (기억이 맞다면) 이번엔 처음부터 끝까지 동일 인물이 나오는 장편이랄까. 물론 주인공은 표지에 떡하니 박혀 있는 두 사람이다. 왼쪽의 흰셔츠를 입은 예쁘장한 생김새의 남자는 히시누마 카즈하로 형사이고, 오른쪽의 짐승삘이 풀풀 풍기는 남자는 효우도 이츠키로 야쿠자다. 어떻게 보면 호스트처럼 보이기도 하지만, 야쿠자다. 그러고 보니 아키라 노리카즈의 작품에 나오는 주인공들은 야쿠자아니면 호스트가 많았지?? (이것도 기억이 맞다면..) 아니면 야쿠자 + 호스트거나.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직업을 가진 두 사람은 중학교 동창생이란 관계이다. 반듯한 성격의 카즈하와 효우도가 애초부터 친했을 것 같지는 않고... 실은 그때부터 효우도가 카즈하를 따라 다녔다고나 할까. 뭐 그래도 질척질척 끈적끈적하게 따라다니지는 않고, 딱 중학생다운 풋풋함이 곁들여져 있다. (이는 번외편에 잘 나와 있음. 둘 다 어찌나 귀여운지. 푸하~~)

어쨌거나 두 사람은 성인이 된 후, 즉 카즈하는 형사, 효우도는 야쿠자가 되었을때 다시 재회하게 된다. 아주 우연히! 길에서! 뭐, 사실은 아주 우연이라고 할 수는 없을 것 같다. 형사와 야쿠자가 만날 확률은 일반인이 야쿠자와 만날 확률보다 확실히 높기 때문이다. 근래에 발생한 살인 사건 세건에 관한 정보를 주는 조건으로 카즈하를 요구하는 효우도. 뭐 이런 설정은 워낙에 많기 때문에 또야! 라고 외칠 BL팬들이 수두룩할지는 몰라도, 아키라 노리카즈잖아! 라고 말하고 싶다. 

짐승같은 - 카즈하의 이야기에 따르면 사자같은 - 효우도가 의외로 많이 귀엽다. 덩치는 한덩치하는데다가, 야쿠자인데 어디가 귀엽다고? 라고 반문하고 싶으면 책을 보면서 직접 확인하면 된다. 더는 말안할란다. 사실 효우도가 꽤 마음에 들었거든. (푸핫) 카즈하도 꽤나 귀엽다. 절대로 여왕수도 아니고, 그렇다고 해서 효우도에 대해서 - 정확히 말하면 효우도의 태도에 대해서 - 빼거나 질색하거나 그런 면은 없다. 오히려 뒤늦게 자신의 취향을 알게 되어 당황한 어린애같다고나 할까. 그런 면이 빈틈 있어 보여 귀엽다.

또한 카즈하의 형사로서의 모습과 효우도의 야쿠자로서의 모습보다는 연인으로서 두 사람의 모습을 많이 볼 수 있어 좋았달까. 물론 아키라 노리카즈 특유의 귀여운 그림체 + 코믹함이 어우러진 모습들은 강력한 복근과 섹시한 엉덩이를 강조하는 그림과 대조되어 더욱 즐겁다. 약간 좀 신경쓰이는 것이 있다면 카즈하가 담당한 사건이 한국과 관련되어 있다는 것일까. 예전엔 중국 범죄자들을 주로 끌어다 쓰더니.. 나도 한국인이라서 그런지는 몰라도 좋은 일이 아닌 나쁜 일에 한국인이 관련되어 있는 건 쫌 그랬다. 뭐, 일본 만화가들은 자기네 조폭들 - 야쿠자들 - 이야기를 밥 먹듯이 그리니까 그다지 큰 비중을 실어 그런 설정으로 그린 것 같지는 않지만.

하여튼, 오랜만에 만나서 무지무지무지 반가운, 아키라 노리카즈! 또 다른 작품도 얼른 만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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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3-13 16: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아키라 노리카즈 좋아해요~ >< 나도모르게 하악거리게 만드는 작가라고 해야하나 :)
리뷰보니 설레네요~ 노리카즈님은 야쿠자나 호스트, 형사 이쪽 계열 많이 그리시는 듯!ㅎㅎ
똑같은 소재라고 해도 이분이 그리면 재밌더라고요. 그림체도 한몫하고.. ㅎㅎ 작가 역량인듯 합니다.

스즈야 2011-03-14 23:28   좋아요 0 | URL
맞죠.. 얼굴은 되게 곱상한데 몸은 완전 짐승.
푸하핫.... 이 작가 작품도 번역이 많이 안되어서 몹시 안타까운 작가지요.사실 읽고 나면 남는 건 별로 없는데, 읽는 순간 만큼은 하악질 제대로 하게 되죠.

2011-03-15 14: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ㅋ아, 완전 공감이예요. 진짜 읽고 나면 남는 건 없는데, 읽는 그 순간만큼은 정말 비교할 수 없다고 해야하나요. ㅎㅎ 정말 얼굴하고 몸이 가끔 눈이 띄옹 할 정도로 갭이 커서 놀라곤 합니다ㅎㅎ 다른 작품들도 번역되어 나오면 좋겠네요.

스즈야 2011-03-15 21:34   좋아요 0 | URL
ㅋㅋ 그런가요? 사실 BL쪽은 요렇게 가벼우면서도 끌리는 게 있고, 묵직한 내용을 전달해 주는 것도 있고. 그중에서 이 작가는 가벼운데 끌리는 작품을 많이 내는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