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학의 초보자 미스터리 야! 6
가이도 다케루 지음, 지세현 옮김 / 들녘 / 201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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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는 의학 드라마란 것을 참 좋아했다. 지금도 물론 좋아하긴 한다. 하지만 대부분이 응급실에서의 피말리는 상황에 대한 의사들의 대처 모습이나 멋지고 잘생기고 능력은 좋지만 성격은 나쁜 남자 의사와 예쁘고 순진하고 순수하지만 눈물 많은 여의사들의 로맨스를 그린 작품들이 다수였다. 물론 그 중간에는 의사들의 암투를 그린 드라마도 있었지만, 내가 기억하는 대부분의 의학 드라마는 숨가쁜 의료 현장에서 벌어지는 의사들의 활약이었다. 즉 외과의사들을 중심으로 하는 드라마가 많았다. 하긴 드라마이다 보니 시각적인 면을 자극해야 하는데, 그럴러면 수술을 많이 하는 외과의사들의 이야기가 많아야 하는 건 당연할지도 모르겠다. 그렇다 보니 비슷비슷한 느낌의 의학드라마가 한동안 유행하더니 요새는 의사가 전문직으로서 높은 대접을 못받는지 요즘은 다른 전문직에 관한 드라마가 많은 듯 하다.
 
의학 소설로는 로빈 쿡의 소설을 미친듯이 탐독했던 때가 있다. 고교시절에 그랬는데, 그후로는 다른 책들을 읽다 보니 자연히 멀리 하게 되었다. 그로부터 무수한 세월이 흐른 후, 가이도 다케루란 작가를 만나게 되었다. 사실 가이도 다케루의 소설은『바티스타 수술팀의 영광』과 이 책밖에 읽지 않았지만... 로빈 쿡과 가이도 다케루는 모두 의사 출신 작가이다. 그래서 그런지 의료행위에 대한 - 수술같은 것- 에 대한 묘사가 아주 뛰어났다. 정말 전문가로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달까. 어쨌거나『바티스타 수술팀의 영광』을 읽으면서 의료계의 현실과 수술 장면에 대한 세세한 묘사, 그리고 심료내과의사가 바티스타 수술팀과 관련된 의료사고의 수수께끼를 밝혀가는 부분은 정말 짜릿할 정도로 흥분되었다. 그렇다면『의학의 초보자』는 어떨까.

소네카와 카오루는 14살의 중학생으로, 카오루의 부모님은 이혼했으며, 아버지는 게임이론의 권위자로서 미국에서 연구중이다. 카오루는 일본의 모든 중학생들이 응시한 잠재능력시험에서 1등을 하게 된다. 사실 카오루는 평범한 학생이다. 그런 카오루가 어떻게 1등을... 뭐 당연한 의문이다. 사실 그 시험의 출제자가 카오루의 아버지였기에 카오루는 미리 그 문제를 풀었고 당연히 좋은 점수를 받게 된 것. 그렇다고 카오루의 아버지가 나쁜 사람이라서 일부러 문제유출을 한 것은 아니다.

시험에 1등한 카오루는 단숨에 천재소년이란 별칭을 얻고 도조 대학 의학부에서 연구할 자격을 받게 된다. 의학이란 건 꿈도 꾸지 않았고, 생각도 하지 않았던 소년이 의대에서 연구라니. 처음에는 망설이지만 금세 다른 사람들의 칭찬에 기분이 급상승, 그 제안을 받아들이게 된다. 그리고 일주일에 두 번 도조 대학 의학부로 나가게 된다.

공부라곤 하위권에 속하는 카오루는 의학부에 적응하기 위해 친구들의 도움을 받게 된다. 어찌어찌해서 차츰 그곳에서 적응을 해나가는 카오루지만, 의학부와 어른들의 세계가 어떤 것인지 조금씩 실감하게 된다. 카오루를 도조 대학으로 데리고 온 후지타 교수는 명예욕이 대단한 사람으로 연구보다는 연구비 지원이나 의료계에서 이름을 날릴 일만 생각하는 인물로 비서를 보고 약국 아줌마라 하고 모모쿠라를 모구라(두더지)란 별명으로 부르는 것만 봐도 그 인간성이 드러난다. 이 사람의 추태는 날이 갈수로 심해지는데, 그 추태가 차마 눈뜨고 봐주기 힘들 정도이다.  

카오루는 처음엔 심장이 벌렁벌렁 식은땀 줄줄의 상태였지만 후지타 교수와 함께 하다 보니 어느새 후지타 교수를 조금씩 닮아간다. 게다가 실험을 하다 엄청난 발견을 하게 되고 그 논문을 세계적 권위의 잡지에 싣네 마네 하는 일로 카오루 역시 어깨가 으쓱해지는데...

열네살 카오루가 평범한 소년에서 천재소년이 되어 의학부에서 좌충우돌 활약상을 펼치는 이야기는 무척 흥미롭다. 여기에 흥미를 더하는 것이 의학의 세계와 어른들의 세계의 어두운 뒷부분이다. 그 축은 물론 후지타 교수, 후지타 교수의 이야기를 보면 논문에 이름 올려주기, 잡지에 논문을 실어 자신의 이름 알리기, 의학분야의 발전을 위해서라기 보다는 자신의 잇속 챙기기와 명예 획득하기에 주력하는 인물임을 파악할 수 있다. 또한 라이벌 관계인 실험실은 깔보면서도 자신의 조교를 그쪽 조교와 비교해 무참히 깔아뭉개고 결국 실험에 있어서의 실패도 카오루와 그에게 떠넘긴다. 어른이라면서 책임감도 없고 다른 사람에 대한 배려는 눈곱만치도 없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카오루가 실험한 논문 내용에 이의를 제기하는 사람이 나타나고, 결국 그 일은 겉잡을 수 없을 지경이 된다. 여기에 덧붙여 후지타 교수는 모든 것을 카오루의 탓으로 돌리려 한다. 카오루는 결국 사과 성명을 발표하기로 하게 된다. 그렇다고 모든 책임이 카오루의 것은 아니니, 결국 카오루는 아버지의 도움을 받아 반격에 나서기로 한다.

카오루가 아버지의 도움없이 어른들의 세계를 반격하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다. 그러하기에 카오루가 아버지의 도움을 받는 것에 전혀 껄끄러움이 없다. 오히려 아버지의 도움이 이 책에 있어서 가장 큰 재미를 준다. 먼 곳에 있으면서도 자신의 아들을 응원하는 아버지와 자신의 안에 있던 용기를 발산하는 카오루. 아버지의 도움이 컸다 해도 결국 이 모든 것은 카오루의 용기가 뒷받침되어 있어야 가능했던 것일지도 모르겠다.

이 소설은 미스터리라기 보다는 성장소설에 가깝게 느껴진다. 역사 만점, 영어 빵점에 만화책을 끌어안고 살던 평범한 소년이 의학의 세계와 어른들의 세계를 접하면서 성장해 나가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그저 흥미로 이 일을 수락했지만, 진짜 의학이란 것을 배우게 되었다는 것도 두말하면 잔소리. 미스터리적 요소는 카오루보다 먼저 도조대학 의학부에 오게 된 고교생 사사키에게 있었다. 작은 미스터리이긴 하지만 충분히 감동적이다.

카오루는 의학의 세계와 어른의 세계의 어두운 면을 일찍 알아버리기도 했지만, 진정한 의학이 무엇인지, 진정한 어른의 태도란 것이 무엇인지 충분히 잘 배운듯 하다. 평범한 소년에서 이제는 진심으로 의학을 연구하는 소년이 된 카오루. 자신의 눈앞에 펼쳐진 길을 더욱 갈고 닦아 훌륭한 사람으로 성장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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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객, 팔도를 간다 : 경기편 - 방방곡곡을 누비며 신토불이 산해진미를 찾아 그린 대한민국 맛 지도! 식객 팔도를 간다
허영만 글.그림 / 김영사 / 201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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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직장을 다닐 때 경기도에서 6년 정도를 살았다. 근데 지금 생각해보면 딱히 경기도 음식이라고 먹어본 일이 별로 없는 듯 하다. 굳이 찾아가서 먹을 필요도 못느꼈거니와 서울 경기 음식은 내 입맛에 좀 맞지 않았기 때문이다. 특히 된장찌게에 양파를 넣어 먹는 게 참 이상해보였다. 된장찌게에서 단맛이 나!! 내가 제일 싫어하는 거다. 난 경상도 사람인데, 사람들은 경상도 사람들이 맵고 짠 음식을 좋아할거라 생각하지만 난 맵고, 짜고, 단 음식은 아주 질색한다. 난 담백한 음식을 좋아하는 편이며 그렇다보니 김치도 젓갈이 거의 안들어간 시원한 김치를 좋아한다.

근데 이 책을 보니 어쩌면 내가 경기도 음식에 대해 편견을 가지고 있었을지도 모른다는 느낌이 강하게 들었다. 제대로 된 경기도 음식도 먹어 보지 않고 그저 내 입맛에는 맞지 않을 거라 생각하다니. 맛있는 음식을 좋아하는 나로서는 아쉽다, 아쉬워. 그래도 몇가지 정도는 먹어 봤으니 그것으로 위안 삼아야 하려나? 지금은 경기도와 멀리 떨어진 경상도로 다시 내려온지라 굳이 경기도 음식을 먹으러 다시 그곳까지는 갈 수 없으니 말이다.

『식객, 팔도를 가다 : 경기편』은 만화 + 음식 에세이이다. 책 첫머리는 경기도에 대한 설명으로 시작된다. 지형적 특성이라든지 경기도를 상징하는 것들과 경기도를 특징짓는 음식들에 관한 설명이 컬러 사진과 함께 수록되어 있다. 그리고 식객 본편에 수록된 에피소드 5가지와 그와 관련한 취재 뒷 이야기를 비롯해 에피소드에 수록된 요리 만드는 법과 다양한 경기도 음식 요리법이 따로 더 수록되어 있다. 재료와 조리법이 수록된 레시피가 있으니 음식 만들기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직접 만들어 봐도 좋을 듯 하다.

첫번째 에피소드는 부대찌개와 관련한 것이다. 나도 부대찌개는 좋아하는 편이지만 먹고 나면 더부룩한
것이 개운한 맛이 없었다. 으레 햄이나 고기가 많이 들어가서 그런가 싶은 생각이 들었지만, 너무 많이 변형된 부대찌개를 먹었던 것이 그 원인이었다니. 그랬군. 부대찌개에 담긴 우리 민족의 아픈 역사도 다시 돌아볼 수 있었던 에피소드. 

두번쨰 에피소드는 빙어 이야기인데, 빙어는 내가 사는 곳에서도 잘 잡힌다. 주로 댐에서 잡아 오는데, 이곳은 얼음 낚시를 즐길 만한 곳은 아니다. 그렇다 보니 대부분 매운탕집에서 도리뱅뱅이란 요리로 만들어진다. 도리뱅뱅이는 금강 근처에서도 맛볼 수 있는 요리인데, 난 경상도가 원조라고 우기고 싶다. 하여간 바싹 튀긴 빙어에 매콤한 양념을 해서 매콤달콤하게 먹을 수 있는 도리뱅뱅이는 남녀노소 다 즐길 수 있는 요리지만, 살아있는 빙어를 먹는 건... 역시 난 거절한다. (본인의 취향일 뿐) 이 에피소드에서 재미있는 것은 진수와 성찬이 화해하는 장면이다. 두사람, 빙어를 낚은 게 아니라 사랑을 낚아 올리셨구려. 

세번째 에피소드는 복어 이야기이다. 음, 난 복어는 왠만하면 안먹는다. 사실 먹고 싶은 생각도 안든다. 왜냐구? 난 소중하니까요. 일부러 독이 있는 복어를 먹을 이유가 없는 것이다. 이 세상엔 맛있는 게 널리고 널렸는데. (이것도 물론 본인의 취향일 뿐) 이 에피소드에는 황복을 먹으러 온 일본인 손님과 중국인 손님의 설전이 무척 흥미로웠다. 안타까운 것은 남획과 댐과 보등으로 인해 황복의 숫자가 급격히 줄어들었다는 것이다. 사람에겐 득일지 몰라도 회귀어종에게는 너무나도 큰 장애물들. 우리 인간은 과연 어디까지 어리석은 짓을 하게 될까. 

네번째 에피소드는 오미자 화채 이야기인데, 이건 요리라고 하긴 좀 그렇다. 음료수이다 보니. 이 오미자 화채와 관련해 부부의 오해와 화해가 무척 재미있었던 에피소드. 오미자씨가 그 오미자씨였군요. 

다섯번째 에피소드는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누구나 좋아하는 자장면 이야기이다. 그러고 보니 난 인천에 있는 차이나타운에도 한 번 못 가봤구나. 자장면의 변천사와 화교들의 아픈 과거가 어우러져 무척 흥미롭게 읽었던 에피소드이다. 그러고 보니 내가 사는 곳에도 화교가 운영하는 중국집이 있다. 그집 주 메뉴는 고기만두. 주먹만한 만두안에 고기가 가득하다. 사실 그집 자장면은 내 입맛에 안맞았는데, 이 에피소드를 보고 그 이유를 알게 되었다. 그집 자장면은 아주 오래전의 전통을 그대로 이어온 맛이었기 때문이다. 

레시피로만 소개되는 음식중에 눈에 띄는 음식이 있다. 그건 바로 꿩고기를 이용한 음식인데, 꿩고기를 이용한 것은 북한 음식인줄로만 알았는데, 하긴 지금 남북이 나뉘어서 그렇지 이 또한 경기 음식이었구나 싶은 생각이 든다. 근데 쑥버무리와 증편도 경기도 음식이었나? 여기도 봄이면 쑥버무리를 해먹기 때문에 의외이다. 경기도 음식이 경상도로 내려온 건가. 또한 증편은 내가 정말 좋아하는 떡이라 흐뭇하게 읽었다. 이외에도 많은 음식들이 더 소개되어 있으니 그건 책으로 직접 확인하시길....

난 식객 만화를 아직 읽지 못했다. 권수가 많아서 그렇기도 하고, 실제로는 게을러서 일지도. 그래서 이렇게 이 책으로 식객 에피소드를 읽으며 식객 맛보기도 하고 다양한 음식과 그와 관련된 이야기도 읽으면서 무척 즐거웠다. 다음엔 어디 음식이 소개되려나~~~ 기대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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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누가미 일족 긴다이치 코스케 시리즈
요코미조 세이시 지음, 정명원 옮김 / 시공사 / 200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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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례식에 가보면 고인이 생전에 어떤 인물이었는지 알 수 있다고 한다. 또한 장례식의 분위기를 보면 그 집안이 어떤지도 알 수 있다고 한다. 그만큼 사람들의 속마음이 적나라하게 나타나는 곳이 장례식장이다. 평범한 집안의 경우 애도의 분위기가 넘쳐 나지만, 큰 유산으로 갈등을 겪는 집안의 경우 긴장감이 팽배하다. 물론 모든 경우가 그러한 것은 아니지만, 때로 사람들이 상상할 수 없을 규모의 유산은 한 집안의 비극을 불러 오기도 한다.

『이누가미 일족』은 신슈의 나스란 곳에 터전을 잡고 있는 재벌가 이누가미 일족에서 벌어지는 음울하고 잔혹한 사건에 관한 이야기이다. 지금은 고인이 된 사헤 옹이 남긴 유언장은 피로 피를 씻는 갈등을 불러 올 요소로 가득했다. 사헤 옹은 젊은 시절의 은인 노노미야 다이니에 대한 은혜를 갚기 위해 다이니의 손녀딸인 다마요가 자신의 세 손자중 한사람을 선택해 결혼하면 모든 유산을 물려주겠다는 유언장을 남긴다. 그런데 묘한 것은 세명의 손자 중 누구라도 다마요와 결혼을 하지 못하면 유산은 한푼도 받을 수 없게 된다는 것과 아오누마 시누마란 사람이 세 손자보다 더 많은 유산을 받도록 되어 있다는 것이다. 물론 그 관계가 복잡해서 여기에서는 일일이 언급할 수 없지만, 핵심만을 말하자면 다마요 〉아오누마 시누마 〉세 손자의 순서대로 유산이 돌아가도록 되어 있다. 그렇다 보니 이 유언장 문제로 집안이 시끌벅적해질 수 밖에 없다. 그러나 문제는 이것뿐만이 아니었다. 전쟁에서 얼굴에 커다란 상처를 입고 돌아온 첫째 손자 스케키요가 진짜 스케키요인지 누구도 확신할 수 없다는 것이다. 스케키요의 모친인 마츠코는 자신의 아들이라 극구 주장하고 있지만, 각기 다른 첩에서 태어난 자매이다 보니 다른 자매들은 첫째 마츠코에 대해 불만을 감추지 않는다.

책을 읽다 보면 다마요란 인물에 자꾸만 시선이 가게 된다. 은인의 손녀란 이유만으로 엄청난 혜택을 누리는 아름다운 여성인 다마요. 그녀는 스케타케, 스케토모의 사건 현장에 그 직전까지 있었던 인물이기도 하다. 게다가 명민한 두뇌를 가진 그녀는 가면을 쓰고 나타난 스케키요의 정체를 밝히기 위해 다른 사람을 조용히 선동하는 모습도 보인다. 이런 상황이다 보니 다마요가 혹시.... 라는 생각을 떨쳐낼 수가 없지만, 미리부터 의심할 수는 없는 일. 게다가 다마요의 알리바이는 확실한데다, 누군가 다마요를 노리고 있는 듯한 정황이 몇 번이나 포착된다. 단지 은인의 손녀란 이유만으로 엄청난 대접을 받고 있는 것같아 보여도 이누가미 일족 사람들에게 있어서 다마요는 눈엣가시이자 구명선이기도 한 존재이다. 그러하기에 그녀를 둘러싼 가족들의 분위기는 증오하면서도 밀어낼 수 없는 애매한 분위기라고 할 수 있다. 
 
후루다테 법률 사무소의 와카바야시 도요이치로는 이 유언장때문에 벌어질 참극을 두려워해 긴다이치 코스케를 나스로 불렀지만, 긴다이치 코스케와 만나기전 독살당하는 일을 시작으로 둘째 손자 스케타케는 목이 잘린 시체로 발견되고, 셋째 손자 스케토모는 교살당한 채 발견된다. 그리고 첫째 손자 스케키요마저 괴상한 상태의 사체로 발견되는데... 도대체 범인은 무엇을 노리고 이 참혹한 범죄를 저지른 것일까.

『이누가미 일족』은 다른 긴다이치 코스케 시리즈와 다른 공간적 배경을 가진다. 다른 시리즈는 섬이나 산 속 같은 닫힌 공간이며, 등장하는 구가(舊家)의 경우 다른 사람들이 경원시하는 존재이다. 그러나 이 작품의 이누가미 가의 경우 사헤 옹이 만든 가문인지라 그 역사가 짧고 그 지역 사람들에게 있어 존경을 받는 가문이기도 하다. 다만 이 사건으로 인해 사람들은 이누가미가를 두려워하게 되긴 하지만. 또 하나 다른 점은 다른 시리즈의 경우, 대부분 일족이 멸족하는 지경까지 이르지만 이 작품은 나름대로 해피엔드란 것이다. 그렇게 될 수 밖에 없는 이유는 중심이 되는 두 인물이 선량한 존재이기 때문이지만... 그래서 참혹한 일가 참살 사건에도 불구하고 가슴을 쓸어내릴 수 있었달까. 

하지만 결말을 제외하고는 그 분위기가 시종일관 무겁고 음울하다. 사헤 옹의 잘못된 처신과 판단은 각기 다른 첩에게서 태어난 세 딸인 마츠코, 다케코, 우메코가 서로를 미워하게 만들었을 뿐만 아니라 사헤 옹이 처음으로 사랑한 여인과 그 여인에게서 태어난 아이마저 불행의 늪으로 빠뜨리게 만들었다. 다마요 역시 유언장 공개 이후 더욱 험난한 운명을 짊어지게 되었으니 더 말해서 무엇하리오. 세 딸은 가해자이면서 피해자이다. 아버지의 사랑을 받고 싶었을텐데, 사랑은 커녕 미움만 받게 되었으니 그 분풀이를 아오누마 모자에게 할 수 밖에 없었으리라. 물론 그 방법이 너무나도 잔혹해 비극을 키우게 되었으니 동정만은 할 수 없는 입장이라고 할 밖에. 그러나 그런 이들이라고 해도 자신의 아들이 죽어 나가는 걸 보면서 그 마음이 갈갈이 찢겼을 것이란 건 더이상 말하지 않아도 좋을 것이다. 게다가 그 살해 수법이 가문의 세 가보를 의미하는 것이었으니, 과거의 망령이 되살아나는 듯한 마음에 두려움이 더욱 커졌을 것이다. 하지만 이 작품에서 가장 안타까운 인물은 역시 사요코이다. 사촌오빠인 스케토모를 사랑하고 그의 아이를 가졌으나 유언장 발표 이후 스케토모는 사요코를 버리고 다마요의 눈에 들기 위해 용을 쓰고, 다마요 겁탈 미수사건까지 일으키고 죽었으니.

이누가미 일가의 비극은 오래전부터 차곡차곡 준비되고 있었다. 그것이 유언장이란 것을 통해 터져나왔을 뿐. 사람의 욕심은 끝이 없고, 사랑도 지나치면 독이 된다. 이누가미 일족을 읽으면서 해피엔드로 끝날지언정 개운한 느낌을 가질 수 없는 것은 이 사건의 뒤에 감춰져 있던 진실이 너무도 잔혹하고 암울하기 때문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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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크에어 1
박민서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1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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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은 변하게 마련이다. 그것은 인간들에 의해서 변하기도 하고, 자연의 힘 때문에 변하기도 하지만 어쨌거나 세상은 늘 변하고 있다는 것이 옳을 것이다. 그러나 때로는 그 변화가 갑작스러워서 새로운 균형을 찾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리기도 한다.

마법의 원천인 블루에어가 사라지고 다크에어의 시대로 들어선 페이니아 왕국. 이곳은 지금까지 마법사들의 보호를 받았던 나라이지만 다크에어의 시대가 되면서 그 상황은 갑작스레 변화한다. 모든 마법사들이 마법의 원천을 잃어 버렸지만, 빈센트 자파라는 마법사는 여전히 가공할 마력을 가진 존재로 페이니아 왕국의 실질 권력자로 등극하게 된다.
 
다크에어의 시대로 접어든 3년 후, 세상은 여전히 균형을 찾지 못해 혼란스럽다. 음유시인 머스테인과 멜로즈는 자신들의 여정을 도울 동반자를 찾고 있다. 그 상대는 여성 검투사인 셰난도. 그녀는 다른 용병들과 달리 팀을 이루지 않고 혼자 일하는 존재이다. 일단 눈치를 보건대 페이니아 왕국의 여왕의 동생으로 짐작된다. 대검과 장검 두 가지를 사용하는 셰난도는 보통의 검투사들은 대적하기 힘들 정도로 우수한 인재이다. 셰난도는 머스테인 일행과 동료가 되길 꺼렸지만 멜로즈의 사정을 듣고 그들의 동료가 되기로 마음먹는다. 동료가 되자마자 멜로즈를 노리는 팀들이 공격을 시작하는데...

머스테인의 경우 아직 뚜렷하게 밝혀진 바는 없지만 가공할 전투력을 가진 인물이다. 오펜스 버퍼와 디펜스 버퍼를 동시에 사용할 수 있는 인물로 전자기타가 그의 무기. 그의 연주는 아군의 전투 능력을 높혀준다. 멜로즈의 경우 어린 시절 자파에게 마법을 배운 적이 있다. 하지만 왠일인지 자파에게 공격받아 부모님은 돌아가시고 혼자 살아남았다. 마법 능력과 기억은 여전히 오락가락하는 데다가 전투능력이라곤 눈꼽만치도 없어 보이지만 실제로 꽤 강력한 마법을 구사할 줄 아는 것으로 보인다. 왜 자파가 자신을 노렸는지, 그리고 지금도 자신을 노리는지에 대해서는 알 수 없지만, 그의 도전에서 도망칠 생각은 전혀 없다. 외유내강형 인물.

용병팀에는 벌써 상당히 여러 팀들이 존재하는 것으로 드러난다. 그중 두 팀과 결투가 벌어졌는데 첫번째 팀은 TEAM 쵸퍼스. 괴팍한 노인네들의 용병팀으로 공룡 비스무리한 라이노도 데리고 있다. 물론 가볍게 승리. 두번째 도전팀은 TEAM노르만. 남녀 혼성팀이다. 노르만과 대결할 때 머스테인의 뮤지션으로서의 다양한 능력을 볼 수 있다. 아윽.. 넘 멋있잖아!!!!

그리고 그외에도 이들을 쫓는 팀에는 TEAM 메탈 마울, TEAM 소닉 붐, 팀 무사 등이 존재한다. 그중 TEAM 소닉 붐에는 숲의 종족인 미스티 벨이 함께 한다. 숲의 종족은 인간의 동향을 관찰하는 관찰자적 존재로 이족 보행을 하지만 동물의 모습을 하고 있다는 것이 특징이다. 미스티 벨의 경우 린덴바움, 그리고 머스테인 일행과 함께 할 ** (아직 이름이 안나왔다, 재규어같음)은 바오밥 일족이라 한다. 숲의 종족도 꽤 다양한 모양이다. 중요한 것은 이들 용병팀 모두가 멜로즈를 쫓는 다는 것이다. 물론 그 배후에 자파가 있다는 건 말하지 않아도 척!

참, 이걸 빠뜨리면 안되겠구나. 셰난도의 언니인 여왕이란 캐릭터를 빠뜨릴 수가 없다. 머스테인은 욕쟁이 언니라고 하던데, 정말 입이 걸긴 걸구만. 근데 그게 참 재미있다. 예쁜 얼굴에 우아한 몸매를 하고 있는 여왕님이 입만 떼면.. 푸하하하핫.... 앞으로 쭉 지켜보겠지만 무척 흥미로운 인물 중 하나임에 틀림없다.

이들의 여정은 자파를 무너뜨리고 세상의 균형을 바로 잡는 것에 있을 것이라 생각된다. 그 여정 동안 얼마나 많은 전투를 치뤄야 할지 잘 모르겠지만, 세상에 쉬운 일이 어디 있더냐. 일단은 멜로즈가 기억을 모조리 되찾고 마법을 제대로 구현하는 것이 먼저이겠지만, 닥치면 한다고 나중에 멜로즈가 자파와의 대결에서는 큰 전투력이 될 것임에는 틀림없다. 멋진 중년의 뮤지션 머스테인, 강인한 여성 검투사 셰난도(섹시하기까지 하다, 난 이런 언니 참 좋아~~), 강력한 마법을 구현하게 될 멜로즈, 그리고 아직은 수수께끼투성이의 숲의 종족까지 나오는 캐릭터마다 어쩌면 이렇게 매력덩어리들이신지...

특히 머스테인의 캐릭터는 내가 너무너무너무너무 좋아하는 슬레시 메탈 그룹인 메가데스의 데이브 머스테인에서 따왔단다. 아흑.. 다음엔 어떤 유명 인물이 나올까. 드럼이라면 메탈리카의 라스 울리히, 기타라면 속주로 유명한 잉베이 맘스틴이나 임펠리테리도 좋고. 외모로 따지자면 스키드 로의 세바스찬 바하도 좋은뎅, 만약 세바스찬이 나온다면 그 피어싱은 꼭 달아 줘야해. 암마, 그렇고 말고. (헉, 너무 앞서나간 모양이다. 그냥 메탈 그룹 이야기만 나오면 여전히 흥분되는 1人) 

다음 권도 완전 기대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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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이 미야베 월드 2막
미야베 미유키 지음, 김소연 옮김 / 북스피어 / 200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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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렸을 때 제일 무섭다고 느꼈던 것은 밤의 어둠이었다. 지금이야 어딜가도 가로등이 환해서 구석진 곳이나 어두울 뿐 예전처럼 어둡지는 않지만, 어릴때 시골 할머니댁에 가면 정말 캄캄했었다. 가로등도 없고 인가도 띄엄띄엄 있는 곳이었던지라 밤외출을 나가려면 - 화장실이 재래식으로 밖에 있었다 - 플래시를 이용해야 했는데, 방밖으로 나가는 게 너무나도 무서웠다. 게다가 화장실에 가면 빨간 휴지, 파란 휴지 귀신 이야기가 떠오르고, 밑은 뻥 뚫려 있어 뭐가 튀어 나오지 않으면 내가 빠질까 두려웠다.

지금은 어둠 자체를 그다지 무서워하지는 않는다. 물론 혼자 밤길을 걸으면 무섭긴 하지만 그건 어둡기 때문에 무서운 것이 아니라 누군가가 불쑥 나타날까 무서운 것이다. 그 누군가는 귀신도 요괴도 아닌 사람이다. 요즘처럼 사람이 무서운 세상이 또 있을까. 그래서 밤 늦게 엘리베이터를 타야 할 상황이 오면 반드시 혼자 탄다. 그게 낯선 사람과 함께 엘리베이터를 타는 것 보다 덜 무섭기 때문이다.

현대는 이렇다 치고, 그럼 에도 시대는 어땠을까. 그 시대는 지금처럼 과학도 발달하지 못한 때인데다가, 사람의 상식으로는 이해할 수 없는 일들이 많았고, 엄격한 신분제 사회인지라 그것을 거슬러 목숨을 잃는 일도 다반사였던 시대였다. 그래서 사람들은 자신이 이해할 수 없는 일은 요괴의 탓으로 돌리기도 했을 것이다.

<꿈속의 자살>은 오쿠로야라는 솜 도매상에서 일어난 괴이한 이야기이다. 젊은 주인 부부의 외아들이 정혼을 할 때에 이르러 오쿠로야의 하녀인 오하루가 그의 아이를 가졌다고 고백한다. 주인 아들과 하녀가 당연히 맺어질리 없고, 결국 그 하녀는 다른 곳으로 보내지게 된다. 오쿠로야에서 고용살이를 하는 긴지는 도련님의 심부름으로 오하루의 집에 가게 되는 긴지는 그곳에서 깜빡 잠이 들었다가 묘한 꿈을 꾸게 된다. 너무나도 생생한 꿈인지라 긴지는 그날 이후 오쿠로야를 그만두게 되는데, 그후 오쿠로야는 완전히 망하게 된다. 도련님과 어떤 여자가 동반자살을 하는 꿈을 꾼 긴지. 이 꿈은 미래의 일을 보여준 것일까.

주인집 도련님은 하녀를 농락해도 되지만, 하녀는 도련님에게 진심으로 반해서는 안된다. 왜냐하면 도련님이 하녀에게 진심으로 반할리가 없으니까. 이는 당시 사회가 얼마나 철저한 신분사회였는지를 잘 보여주는 대목이다. 어린 시절부터 고용살이를 해야 하는 사람과 어린 시절부터 온실의 화초처럼 자라는 사람. 흥미로운 것은 이들은 이러한 신분제 사회에 대해 크게 반감이 없다는 것이다. 너무 오랫동안 그것에 길들여져서 그런건 아닌지.

<그림자 감옥>은 납 도매상 오카다야에서 벌어진 기이한 사건에 대한 것으로 그곳 대행수였던 마쓰고로가 이소베라는 오캇피키에게 그곳에서 일어난 일을 이야기해주는 식으로 전개된다. 천륜을 저버린 자식의 이야기는 예나 지금이나 변한게 없다. 마누라의 치맛폭에 휩싸여 자신을 낳고 길러준 어머니를 그렇게 만들다니. 오카다야에서 일어난 일들은 원념으로 죽어간 큰마닌 오타즈의 저주였을까, 아니면...

<이불방>은 똑같은 곳에서 고용살이를 하게된 자매의 이야기이다. 술집 가네코야에서 고용살이를 하던 오사토는 어느날 급사하게 된다. 그후 오사토의 동생 오유가 그곳으로 보내지게 된다. 오유는 그곳에서 일을 하던 중 하녀의 우두머리 오미쓰의 부름을 받고 이불방에서 하룻밤을 보내게 된다. 이불방에서 자면서 꾼 꿈에는 언니 오사토가 나오는데...

한 집안에 걸린 저주와 그것에 씌인 사람, 그리고 죽어서도 동생을 지켜주려 했던 언니의 이야기가 무척 인상적이었던 단편.

<매화 비가 내리다>는 오엔과 미노키치라는 남매의 이야기이다. 남매 사이가 보통 그러하듯 미노키치는 누이 오엔이 못마땅하다. 그러던 어느 날 신사에서 오엔이 대흉이 나온 점괘를 매화나무에 걸면서 뭔가를 중얼거리는 것을 보게 된 미노키치. 그후 얼마 지나지 않아 오엔은 수건을 얼굴에 덮어쓰고 세상과담을 쌓고 살게 되는데...

교고쿠 나츠히코의 교고쿠도 시리즈를 보면 교고쿠도가 "남에게 저주를 걸면 자신의 몸에 구멍이 두 개 생긴다"라고 말을 하는 장면이 나온다. 실제로 저주를 걸 능력이 있어 저주를 거는 것이 아닐지라도 다른 사람이 잘못되도록 기원을 하는 것 자체가 저주가 될 수도 있다. 이 작품에 나오는 오엔은 자신의 바람이 다른 누군가에게 큰 상처가 된 것을 보고 후회를 하지만 이미 늦어버린 경우이다. 그래서 오엔은 세상과 담을 쌓고 스스로를 벌주면서 평생을 살아갔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든다. 미워하는 사람을 향해 악담을 퍼붓고 나면 오히려 자신이 불편해지는 경험을 한 것에 대해. 나쁜 바람은 함부로 품지 않는게 좋다. 

<아다치가의 도깨비>는 도깨비가 등장하지만 마음이 푸근해지는 작품이었다. 앞에 수록된 작품들이 음울했다면 처음으로 미소를 지을 수 있는 작품이었달까. 사람들의 나쁜 기운이 모이고 모여 형성된 모습인 도깨비는 그것을 바라보는 사람의 마음을 비추는 거울과 같다. 도깨비가 어떤 모습으로 비치느냐에 따라 그 사람의 마음이 어떤지 알 수 있달까. 이 작품은 뒤에 나오는 <가을비 도깨비>와 비슷한 느낌을 주는데, <가을비 도깨비>는 음험한 인간의 마음을 보여주는 것이기에 어두운 작품이지만 도깨비란 소재를 끌어 온 것이라는 면에서 비슷하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이 작품에서의 도깨비는 인간의 얼굴을 하고 있지만 마음은 어둠으로 가득한 사람을 의미한다. 장대비에 비치는 모습은 사람의 모습일까, 도깨비의 모습일까. 

<여자의 머리>는 죽은 후에도 성불하지 못하고 원념으로 가득차 떠돌아 다니는 한 여자의 영혼이야기이다. 주인집 아들을 혼자 좋아했지만, 그 마음을 보답받지 못하고 원한을 가졌던 여자가 죽어서도 그 원념을 버리지 못해 다시 찾아온다. 이렇게 보면 사람은 얼마나 미련이 많은 존재이며, 그 미련을 버리지 못하는 존재인지. 

<재티>는 괴이쩍은 화로와 관련한 이야기이다. 겨울이라 그 집에서 고용살이를 하는 하녀가 중고 화로를 사다 숯을 피웠는데, 그 이후 그 하녀가 이상한 행동을 하다 덜컥 죽어 버린다. 이 이야기를 읽으면서 퍼뜩 떠오른건 오래된 물건이 요괴가 된 쓰쿠모가미였다. 이 화로가 쓰쿠모가미였는지 뭔지는 확실히 나오지 않지만, 사실 중고 물품에 어떤 사연이 깃들어 있는지는 아무도 모른다. 어쩌면 끔찍한 일이 벌어질 때 그 화로가 그 근처에 있었을지도 모를 일이다. 

마지막 작품인 <바지락 무덤>은 가장 소름끼치는 이야기였다고 할까. 직업소개소를 운영하는 요네스케가 자신의 돌아가신 아버지와 바둑친구였던 마쓰베에에게 들은 기이한 이야기인데, 수십년을 주기로 똑같은 얼굴이지만 이름과 출신지는 다른 사람이 찾아 오면 모른 체하라는 것이었다. 그 사람의 혈육일수도 있겠지만 완벽히 똑같은 얼굴과 그때의 나이와 똑같은 사람이라. 이는 더 생각해 보지 않아도 살아 있는 사람이 아니란 것을 잘 알 수 있다. 그들은 모른 척만 하면 아무 탈없이 일을 하다 사라지고 또 수십년이 지난 후 다시 나타나 일자리를 구한다고 한다. 이것은 그들이 사는 법. 그것을 참견한다면 그 비밀을 지키기 위해 어떤 일이 벌어질지 아무도 모를 일이다. 세상에는 모른 척 하는 것이 더 좋은 일도 있는 법이다. 
 
예지몽, 원귀, 도깨비, 저주. 어떻게 생각하면 수상쩍고 괴이쩍은 일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요모조모 뜯어 보면 이는 모두 사람에게서 기인한 일이 아닐까 싶은 생각이 든다. 사람의 마음속에 깃든 어둡고 사악한 기운이 만들어 낸 일. 우리가 상대를 볼 때 우리 눈에 보이는 것은 겉가죽뿐이다. 그 속에 무엇이 깃들어 있을지는 짐작키 힘들다. 설령 그게 도깨비라 해도 하등 이상할 것이 없을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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