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독한 미식가 - 솔로 미식가의 도쿄 맛집 산책, 증보판 고독한 미식가 1
구스미 마사유키 원작, 다니구치 지로 지음, 박정임 옮김 / 이숲 / 201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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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맛있는 음식을 거부할 사람이 없듯 나도 맛있는 음식을 먹는 것을 좋아한다. 그래서 예전에는 맛집으로 소문난 집을 찾아가서 먹는 것을 즐긴 적도 있었다. 하지만 그런 집은 대부분 손님들의 회전율이 빠른 곳으로 음식이 코로 들어가는지 입으로 들어가는지도 모를 정도로 신경이 쓰인다. 그래서 언젠가부터는 그런 집보다는 시끌벅적한 곳보다는 조용한 곳, 화려한 음식을 내는 곳보다는 소박한 가정식 음식을 내는 집을 선호하게 되었다. 내가 줄을 서서 기다리는 것도 싫지만 내 뒷사람이 줄을 서고 기다리는 것을 보면서 쫓기듯 식사하는 것은 내 성미에 맞지 않기 때문이다. 지금도 외식을 한다면 그런 집을 주로 찾게 된다. 그렇다 보니 늘 가는 곳만 가게 된다. 어쩌면 그것은 선뜻 낯선 곳에 들어갈 용기가 없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이노가시라 고로는 외국에서 잡화를 수입하는 무역상이다. 그래서 고객들을 만나는 일도 잦고, 출장도 잦은 편이라 늘 낯선 곳에서 식사를 하게 된다. 물론 예전에 들른 적이 있는 곳이라면 그런 음식점을 찾겠지만, 낯선 곳에서는 어쩔 수 없이 처음 보는 곳이라도 들어가야 하는 것이다. 그러나 아주 배가 고픈 상황에서도 아무곳에나 선뜻 들어가는 법이 없다. 일단 먹고 싶은 것을 정하고 그런 음식을 파는 곳을 찾는다든지, 가게의 분위기를 잘 살피고 들어간다든지 하는 것이다. 배가 고프면 아무데라도 들어갈 법도 한데, 이 남자에겐 그만의 기준이 있기 때문이다. 

총 19편의 연작단편으로 이루어진『고독한 미식가』는 이노가시라 고로가 선택한 음식점과 그곳에서 먹는 음식에 대한 내용이 주를 이룬다. 주로 도쿄의 음식점이 나오지만 때로는 도쿄가 아닌 곳의 음식점과 그곳에서 파는 음식들의 이야기가 나오는데, 미식가라는 제목과는 달리 아주 평범한 음식들이다. 우리는 미식가라고 하면 아주 희귀한 재료로 만든 비싼 음식이나 호텔 주방장처럼 요리 수업을 오래 한 사람들이 만든 음식을 내놓는 곳에서 음식을 맛보고 평가하는 사람을 떠올리게 되지만, 이노가시라 고로는 그런 면에서는 조금 다른 미식가이다. 평범함 속에서 특별함을 찾는 사람이랄까. 그래서 그가 먹는 음식은 모두 평범한, 어디에서나 볼 수 있고 먹을 수 있는 음식임에도 불구하고 특별해지는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그가 고른 음식이 모두 성공적인 것은 아니다. 우연히 만난 음식점에서 맛있는 음식을 먹으면서 행복해하기도 하지만 때로는 자신이 원하는 것을 먹지 못하거나 불편함을 느껴 식사를 제대로 하지 못하는 경우도 종종 있다. 

이노가시라 고로가 먹는 음식중에서 특히 기억나는 것 몇가지를 들라면 야키니쿠, 오마카세 정식, 비엔나 소세지 카레, 돈까스 샌드위치가 있다. 야키니쿠의 경우 얼마나 잘 먹던지 보는 내가 배가 부를 정도였달까. 미식가 이전에 대식가였군, 이란 생각이 들 정도였으니 말이다. 오마카세 정식의 경우, 이름이 재미있어서 기억한다. お任せ(오마카세)란 '맡겨만 주세요'란 뜻인데, 말그대로 주방장이 모든 것을 일임하는 요리이다. 주방장이 고른 재료와 요리법으로 만들어진 요리라, 이런 것은 주방장을 잘 알지 못하면 선뜻 시키기 힘들텐데도 이노가시라는 선뜻 시켜서 먹고, 또 추가 주문까지 하는 것을 보니 꽤나 만족스러웠던 모양이다. 비엔나 소세지 카레는 솔직히 내 취향은 아니지만 무척 특이한 요리라서 기억나고, 돈까스 샌드위치는 야채는 하나도 없고 돈까스만 달랑 들어간 샌드위치라서 기억난다. 내가 생각하는 샌드위치란 야채가 듬뿍 들어간 것이 대부분인데, 돈까스만 달랑 들어가 있다니, 먹다가 목이 막힐까 겁난다. 

그외에 내가 좋아하는 타코야키에 관한 이야기도 빼놓을 수가 없는데, 오사카의 풍경이 그대로 담긴 그림도 멋졌고, 타코야키 포장마차에서의 손님들의 농담도 재미있었달까. 완전 단골손님들로 꽉 찬 분위기 속에서 홀로 고독함을 맛봐야 하는 이노가시라. 타코야키의 맛은 좋았을지라도, 마음은 조금 불편하지 않았을까. 나같은 경우 그런 게 싫어서 음식을 사올 때는 주로 포장을 해오는데, 이노가시라 역시 포장을 하려다 발복 잡혀서 그곳에서 먹게 되었지. (笑)

음식 이야기와 더불어 그곳의 분위기, 때때로 떠오르는 추억에 관한 이야기까지 음식에 관한 이야기는 끝이 없어 보인다. 아마도 한 사람이 평생 먹은 음식에 대한 이야기를 하려한다면, 책 수십권은 탄생하지 않을까. 음식이란 단지 배를 채우기 위한 것은 아니다. 물론 사람이 음식을 섭취함으로써 에너지를 공급받는다는 원칙은 깨지지 않겠지만, 현대를 사는 사람들에게 있어 음식이란 행복과 즐거움을 주는 것이기도 하다. 건조하고 삭막한 현대 사회. 그곳에서 누구에게도 방해받지 않고, 신경쓰지 않고 혼자 식사를 하는 이노가시라 고로. 음식을 먹는 순간 만큼은 그는 자유다. 그리고 만족과 행복을 느낀다. 그러하기에 그는 진정한 미식가인 것이다.

뒷편에 수록된 스토리 작가 구스미 마사유키의 낯선 음식점 체험기와 다니구치 지로, 구스미 마사유키, 그리고 소설가 가와카미 히로미의 대담도 무척 즐거웠다. 특히 대담편에서 한 컷트에 하루를 꼬박 쓴다는 다니구치 지로의 말에 깜짝 놀랐다. 그래서 배경이 이토록 섬세한 것이구나, 하는 생각도 들었달까. 마지막 스토리로 뭔가 모르게 뚝 끊겨졌다는 느낌은 들지만, 대담이 있어 그 부분을 상당히 완충해 주었다. 한 권쯤 더 나왔으면 하는 바람도 있지만, 그건 어려울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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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3-13 16: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북적거리는 곳 보단 조용한 곳이 좋아요. 리뷰 읽다보니 어떤 느낌의 책인지 알 것 같은 기분이 드는걸요. 음식이야기와 관련된 책이라.. 평범한 것이 특별함을 낳는게 좋아요. 일상의 소박함도 좋고요. 장바구니로 가는군요ㅎㅎ

스즈야 2011-03-14 23:27   좋아요 0 | URL
ㅎㅎㅎ 전 다니구치 지로 원래 좋아하는데요, 음식 이야기도 참 맛있게 썼더라구요. 무척 인상적이었어요. 다니구치 지로의 자연과 인간에 관한 만화도 강추합니다.

2011-03-15 14: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자연과 인간에 관한 만화라면 <신들의 봉우리>와 같은 작품을 말씀하시는 건가요?
이 책 제목은 많이 들어봤는데, 읽을까 말까 고민했었는데..
다니구치 지로씨의 책이 생각보다 많아서 뭘로 먼저 시작할지 고민이 되네요.
처음은 어떤 작품이 좋을까요? (권수는 상관없어요)

스즈야 2011-03-15 21:35   좋아요 0 | URL
시튼 시리즈도 좋구요, 동토의 여행자도 좋아요.
좀 다르지만 개를 기르다도 좋구요.
전 아직 신들의 봉우리는 못읽었답니다.... 읽을게 너무 많아요.. 아니, 읽고 싶은 만화가 너무 많다는 말이 맞을지도.. ^^;
 
목소리 섬 바벨의 도서관 5
로버트 루이스 스티븐슨 지음, 김세미 옮김, 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 기획 / 바다출판사 / 201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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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시절『보물섬』을 읽으면서 모험을 꿈꿔 본 적이 있고, 『지킬 박사와 하이드』를 읽으면서 선과 악이란 것에 대해 곰곰히 생각해 본 사람이라면 로버트 루이스 스티븐슨 이란 이름이 절대 낯설지 않을 것이다. 나 역시 어린이 명작동화 중의 한 권인『보물섬』을 읽으면서 환상의 모험에 대한 꿈을 꾸면서 자랐다. 바벨의 도서관 5권은 이렇듯 대표작 한 두 권만 언급해도 아하, 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유명한 작가 로버트 루이스 스티븐슨의 단편 4편으로 구성되어 있다.

<목소리 섬>은 마법을 사용하는 장인 칼레마케를 따라 목소리 섬으로 가서 조개껍질을 금화로 바꾸는 걸 본 케올라가 욕심을 부리다 칼라마케에게 버려진 후 떠돌면서 겪게 된 모험 이야기이다. 장인인 칼라마케의 눈에 띄면 죽임을 당할까 두려운 케올라는 숨어 살 섬을 살다가 버려진 듯한 한 섬을 발견하게 된다. 처음엔 혼자서 편안하게 살았지만 어느 날 그는 이 섬이 바로 목소리 섬이란 걸 알게 되고 두려움에 빠진다. 하지만 배를 타고 다른 섬에서 온 부족의 도움을 받아 그는 아내도 얻고 한동안은 행복하게 살지만 그 부족이 식인종이란 것을 알게 되는데....

욕심을 부리던 케올라가 여러 가지 난관을 헤치고 다시금 행복하게 살게 된다는 것이 이 작품의 줄거리인데, 그 과정이 자못 흥미롭다. 지나던 배에 구조되지만 그곳에서도 자신의 자리를 잡지 못하고, 기껏 도망친 섬은 장인이 마법을 부려 나타나는 목소리 섬이고, 자신에게 잘 대해주는 부족을 만났더니 식인종이고... 어떻게 보면 케올라가 겪는 일들은 머피의 법칙을 따른다고나 할까. 웃음이 큭큭하고 나오면서도 묘하게 케올라를 동정할 수 밖에 없다. 마법의 환상과 모험의 아슬아슬함과 즐거움이 넘치는 작품.
<병 속의 악마>는 모든 것을 이루어주는 병을 사게 된 한 남자의 이야기이다. 병 속에 있는 악마가 소유자의 모든 소원을 이루어주는 것이다. 하지만 악마가 이루어주는 소원에는 반드시 댓가가 따르는 법이니. 악마의 도움을 얻어 훌륭한 집을 짓고 결혼식을 하게 된 케아웨는 결혼 직전 자신이 끔찍한 병에 걸렸다는 것을 알게 된다. 하지만 이미 그 병은 다른 이에게 팔아 버렸다. 더 좋지 않은 것은 그 병의 가격이 내려갈대로 내려가 지금 자신이 산다면 절대로 다른 사람에게 팔 수 없을 지경까지 되었다는 것이다. 이 병에는 자신이 산 가격보다 더 싸게 팔아야한다는 조건이 있는데, 그 병을 마지막으로 소유한 사람은 지옥으로 떨어져야 하기 때문이다. 괜히 악마의 병이 아닌 것이지. 

우여곡절 끝에 다시 병을 손에 넣고 결혼을 했지만, 죽어서 지옥불에 떨어질 것을 생각하면 케아웨는 잠도 안온다. 사랑하는 아내도 눈에 들어오지 않을 지경이다. 케아웨의 아내는 그 사실을 알고 남편을 구하기 위해 자신이 병을 살 것을 결심하는데... 크리스마스 선물에 나오는 주인공들같은 사랑을 하는 부부와 그들을 파멸시키려는 악마의 시험. 부부의 사랑에 감동하고, 그 병을 팔기 위해 갖은 노력을 기울이는 부부의 모험담이 어우러진 작품.

<마크하임>은 예전에 앤솔로지 책에서 읽은 적이 있는데 번역이 다르니까 작품의 느낌도 확실히 달라지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던 작품이다. 파산직전에 이른 마크하임이 돈을 훔치기 위해 한 중개상을 살해한다. 그러나 그후 누군가 가게로 찾아오는데... 악행을 부추기는 한 남자의 등장과 그의 유혹에 넘어가지 않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마크하임의 대화가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드는 작품이다.

돈을 잃는다손 쳐도, 다시 빈곤에 빠진다고 해도 내 안의 한 부분, 더 나쁜 쪽이 선한 쪽을 끝내 깔아뭉갤까? 악과 선이 강하게 치고 들며 나를 양쪽으로 세게 끌어 당기지만, 나는 둘 중 하나만 사랑하지 않고, 둘 다 사랑해. (139p)

선과 악은 늘 공존한다. 특히 인간의 마음은 늘 선과 악 사이에서 갈등하고 흔들린다. 악행을 부추기는 남자와 자신의 마지막 선을 지키기 위해 애쓰는 마크하임의 모습은『보물섬』의 존 실버나,『지킬박사와 하이드씨』의 지킬 박사의 모습을 연상시키게 한다.

<목이 돌아간 재닛>은 제목부터 으스스하다. 50년전에 악마를 만났던 목사의 이야기. 그는 도대체 무엇을 보았기에 그토록 완고한 노인이 되어 버린 것일까. 늘 생각하는 것이지만 악이란 것은 늘 사람 주위를 배회하고 있고, 사람들 속에 섞여 있다는 것이다. 그것을 떨칠 수 있느냐, 그렇지 못하느냐는 결국 사람의 몫이다.

이 작품집에 수록된 작품 중 <목소리 섬>과 <병 속에 든 악마>는『보물섬』처럼 흥미롭고 환상적인 모험이야기에 부부의 사랑이란 것을 더한 작품이다. 마법사나 악마가 등장하지만 살떨리게 무섭다기 보다는 유쾌한 어조로 이야기가 진행된다. 물론 지나친 욕심으로 인해 자신에게 돌아오는 쓰라림을 맛보는 두 주인공이 등장하지만 그들을 사랑하는 여인들이 그들을 구원해주는 존재가 되기 때문에 결말 부분 역시 해피엔드이다. <마크하임>의 경우 선과 악의 대립, 즉『지킬 박사와 하이드 씨』의 면이 부각된다. 하지만 그보다는 덜 무겁다. 마크하임의 선과 악은 지킬 박사와 하이드 씨처럼 완전히 분리된 존재로 등장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내면에서 일어난 싸움이기 때문이다. 마지막 작품인 <목이 돌아간 재닛>은 악마를 만나게 된 신부의 이야기인데, 공포소설에 가깝다고 할 수 있다. 목이 돌아간, 이란 표현을 읽고 난 엑소시스트에서 악마에 씌어 목이 돌아가던 리건의 모습을 떠올려버렸다.   
 
마법과 악마가 존재하고, 모험과 사랑이 존재하는 환상적인 이야기와 선과 악의 대립, 악마와 대결하는 신부의 이야기까지 지루할 틈 없이 이어지는 로버트 루이스 스티븐슨의 단편들은 유쾌한 이야기와 더불어 인간이 진실로 추구해야할 가치가 무엇인가를 곰곰히 생각토록 하는 작품들이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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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키벤 3 : 간사이편 - 철도 도시락 여행기 에키벤 3
하야세 준 지음, 채다인 옮김, 사쿠라이 칸 감수 / AK(에이케이)커뮤니케이션즈 / 201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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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차타고 일본 일주여행을 하는 나카하라 다이스케. 그의 여행 목적은 일본 철도의 탄생과 더불어 유구한 역사를 자랑하는 다양한 철도 도시락 에키벤을 맛보는 것이다. 지금까지 큐슈, 츄고쿠와 시코쿠 여행을 끝내고 이제 간사이 여행에 들어간 다이스케. 천년고도 교토를 비롯해 오사카, 고베, 나고야 등 일본의 옛모습을 간직한 간사이 여행에서는 어떤 에키벤을 맛보게 될까.


다이스케의 간사이편 여행루트를 살펴 보면 토요오카에서 시작해 카메야마에서 끝을 맺는다. 역시 섬나라 일본답게 해산물 요리가 많은 것도 특징이지만 이번 여행에서 가장 특징적인 것은 일본 토종소인 와규를 이용한 에키벤이 종종 등장한다는 것이다. 그럼 다이스케와 함께 고고씽~~

토요오카 역의 명물은 무려 만엔이나 하는 버들고리 도시락. 왜 이렇게 비싼가 했더니 이 버들고리도시락의 바구니가 비싸기 때문이란다. 전통공예품과 도시락을 결합한 아이디어. 역시 일본인들이구나 싶은 생각이 든다. 사실 도시락 내용물은 그다지 특별한 것이 없지만, 전통을 사랑하는 마음이 그대로 간직되어 있달까. 삐딱하게 보자면 장삿속이군, 이라고 하겠지만 전통문화를 좋아하는 사람이 아니라면 그돈을 선뜻 낼 수 있을까를 생각해 보면 생각이 달라질 듯.

와다야마 역으로 가는 길에는 후쿠치야마 성이 있다. 무려 400년이 된 고성. 오다 노부나가를 습격한 아케츠 미츠히데의 성이다. 와다야마역의 에키벤은 타지마 마을 와규 도시락이 유명하다. 이 타지마 마을 와규가 고베로 가면 고베 비프가 된다. 그다음에 도착한 히메지역은 히메지성으로 유명한 곳. 일본의 가장 아름다운 성으로 손꼽히는 히메지성은 일본의 국보이자 세계문화유산에도 등재되어 있다. '공주님'버스란 관광 버스도 있단다.

반슈아코는 자신의 주군의 복수를 위해 오오이시 쿠라노스케가 이끄는 47명의 사무라이가 상대 사무라이를 죽인 후 할복한 곳으로 유명하다. 그래서 오오이시 신사에는 이들 47명의 충신들의 동상이 있다. 일본 특유의 문화로 사무라이란 것을 빼놓을 수가 없는데, 사실 일본인이 아닌 이상 이들의 충성심을 이해하기는 힘들다. 하지만 지금처럼 자신을 위해 누군가를 해치는 사람이 득시글대는 현대 사회를 생각해 보면 일본인들이 사무라이의 충성심에 열광하는 이유가 납득이 가기도 한다. 반슈아코역의 명물 도시락은 거나한 충신장 도시락으로 이 도시락에는 일본 술이 딸려 있다. 또한 젓가락에는 충신장의 이야기가, 포장지에는 술마시는 법도에 대한 것이 적혀 있는데 도시락 포장 용기나 젓가락 포장지에도 일본의 역사를 담아내는 일본인들이 부럽기도 하다.

니시아카시의 잘나가는 문어밥. 이건 정말 먹고 싶다는 생각이 든 도시락이다. 게다가 용기도 문어단지 모양! 정말 귀엽다. 지금 내가 살고 있는 곳은 내륙이지만 제사상이나 잔칫상에는 문어가 빠지지 않았다. (물론 상어도 빠지지 않지만) 그래서 문어를 어린 시절부터 즐겨 먹었는데 숙회가 아닌 양념된 문어는 어떤 맛일까 궁금하다. 간사이 여행의 동반자인 케이트는 외국 사람답게 문어를 '악마의 해산물'이라 하며 처음에는 거부하지만 맛을 보고는 금세 빠지게 되었다나? 또한 물고기선반 어시장에서 만드는 타코야키 비슷한 계란부침도 어찌나 먹고 싶던지. 타코야키의 원조이지만 몽실몽실한 느낌이라니! 아, 먹고 싶다!

요코하먀항과 더불어 일본의 미항을 거론할 때 빠지지 않는 고베항. 이곳에는 고베 비프로 만든 도시락이 유명하다. 하지만 다이스케가 먹은 해선장 도시락도 침이 꿀꺽. 다이스케의 표현에 따르면 정통중식을 먹는 느낌이라는데, 어떻게 도시락으로 정통 중화요리를 먹는 느낌을 낼 수 있는 것이지? 고베에서 또다른 유명한 것은 고시엔! 다이스케도 지금은 이렇게 뚱뚱하지만 예전엔 야구를 했다나? (푸핫)

타코야키하면 오사카, 오사카하면 타코야키. 그리고 오코노미야키! 왜 이렇게 광분을 하느냐. 난 타코야키와 오코노미야키를 진짜진짜 좋아하기 때문이다. 물론 우리나라에서 만든 것이라 일본 전통 타코야키나 오코노미야키와는 맛이 다르겠지만, 생각만 해도 침이 꾸울꺽! 특히 오사카역의 호랑이당 도시락에는 오코노미야키와 타코야키가 들어있단다. 식으면 맛이 없을 것 같은데, 맛이 있다는 것을 보면 도시락에 넣은 음식들은 따뜻할 때 먹는 음식들과 만드는 법이 좀 다른 것 같다. 참으로 신기한 것 중의 하나. 역시 도시락의 천국, 일본답달까.

교토는 천년동안 일본의 수도였던 곳으로 옛정취가 그대로 남아 있는 도시. 내가 좋아하는 도시랄까. 아직 가본 적은 없지만... 교토라고 하니 간사이벤이 떠오른다. 내가 간사이벤을 전부 구별하는 건 애초부터 무리이지만 말하는 걸 들어보면 간사이쪽 사투리란 것은 알 수 있는데 뭐랄까, 참 귀엽다. 특히 말끝에 ~や를 붙이는 게 귀엽게 들린다. 本当라는 말은 ほんまや로 一番은 一番や로, 그리고 누구 씨 할 때의 ~さん은 ~はん이란 표현도 참 정겹달까.

교토는 어딜 가도 문화재란 말이 있을 만큼 옛모습이 많이 남아 있지만, 여기에선 언급되는 건 간사이 사철 이야기가 주가 된다. 좀 아쉬운 부분. 하긴 이들은 관광을 목적으로 다니는 것이 아니니 어쩔 수 없나? 하지만 다이스케는 경유하면서 이런저런 관광정보를 알려주기도 하고 잠시 들르기도 한다. 그중에서 요시노산의 10만그루 벚나무 이야기나 홍법대사가 도깨비의 도움을 받아 다리를 세우던 중에 완성을 하지 못한채 다리 기둥만 남았다는 하시쿠이이와 등도 기억에 남는다. 그리고 우지야마역의 이세신궁도 빠질 수 없지. 겐지모노가타리를 읽다 보면 이세 신궁 이야기가 자주 나온다. 또한 300년 역사를 자랑하는 화과자점 '아카후쿠' 본점도 여기 있단다. 세상에 300년 전통이라니.


그외 눈에 띄는 에키벤으로는 시라하마역의 키슈 색실공 도시락. 이 도시락 용기는 색칠을 해서 저금통으로도 쓸수 있다고. 색실공이라고 하니 요코미조 세이시의 <악마의 공놀이 노래>가 떠오르누만. 거기에 등장하는 공이 바로 색실공이다. 그리고 고기를 좋아하는 나로서는 마츠사카소등심 소고기 도시락이나 움메타로 도시락에도 눈길이 간다. 마츠시카 소등심 도시락은 일본 에키벤중 가장 비싼 에키벤으로 무려 10,500엔. 그러나 난 그건 너무 비싸서 패스, 움메타로 도시락이 마음에 든다. 뚜껑을 열면 멜로디가 흘러나오는 유일한 도시락이라나. 아이디어가 참 다양하다.  

이번에 다이스케와 함께 간사이 여행을 하는 사람은 오스트레일리아에서 온 케이트란 아가씨이다. 유학생으로 방학동안 여행하는 중인데 우연히 다이스케와 만나 동행하게 된다. 이 아가씨도 상당히 먹보시더란 말씀. 어찌나 잘 드시는지. 원래 잘 드시는 다이스케 아저씨가 움찔하시더이다. 근데, 남자 동행과의 만남은 없는 건지. 시꺼먼 남자 둘이 여행을 다니는 건 보기에 그런가? 그래도 아내까지 있는 남자가 여성과 동행이 되다니. 앞으론 다른 색다른 동행을 기대하고 싶은데 과연 그 바람은 이루어질지...

사진 출처 : 책 뒷표지, 에키벤 가이드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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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벨의 도서관 1~10권 세트 - 전10권
에드거 앨런 포 외 지음, 하창수 외 옮김, 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 기획 / 바다출판사 / 201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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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감각의 고전 읽기, 바벨의 도서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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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소리 섬 바벨의 도서관 5
로버트 루이스 스티븐슨 지음, 김세미 옮김, 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 기획 / 바다출판사 / 201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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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물섬을 좋아한다면, 지킬박사와 하이드씨를 좋아한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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