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츠키 3
타카야마 시노부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1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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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호라, 3권 표지모델은 본텐이로군. 첨엔 누규? 라고 생각했지만 역시 본텐은 피어싱이 특징이니. 게다가 뒤에 살짝 보이는 날개도 있고. 하여튼 맘에 든다. 사실 공주님보다는 본텐 쪽이 매력있거든.

최첨단 컴퓨터 그래픽 시스템으로 에도시대의 저잣거리를 모의 체험할 수 있는 오에도 전시회에서 야행과 누에의 공격을 받아 에도 시대 비슷한 곳으로 흘러들어오게 된 토키도키. 토키는 그곳에서 먼저 그곳으로 들어온 콘을 만나 이세계에 적응해 나가기 시작한다. 요괴와 인간이 공존하는 세상, 그곳은 아마츠키라 불리는 곳이었다. 토키는 '백지인 자'로 테이텐이란 신만이 짤 수 있는 천망을 새로 짤 수 있는 사람이라 일컬어진다. 과연 토키는 아마츠키를 어떤 세상으로 바꾸게 될까. 

무녀 공주님이 있는 신사에 머무는 토키는 공주님의 사연을 듣고 그의 저주를 풀어줄 방법을 찾고자 한다. 하지만, 토키 일행이 나간 이후, 콘은 무언가 잘못되어 있음을 깨닫게 된다. 공주의 저주는 풀어서는 안될 것이었던 것이다. 어쨌거나 아무것도 모른채 니혼바시 거리를 다니며 정보를 수집하는 토키 일행의 이야기와 더불어 2권에서 이어지는 울고 있는 여우 이야기가 진행된다. 이나리인 이마요가 왜 인간을 공격하고 죽이게 되었는지에 대한 사연이 나오는데, 무척이나 가슴 아프다. 인간의 이기심은 옛날이나 지금이나 변치 않는 부분이랄까.

한편 본텐은 사라진 천좌 츠유쿠사의 행방을 좇는다. 그와중에 발견한 헤이하치. 이 사람은 왜 이렇게 순진하고 순박한 거야. 헤이하치라면 츠유쿠사와 이마요를 구해줄 수 있을까.   

뭐랄까. 무녀 공주님인 교텐은 볼 때마다 기분이 나쁘더니 역시랄까. 그래도 중요한 정보는 알려 줬다. 정체가 밝혀지지 않았던 코쿠텐이 바로 야행이었다는 것이며, 코쿠텐의 역할은 요괴든 사람이든 실성케 만드는 것이라 한다. 변화를 가능케 하는 힘이랄까. 물론 나쁜 쪽으로. 교텐은 아마츠키의 유지시키고, 본텐은 아마츠키의 파괴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는데 토키의 선택이 중요하다. 지금 돌아가는 것으로 봐서는 아마츠키는 파멸의 길을 걷고 있는 것이 분명해 보이는데 말이지.

그리고 피안의 세계에서는 센사이 코퍼레이션에 대한 조사가 진행중이다. 아무리 봐도 센사이 미도리가 큰 영향력을 가진 인물로 보이는데 슬쩍 보이기만 했지 제대로 모습을 보인 적도 없다. 이 녀석이 테이텐아냐? 라는 생각도 하고 있음. 즉, 아마츠키는 잘 만들어진 게임, 롤 플레잉 게임이 아닐까 하는 추측을... 물론 참가자들은 그 사실을 모른다는 전제하에..(쿨럭) 별 상상을 다하고 있음.

여튼간에 점점 이야기를 더해갈 수록 늘어나는 인물에 늘어나는 수수께끼는 좀 복잡하긴 하지만 무척 매력적이다. 다음편에는 헤이하치와 츠유쿠사의 이야기가 예고되어 있는데, 어느 하나도 상처받거나 잘못되는 일이 없으면 좋으련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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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형궁정악단 1
유키 카오리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1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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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와아, 표지 이쁘다!! 이런 단순한 이유로 구매한 유키 카오리의『인형궁정악단』제 1권. 딱히 이 작가에 대해서는 아는 것도 없고, 읽어본 작품도 없다. 뭐, 순정쪽은 잘 읽지 않는 버릇때문일지도 모르겠지만, 일본 만화계를 생각하건대 너무 많은 작가들이 있어 전부 접하는 일은 힘들기 때문이 더 우선적인 이유가 아닐까 싶다. 어쨌거나.

갈라테이란 바이러스에 감염된 사람은 인형(기뇰)이 되는 괴질이 만연한 절망적인 시대. 이 바이러스에 감염되는 경로는 다양하다. 기뇰이 된 사람에게 물리거나 피만 튀어도 감염이 되지만 치료법이나 왜 발병하는지조차 알려지지 않았다. 이런 이들을 구제하기 위해 방방곡곡을 돌아다니는 궁정악단 '그림자'의 멤버들은 모두 남자로 구성되어 있다. 여자로 오인할만큼 아름다운 외모의 소유자로 악단장이자 가수인 루틸, 인형의 존재를 느끼면 오른쪽 눈에 통증을 느끼는 바이올리니스트 코하쿠, 그리고 고슴도치를 키우는 첼리스트 귄델이 바로 그 멤버들이다.

이들이 처음으로 찾아간 곳은 투생이란 성이다. 그곳은 외부와 철저히 차단된 곳이지만 사람들 사이엔 묘한 기류가 흐른다. 영주와 그의 가족들을 적대시하는 듯한 마을 사람들. 도대체 그곳에서는 무슨 일이 일어났을까. <잠들지 못하는 인형을 위한 서곡>은 죽은 이에 대한 애도가 집착이 되어 버린 것에 대한 이야기이다. 우리는 사랑하는 사람의 죽음을 가슴 아파하고, 그들을 늘 그리워한다. 특히 갑작스런 병으로 죽은 경우에는 더욱더 그러한 마음이 클 것이다. 하지만 애도와 집착은 분명 다르다. 죽은 이에 대한 지나친 집착이 불러온 비극에 가슴이 아프고, 어떻게든 자신의 아이를 지키기 위한 아버지의 노력과 희생은 가슴 찡해진다.
 
<사로잡힌 나이팅게일>은 과거의 트라우마로 인한 집착이 만든 비극에 관한 이야기랄까. 어린아이가 이해하지 못한 어른들의 세상. 그 아이는 어른이 되어서 자신만의 왕국을 만들고자 한다. 자신을 내쳤던 어른 여자들에 대한 집착이랄까. 이런 것을 보면 사람이란 집착의 동물이라고도 할 수 있을 듯 하다. 과거는 흘려 보내야 한다. 과거에만 매달리면 앞으로 나아갈 수 없다. 과거에 매달려 만들어 낸 그의 왕국은 카드로 만든 집에 불과했으니.

괴질에 걸려 죽은 사람들은 기뇰이 된다. 어찌 보면 살아있는 시체들이랄까. 좀비와 비슷하지만 인형으로 바뀐다는 점이 독특하다. 그래서 그들이 파괴될 때는 금이 가면서 부서진달까. 좀비가 죽는 모습을 보든 기뇰이 죽는 모습을 보든 끔찍한 것은 매한가지이지만.

궁정악단 '그림자'는 기뇰이 발생한 마을로 가 음악을 연주한다. 그들의 음악은 기뇰이 된 사람들이 일시적으로 인간의 마음을 찾게 하기도 하고, 그들을 파괴하기도 한다. 아무리 괴질에 걸려 기뇰이 되었다곤 해도 살아생전 사람이었던 존재를 파괴하는 것은 그들에게 있어 일종의 벌이 아닐까 싶은 생각이 든다. 또한 검은 찬송가라든지, 이런 것이 나오는 것을 보면 신을 부정하는 일도 하는 셈이니 이래저래 이들의 존재는 무거운 짐을 지고 있는 셈이다. 또한 묘한 것이 루틸과 코하쿠, 귄델은 일종의 계약을 맺고 있는 관계라는데 그것이 아직 무엇인지 정확히 나오지 않는다. 그리고 루틸의 후배라는 스피넬은 스스로를 '필로멜라'라고 하는데 그 정체도 아직 불분명하다. 이야기가 좀더 진행되면 확실히 알 수 있겠지.

음, 그리고 책 제목에 대한 한가지 생각. 인형궁정악단이란 명칭에서의 인형은 기놀이 아니라 마리오네트가 아닐까 싶다. 여왕의 손에 의해 조종된다는 의미랄까. 여왕은 루틸에 대해서도 집착을 보이는 인물일 듯 한데, 그 속사정이 뭔지도 궁금하군. 어쩄거나, 1권만을 읽은 것으로는 수수께끼도 인물들의 관계도도 정확히 파악하긴 힘들다. 다만 이들의 음악이 치유도 되고, 파괴도 된다는 것을 파악했음. 이들이 다음에 도착할 마을에는 어떤 일이 기다리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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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이화 역사 할아버지가 들려주는 도깨비 이야기 파랑새 풍속 여행 1
이이화 원작, 김진섭 지음, 곽재연 그림 / 파랑새 / 201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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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사람치고 어린시절 전래동화를 읽으면서 도깨비 이야기를 한 번도 접하지 못한 사람은 없을 듯 하다. 옛이야기뿐만 아니라 동요에도 도깨비가 나오는 것이 있다. 또한 내가 어렸을 때는 도깨비 집이란 이름이 붙은 고택도 많았다. 아흔아홉간 집이 바로 그것인데 백간을 채우기도 전에 닭이 울어 아흔아홉간 집이 되었다는 이야기 등. 그뿐만이랴. 요즘도 도깨비터에 대한 이야기도 종종 접한다. 그렇다면 우리와 이렇게 친숙한 도깨비에 대해 우리는 얼마나 알고 있을까.

우리가 생각하는 도깨비의 모습이 일본의 오니의 모습이란 것은 일찍부터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외의 것에 대해서는 얼마나 알고 있을까? 그저 친숙하게 느낄 뿐이지 실제 아는 것은 별로 없는 게 아닐까. 그런 우리에게 이 책은 도깨비가 어떤 모습을 하고 있는지, 도깨비의 성격은 어떤지, 도깨비의 능력은 어떤지에 대한 이야기와 더불어 옛이야기 속에 등장하는 도깨비 이야기를 통해 도깨비와 인간의 관계는 어떠했는지에 대해 들려준다.
 
도깨비는 일본 오니와 많이 혼동되어 왔다. 머리에 뿔이 하나나 둘이 있고 풀로 엮은 옷을 걸치고 쇠몽둥이를 들고 있는 것은 전형적인 오니의 모습이다. 내가 이 책을 읽으면서 가장 놀랐던 부분은 역시 혹부리 영감 이야기일 것이다. 혹부리 영감 이야기가 우리 옛이야기가 아닌 일본의 전래동화였다니. 혹부리 영감에 나오는 도깨비는 일본 오니가 되는 것이다. 에휴, 평생 속아온 느낌이랄까. 이런 것만 봐도 우리가 우리의 도깨비에 대해 얼마나 모르고 있는지를 잘 알 수 있다.

오니의 모습은 정형화된 모습이라면 우리의 도깨비의 모습은 정형화되어 있지 않다. 크기도 색깔도 모습도 다양하다. 게다가 종류도 한가지가 아니라 이름만 붙이면 무슨무슨 도깨비가 될 정도로 다양한 도깨비들이 존재한다. 특이한 것은 도깨비로 변하는 물건들이다. 물론 도깨비가 자연에서 태어나는 경우도 많지만 사람의 손때가 묻은 오래된 물건들이 도깨비가 되는 경우도 많다. 이런 점은 일본의 요괴인 츠쿠모가미와 비슷한데, 츠쿠모가미는 백년이상 된 물건이 요괴로 바뀌는 것을 의미한다. 지역적으로 가까운 나라이다 보니 이외에도 도깨비와 비슷한 전설을 가진 요괴들이 꽤 많다. 중국의 이매망량이나 독가비, 일본의 오니나 텐구 등도 도깨비와 혼동되어 왔지만 도깨비와는 다른 존재이다. 

그렇다면 오래된 물건이 도깨비가 된다는 것은 어떤 것을 의미할까. 그것은 도깨비와 사람이 아주 가까운 관계였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리고 사람과 가까운 곳에 존재했다는 것도 의미할 것이다. 다른 귀신과는 달리 원한을 품고 사람에게 해를 끼치는 존재가 아니라 때로는 사람을 돕기도 하고, 때로는 골탕을 먹이며 장난을 치기도 하는 존재가 바로 도깨비이다. 도깨비의 능력중 특이한 것은 미래를 보는 신통력을 가졌다는 것이다. 이런 것을 보면 단순한 요괴와는 차원이 다름을 알 수 있다.

도깨비의 기본 성품은 순박하여 잘 속아넘어간다는 것, 그리고 장난과 음주가무를 좋아한다는 것, 시끌벅적한 것을 좋아하지만 겁도 많다는 것이 대표적이다. 이런 성품은 한국인의 민족성과 닮아 있다. 도깨비는 기본적으로 인간을 해하는 존재가 아니다. 인간에게 장난을 치기 좋아하지만 돕기도 좋아한다. 겨우 메밀묵이나 돼지고기 등만 대접받지만 반대로 인간에게 돌려주는 것은 아주 많다. 그런 것을 보면 오히려 인간을 도와주고 싶어 안달난 것처럼 보인달까. 그만큼 인간과 가깝게 지내고 싶어 하며, 인간 가까이에 산다는 방증이 아닐까 싶다.

우리가 잘 모르고 있던 도깨비의 특징과 성품, 그리고 도깨비가 나오는 옛이야기를 통해 도깨비가 한국인에게 어떤 존재인지를 잘 보여주는『도깨비 이야기』는 어린 시절 할머니 할아버지로부터 도깨비 이야기를 듣고 자란 어른들이나, 도깨비를 잘 모르고 성장하는 아이들 모두에게 유익하며 즐거운 책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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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방인과 신부 1
나카무라 아스미코 지음 / 시리얼(학산문화사) / 201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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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L계에서 유명한 작가 나카무라 아스미코의 순정 만화가 드디어 나왔다. 보통 한 장르만을 집중적으로 그리는 작가들은 다른 장르가 쥐약이나 마찬가지인데, 의외로 그림체가 순정에도 잘 어울린다. 여기서 그림체만 언급하는 이유는 스토리는 이쿠하라 쿠니히코가 담당했기 때문이다. 솔직히 말하자면, 그래서 그런지는 몰라도 처음엔 스토리에 적응이 안되었다. 나카무라 아스미코의 다른 작품들의 스토리 전개와는 너무 다른 방식으로 진행되는 느낌이랄까. 나카무라 아스미코의 작품 성향의 경우 어두운 작품이든 밝은 작품이든 차분한 면이 있는데,『이방인과 신부』는 동에 번쩍, 서에 번쩍하는 전개를 보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별로? 그건 아니고, 생각했던 전개와 달라서 그렇지 나름대로 매력이 있다는 말.
 
작품의 배경이 되는 시대는 정확히 나오지는 않지만 현대와 가깝다고 생각한다. 시보레에서 나온 콜벳이 등장하는 걸 보면... (콜벳은 2007년 단종된 차종이다)  사랑의 도피 중인 세라 하츠지와 하구마즈카 이타루는 어른들의 지배에서 벗어나 자신들의 세상을 만드려는 아이들의 조직 <불타는 기린>과 경찰에 동시에 쫓기고 있다. 둘은 교회로 들어가 결혼식을 올리려 하지만 변태성향이 풍부한(?) 신부의 방해로 결혼식은 커녕 마취제를 맞고 쓰러진다. 신부가 히츠지를 안고 유유히 변태취미를 즐기러 가는 동안 <불타는 기린>에서 나온 세라 쇼고(히츠지의 아빠)와 늑대소년 이누모리 에이지가 교회에 나타난다. 히츠지는 자신의 힘으로 신부에게 벗어나 이타루에게 달려오지만 쇼고에게 잡히고, 이타루는 에이지의 칼을 맞고 쓰러진다. 그후 히츠지는 쇼고와 에이지에 끌려가고, 곧이어 도착한 경찰의 총격에 이타루는 쓰러지고 말지만, 마로니에와 미유땅이란 소녀 2인조에게 도움을 받아 목숨을 건지게 된다.

아아, 첫권부터 정신없다. 등장인물의 수도 많거니와 그 캐릭터들이 너무 독특해서 정신을 차릴 수가 없다. 게다가 잔혹한 아이들이 등장하고, 이 아이들이 세계를 야금야금 정복해가는 모습은 섬뜩하기조차 하다. 특히 <불타는 기린>조직의 우두머리로 군림하는 토가와 긴은 아이답지않게 냉혹하기만 하다. 토끼탈을 쓰는 등 동물탈을 쓰고 있는 모습이나 달콤한 아이스크림, 캔디, 도넛을 좋아하는 것을 보면 영락없는 아이들인데, 부르는 노래며 하는 짓은 잔인한 어른들 저리 가라 수준이다. 왠지 이녀석들이 크면 지금 있는 어른들보다 더 무서운 어른이 될 듯한 예감이...

여튼간에 1권은 아직 도입부라 그런지 수수께끼만 잔뜩 안겨준다. 일단 이타루는 원래 <불타는 기린> 조직의 일원이었다는 것, 그리고 토가와 긴과 함께 찍은 사진 속의 인물이란 것은 알겠다. 또한 히츠지는 어떤 목적에 의해 탄생한 아이일 것이란 감도 어렴풋이 온다. 히츠지의 아빠 쇼고는 프랑켄슈타인 박사같은 느낌이랄까. 겉과 속이 상당히 다른 인물로 보인다. 그것은 히츠지의 뒤를 쫓는 경찰의 증언(?)에서도 드러난다. 쇼고와 동창생이었던 도쿠다이지는 쇼고의 다른 모습을 알고 있지만 감질날 정도로 정보를 조금밖에 보여주지 않는다. 하지만 제일 궁금한 것은 이타루의 정체이다. 이타루가 히츠지를 데리고 도망을 친 이유가 뭘까. 자신의 몸에 남겨진 흉터와 연관된 일이겠지? 이타루는 프랑켄슈타인 박사가 창조해낸 이름없는 괴물을 닮았다. 그렇게 보자면 히츠지는 그 이름 없는 괴물의 신부? (프랑켄슈타인이라 알려진 괴물은 원래 이름이 없다. 그 괴물을 창조한 창조주가 프랑켄슈타인 박사) 이런 식으로도 생각이 되지만, 섣부른 추측은 금물.

『이방인과 신부』는 밝고 명랑해 보이는 분위기와는 달리 상당히 음울한 작품이다. 세라 히즈지가 가진 비밀. 그리고 그것을 이용하려는 어린이들의 조직 <불타는 기린>과 그에 맞서는 이타루의 활약. 아이들이 나오는 이야기인 만큼 너무 비극으로 치닫지 않으면 좋으련만..


이것은『이방인과 신부』 1권 부록인 책갈피와 일러스트 메모장. 이타루는 여전히 곰의 모습을 하고 있구나. 곰의 모습을 벗어나 완전한 인간의 모습으로 돌아올 이타루를 꿈꿔 본다. 아이들은... 무조건 행복해야 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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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소의 축제 1 (양장)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51
마리오 바르가스 요사 지음, 송병선 옮김 / 문학동네 / 201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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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미니카 공화국이란 이름은 초등학교 시절 잡지의 인터뷰에서 처음 접했었었다. 인터뷰이가 누군지 확실히 기억나지 않지만, 그 사람이 언젠가 꼭 가보고 싶은 나라로 도미니카 공화국을 말했는데, 그 당시로 내 생각으로는 인터뷰이가 꼭 한 번 가보고 싶을 정도라고 손꼽을 정도라면 무척이나 아름다운 곳이겠거니, 하고 막연하게 생각했었다. 그렇게 세월을 보내고 난 후 마리오 바르가스 요사의『염소의 축제』를 읽으면서 도미니카 공화국에 대해 새롭게 알게 되었다. 사실 라틴 아메리카는 내 관심밖에 존재하던 곳이었고, 그중에서도 작디 작은 섬나라인 도미니카 공화국은 특별한 계기가 없는 한 기억할 만한 꺼리가 내게 없기 때문이기도 했다.

라틴 아메리카의 역사와 관련해서는 체 게바라 평전 등을 읽으면서 알게 된 것이 전부이다. 대부분의 나라는 천연자원이 풍부한 반면 문명화정도가 낮아 오랜 시간 서구 열강의 식민지가 되었다. 도미니카 역시 오랜 기간 영국의 식민지였었고, 그래서 공용어는 영어, 종교는 가톨릭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염소의 축제』는 1930년 정권을 잡은 트루히요가 공포 독재정치를 펼친 31년간의 도미니카 공화국의 상황과 독재자의 마지막  날을 그리고 있다. 이야기는 세가지 시점으로 서술된다. 첫번째는 트루히요 정권하에서 권력의 중심부에 서 있던 카브랄의 딸 우라니아, 두번째는 트루히요, 세번째는 트루히요를 노리는 암살자들이다. 이들은 각각의 입장에서 트루히요 정권에 대한 이야기를 펼쳐 놓는다. 그래서 그런지 어느 한 편에 치우치지 않는 객관적인 입장과 각각의 사람들의 처한 입장에서 서술되는 주관적 입장을 동시에 보여준다는 점에서 무척이나 흥미롭다.

일단 우라니아의 이야기를 살펴 보면, 우라니아는 14살이 되던 해 미국으로 건너간 후 35년간 도미니카로 돌아오지 않고 그곳에서 새로운 삶을 살고 있다. 아버지를 비롯해 모든 친척들과도 연락을 끊은 채 살던 우라니아가 35년만에 도미니카로 돌아와 아버지를 만난 것은 왜일까. 그토록 증오했던 아버지였는데 살날이 얼마 남지 않은 노인네가 되어 버렸기에 용서를 하고 싶은 마음이라도 들었던 것일까. 하지만 의외로 우라니아는 아버지에 대해 강경한 입장을 고수한다. 당시 도미니카에서 벌어졌던 일에 대한 진실, 그리고 자신의 어머니에게 생긴 일을 추궁한다.

하지만 아버지는 아무런 대답이 없다. 우라니아의 말을 알아듣는 것처럼 보이지만 다물어진 입은 열릴줄을 몰랐다. 우라니아는 왜 14살의 나이에 미국으로 보내진 것일까. 아마도 우라니아가 게속 이곳에 머무른다면 위험스런 상황에 처해질지도 모른다는 아버지의 판단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우라니아 역시 아직 우리에게 말을 하지 않는다. 그녀가 마음 속에 꽁꽁 봉인해 둔 것, 그 끔찍한 일은 무엇일까. 그 일을 잊기 위해 우라니아는 공부에 몰두했고 지금은 세계은행에 근무하는 엘리트가 되었다.

어쩌면 이후에 들어선 정부들이 너무 엉망이어서 많은 도미니카 사람들은 트루히요를 그리워하게 된 것인지도 모른다. 이제 사람들은 권력 남용과 살인, 부패와 비밀 염탐, 격리와 두려움을 잊어버렸다. 공포는 이미 신화가 되어 버렸다. (168~169p)

그녀가 도미니카로 돌아올 수 밖에 없었던 이유가 따로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여전히 지워지지 않는다. 그곳에 와서 정리해야만 할 일. 그것은 아버지와 만나 풀어야 할 숙제일지도 모른다. 그토록 진절머리를 내면서도 우라니아는 트루히요 정권과 도미니카의 역사에 대해 계속 조사해왔다. 그것은 어쩌면 오래전에 난 상처에 대한 치유의 일환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언젠가 터뜨려야만 할. 그것을 해결해야만 우라니아는 또다른 걸음을 내딛을 수 있겠지. 

트루히요 편의 이야기와 암살자들의 이야기는 모두 트루히요 정권의 권력구조와 독재정권이 만들어낸 공포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하지만 조금 다른 점은 트루히요 편의 경우 트루히요의 개인적 문제에 대한 부분이 상당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는 것이고, 암살자들의 경우 트루히요 추종자에서 암살자로 변할 수 밖에 없었던 원인에 대한 이야기가 상당부분을 차지한다. 

70대가 된 트루히요는 전립선에 문제가 생겨 요실금으로 고생하고 있다. 한 나라를 공포로 몰아넣은 인물이 말년에 들어서는 요실금으로 고생한다니. 인생의 아이러니가 이런 것일까. 또한 그의 자식들 중에 제대로 된 인물이 하나도 없다. 정권을 물려주고 싶어도 물려줄 수가 없는 것이다. 물쓰듯 쓰는 돈, 여자와의 스캔들 등 아비의 얼굴에 먹칠을 하는 자식들 뿐이다. 게다가 처음에는 협조적이었던 미국도 트루히요 정권에 등을 돌리고 경제봉쇄등으로 압력을 가한다. 왕좌에서 군림해온 왕이 이젠 안팎으로 수세에 몰리기 시작한 것이다. 고인 물을 썩게 마련이고, 어제의 우방은 오늘의 적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은 인간의 역사를 통해 수없이 증명된 것이니...

암살자들은 트루히요 추종자들이었다. 그의 카리스마와 지배력, 공포가 주는 것은 일종의 마취제이자 환상이었다. 하지만 마취는 시간이 흐르면서 약효가 떨어지면 자연스럽게 깨기 마련이고, 환상역시 시간이 지나면서 흐려지고 옅어져 결국 없어지고 만다. 그러하기에 트루히요의 가장 가까운 곳에 있었던 사람들이 암살을 꾀하게 된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일지도 모른다.

트루히요가 살아있는 한 자기를 비롯한 수많은 도미니카 사람들이 자신에 대한 혐오와 불쾌감 속에서 살아가야 할 것이며, 매 순간 자기 자신에게 거짓말을 하고 다른 사람을 속이며 한 사람이면서도 두 사람이 되어야 하는 형벌 속에 살아가야 한다고, 즉 공적인 장소에서는 진실을 감춘 채 거짓말을 하면서 살아야만 한다고 확신했다. (247p)

그는 야수를 죽일 것이고, 하느님과 교회는 그를 용서할 것이다. 그는 자기 손을 피로 더럽히면서, 조국을 피흘리게 했던 야수의 피를 씻어버릴 작정이었다. (322p)

암살자들의 이야기는 트루히요의 차자 지나가길 기다리는 몇 시간 동안의 이야기를 과거와 현재를 넘나드는 방식으로 풀어놓고 있다. 이는 개인적인 이야기뿐만 아니라 도미니카 공화국을 둘러싼 내외적 상황까지도 포함하고 있다. 

이렇듯『염소의 축제』1권은 카브랄을 통해 권력의 중심에 있다 몰락한 자의 이야기를 그려내고, 카브랄과 우라니아의 뒤틀린 부녀관계를 통해 라틴 아메리카의 가부장적 사회에 대한 비판을 동시에 이야기한다. 또한 권력의 중심이자 공포의 중심이 된 트루히요가 자신의 권력을 어떻게 유지했으며. 어떤 몰락의 과정을 겪었는지를 잘 보여준다. 그리고 암살자들을 통해 트루히요 추종자들이 어떻게 그에게서 돌아설 수 밖에 없었는지를 보여주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우라니아의 아버지는 우라니아에게 어떤 대답도 주지 않았고, 암살자들이 트루히요를 죽인 뒤 도미니카 정부가 어떤 변화를 겪었는지도 피상적으로 밖에 묘사되지 않았다. 독재자가 죽는다고 바로 질서가 회복되는 것은 아니다. 독재자의 죽음 뒤에는 커다란 정치적 혼란과 사회적 혼란이 따라오게 마련이다. 트루히요의 사후 도미니카의 변화, 그리고 우라니아와 아버지의 대화는 향후 어떤 식으로 펼쳐지게 될까. 우라니아는 과거의 망령을 떨쳐낼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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